소설리스트

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479)화 (479/593)

법술, 법술, 법술······.

건곤척으로 건곤을 통제하고 둔술을 최대한도로 발휘했다.

정신을 본체로 옮긴 다음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안온한 수단을 추산했다.

주위에 깔린 요족 대능들이 달려오기 전에 눈앞에 있는 방추 영보의 주인인 전갈 요괴를 비롯해 삼두 백호를 무찌르고 사부님과 동목공을 구해내야 한다!

사부님은!

인영이 교차하고 건곤척이 흔들리는 와중에 이장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 왜 이랬지?

도심이 끊임없이 떨렸다. 이장수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으나 호랑이 옆에서 재빠르게 수십 장 물러났다.

건곤척이 떨리고, 몸을 연달아 번쩍이며 이동하면서 새하얀 가면을 쓰고 있어 암수를 구별할 수 없는 전갈 요괴를 멀리 제쳤다.

이장수가 급강하하자 손바닥에서 뇌광을 터지면서 온 하늘을 채운 뇌막이 사방팔방에서 삼두 백호를 내리쳤다.

호랑이의 두 날개에서 핏빛이 들끓었다. 핏빛으로 제 몸을 감싸면서 벼락을 막아냈다.

뇌둔술!

뇌광으로 들어간 이장수는 건곤척을 들고 몸집이 거대한 호랑이를 향해 또다시 달려들었다.

그러나 도심은 거대한 의혹에 빠졌다.

내가 어째서······ 이렇게 흥분한 거지?

사부님은 반드시 구해야 한다. 그러나 혼자서 북주에 가는 건 가장 안온하고 현명한 선택지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격렬한 싸움을 벌이다간 되레 사부님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기 쉽다.

평소의 내가 떠올렸을 생각이란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분산하고 요족에게 압력을 행사했거나 몇몇 고수를 찾아 동행하는 것일 터.

조 대인과 운소 선자는 어차피 대겁 명단에 오를 인물이다. 그들을 부르지 못한대도 황룡 진인, 태을 진인, 옥정 진인처럼 오리지널 대겁에서 무사한 고수를 찾아가도 되지 않은가.

끽해야 큰 이익을 제공하는 것일 텐데.

인교 성인 제자의 신분을 내세워 부탁하는데, 그들이 거절할 리가 있겠는가?

어째서 ‘도움 청하기’라는 생각이 솟구쳤을 때, 조 대인과 운소 선자로 인해 그 사고 맥락을 끊어냈을까?

문제가 있군······.

상이 궐기하면서 겁운이 갑작스럽게 강림했다.

느닷없이 외출하겠다는 사부님을 저지할 때, 마음속에서 솟구쳤던 건 ‘별일 없겠지’하는 안일한 마음과 자만이었다.

당시에 나는 단순히 천정에 가는 것뿐이라 생각했었다.

것뿐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뇌광 속에서 이동하는 와중에도 건곤척은 끊임없이 공세를 펼쳤다. 뒤쪽에 있는 상고 전갈 요괴의 공세는 둔술로 완전히 따돌렸다.

격렬한 법술 싸움을 하면서 이장수는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이상하게 행동한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반성한들 이미 흥분한 나머지 이곳까지 쫓아왔지 않은가. 요족 대능의 포위 공격에 빠지는 건 바꿀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아무래도 무언가에 영향을 받은 듯한데······.

현재 육신과 원신은 요족 대능과 싸우는 중이나 정신 가장 깊은 곳은 어떤 미지의 존재와 겨루고 있었다.

이장수는 경계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여와 성인의 무심한 목소리가 가슴속에 맴돌았다.

‘그자는 이미 천도 변천에 빠질 수 없는 일환이 되었다.’

천도, 겁운, 경솔했던 선배······.

별안간 이장수는 운소 선자를 떠올렸다. 그가 알고 있는 바로 그녀는 부드럽고 우아하며 성인을 향한 경외심이 넘쳐흐르나 대겁 때 나서서 두 동생과 함께 성인을 공격한 인물이다.

천지 생명은 모두 천도에 속한다.

대도가 50이고 그 쓰임은 49. 절교 교리는 ‘일말의 생존의 기회를 절취한다’였다.

일말의······ 생존 기회.

격렬한 전투 속에서 이장수는 깨달음을 얻었다!

일전에 눈꺼풀이 떨렸던 건 겁운을 감응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경지는 백택보다 한참 못 미친다.

백택도 추산을 해야만 겁운을 감응할 수 있는데, 내가 어찌 감응할 수 있었겠는가?

눈꺼풀이 뛰고 마음속에 위험한 기식이 솟구쳤던 건 천도가 내게 손을 댔기 때문이다!

어쩌면 천도가 나를 이용해 대겁에서 무언가를 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아, 두통.

지금 나는 요족 대능과 싸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겁에 저항하는 중이었다. 저항이 그렇게 격렬한 편은 아니지만, 이 각도에서 추단하면······ 목공은 아마도 살지 못하리라.

아, 이렇게 단정 지을 순 없지. 이 또한 겁운에 방해받은 후 생겨난 생각일지도 모르잖아.

설령 ‘사부님이 겁을 맞을’ 가능성이 작다고 해도 그 가능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게다가 천도는 일찍이 내가 봉신대겁 속 인물들을 구해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사부님과 요족의 손을 빌려 나를 제거해버릴 가능성도 있다!

이때의 베이스라인은 나를 보호하고 사부님을 구해내는 것, 이 베이스라인을 확보하고 동목공을 구하는 일을 생각해야 한다.

자칫 모두 구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구해야 하지?

대겁에 저항하려면, 아, 아니지, 대겁은 천도가 추진하는 것이니 나는 저항할 수 없다.

괜히 덤비는 건 달걀로 바위 치기다.

내게 영향을 주려는 그 힘과 비교하고, 대겁의 베이스라인 및 ‘가변(可變) 공간’을 파악한 다음, 이 각도에서 문제를 고려해서 해결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다행히······ 준비를 해두었다.

봉신대겁을 계획할 당시 일찌감치 이런 상황도 고려했었다.

‘소위 비장의 패라는 건 결정적인 순간에 꺼내서 형세를 역전하는 수단’이라고 이미 수백 번 넘게 령아를 가르치지 않았던가.

그런 수단이라면 항상 있었다!

휙—

귀를 찌를 듯 급히 날아가는 소리가 귓가에서 터졌다!

이장수가 뇌광을 방출하는 사이에 선천 영보급의 하얀 방추가 다시 이장수를 습격해왔다.

이장수는 현재 하늘을 보고 누운 자세로 있고, 머리 위에서 현황탑이 다채로운 놀빛을 흩뿌려 현황 기식이 그를 꽁꽁 감싸기 시작했다.

탑 형님의 건들건들한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울려 퍼졌다.

“이제 움직여라. 즉시 깨닫는 것만으로 어르신 제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이건 니가 입문하기 전 마지막 시련인기라.”

내 사고 노선이 틀리지 않았다고 일깨워주는 게 분명하다.

감사합니다, 탑 형님!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옆에서 습격해오는 방추를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

정신세계는 갑자기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만 같아졌다.

기나길 세월의 ‘한순간’이 이장수의 마음속에서 한없이 늘어났다.

천정 수신부, 옥황상제와 왕모의 환생이 머무는 곳, 상 부락, 곳곳에 있는 해신 사당, 소경봉, 산문 주변, 사해 용궁 부근, 지부 풍도성 부근, 피바다 끝자락, 천애해각 부근, 북구로주 부근······.

운소 선자의 규방, 령아의 소매, 유금현아의 화장대 앞······.

모든 종이 도인의 원신력 파동이 순간 일시 정지했다!

삼두 백호 주둥이에 있는 금선경 종이 도인 둘과 이장수 정신의 연결은 상당히 미약한 터라 이장수가 이런······ 신통력(?)을 펼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신통력이라고 하기도 참 뭣한 것이, 이런 ‘겁운 심리전’에 대비하고자 개발해낸 잔재주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이장수는 마치 평온한 세상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 자신에서 비롯된 인영들이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높거나 낮은 곳에서, 사방팔방 모든 방향에서 나타났다.

생, 로, 병, 사.

희, 로, 애, 락.

무수한 목소리가 겹치고 섞여 경문을 읊는 소리로 변했고 이내 이장수의 도심에서 울렸다!

정신이 하나가 되었다.

아무것도 없고 오직 나만 있다.

도는 항상 존재한다.

고요하고 맑다.

푸른빛이 이장수 원신 이마에서 터지고 영대 곳곳을 휩쓸자 도심이 더없이 고요하고 평온해졌다.

「비장의 패: 공명도심(空明道心)!」

보인다!

이 푸른빛 너머, 거미줄처럼 자신의 도심과 태극도 기운 밖에 붙은 검은 기운을 보았다.

대겁의 겁운이 그의 정신 속에서 구체적인 형체를 드러낸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 이장수는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고 평온하게 눈을 떴다. 이 순간 그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신통력 공명도심을 발동하자 이장수의 눈에 보이는 천지가 급변했다. 급속도로 날아오던 하얀 방추가 조금 더 느리게 느껴졌다.

선식으로 포착했던, 이곳으로 달려오고 곧 돌진해 올 요족 대능들은 장기에 가로막혀서 각양각색의 백반으로 변했다. 한두 번 호흡하고 나면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승리를 확정지을 기회다!

공명도심을 움직여 일곱 가지 가능성과 여덟 가지 수단, 아홉 가지 방안을 추론했고, 그중에 가장 안정적인 계획을 잡아냈다.

건곤척이 가볍게 움직이자 이장수의 얼굴 앞, 현황 기식 차단 밖 건곤에 삼 척짜리 빈 동굴이 나타났다.

신통력: 건곤 소(小) 이동

선천 영보 건곤척을 빌려 이장수는 물건을 옮기는 수단을 펼쳤다. 어찌나 매끄러운지, 그야말로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수준이랄까!

슉!

하얀 방추는 삼두 백호가 펼친 핏빛 장막 속, 삼두 백호의 가운데 있는 커다란 머리 앞에 나타났다.

추단한 바로 더없이 빠른 이 방추가 건곤을 거두고 독을 살포하는 순간이 짧았던 건 상고 전갈 요괴가 이 두 가지 ‘기능’을 ‘하나’로 정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몹시 크다.

천지 만물은 균형을 이룬다. 선천 지보 외에는 완벽이라는 건 존재할 수 없다. 보물도 그렇고 보물의 ‘기능’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게 정련하면 기습을 막힘없이 단숨에 이뤄내도록 하지만, 보물이 터지는 걸 중단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이장수와 건곤척에 의해 삼두 백호 앞까지 옮겨진 하얀 방추는 온 하늘의 백광을 터뜨렸다가 금세 갈무리되었고, 전광석화 간에 금선을 마비시킬 정도의 맹독을 방출했다.

이 독은 전갈 요괴에게서 비롯된 것일 터. 뭐, 이건 중요하지 않다.

건곤 소이동을 펼친 이장수는 다시 번쩍 하면서 온 힘을 다해 전갈 요괴에게서 멀어졌다. 양쪽 소매에서 튀어나온 휘황찬란한 빛이 고공으로 향했다.

빛에 감싸진 종이 인형이 동시에 ‘하’하고 소리를 냈다. 등에 짊어진 ‘배낭’에서 더욱더 많은 빛이 흘러나왔다.

명절에 터뜨리는 폭죽처럼 온 하늘을 수놓았다!

공명도심, 정신력 풀충전!

배낭 두 개를 등에 멘 종이 도인 수십 개가 수십 명의 사람으로 변했다. 그들은 다시 서너 개의 조로 나누어 각자 선력을 빠르게 모으고 종이 도인에게 붙은 종이 도인에 불을 붙였다. 지살 영폭 대진 8개가 동시에 가동되었다!

전쟁 영화처럼 ‘그렇게, N년 후’가 나올 법한 스케일이었다.

선천 보통 나무를 보내주신 성모 낭랑께 감사드립니다!

지살 영폭 대진은 적을 막는 수단일 뿐이고, 이장수의 공명도심은 9할의 정신을 종이 도인을 폭발하는 데 사용했다.

남은 1할로 싸움을 버텨내기엔 충분했다.

다시 삼두 백호가 있는 곳을 살펴보자!

방추가 터질 때, 삼두 백호의 가운데 머리가 아래로 축 늘어졌다. 호랑이 가죽이 독에 녹아내리고 육신이 미친 듯이 떨렸다.

왼쪽 머리는 고통스럽게 울부짖고 고함쳤다. 머리가 세 개 달렸다고 원신이 세 개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여 이 순간 그들은 똑같이 법보에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건곤척을 쥐고 달리는 이장수는 등 뒤에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고, 분신술을 펼친 것처럼 동시에 삼두 백호의 복부, 머리, 등, 꼬리 등에서 나타났다.

건곤척이 계속해서 앞을 가리키자 수십 개의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건곤이 왜곡되고 삼두 백호의 거대한 육신은 늘어났다가 압축되면서 뱀처럼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변했다.

그때였다!

멀리 천지 사이에 반짝거리는 광구 여덟 개가 나타났다. 영폭 여덟 군데가 동시에 폭발하면서 이곳으로 지원하러 오려는 요족 대능을 가로막아 버렸다!

가까운 곳에는······.

삼두 백호의 왼쪽 머리에 달린 왼눈이 별안간 커졌다. 눈에는 두려움이 역력했다.

머리에 현황탑을, 손에는 건곤척을 쥔 이장수가 곧바로 삼두 백호의 왼쪽 머리 앞에 나타났다.

“뒈져라!”

고함과 함께 온몸의 선력을 건곤척에 쏟아 넣었다.

건곤척이 푸른빛을 터뜨리면서 백호의 목덜미를 무참하게 베었다.

건곤척은 날이 없었으나 건곤을 가를 수 있있다!

줄곧 점잖았고, 싸울 때도 온화했던 건곤척이 탑 형님의 향기가 느껴지는 거친 말을 터뜨렸다.

단번에 삼두 백호의 왼쪽 머리가 갈라지고 ‘상처 부위’는 새까만 구멍의 건곤 단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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