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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487)화 (487/593)

이장수가 이제 막 날아오를 무렵······.

“스승님!”

용길이 구름을 몰고 다가왔다. 이장수를 발견한 그녀는 절로 화색이 만면해져서 기뻐했다.

“다친 곳은 이제 괜찮아지셨어요? 화신을 움직일 정도로 원신도 회복하셨고요? 동목공이 들려왔을 때는 너무 놀라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전에 내줬던 숙제는 다 하셨습니까?”

용길은 급히 구름을 세우고 손가락으로 제 미간을 가리켰다.

“어? 조금 전에 스승님을 본 것 같았는데, 환각이었나 보다. 환각일 거야. 어휴, 어마마마께 차나 올려야지.”

“수신부에서 기다리고 계십시오.”

단호한 말에 용길은 코를 훌쩍이며 풀이 확 죽은 모습을 하고 수신부로 발길을 돌렸다.

능소보전으로 달려가는 길에 천정 신선의 절반이 나와서 그를 맞이했다. 그중에서도 오을과 변장을 비롯한 천하 수군 장군들이 가장 흥분했다.

대전 문 앞에 이르자 한참을 기다린 목공이 크게 예를 갖추었다.

“목숨을 구해 준 은혜에 감사합니다!”

“목공, 일어나세요.”

이장수는 황급히 손으로 목공을 일으켜 세웠다.

“우리 둘 다 폐하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신하가 아닙니까. 어찌 구하지 않겠어요?”

목공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으나 끝내 웃으며 ‘폐하가 오래 기다리고 계셨으니 얼른 들어가 보라’라고만 했다.

이장수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 능소보전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들자 보좌 위에 단정하게 앉아서 상소문을 살피는 옥황상제가 보였다. 이장수는 계속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단상 앞에서 허리를 숙여 읍했다.

“소신, 폐하를 알현하옵니다!”

목소리가 대전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쳤으나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대전 밖에 있던 동목공이 절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대전 전체가 금빛에 뒤덮이면서 외부 정찰이 차단되었다.

이장수는 허리를 숙인 자세를 유지하고 살짝 고개를 들어 옥황상제의 담담한 표정을 흘끗했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외쳤다.

“소신, 폐하를 알현하옵니다!”

“그래.”

옥황상제는 이번에는 대답을 주었다. 흰옷 위에 담담한 금빛이 가물거렸다.

다만 옥황상제가 말문을 열지 않으니 이장수도 허리를 세울 수가 없어서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된 상황이지?

이장수는 심념을 살짝 움직였다가 금세 대책을 생각해내고 입을 열었다.

“목화서원의 목청화, 옥황상제 폐하를 알현하옵니다!”

타악!

옥황상제는 상소문으로 책상을 내리치고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래! 과연 너로구나! 이장경, 네 죄를 알렸다!”

이장수는 수심에 잠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소신, 뇌벌전으로 가서 ‘다시’ 벌을 받겠나이다!”

왕모에게 벼락의 벌을 받은 일을 은근히 끄집어내었다.

“허!”

옥황상제는 코웃음을 치면서 벌떡 일어섰다.

“이건 네게 다른 선택이 없었다는 걸 고려하여 짐이 조만간 다시 책임을 묻겠다. 일단 이거나 말해 보아라. 북주에서 요족 대능과 싸운 건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요족이 목공을 잡아갔고, 소신은 천정이 수동적인 국면에 빠질까 염려되어 쫓아갔습니다.”

“그게 다냐?”

“그런 셈······ 예, 그렇습니다.”

옥황상제는 단상에서 내려왔다. 맨 밑에서 세 번째 계단에서 멈춰선 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럼 어째서 태청 사형께서 서방교 준제를 공격하고 성모 낭랑께서 탁선의 혼백을 다듬어준 것이냐? 또 어째서 천도는 천정이 산신 하나를 잃었다고 한 거지?”

“그 산신은 사실 소신을 어릴 때부터 길러주신 사부님입니다.”

옥황상제는 짐짓 당황한 듯 자리에 앉아서 위로하듯 말했다.

“그런 사정이 있었다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라. 짐은 그저 궁금하여······.”

“폐하, 사부님은 탁선이었습니다. 조금 앞당겨 환생하고 성인 낭랑이 보듬어주셨으니 더할 나위 없이 큰 기연을 얻었습니다. 참, 폐하, 아뢸 일이 있사옵니다.”

“장경, 일단 와서 앉거라.”

옥황상제는 제 옆에 있는 계단을 손으로 툭툭 쳤다.

“공무부터 보고하고, 이번 대겁이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어째서 절교 쪽에서 목공의 부탁을 거절했는지 말해 보겠느냐?”

이장수는 가장 낮은 계단에 앉아서 북주 전쟁을 상세히 아뢰었다.

옥황상제는 봉신대겁에서 이장수가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하고, 서로 신뢰해야 하는 ‘전우’였다. 이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이장수는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부상을 회복하면서 안배했던 일까지도 모조리 옥황상제에게 말했다.

그러나 옥황상제는 약간 정신을 딴 데 팔고 속으로 한참 생각했다.

스승을 잃은 고통이라니, 그 얼마나 비통한가!

음, 명분을 찾아서 장경을 태음성에 보내서 상아들과 지내도록 하라는 벌을 줘야겠군.

‘화일천 시기’에 모은 정보에 의하면, 천정 남선인들이 가장 원하는 직위다. 엄청난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

상아 3백 명의 지도를 허하노라.

······

“······천교는 천정의 배신자가 남몰래 훼방을 놓았다고 하지만, 절교는 어째서 목공의 청을 거절한 것이냐? 장경, 너는 운소 선자와 사이가 좋고 조공명 등의 절교 제자와도 막역하지 않더냐?”

능소보전, 계단 위에 모로 누운 옥황상제는 용궁에서 바친 자수정 포도를 입에 넣으며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

포도가 어찌 이리도 눈에 익는 걸까?

흐음, 아니지.

폐하께선 어찌 이렇게 빨리 차분해지셨을까?

지금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욕을 퍼부어야 할 텐데, 어딘가 옥황상제답지 않다고나 할까.

이장수는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일전에 다보 사형께 서신을 썼었습니다.”

“그래? 어째서 절교를 겁에 들인 것이냐? 너라면 절교를 겁에서 빼내려고 노력해야 마땅할 터.”

“폐하, 용족을 천정으로 들이는 일을 도모한 순간부터 소신은 이번 대겁의 겁운에 영향을 주었고 겁운이 만들어지자마자 뒤집어쓴 것이지요. 사부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북주에서 육압 도인을 무리하게 죽이긴 했으나 이로 인해 천도의 감시를 받게 되었습니다.

한 줄기 의지가 겁운을 움직이고 소신의 원신을 바짝 주시하고 있지요. 예컨대 소신이 대겁을 방해하는 일을 저지르면 원신을 크게 다치고 약 180년 후에나 깨어날 수 있을 겁니다. 대겁은 일찍이 정해졌으니 대겁이 떨어지는 걸 막으면 안 됩니다. 고로 소신은 도문과 천정을 생각하여 취사선택을 한 것이지요.”

“그래? 어떤 취사선택을 했느냐?”

옥황상제는 책상에 놓인 과일 접시들을 불러와 두 사람 사이에 놓고 이장수의 얘기에 집중했다.

“천교와 절교가 겁에 들게 되리라는 건 통천 사숙과 다보 사형도 알고 있습니다. 무릇 절교에서 경지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하는 이는 모두 알고 있지요. 제가 구하고 싶다고 구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폐하처럼 천도 운행에 관여할 수 있는 천제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막아낼 수 없지요.

그러나 대겁이 도문만을 겨냥한다면 서방교가 이익을 보는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서방교 두 사숙께선 대홍원을 세워 성인이 되신 터라 안 그래도 크게 흥성하는 것에 간절합니다. 도문이 기울면 서방은 크게 흥성하게 돼 있습니다. 하여 소신이 절교와 상의하여 그들을 대겁에 들이고, 겁운 속 의지에 인정을 베풀었습니다.

그런 다음, 인정을 빌미로 암암리에 목공에게 서방 영산으로 갔다가 영산을 지나면 들어가지 않고 천정으로 돌아오라고 했지요. 인정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균형의 의미기도 합니다. 그러고 나서 폐하의 손으로 서방교가 겁에 들도록 이끌고 인교를 대겁에서 빼냈습니다······. 폐하, 용서해주십시오.”

“하하, 하하하! 묘하구나, 묘해!”

옥황상제는 포도를 쓱 빨아먹으면서 한바탕 크게 웃었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대전 안에서 맴돌았고 그는 이내 손바닥을 휘휘 흔들었다.

흰옷 차림의 옥황상제의 눈에 별빛이 반짝였다.

“괜찮다! 짐도 대겁에 영향을 받아 대겁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오히려 장경 네가 이번 계획에 내 힘을 빌리긴 했지만, 오히려 내 마음을 훨씬 더 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줄곧 네가 무엇을 바라는지, 천정에는 어째서 들어왔는지, 어째서 내 곁에서 나를 보좌하려는지 알지 못하였거든. 그런데 이제 알게 되었구나. 태청 사형도, 대법사도, 너도 마찬가지다.”

정작 이장수는 옥황상제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여 눈을 끔뻑였다.

뭐가 마찬가지라는 거지?

설마 또 미묘한 오해가 생긴 건 아닐까?

“이번 대겁에서 천정은 어떤 위치에 서야 할 것 같으냐?”

“위쪽입니다.”

이장수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천정은 이번 대겁에 참여하지 않고 대겁이 일단락되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대전 밖에 있는 금빛 기둥을 잘 활용하십시오.”

“잘 활용하면 어찌 되고, 활용하지 못하면 또 어찌 되느냐? 어차피 대부분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냐. 난 이 일을 네게 맡길 것이다. 대겁이 정식으로 떨어지면, 감찰권을 부여하마. 그때, 너는 천정 특사이자 천도의 사자가 된다. 대겁에서 누군가를 구하고 싶으면 그리하려무나.”

이장수는 벌떡 일어서서 옥황상제에게 읍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우리 사이에 당연한 일이지 않으냐. 도조께서 말씀해주지 않으셨다면, 나는 네가 전에 했던 노력들을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무언가를 더 염려하지 말고, 마음속에 담아두지도 말고 나와 상의하여라. 네가 진심으로 천정을 대하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천제인 나를 진심으로 대한다면 나도 똑같이 너를 대하고 힘이 되어줄 것이다. 천정이 크게 흥성하는 것도 결국 장경 너의 공이다. 겁이 끝나면 천정이 어찌 될지는 모르나 내가 선인의 우두머리로 있는 한, 그다음을 누리는 건 네가 될 것이다.”

이장수는 일어서서 옥황상제와 눈을 마주했다. 웃는 낯에 편안함이 더해졌다.

“이 얘기는 그만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자. 이번 대겁의 이름은 봉신(封神)이다. 천도가 천정을 확충하려는 것이지. 백 년 후, 천교, 절교, 서방교는 자소궁에 가서 봉신방에 서명할 것이다. 그때 나도 가야 하는데, 너도 나와 함께 천도 어른을 뵈러 가는 것이 어떠냐?”

“폐하께서 명을 내리셨으니 소신도 응당 따라야지요.”

“이번 대겁은 어떤 식으로 봉신을 할지 모르겠구나.”

옥황상제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고는 말을 이었다.

“대겁은 반드시 살업(殺業)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삼교 선인들이 직접 싸울 것 같으냐? 이쪽에서 저쪽 도장을 밀고, 저쪽은 이쪽 제자를 죽이려나? 그러하다면 봉신은 무엇을 기초로 하게 될까? 삼교에서 그 영들이 있었던 위치를 기초로 할까, 아니면 법력의 강약, 아니면 품성에 따르는 걸까?”

“천도가 이미 안배를 다 해두었을 겁니다.”

“도조께서도 그리 말씀하셨다. 천도가 이미 안배를 해두었다고 말이다. 참, 장경아, 태청 사형께서는 언제 너를 정식 제자로 거두겠다고 하시더냐?”

“그건······.”

이장수는 한참 말이 없다가 장난기 어린 말투로 대답했다.

“스승님의 뜻을 봐야지요. 그때가 되면, 소신은 폐하를 사숙이라고 부르게 되겠군요.”

“하하하! 자, 실컷 불러보려무나!”

“폐하, 천정의 법도는 지켜야지요.”

“재미없구나. 너는 목청화일 때가 훨씬 재밌었다.”

옥황상제는 귤을 깎아서 이장수의 손으로 툭 던졌다.

“네가 대전으로 들어왔을 때, 나는 널 사부님이라고 불러볼 생각이었다. 네가 경악하면서 식은땀을 흘리나 어쩌나 반응을 보려고 했지. 사매를 도와준 건 그렇다고 치고, 선생이 돼서까지 중매를 맺으려고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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