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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형이 실력을 숨김 (497)화 (497/593)

변장을 생각하니 서유기가 떠올랐고, 처음으로 되돌아간 금선자도 떠올랐다.

지금은 봉신대겁을 대응하는데 모든 정력을 쏟아야 한다. 서유기는 급할 게 없다.

두 차례 겁의 결과로 보면, 서유기는 서방교를 크게 흥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봉신은 서방교가 흥성할 때 서방교의 지도자가 누구인지 결정한다.

월궁에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는 법. 무엇이든 가르친 성과가 있어야 한다.

떠나기 반년 전, 상아들에게 새로운 공연 방식을 인도하기로 계획했다.

노래하며 춤추기.

토끼를 겁주고 서유기에 나오는 ‘호, 하, 호, 하, 샤리와~ 샤리와~’하는 노래를 가르치는 건 어떨까.

대겁 전에 참여하는 기분이 들게 해 줘야지.

흐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공무를 수행하는 건 공무를 수행하는 거고, 봉신방 서명이 곧 다가오고 있으니 월궁에서 상아들과 웃고 떠들고 즐기는 데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

화신 하나에 모든 정신을 묶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월계궁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건 단순히 남선인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혜택을 뿌리면서 명성을 바로잡기 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남들은 모르는 몇 가지를 고려한 행동이었다. 이 기회를 빌려 서방교의 내막을 폭로할 생각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아니겠는가.

서방교에 관한 그의 지식은 피상적인 부분에 머물러있다.

서방교에는 성인이 두 분 계시고, 많은 성인 제자가 있으며 수중에는 홍몽 흉수와 상고 요족들을 움켜쥐고 있다.

이것 외에는 아는 바가 극히 적다.

상고 때 서방교는 도문 너머에 교파를 세우고 성인들도 성인이 대홍원을 세우고 끝없는 공덕을 얻어 성인이 되었다. 그리하여 상고부터 서방교는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수를 제도했을까? 오부주 밖에서 얼마나 큰 세력을 발전해냈을까?

아마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일 것이다.

‘악인의 악행을 감춘다’라는 말로 성인 대교파를 형용하면 좀 불경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서방교는 이런 방면에서 아주 서방교가 서방교했다고 할 수 있다.

접인 성인의 경우,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제자가 많다. 내가 주로 맞붙은 이는 지장이고, 금선자는 반쪽짜리 성인 제자라고 할 수 있다.

지장과 체청은 나름대로 큰 성가심을 주었었다. 지금이야 백택이 체청을 다스리고 있다지만, 그래도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그밖에 허보리는 두 번 요족을 현혹했고, 요족의 손을 빌려 천정을 약화하고 천정이 흥성하는 시기를 늦추고자 했다. 그 의도는 더없이 확실했다. 두 번 다 티를 내지 않고 서방교를 무사히 퇴각시켰다.

허보리 또한 까다로운 적이 분명하다.

육압이 죽은 뒤로 지금까지 천지가 고요해 보이는 건 대겁이 왕림하고 천정이 대겁의 주도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봉신이라는 두 글자는 어떻게 생각해도 천정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서방교는 제자를 제약하고 대겁이 구체적인 맥락을 드러내길 조용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서방교뿐만 아니라 절교, 천교도 이 순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기류가 천정 바닥에서 흐르고 홍황 천지 사이에서 끊임없이 넘실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천정에 숨은 배신자를 당장 잡아내지는 않았다. 그들 또한 이장수가 손에 쥔 바둑알로 예비 방안들 속에서 나름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니 말이다.

계략이란, 간단하게 대처해서 될 일이 아니고 남의 힘을 빌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이 빈틈을 이용해 이장수는 어깨에 힘을 빡 주고 월계궁에서 여유롭게 하루하루를 보냈고, ‘라방’을 통해 천정 곳곳에 자신의 행적을 알렸다.

홍황에도 ‘미담’이라는 게 떠돌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수신이 아내를 두려워한다, 수신이 운소 선자한테 뭔가 잘못한 일이 있다, 이런 식으로.

거참!

신선의 일을 가지고 두렵다고 표현해서 되겠는가!

존중이지, 존중!

종이 도인은 동쪽과 남쪽 천애해각에서 각각 묘령의 소녀와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하여 멀리 이동하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성인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성인이든 홍황의 대부분 고수든 무의식중에 삼천 대세계를 오부주의 속국으로 보고 삼천 세계를 무시하는 마음이 있다.

이장수가 이를 어찌 내버려 두겠는가?

서방교는 용족을 사로잡으려고 할 때 여러 번 삼천 세계의 ‘힘’을 이용했었다.

이번에 조사해야 할 부분이 바로 서방교의 그 일부 외부 세력이다.

안전을 위해 두 종이 도인은 여섯 겹의 위장을 했다. 혹시 정체가 까발려지거나 대라금선이 천 리 이내에 나타나면 바로 자폭할 것이다.

조사하지 않았을 땐 몰랐는데, 한번 조사하니 기존에 갖고 있던 무수한 인지에 변화가 생겼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전에는 그 역시 연기사들의 ‘습관적 사유’에 영향을 받고, 삼천 세계는 가령 최근 만 년 사이에 궐기한 수많은 세력일지라도 오부주에 끼치는 영향에 한계가 있고, 결국 오부주의 ‘부품’에 불과하다고 여겼었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 살펴본 지 2년 만에 이장수는 삼천 세계를 중시하는 정도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그렇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삼천 세계의 인간족 및 인간족 연기사의 수가 실로 너무나도 많아서였다.

이 세상은 자질이 출중한 인물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 삼천 세계도 수많은 고수를 배출했고, 일찍이 크고 작은 세력으로 나뉘었다.

일부 큰 세력은 대천세계 전체를 차지하고 인근의 수많은 대천세계, 소천세계에 영향을 주는, 그 자체로 ‘방대’하다고 부를 수준이었다.

서방교는 이런 규모의 큰 세력을 많이 가지고 있던 것이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장수는 뛰어난 둔술을 이용해 잠시도 쉬지 않고 대천세계 백여 곳을 조사했다.

그중 30여 곳은 이미 ‘통일’되었고 절반이 서방교의 그림자가 드리운 상태였다!

나머지 대천세계 60여 곳도 대부분 서방교 세력이 길게 손을 뻗치고 있었다!

서방교는 밑천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확실히 좀 무섭긴 하군.”

사실 서방교를 상대하기 위한 이유만으로 조사를 실시한 건 아니었다.

천지 규칙을 고치고 균형의 도를 완성하려면 삼천 세계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조정해야만 했다.

오부주는 연기사들 마음속 성지고, 남섬부주는 인간족 기운이 모인 땅으로 더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삼천 세계는 거대한 잠재력을 품고 있었다. 결코 단순한 ‘병사 공급원’이 아니었다.

서방교가 대천세계에서 ‘향불신교’를 꾀하여 무수한 범인을 통해 향불을 모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남섬부주 속세만큼 효과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날이 거듭 쌓이다 보면 퍽 대단한 공덕이 모일 것이다.

문득 봉신대겁 후의 어떤 존재, 불국(佛國. 부처가 있는 국토, 극락정토)이 떠올랐다.

서방교가 기도하는 건 단순히 천도 공덕 ‘대출금’을 갚는 일이 아니었다.

두 명의 성인은 아무래도 도문 성인에게 계속 억눌려지내는 것도 달갑게 여기지만은 않을 테고.

“내가 또 무얼 할 수 있을까?”

캄캄한 구석에서 이장수는 혼잣말을 하며 끊임없이 고민했다.

아까 내보낸 종이 도인들은 불태워 흩어버렸다.

현재 천정은 아직 사방을 정벌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그럼 어째서 암암리에 세력을 끌어모은 다음 천정의 자원과 기운을 빌려 삼천 세계에서 이 세력이 몸집을 키우도록 하지 않는 걸까?

이장수는 눈앞이 번쩍했다.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내려가기로 했다. 종이 도인이 밀실에서 붓을 들고 빠르게 휘갈겼다.

사고를 펼치기가 무섭게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전에 ‘천정의 보이지 않는 세력’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장차 문정 도인을 안둔하고자 마지못해 한 생각이었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진 않았었다.

그때와 비교해 지금은 무엇이 생겼지?

백택.

백택의 모략과 지혜는 큰 세력을 감당하기에 충분하다!

고수들이 옆에서 좀 더 거들고, 종이 도인을 이용해 수시로 동행하면 삼천 세계에 발을 딛고 서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게다가 사조 강림도 있었다.

삼천 세계에서 지냈던 사조는 그 세력이 걸음을 내디딜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세력에 그렇게 마음을 쓸 필요도 없다. 백택의 등장은 나를 완벽하게 충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일은 옥황상제가 어지를 내리기만 하면 된다.

현재 천기가 혼란하고 아무도 추산하는 이가 없을 때, 용족과 지부가 암암리에 협력한다면 절대적으로 들판을 태울 정도로 맹렬한 불길이 될 것이다!

서방교를 억압하고, 천정이 궐기하고, 도문을 수호하고, 천도의 균형을 이룬다!

이장수는 붓을 들고 앞에 놓인 흰 종이에 세 글자를 썼다.

임천전(臨天殿)!

응?

이맛살을 구겼다가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켰다.

주위에 푸른빛이 가물거렸다.

공명도심 고급 버전인 현자시각을 가동하고 자신의 상태를 자세히 감응했다.

겁운의 간섭은 없었다. 이런 생각은 사실 다년간 마음속에 굴리고 쌓아온 것이었다.

언제부터 시작하면 될까?

맑은 심경을 유지한 채 세세히 따지고 따로 종이 한 장을 더 꺼내 독특한 ‘복잡한 암호’를 그렸다.

개는 효천견을 지칭하며 양전의 일을 의미한다. 치마는 유금현아가 천정에 올라가는 것으로 슈퍼 천병 계획이다.

병(病) 자, 108명의 마병과 지부의 일이다. 돌멩이는 석기 낭랑이다. 앞으로 찾아봬야 할 인물이기도 하다.

식탁은 천교와 절교 성인 제자가 우의를 다지는 활동이고, 산굴은 화운동이다.

구름은 오장관 진원 대선을 찾아뵙는다는 뜻으로 중립파 대능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한번 시도는 해봐야 한다.

그림 뒤에는 일고여덟 가지 사물이 있다. 이어서 간단한 모양의 나무집을 그렸다. 임천전을 조직한다는 의미다.

“할 일도 참 드럽게 많군.”

생각이 트이고 깨달음이 마구 솟구치자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때, 심념이 살짝 흔들렸다.

월궁에 있는 종이 도인이 고모 화운을 데리고 월계궁으로 오는 용길을 포착했다.

화운은 이름을 바꾸어 운화 선자로 불린다. 불과 2년 사이에 경지는 진선경에 도달했다.

수행이 아닌 왕모가 하사한 경지로 천선경까지 올라갈 것이다. 단점이라면 법술로 싸울 수 없다는 점이고, 순수한 선령의 육신을 지녔다는 게 장점이다.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해서 금선경까지 올라갈 순 없지만, 천정에는 선도 영근이 있으므로 운화 선자는 기나긴 수명이 보장된 셈이다.

수행에서 핵을 쓰니 하루가 멀다고 돈오가 찾아왔다.

옥황상제와 왕모야말로 전형적인 ‘불법 핵’ 아님?!

한참 기다리니 용길이 운화 선자를 데리고 대전 옆에서 날아왔다. 춤을 연습하는 상아들을 방해하지 않고 이장수 자리 앞까지 다가왔다.

이장수는 구리거울의 방향을 조정하고 잠깐 구리거울의 ‘소리 전달’ 기능을 껐다.

이제 수신부 앞의 구리거울에서는 이장수의 얼굴만 보일 뿐이었다.

“스승님.”

이장수는 빙그레 웃으며 천정의 두 ‘공주 전하’께 읍하고는 방석 두 개를 불러와 앉으라고 눈짓했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용길이 먼저 전음으로 사정을 설명했다.

“스승님, 고모님이 부탁이 있대요. 스승님은 아바마마가 가장 믿는 분이잖아요. 하여 고모를 속세로 한 번 보내 달라고 아바마마께 부탁을 드려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운화 선자는 미안한 기색을 띠며 조용히 ‘번거롭게 해드려서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이장수는 인상을 쓰며 전음했다.

“속세를요? 잘 계시다가 갑자기 속세에는 무슨 일로 가려는 겁니까?”

운화는 서신 한 통을 이장수에게 건넸다. 열어보니 양천우에게 쓴 서신이었다.

서신에는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의 쓰라림으로 가득했다.

몇 번이나 들여다보고는 서신을 돌려주었다.

“운화 선자는 천정으로 돌아오기로 한 날 이미 속세와 연이 끊어졌습니다. 선자의 마음이 꽤 깊다는 건 알지만, 굳이 충고를 드린다면······ 폐하를 찾아가 사실을 털어놓으세요. 폐하께서 윤허하시어야 이 인연에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폐하께서도 속세를 경험한 기억이 있으니 진작 알고 계십니다.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양천우를 천정으로 불러서 두 분이 만나도록 해주실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이랑 신군 양전이 탄생하는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이장수는 옥황상제를 설득할 자신까지 있었다.

다만 그가 무리하게 간섭할 수는 없다.

“그건······ 좀 두려워서요.”

“두렵다면 차라리 잊으시고요.”

“제가 잊을 수 있었다면······ 아아.”

“용길 전하, 전하는 이 일에 더는 끼어들지 마십시오. 본인이 똑똑하여 다른 사람의 이목을 속일 수 있으리라 여기지도 마시고요. 천정에서는 ‘인언가외(人言可畏. 사람의 말은 무섭다, 즉 소문은 무섭다는 뜻)’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십시오.”

이장수는 말을 끝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운화 선자는 눈가가 붉어진 채 허리를 숙인 후 구름을 타고 돌아갔다.

용길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으나 이장수의 눈빛이 그 어떤 때보다 엄격한 터라 겁을 집어먹고 고개를 숙인 채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만 할 뿐이었다.

며칠 후.

운화 선자가 머무는 신전 안. 검은 인영이 살금살금 나타나 잠이 든 운화 선자의 이마를 살짝 가리키고 그녀의 꿈에 간섭하고는 조용히 떠났다.

검은 인영이 자취를 감춘 후, 구석에서 두 인영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좌측에 있는 이는 평범한 청년 도인의 용모를 한 이장수의 종이 도인이었다.

우측에 갑옷을 입고 화가 난 표정인 청년 장군은 옥황상제의 새로운 화신, 진천주였다.

이름은 이장수가 바쳤다.

두 사람은 선력 결계에 감싸진 터라 운화 선자의 경지로는 그들을 감지하지 못했다.

진천주가 낮은 목소리로 성을 냈다.

“부원, 이놈을 당장 죽여야겠다!”

“폐하, 운화 전하의 주위를 보십시오.”

진천주는 금빛이 번쩍이는 두 눈으로 운화 선자의 등 뒤를 보았다. 옅은 회색 기식이 운화 선자의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겁운······.”

“며칠 전, 운화 선자가 소신을 찾아왔을 때도 이미 겁에 들어 있었습니다. 경솔하게 움직이면 안 됩니다.”

진천주는 숨을 훅 들이켜고는 조용히 말했다.

“장경, 바짝 주시하라. 화운이 정말로 겁을 맞이한다면 내 부원을 제 명이 죽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전하가 속세에 내려가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겁운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 짐도 천도의 의지를 거스르는 일을 할 수 없다. 휴, 뜻대로 하게 둬야지.”

옥황상제의 화신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빌어먹을 양천우 자식! 좀 더 괴롭혀야지. 껍질을 다 벗겨내도 모자랄 놈! 내 동생이 그렇게 만만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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