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60화. A사원 (60/85)


제60화. A사원
2022.05.27.


어색한 침묵이 흐르나 싶었는데 도아가 짧은 웃음으로 그 분위기를 깨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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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야. 얼굴 보기 왜 이렇게 힘들어?’

눈을 수차례 깜빡이던 주혜는 여느 때처럼 도아의 옆으로 쪼르르 다가와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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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요즘 외부 일정이 많아서 바빴어요. 이제 진짜 내려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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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다시 생초보로 돌아간 기분이야.’

도아가 손에 든 커피잔을 들어 보이자 상대방이 귀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커피 내리는 머신 소리가 자연스럽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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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점 관련 자료 확인하다 본 건데, 커스텀 서비스 아이디어가 사원이 낸 거라면서요. 그거 언니라고 하던데, 진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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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리듯이 말한 건데 대표님이 기억해 주셔서 그렇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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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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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그렇긴 하지.’

진하게 내린 커피를 한 모금씩 넘기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기들 모임은 언제로 할지. 요즘 일은 어떤지.

옅은 미소를 띠던 도아는 무언가 생각난 듯 주혜에게로 바짝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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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 씨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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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언니 그거 알아요? 지헌 오빠랑 우리 팀 언니랑 사귄다?’

내가 짐작하기에는 우진 씨가 아무래도 너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응원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주혜는 그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을 잘라버렸다.

큰 목소리에 주춤했던 도아는 다음에 또 말해줄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새로운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생각보다 자세한 에피소드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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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런 소식은 어디서 듣고 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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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들려요. 듣고 싶지 않아도.’

키득거리며 웃던 주혜는 자랑하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을 골똘히 바라보던 도아가 들고 있던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살며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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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야. 그러면 혹시 내 소문도 들은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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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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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과하다 싶을 정도로 눈을 크게 만든 주혜는 곧이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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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언니 관련된 이야기는 못 들었어요. 왜? 누가 뭐라고 해?’

주혜는 작은 주먹을 말아쥐며 진심으로 걱정하듯 눈썹을 내렸다. 본인 스스로가 생각해도 오버스러울 정도로 크고 과장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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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분위기가 좀 달라서. 아직 적응을 못 해서 그런가 봐.’

괜한 이야기를 꺼냈다. 눈물 많은 동생이 또 엉엉 울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었다. 도아는 멋쩍게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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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 돌면 내가 제일 잘 알지! 혹시라도 들리면 바로 알려줄게요.’

그 모습을 관찰하던 주혜가 입 끝을 씰룩이다 해맑게 웃었다. 너무 천진해 기뻐 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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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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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아무 일 없어요.”

오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던 도아가 초점을 시우의 눈동자 위에 맞추었다.

괜찮겠지. 작은 소식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주혜였다. 그녀가 모를 정도면 정말 본인들끼리 웃자고 한 이야기일 게 뻔했다.

도아는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는 불안하고 찝찝한 마음을 시우의 온기로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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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로 몇 주가 지났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와 같은 이야기가 들리지는 않았다.

미팅과 회의로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고, 헛소문을 접하면 전달해 주겠다던 주혜 역시 잠잠했다.

그러니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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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아 씨! 오늘 점심은 나랑 둘이 먹을까?”

진아가 허공에서 휘휘 손을 저으며 시선을 끌어당겼다. 오전 내내 모니터만 보던 도아는 그제야 시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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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좋아요. 가고 싶은 곳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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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와이 샌드위치 생각나서. 아기가 먹고 싶다는데, 우리 팀원들은 한식파잖아.”

배를 만지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진아를 확인한 도아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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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아이가 먹고 싶다면 가야죠! 거긴 머니깐 차 타고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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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 내 차 타고 가자.”

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옷장에서 얇은 코트를 꺼냈다.

책상이 더러워 한쪽으로 몰아라도 놓을까 하다가 어차피 금방 지저분해질 것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휘어진 머리카락을 코트 속에서 빼내며 사무실을 훑었다. 하얀 햇빛이 들어와 화이트 톤의 사무실과 나무들을 밝게 물들였다.

오늘도 몹시나 평화로운 하루였다.

어차피 자신은 이제 비서도 아니기에 대표와 공식적으로 붙어 있을 일은 없었다.

먹이가 없으니 흥미를 잃을 것이고, 수군거림은 곧 사그라들 것이었다.

그냥 일만 묵묵히, 일만 열심히 하면……. 그러면 칭찬도 받고 성취감도 느끼고. 그러다 보면 다 잊혀질 찝찝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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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주차장이 이렇게 추워? 오늘 밖에 엄청 추운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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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겨울옷들 빨리 꺼내야겠어요. 제가 가게 주소 불러드릴게요.”

걸음을 재촉해 차에 올라탄 두 사람은 갑자기 변한 날씨에 몸을 오들오들 떨며 가게로 향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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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대표님이다.”

가게의 주소를 검색하던 도아가 진아의 말에 고개를 들어 올려 대표를 찾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시우는 월튼과 이야기를 나누며 주차장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큰 키와 넓은 어깨, 깔끔하게 넘긴 머리와 우아한 걸음걸이. 여전히 멋있고 눈길이 가는 사람이었다.

이어 검은 세단이 주차장 입구에 도착했고, 운전석에서 재빠르게 내린 김 기사는 뒷좌석 문을 열었다. 시우는 자연스럽게 탑승했고, 차는 부드럽게 주차장을 떠났다.

오늘따라 유난히 멀게 느껴지는 대표님은 한편의 광고처럼 짧고 강렬한 잔상을 남기고 떠났다.

그래도, 기분 좋아지는 음악이라도 들은 것처럼 도아의 마음에 미지근한 온기가 돌았다.

그러니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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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자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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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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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자주 봤잖아. 눈 호강은 실컷 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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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이 즐겁긴 했는데, 실수할까 긴장해서 처음에는 잠도 잘 못 잤어요. 워낙 일 처리가 칼 같으셔서요.”

주차장을 나오자 차가운 햇살이 차창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대표의 이야기에서 어제 본 드라마로 주제를 바꾼 진아는 오늘따라 유난히 과장된 수다를 떨었다. 샌드위치 가게에 거의 다 왔을 무렵에야 짧은 정적과 함께 멈추었다.

자동차의 흔들림이 유난히 크고 소란스럽게 느껴졌다. 운전자는 함께 흔들거리는 눈동자를 조수석 쪽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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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내가 어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음……. 놀라지 말고 들어야 해?”

그리고 운전대를 검지로 툭툭 두드리다 멈췄다 하는 행동을 반복하다가 결심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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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네. 어쩐지. 아까부터 계속 제 눈치 보시는 것 같았어요.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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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뭐, 대표님한테 잘 보이려고 막 애교부리고 그랬……어? 하하, 진짜 물어보고도 민망하다. 도아 씨 그런 사람 아닌 거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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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요? 아니죠. 당연히. 그리고 그 내용이라면 저도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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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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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거 우연히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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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들었다고? 그걸 거기서 이야기하고 있어? 세상에. 기분 나빴겠어, 진짜. 아니, 나도 딱 봤는데 너무 황당하더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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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잠잠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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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사람들이 정확히 뭐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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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대표한테 잘 보이려고 딸랑거린다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웃기죠?”

욕이라도 내뱉으며 잔뜩 열 낼 줄 알았던 도아가 차분한 태도를 보이자, 진아는 오히려 자신이 화가 치솟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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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웃긴 게, 여태껏 조용하다가 왜 이제 와서 난리래?”

어느새 차는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진아는 내릴 마음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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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참는다고 될 일이 아닌 거 같아. 진짜 얼마나 황당하냐면, 도아 씨가 인사팀장한테 부탁해서 비서실로 올라갔다는 내용도 있어. 이건 징계감인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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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런 부탁을요?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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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아 씨가 비서실 올라갈 때 표정이 담담해 보여서 더 그랬나 싶기도 하고.”

조금 전과 다르게 놀라 보이는 도아를 달래고자 진아는 혼잣말로 계속 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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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도 좀 비싼 거 사 입을 수도 있는 거지. 진짜 웃겨.”

그러다 흘리듯이 꺼낸 옷 이야기에 도아가 귀를 쫑긋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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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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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옷. 도아 씨 더이브 매장에 갔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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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명까지? 그렇게 자세하게 소문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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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도아 씨 내려올 즘부터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나 봐. 나도 모르다가 이틀 전에 익명 앱 회사 게시판에 누가 올리면서 듣게 됐어. 그 글 때문에 소문이 쫙 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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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라갔다고요? 그냥 직원들끼리 떠드는 게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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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도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자 진아도 덩달아 시선을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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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님, 혹시 저도 좀 볼 수 있을까요? 전 그 앱을 안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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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캡처사진 있어. 그런데……. 너무 놀라면 안 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들었다.

**

[핵심부서에 배치받으려고 악을 쓰던 A사원. 결국 성공했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인사팀장에게 부탁해 비어 있는 비서실에 자진해서 올라감. 대표의 관심을 받기 위해 스킨쉽은 필수.

어두운 회의실에서 단둘이 있던 것도 목격됨. 대표님의 정보를 하나라도 더 알고자 보안팀 직원과 술자리는 반드시 참석. 그 사이 보안팀 직원과 썸 시작. 본인 월급가격의 옷까지 서슴없이 사 입으며 잘 보이고자 함.

알고 보니 그 옷가게는 대표가 자주 이용하는 더이브라는 옷가게였음. 별을 따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다시 원래 부서로 돌아와 근무 중. 그 와중에 새로운 지점과 관련된 중요 프로젝트에 공을 자신이 새웠다며 정신승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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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얼어붙은 도아가 줄 바꿈 하나 없는 벽돌 같은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생각보다 악랄한 내용에 손끝은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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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이없지?”

이렇게까지 말도 안 되는 내용이 퍼질 줄 몰랐다. 온몸이 뻣뻣이 굳어 대답조차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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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글 내려갔어. 도아 씨. 안 믿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 걱정 마.”

겨우겨우 정신을 다잡고 고개를 끄덕인 도아가 관자놀이에 가느다란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꾹꾹 원을 그리듯 누르며 내용을 곱씹었다.

인사를 했을 때 떨떠름하게 미소짓던 몇 명. 무언가 해줄 말이 있다는 듯 약속을 잡고자 했던 몇 명.

그래도 기분 탓이라고 믿었다. 주혜가 모를 정도의 소문이라면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이렇게까지 퍼졌다면 주혜가 모를 리 없었을 텐데. 왜 말을 안 해줬지?

더이브 옷을 정장으로 입고 왔던 걸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후에 종종 입기는 했지만, 재킷과 팬츠를 따로 입었기에 브랜드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자신이 들었던 말이 진짜라고 하던 사람은 동기 중 한 명.

우진이 흘리듯 한 이야기. 지금 진아 대리가 전한 내용.

그동안 들었던 이야기들을 가만가만 되짚었다. 빽빽한 도열이 채워진 가운데, 황당하게도 한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민주혜.

도아는 도리질 치며 생각을 떨쳐냈다. 하지만 아까보다 더 선명하게 주혜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진과의 관계를 캐물으며 쏘아붙이던 원망이 섞인 눈동자가.

어쩐지 불안해 보이던 그날의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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