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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좋겠어요 (64/85)


제64화. 좋겠어요
2022.06.10.


언쟁이 오가는 동안 검은 눈동자는 상관없는 일을 바라보는 듯 잔잔했다.

그렇게 태연하게 서 있던 대표가 사건에 끼어들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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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우를 본 순간부터 안절부절못하던 민 팀장은 사건이 일단락 되는 듯하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가 어디서부터 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가 주혜의 편을 들었던 순간이 아니었으면 했다.

다행히 소란은 마무리되는 듯했고,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었다.

그런데, 한시우가 자신을 불렀다. 왜?

사람들이 조금씩 옆으로 이동해 민 팀장과 시우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길을 내주며 쓸데없는 친절을 베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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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네. 대표님.”

그녀는 모기 같은 소리로 겨우 대답을 내뱉었다. 이어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려 했는데 그것이 마음처럼 잘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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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 발령과 관련된 이야기도 들리던데, 제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습니까?”

고저 없는 물음이었다. 딱히 감정이 실리지도 않고, 그저 기안에 의문이 있을 때 확인차 질문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왜인지 모르게 15층에서 진땀을 뺐던 그 순간이 선명하게 되살아난 민 팀장은 지금의 분위기가 너무나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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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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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아 사원이 자진해서 비서실로 온 건가요? 대표를 어떻게 해보려고? 그런 마음으로 올라온 사원이나, 그걸 들어준 팀장이나. 여러모로 실망스러울 것 같은데요.”

또다시 아까와 같은 탄식이 가슴속을 채웠다.

내가 내 무덤을 파버렸구나. 주혜를 보고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됐었는데.

미간의 주름이 한없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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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도아 씨가 그런 부탁 한 적 없습니다. 보고 드렸던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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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중에 이도아 씨가 가장 훌륭하니 비서로 근무하면 좋을 것 같다는 그 말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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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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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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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말입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시우가 이번에는 주혜를 향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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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거기 서 있는 직원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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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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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말을 하셨습니까. 인사팀장님 곤란하시게. 비서는 제 일을 보좌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안 됩니다.”

매우 단정한 채근이었다. 말이 안 통하는 어린아이를 천천히 타이르듯이 또박또박 내용을 전했다.

그 태도와 서늘한 눈빛이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듯해 주혜의 얼굴은 점점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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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실입니다.”

목이 멘 채 겨우겨우 입술을 떼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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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숨에 질문을 섞어 내보냈다. 잠시 시선을 기울였던 시우가 그 말을 믿어준다는 듯 짧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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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팀장님이 일이 커질까 봐 그러시는 것 같은데, 사실입니다.”

대표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처럼 행동하자 주혜는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 어차피 고모는……. 고모는 내 편이었다.

엄마에게 크게 혼날만할 사고를 쳐도 고모는 항상 웃으며 자신을 달래주었다.

그녀를 향한 믿음의 벽은 단단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서도 확신에 찬 눈빛은 변함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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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혜 씨. 그만해!”

그러나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런 바람은 절규 같은 외침에 와르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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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표님 앞에서까지 거짓말을 하려고?”

다그치는 모양새에 자그마한 주혜의 숨소리가 눈에 띄게 떨리기 시작했다.

시우가 올가미를 옭혀 조여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민 팀장 역시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 사실을 모르는 주혜는 처음 보는 고모의 날카로운 모습에 서운함이 왈칵 솟아올라 마음이 울렁거렸다. 초조해진 얼굴이 울긋불긋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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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아까처럼 눈동자에 간절함을 한가득 담은 주혜는 울음 섞인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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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해요. 내가 사원이 부탁한다고 들어줄 이유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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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아 씨가 하도 부탁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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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질도 정도껏 쳐!!!”

악을 쓰며 거짓말을 해대는 조카를 향해 민 팀장이 무섭게 다그쳤다. 그 소리에 겁먹은 동물처럼 움찔하나 싶더니 금세 눈빛에 반항기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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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얇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던 주혜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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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외침과 함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복도를 채웠다. 커다란 그 소리는 금귤 나무 향처럼 복도의 끝까지 멀리 퍼졌다.

고모? 민주혜랑 인사팀장이 가족?

메아리 퍼지듯 퍼져나가는 울림을 따라 술렁임이 번졌다.

다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알만 굴려 상황을 정리했다. 떠도는 소문, 도아와 주혜의 말다툼, 그리고 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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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근데 민 팀장님이 주혜 씨를 도아 씨 부서로 인사이동 시키려고 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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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회식 때 승인이 안 나는 이야기하다가 흘리듯 말씀하셨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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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지헌이가 홍보팀 갈 줄 알았는데, 주혜가 가서 다들 놀랐었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퍼즐 조각들이 가지런히 맞춰지자 몇몇 사람들이 대단한 답을 알아낸 듯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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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다들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주혜 씨가 제 조카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이번 일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따로 이득을 챙겨준 것도 없습니다.”

아차 싶었던 민 팀장이 부랴부랴 사람들 앞으로 나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흘러내린 안경을 위로 올리며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인자한 그 태도가 조금 전 도아를 몰아붙이던 모습과 너무나 상반돼 혀를 찼다.

자신의 변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인사팀장은 체념하듯 힘주었던 몸에 긴장을 풀었다. 눈빛에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들썩거리는 조카의 조그마한 몸뚱어리를 짧게 쏘아보다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

훌쩍이면 그게 누구든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줬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물기 어린 시선 속에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 담기자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일이 다 꼬여버린 주혜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두리번거렸다. 고모는 없었고, 재수 없게도 도아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짜증 나.

홧김에 도아의 험담을 하고, 그것이 퍼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이보다 통쾌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마음고생 했던 것에 비하면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었는데, 결국 또 상황이 이렇게 돼버리니 몹시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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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런 눈으로 봐요? 그래요. 제가 처음에 소문냈어요. 그런데 틀린 말 하나도 없잖아요. 언니는 참 좋겠어요? 가만히 있어도 남자가 꼬이고, 원하면 다 이루고. 뭐든 쉽게 풀리니 인생이 참 즐겁죠?”

그 어처구니없는 내용에 가지런하던 도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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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즐겁냐고?”

아침에 혼자 일어나 조용히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새벽까지 공부하고, 성적이 나오는 날이면 혹시나 부모님의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나 싶어 전전긍긍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그까짓 칭찬 몇 마디에 보상이라도 받은 듯 기뻐하던 바보 같은 자신의 모습이 뿌옇게 떠올랐다.

주혜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면, 오히려 부러운 마음에 씁쓸했던 건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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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야말로 투정 부리고 눈물 흘리면서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고 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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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요?! 그렇게 사람 몰아가지 마요!”

주혜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카랑하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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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래도 괜찮고? 고모랑 있지도 않은 일 만들어내는 건 괜찮은 거야? 나한테 사과해야지 않아?”

자신을 싸늘하게 내려보는 도아와 눈이 마주치자 주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슬픔에 폭 잠겨 있는 눈동자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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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못한 거 없어요.”

작은 손바닥으로 세수하듯 눈가를 닦아 낸 주혜는 그대로 뒤돌아섰다. 연갈색 머리가 유난히 반짝거려 작은 움직임조차 눈길을 끌었다.

팔을 교차시켜 부들거리는 제 팔뚝을 부여잡은 그녀는 계단 출입구를 발견하고 곧장 뛰쳐 나가버렸다.

쾅.

문이 닫히는 소리에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영화가 끝난 것처럼 숨소리를 키우고, 고개를 이리저리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민 팀장은 사무실로 숨어버렸고, 주혜는 도망갔다. 혼자 남게 된 도아는 혼자서 모든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대로 가볍게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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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대표님.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디자이너님께도 이런 상황을 보여 드려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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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습니다.”

입술을 깨물며 겨우 내뱉는 말을 시우가 끊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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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아 씨가 사과할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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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이 비서님. 돌아가는 상황 보니 오히려 지금 화가 많이 나실 것 같아요. 들어가서 머리 좀 식혀요.”

어느새 도아의 앞으로 바짝 다가온 리라가 차갑디차가운 손을 꼭 감싸 쥐었다. 따뜻한 위로에 어쩐지 더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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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사합니다.”

도아는 입꼬리를 위로 당겨 최대한 밝게 웃어 보였다. 흘러내리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몇 번이고 귀 뒤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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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비서는 이런 뭐 같은 상황에도 저런 표정이 나올 수 있나 봐.”

월튼이 감탄하듯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 내용을 들은 시우가 도아의 표정을 가만히 살폈다.

단정한 웃음. 가볍게 구겨진 어여쁜 눈썹, 평소보다 높은 음색.

여러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물어뜯길 대로 뜯기고, 영양가 없는 논쟁으로 지쳐버린 도아만 보일 뿐이었다.

시우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자 옆얼굴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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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우린 이만 올라갑시다.”

비서의 제안에 대표가 가볍게 턱 끝을 내려 응했다. 그가 몸을 돌려세우자 자리를 지키던 구경꾼들도 빠르게 제 위치로 돌아갔다.

**

그 소란이 있었지만, 사무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분위기를 회복했다. 민 팀장은 조퇴했고, 주혜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데 다들 매우 친절하게 그들의 상황을 공유해 주었다.

분명, 화가 나고 속상해야 하는데 이상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만 반복적으로 떠올랐다.

시우가 보고 싶은데, 통화라도 하고 싶은데. 아마 그는 지금쯤 다른 직원들과 함께 4호점으로 이동 중일 터였다.

그러다 그 모든 장면을 바라보던 시우의 안개 같던 눈동자가 생각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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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아 씨.”

다행히 진아가 생각에 잠긴 도아를 불렀다. 그녀는 옆으로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향긋한 허브티가 담긴 잔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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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이 제일 안쪽이라서 복도에서 그 난리가 난 줄 너무 늦게 알았지 뭐야. 진짜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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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저도 놀랐는데, 이제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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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해결돼서 다행이야. 대표님이 민 팀장한테 물어본 덕분에 도아 씨가 인사팀장한테 부탁해서 비서실 갔다는 오해도 풀리고, 디자이너도 마침 도아 씨한테 인사하러 오고. 타이밍이 너무 좋았다.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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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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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민 팀장 그렇게 안 봤는데, 조카랑 편 먹고 사람 하나 바보 만들고 말이야.”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결과가 마음에 들었던 진아는 기분이 좋아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다 번뜩 자신이 너무 도아를 붙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자리로 돌아가 일하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아역시 가볍게 미소 짓고는 자세를 고쳐앉았다.

띠리리리.

짓누르는 마음을 비집어 길게 한숨을 내쉴 즘, 내선 전화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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