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㦡(즐거울 락) (41)
-드디어 와엠이 팬복지를 신경쓰기 시작하나봐
2집 시작하고서야 창단식에 팬봉에 팬싸까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발 고리 신경 좀 써줘라...우리 많이 사줬자나...ㅜ
-아무튼 크로노스 2집 팬싸 다녀왔습니다
예상 컷이 높아서 내 코딱지만한 월급 쪼개서 최대한 사도 안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다녀왔어요
후기: ㅅㅂ 존나 사랑한다 통장으로 너흴 키워 볼게
-앉은 순서
진성-유준-현우-주한-윤찬 순
멤버모두 처음이라 그런지 저 만큼 긴장한 거 같았어요...ㅎㅎ
-진성이 포스트잇
(포스트잇 질문.JPG)
[진성이는 연상, 동갑, 연하 뭐가 좋아?
답변 : 누나]
포스트잇 딱 보더니 갑자기 훅 고개 들고 나한테 물어봄
진성-저보다 누나에요?
나-응!
그리곤 바로 누나라고 답 적음...세상에 너 이런 거 어디서 배웠니ㅠㅠㅠㅠㅠㅠㅠ사랑한다 진짜ㅠㅠㅠㅠ
-유준이 실제로 보면 더 인상이 날카로워서 입 안떨어지면 어쩌나 긴장하고 있었는데 내가 다가가자마자 활짝 웃으면서 인사해줌
유준-안녕하세요!
나-아, 안녕!
유준-저한테도 누나에요?
나-응, 한참 누나야...
그러니까 유준이가 그렇게 안보이는데? 하면서 자연스럽게 앞에 진성이 사인한 거보고 내 이름 찾아 적음
뭔가 방송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능숙해 보여서 진심 뭐라고 하지...되게 마음속 깊은 곳의 진한 사랑을 느꼈엉요ㅠ
-유준 포스트잇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들었던 말과 말을 한 멤버는?
답변: 욕, 아 제발 게임 꺼라 좀 자자(서현우)]
유준 왈-본인이 늦게 일어나놓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침부터 싸웠나봐요(박수)
-현우 유독 긴장한 거 같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긴장 풀리는 거 보여서 안심~
-현우야...나 팬싸가서 너가 내 최애가 되어브러써....그런 눈으로 그런 말투로 따뜻하게 깍지 낀 채 다정하게 대해 준단 말이야....? 나 유사 안 먹는데...처음으로 넘어갈 뻔 했어...현우야ㅠ...
-혀누 약간 시선 울렁증 그런 거 있나? 많이 떨고 그러던데 나도 그랬어서 조금 걱정되네
-현우 포스트잇
[진성이를 그려 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근육몬
-현우 포스트잇
[멤버를 가족에 비유하자면?
답:
엄마-주한
아빠-매니저 형
첫째-나
둘째-윤찬
댕댕이-진성
기타(적어 줘):이웃집프로게이머 고유준]
ㅋㅋㅋㅋㅋ아...유준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팬 사인회에서도 동갑내기 둘이 싸우더랔ㅋㅋㅋㅋㅋ유준이 자기가 받은 머리띠 한번 써서 포즈 잡아주고 바로 현우한테 씌워줌>한 네개 씌우니까 현우 빠직해서 서로 씌어 주기 몸싸움> 현우 헤드록 걸리고 유준이 현우한테 정강이 차인 후 종결>이걸 실제로 본 고리들 꺄르르르찰칵찰칵찰칵
-주한 포스트잇
[주한이의 솔로곡은 언제??
답변: 우리 애들 다 만들어 주고]
ㅠㅠㅠㅠ주한아 넌 정말 다정한 사람이야...
-주한이 개인적으로 가장 선을 긋는 타입이라고 생각해서 깔끔히 대화나누고 사인받고 끝날 줄 알았는데 세상 자상했음ㅠㅠ손 내밀자마자 바로 잡아주고 먼저 깍지 껴주고 잘 웃고...
-윤찬이 포스트잇
[내 최애이자 멤버들의 힐링기 우리 윤찬이! 멤버들이 자주 손을 잡는데 그럴때 어떤 기분이에요?
답변: 많이 긴장하고 있나보다 하고 생각해요]
넌 천사야 아가
-윤찬이 실제로 본 후기: 새하얗고 솜털이 송송
-아니이슈바알 왜 나만 못가ㅠㅠㅠㅜㅜㅜㅜ왜 나만 못간거 같아ㅠㅠㅠㅠㅠㅠ다음엔 몇백장을 사서라도 꼭 간다 두고봐 크로노스....나 창단식은 갈거야!
* * *
팬 사인회에서 우리가 작성했던 포스트잇 답변들과 대화들이 SNS에 업로드 되고 있었다.
멤버 모두가 긴장했던 터라 혹여나 말실수라도 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반응을 보아 우선 겉으로 보기엔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된 것 같다.
컴백을 무사히 성공시킨 우린 본격적으로 팬 미팅 준비에 들어갔다.
비교적 여유로웠던 스케줄은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주한 형은 첫 개인 예능 <도둑을 잡아라 붐바!> 촬영에 들어갔다.
멤버들에게 촬영 후기 같은 것도 따로 말하지 않을뿐더러 멤버들이 물어봐도 ‘재밌었어.’ 정도로 간단한 코멘트만 했지만 매니저 형의 말을 들어 보니 꽤 멋진 활약을 보여 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번 활동 기간 내내 방송에 얼굴 많이 비치겠네. 다들 분량 뽑는 것도 좋지만 이미지도 챙겨 가면서 촬영에 임하도록.”
“네!”
YMM엔터테인먼트 소회의실.
매니저 형은 주한 형뿐만 아니라 진성이와 윤찬이의 개인 스케줄까지 발표하며 착실히 김 실장님의 입꼬리를 올려 주었다.
김 실장님은 매니저 형의 말을 다 듣고 자신의 다이어리를 보며 턱을 쓸었다.
“으음, <졸업합니다> 촬영 마무리까지 2주 정도 남았나?”
“네, 반응이 워낙 좋아서 스핀오프 예능이 나올 수도 있다고는 합니다만, 아직 정해지진 않았습니다.”
“음, 그거 정해지면 말해 주고요. 또, 내가 이번에 SES PD랑 밥을 먹다가 이야기를 들었는데 배차분 작가 신작을 SES에서 진행한다더라고요?”
“배차분 작가님이요?”
김 실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도 알지? 드라마 <너에게 전하는 일억 개의 이야기> 그거 쓰신 작가님인데.”
<너에게 전하는 일억 개의 이야기>.
한때 동아시아에 한류 붐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인기의 드라마였다.
배차분 작가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여러 로맨스 드라마를 흥행시키며 흥행보증수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네임드 작가였다.
그런데 갑자기 드라마 이야기는 왜 하는 걸까? 혹시 윤찬이가 연기 활동이라도 시작했나 싶어 획 윤찬이를 바라보았지만 윤찬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었다.
김 실장님이 말했다.
“이 드라마 OST를 우리 쪽에서 맡기로 했어요. 단순히 PD랑 친해서 인맥빨로 받아 낸 거긴 한데 난 이걸 우리 유준이가 맡아 줬음 하거든?”
갑작스러운 지목에 고유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자신을 가리켰다.
“……저요?”
김 실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유준이 목소리 그렇게 좋다고 데뷔 전부터 소문이 자자했는데 비교적 드러낼 기회가 없었잖아. 이번 기회에 한번 해 보자.”
김 실장님의 말에 고유준은 멈칫, 이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OST 인기 많겠다. 고유준 목소리면 끝났지 뭐.”
축하하는 의미로 고유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OST라면 부드러운 발라드일 가능성이 많으니 목소리를 잘 살릴 수 있을 거다.
고유준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이다.
“곡도 받고 있는 중이니까 주한이도 생각 있으면 제출해. 내가 따로 전달해 볼게.”
“네.”
“그리고 또…….”
김 실장님의 수첩이 촥촥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넘어갔다.
“현우 스케줄도 하나 이야기 나눈 게 있기는 한데 확정은 아니고, 게임 예능이 잡힐 수도 있어. 그렇게만 알고 있어.”
“오락 예능이요?”
내 물음에 김 실장님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게임 예능. 컴퓨터 게임 관련 예능이라는데 너, 팬들 사이에 게임 잘하는 걸로 유명하다며?”
“네…… 아마도요.”
“그래서 널 염두하고 있다나 봐. 그렇게만 알고 있어.”
“네!”
“아 참, 기획 팀은 팬 미팅 준비 어떻게 되어 갑니까?”
크로노스의 인기가 많아질수록, 활동이 많아질수록 공유할 이야기 또한 많아진다.
연습이니 촬영이니 잠도 못 잔 채 길어지는 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니 김 실장님의 물음이 계속될수록 멤버들의 눈도 점점 풀리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기획 팀이 김 실장님의 눈치를 보며 꺼낸 회심의 작품.
크로노스 응원봉.
“샘플 받아 왔는데요.”
눈앞에 놓이는 발광력 쩌는 낯선 응원봉에 번쩍 정신이 또렷해졌다.
“멤버들의 의견을 토대로 디자인 팀에서 진행해 봤는데 기획 팀 반응은 굉장히 좋았어요. 멤버들이랑 실장님 보시기엔 어떠신가요?”
엔틱한 금속 곡선 테두리 안쪽으로 원형의 투명 케이스. 그 안엔 시계의 초침이 비스듬하게 들어가 돌아가고 있었다.
거기다 발광력 최상. 블루투스 기능까지 탑재되었다고 하니 말 그대로 멤버들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아주 멋지고 예쁜 응원봉이었다.
“너무 예쁜데요?”
내가 말하자 대리님이 뿌듯하게 웃었다.
“그렇죠? 다들 예쁘다고 좋아했어요.”
멤버들 또한 돌아가며 응원봉을 만져 보고 불을 켜 보더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좋아요. 이대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실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난 미적 센스가 없어서. 다들 예쁘다고 하니 이대로 진행하면 되겠네요. 좀 빠르게 진행해 주세요. 너무 빠듯하게 움직이네.”
“앗, 네! 알겠습니다.”
“이번 주도 모두 화이팅 하고요. 열심히 해 봅시다.”
“네!”
드디어 회의가 마무리되려했다.
멤버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펴며 몸을 풀었고 주한 형은 기획 팀 대리님께 부탁해 응원봉 샘플을 받아 챙겼다.
“이제 우린 연습 재개하러 가자.”
“어엉.”
모두 나를 따라 회의실을 나가려 할 때였다.
“아, 맞다맞다. 참! 얘들아!”
김 실장님이 황급히 우릴 불러 세웠다.
“네?”
“너희 혹시 여권 가지고 있니?”
갑작스러운 물음에 멤버들이 대답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머뭇거리자 김 실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별건 아니고 저번에 한번 이야기했던 거. <비갠 뒤 어게인>. 활동 끝나면 촬영 들어가기로 했거든? 도쿄 아님 뉴욕이니까 여권 없는 사람들은 미리 준비해 놔. 비행기 타야 하니까.”
“……허억.”
“헐, 진짜요? 저희 비행기 타요?”
“뉴욕! 도쿄! 어디든 해외잖아. 아싸!”
“그러고 보니 너희 첫 해외 스케줄이네? 넉넉히는 안 되지만 그래도 하루 이틀 둘러볼 시간은 있을 거다.”
크로노스가 첫 해외 촬영을 나가게 되었다는 소식에 멤버들이 신나서 김 실장님과 매니저 형에게 질문을 해 댔다.
그 덕분에 발끝부터 올라오는 아찔함에 발작하듯 일어난 내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손이 몸이, 소름 끼치는 느낌에 떨리기 시작하고.
결국 눈치를 보며 슬쩍 멤버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회의실을 나섰다.
고난을 넘어 또 고난.
시선을 견뎌 내니 이번엔.
아직도 폭발음이 귀에 선명한데 내가 비행기를 탈 수 있을 리 없다.
마치 전부 견디지 않으면 내 꿈 따윈 절대 이룰 수 없을 거라고 경고받는 것 같았다.
벽에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아 차가워진 손을 주물거리고 있자 조금 뒤 회의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내 앞에 섰다.
“아, 저, 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자 보이는 사람은 심각한 얼굴로 날 내려다보는 수환 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