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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 문제해결 사무소에 어서오세요-5화 (5/39)

제 5화 사기꾼과 늑대인간(5)

아이들이 사라진 자리를 노려보고 있자니, 그가 루리아 부인을 진정시키고 나왔다. 조심스레 문을 닫는 것까지 확인하고 물었다.

“부인은?”

“다행히 유리가 좀 깨진 것뿐이야. 뭐, 부인은 조금 놀란 것 같긴 하지만.”

“......”

특유의 ‘신사적’인 태도로 안정을 시키셨나 보군. 작게 코웃음을 쳐주었다. 그나저나 빌어먹을 애새끼들 같으니라고. 어딜 던질 게 없어서 사람에게 돌멩이를 던진단 말인가. 이럴 때야말로 참된 교육이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활약할 시간인 것이다.

“떽끼.”

하지만 그는 곧장 손사래를 쳤다. 아니 왜. 사람에게 돌을 던지면 어떻게 되는지 제 몸으로 실감을 시켜줘야 다신 그런 짓을 안 할 것 아닌가. 나는 그리 주장했지만 그는 의견이 조금 달랐다. 슬쩍 호주머니에 넣은 돌멩이를 빼앗기고 말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누구보다 빠르게 읽어내지. 대부분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리는 능력 중 하나지.”

그는 돌멩이를 허공에 던졌다 받기를 반복하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좋게 끝나기는 힘들겠네.”

“그 말은...?”

“어른들도 우릴 좋게 보고 있지 않다는 소리지. 하긴 왜 안 그러겠냐만은.”

살인자(라고 의심받는)가 데리고 온 외지인. 안 그래도 흉흉한 분위기에서 딱 매달기 좋은 제물이 나타난 격이다. 라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바로 다음날부터 현실이 되었다.

“썩 꺼져!”

마을 주민이 떠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멀어지면서도 ‘왜 여기까지 와서 지랄이야?’ 하고 대놓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들렸다.

“아니...”

대놓고 내보이는 적의에 기가 막혔다. 눈이 마주쳤고, 그냥 사소한 질문이나 몇 개 해보려던 것뿐인데.

...사실 앞서 말했던 친절하지 못했다는 건 조금 많이 순화한 감이 있다.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마을 전체가 우리에게 적대적이었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 처음 우리가 만난 남자는 양반이었다.

‘할 말 없어. 비켜.’

차갑게 말하고 어깨빵을 갈기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

별 말도 안 했는데 욕지기를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

‘뭐야? 니들도 그 새끼랑 한패냐?’

심지어 다짜고짜 발치에 침을 탁 뱉으며 시비를 거는 인간도 있었다. 뭐, 나이깨나 먹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꼬라질 보아하니 주제에 대낮에 낮술이라도 거하게 잡순 모양이었다. 비틀거리며 걷다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쌍무을 걸어왔는데, 슬쩍 피하자 제 다리에 걸려 자빠져서 죽는다고 법석을 떠는 게 참 꼴불견이었다.

“하하하. 이거야 원. ‘순박함 속의 잔혹함 : 농촌의 실태.’ 내일 신문 기사로 딱 어울리는데, 내가 기자가 아니라는 게 이렇게나 통탄스러울 수가 있나.”

막말을 들으면서도 웃고 있던 그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슬쩍 내렸다. 다행히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몰려오긴 했지만, 약간의 퍼포먼스로 물러나게 할 수 있었다. 다만 이쯤 되니 기운이 쏙 빠졌다.

“...계속할 생각이야?”

얻은 것이라고는 ‘외지인과 눈만 마주쳐도 싸움을 걸 정도로 마을 분위기가 개판임.’이라는 정보 한 줄뿐인데, 그 대가로 마을 사람들의 적의란 적의는 모두 모으고 있으니 당연히 나올 질문이었다. 그가 아무리 수완이 좋은 인간이라지만 대화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랑 해야지, 눈만 마주쳐도 호랑이를 만난 물소마냥 개지랄을 떠는데 대화 능력이고 나발이고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뭐. 의뢰는 받았으니까. 당연하잖아?”

“당연하다는 사람의 눈이 울고 있는데요.”

“응? 누가.”

“너요.”

“...이런, 기분 탓이겠지. 내가 말이야. 이런 시골 텃세 하나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아?”

그는 언제나처럼 빙글빙글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다시 말해서, 언제나처럼 사기를 치고 있단 소리였다. 여기서 ‘응’이라 대답해서 그의 얼굴을 울상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서 우리편의 사기를 꺾어봐야 내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한숨을 쉬며 화제를 돌렸다.

“차라리 사건이 더 터졌으면 좋겠어. 그러면 의뢰인이 범인이 아니라는 게 밝혀질 것 아냐.”

“음...글쎄.”

그는 피식 웃었다. 뭐랄까, 어린애를 보는 듯한 시선이 조금 열받았다.

“좋은 경우에는 그렇겠지만, 아마 그러면 우리가 범인으로 몰리지 싶네.”

......어라?

생각해보니 이 마을 사람들은 우릴 어떻게 해볼 생각으로 가득하지 않나? 갑자기 섬뜩해졌다.

“그냥 돌아가면 안 돼? 어차피 이곳 사람들은 저들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잖아. 우릴 엄청 싫어하는데 괜히 불안하게 조사할 필요 있냐고.”

“그게 안 돼.”

“아니, 왜?”

눈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 걸린 게 자기 모가지라는 점은 알고 있는 건가? 하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이 돌아왔다.

“마차가 없거든.”

“...응?”

“일주일은 꼼짝없이 잡혀 있어야 할 걸.”

“......아.”

그건 어쩔 수 없지.

==

돌아갈 마차는 없다. 마을 주민들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꼬리 밟힌 독사마냥 잔뜩 독이 올라 있다. 우릴 도와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은 갇혀 있는 의뢰인, 그리고 그 부인뿐. 거기다 사건이 하나 더 터지면 꼼짝없이 덮어쓰게 생긴 상황. 이 절망적인 상황에 의뢰인의 집 헛간에 묵고 있는 우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를 향해 SOS의 시선을 보냈다. 그는 기꺼이 구조대의 역할을 자처했다. 그가 말했다.

“우린 할 수 있는 게 없군. 시체놀이 한판 고?”

“......?”

뭐요? 무슨 놀이?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지만, 은근슬쩍 자리에 눕는 그의 모습을 보면 내 귀가 포착한 음성이 정확했다. 내 눈빛이 차가워지자,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자자 진정해. 시간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테니까.”

“......뭔 개소리야.”

“이러언.”

“.......”

시간이 지나면 자유로워진다니, 우릴 죽일 원정대가 꾸려진다는 소리인가? 음. 그건 아니겠지. 그렇게 안 보여도 이 인간, 목숨 아끼는 데는 도가 텄으니까. 제기랄. 좀 확실하게 말해주면 어디 덧나나? 내가 영 이해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주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오로지 내 예상이긴 하지만,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의뢰인은 여전히 생존하고 있다고 봐. 음. 그러니까 살아 있다는 소리지. 처형하기로 결정했으면 마을 사람들이 이쪽에 알려주지 않을 리 없으니까. 너도 알다시피 원래 이런 작은 마을에서는 처형 같은 일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보는 곳에서, 모두의 의견을 듣는 경우가 많지. 이런 곳에 감옥을 만들어두진 않을 테니 아마 창고 같은 곳에 갇혀 있을 테고. 우리가 구해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지금까지 겪었던 어마어마한 일들을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곳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겠군.”

확실히 그와 필적하는 수다력을 지닌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에게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큰 형벌이려나. 물론 손발이 떨리고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인가 싶긴 한데.

“연쇄살인마 취급을 받고 있을 텐데, 우리가 구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싸워서 구한다면 구할 수는 있다. 연쇄살인마와 싸우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무기를 몇 자루 챙겨 왔으니까. 이 마을의 사람들의 수는 많아야 50명 정도로 보이며, 개중 태반은 힘없는 여자와 아이다. 즉, 실질적으로 싸울 수 있는 이들은 10명이 될까말까한 수준이고, 그것도 나이가 꽤 많은 사람들이라는 소리. 그런데 의뢰는 어디까지나 늑대인간 퇴치다. 마을 주민 몰살은 이야기에 없다. 최대한 평화적으로 구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그는 이러한 내 의견을 듣더니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손댈 생각은 없어. 그보다 의뢰인에게 집중하도록 하지. 아직 처형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여러가지를 시사하고 있는데, 네가 깨달은 점을 말해보지 그래.”

“난 아직까지 처형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는 것도 지금 알았는데.”

“그렇군! 그렇다면 내가 깨달은 점을 말하기만 하면 되겠군!”

그는 내게 설명해주는 이 순간이 너무나 즐겁다는 듯 빙글거리는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늑대인간의 무기가 뭐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공격수단 말이지. 공격수단이란...”

“나도 알아. 늑대인간이니까...이빨? 창이나 칼도 쓸 것 같은데.”

“...호오.”

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내 대답이 영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은 아니고,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들었다는 표정에 가까웠다.

“이래서 내가 널 좋아한다니까. 나도 모르게 생기는 고정관념을 없애준단 말이야.”

“칭찬이...맞아?”

“그럼. 칭찬이지.”

그는 과장스레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나는 눈을 슬쩍 가늘게 떴다.

“타...샨? 아니, 산. 타산지석은 아니겠지?”

“어허. 잘 알지도 못하는 문자는 쓰는 게 아니야. 그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늑대인간의 무기는 기본적으로 이빨과 손톱이야. 이빨은 너도 짐작한 듯 보이지만 손톱은 생각 못 한 모양이군. 사실 이상한 건 아니지. 개나 늑대가 발톱으로 누굴 공격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손톱?”

“고양이가 냥냥펀...아니, 앞발질을 하는 모습을 본 적 있겠지?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 늑대인간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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