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주 마왕-93화 (93/147)

〈 93화 〉 이번에도 너희들의 작전은 실패다! #2

* * *

그날 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강이한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자신을 만나러왔던 테러리스트들에게 받았던 수정구슬을 자신의 품안에서 꺼내들었다.

이걸로 그들에게 연락을 한다면 강력한 힘을 얻어, 자신을 이런 처지로 만들어버린 빌어먹을 것들에 대한 복수와 동시에 자신을 은근히 무시하던 녀석들에게 보복할 수 있을 것이다.

침을 삼켰다. 지금이라도 연락한다면 받아줄까?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된다. 자신은 자랑스러운 S급 헌터다. 테러리스트들에게 협력할 수는 없다.

“그...그래도..”

역시 지금보다도 강한 힘을 원했다. 그 대마법사라고 거품이 낀 안혜린이란 년과 자신에게 게이트에서 나왔던 그 망할 마족들에게 복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천천히 수정 구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때, 초인종이 울려 퍼졌다. 그는 고개를 돌리면서 수정 구슬을 다시 자신의 품 안에 집어넣었다. 지금, 이 시간에 자신의 집에 올 사람은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부모님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렇다면 누구라는 거지?

강이한은 몸을 일으켜 인터폰으로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쟤가 어떻게 여기에..”

그의 집에 찾아온 이는, 바로 어릴 적 친구였던 임병천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그의 얼굴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곧장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와 연락을 안 하고 지낸지 대충 10년이 지났는데, 그가 어떻게 자신의 집에 찾아올 수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은밀한 경로를 통해 자신에 대해 알아낸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강이한은 인터폰을 통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오? 이한이! 반갑다! 그 사람 말이 사실이었네!”]

“그게 무슨 말이야.”

누가 저 녀석에게 자신의 집에 대해서 알려줬다는 말이었다.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은 협회 녀석들과 자신의 길드원들이 아니라면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 자신의 집을 누군가에게 알려줬다는 것은 협회의 누군가 또는 길드원 중 한명이 자신의 집에 대해서 알려준 것이다.

하지만 길드원은 아닐 것이다. 그 사실이 밖으로 세어나간다면 길드에서 쫓겨난 후, 제대로 된 일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사람 좋은 길드장이라면 그 녀석을 쫓겨낼 리가 없지만,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는 녀석들에게는 처절한 응징만을 하는 녀석이 하나 있기에 길드원들은 아니다. 하지만 협회의 누군가는 아니었다. 그들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헌터 대부분의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몰래 빼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자신의 집을 유출 시켰는지 강이한은 알 수 없었다.

[“야, 추운데 집 안으로 좀 들여보내주면 안되겠냐? 오랜만에 보는 친구잖아.”]

“.....”

하지만 그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자신을 죽이러온 자객일 수도 있었다. 거기다가 저 녀석은 중학교 이후에는 연락을 전혀 하지 않았던 녀석이었다.

즉 굉장히 수상했다. 지금 왜 자신을 찾아온 거지? 무슨 이유로?

[“후... 알았다. 알았어. 간다. 가.”]

그 뒤에 매정한 녀석이라며 궁시렁거리며, 뒤돌아,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터폰의 카메라에서 사라졌다.

강이한은 잠시 동안 인터폰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팍 찌푸렸다. 도대체 누가 저런 녀석에게 자신의 집을 알려준 거지? 그것도 자신이 테러리스트들에게서 이 수정 구슬을 받았을 때를 노려서. 분명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때 만났던 마족 녀석들? 그 녀석들은 아니다. 그 녀석들은 이런 짓을 할 리가 없다. 그냥 자신을 대놓고 찾아와서 죽일 힘을 가진 녀석이다. 그렇다면 테러리스트? 그들이 범인일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들과 만난 당일 밤이기에 더욱 의심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품안에 있는 수정 구슬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하도 이 녀석들에게 연락을 하면 무언가 찜찜했다.

강력한 힘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후에 후회하고 말 것이라는 직감. 역시 자신은 그들에게 연락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하지..”

품안에 있던 수정 구슬을 꺼낸 후,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어떻게 처리해야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곤란했다. 한숨이 나왔다. 파괴한다면 분명히 그들이 눈치 챌 수도 있기 때문에 처치곤란이었다.

“하아...”

역시 마음에는 안 들지만, 그 대마법사라고 거품 낀 안혜린에게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녀석은 인망이 좋기로 유명하기에, 이걸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양 뺨을 양손으로 툭툭 치면서 다짐했다.

“정신 차려야지. 그래야. 망할 테러리스트들에게 영입제안도 받지 않을 거 아니야. 응. 근데 나 왠지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기분 탓이겠지?”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어디 론가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

“그래서, 오늘은 왜 찾아온 건데?”

나는 뚱한 표정으로 갑자기 찾아온 안혜린을 바라보았다. 어김없이 내가 필요할 때만 찾아오는 안혜린이다. 역시 내가 쓸모없을 땐, 연락도 안하고, 나의 도움이 필요할 때만 전화로 부르거나 직접 찾아오는 녀석.

내가 자신의 만능 해결사인 줄 아는 건가?

속으로 툴툴거리긴 하지만, 자신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녀석이기 때문에 말은 들어줘야만 했다. 그래도 너무 귀찮은 일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귀찮으면 내가 뒹굴 거릴 시간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요즘 다시금 드는 생각으론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뭔가, 내가 집 밖으로 나가면 귀찮은 일들이 일어난단 말이야.”

그래도 아카데미에 다니는 신유리의 호위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하기는 하지만, 역시 집에서 뒹굴 거리면서 노는 것이 최고였다.

가끔 드는 생각은 한번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회생활? 같은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역시 집에서 리제의 보살핌을 받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나에게 찾아온 거지?

눈을 찌푸리면서 안혜린을 바라보았다.

“오늘 마왕님께 찾아온 이유는 바로 이거입니다.”

“뭐야, 커다란 구슬?”

안혜린이 꺼낸 건 시꺼먼 구슬이었다. 잘 보니, 마력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까, 통신용 구슬인 것 같았다. 통신용 구슬인 걸 제외한다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구슬이었기 때문에 이걸 왜 나한테 가지고 온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혜린을 바라보자 그녀는 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정구슬은 헌터 사이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입니다. 그냥 무전기나 휴대전화로 연락하면 되는데, 사용하기 번거로운 수정구슬로 연락 하냐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이 수정구슬은 특수한 방법으로 제작되어, 실전화기처럼 이 수정구슬과 연결된 수정구슬로만 양방향 연락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걸 왜 나한테 가져온 거야? 너희가 만든게 아니야?”

내 말에 안혜린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누가 만든 건데?

“테러리스트들입니다. 오늘 아침, 검제가 저에게 찾아와서, 그들이 자신에게 이걸 건네주고 갔다고 말하더군요. 제가 조사해보긴 했지만, 조금 전에 제가 말했던 것밖에 알 수 없었습니다. 혹시 마왕님이시라면 더 자세한 걸 알 수 있지 않으실까,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니, 이런 건 네가 알아서 조사해도 되잖아. 특수한 방법이라고는 해도, 네가 연구하다보면 알아낼 수 있을 텐데.”

그녀는 잠시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말했다.

“신속하게 처리해야했기에,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머리를 긁적였다. 꼭 저렇게 말해서 내가 거절할 수 없게 말한단 말이야.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자기가 한번 조사해보지, 왜 나한테 떠넘기는 건데. 내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기계장치의 신이야? 꼭 막히면 시간 들여서 해결하지 않고, 조금만 시간 없다고 생각하며 나에게 가져오는 건데.

원래 시간이 없어서 놓쳐보기도 하고, 그로 인해 위험에도 빠져보고 그래야지. 꼭 나한테 가져온다니까.

투덜거리면서 안혜린에게서 수정 구슬을 받은 후, 수정 구슬을 한번 스캔해보았다. 그리고 무언가 익숙한 술식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내가 만든 거 같은데?”

“넹?”

“음.. 아닌가? 내 기억에는 그거 부서졌거든, 근데 그거보다 훨씬 조잡한 거 같은데.”

아직 인간 시절의 기억이 뚜렷했으면서, 마법을 제대로 연구하기 전에 만들었기 때문에 굉장히 조잡한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든 건 칭찬해줄 만한 일이다.

고작 몇 십 년밖에 못사는 인간이 자신이 만든 통신구를 자체적으로 해석해서 이렇게 만든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이것의 원본이 되는 걸 만들 때는 리제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평범한 인간 마법사들은 절대로 시도하지 못하는 것을 만든 것이다.

음... 아닌가? 내 기억 속에 있는 건 200년 전에 만들었던 거라서 지금은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지금은 보편화된 물건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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