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주 마왕-129화 (129/147)

〈 129화 〉 목적 #6

* * *

안혜린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나에게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고는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도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거기다가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해도 그냥 정면으로 돌파하면 됐기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간 것이다 거기다가 안혜린의 성격상 사람이 많은 곳에서 무슨 짓을 벌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동안 안혜린의 뒤를 따라가니, 인적이 드문, 깊은 숲속에 도착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고 나와 자신을 제외하고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 확인하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이쯤이라면 말해도 들을 사람이 없겠죠. 마왕님. 이틀 전만해도 도움이 필요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도움이 필요한 것인지 궁금하실 겁니다.”

“솔직히 그래. 마치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내가 가는 길에 떡하니 서있었잖아.”

“후후, 솔직히 우연이었어요. 마왕님께서 저에게 말을 걸기 전까지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를 정리하고 있었거든요. 그때 마왕님께서 저에게 말을 거신 것이죠.”

우연이라는 그녀의 말에도 나는 믿지 않았다.

이리저리 헤매며 길을 묻고 다니던 내 앞에 아주 우연히 서있는 사람이 안혜린이었다? 그 뜻은 내가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일거수일투족 지켜보다가 내 앞을 앞질러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면 내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어라, 진짜로 우연인가?”

“네. 우연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안혜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먼저 제가 마왕님께 도움을 요청한 이유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게이트에서 마인들이 무슨 짓을 벌이려고 하는 것을 포착했기 때문이에요 거기다가 신 씨 가문과 협회의 고위급 인사가 협력하는 정황도 있었기에 마왕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거예요. 저 혼자서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우리 말고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되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 도움와달라고 하는거야? 나는 오늘 여행 온 거라고. 어제도 뻘짓 하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데,”

“음, 그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마왕님의 목적지도 이곳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보다는 마왕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거기다가 마왕님은 귀찮아하시지만 도와주실 거잖아요?”

그녀의 말에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마계에 있던 녀석들이 지금의 날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녀석, 신혜영은 날 보고도 놀라지 않은 걸가? 분명히 그 때의 나는 리제만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녀석들과 같이 다니는 것을 처음 봤을 텐데.

아, 신 씨 가문의 높은 자리에 앉아있으니, 보고받아서 알고 있었겠구나.

나도 마계 시절에 그런 녀석 하나라도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도대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리제 하나 뿐 인건데.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어서 말하라고 눈빛으로 안혜린을 재촉했다.

“재촉하지 않아도 말씀드릴 거예요. 먼저, 제가 이곳으로 온 경로부터 알려드려야겠네요. 제가 수도권 쪽에서 조사하고 있을 때, 협회장님께서 부산을 향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협회 건물에 몰래 들어가서 그분이 오셨나 확인했더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바로 이 게이트에 대한 보고였어요.”

안혜린은 잠시 숨을 잠시 고르고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있는 게이트의 변곡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니,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이 게이트를 폐쇄시켜야한다는 보고였습니다만, 미승인된 것을 보고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껴, 협회장님을 찾는 것은 뒤로 미루고 이것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고, 마인들이 이곳에서 무슨 짓을 벌이려고 하는 것을…….”

“길어! 간결하게 말하라고! 설명할 때 죄다 길게 말하는 버릇이 있나! 왜 자꾸 길게 늘려 말하는 거야!”

“워터폴에 마인들이 무슨 짓을 벌이고, 그걸 협회의 사람과 신씨 가문이 협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말해야지”

나는 안혜린의 간결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협회와 마인들이라면 모를까, 신 씨 가문도 협력하고 있다면 신혜영, 그 녀석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혜린에게는 무리다.

그녀의 힘으로는 신혜영과 대적하기는커녕, 오히려 농락당하다가 붙잡히거나 그대로 죽임을 당할 것이 안보고도 뻔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정보가 너무 부족하니, 일단 정보부터 수집하도록 하자.”

“하지만 지금 사람들의 눈이 너무 많은데, 저희가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한다면 그들도 눈치 채지 않을까요?”

“넌 사역마는 장식이야?”

안혜린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 스크롤하듯이 손짓을 하며 무언가를 살펴보며 말했다.

“사역마 마법? 그런 게 있었어요? 소설이라면 몰라도 지금까지 사역마라는 걸 본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거기다가 스킬창에도 그런 마법은 존재하지 않아요.”

“……마법 상태가 왜 그래? 나사가 잔뜩 빠져 있잖아.”

그래도 헤이스트같은 유틸 마법은 없지는 않은데, 도대체 왜 사역마 마법을 빼놓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역마 마법도 잘 활용하면 유용한 마법인데, 그걸 빼놓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준다면 전부 줄 것이지.

그녀에게는 사역마라는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직접 뛰어야지

나는 왼손을 들어 아래로 잡아당기듯이 내리자, 없었던 곳에서 지퍼가 생기며 내 손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이건 평소에 보여주시던 아공간이랑 전혀 다르네요?”

내가 연 아공간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하는 안혜린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 아공간은 특별 제작한 아공간이었기 때문에, 전생의 만화에서 보았던 한 능력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제목은 기억안나지만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런데 왜 여기에는 없는 거야!

속으로 작게 불만을 표하고 지퍼를 톡톡 건드렸다.

“짹?”

아공간 안에서 작디작은 참새의 머리가 튀어나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걸 보고 있던 안혜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참새…?”

내 사역마들 중 하나, 화살빈 mk­1이다. 이 녀석이 내가 가장 처음 만든 사역마임과 동시에 내 사역마들의 대장이기도 했다. 저렇게 작아도 얕보면 안된다.

저렇게 약하디 약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예전에 리제에게 떠넘긴 디럭스 슬레이어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녀석이다.

뭐, 지금은 그럴 작정으로 녀석을 꺼낸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 녀석도 볼 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꺼낸 것이다.

화살빈은 아공간 입구에서 통 뛰어내려, 날아오르고 내 어깨에 올라와 나를 바라보았다.

“짹짹!”

“밥 먹고 있는데 왜 불렀냐고? 어, 나중에 맛있는 거 줄 테니까, 지금은 부탁좀 들어주면 안 될까?”

“짹짹! 째짹! 짹짹짹!”

날개를 펄럭이며 나에게 항의하던 화살빈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열려있는 아공간 앞으로 날아가, 자신의 부리로 지퍼를 톡톡 건드린다. 그리고 안에서 뛰쳐나오는 엄청난 수의 참새들.

그걸 지켜보고있던 안혜린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다 뭐에요? 어떻게 아공간 안에 살아있는 생명체가…….”

“말했잖아 내가 특별제작한 아공간이라고. 안에는 생태계도 형성되어있다고?”

내가 어릴 때, 지구의 푸른 자연을 보고 싶어서 한껏 힘써서 만들었지. 지금은 들어가지도 않고 사역마들의 집으로 전락한지 오래이긴 하지만.

“그거……. 아공간이 아니라 그냥 차원을 창조하신 거 아니에요?”

안혜린은 놀란 듯이 나에게 소리쳤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가? 하도 오래된 일이다보니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거기다가 이 아공간을 어떻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건 그렇죠.”

안혜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자신이 마법으로 엄청난 위업을 세웠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마왕, 신시아를 보면서 질렀기 때문이다. 평범한 마법사들은 평생을 노력해도 만들 수도 있을지도 모를 것을 만들었으면서도 저런 태평한 모습이라니. 자신이 아닌 다른 마법사들이 보았다면 곧장 개 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나는 내 사역마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제군들. 모두 흩어져서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자들을 찾아라!”

참새들은 모두 날개로 나에게 경례를 하고는 게이트 이곳저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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