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주 마왕-133화 (133/147)

〈 133화 〉 목적 #10

* * *

일단 마족이 한 개소리는 무시하고, 나 말고도 마족이 있었다는 것에 살짝 놀란다.

도대체 어떻게 이곳으로 마족이 넘어온 거지. 그리고 나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바보였다고. 내가 마왕이었으니까, 마족이 나를 알아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걸 의심하다니 요즘 의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내 눈에도 보이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의심이 많아진 걸까.

여기 처음 왔을 때는 의심 따위는 하지 않고 무작정 때려 부수고 놀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왜 이리 소심해진 걸까. 마왕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만 같았다. 속으로 한숨을 내쉰 후, 몸을 돌려 나를 부른 마족을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와 눈동자를 가진, 혼혈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남자 마족이었다.

나와 리제가 아닌 다른 인간들이었으면 저 녀석을 인간으로 착각할 정도로 힘도 숨기고 있었다.

아니, 힘이 미약하기에 약하다고 느껴지고 있을 수도 있다.

남자 마족, 아클라스는 내가 말하지 않고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무슨 이상한 생각을 했는지, 자기 혼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역시 마왕님께서도 마계로 돌아가시는 것이 기대되시는 모양이군요. 후후후.“

자기 혼자 주거나 박거니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지옥 같던, 아니지, 지옥인 마계에서 탈출한 것인데,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기대되냐고 말하다니, 저 녀석 눈이 어떻게 된 것이 분명했다. 그 지옥으로의 귀환을 좋아하다니, 고개를 흔들었다.

”혹시, 인간들과 한 계약 때문에 마계로 돌아가시는 것을 꺼리시는 겁니까? 그것이라면 문제없습니다. 마왕님과 계약한 자들을 모두 죽인다면 그 계약은 무효가 될 테니까요.“

”……마왕님?“

두려운 듯, 떠는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신윤.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두려워하는 눈으로 잠시 나를 바라보지만, 아닐 것이라는 희망도 섞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신뢰가 없었던 것이냐고 생각했다.

도대체 내가 왜 마계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는 거지. 아무리 인간들이 나를 두려워하고 억압하려고는 해도, 마계보다는 천국이다. 거기다가 내가 직접 발로 뛰쳐나왔는데, 돌아가는 것은 바보가 아닐까?

정확한 사정도 알지 못하고 나에게 헛소리하는 아클라스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넌, 내가 어떻게 이곳으로 온 줄 알고는 있나?“

”마왕성 지하에 있는 고대의 마법에 휩쓸려서 넘어오시지 않으셨습니까?“

어떻게 내 마법이 고대의 마법으로 바뀐 거지. 그리고 그 마법에 내가 휩쓸리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거기다가 내가 사라졌으니, 마계 녀석들은 좋구나! 하고 마왕의 위에 오르려는 것이 안봐도 비디오였다.

그런데도 나를 찾는 것을 보면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면 저 녀석이 단독으로 행동했을 수도 있다.

”내가 사라졌으니, 지금쯤이면 다른 녀석이 마왕의 자리에 올랐을 텐데, 나를 마왕이라고 부르는 것이냐.“

”그 자들은 진정한 마왕이 아닙니다! 그저 마왕님이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승냥이 같은 녀석들일 뿐입니다! 저에게 진정한 마왕은 신시아님. 당신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저와 같이 마계로 돌아가, 다시 마계의 통치자가 되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충신이 자신의 주군에게 충언을 올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솔직히 저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모두 자신의 이익이 되기에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마족이 자신의 이익이 없는데, 행동할 리가 절대로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다시금 신윤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희석되긴 했지만, 두려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고, 이 녀석들이 나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랑 오래 알고 지냈던 신유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신윤에게 설명해줬을 텐데, 지금 그 녀석은 이곳에 없었다.

그 녀석을 찾으려고 사역마를 꺼내려던 순간에 저 망할 것이 나타나서, 그 녀석을 데리고 이 게이트를 빠져나간다는 내 계획이 흐트러졌다.

”후, 먼저 네 녀석이 가지고 있는 오해를 먼저 풀어주도록 하지. 내가 이곳으로 온 것은 내 자의다.“

”……?“

아클라스는 멍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마치 나에게 자신이 들은 말이 맞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웃음이 나왔다. 마족이 저런 멍청한 표정을 짓다니, 살고 보니 이런 걸 볼 일도 있었다.

”거짓말,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제가 알고 있던 마왕님은 이런 분이 아니셨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냉정하셨으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시지 않으셨던 잔혹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제가…!!“

”아, 네 사정은 들을 생각 없으니까, 너 혼자 마계로 돌아가라고. 난 여기가 마음에 들거든? 뭔, 지 혼자 지레짐작하고 너는 나에게 맞추라는 듯이 말하는 건데.“

소리치는 아클라스의 말을 나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귀를 파며 끊어버렸다.

할 말을 잃었는지, 잠시 나를 바라보던 아클라스였다. 그리고는 내 옆에 서 있는 신윤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저 인간 때문입니까? 아니, 아니죠. 고작 인간들이 마왕님을 어떻게 할 수 없죠. 후후. 그렇다면 역시, 문제는 이 세계로군요. 그래! 그렇군! 신! 신이었어!“

아클라스는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미친놈이 쾌락에 빠져 미친 듯이 웃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이런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웃음을 갑자기 멈추고는 모든걸 불태울 지옥의 불처럼 활활 불타고 있는 그의 눈이 나를 향했다.

”마왕님 조금만 기다려주십쇼. 반드시 마왕님을 정상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아클라스는 나를 향해 고개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이곳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인지, 공간 이동마법을 시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실력으로 직접 시전하는 것이 아닌, 아티펙트를 통해 이동하려는 것 같았다. 시전되는 마법을 보니 아마 워프인 것 같았다.

그걸 두고볼 내가 아니었다. 일단 저 녀석을 붙잡아서, 왜 저런 짓거리를 벌이는 것인지 심문해야만 했다.

나의 재미있었을 여행을 저 녀석이 망쳤으니, 자기가 직접 그 댓가를 받아야 한다.

웃으며 남자 마족을 향해 손을 뻗어 시전되는 워프를 캔슬시켰다.

“어? 어라? 왜 안되지? 분명히 제대로 캔슬 했는데?”

나는 시전 되고 있는 워프를 평소처럼 역산하여 캔슬시켰다. 그런데 저 녀석이 아티펙트를 통해 시전하고 있는 워프는 역산해도 캔슬 되지 않는 것이 황당했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나는 당황했다. 그 덕분에 저 녀석의 아티펙트에 담긴 워프를 분석할 시간을 소모해, 그대로 녀석을 놓치고 말았다.

“.......”

분했다. 그리고 천재 마법사, 또는 최강의 마법사라고 속으로 자화자찬하고 있었던 것이 왠지 부끄러웠다.

고작 조금 변형된 워프 마법이 캔슬되지 않았다는 것에 당황했다는 것도 내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

반드시 그 녀석을 만난다면 사지를 분쇄한 후, 죽지도 못하는 모습으로 짐승들에게 영원히 잡아먹히게 만들어버릴 것이다.

자신의 충신인 것처럼 행동하고 나를 엿먹인 마족, 아클라스 기억해두도록 하겠다.

나중에 만난다면 반드시 그 녀석을 죽이고 말 것이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신유리와 안혜린을 찾아야겠다. 내가 생각해도 거기에 혼자 딸랑 던져놓은 것이 왠지 모르지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네.”

그래도 사과는 안할 것이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도, 먼저 그 녀석이 나에게 잘못했으니, 나는 잘못이 없다. 미안한 것과 이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뭐, 이 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지금은 신시아를 찾을 시간이다.

이 게이트가 좁아 보여도, 자세히 살펴보면 어지간한 섬보다 훨씬 큰 곳이다. 정확히 비교하자면, 울릉도의 두 배인가 세 배 크기였다. 그렇기에 사역마가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나는 오늘 안혜린의 부탁을 위해 내보냈던 사역마들을 다시금 꺼내들었다.

“오오, 사역마! 소환술사의 기본!! 그런데 왜 우리는 저게 없는 거지! 나도 저거 가지고 싶어!!!”

빽빽 소리지르고 있는 신윤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었다. 이 게이트 안 여기저기에 나타났던, 공간의 상처들이 한곳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것을 저것들이 모두 모인다면 지금의 자신으로써는 저걸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분명히 엄청난 것이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었다. 희미하긴 했지만 보인 마계의 모습이

“도대체 그 녀석들은 뭔 짓을 하고 있던 거야.”

하늘에 보이는 거대한 게이트, 마계를 바라보며 혀를 쯧 차는 신시아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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