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주 마왕-137화 (137/147)

〈 137화 〉 마계 게이트 #4

* * *

우여곡절 끝에 리제를 해안 관광 게이트, 워터폴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녀를 어떻게 데려왔는지는 단 한 가지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개고생. 제대로 설명할 기운은 없었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찾아다녔는데, 포기할 순간에 허무하게 찾을 수 있어, 진이 다 빠졌다.

“그래서, 저는 여기에 왜 데려왔는지, 제대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리제는 우리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나는 눈치를 살폈다. 제발 용기 있는 누군가가 나를 대신하여 그녀에게 설명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

“…….”

눈동자를 움직이며 신유리와 신윤을 살폈다. 그녀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녀들을 보면서 나는 침을 삼켰다. 지금부터 눈치 게임이다.

리제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그녀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와 그들만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흠.”

그렇게 몇 분 동안 서로의 눈치만 살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리제는 팔짱을 끼고 손가락으로 자기 팔을 툭툭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는 어느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지금 리제의 인내심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제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인내심이 줄어들기 시작한 그녀의 이마에 십자 무늬를 새겨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침을 삼키고 나와 눈치 게임을 하던 작자들을 바라보았다.

자기들은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이란 모습이었다. 그리고 서로 동맹이라도 한 것인지, 나에게 눈빛으로 빨리 말하라는 것처럼 압박도 하고 있었다.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런 나쁜 녀석들! 전부 나한테 떠맡기다니! 무, 물론 내가 잘못한 것 같기는 하지만……. 나도 피해자라고!

다만 여기서 더 시간을 끌다가는 리제가 폭발할 것이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가 설명하도록 할게.”

“빨리도 설명해주시는군요. 그 설명을 듣기 위해서 도대체 몇 분을 소비한 줄 아십니까? 빨리 말했으면, 그 시간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히 이 세계의 말 중에 ‘시간은 금이다.’란 말을 모르십니까?”

“엄….”

따지듯이 나를 쏘아붙이는 리제를 보면서 나는 원망스럽다는 눈으로 리제의 뒤쪽에 있는 신 씨를 가진 원수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내 시선을 피했다.

이를 갈았다. 역시 이럴 줄 알고 나한테 떠넘긴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리제를 보고 나는 주눅이 든 채로 고개를 숙이며 리제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게, 그러니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자세히 설명하세요.”

“넹.”

화를 참는 듯한 리제의 목소리에 나는 움찔한 후, 고개를 푹 숙이며 소심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그녀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부산에 도착하고 신씨 가문의 간부를 만나고, 그 여자를 잡기 위해 갔다가, 안혜린과 만난 후, 이 게이트에서 마인들이 무슨 계획을 벌이고 있다는 것에 그녀를 도우다가, 그들이 저 게이트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때, 리제에게 말 안 한 정보가 몇 가지 있다는 것을 나는 숨겼다.

먼저 그 신씨 가문의 간부의 이름이 신혜영이며 그 여자가 왕위 쟁탈전 때 만났던 ‘카시아스 헤이타로스 그랑디엘’의 환생이라는 것을 숨겼다.

거기다가 마인들이 저 게이트를 열었던 술식이 내가 만들었던 차원 이동마법진 이라는 것을 숨겼다.

나는 이 정도의 정보만으로도 리제는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동시에 내가 숨긴 것을 절대로 알아차리지 못할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저기서 갑자기 끼어든 배신자들만 아니었다면.

“마왕님, 게이트 건너편이 보인다는 말을 안 하셨어요! 이게 제일 중요한 내용이잖아요!”

“…….”

그걸 눈치 없이 말한 신유리를 잠시 노려보았다.

나의 강렬한 시선을 느낀 그녀는 움찔하고 자기가 잘못했냐는 듯이 신윤을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는 이를 으득 갈았다.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는데!

“호오, 저에게 숨긴 것이 있나 보군요.”

옆에서 들려오는 리제의 목소리. 침을 삼켰다.

분명히 왜 숨긴 거냐고 나를 추궁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나를 제외한 다른 녀석들은 저기 건너편을 볼 수 없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대로 익숙한 마계의 모습이 보이는데, 다른 녀석들은 그저 심연과 같은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뿐이었다.

“……나도 모르겠는데, 나만 게이트 건너편에서 마계가 보이거든. 다른 녀석들은 모두 안 보인다고 하는데.”

“흐음.”

내 말을 들은 리제는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저도 그저 암흑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그렇다면 왜 마왕님만이 건너편이 보이냐는 것인데…….”

리제는 다시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리제의 시선을 피했다. 왠지 모르지만, 그녀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이게 바로 양심에 찔린다는 것인가?! 그런데 나는 마족이 되면서 양심 같은 건 팔아먹은 지 오래인데, 왜 이런 거지.

나는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무시하시지 마시고, 설명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나도 몰라!”

“흐음….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요.”

리제는 은근한 눈으로 신유리와 신윤을 바라보다가, 그녀들은 모를 것으로 생각한 리제는 다시 시선을 뗀 후, 나를 다시 바라보면서 빨리 말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침을 삼켰다. 이건 말하면 안 된다.

마인들이 내 마법진을 토대로 저 게이트 마법을 만들어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리제가 나에게 무슨 벌을 내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내 예상으로는 분명히 내가 저 마법진을 만들었기 때문에 게이트 너머를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이게 아니라면 이 세계까지 따라온 내 권능 때문이겠지.

하지만 가장 높은 확률로는 내가 저 마법진의 모티브가 된 마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분명히 일주일 가지무침 반찬형보다 더욱 무서운 형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확신했다는 듯이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면서 압박했다.

“당장 알고 있는 걸 말하세요.”

“그,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은 저 위에 있는 게이트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해야 하지 않을까?!”

리제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곧바로 고개를 내려 나를 바라보았다.

“저건 지금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지금은 넘기도록 하죠. 지금은 저게 열리게 된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우선이죠. 그리고 그 실마리를 가지고 계신 분은……. 분명히 마왕님이시겠죠.”

“나…. 나는 아니라고!”

리제는 천천히 나한테 다가왔다. 나는 잠깐 움찔했다가, ‘내가 왜 이렇게 쫄아야하지?’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리제를 당당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걸어오던 그녀는 애써 당당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나를 보고 피식 웃은 후, 내 이마를 오른손으로 쓱 닦고, 그걸 나한테 보여주며 말했다.

“그렇다면 왜 식은땀을 흘리고 계신 건가요?”

“이…. 이건 더워서 그런 거야! 응, 더워서 그런 거라고!”

갑자기 리제가 내 볼을 혀로 핥았다.

나는 움찔했다. 리제가 왜 갑자기 내 볼을 핥는 거지? 도대체 왜? 하지만 분명히 그녀에게는 무슨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쓸모없는 행동을 하지 않았겠지.

나는 침을 삼키며, 빨리 리제가 나한테서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리제는 내 귀가 간지러울 정도로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거짓말이시군요.”

“윽?!”

“어서 빨리 말하세요. 지금이라도 말씀하신다면 조용히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저……. 정말?”

고개를 끄덕이는 리제.

나는 침을 삼켰다. 구두로 약속한 것이겠지만, 분명히 리제는 지킬 것이다. 아니, 리제도 마족이기에 거짓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몇백 년 동안 같이 살아왔기 때문에, 나는 리제를 믿기로 했다.

그녀는 분명히 약속을 지켜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모든 것을 떠넘긴 저 두 녀석에게 복수하고 말 것이다.

나는 잠시 유리와 신윤을 노려보고는 긴장된 표정으로 리제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정말로 그냥 넘어가 주는 거지? 그렇지?”

“그럼요. 저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습니다. 믿으셔도 돼요.”

리제의 장담에 나는 침을 삼킨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먹었다.

저 마법진의 토대가 된 것이 나와 리제가 이 세계로 넘어왔을 때의 마법진이라는 것을 그녀에게 말하기로.

저렇게 장담까지 한 리제는 반드시 넘어가 줄 것으로 생각했다. 분명히 넘어 가줄 것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하지?

고개를 흔들었다. 이렇게 불안에 떨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것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불안감을 떨쳐내고, 용기를 내, 리제에게 말했다.

“저 게이트를 열은 마법의 토대가 된 것이, 너와 내가 이 세계로 넘어왔을 때 사용한 마법진이야.”

“그렇군요. 이 일이 해결되고 1대1 면담해야겠네요. 기대하세요.”

“엑?! 넘어가준다매!”

내 외침에 리제는 씩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도대체 마족이 한 말을 왜 믿으시는 겁니까. 마왕님도 순진하시군요.”

분명히 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말꺼야! 나는 리제의 벌을 생각하면서 공포에 떨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나한테 하려는 거지?!

혹시 에로 동인지처럼 날 이러쿵저러쿵 해버리는 건 아니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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