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 6.현가불철(1) (40/125)

〈 40화 〉 6.현가불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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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째 나날이 아르바이트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특별한 일 없이 휘리릭 한 주가 지나가버렸다. 하루 걸러 하루 뵐 때마다 부쩍 수척해지시는 듯한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모습이 눈에 보임에도 내가 온 뒤로 손님이 늘었다며 고맙다 말씀하시는 통에, 어찌반응해야 할지모르겠다는 점 정도가 문제라면 문제일까.

­응응, 그래서 12시 정도돼야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네... 죄송해요, 완전히잊고 있었어요.평일에 와도 상관없는지 오늘 한 번 물어보고 말씀드릴게요."

­아니야 아니야! 오전에는 3명이서도 충분히 여유 있으니까. 네 몸 건강챙기는 게훨씬 중요하지!

그리고 다시금 주말. 신경도 쓰고 있지않고 있던와중 외출할 준비를 끝내시고는'이번 주엔같이가야 한다며?'라고말씀해주신 어머니 덕에 겨우 건강검진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맙소사. 벌써 일요일이라고? 하는 생각에, 빵집을 향하려던 발걸음을 멈추고서 급하게 아주머니께 전화를 드렸던 것이 조금 전의 일이었다.

"감사합니다...점심때뵐게요."

­그래! 어디 문제 생기거나 하면 절대 무리하지는 말고!

특별히어디가아파서 병원을가는 건아니라고 몇 번이나 설명을 드렸지만, 그래도 병원이라는 단어 자체가 풍기는 특유의 불온한 분위기 때문일지 아주머니는 연신 무리하지 말 것을 강조하셨다. 아직 달리 아르바이트생을 뽑으신 것도 아니시면서, 조금 자기 걱정도 하시지.

역시신경 쓰인다.아버지께서 운전하시는차에 몸을 실은 채 익숙해진 풍경들을 조금 초조한 기분으로바라보고 있자니,조수석에 앉아계시던 어머니께서 그런 내 기색을 눈치채신 것인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내 쪽을바라봐오셨다.

"뭐라 하시니?"

"일단 괜찮다고 말씀해주시긴 하셨는데... 그래도 가급적 빨리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점심시간대 직후엔,죽을 만큼바쁘다. 하지만, 그것이 그 외의 시간대가 바쁘지 않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점심시간 이전에도 간단한 요깃거리를 찾아서 찾아오는 손님이 적지 않았고, 조금 이른 시간대라 하여도 커피한 잔에곁들일 빵을 찾는 사람은 언제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그냥 손님의 수 자체가 많아진 상황이었다. 아닌 척해도 이유를 알만한 만큼, 모르는척할 수는없는 상황이었다.

"뭐니가일해봐야얼마나도움 된다고.차라리 마음이라도 편하게먹고 있어라."

"... 아마도 무조건 저 때문에 바빠지신걸 텐데어떻게 신경을안 써요."

"장사하시는 분들이 일 바쁘면좋은 거지뭘."

운전대를 잡으신 채 다소 덤덤한 어투로 말씀하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태도에, 너무하다는느낌 보다는의아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어왔다. 애초 꽤나감정표현이약하신분이시긴했지만, 그렇다고 타인에게 무관심하신 성격은 아니신데. 무엇보다, 4인방의 부모님들과는 줄곧 연락하며 지내실 정도로 꽤나 사이도 좋으시고...

"니는니걱정이나 해라. 일이건 뭐건 일단 몸 상태를 봐가며­"

"오늘따라말이 많아? 당신."

갑작스럽다 싶을 정도로 내 걱정을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 내가 채 무어라 되물어보기도 전에, 은근한 어투로 흘러나온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버지의 말허리를 끊었다. 노골적으로 입단속을 종용하시는 듯한 모습.그쪽이오히려 더수상쩍어 보일것이란것쯤은어머니 또한알고 계실 테니,이건 아마도아버지뿐만아니라 나에게도 '굳이 이 이상 이 일에 대해 말하지말라'라는메세지리라생각됐다.

"... 으음."

떨떠름한 기색을 남기시며 입을 다물어버리시는 아버지.그러고 보니,굳이이번 주에는꼭 부모님과 함께 오라고 말했던 것을 보면 병원 측에서도 무언가 특별히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것을 부모님만알고 계시고?

돌연 떠오른 의문에 달싹거리던 입술이 이내소리없이다물어졌다. 아마도, 나에게 이야기해서 좋을게 없는 이야기겠지. 강 영후 의사님도, 부모님도 나를 향해굳이 악의를 가지고 무언가를 감추실 것 같지는 않으니까.

"... 점심은, 먹고들어가는 게낫겠어요."

"급하다고 하지 않았니?"

어디까지나 이유가 있으시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적당히 떠오른 말을입 밖으로내뱉었다. 아직 그다지 배가 고프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타이밍에 마땅히 달리 꺼낼만한 말이없는 걸.

"오전 동안쉰 셈 치고, 식사하실시간 동안카운터나 지킬까 싶어서요."

"영진이네 부모님 성격 생각해보면, 그쪽을 오히려 더 불편해하실 것 같은데?"

...틀린 말은 아닐지도.

2.

"... 그, 역시."

"네. 외관상의 변형 정도나 상태 등등은 천차만별입니다만, 남성에서 여성이 된 경우예외없이."

기다랗게 들려오는 한숨소리에강 영후 의사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굳어졌다. 한 차례 전화로 통보를 해두긴 했지만, 역시부모된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는 마음의준비고뭐고그런걸논할만한 이야기가 아니겠지.

구체적인 도착 시간을 통보받지는 못했기에 아직 치우지못하고 있던커피잔을테이블한켠으로밀어버리며, 반대편 손으로 슬그머니 서류철을집어 든다.4주째의 검진을받고 있는낯익은 환자, 윤서의 검진 기록 따위가 자잘한 메모들과 함께 어수선한 분위기를 풍기며 정리되어있었다.

"... 음. 이걸 어떻게말씀드려야 할지모르겠긴한데."

"그냥하시던 대로해주십쇼."

어머니 쪽은 몰라도, 아버지 쪽은 시원시원하시군. 들려온 무심한 목소리에 한 차례숨을 들이킨영후의 입이, 짧은 방황 끝에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성 기능쪽에는, 역시나 문제가 없습니다.환자분께선...여성으로서긴 하지만,아무런 문제도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늙어가실 수있으실 겁니다."

연이어 윤서의 몸 상태에 대한 간단한 건강검진 결과 따위를 읊조리는 와중에도 별다른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별 의미 없는 단순한시간 끌기.본론을 빙빙돌아가기 위한잡설이라는걸,이들 또한알고 있는것이리라 영후는 생각했다.

"... 그리고, 완전히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판정한 일자로부터4주 정도가지났지요."

"... 역시 그건가요?"

"... 아마도슬슬,이라고생각합니다만."

골치 아프다는듯 뒷머리를 긁적이는 영후.또다시누구의 것인지 모를 묵직한 한숨소리가 방 안을 빙글 맴돌았다. 아르바이트도 시작하지 말라고 말해둘걸 그랬나. 막상닥치고 나니뒤늦게 찾아오는 그런 후회에, 두 부모의 표정이 한층 어둡게 변했다. 가족인 자신들도 이런데, 직접 당사자가 된 자식의 심정은 어떨까.

"... 저희가 뭔가해줘야 할일이라도...?"

"... 신체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많이 허약하시다는 부분만 빼면정말 아무런 이상도 없습니다. 심리적인 안정감이중요할 거예요.단순히 불편함같은 걸넘어, 어... 음. 남성이셨던 입장에서, 여러모로 충격적인 의미를 많이포함하고 있는...음. 그런일일 테니까요."

제기랄, 생리가 뭐 특별한 단어도 아니고.치밀어 오르는욕지거리를 억누르며 영후의 손이의미 없이꾹말아 쥐어졌다.그저 상대가 조금 특별한 상황에 놓여있을 뿐이건만, 일상적이진 않을지언정특별할 건하나도 없는 단어 하나입 밖에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져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못마땅했다. 그걸 누군가 강요한 것도 아닌,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어째선지그래야 할것 같아서 그런다는 점에서 더욱.

"... 철분, 비타민b, 미네랄 잘 챙겨먹여주시고. 음... 충격을안 받으실...수야없으리라생각합니다만­"

"미리 확 말해줘버리는 쪽이 좋을까요...?"

말을 끊고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영후의 고개가 확 들어올려졌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남사스러운 기분이 들어, 차트를 훑어본다는 명목으로 시선을피하고 있었던모양이었다.

"예?"

"그러니까, 윤서한테 그냥 당장이라도말해주는 편이...좋을까요?"

그리고, 그제야눈앞에 있는환자의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목소리부터가떨리고 있는어머니 쪽은 당연하고, 말을아끼고 있는아버지 쪽까지. 불안감에떨리고 있는손. 떨리는 시선. 움찔거리는 움직임 하나하나. 잠시 크게 떠졌던 영후의 눈동자가, 이내 순식간에 원래의 크기를 되찾았다.

...손님 앞에서, 내가 이렇게 꼴사납게굴면 안 되지.뒤늦게 들어온 생각에, 억지로나마 입꼬리를 끌어올리며미소 지어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덜컥 들이닥치는 것보다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실 시간을 드리는 쪽이나을 겁니다.환자분 성격 생각하면, 의외로 그다지 별것 아닌 것처럼 넘어가실지도 모르고요. 재차 말씀드리지만, 신체적으론 아무런 문제도 없는 상태입니다. 심리적인 부분이 조금 걱정된다 뿐이니,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는 없어요."

서류철을 내려둔다. 당혹감에 잃어버렸던 페이스가 되찾아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

"오히려 부모님들께서 그렇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시면 악영향만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평소처럼 지내시되, 평소보다 조금만신경 써주시는정도면충분할 거예요."

진료비니국가 지원이니 하는 재미없는 이야기와 환자의건강 상태에대한 간단한 문답이 짧게 이어진 것으로 이야기를마무리 지은영후가, 이내 '오늘은 굳이 따로 면 대 면으로 상담할 필요는 없겠네요'따위의 말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돌려보냈다. 그래도 의사로서 한 번 얼굴을보는 게옳은 게아닐까. 지나치게 부모에게많은 걸떠넘긴 게아닐까,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 하아. 그 모습 보면서생리 얘기 같은 걸해야 된다니,고문이잖아 그건."

얼핏 머릿속을스쳐 지나가는벌꿀색머리카락의 모습을 억지로 치워버린다. 다 식어버린커피는,과하다 싶을정도로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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