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 7.토고납신(3) (51/125)

〈 51화 〉 7.토고납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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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여하, 어제 하루 지나치게 심리적으로 예민해져있었던 터라 좋지 못한 모습 보여드린 점, 말뿐이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사오니..."

­사과하실 정도는아니셨는데ㅋㅋㅋㅋㅋㅋ

­귀여웠어요눈나!!!!!!!

­포상이었지ㄹㅇ괜히 후원이 그렇게터졌던 게아님

일전에 한차례 방송을 하며 구독 설정을 해둔 사람이 많았던 탓일까. 지난번처럼백여 명남짓한 숫자의 시청자가 모이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난번보다 훨씬 빠르게. 훨씬 많은 사람이 모여든 것 같기도 했다. 정확히 시간을재보지는않았지만...

"... 도대체 그, 포상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걸까요 정말."

중요한 건그게 아니고. 인사를건네오시는분들이 생길 때마다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같은 말을 하며어느 정도사람이 모였다 싶어 어제의 내 상태에 대해 낯부끄러운 부분을 제외하고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으며죄송합니다!라는말을 하려던 것이 조금 전. 그리고, '포상이었으니 사과할 필요가 없다'라는 채팅에 몇 번이고 말이끊기고 있던것이 지금의 상황이었다.

당혹감 사이로, 옅은 죄책감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밀었다.애초 이 사람들은 절대로 나를 미워하지않아,라는생각을품고 있었기에화풀이를 하려 방송에 나갔었다는 사실이 쿡쿡 가슴한켠을찔러댔다. 어쩌면 나라는 인간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비겁한사람인 게아닐까 하는 그런.

­어제같은거요ㅋㅋㅋㅋ

"사과하려고온 건데,다들 포상이라느니 좋았다느니 하니까 좀 기분이..."

그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채팅창은 한사코 유쾌함 가득한 채팅들로 가득할 뿐이었다. 나를 향해 착하다느니 천사라느니 말하면서, 정작 정말로화낼 줄모르고 웃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들은 이사람들뿐인게아닐까.

­이 바닥에선미소녀의 매도는포상이라구~

... 아니.역시나, 마조히즘적인 무언가인 것일까.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가 만들어내는 역설적피지배욕의발현인 것일까. 우연의 우연으로, 그러한 특이한 성벽을 가진 이들이 상현이의 방송에 몰려있었던 게 아닐까.아아, 깊도다 사회의 어두움이여. 상현이의 방송에 비해 까마득하다 해도 좋을 정도로 느릿하게 흘러가는 채팅창을 읽어내리며, 슬그머니그런 생각들을 떠올렸다.

무조건 실례될 말이니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표정에 어색한 감이 맴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언제고 긍정, 긍정, 긍정. 솔직히 1달 내도록 이런 모습들을 지켜보고있으니, 이러다 언젠가 시청자라는 존재가화낼 수 있는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해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마저도 들어올 지경이었다.

­어허, 사과하는 사람의 표정이 아닌데.

"...사과받으려는사람들의 태도도 아니었잖아요."

­그것도 그렇긴 해

­딱히사과하실만한일도 없지 않았나

몇 번째듣고 있는말이었다. '포상이었다'라는 말도, 이것에서 출발했던 거였고. 이론적인 의미에서는, 어떤 뜻으로 사용하는 말인지는알만했다.확실히 고압적인 성격이란 건 꽤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서 꾸준한 수요를 보여온 매력적인 여성상의 일부기도 했고. 단지, 그러한 수요의 대상이 내가 된 부분에서 괴리감이 가시질 않고있었을 뿐.

"그... 그래도,후원해주셨는데'바보같은말하지마세요'라든지이것저것 나쁜 말도 여러번 했고..."

­근데 왜 하필 바보예요?

­저번에 욕해주세요했을 때도그렇고,눈나의마음속욕설의 한계치는바보인고야...?

궁금한 게그런 쪽이라니. 이 사람들은 정말, 나에관한 거라면뭐라도 좋은 것일까.

지난날 느꼈던, 극단적인 이기심. 그것에 바탕을 둔 자기중심적인 사고. 나에게로 향해오는 호의를 수단으로 격하시키는 잔학한 생각.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를 때에 느껴졌던고양감까지.새삼 다시금 떠오르는 그러한 것들에 저절로 몸이 바르르 떨렸다.

월경이라는처음 겪어보는감각과 그에 따른 혼란스러운 기분 때문에 품었던변덕 같은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간사한 부분이 내본성이었던 걸까.그런 생각에, 순간 채팅창을 바라보던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나다움.이윤서다움.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 그건, 이런 의미였던걸까. 막연한 우월주의에 빠져서 내가 무언가 베푸는 것이 당연한 입장이라고 여기는. 저들은 날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 하아."

­눈나????

­아직도 아파요????

­제발약국 가서약부터 사!!!!!!!!!!!

감고 있던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아직 감정이오락가락하는것은, 통증이 가셨다 뿐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뜻일까. 괜찮다고이러고 있을게 아니고 역시 약이라도사 먹으러가야 하는것일까.

"... 아뇨,아픈 건아니고. 그냥..."

걱정에 대한 선의의 거짓말은 기만일까, 아니면걱정 받는입장에서의 호의일까. 내 입장을 생각해 웃으며 얼버무리는 게 정답일까. 솔직한 심정을 말하는게 옳은 일일까.사과하기위한 자리라는 입장. 내가 무슨 말을 하건, 이들은 의심하지 않으리라는 확신. 도의.나다움.연관성 옅은 키워드들이 안개처럼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 여러분들은, 왜 무슨 소리를 하건좋아해 주시는거예요?"

목소리는, 무의식적으로. 또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흘러나왔다.아차 하는마음은잠시뿐.이내, 차라리잘 됐다는마음이 들었다. 홀로 고민해보아야 해답이 나올것 같지 않았으니까. 누군가 해답을 주었으면 했다. 당사자들이라면, 그에 더없이 적합한 인물들임은 분명했고.

그렇잖아도 꽤나 느릿하던 채팅창이 순식간에멈춰 섰다.언제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만을 보아왔던 탓인지, 멈춰있는채팅창이란어딘가 어긋나있는 물건을 보는 듯한 묘한 어색함을품고 있는듯 보였다. 내 말의 뜻을 가늠하고있는 것일까. 침묵이 무거웠다. 공기가 어깨를 짓누르는 기분.

어쩔 줄을몰라 하며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내모습이 캠의송출 화면상으로여과 없이드러나고 있었다.꽤나얼빠져 보이는모습이구나. 당황한 내 모습이라는 건.

­하시는 게귀엽잖아요ㅋㅋ

­성인이신 분한테 이런말해도되나모르겠긴한데,맞는 말임

­본인은어케생각하실지 몰라도, 도통 악의적으로 보일만한 행동은안 하시는데요 ㅋㅋㅋㅋㅋㅋ

"... 그건 좀 전까지 하던 얘기랑 별반다를 게없잖아요."

­오늘은 역고민 상담타임인가?!!

­저이 일단 후원부터 열어볼까요????

한번 말문이 터지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연달아 채팅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역고민 상담?지난번에고민 상담같은 걸 했던가? 아니,스트리머쪽에서 상담을 해주는쪽인 게보통이라는 의미인가? 아무튼.

"결국 이 외형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호의적으로 대해주고,좋아해 주시지않았을 거라는 거아니에요."

­그건 확신할 수 없는 부분;

­그래 본 적이없으니까 모르죠!

­근데 이건 외견이나 뭐그런 거랑은좀 다른 영역의 얘긴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뱉어진 내 말에, 이번에는 침묵하기보다는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입장을 망각해버렸을까. 언젠가 했어야 할 이야기였다 할지라도, 비단 지금일 필요는없었던 게아닐까. 뒤늦게그런 후회에 가까운 감정들이 울컥울컥 치솟았으나 한 차례 내뱉은 말을주워 담을수는 없었다.

­어제 일신경 쓰시는거 같은데, 솔직히 그건 층적운이 했어도유쾌하네ㅋㅋ하고 넘어갔을걸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어처구니없는 도네에 바보 정도면 꽤 점잖은 대응이긴해ㅋㅋㅋㅋㅋ

­저희가 무지성으로 호의적인 게 아니고, 누님이 지금까지 호의를 걷어찰 정도로 선 넘으신 적이 없으실뿐임ㅇㅇ

"... 그러면. 그러면요."

질문에 대한 대답. 하지만, 내가 원한 부분은이런 게아니었어. 조금 더 깊은 부분. 지금껏 눈돌리고 있었던영역의 이야기. 몇 차례 달싹거리던 입술을 꾹 깨물었다. 심호흡. 떨어지지 않으려는 입술을, 겨우 떼어내며 말을 이었다.

"제가어제보다 더. ...인격모독적인 말을 하고, 행패를 부리면. 여러분들은 지금의 제 모습이 본래의 모습이라고 믿어주실까요?"

또다시 침묵. 구걸에 가까운 말. 구차한 변명에 들이밀어진 그럴듯한 포장지. '본 모습'따위 알아줄 필요 없는 이들을 향한, 억지스러운 강압.알고 싶지않았던.눈 돌려왔던영역에 대한 의문. 그 고통스러운 영역에, 제 발로 걸어들어가는 감각.말아 쥔주먹이 떨려왔다. 그것을보이고 싶지 않아,슬그머니 캠 화면에 비치지 않는 책상 아래로 팔을밀어 넣었다.

­그런 모습이 본모습이고, 이런 모습이 가식이더라도 상관없어요. 지금 이렇게 자기 행동에 고민하며 사과하고 이해받으려는 모습 보이신것만으로도,앞으로도 저희는 누님좋아할 거예요

­층적운도 시청자랑 개같이 싸우고 나중에 사과방송 찐하게 올려줬자너ㅋㅋㅋ

­눈나!사람관계라는 게그렇게 실수 몇 번 가지고 완전히아작나거나하지는 않거든!

­이런 외견이 아니었으면? 같은 가정은의미 없으니까재껴두고. 누님께서 이렇게 진지하게 자기 행동에 대해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신 시점에서, 저희는 몇 번이고눈나를외칠 겁니다!

­어제가 크게 잘못이 있었던 것 같진않은데ㅋㅋㅋㅋㅋ만약에 잘못하더라도, 지금까지 누나 모습 봐온 입장에선 또 속으로 후회하다 사과방송 켜시겠구나 하는 정도로 넘어갈 것 같은데요

그리고,말아 쥐고 있던손아귀로부터 스르륵 힘을 풀었다.풀린 걸지도모르겠다. 자의인지 반사적인 작용이었는지 잘 알 수 없었으니까.

"... 그럴, 까요."

­당장 누님 동생만해도ㅋㅋㅋㅋㅋㅋㅋㅋ

­보통스트리머들도막 싸우고험한 말 하고그래요!

그렇구나. 굳이 나와 친한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가 아니더라도, 내 본 모습은.내 본성은, 그리 쉽게 손가락질 당하며 의심받지 않는구나. 이 사람들은, 제대로 금발의 마네킹이 아닌 사람 이 윤서를 봐주고 있구나.

"...바보 같아요."

­포상떤냐!!!!!

­아직도흑화 모드냐고~

이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저런 말들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받아들여졌을 때와는 다른, 이들만이 해줄 수 있는 영역에서의 구원. 그런 것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저 이쁘장하게 꾸며둔 인형의 재롱잔치를 보는 게 아닌, 제대로 나라는 사람을바라봐 주고있었구나. 생면부지의 타인의 시선이라 하더라도, 난 여전히 이 윤서일 수 있구나.

그 사실이 기뻤다.

"흑화 모드같은 거 아니에요... 바보들."

무언가 흘러넘칠 것 같아서,잠시 동안그렇게, 장난스러움을 가장한 채 연신 바보를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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