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14.분수상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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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일요일이 지나고, 월요일의 점심 무렵.방송을 켤까 말까 고민하다, 끝내 켰다.지난밤에들었던시현 씨의 말이 어떻게 생각해도 마음에 걸려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남아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걸신경 쓰느라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야 정말로 진정이 되지 않을것 같아서.
장난이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그 사람이 마냥의미 없는장난을 칠만한 사람인가? 하면 확신이 서지 않았다. 상식의 잣대를 들이밀기엔, 상대가 지나치게 비상식적인 사람이었기에골치 아픈가정이 끊임없이 덧붙는 느낌이라고해야 할까.
어제시끌벅적하던 거봐서 그런가 갑자기 엄청 적적해진 것같네요ㅋㅋ
"아무튼가능님, 안녕하세요. 3명이서 떠들다 혼자 있으니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꼭있단 말이지,괴팍한 닉네임을 가지고서 평범하게 말해서 역으로 이쪽이 당황스럽게 만드는 사람들. 채팅창에 떠오른 닉네임과 그 내용의 괴리감에 나도 모르게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슬그머니 그렇게 답했다.
오늘도게임하시나요?
"글쎄요...? 오늘도 마땅히 뭘 하자 생각하고켠 건아니라서."
어제 보니까별전쟁개잘하시던데
상품 걸고 시청자 참여 1:1빵하죠ㄱㄱㄱㄱㄱ
"상품 걸고별전쟁이요?"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들어온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인 첫 사람 이후.수십초남짓 지났을까 싶은 시점에, 실시간 시청자 수를 알리는 숫자가숨 가쁘게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 방송을 하던 당시100명 남짓한 숫자에도 기겁하던 초심은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이제는 순식간에2백 명을넘기고 있는 숫자에도 오늘도 다들빠르구만,하는 생각 정도밖에는 들지 않으니 나도 썩익숙해져 버린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어제는본파이어님이랑만 하고 꺼버렸던가."
네맞워요~
노래 방송도좋긴 한데
"역시 같이 할만한 뭔가가있는 쪽이더 재밌으려나요."
이젠 특별히 돈 내고살 필요도, 불법적인 방식으로 받을 필요도 없는 게임이 되어버린 상태였으니, 아까울 것도 없고. 옛날 게임이니 내 노트북으로도 아마못 돌릴 건없을 것 같고. 슬슬 숙제처럼 노래 부르고 행사처럼 잡담을 하다 방송을 끄는 것도 지루하던 차였긴 한데.
"근데, 저 상품으로드릴만 한 게뭐 없는데. 이기는 사람한테 구독권 선물같은 거라도해볼까요?"
장담하건대여기있는 사람들전부 딱히 돈으로 뭘 해주길 바라진않을 거임
고건 맞지
맞지ㄹㅇㅋㅋ
상품이면서 돈이랑은 상관없는 무언가라니. 뭐야 그게. 의아한 기분에 고개를갸웃거리고 있는내 모습이 캠의송출 화면에잡혔다. 떨떠름한 기분으로 인터넷을 켜며, 방송 화면 구석에자리 잡고 있는내 모습을 힐끗 살폈다.
맹해 보이는표정이 도통 의문에 대한 답을 머릿속에 가지고있을 거라곤생각하기 힘든 얼굴이었기에 결국 '사람 좀 모이면어떤 거걸고 할지 의견을모아보자' 정도의적당한 생각으로 의구심을 묻어버렸다.
"근데 오늘도 노래는해야 돼요."
? 어째 매일 한다 했더니 뭔가 이유가있으신 건가
요즘은 노래개 못한다고놀리는 사람도없지않나ㅋㅋ
"...놀림당해서오기로하던 거아니거든요."
아직늘어나고 있는시청자 수. 그리고앞뒤상황을 모르는 채 그저 내가 내뱉은 말만을 정보로서알고 있는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속. 이 상황에 내가무어라 설명을하려 한들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다 따위의 논리로서 웃음거리가 될게뻔해 보였다.
아직 인원이 적어 썩 북적거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채팅창이었으나, 단문으로 입력되는 웃음의 표현이었기에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가 썩 빨랐다. 그 모습을 보며, 알아서들 생각하라는 의미로 폭 한숨을 내쉬고는 느릿느릿 마우스를 움직이며 게임을다운로드하기 위한과정을 진행해갔다.
분명, 같은 회사의 하이퍼 FPS 게임이 한창 유행할 때 4인방에게 이끌려서 계정을 만들어뒀던 것 같은데...
"슬슬 오실만한 분들은 다 오셨지 싶은데..."
논란) 적란운,내 방송에 들어오는데 5분 이상 걸리는 인간들은 시청자 자격 없어
이게... 대기업본파이어를꺾은 초신성의 기백...?
"곡해하지 마세요. ... 음, 그래도 내기 방송을 하겠다 하면미리미리상품 같은 걸정해두는 게어떨까 싶어서."
상현이에게 받은 후원금일부라든지,감사의 의미라며 플라잉 레빗 측으로부터통장에 꽂힌아르바이트비라든지빵집 아르바이트를 뛰며 지출 없이 쌓이기만 하던 주급이라던지. 이것저것 알게 모르게 쌓여온 돈들이합해진 끝에, 지금 내 지갑은 내 생에이랬던 적이있을까 싶을 정도로 풍족해진 상태였다.
영문 모를 말들을 듣긴 했지만, 뭐 지금이라면 어지간히 황당한 요구만 아니라면야 여간해선 다 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치킨 세트... 정도쯤 되면 그래도 아까울 것 같긴 하지만. 그것도, 뼈아플 정도로 빠져나갈 만큼 지지 않을 자신도 있고.
"간단하게 햄버거나 치킨 기프티콘같은 걸걸고이긴 분들한테주는 걸로할까 싶은데."
??? 오늘 뭐 하나요
승자가읽어달라 하는말 읽어주기ㄱㄱ
천재인가
이거다
"엑... 아, 음. 어... 그, 어제 저랑 게임 못해봐서 아쉽다는 분들이 계셔서. 간단하게 상품 걸고 내기 방송을 할까 하던 참이었어요. 지금 들어오신 분들도 모두, 안녕하세요."
나도 모르게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와버렸다. 그도 그럴게, 혹시나이상한 걸요구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던 차에 정말로 상상도안 했던별것 아닌일에 좋다며 호응하는 사람들이 상상 이상으로... 아니, 채팅에참여하고 있는사람 대부분으로 보일 정도로 많았으니까.
"... 그런 것보다는 햄버거가 낫지 않아요?"
ㄴㄴㄴㄴㄴㄴㄴㄴ
눈나...아직 방송을 모르는구나...
"아니... 고작그 정도가지고먹을 거랑비교하는 건."
떨떠름한 내 목소리에, 곧장 의미심장한 웃음들이터져 나오기시작했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있는 거지.거울처럼 내 모습을비추고 있던캠의송출 화면은역시나 얼빠진 분위기의 얼굴을띄워 보이고 있을뿐인지라, 이번에도 자문자답의 가능성은 묘연할모양인듯싶었다.
지금그 말후회하게될것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건못참지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뭐예요?"
채팅읽어주는 게뭐 얼마나 힘든 일이라고...? 그런 의문을떠올리고 있던와중에도 착실히 다운로드는 진행되어 슬슬 설치가 끝나려는 시점이었다. 하드디스크 용량 충분하고 인터넷 상태에 문제없으니 그다지 큰 용량을 차지하지 않는 옛날 게임 하나다운로드하는것쯤이야 순식간이었다.
"... 아무튼. 추첨으로 뽑을게요. 3분이면 충분하죠?"
수치플딱대!!!!!!!
고인물천지 청자 천지인 판에 이런 위험한 내용의 내기... 이건 귀하거든요.
뭐가 됐건, 안 지면되는게아닐까. 그런 가벼운 생각을 떠올리며,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별전쟁의로딩중화면을 바라보았다. 어제 몇판 해본 정도로그럭저럭 감도 돌아왔고.
"어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을걸요?"
그렇게 자신만만한 말을 남긴 채, 차근차근 게임을 할 준비를 진행해갔다. 방을 만들고. 추첨을 하고. 당첨자에게 귓속말로 비밀번호를 보내주고. '돈안 쓰면나야 좋지 뭐'하는 생각을 하며...
그러면 안 됐는데.
14.
"크흐흐흡...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이거라고요?"
"보지 마요. 웃지 마요. 꺼요."
슬슬 저물어가는 석양빛이 눈부시게 카페 안을 채워오고 있었다. 이어폰을 낀 채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말해오는 시현 씨의 목소리에, 굳이 화면을 보지 않아도 어떤 영상이 떠올라있을지 알 것 같았다.
"이야, 그래도 이제 제법 음정도잡을 줄...크흡...알고..."
"아 진짜! 그만보라구요!"
살랑거리며약 올리기라도하듯 눈앞에서 흔들거리는 스마트폰을낚아채보려했으나, 휘둘러진 내 팔이 스마트폰에 닿는 것보다 시현 씨가 팔을 내빼는 쪽이 압도적으로 빨랐다. 허공을 휘저은 팔을 되돌린 채 꾹말아 쥔주먹을 부들거리고 있자니,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실실 웃음을 흘리던 시현 씨가 대뜸 입을 열어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입을 막을 틈도 없이 갑작스럽게.
"오빠야~ 내오빠야~"
"아...!!!!!"
"좋아한데이~사랑한데이~"
"하지 마요진짜!!!!!"
"어허. 다른 손님들 있는 카페에서 소리 지르고 그러시면 쓰나."
"지금그런 게중요해요?!"
정말로, 딱 한판 졌을 뿐인데. 그것도, 전직 프로 지망생이었다는 사람이 상대라 애초 이길 수 없는싸움이었던 건데.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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