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 if.여동생이 스트리머긴 합니다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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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엗."
상현은 눈을 뜨자마자 지금이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튀어나온 목소리가 이상한 것보다도, 이상할 정도로 몸이 가볍다는 사실이 상현에게 지금 꿈을꾸고 있는상황임을 알려왔다.
보통 꿈이라 함은 촉감이없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몸이 가볍다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시간이..."
놀랍다고해야 할지,스마트폰은 언제고 놔두던 머리맡에 곱게놓여있는상태였다. 기종도 쓰던 그대로. 시간은, 꿈인 탓인지 몸이 젊은 덕인지 원래 일어나던 시간에 비해 꽤나 이른 시간. 스마트폰으로확인해본 날짜는, 대학교들이개학한지 약 2주 정도가 흐른 시점. 즉슨, 현실과 아마도 같은 시점이었다.
"... 또 지랄이네."
3월 중순. 만연한 봄날의한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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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꿈을 꾸었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조금 이르게 눈을 뜬 덕에 지난번에 비해서 썩 느긋하게자신...으로추정되는 것이 해왔던 방송의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어차피꿈인 것그냥 마음 가는 데로 해도상관없을 텐데,이것도 직업병인 것일까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동영상을 하나. 또 하나 넘겨가기를 두어 시간. 아직 낮이 짧을 시기인 탓인지, 상현이 '일을해야 할때'가 되었을 땐, 이미 슬금슬금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꿈속의자신의 방송 내용은, 다행스럽다해야 할지지난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있었다. 여전히 퍽 먹힐만한 생김새. 그런 생김새와 게임 플레이에서 나오는 갭. 그리고, 형의...
"형의?"
... 난입.
"... 뭔가어색하구만."
솔직히 슬슬, 형이 '형'이었을 때의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라기보다는서서히. 서서히 변해가던 가족의 모습은 어느샌가 20년도 넘는 시간을 덮고켜켜이쌓여 그의마음속에자리 잡고있었으니까.
상현에게 있어'형'이라는 호칭이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이란, 더 이상 남자 치곤 과하다 싶을 정도로여리여리한허약해 보이는검은 머리남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키에,동양인 답지않은 금발과 금색 눈동자에, 새하얀 피부를 가진. 바뀌지 않은 부분이라곤 가느다랗다는점밖에없는 여성의모습 쪽이지.
"... 일해야지 일."
괜한생각하지말자. 꿈에서 깨어났을때,괜한 소리 하는 일이 없도록. 정말로꿈속에서도할 일이있는게다행이라고, 상현은 생각했다. 그래. 언제어느 상황에서건열심히. 층적운이건별구름이건아무렴 어때.
연신웅웅거리며나즈막한소음을 흘리던 컴퓨터로부터 잠시 멀어졌다. 대뜸커 보이는탓에 어색함밖에 느껴지지 않는 문을 바라보며, 또 문고리를 잡기 위해비스듬히 위로 뻗어지는 팔의 감각이 어처구니가 없어 어허허허. 하는 맥빠지는 웃음을 흘리며 상현은방을 나섰다.
곧장 방송을 켜지 않은 것은,저녁밥을가지러 가기위함이었다. 식사량이 줄어들어 보는 맛은없을 거라생각했는데, 이게 또 쪼그마한 꼬맹이가오물거리고 있는게 시청자들에겐 썩 괜찮은 구경거리였던 모양인지 훑어본녹화본엔하나같이식사 장면이꼭 끼여있으니 그에 따라볼 요량이었다.
"... 냉장고에 있겠지 뭐."
뒤늦게 디테일한 생활방식까지 똑같을지는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도 대충 부엌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면 저녁밥으로 먹을 밥이 준비되어 있으리라 생각하기로 했다. 작달만한 다리 탓에, 몇 걸음이면 끝났을 복도가 유독 길게 느껴졌다.
"어디..."
"오, 일어났어?"
그리고, 시간이 멈췄다.
"서현아?"
... 상현의 시간만 멈춘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삐걱삐걱 상현의 고개가 돌아갔다. 익숙한 금발. 나긋하게 떠져있는 금색 눈동자. 완전히익숙해져 버린모양인지, 흰 단색반팔티에돌핀팬츠만입고서 앞치마를두르고 있는모습이 꽤나자연스러워 보이는여성의 모습이 멍하니 떠진 상현의 시야 위로 보여왔다.
"... 형?"
"언니."
데자뷰가느껴지는데.
"일상에서부터 고쳐나가자며?"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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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번 꿈은, 좀 더다이나믹하게꼬여있는 상황인 모양이었다.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어도, 일단 윤서의 모습이 상현의 기억 속에 뚜렷이 있는 그 윤서의 모습인 상태라는 점만 생각해도 상현은 돌아버릴것 같은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그때 누가 구급차를불렀던 건데.사이사이에 있었던 일들은. 어떻게아다리를끼워 맞출 수 있을지 난 도저히 모르겠는데. 두 사람의 입장이 바뀌었을 때와는 달랐다. 둘 모두가 이런 모습이 되어버려서야, 아무리 생각해도 어딘가 어색함이 남아야할 텐데.
"... 설마!"
시야가 낮아졌다던가 목소리라던가 방금 전 형의 말이라던가 전부 내착각인 건.휙 소리가 나도록 움직인 상현의 손이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가슴으로 향했다. 외견적으로 보이지 않을 뿐, 말랑함이 살아있는 감촉이손끝에서
"... 넌 자기 몸에 성욕이 느껴지는 타입이었던가."
"미쳐버리겠네."
지난번과 같았다.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또렷한 감각.싸늘하게 고막을 찔러오는 윤서의목소리조차도도통 꿈이라 웃어넘기기엔 날카롭기 그지없으니. 냉장고에 들어있던 음식들을데우고 있는윤서의 모습을 가만히보고 있기가,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불 올려놓고 다른데신경 쓰면 안 되지."
"부엌에서가족 있는데자위하는 것보단 낫거든."
"아니, 상스럽게 그걸 그렇게 말을."
"달리 뭐라 표현해 그럼."
들려오는 한숨소리가 유별나게 따갑게 느껴졌다. '사실 여긴 100%꿈속세계고, 난 원래 남자였을 예정인데'따위의 소리를 주절거리고 있어서야 그렇잖아도 싸늘한 눈초리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기에 상현은 우선 이에 관해선 입을 다물기로 마음먹었다. 꿈인데 굳이 왜 구구절절 변명을 하고있어야 해? 하는 생각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했고 말이다.
"... 새삼,내 거라도안 만지면내가 언제 가슴을 만져볼까 싶어서."
"친구 사귀고 같이 대중목욕탕이라도 가던가."
"평범하게범죄잖아."
"지금 네 모습도 내가 보기엔 범죄스럽거든?"
굳이 거울을 살펴보고 오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스스로가 어떤 모습을하고 있는지는알고 있었다.원래 모습인 내가, 지금 상태의 내 가슴을주물 거리고있다면, 같은 생각을 떠올리기 무섭게 상현의 고개가듣고 보니그렇다는 듯 자연스럽게 끄덕여졌다.
"형."
"언니."
돌아버리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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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이대충 먹어도 상관없다는 뜻을밝혔음에도, 윤서가기어코 '너도 오빠도 왜 그렇게 먹을걸 대충챙겨 먹으려하는지 모르겠다'라며두두두불평을 쏟아내는 터라 잠자코 앉아 기다리기를 이미 10분이 다되어가고 있었다.
"... 언니."
"왜?"
치이이거리는소리가 가느다랗게. 그러나 끊기지 않으며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볶음밥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프라이팬을 멍하니 바라보며, 상현은 자신을 힐끗거리면서도 주기적으로 손을놀리고 있는윤서를 향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된지, 얼마나 지났더라."
질문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인 것인지, 윤서의 손이 순간 움찔 굳어지는 것을 상현은 놓치지 않았다.
"... 3개월?"
"좀 됐네."
"그렇지."
상현이 남자일 때도, 이런 모습이 되었을 때도. 윤서가 남자의 모습을하고 있어도,여자가 되어버렸어도. 잠에서깨어나부엌에 도착할 때면보게 되는풍경은, 이상할 정도로 변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문뜩 상현의 머릿속을스쳐 지나갔다.
이제는, 혼란스러워할 가족에 대한걱정 따위들지 않았다. 새삼스럽긴 해도, 윤서는 결국 그건 그녀건 윤서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숱하게증명해 보였으니까.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기색을 보이곤 하던 그녀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굳이 주변의 도움이 없었더라도 그녀는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갔으리라 상현은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런 모습이 되어버렸음에도. 아마도, 원래대로 흘러갔을때보다도훨씬 도움이 못되었을것이 분명함에도 그의 형은. 가족은. 이 윤서라는 사람은, 저다지도 한결같이 제자리를고수하고 있지않은가.
꿈인 걸알고 있음에도,상현은 그 사실이 꽤나마음에 들었다.뭔진 몰라도 이제는 남 걱정도 해줄 수있을 만큼자신의 처지에 익숙해진 가족의 모습이.
"3개월 정도살았으니 이 가슴은 이제 내 가슴이라 해도 좋지 않을까."
"혼난다 진짜."
킬킬킬거리는웃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봄날. 꿈이니만큼,복잡한 건생각하지 말고좋을 대로즐기자고 상현은. 서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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