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화 〉 外.힐러해요(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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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한 게임사로부터소아암재단으로전달된 기부로부터 시작한 기부 열풍이 sns 등지를 통해 게이머들 사이로빠르게 퍼지고 있는데요.
"커흡?!"
"윤서야?"
언제나와같은 아침.오빠를 출근 시키고 잠시 뒤, 오빠와마찬가지로 출근 준비를 위해 일어나선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던 도중이었다. 뜬금없이 들려온 뉴스의 어느 기사. 평소라면 여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뉴스는 신경도 쓰지 않던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그저 흘려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걱정스러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싶었을까.잘못 삼킨 밥알 탓에 입을 가리고 연신 콜록거리기를 반복하고 있는 나를 향해 아버지께서 슬그머니물잔을건네주셨기에 급하게 물을 들이켰다.
목이 따끔거리는 감촉에 찔끔 눈물을 흘리고 있자니 탁자 맞은편에 앉아계시던 부모님의걱정 어린시선이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 솔직히,고맙기보다는엄청 부끄러운 기분.
"천천히 먹어라. 일정도 없다면서."
"아, 아뇨. 아니... 네."
... 싱어송라이터 '시현'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한 게시물이유명세를 타며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단순히 문화의 소비자를 넘어 하나의 가슴 따듯한 문화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진 게이머 분들을리스펙트 한다'라는게시글에 이어...
저 빌어먹을 인간이. 조용히 잘살고 있는사람한테 왜 이런 짓을. 재차 수저를집어 들며,째릿날카롭게 떠진 시선으로 제할 말을연거푸떠들고 있는tv를 바라봤다. 기분 나쁠 정도로 잘생긴 남자의 사진이대문짝만 하게올라와 있는화면에 왈칵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았다.
이러한 열풍에 제작사 측은 '익명의 기부를 부탁한 성우 님의 의지를존중한다'라는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러한기부 열풍은단순히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게이머들뿐만이아니라 앞서 말한 시현 씨를 포함한 여러 유명인들의 호응을...
지끈거리는 머리를 애써 무시하며, 오늘 방송을 켜면 또 무슨 소리를듣게 될지를말없이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 있느냐 물어오시는 부모님께는 죄송한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도 도통 조용히 묻히긴그른모양이었다.
20.
[성녀님 성우가성녀님이라고?] 무명
성녀님이 성녀님 더빙하고 받은 돈으로 기부했더니 성녀가 일으킨 기적처럼기부 대란이일어났다고?
┕무명 :다큐냐고ㅋㅋㅋㅋㅋㅋ
┕무명 : 그래봐야 방송인인데 너무 올려치기 하는 거 아니냐;
┕무명 :이런건리스펙트 할만하지, 액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더빙 퀄리티도아마추어인 거감안하고 봐도ㅅㅌㅊ고
┕무명 : 방송 보면 인성이 됐지. 요즘 시대에 젊은 사람이 이렇게착한 일하고하는 거쉽지 않아
┕무명 : 틀
┕무명 : 이건진짜네ㅋㅋㅋㅋㅋ
┕무명 : 진짜적란눈나시청자 연령 분포도 조사 한번해봐야 된다이건
┕무명 : 거진 저스트 채팅원툴이라딱히 나이안 가리고볼만하긴해ㅋㅋ
┕무명 : 이제 LOH 공식스트리머인게ㅋㅋㅋㅋㅋ
┕무명 : 아 아무튼 익명의성우라고ㅋㅋ
21.
내가 목소리를 낸 캐릭터가 사랑받는 모습이라는 것은, 이런 경험이 전무한 나로선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간질거리는 감정을 들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방송을 켜기 전. 설거지와 간단히 집안 정리 정도를 끝낸 뒤 생기는, 붕 떠있는 두세 시간 정도의 공백.점심때를향해 내달리고 있는 모니터 속 시계를 힐끔거리며, 잠시간 인터넷을 뒤적거리기 위해 띄워두었던 팝업창들을 하나 둘 닫아갔다.
"...흐으..."
의외로 나쁘지 않은 평가. 의외로 호의적인 반응. 그리고, 익명의 성우 정도로 해달라는 내 부탁이 무색하게도당연하다는 듯 모두가 정체를알고 있는듯한 분위기. 딱히보고 있는사람은 없었지만 절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더빙을 끝낸지 약 2주. 그리고, 내가 더빙을 담당한 캐릭터가공개된 지약 1주일. 사실 튜토리얼의 리뉴얼은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던 일이었기에 더빙만 빨리 끝내면 의외로 금방 게임상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같은 말을 듣긴 했지만 이건 진도가 너무빠른 게아닌가 싶었다.
"... 하루만 쉴까, 방송."
그렇잖아도 최근 1주일간 방송에서 더빙 관련해 이런저런 놀림을 듣던 와중이었건만. 상현이의 도움과 이런저런 노고 끝에 임명된매니저분들이열심히 노력해주시는 덕에 방송의 규모가 커진 이후로도 줄곧 선 넘는 일 없이 조용조용히 내 할 일만 하며 지내올 수 있었지만, 이번 일은 정말로...
"...공중파라니이이..."
설마하니 매일같이 뉴스를 챙겨보는 시청자가 한 명도 없을까. 아니, 그들 중 단한 명도인터넷에서 관련 기사를 보지 않는다는 게 말이되는 걸까.그저 '게임을못한다'라는말에발끈 한끝에aos 말고 다른 게임을 해봐야겠다 생각했던 게 어쩌다 여기까지와버린 걸까.
헤으응눈나뉴스에서도눈나뉴스 타버린 거야? 같은 채팅이라도 보았다간. 이어질 키읔의 파도를보고 있다간,과연 내 정신이 버틸 수 있을까.
"하아..."
차라리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면 또 모를까, 내가 목소리를 낸 캐릭터가. 구태여 표현하자면 어딘가의대회 같은곳에 출품되어심사 받고있는 듯한 묘한 두근거림. 익숙해졌다 생각한 일상 속에 돌연 찾아온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 설렘인지 부끄러움인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딸깍거리는 마우스 소리만이 공허하게 방 안을 맴돌았다. 몇 번째 방송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껐다를 반복했는지 알 수 없는 와중, 시간만이 야속할 정도로 꿋꿋이 흘러 차츰차츰 내게 선택을 강요해오고 있었다.
"... 분명난리 나겠지."
그리 길지 않았던스트리머생활. 방송 내적으로는 마땅히 위기랄 것도 없었던 평탄하디 평탄했던 지난 시간들. 그리고 그 끝에기다리고 있는,이번에야말로내 손을 벗어난 난장판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두려움까지.
새삼, 이번 일이 지금껏 내가 해왔던 모든 일들 중 가장 '공적인'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수히 많은 시선들. 그것들로부터의 일방적인 평가. 어쩌면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처럼 웃어넘기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그런.
"...흐우..."
슬금슬금 흘러가던 시간이 어느샌가 11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도통 점심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지막에 받았던 검진에서도 좀 허약하긴 해도 많이 안정되었다 했으니,한 끼 정도 거른다고별다른일이야 생기지 않겠지.
점심 준비할 생각을 버리고, 잠시 방황하던 마우스 커서는결국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방송을 켰다. 이제는 익숙해진 대기화면. 그럭저럭 눈에 익은 UI들이 하나 둘 눈에 밟혀왔다. 바깥이 시끄럽다고, 여기가 뭔가 달라지는 일은 없구나. 뒤늦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22.
[시청자 참여 LOH숙제하는 방송]
성녀님 ㅎㅇ
성녀님어서 오시고
점심부터 게임이나 하시면 신도들이 슬퍼합니다 성녀님
"성녀는 게임에 나오는 금발 미소녀 npc인카레나 양이고요. 저는스트리머적란운인데요 여러분."
본파이어가적란운에게 선물한대기화면 일러스트가 사라지고, 익숙한 배경화면과 익숙한캠화면이대신하듯 화면에 떠올랐다.언제나와같은, 어딘가맹해 보이는얼굴. 본인의 주장처럼 확실히 염색이나렌즈처럼은안 보이는자연스러운 금발과 금안. 그리고,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채팅창.
인사라며드문드문 이어지는 도네이션에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하는 적란운의 모습은, 일상적인 모습이었던 만큼 시청자들로 하여금 묘한 안정감을 느끼게 만드는 그런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제목에 '잡담'두 글자만을 적어두었을 방송이 조금 긴 제목을 달고 시작된 것은 의외라면 의외였으나, 이 또한 종종 있던 일이었다. 달라질 것은 없이, 그저 종종 지어지는 웃음과 함께 꽤나 꼼꼼히 채팅창을 읽어주는스트리머와의소통을 이어간다.
적란운의 방송을 챙겨보는 시청자들의 생각이란, 언제고 그런 것이었다.
눈나공중파 입성ㅊㅊㅊㅊㅊㅊㅊㅊ
이대로스트리머때려치우고연예인 하는고야?
"항상 하는 말이지만 저는 대학원 졸업하고 공무원할 건데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아니 이쯤 왔으면 그냥스트리머한다하라고ㅋㅋㅋㅋ
떠들썩한 채팅창이 평소보다숨 가쁘게솟구쳐갔다. 필시, 최근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공중파 뉴스에서 '이 사건 유명해요'라며 확인사살까지 당해버린 예의기부 대란때문이리라.
다분히 어지러운 채팅창 속에서도 어찌어찌 대화를 이어가는 적란운의 모습에. 그저 사람에 대한 호의 가득한 그 노력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웃음짓고있는 이가 몇 명이나 있을까.소란조차도미담 때문이라면, 이런 소녀에게 '성녀님'이라는 호칭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 호칭인 게 아닐까.
암습도적대기중
"아,소갈비 님5천원후원 너무 고마워요. 근데 선착순으로받을 거라뇌물은안 통해요."
적란운 최고다!
뇌물은안되지ㄹㅇㅋㅋ
다소간의 소란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은 꽤나 떠들썩 하리라 생각했다. 아마 적란운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어렵잖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소녀는 구태여 그런 자신의 속내를티 내려하지 않았다.언제나와같은 조곤조곤한 목소리. 평화롭고 한가로운 분위기 속, 점잖은 리액션. 과하지 않은 웃음.
'레거시 오브 호라이즌'이라 적힌 로고가 지나가기 무섭게, 최근에 리뉴얼 되었던튜토리얼 존과그 튜토리얼의 진행을 담당하는 금발 금안의. 어딘가 맹한 표정과 등 뒤의 순백색 날개가인상적인 미녀 캐릭터의 모습이로딩창위로스쳐 지나갔다.
"...푸흫."
짧은 정적 속. 적란운이 흘린 웃음소리가 기폭제라도 되었다는 듯,채탕창이순식간에 키읔으로 도배되어갔다.
"푸흐흐으으흐흫...아, 진짜. 진짜 제가 딱히 이 캐릭터랑 관계가있는 건아닌데요."
암요~ 암요~
물론이죠~ 당연히 적란운 님은 그냥스트리머일뿐이죠~
우리적란눈나는더빙 같은 거한적 없지~ 암요~
"아니, 진짜 웃음을참을수가...프흫..."
아하하하. 상쾌하게터져 나오는웃음소리가랜선을타고 전염되기라도 한 것처럼. 소녀를 바라보던 모두가, 잠시 생각을 놓고 깔깔깔 웃는 정도의 소란. 아마도 모두가 이 방송에서 기대했던 건, 딱그 정도의소소한 즐거움이었으리라.
"... 후아. 여하, 여러분."
?
넹
왜 갑자기 분위기 잡고그럼ㅋㅋㅋㅋㅋ
"딱히 제가 관련된 사람은 아닌데, 기부 릴레이 좀 멋있다고요. 딱히 제가 관련된 사람은 아닌데, 좀 고맙네요."
암요~ 암요~
그럼요~ 적란운 님은아무런관련도 없죠~
물론이죠~
그것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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