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68. 코리안컵/1라운드8강, vs BHQ Olives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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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rgram]
thresher_jin | VLG 아레나
좋아요 707개
thresher_jin ─ 오늘도 출전 예정입니다
#이기고_옴
yblee0224 ─ 이기자!
hotsummer1 ─ 이기자!!!
fall_cha — 파이팅, 메리크리스마스
…
개설한 지 한 달 되어가는 인스타에 출전한다는 이야기를 남긴 지 1시간도 안 되어 700개나 되는 좋아요가 박힌다.
사진을 자주 올리는 것도 아니고, 소식을 자주 전하는 것도 아닌데.
개인 방송 외적으로도 진겨울의 사생활을 훔쳐보고 싶은 사람이 이렇게도 많았던 것이다.
1라운드 까지는 ‘당연히 이겨야지’라는 분위기가 주도적이라면. CCK 팀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한 2라운드 8강부터는 팬들도 조마조마할 것이다.
이길까? 이겨줄까? 진겨울 원딜 괜찮을까?
수많은 걱정을 안고. 진겨울은 1라운드의 마무리, 8강 경기에 오늘도 원딜러로 2세트 출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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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1라운드 두 번째 상대는, 그나마 CCK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ABC Dominions보다 상대적으로 약팀으로 평가받는 BHQ Olives였다.
외국인 선수와 코치 영입이라는 특이한 용병술을 비롯해 신인들이 다수 포진한 BHQ. 하지만 라인별로 놓고 비교해봐도 TU의 전력이 우수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아마추어 탈출한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은 최도윤과 유민재, 진겨울에 대한 고평가는 무척 이례적이었다.
“네, 먼저 만나볼 팀. 바로 TU입니다!”
“격동하는 혼돈의 리그 오브 컨실! 저번 16강전을 깔끔하게 승리하며 엄청난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훌륭한 데뷔전이었죠. 라인별로 자신의 장점을 여실히 드러낸 경기였습니다. 오늘 깔끔하게 BHQ까지 잡아내는 게 중요하겠죠?”
“로스터는 저번 ABC전과 동일합니다. 아마 오늘도 2세트에는 Freyja 선수가 원딜로 출전하겠죠?”
“맞습니다. 리컨 관련 모든 커뮤니티를 불태우는. 남심, 팬심. 다 흔들어 박살 내는 Freyja가 또 나온다는 소식에, 벌써 채팅창에 난리가 났습니다.”
“스프링 시즌에 Freyja가 나이 제한에 걸리는 MJLow 선수 대신 출전한다는 설이. 이쯤 되면 사실인 것 같네요.”
“그렇죠. TU로서는 미리 테스트해 봐야 하거든요. 지금 코리안 컵을 좋은 실험대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빠른 속도로 상대 팀 소개가 이어진다.
“자, 이에 맞서는 BHQ Olives입니다.”
“참신한 카수스 정글로 지난 경기 승리를 가져왔죠.”
“사실 BHQ에게, 웃어주는 대진은 아니에요.”
“맞습니다. TU의 멤버가 정말 큰 대격변을 겪긴 했지만, 지난 경기에서 확실한 강팀의 면모를 보였단 말이에요. 바뀐 멤버들, 특히 정글의 Doyoon 선수, 바텀의 MJLow 선수가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어요.”
“사실 저번 경기가 아니었다면. TU. 뭐 탑, 미드 빼면 다 상대해볼 만하지 않아? 그렇게 생각했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저번 경기로 쉬운 팀 아니다. 올해는 정말 다르다! 이런 모습을 보여줬단 말이에요!”
“게다가 시험대에 오른 Freyja. 이 선수, 그냥 게임을 잘한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BHQ는 정말 긴장해야 할 겁니다. 저번 경기 2:0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다소 불안했거든요?”
“정면으로 꽝 붙어서 이기기 어려울 수 있으니, 밴픽부터 수 싸움을 준비해 왔겠죠? 무난하게 가면, 아무래도 TU에게 웃어주는 대진이니까요.”
해설진이 예측한 대로 BHQ는 다소 특이한 밴픽을 준비해 왔다. 포피라는 픽을 꺼내 들면서 서포터 스왑 트릭을 건 것이다.
하지만 TU는 그에 대응해 무난하고 또 무난한 조합을 뽑았다.
우르고트, 리산드리아, 라쿤. 저번 ABC 전 1세트에서 썼던 탑, 미드, 서폿 픽을 유지하면서.
상대의 미드 오리아네를 저격한 듯한 최도윤의 자쿠 픽.
이즈리언이 풀렸음에도 저번 ABC전 2세트를 의식한 듯한 유민재의 루시언 픽이 모습을 드러냈다.
**
경기는 초반부터 꽤 유리하게 흘러갔다.
이도진의 자신감 있는 플레이가, 득점으로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뒤로~!! Doyoon은 아래에서!!”
“와 이거 리산드리아 전매특허거든요? 기가 막히네요!”
[ 선취점! ]
[ TU MJLow ▶ BHQ wing ]
[ 더블 킬! ]
[ TU MJLow ▶ BHQ Juice ]
“시야석이 있어서 오히려 방심했어요. BHQ 바텀에 엄청난 대미지가 들어갔습니다. 의회 주문을 다 들고 죽었어요.”
“뒷갱이라고 하잖아요? 저 멀리에서 쭈욱하고 날아오는.”
“혹시 모르니까 자쿠까지 같이 와서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먼저 미드라인을 집어넣은 이도진의 리산드리아가 강을 타고 쭉 내려온 다음. 제어 시야석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정크의 합류 타이밍과 맞춰 ‘E/서리갈퀴 길’을 사용했다.
이동형 스킬의 특성 중, 넘어갈 수 없는 벽 안쪽이 목적지가 되면 좀 더 가까운 쪽의 벽 바깥으로 튕겨 나가는 현상이 있다.
두꺼운 벽이라도 라인 가까운 쪽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스킬 사거리보다 더 먼 거리를 도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리산드리아의 E 역시 이에 해당했다.
일반적으로는 닿을 수 없는 거리를 넘어와 버리니, 당하는 입장에선 그야말로 눈뜨고 있다 코 베인 격.
그 한 번의 로밍/갱킹으로 루시언에게 현상금이 달리고, CS 차이가 20개까지 벌어졌다.
“자쿠, 또 지금 준비하고 있거든요.”
“BHQ 지금 모르고 있어요. 전혀 모르고 있어요!”
2019시즌을 준비하면서 TU의 감독 김동균과 이주민 코치는, 선수들에게 이런 주문을 했다.
한 번 이득을 보기 시작했으면, 그거에 안주하지 말고 더 많은 이득을 위해 스노우볼을 굴리라고.
과거처럼 너무 안정적인 플레이만 지향하면, 결국 상대의 변수에 우리가 당해서 넘어지게 되니. 차라리 그 전에 먼저 노림수를 던지자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는 2018시즌, 유럽과 중국의 공격적 메타에 탈탈 털린 CCK 전체적으로 지향하는 바이기도 했다.
리그에서는 서로 적이긴 해도, 감독들끼리는 얼추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다.
모든 감독과 코치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올해는, 반드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브라운 방패 빠졌어요?”
“루시언이 강하게 딜교를 하면서 방패를 뽑아냈고요! 지금 자쿠가 위쪽 부쉬에서 점프를 준비하고 있거든요?!”
“뒤에서 날아옵니다—!”
“자쿠 레벨 6이에요! 궁극기 생겼거든요?!”
멀리서 날아온 젤리 덩어리가 쿵 하고 적 바텀 듀오 사이에 착지한다.
띠용 하는 괴상한 소리와 함께 자쿠가 바닥에 쭉 하고 퍼지길 잠시.
바르스는 아까 쓰지 못했던 점멸로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공교롭게도 궁극기의 포획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 점멸 썼지만!”
“벗어나질 못했습니다아!!”
[ 학살 중입니다! ]
[ TU MJLow ▶ BHQ wing ]
“이거는 뭐…?”
“바텀 터지고 있습니다!”
*
사실 탑의 우르고트나, 미드의 리산드리아. 둘 다 반반 픽으로, 라인을 파괴해 그 힘으로 게임을 굴리는 챔피언은 아니다.
로밍 찌르기. 텔 합류. 스플릿 푸쉬. 이런 쪽에 특화된 두 챔피언을, 과연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쓰느냐가 이번 세트의 핵심이었다.
“와, 민재 어제 네 플레이 보고 진짜 불붙었나 보다.”
“….”
8분에 2천 골드 차이. 물론 유민재만 잘해서 만들어진 골드 격차는 아니었다.
이도진의 리산드리아와 최도윤의 자쿠가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찔러주면서 상대를 압살시킨 거지, 라인전에서 크게 차이가 날 만한 바텀 대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번 경기부터 세 경기 연속으로 이어지는 김종하의 우르고트 픽과 이도진의 리산드리아 픽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진겨울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설마… 아니겠지?’
너무 대놓고 바텀을 밀어주는 픽이다. 물론 주도권을 미드와 탑에서 잡으려면야 못 잡을 건 없는데. 이도진이 대놓고 다른 라인 커버와 후반 한타에 집중하는 픽을 고르는 건 다소 불만스럽다.
분명 감독님은 바텀에 부담을 덜 주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이게 어딜 봐서 부담을 덜 주는 픽이란 말인가.
설마. 못 알아볼 거라 생각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걸까.
따스한 봄바람 스택 하나가 벌써 사라진 기분이 든다.
“저 감독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응 겨울아.”
“종하 오빠랑 도진 오빠. 일부러 픽 숨기는 건가요?”
먼저 2라운드 8강의 다른 브래킷에서 기다리고 있는 팀은 저번 시즌 승강전에서 CCK 선배들을 때려잡고 올라온 노마드 게이밍.
그들의 상체 파괴력은 유명하다.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CCK에 새로운 공격적인 피를 수혈해 줄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탑의 Deguri, 정글 Carryon, 미드 PartyMaker는 지금 CCK의 다른 어떤 팀보다도 강한 상체가 될 잠재력이 넘쳐난다.
강한 상대를 맞아 싸워야 하니, 어쩌면 전략적으로 카드를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던진 질문이었다.
최도윤, 유민재는 이제 갓 CCK에 모습을 드러냈기에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김종하와 이도진은 다르다. 그들은 이미 오래 리그를 뛰었기에 그간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캐릭터 풀이 충분히 노출되어 있었다.
“딱히? 지금 둘 다 약간 적응 기간이라서, 일부러 가장 무난한 픽 쥐여 준 건데?”
하지만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맙소사. 그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강제로 바텀에 힘이 실리는 그림이 되었단 말인가.
달리 말하면 김동균 감독이 유민재와 진겨울을 너무 믿고 있다는 뜻도 됐다.
“왜 겨울아. 부담되어서 그러니?”
“… 아뇨 전혀요.”
김동균 감독을 의심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팀을 숱하게 우승으로 이끈 명장이 아닌가.
지금 전력으로 탑과 미드에 힘을 주기보다 원딜러 중심의 게임을 만드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면, 그게 옳을 수도 있다.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었구나.’
김종하의 폼은 최고에 근접한 상태다. 당장 제이크를 주어도 탑라인에서 무쌍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보통 탑에서 제이크를 꺼내면, 그에 맞춰 미드 바텀도 포킹 조합을 구성하는 게 편리하다. 뭐 김종하가 조합 신경 쓰면서 제이크를 쓰진 않는 선수긴 하지만, 그래도 팀적인 밸런스를 생각하지 않을 순 없지 않은가.
마침 유민재는 이즈리언을 곧잘 쓰는 선수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미드가 애매해진다.
이도진도 조니를 쓸라면야 쓸 순 있지만, 리스크가 있다. 리산드리아에 비해 생존 수단이 부족하고, 굉장히 손을 많이 타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리산드리아는 팀 이니시의 핵심이라서, 리산드리아가 빠지고 난 뒤 서포터로 메꾸기에도 쉽지 않다.
“부담된다고 경기 지는 건 말도 안 되죠. 프로는 이기려고 게임 하는 건데.”
이제 알았다. 어째서 TU의 밴픽이 이런 식으로 계속 흘러가는 건지.
이도진의 폼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진이 챔프 폭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어서 그런 거야.’
ABC전 1경기나 2경기에서 진겨울이 직접 두 눈으로 본 대로라면. 이도진은 미드 라인전에서 직접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우니 게임 전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리산드리아를 고른 것이다.
실제로 다섯 선수 중 누가 가장 실수가 잦았느냐 묻는다면 이도진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결국 이도진의 폼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면, 김종하는 이번 컵 대회 내내 우르고트를 써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내가 미드로 가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도진이를 보호해야 하는 감독님이라면 내게도 리산드리아를 쥐여 줄 확률이 높고….’
결국 이번 컵 대회에서 이도진이 폼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 그것이 현성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바텀에 원래 탑 라이너였던 진겨울이 대신 나가는 거?
지금 감독님 표정 보면 걱정한 적도 없으신 것 같은데?
“…? 왜 그러니 겨울아?”
“아닙니다.”
타이틀은 따고 싶고, 그러려면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데.
이도진의 선택폭은 한정적이고, 결국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키는 바텀에게 넘겨졌다.
이 상황에서 진겨울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존나 잘해서 이기면 된다.
민재가 압도적인 격차를 느끼고 좌절할 수도 있지만, 이제 그런 걸 일일이 따져 가며 상대할 수 없는 적들과 만나게 된다.
아무래도 이따 1세트가 끝나고 나면 민재에게 미리 선전포고를 해야겠다.
“절대 좌절하지 말라고. 네가 못하는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잘하는 거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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