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70. 코리안컵/2라운드8강, vs Nowmad Gaming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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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언이나 이즈리언을 픽한 진겨울은 바텀 라인에서 혼자 버텨도 죽는 일이 거의 없고. 그렇기에 이윤호는 거침없이 다른 라인을 돌아다니며 변수 플레이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단 두 경기를 치렀지만, 이런 진겨울의 루시언과 이즈리언은 어느새 TU의 전략 카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진겨울이 안정적으로 버티기 시작하자 자연스레 감코진의 밴픽 수 싸움이 쉬워졌다. 이니시를 담당하던 이도진이 리산드리아를 픽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역할을 탑과 정글, 서폿에 적당히 배분하게 된 것이다.
이번 3세트 현성의 픽도 그러했다.
탑 사이옴. 탑에서 용까지 한 번에 올 수 있는 이동형 궁극기에 에어본 CC로 이니시가 가능하고.
정글 그라자스. 그야말로 CC 덩어리.
거기에 바텀 알리스톤 역시 CC 덩어리다.
다만 사이옴 선택으로 우르고트가 담당하던 딜 일부가 사라졌기에, 그 딜을 아제르가 폭딜로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역할은 조금 바뀌었지만, 팀원 모두가 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만 한다면….
[ TU Freyja ▶ NMG Hoy ]
선수들 모두 최소 1인분은 하는 지금. Deguri의 블라디메르가 위협적이긴 해도 TU가 질 이유는 딱히 없는 것이다.
“모르간 아직 5레벨이에요!!”
“와, Affort! 킬 관여울 100%. 거의 정글러처럼 돌아다니고 있어요?!”
“성난 황소입니다.”
“루시언 바텀에 세워 놓고 그냥 종횡무진이에요! 벌써 4킬. 골드 격차가 벌어~지죠?”
“이러면 탑에서 사이옴이 조금 고통받아도 버틸 만하죠!”
“CS 차이 생각보다 얼마 안 나요. 20개거든요!”
TU는 벌린 격차를 빠르게 굴려 가기 시작했다. 한 번 주도권을 잡았을 때 운영으로 점수를 따는 걸 누구보다 잘하는 게 이도진의 스타일이다.
경기 16분째가 되자, 바텀은 먼저 타워를 밀고 케르베로스 사냥을 위해 탑과 라인을 바꿨다.
그리고, 탑에 본격적인 압박을 가했다. 바텀 타워 먹었으니, 이제 탑 타워를 내놓으라 이거다.
미드 라인을 먼저 집어넣은 아제르가 먼저 위 무빙을 치자, 상대는 자연스럽게 긴장할 수밖에 없다. 갈레오가 라인을 정리하고 궁극기 범위까지 접근하기 전까지는 사려야 하는 것이다.
“자 탑에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릅니다.”
“다이브 각 보고 있어요 TU!”
그래도 갈레오가 궁극기 사용 가능 범위까지 접근하면, 그때부터는 NMG도 할만하다. 돌격 이니시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카닐갈레오 듀오가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카닐이 기다렸다는 듯 갈고리를 타워에 걸고 앞으로 날아올 준비를 한다. 타격 가능 범위에는 TU의 바텀 듀오와 정글러가 서 있었다.
어떻게 보면 TU에게는 퀴즈 시간이다. 과연 카닐이 누구에게 날아올지 예측하든. 미리 점멸을 사용하든.
하지만 여기서 힌트. 모든 챔피언이 점멸을 들고 있다면?
— 펑!
— 펑!
암살자 챔프인 카닐의 목표는 당연히 원딜러가 될 수밖에 없다.
“오와우!”
“예측해서 피했어요 Freyja!!”
진겨울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카닐의 점멸이 사용되는 타이밍과 동시에 점멸을 써서 뒤로 빠졌다.
모르간의 대마법 보호막까지 걸고 들어왔건만. 거리가 생겨버리니 카닐이 루시언을 물기는 어려워졌다.
결국 카닐은 아래쪽에 뭉쳐 있는 알리스톤과 그라자스를 향해 기수를 돌린다. 이미 싸움을 건 이상, 맞고 빠져버리면 타워가 무너지니. 갈레오의 궁극기로 상대를 띄워 올리면서 제대로 물어뜯을 생각이었다.
“영웅출—!”
“현!”
“텔로 탑라이너들 전부 왔구요!!”
그러나 그라자스가 모르간의 속박까지 다 받아낸 뒤 황금 시계로 한 턴 어그로를 빼 버리고, 알리스톤이 기절 스택을 쌓으며 앞으로 돌진했다.
— 세난의 복수다!
한 데 뒤섞이는 양측의 챔피언들. 그 가운데로 루시언의 포화가 쏟아졌다.
“알리가 앞에서 탱킹중!”
“갈레오, 점멸 도발—!! 세 명 걸렸어요!! 이즈궁!!”
이즈리언의 크레센트 버스트가 TU의 진영을 갈랐고. 텔로 도착한 사이옴이 궁극기로 NMG의 진영을 갈랐다.
용감한 이즈리언이 앞으로 ‘E/비전 도약’을 사용하며 NMG의 다른 챔피언과 함께 황금 시계 무적에서 풀려난 그라자스에게 집중 공격을 가했다.
[ NMG Noclear ▶ TU Doyoon ]
“Doyoon! 죽었어요!”
그렇게 NMG는 원하던 킬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당히 얻어맞은 관계로 이제 안전하게 뒤로 빠지기만 하면 되는데….
이 난장판 속에서 이도진이 날카롭게 한판 뒤집기의 그림을 보았다.
이즈리언이 앞으로 이동기를 쓴 이상 후퇴할 방법은 점멸뿐이고. NMG의 챔피언들이 아주 예쁘게 뭉쳐 있지 않은가?
E스킬로 세워 놓은 모래 병사에게 돌격하면서, Q스킬로 모래 병사를 앞으로 찔러 먼 거리를 질주하는 아제르 특유의 콤보를 사용하며.
— 쥬리마에 영광을!
깊숙이 드리프트로 진입한 이도진이 궁극기로 무려 세 챔피언을 퍼 올리는 데 성공했다.
“아제르!”
“토스!!”
잘 큰 아제르의 궁극기와 Q스킬, 평타 몇 대 맞았을 뿐인데, 퍼 올려진 챔피언 셋의 체력이 순식간에 동났다.
점멸이 있어도 워낙 거리가 좁혀진 탓에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 TU Khal ▶ NMG Noclear ]
[ TU Freyja ▶ NMG PartyMaker ]
[ TU Plum ▶ NMG Deguri ]
“루시안 딜! 옆에서 사이옴도 열심히 때려주고 있고요!”
“으아아악!”
“그냥 싹 쓸어갑니다!”
“그라자스 내주고, 밥상을 그냥 뒤집어버렸어요!!”
“TU—!!”
NMG는 이미 세 명이 죽었고, 타워 딜은 사이옴이 받아주고 있는 상황.
TU의 선수들은 거침없이 타워를 넘어 더 깊은 곳까지 진격했다.
“이야아압. 촤!”
[ 더블 킬! ]
[ TU Plum ▶ NMG Hoy ]
“더블 키일!”
“Plum!”
“TU! 방금 한타 진짜 미쳤습니다!”
“탑 타워는 전리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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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예상한 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상대는 불리하지만, 원한다면 언제든 꼬투리를 잡아 몇 명은 잘라먹을 수 있다. 원래 카닐갈레오 조합이 그렇다.
카닐이 무식하게 밀고 들어와 갈레오로 덮고, 그 위에 블라디메르 궁극기까지 덮으면 나름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TU에게는 항상 상대를 낚을 찬스가 존재한다. 상대에게 허점을 내보이는 듯 공격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면, 상대가 못 참고 한 번은 달려들 수밖에 없다.
만약 그 이니시만 정확히 흘려낸다면, 그다음부터는 TU가 원하는 그림대로 굴러간다.
템 차이가 나는 상대는 당연히 타워 근처에서 싸우고 싶겠지만. 한 번 흘리고 나면 전장은 타워에서 멀어지기에, 이미 템적으로 우위를 점한 TU가 실수하지 않는 이상 절대 손해볼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럼 그 중요한 미끼 역할을 하게 되는 건 누구냐?
당연히, 진겨울이다.
“와 씹 진짜. 나 상상도 못 했다. 아니, 점멸 쓰면서 들어올 거 어떻게 암?”
“당연히 올 것 같지 않았어?”
“그래? 아니 난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참을 줄 알았지.”
카닐의 갈고리가 탑 타워에 걸리는 순간 직감했다. Carryon이 앞으로 날아오며 점멸을 쓸 거라는 걸.
갈레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건, 곧 카닐갈레오가 진입하겠다는 뜻.
시간을 끌면 TU에게 여유가 생기고 대처하기가 쉬워지니, 첫 시도에 바로 들어올 게 확실했다.
심지어 상대는 언제든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아직 실전 경험이 부족한 어린 친구들이 아닌가.
인내심이 부족하고, 목표에 대한 열망이 뚜렷하다 보니 진겨울도 눈치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잘리는 거 조심하면서, 천천히 사이드 압박해. 공작 나오면 공작 압박 주면서 싸움 걸면 되고, 비슷하게 끌어들여서 싸우면 우리가 무조건 이겨.”
“확인.”
무리만 하지 않으면 된다. 상대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군 진영에서 잡아먹는 그림이 우그러지지만 않으면.
TU는 앞으로 벌어질 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
“사이옴 아제르가 공작치고, 나머지는 위에서 적 진입하는 거 봐주면 될 거야. 절대 먼저 이니시 걸지 마. 골목 좁고, 먼저 걸어봐야 우리는 사이옴이 합류 못 해서 불리해.”
“알겠어.”
좁은 지역으로 무리하게 진입해서 상대에게 빌미를 제공하지만 않으면.
이 게임은 절대 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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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간 22분. TU는 미드 라인을 밀어 놓고 바로 공작 트라이로 상대를 유인하기 시작했다.
아제르 혼자 쳐도 빨리 잡지만, 상대를 끌어들여 잡아먹으려는 그림이 명확히 보였다.
“그래서 이거는 한타도 한탄데, 시간 끌리면 TU가 무조건 먹는 그림입니다.”
“맞습니다. 아제르 빨라요 빨라요.”
“벌써 1/3 깠어요.”
“자 Nowmad. 어떻게 할 겁니까. 이대로 공작 그냥 줄 겁니까!”
“지금 TU는 입 쩍 벌리고 기다리고 있거든요?! 루시언도 도착했어요?”
어느새 공작 체력은 또 남은 절반이 사라져 1/3만 남은 상황.
아제르만 공작 봉인지에 남긴 채 사이옴이 몸을 돌려 빠르게 대치를 벌이고 있는 팀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자 사이옴 위쪽으로 돌기여어어어억!”
“공작이랑 같이 마무리할 생각이에요!”
“알리스톤이 몸 대주고! 카닐 그 와중에 무시하고 안쪽으로 진입! 황금 시계로 한 턴 버팁니다—!”
정신없는 와중 솔방울탄이 터지며 카닐이 공작 봉인지 안쪽으로 넘어갔다. 공작을 치던 아제르는 즉시 딜을 멈추고, 바로 카닐 앞에서 황금 시계가 풀리기를 기다렸다.
자신을 퍼 올려 다시 언덕 위로 쫓아낼 것이라 예상한 카닐이 공작 봉인지 입구 쪽으로 점멸을 사용했지만.
— 펑!
이도진은 그걸 예상했다. 점멸로 빠르게 따라잡은 그가 상대의 예측을 비웃으며 카닐을 세게 밀쳐냈다.
“으아악 카닐 밖으로 쫓겨났어요!!”
“그라자스와 루시언이 봉인지 안쪽으로 넘어왔고요!”
“이러면—!”
체력이 빠진 알리스톤 대신 폭주 기관차처럼 돌격한 사이옴이 앞을 틀어막고. 그동안 나머지 챔피언들은 모래 병사로 공작 봉인지 입구를 막은 채 공작 사냥을 마무리했다.
[ 파랑 팀이 의회 공작을 처치했습니다! ]
“이러면 사이옴 죽어도 돼요!!”
“이제 카닐이 위험해요 지금, 빨리 도망가야 합니다!!”
TU는 사이옴을 내줬지만, 공작 버프를 획득했다. 집으로 돌아가며 갈 곳 잃은 카닐까지 맛있게 잡아먹은 건 덤이다.
[ 학살 중입니다! ]
[ TU Freyja ▶ NMG Carryon ]
“아…! Nowmad! 너무 조급했어요. 물론 불리했던 것도 맞는데, 조금만 더 침착했어야 했습니다!”
“TU는 이제 공작 버프 달고 밀고 올라갑니다…!”
“그래도 아직 게임은 안 끝났습니다. Nowmad. 차분해져야 합니다. 이미 엄청 불리한 건 맞지만. 차가운 심장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해설이 아무리 차분해지라고 말한들, 게임을 하는 선수들에게는 닿지 못했다.
애초에 TU와 NMG는, 인게임 컨트롤타워의 경험치 차이가 극심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온갖 전투에 익숙해진 백전노장이 둘이나 있는 데다가, 그 노장들의 구식 판단이나 오류를 즉석에서 수정하는 최신식 슈퍼컴퓨터까지 한 대 있다.
노장들의 아집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실수를 언제든 머리채를 잡으려고 대기 중인 추수기가 막아주는 셈이다.
심지어 이 추수기는 그러면서도 자기 할 일은 톡톡히 해내는지라.
“Freyja. 진짜 나왔다 하면 0 데스. 뭡니까 도대체!”
“저번 경기 1 데스 한 게 아쉬웠다 이거에요!!”
“4/0/4. 와, 정말. 이 선수 탑라이너 맞습니까? 그냥 롤퀸이네요 롤퀸!”
“정말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겁니다!”
해설진의 극찬이 쏟아지고.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정말 재밌는 대진일 거라고 기대가 높았던 대진. 넥서스가 깨지면서…!”
“GG!!”
“TU! 이렇게 세트스코어 2:1로, 4강에 진출합니다!”
“와. TU. 2018년 그 부진을 겪으면서 정말 많은 의심을 받았거든요. 괜찮냐. 이대로 괜찮은 거냐. TU이대로 무너지는 거 아니냐. 왕조는 어떻게 되는 거냐! 그런데 이렇게 보여줍니다!”
“맞습니다. 왕조를 재건할 여왕과 그 군단을 새로 데려왔거든요.”
“거기에 왕조를 한 번 무너트렸던 다른 왕조의 장군님까지 데려왔죠.”
상대 NMG는 이제 겨우 CCK에 올라왔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던, 2019년에 파란을 일으킬 것이 확실시되던 강팀.
그 NMG를 꺾고, TU가 마침내 팬들에게. 그리고 전문가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정말 Freyja. 믿기지 않는 선수입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선수가 튀어나왔죠?”
“다른 선수들도 정말 제자리에서 최선의 역할을 다해줬어요. Affort. 아주 그냥 전 맵을 다 돌아다니면서 종횡무진. Plum! 결정적일 때 업어치기! 한 판으로 그냥. Khal은 앞에서 든든히 막아주고, 적 진영 다 뿌수고 다녔고요! Doyoon은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갱 타이밍. 커버 타이밍. 마치 자로 잰 듯 정확했어요.”
“TU가 과연 올해는, 단 한 번도 들어 올리지 못했던 코리안 컵의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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