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화 〉 77. 새해인가 봄 (2)
* * *
“아이씹! 깜짝이야!!”
“겨울아 생일 축하한다!”
“존나 축하한다!”
“누나 생일 축하해!”
커다란 케이크와 함께, 팀원 전체가 복도 양쪽에 있는 방문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
진겨울은 당황했다. 방금 멘트, 여러 가지로 오해받을 만한 말이었는데.
그걸 팀원들이 다 들어버렸다고?
“아, 저기. 내가 도진 오빠한테 한 말은 그러니까….”
“야야. 신경 쓰지 마라!”
김종하가 케이크를 든 이윤호를 지나 다가오더니, 진겨울의 어깨를 팍팍 두드렸다.
“어차피 니들 둘이 나중에 결혼할 거 뻔히 아는데, 누가 뭐라 하냐? 평생 사랑하세요?”
“뭐라는 거야 형은.”
“아니 왜 맞잖아! 니들 둘이 서로 이상형인 거 누가 모르냐?!”
이럴 줄 알았다.
이도진 바라기인 이윤호는 존경하는 선배의 결혼식을 기대하는 후배 같은 눈빛을 보내고 있으며.
최도윤은 입술을 씹으며 비련의 남주인공(?) 행세나 하고 있다. 유민재 뭐 하냐, 빨리 최도윤 진정 안 시키고.
김종하는 그냥 신났다. 지금 이 그림이 너무 재밌으니까.
“그…. 좀. 내 말은? 나 때문에 있어 달라는 게 아니고. 앞으로도 많은 선수가 TU에 입단할 테니, 도진 오빠가 은퇴해도 코치로 남아있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그래서 나름 공익을 위해—.”
침 튀겨 가며 열심히 변명해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김종하는 머리가 뜯겨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지, 이제 아주 대놓고 두 사람을 밀어주기 시작했다.
“야! 자자. 거기서 둘이 그러고 있지 말고, 빨리 와서 같이 불어라! 촛농 다 떨어진다고!”
“아니 뭘 같이—.”
“야! 뭐해? 넌 미래의 아내 생일인데 같이 안 불어 주고.”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니라니까?”
의외로 이도진도 함께 염문을 부정하고 나섰다. 아무리 진겨울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이야기할 순 없는 모양이지?
황당했지만 빠져나가려면 이때다 싶어 진겨울은 빠르게 케이크 위에 놓인 초를 세게 분다.
그마저도 폐활량 부족으로 한 번에 다 불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후우! 후우우우!”
“야! 거참. 이도진 피지컬 다 뒈졌네.”
반응이 늦다는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이도진. 진겨울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그녀의 얼굴에 차갑고 미끄러운 크림이 날아들었다.
“아, 뭐 해!”
“야 생일인데 이런 거 해 줘야지!”
“그럼 나도.”
“민재야 너 미쳤냐?!”
“나… 나도!!”
유민재도 달려들어 겨울의 얼굴에 크림을 바르고, 최도윤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함께 크림 칠을 도왔다.
진겨울은 왁왁 비명을 지르며 거실로 도망쳤다. 온통 그녀를 쫓아오는 추노꾼들 뿐이다.
“야 뭐하냐 도망가잖아! 빨리 노래 불러!!”
“생일 축하 합니다~!”
“아이 미친 이게 뭐야 도대체!!”
도망치는 거실을 쫓아오는 케이크 부대와 시작되는 생일 축하 노래.
이도진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들을 뒤따르며 함께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특별한 생일선물은 준비되지 않았지만, 그건 연습실에 놓아둔 코리안 컵 우승 트로피로 충분했다.
그건 이도진에게도, 진겨울에게도, 심지어는 혼겨울에게도 의미가 있는 선물이었다.
‘형, 생일 축하해.’
‘야야, 축하는 무슨. 벌써 몇 년째냐.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배도현일 적에는, 생일날이면 평소엔 잘 가지 않던 고깃집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는 그를 따르는 동생들에게 이날만이라도 배불리 먹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녀의 그런 성향은 진겨울이 된 뒤에 그대로 남아서, 주변 사람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성격으로 변모했다.
가진 만큼 베푸는 것은 배도현에게 중요한 덕목이었다.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 대가를 바라지 않고서 베풀면 그것은 언젠가 돌아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얻은 게 뭐냐? 라고 묻는다면. 사실 자랑할 만한 건 이봄을 만났다는 추억 하나다.
아쉽지 않느냐고? 전혀 아쉽지 않다.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던 배도현에게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 준 사람. 만난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었다.
“야 케이크랑 음료수 준비됐는데, 부루마블 한판 고?”
“이 밤에 무슨 부루마불이야. 결승전 치르느라 피곤했는데 그냥 자면 안 돼?”
“아니 파티의 주인공이 그런 말을 하면 분위기가 흐려지잖냐! 야! 이도진 넌 뭐해 이자식아. 와이프 기강 안 잡아?”
자꾸 이도진의 여자친구 포지션으로 몰아가는 게 짜증이 나서, 진겨울은 냉큼 김종하의 머리채를 잡았다.
“아무래도 오늘 대추수를 열어야겠네.”
“아악! 야이씨!”
“왜 이거 기대하고 도발한 거 아니야?!”
“넌 좀 오빠에 대한 배려를 하라고~!!”
쫓고 쫓기는 대추수전의 시작이었다.
*
복도가 소란스러워진 사이, 이도진은 야식 주문을 마치고 돌아와 부루마블 판 옆에 앉았다.
“치킨 두 마리 시켰어. 먹고 놀다가 자자. 기왕 생일인데 좀 늦게 자면 어때.”
그사이 도망친 김종하를 붙잡은 진겨울이 당당히 머리카락을 붙잡고 거실로 입성했다.
“자 오늘의 치킨은 김종하 씨가 쏘시겠습니다~.”
“아니 야! 너 결승전 MVP 상금 있잖아?!”
“네 김종하 씨가 쏘시겠습니다~?”
“아아으악.”
결국 머리털은 물론이요. 지갑까지 털리고 만 김종하. 그가 완벽히 공제현의 포지션을 차지한 걸 보며, 최도윤과 유민재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누군가는 진겨울의 피 추수 담당이 될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게 팀의 맏형인 김종하가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됐어. 이미 내가 다 결제 했으니까. 이따 배달 오면 문이나 열어줘.”
이미 결제했다는 말에 진겨울이 매서운 눈초리로 이도진을 쏘아봤다.
“안 돼. 오늘 결제 담당은 종하 오빠야.”
“… 이미 결제 했어.”
“그럼 종하 오빠한테 돈이라도 받아.”
“야이씨! 진짜. 남편(진)이라고 오지게 챙기는 거 봐라.”
“선생님. 아직 추수가 안 끝나셨어요! 움직이시면 다쳐요!”
“아아오악!”
이게 생일 파티인지 슬레쉬가 날뛰는 형장 한 가운데인지.
난장판의 한 가운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이도진은 차분하게 침묵을 지킬 따름이다.
지금 TU에 진겨울의 마수에 넘어가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도진을 제외하면 모두가 이미 그녀의 수족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이러다가 겨울이 말이라면 모두가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겨울이의 폭주를 막을 유일한 비상 버튼으로써 긴장하며 제 기능을 해야겠구나 싶어, 이도진은 그녀를 향한 호감을 또 한 스푼 덜어냈다.
**
몇 시간 지나 늦은 아침.
진겨울은 이모님이 준비해 주신 따끈한 미역국과 함께 친구들의 생일 축하 전화를 받았다.
밥 먹을 때 전화를 하냐는 김종하의 잔소리를 무시하며 한참 통화를 하고 나면, 문득 어젯밤이 떠오른다.
즐거웠다. 생전 해보지 못했던 단체 캠핑 온 것 같은 왁자지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달까.
배도현으로 살 때와는 달랐다. 동생 취급받는 게 가끔은 짜증 나기도 했지만, 챙김의 대상이 된 게 마냥 기분 나쁘진 않더라.
그 즐거움이 아침의 미역국과 친구들의 전화로 이어지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오늘 하루는 당연히 행복할 테지만, 이 행복 에너지를 혼자 가지고 있긴 아쉬웠다.
진겨울은 연습실에 마련된 개인 방송실로 향했다. 이제는 당당한 프로게이머지만, TU 소속 선수인 만큼 방송인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진겨울의 방송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상 최초의 차력쇼를 펼치며 데뷔하자마자 대회 MVP까지 수상한 선수가 아닌가. 대회 우승 인터뷰만으론 만족 못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아니나 달라, 개인방송을 켜자마자 어디서 소식을 듣고 왔는지 팬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새해라 다들 놀러 갔을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아니 다들 놀러 안 갔어요? 사람 들어오는 거 멈추면 인사할랬더니 계속 들어오네….”
— 올 줄 알았다고 ㅋㅋ
— 추수기! 추수기! 추수기!
— 오늘도 아름다우십니다…
— 누나가 프로게이머라 다행이야 ㄹㅇ
— 아니 근데 눈나 오늘 하루종일 방송함?
— ㄹㅇ 뭐 벌써부터 방송을 켰대
— 어제 늦게잤나보네 눈탱이 부은 거 보니 ㅋㅋㅋ
— 추수기 수입이 제대로 안됐네…
10시쯤 일어나서 머리도 헝클어진 채 세수도 대충하고 나왔다. 덕분에 외모에 대한 채팅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중 유독 진겨울의 시선을 사로잡는 단어가 있었으니.
“아이씨 추수기 수입이래. 미친….”
군대 다녀온 사람이라면 피식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말장난이었다.
진겨울이 추수기이니, 비슷한 목적성을 가진 총기에 빗대 말한 것이다.
— ?? 그게 왜 웃긴거?
— 여기 미필 많네 ㅋㅋ
— 아니 근데 그걸 누나가 어케암 ㅋㅋㅋ
— 총기수입을 우째아누 ㅋㅋ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그녀는 지금 19세 여고생이란 점이다.
“아.”
군대 용어에 쓸데없이 빠삭한 진겨울을 향해 의심의 화살이 날아든다.
— 군필여고생이었음? ㄷㄷ
— 어케했누 ㄷㄷ
— 형이었구나
— 겨울이형♡
그 와중에 형이라고 말하면서 하트 다는 새끼는 뭐지. 진겨울은 어이가 없었는지 바로 1분 차단을 먹였다.
— 조심해라 차단권 날아온다
— 약진앞으로!
— 은폐엄폐 확실히 해!
— 아니 여기 전부 군필밖에 없나 ㅅㅂㅋㅋ
— 나빼고 다군필 ㄷㄷ
웃으면 안 되는데 이 미친놈들이 군대 이야기를 꽃피우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배도현일 적 겪은 몇 안 되는 거지 같은 경험 아닌가. 그때는 좆같았어도 지금은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에, 자꾸만 웃음이 터지려 했다.
그래도 수습은 해야지. 그냥 이대로 두면 100% 리갤에 ‘진겨울 남자 설’이 돌 것이다.
“아, 씨. 웃겨. 제가 군대 다녀온 건 아니고요. 주워들었어요. 그 파란거탑 많이 봤거든요.”
— 파란거탑 ㅋㅋ
— ㄹㅇ 띵작입니다
— 군대 판타지 ㅅㅂ ㅋㅋ
— 아니 그래도 수입에 터진건 좀 수상한데 ㅋㅋㅋ
— 바로 알아들은게 ㄹㅇ 보통짬이 아님
— 군대 다녀온거 맞지?
— 눈나 솔직히 말해봐 19살 아니지?
— 자기 나이를 19살로 속이는 24살 군필 여하사 ㄷㄷ..
— 오히려 좋아
해명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채팅이 더 엉망진창이 된 느낌이랄까.
이렇게 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상황에서 굳이 해명할 필요가 있나? 그냥 그렇다고 장난치면서 넘어가도 아무도 안 믿지 않을까?
‘애초에 진겨울은 19살 여고생인데 뭐 어쩌겠어….’
그래서 진겨울은 되는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아니 진짜라니까. 뭐 안 믿으면 어쩔 수 없지만, 저 막 야간근무 서면서 후임이랑 같이 몰래 라면 먹고 그랬어요. 깐짬뽕 미만 잡. 가끔 쌀국수 좋아하는 사람들 있었는데 그거 개변태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현장감 뭐야…
— 진짜 군대 갔다옴?
— 누나 진짜 24살이야?
— 나 22살인데 그냥 재밌어서 누나라고 불렀는데 진짜 누나였네
팬들이 격하게 반응하니 진겨울의 관종 본능이 끓는다.
배도현일 적, 개인방송을 하면서 얼마나 이런 분위기를 바랐던가.
수많은 사람이 지금 진겨울의 행동 하나하나에 웃으며 반응하고 있다.
“나 진짜 대충 아무 말이나 한 건데 이거 진짜 믿는 사람 없겠지…?”
뒤늦게 아무 의도가 없었던 척 물을 흐리면, 이미 채팅창은 뒤집혀 있다.
— 트리위키진겨울논란 : 군필 남성
— 그새 누가 트리위키에 성별 남성으로 바꿔놨네
— ㅋㅋㅋ
— 디테일이 살아있긴 한데 누나가 말하니까 몬가 몬가임…
— 솔직히 누나 같은 하사 있었으면 군생활도 할만했다
— ㅇㅈ
“필요하시면 나중에 졸업사진 들고 와서 인증할 테니까 이상한 논란 만들지 말아주세요. 어쩌다 보니 방송 켜자마자 개드립부터 쳤네.”
뭐, 진겨울에겐 진겨울 나름의 인생이 있었으니 굳이 해명하려고 진땀 뺄 필요는 없으리라.
분위기도 띄우고, 실수로 던진 말도 잘 수습했겠다.
“자 그래서… 오늘 방송 왜 켰느냐면요.”
팬들에게 관심 수급할 시간이다. 나중에 데뷔하면, 개인 방송으로 꼭 해보고 싶었다.
왜, 이도진은 생일이라고 어마어마한 후원을 받고, 여기저기서 축하 메시지를 마구 쏴주지 않는가.
진겨울도 그걸 너무 받고 싶었다.
혼자는 아니고, 언제나 그녀를 따라다니는 소녀와 함께.
“저, 오늘 생일이거든요. 어제 팀원들끼리 부루마블 내기해서 이따가 벌칙으로 종하 오빠랑 도진 오빠랑 마이닝크래프트 할 거예요.”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채팅이 평소의 다섯 배는 속도로 폭주했다.
— ㅊㅊ
— 생일축하해!
— 아니 1월 1일생이야? ㅋㅋ
— 생일도 특이하네 ㅋㅋ
— 축
— 하
— 축
— 해
— ♡
— 하
— 생일축하합니다!
— 대박, 겨울님 생일 축하합니다
— 누나 생일 축하해!
— 추수기 조립일 축하해
“아이씨히히. 추수기 조립일 미쳤냐고…!!”
— 공장장님한테 미역국은 드렸어?
— ㅁㅊ ㅋㅋㅋ 뇌절 어디까지 하냐 ㅋㅋㅋ
— 뇌절 쳐내
채팅창도 시끄럽고, 그걸 보고 있는 진겨울도 웃느라 정신이 없으며.
이 모든 걸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혼겨울도 괜히 코끝이 찡한 모양이다.
— 뭐야… 다들 축하해주네….
아마 이런 생일은, 그녀도 경험해 본 적이 없지 않을까. 없을까가 아니라, 없었겠지.
진겨울은 잠시 마이크를 끄고, 울이에게 말했다.
“어때, 모두가 생일 축하한대. 뭐라고 대답할까?”
— …….
영혼이 우는 건 본 적이 없지만. 영혼에게도 눈물이 있고, 울 때 내는 소리가 있다면.
그건 아마, 찡이 아닐까.
— 진짜 이상하네… 다들 날 이렇게 좋아해 주고….
혼겨울은, 틀림없는 망나니였다. 어릴 때부터 자기밖에 몰랐을 것이고. 자신을 따르는 이봄, 한여름, 차가을 정도만을 챙기며 살았겠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그녀는 항상 가차 없었을 것이다. 이유는 모른다. 울이가 말해준 적이 없으니.
언젠가 들려줄 거라 생각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그녀는 성격은 지랄맞은 주제에 은근 소심해서. 자기 옛날이야기는 잘 털어놓지 않는 속 좁은 여자다.
— 고마워….
울이가 울면 따라서 코끝이 찡해질 줄 알았더니, 어째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친구들이 있어도 찾아오던 군중 속의 고독은 비단 과거 혼겨울만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파 속에 있어도,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벽을 치고 그 안에 숨어 고독을 만든다.
배도현은 한없이 추락한 자존감을 숨기고 싶어서였지만. 울이는?
그녀는 과연 무엇 때문에 봄이와 함께 외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을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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