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빌 메이든-192화 (192/296)

〈 192화 〉 95. CCK 스프링/4주차, vs Dragon Blade (5) ★

* * *

이도진이 달라졌다.

1세트 Spawn에게 솔로킬 당했던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라고 소리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전 경기의 소극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완전히 털고 일어난 그는, 미드를 압박하고, 라인을 민 뒤, 탑과 바텀을 쉴새 없이 오가며 상대에게 부담을 강요했다.

그의 손목이 위태롭고, 이따금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여 안심하긴 힘들었지만.

그러나 게임 분위기는 계속 팀원들에게 웃어주었다. 이도진의 활약 덕에 김종하와 진겨울이 쭉쭉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게임 시간 8분에 게임이 터진 뒤로 DB는 끌려다니기 바빴다.

그렇게 무난하게 시간이 흘러 김종하의 피오나가 성장을 마쳤고. 마침내 라인 하나를 담당하며 지옥의 이지선다 퀴즈를 내기 시작했다.

“아 사일런스, 너무 고통스러워요.”

“막긴 막아야 하고, 막을 사람도 사일런스밖에 없는 건 맞는데. 상대가 말이 잘 안 통하거든요?”

“가만 놔두면 타워치고. 때리려고 그러면 맞받아치고.”

“잘 클 때까지 견제가 안 됐으니까요!”

어느덧 경기는 30분경에 접어든다. 킬은 거의 나지 않았는데, 글로벌 골드 차이는 8천이 넘었다.

TU가 전방위 압박을 펼치며 상대 건물을 모조리 부숴버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용 운도 좋지. 철거 속도를 높여주는 대지 드래곤 2개에, 포킹 챔피언들에게 너무나 좋은 화염 드래곤까지 하나.

김종하의 피오나는 바텀에 살면서 사일런스가 어디 가질 못하게 집요하게 괴롭혔다.

그러자 DB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이대로는 못 참겠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듯이. 미드에서 2:4로 상대를 묶어두고 있던 진겨울의 이즈리언에게 달려든 것이다.

그러나 이즈리언을 든 진겨울이, 이유 없이 상대에게 약점을 내보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진겨울은 바텀에 고속도로를 낼 시간을 벌려고 상대를 약 올리면서 최대한 딜을 박아 넣으며 끌어당겼다. 팀을 위한 고결한 죽음이었다.

“자쿠 날아요!”

“이즈리언 좀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요?”

[ 빨강 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

[ TU Khal ▶ 억제기 포탑 ]

날아온 자쿠를 비전 도약으로 피했지만, 케이틀렌의 궁극기가 이즈리언에게 조준된다.

자쿠의 젤리 주먹이 이즈리언과 미니언을 잡아 끌어당기고, 자쿠의 궁극기가 이즈리언을 띄워 올린다.

옆에 있던 탐켄츠가 이즈리언을 먹어주려 해보지만, 자쿠 궁극기로 인해 한 번 밀려났고.

자쿠 옆으로 날아온 브라운이 궁극기 ‘크레바스’로 다시 한번 이즈리언과 탐켄츠를 띄워 올리면서.

[ 연속 킬 차단! ]

[ DB Left ▶ TU Freyja ]

“못 먹었어요!”

“Freyja 잡았어요! 현상금 대박!”

“Affort도 위험하죠?!”

“이거 싸움은 일단 봐야 해요! TU 지원군 내려오고 있거든요?”

“일단 Affort까진 죽을 듯!”

[ 더블 킬! ]

[ DB Left ▶ TU Affort ]

“케이틀렌 킬 맛있게 먹긴 했거든요?”

“Khal은 지금 바텀에서 1:2 하는 중!”

각성한 김종하, 아니 원래 미쳤던 김종하가 바텀에서 빅투르와 사일런스를 끌고 다니며 술래잡기를 하는 동안.

탑 2차 타워를 밀고 내려온 이도진과 최도윤이 동료의 복수를 위해 미드로 향했다.

두 선수가 도착함과 동시에 조니의 최대 사거리 ‘Q/뿅뿅별’이 DB 선수들의 시야 밖에서 날아와 자쿠를 터트려버렸다.

“자쿠 젤리 됐어요!”

“뿅뿅별 적중도 뭡니까?!”

“브라운, 자쿠 지금 둘 다 위험해요!”

바텀에서는 사일런스와 빅투르가 피오나를 막기 위해 궁극기까지 총동원한다.

그들도 TU 본대의 역할이 결국 피오나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임을 아는 것이다.

그러나 피오나는 죽지 않았다. 포킹은 무빙으로 피하고, 체력은 궁극기와 Q짤로 채웠다.

오히려 상대하던 사일런스와 빅투르가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먼저 체력이 빠진 사일런스가 우물로 향하고, 빅투르도 조금씩,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도윤과 이도진이 승전보를 김종하에게 전한다. 더 세게 날뛰라고, 킬로 알리고 있다.

[ TU Doyoon ▶ DB Cause ]

[ TU Plum ▶ DB TusA ]

“브라운 점화 딜로 죽었어요!!”

“자쿠도 사망!”

잘 큰 TU의 미드 정글 듀오가 미드에서 활약한 탓에, DB에게 다시 강제로 선택지가 주어진다.

미드 싸움 합류해서 킬이랑 제압 골드 먹을래?

아니면 의미 없는 바텀 방어하면서 골드 포기하고, 케이틀렌 죽는 거 눈 뜨고 볼래?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DB의 억제기는 파괴된다는 점이다. 쌍둥이도 위험할 수 있다.

“사일런스 텔 타고 오죠!”

결국 사일런스가 먼저 움직이는데, 이마저도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아니, 사실 거슬러 올라가자면, 미드에서 진겨울과 이윤호를 잡았을 때부터 DB는 여러 가지 이유로 상황이 꼬였다.

탑에서 내려오던 이도진의 Q포킹에 젤리가 쪼개졌을 때. 젤리를 살리는 텔을 썼다면.

피오나에게 투자된 두 사람을 쪼개 조금이라도 빠르게 텔 결정을 내렸더라면, 한타에서 압승했을 테다.

한타 이기고, 피오나 막으면서 공작 먹으면 DB에게도 승산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진겨울은 DB가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정신없고, 글로벌 골드도 많이 밀리고 있으니까. 초조하고, 불안하니까. 차분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리하여 발생한 이 사소한 차이가 싸움을 지저분하게 하고, 진겨울이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만들었다.

[ 더블 킬! ]

[ TU Plum ▶ DB Left ]

“아아아! Left 사마앙!”

“사일런스 도착, 빅투르도 텔 타요?! 이럼 집은 누가 막아요 DB!”

*

미드는 알아서 잘할 것이란 판단하에 탑에 화면을 고정해 두었던 진겨울은.

순간 쌍둥이 타워 쪽으로 움직이는 빅투르를 보고 피오나의 중요한 킬 각을 보았다.

사실 이 킬은 처음 세웠던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상대가 전부 텔 타고 미드로 오면, 남은 피오나가 쌍둥이만 밀어도 충분히 이득인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종하의 말도 안 되는 피지컬은 추가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을 유도했다.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고, 빅투르가 다소 안일하게 텔레포트를 타게 만든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쌍둥이 안까지 가서 안전하게 텔을 써야 할 빅투르가, 급했는지 피오나의 시야 끝에서 정신 집중을 시작했다.

완벽한 시야 계산 미스였다.

억제기를 때리던 김종하가 맵을 볼 때까지 기다릴까.

참지 말고 말할까.

영 점 몇 초의 짧은 시간 동안 진겨울의 고민이 깊어지고.

그녀가 입을 엶과 동시에, 김종하가 분노했다.

“종—.”

“뭐야.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억제기 치느라 정신없어서 빅투르의 텔 실수를 못 볼 수도 있었지만.

마치 마음의 눈으로 본 것처럼.

김종하가 진겨울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그 이후 벌어진 일은, 슬로우 모션으로 몇 번이고 돌려봐야만 완벽한 콤보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미드로 향하는 빅투르가 정신 집중을 가지는 불과 4초 동안. 그야말로 영화 같은 킬이 발생한다.

억제기를 때리다 말고 쌍둥이 타워 옆에 서 있는 빅투르를 향해 돌진하는 김종하의 피오나.

“어딜 가냐고!”

빅투르의 텔레포트 정신 집중 0.9초.

피오나는 점멸­Q/피어싱으로 달라붙으며 궁극기 ‘결투의 신’을 활성화한다.

피오나가 아까부터 들고 있던 쇼진의 검 효과가 발동된다.

정신 집중 1.6초.

6시 방향 약점 타격­3시 방향 약점 타격.

빅투르의 체력은 절반이 된다.

쇼진의 검 효과로 평타 타격으로 스킬 쿨이 빠르게 줄어든다. 이미 Q스킬 적중 효과로 발생한 대기시간 감소 효과로 인해, 벌써 Q스킬 쿨이 돌았다.

정신 집중 2.8초.

3시 방향 약점 타격 평타 후딜을 10시 방향으로 날아가며 Q스킬로 캔슬하고, Q스킬이 12시 방향 약점을 터트린다.

정신 집중 3.4초.

아래로 약간 이동한 피오나가 다시 한번 평타를 때리면서, 9시 방향의 약점이 터진다.

쇼진의 검으로 빨라진 공속이 사라지기 직전.

정신 집중 3.9초, 텔레포트로 빅투르가 날아갈 때까지 불과 0.1초가 남은 순간에.

[ TU Khal ▶ DB Spawn ]

마지막 평타와 함께 빅투르가 터졌다.

말해주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슈퍼플레이.

그걸 김종하가 오더 하나 듣지 않고 해냈다. 순전히 그간 진겨울과 함께 해 왔던 플레이를 기반으로.

진겨울은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포효했다.

“김종하 미쳤어? 미친 거야?!”

“봤냐? 봤냐?!”

이거다.

이게, 그토록 진겨울이 원하던 팀플레이이자.

진겨울 없이도 진겨울이 있는 것처럼 플레이할 수 있는 완성된 팀원의 모습이었다.

*

경기장은 난리가 났다.

작은 화면에서 고독한 싸움을 하던 김종하가 일을 내버렸기 때문이다.

“빅투르 오지도 못했어요—!!”

“Kha—l—!!!”

“이러면 사일런스도 위험하죠!!”

“아니 집은 어떻게 할 거예요!”

[ 빨강 팀의 억제기가 파괴되었습니다! ]

[ TU Khal ▶ 바텀 억제기 ]

굳이 방금 빅투르를 잡지 않았어도, TU는 충분히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리라.

상대의 한타에 완전히 당해 주지 않았고, 그 시간 동안 쌍둥이 타워를 파괴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김종하가 안 해도 상관없는, 하지만 하면 더 빨리 이길 수 있는 지름길을.

진겨울이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길을 개척해 낸 것이다.

적의 심장 앞까지 고속도로를 뚫으라 했더니, 그대로 그냥 심장을 뚫고 지나가 버렸다.

“사일런스가 집에 가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러면!”

“자르갈이 그냥 안 놔두죠!”

“조니는 열심히 도주하면서 계속 견제하는 중!!”

진정한 탑솔러의 플레이가 뭔지, 김종하가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조금 전까지 칼을 맞댄 상대의 눈앞에서 안일하게 이동하려 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준 것이다.

“DB의 본진이 박살 나고 있습니다!”

“우직하게, 다 밀면 되죠! 올 사람 없거든요!”

[ 빨강 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

[ TU Khal ▶ 쌍둥이 포탑 ]

“게임 끝나겠는데요!!”

[ 빨강 팀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

[ TU Khal ▶ 쌍둥이 포탑 ]

“자쿠 부활까지 아직도 20초나 남았어요!”

“철거 머신입니다 철거 머신!”

경기장 관중석 가장 앞쪽에 앉은 관객들에게 시끄럽게 떠드는 TU 선수들의 목소리가 전해져 온다.

— 가라 칼스페케!

— 밀어!

— 사일런스 집 못 간다!

“넥서스가 이렇게!”

“파괴됩니다!!”

“쥐쥐이이! TU!! Khal!!”

“이게 탑신봉자죠!”

“무지막지한 스플릿. 그리고 한 방 끝내기!”

경기장의 열기는, 그대로 리갤에 전해졌다.

1세트, 두 번이나 솔로킬을 당하며 부진했던 이도진이, 2세트에는 빅투르를 픽한 Spawn을 억제하며 완벽한 로밍으로 게임을 터트렸고.

피오나를 쥔 백도어의 신 칼스페케는 그야말로 무적.

상대 앞에서 헛다리를 짚으며 마르세유 턴을 돌고, 평소 진겨울 앞에서 깐족대던 모습 그대로 상대를 완전히 농락했다.

[리컨 갤러리][개념글][??? : 으윽, 추수기, 내 몸에서 나가!]

(면상텔_빅투르_참교육.gif)

아니야 나가지 마

[전체 댓글 224개]

— ㅇㅇ(142.114) : 나가지 마 ㅇㅈㄹ ㅋㅋ

— ㅇㅇ : 나가면 안되지 ㅋㅋㅋㅋㅋㅋㅋ

— ㅇㅇ(39.7) : 나가지 말고 평생 거기 있어

— ㅇㅇ : 다시 봐도 판단력 씹지리네 ㄷㄷ

— ㅇㅇ : 추수기한테 추수당하면 추수기가 되나보네

└ ㅇㅇ(184.11) : 좀비임?

└ ㅇㅇ : 십만추수양병설 ㄷㄷ

[리컨 갤러리][개념글][??? : 솔킬 2번, 내가 이겼다 “진”]

(릎트와궆트.jpg)

내겐 추수기가 있다 “석”

[전체 댓글 324개]

— ㅇㅇ : 이거 왤케 킹받냐

— ㅇㅇ : 몬가 몬가네…

— ㅇㅇ(194.41) : 바퀴벌레 쳐내!

— ㅇㅇ : ㄹㅇ 1세트는 추수리언 아니었으면 졌음

└ ㅇㅇ(39.8) : 우리 겨울이 못잃어 시발

└ ㅇㅇ : 임마는 왜 혼자 난리노

— ㅇㅇ : 진짜 1세트랑 2세트랑 다른선수인줄

└ ㅇㅇ : 요새 도진이 점마 폼 좀 심하게 오락가락하긴 해

계속해서 안정적인 픽으로 버티는 쪽을 선호하던 TU가 공격적인 픽도 섞어 쓰기 시작한 점.

이도진과 김종하, 팀의 맏형들이 흔들릴 때도 차분하게 바텀에서 진겨울이 제 몫을 해주는 점.

최도윤, 이윤호. 두 사람이 유기적으로 라인을 풀며 어떻게든 라이너들의 어깨를 붙잡아주는 점, 등등.

여러 가지 호재들이 TU에게 웃어주는 상황이다.

“자, 순위표 한 번 보겠습니다.”

[ 현재 순위 – CCK Spring 4주차 ]

─ 1. TU ─ 7W 0L ─ 14/0 ─ +14

“압도적으로 1위!”

“심지어 7연승, 세트 14연승!”

“와, TU, 이러면 스스로 세운 단일 시즌 매치 최다 연승 기록이 눈앞에 보여요. 17연승인가 그렇거든요?”

“맞습니다. 앞으로 3세트만 더 이기면 됩니다.”

“대단하네요 TU. 스스로 세운 기록을 부수기 위해 나아가는 모습이 정말 위협적입니다. 그것도, 올해 새로 수혈된 젊은 피가 주역이라는 점이요!”

7승 0패.

그야말로 압도적인 스코어로, TU는 전승 1위, 무패로 1라운드를 마감하기까지 단 두 경기만을 남겨두게 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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