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빌 메이든-252화 (252/296)

〈 252화 〉 CCK 섬머/7주차, vs Falcon (3) ★

* * *

최도윤의 세주웨니를 잡고 케르베로스를 챙겨간 Falcon은, 자연스럽게 탑 다이브를 준비한다.

해설도 몇 번이고 언급했지만, 이 게임에서 Odin의 성장은 무척 중요했다.

Falcon은 준비된 계획대로 차근차근 움직이면서, 빈틈을 내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탑 다이브!”

“케르베로스도 불을 뿜어요!!”

“아…! 아! 이러면 덮밥집 2세도 못 버티죠!!”

“대격변!”

[ FAL Odin ▶ TU Jeyook ]

탑 타워 방패가 빠르게 깎여 나간다.

킬 골드까지 챙겨 빠르게 성장해 나가는 케렌.

Falcon은 원하는 후반 구도를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

“초시계도 빠지고, 점멸 둘 다 빠지긴 했는데, 어쨌든 잡았어요!”

“맞습니다. 포탑 방패도 많이 뜯었고요!”

“자 몽블랑 오니까 일단 빠져야죠?”

“몽블랑, 세주웨니 오는 것 같으니까 빠지는 Odin과 Cheetah입니다!”

“아, 이득 많이 봤네요 Falcon!”

이대로 케렌이 잘 성장하게 되면, 아트로크가 아무리 잘 커도 케렌의 사이드 압박을 혼자 막아내긴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득 보고, 템 뽑고. 집에 갔다가 다시 타워로 돌아가니 주변 시야가 휑했다.

본능적으로 위험이 닥칠 것을 직감한 장재홍은 Chocobi에게 텔 지원을 요청한다.

하지만 의심은 크지 않다.

가능성은 고작 1%.

만약 이번에도 세주웨니가 갱을 오면, 자르갈 4세와의 성장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탐켄츠가 서브 탱커 역할을 해주고, 사일런스가 미친 피흡으로 버틸 수 있는 Falcon과 달리.

TU에게 유일한 탱커는 세주웨니다. TU가 이 이상 세주웨니를 갱킹에 동원하는 건 손해이며 자충수다.

… 라고 장재홍은 생각했을 것이다.

“케렌, 불안하니까 솔방울 터트리러 정글 들어가죠?! 세주웨니 대기 중인데요!!”

“TU의 노림수가 무섭습니다!! 세주웨니가 좀 못 커도, 케렌만 말리면 이길 수 있다는 건가요?!”

“상당한 도박 수입니다만, 기다립니다.”

“아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데요!! Odi—n!”

심지어 세주웨니가 기다리는 위치는, 깊이까지 들어와 보지 않으면 기다리고 있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시야의 사각을 절묘하게 이용한 장소다.

케렌은 솔방울 탄을 터트리기 위해 탑 아래쪽 부쉬를 지나 정글 안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조금 전에 와서 대기하고 있던 세주웨니와 떡하니 눈이 마주치고 만다.

“만났어요!”

“코앞에서!!!”

“오오! 솔방울탄 터졌는데!”

“으악, 돌진 맞았죠!!”

케렌은 점멸이 없다.

아까 하재욱의 아트로크를 잡아낼 때 마무리를 위해 소모했기 때문이다.

세주웨니의 얼음 철퇴는 빗나갔지만, 궁 켜고 달려온 아트로크가 무섭게 대검으로 케렌을 내려찍는다.

“이건 장재홍 선수도 예측하기 어렵거든요!!”

“아니 세주웨니가 성장을 안 하고 여기서 기다린다고?”

“말이 안 되거든요! 지금 정글 먹고 있어야 할 시간인데!!”

“TU의 집착이 무섭습니다!!”

[ TU Jeyook ▶ FAL Odin ]

“순간 폭딜 엄청나죠!”

“아무리 세주웨니가 못 컸어도, 점멸 없는 케렌은 잡을 수 있어요!”

**

TU의 노림수는 계속된다.

그것도 손해가 조금씩 더 커지는 쪽으로.

골드 차이가 미세하게 Falcon 쪽으로 기울지만, 그런데도 TU의 움직임은 멈출 줄을 모른다.

장재홍은 혼란스러워졌다.

분명 게임은 유리한데, 판단의 확신은 갈수록 최악으로 치달았다.

‘빌어먹을…! 왜 이렇게 개 같은 게임을 만드는 거야? 하던 대로 진검승부 하면 될걸…!’

진겨울이 치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평범하게 해서는 50:50 확률로 승패를 가르게 되니, 그게 싫어서 이런 식으로 장재홍을 괴롭히는 것만 같다.

도대체 왜?

이렇게 하면, 져도 무리해서 졌다는 핑계를 댈 수 있으니까? 합리화야? 정신 승리냐고.

‘정정당당하게 붙으라고…!’

참으로 배도현다운 발상이다.

블라디메르 같은 치사한 챔피언으로 탑에서 늪처럼 상대를 빨아당기는 플레이나 하더니. 이젠 이런 식으로 모기처럼 왱왱대려고?

‘왜 이딴 저급한 리그에서나 할 법한 플레이를 하냐고…! 그동안 보여줬던 완벽하고 체계적인 국지전이랑 한타는 어디 가고…!!’

대부분의 분노는 예측이 틀어지는 것부터 시작했다.

장재홍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진겨울과 합을 맞출 때 게임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코리안 컵 4강에서 만났을 때는 그녀의 신출귀몰한 라인 스왑에 당했고.

스프링 시즌에는 한 방 먹여주나 싶었지만, 결승전에서 결국 팀 결속력의 한계로 무너졌다.

그러나 섬머 시즌. 완벽해진 Falcon은 TU를 붙잡을 수 있었다. 발목을 잡을 수 있었다.

1라운드 때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는가. Falcon은 이제 TU를 이길 수 있다.

정석적으로 맞붙는다면, 이기고도 남는다. 양측의 전력은 비등비등하니까.

당연히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객관적으로 손익 계산 후 플러스가 되는 쪽으로 게임을 풀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째서. 마이너스가 되는 걸 각오하고서도 이런 플레이를 하냔 말이다.

‘84%….’

계속 낮아진다.

진겨울과 같은 미래를 볼 가능성이 점차 떨어져 간다.

이래선 곤란하다.

잘 큰 장재홍이 스플릿으로 흔들며 하재욱을 뚫어내든, 텔로 합류한 한타 싸움에서 하재욱이 합류하기 전 승리를 가져오든.

둘 중 하나로 게임을 끝내야 하는데.

자꾸만 올바른 미래로 향해야 할 나침판이 제멋대로 돈다.

“재홍아, 자야 궁 빠졌다!”

“실수한 거 같은데, 뒷텔각 한번 봐!”

“알았어.”

84%.

84%다.

84% 확률로 TU는 바텀 듀오가 잘릴 위기에 처하고, 아트로크가 그걸 막으러 올 것이다.

하지만 위기에 처할 뿐, 장재홍에게 킬은 주지 않겠지. 그래야 TU가 승리할 확률이 올라가니까.

아트로크 텔을 빼고 홀로 성장할 수 있는 타이밍을 방해하는 것만으로 Falcon은 손해 볼 게 없다.

“간다.”

시야에서 몸을 숨기고 바텀으로 텔.

[ FAL Odin ▶ TU MJLow ]

[ 더블 킬! ]

[ FAL Odin ▶ TU Affort ]

“나이스!!”

“좋다!”

선수들은 훌륭한 득점에 환호하지만, 장재홍은 혼자 웃을 수 없다.

“…이런 젠장!”

“왜, 왜 그래?!”

“하아… 아니, 아니야. 미안해.”

선수들에게 성을 내선 안 된다.

그들은 장재홍을 배려하며 우승을 위해 함께 달려주고 있으니까.

봄이를 지켜야 한다.

화는 진겨울과 배도현에게만 내도 충분하다.

‘빌어먹을. 바텀 듀오를 그냥 내준다고? 왜?’

하재욱은 바텀에 오지도 않았다. 그는 텔을 아끼고, 세주웨니와 함께 탑을 밀었다.

골드 손해다. 잘 버티며 성장하던 바텀 듀오가 둘 다 잘리지 않았는가. 심지어 키워주면 안 되는 케렌이 킬을 다 먹었다.

‘68%……!’

미래의 확정성이 점차 떨어져 간다.

진겨울과 공유해야 하는 미래가 거품처럼 사그라든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진다.

어째서 순수한 이득으로부터 자꾸 멀어지는지 모르겠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진겨울.

아니, 배도현.

그만하지 못해?!

**

TU의 플레이는 더욱 간악해진다.

장재홍이 탑에서 스플릿하며 고속도로를 뚫건 말건, 그들은 장재홍이 없는 다른 라인으로 몰려가 손해를 감수하며 한타를 펼친다.

장재홍이 고민하는 듯한 장면이 몇 번이고 화면에 잡힌다.

해설자들도 이제는 TU의 플레이에 무슨 의도가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그냥, 흔드는 것 같습니다.”

“흔든다고요?”

“네. 어차피 결정적인 한 타로 게임 끝낼 수 있는 팀들이잖아요. 차이가 벌어져 봤자 엄청 크게 벌어지지는 않아요. TU는 손해를 보지만, 패배에 직결되지는 않는 한도 내입니다.”

“실제로 Odin과 자꾸 어울려주지 않으려 해요. 아트로크가 같은 라인에 서야 하는데, 텔 없을 때도 자꾸 사라져요. Odin은 짜증나거든요 이거?”

게임 시간은 20분 후반대에 가까워진다.

골드는 Falcon이 3천가량 앞서지만, TU는 절대로 Falcon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

팬들은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TU가 자꾸 위태로운 플레이를 한단 말이다.

“자 사일런스가 2차 압박하죠?”

“TU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텔이 있는 사일런스가 탑에 올라가 2차를 압박한다.

탑 막으러 오라는 소리다.

그러나 TU는 끌려가지 않는다.

다섯 챔피언이 우르르 몰려가 미드 1차를 압박한다.

몽블랑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며 상대 물 몸을 뒤로 쫓아내고, 아트로크는 계속 바텀 라인을 밀며 케렌이 미드에 합류할 수 없도록 유인한다.

세주웨니는 또 몸을 숨겼다.

3세트에서 몇 번이고 보여주었던 것처럼, 차분하고 침착하게 때를 기다린다. 먹이를 노리는 사자처럼.

“미드, 미드 타워 압박 거세요!”

“Falcon 인원 배치 때문에 미드 막을 수 있나요 이거?”

하재욱은 후퇴하며 귀환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사일런스를 막기 위해 당연한 행동이다.

사일런스에게 장재홍의 오더가 내려진다.

미드에 지금 네 명뿐이고, 아트로크 곧 갈 테니 그전에 탑 2차 타워 밀고 귀환하라고.

핑도 여럿 찍힌다.

“어, 어어? Odin, 너무 순진한 거 아닌가요. Odin?!”

“미드, 미드 타워도. 미드 타워도!”

계속되는 진겨울의 변수 압박은 장재홍을 잔뜩 안달 나게 했다.

평소대로라면 안전한 길을 택해야 하는 장재홍도, 될 대로 돼라. 위험을 감수하고 선택을 내린다.

빨리 미드에 합류해야 하고. 본진 샛길에서 미드까지 정글 시야는 확보되었으니까.

불이 꺼진 곳은 샛길 바로 앞의 부쉬 뿐이니, 그곳에 세주웨니가 없다면? 상대의 본대를 전기 통구이로 만들어버릴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TU는 오로지 장재홍을 혼란스럽게 하려고 이 모든 플레이를 펼쳤다.

이 결정적인 한 방을 위해서.

울이는 차분하게 자기 게임을 플레이하고.

겨울은 계속해서 장재홍의 예측을 예측해 비틀었다.

— 도망쳐봤자 소용없다!

“세주 궁 들어갔죠!!”

순진하게 올라오던 Odin을 향해 날아가는 세주웨니의 궁극기.

케렌이 쩡 하고 얼어버린다.

동시에 샛길 위쪽 시야가 확보되기 전부터 먼저 숨어들어와 있던 아트로크가 날개를 펴고 돌진해왔다.

하재욱은 귀환하지 않았다.

무려 1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오로지 장재홍의 뒤통수를 때리기 위해 기다린 것이다.

게임 내내 세주웨니가 대기탔다면.

이번엔 아트로크의 차례였다.

“케렌 아직 점멸 안 돌았어요!”

“으아아아아! 이거 못 살 것 같은데요!!”

[ 파랑 팀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

궁극기 장판 켜고 버텨 봐야 뭐하겠는가?

2:1. 그것도 TU의 5인 중 가장 체력이 든든한 두 사람이다.

미드 1차가 무너질 걸 예상하고 이미 2차 타워 뒤까지 빠져있던 팀원들이 그를 돕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심지어 케렌은 스플릿 푸쉬력을 높이기 위해, 신발도 공속 신발.

당하는 사람 처지에선 CC기가 당췌 끝나질 않는다.

[ TU Jeyook ▶ FAL Odin ]

“이러면 사일런스도 2차 못 밀어요!! 미드 뚫려요! 돌아와야 합니다!”

“TU! 변수 플레이는 이렇게 하는 거다. 아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아하하! 니들 진짜 잘한다!!”

오늘따라 겨울이 요란하게 웃는다는 걸 팀원 모두가 인지했는지.

가운데 자리에 앉아 호쾌하게 웃어 대는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힐끔힐끔 눈빛으로 대화를 나눈다.

혼잣말이 평소보다 과했다.

어떻게든 울이를 말려보려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지만.

— 장재홍 털리는 거 보고 신났구나…?

울이는 보이스 채팅을 하는 걸로 착각해서는 더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하지. 이게 게임이지! 더 죽여! 멘탈 날려!!”

선수들이 분위기에 맞춰 텐션을 올려 댔다.

아무리 봐도 혼잣말하는 거 신경 쓰지 않으려고 억텐 끌어올리는 거잖아.

“더, 더 흔들라신다!”

“흔들어!!”

“아주 정신 못 차리게 만들어!”

지켜보고 있자니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제발 그만하란 의미로 울이에게 소리치는 것 말고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 울아. 혼잣말 좀 그만해!!

그제야 상황 파악이 완료된 울이가 놀란다.

“… 악!!”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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