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빌 메이든-272화 (272/296)

〈 272화 〉 끝이 다가오고 있어

* * *

Falcon과 Super Phoenix의 4강 첫 번째 경기.

천신만고 끝에 Falcon이 승리를 거뒀다.

SPX는 자신들이 CCC 챔피언을 쟁취한 이유를 증명했으나, Falcon의 우승을 향한 집념마저 막아설 순 없었다.

경기 끝나자마자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는 Falcon의 선수들을 보니 그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느껴졌다.

공감하는 우리 팀 선수들도 많았던 걸 보면 프로게이머 간의 묘한 공감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들 나와 도진을 믿고 티를 안 내려 노력하지만, 미세한 실수 하나가 게임을 뒤흔들며 나비효과를 일으키지나 않을까. 우리 발목을 잡지 않을까 불안하겠지.

모두들 CWC는 처음이니까.

이렇게까지 높은 자리에 연이어 트로피를 따며 올라와 본 적이 없으니까.

[리컨 갤러리][개념글][나만 북산엔딩 보이냐?]

Falcon 이새끼들 슬슬 지치는 거 같은데

[전체 댓글 122개]

— ㅇㅇ(111.203) : ㄹㅇ

— ㅇㅇ : 북산엔딩 각 떴지

— ㅇㅇ : 튜가 G1한테 질 리는 없고, 그러면 결승에서 또 튜랑 다전제인데 쉽겠냐고 ㅋㅋ

— ㅇㅇ(39.7) : 다전제 PTSD 와서 쉽지 않을듯

— ㅇㅇ : 이번에도 지면 4연속 준우승이라고…

— ㅇㅇ : 생각하기 싫은데 이건 튜가 이길수밖에 없을것같다

— ㅇㅇ : 그러나 이 사진이 표지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 ㅇㅇ(182.44) : 아악

└ ㅇㅇ : 아직 몰라 시발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는 Falcon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

경기가 길어지고 5세트 장기전을 치르니 감추기란 불가능했다.

장재홍은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지만, Falcon의 선수 모두가 느끼고 있을 터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진짜 잘 왔다. 팀이 뒤집히고 아주 난리가 났는데, 이 정도면 대단한 거다.

뭐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겠지.

[리컨 갤러리][개념글][근데 또 모름]

TU도 전부 1년차 애들이라서 아무도 모름

[전체 댓글 344개]

— ㅇㅇ : 결국 다시 이도진 찾을 수밖에 없음 ㅋㅋ

— ㅇㅇ : 맨날 즙이라 놀려도 다전제에서는 기가막힌 새끼…

— ㅇㅇ : 다전제의 도진이니까 믿을수밖에 없지

— ㅇㅇ : 결국 TU가 이길 거임. Falcon은 공제현 카드가 있긴 한데, 걔 심적으로 불안해서 제대로 경기 뛸 수 있을지나 의문이다

└ ㅇㅇ : 숫자 하나 차이네

이미 리갤엔 지더라도 고생했으니 위로해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템퍼링 사건으로 팀이 한 번 크게 뒤집혔는데도, CWC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 게 어디 쉽겠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아이고… 결국 또 Falcon이랑 결승전이네.”

“지긋지긋하긴 해 솔직히~.”

“일단 G1부터 이기자.”

“긴장하자 얘들아. 이제 경기 시작이니까.”

“네 형.”

Freyja­Doyoon­Plum­MJLow­Affort.

이도진을 제외하면, 전원 20세 이하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스쿼드.

유치원생에게 캐리 받는 선생님 밈이 돌며 이도진을 까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선생님이 유치원생 보살피는 스쿼드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한다.

어느 쪽도 맞는 말일 거다.

아무리 유치원생 스쿼드라도 선생님 혼자 팀을 이끌 순 없으니까.

선생님은 유치원생들 멘탈 관리 잘 해줘야 하고.

유치원생들은 선생님이 실수 안 하게 꼭 붙들어야 한다.

Falcon이나 Nowmad Gaming처럼 아예 젊은 선수들끼리 모여 새로운 피로 도전하는 팀이 아니라, 이도진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중심으로 재편된 팀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

경기 시작 전 4강 2일 차 티저 영상에서는, 유독 CMI 리매치와 G1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유럽의 마지막 희망에게 내려진 시련. CMI 리매치!

… 라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TU의 역할은 이번에도 최종 보스다.

별수 있겠는가.

이번 2019년에 우승하면서 CMI 우승 기록이 총 세 번.

네 번째 CWC 우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향해 달리는 팀이다.

라리가로 치면 레알 마드리드인 셈이다.

그에 걸맞게 이도진에겐 Unkillable Devil Emperor라는 별명이.

탑라인에 서게 된 진겨울에겐 Devil Maiden이란 별명이 붙은 상황이다.

서양인들에겐 두 사람이 그렇게 악마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8강 때도 그랬지만, TU와 맞서게 된 G1의 선수들이 티저 영상에서 보여주는 비장한 결의는 그야말로 불리한 전쟁에 나서는 용사의 마지막 말을 듣는 듯하다.

[황제가 되기 위해선, 황제를 물리쳐야 합니다.]

붉은 조명 앞의 악마 황제.

그 곁에 흰 조명을 뿌리며 나타나는 악마 공주님.

이 단단한 두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팀이 무너졌던가.

[Plum, 그리고 후계자 Freyja가 권좌에서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말없이 화면을 지켜보는 위협적인 부녀(?).

영상이 암전하면서, 현장에 도착한 CCK 해설진들이 목청 높여 중계를 시작한다.

“게임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리그 오브 컨실 꿈의 축제, Council World Championship 4강전이 펼쳐지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팔라시오 비스탈레그레입니다! 자 오늘 4강전 2번째 경기, 도움 말씀의 게임 전문가 김종준, 이영우 해설 모시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자! 결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CMI 4강에서 만났던 두 팀이 다시 만났습니다.”

“G1에게는 안 좋은 기억이 남았던 대진이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G1.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 팀 중에선 유일하게 TU를 긴장시킨 팀이란 평가를 받고 있으니까요!”

G1이 홈팀이지만, TU에게 향하는 응원의 크기도 만만치 않다. 단단한 글로벌 팬층이 그걸 가능케 한다.

다만 홈 어드밴티지라는 게 있으니, 선수 개개인을 소개할 때만큼은 중계진의 편파가 일부 허용되는 상황이다.

스페인 출신 사회자가 혀를 마구 떨며 각 팀의 선수들을 차례차례 소개해 나갔다.

“전 세계 최고 인기 팀 TU와, 유럽 최강, 유럽의 마지막 희망! 홈 어드밴티지를 완벽히 가진 G1의 경기입니다!”

“분위기가 어제보다 훨씬 뜨겁습니다.”

“진짜 현장 열기가, 용광로에요!!”

현장에 모인 유럽 팬들이 ‘Let’s go G1’을 외치기 시작한다.

원정 경기이다 보니, 이런 응원전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TU 선수들은 이런 중압감 속에서, 절대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쳐야만 하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리컨 프로게이머가 밟고 싶어 하는 CWC.

그 무대 중에서도 높은 4강전이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다시 온다고 해도 4강까지 올라올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온몸을 불살라 최고의 경기를 펼쳐야 한다. 선수들을 위해 준비된 수많은 영광이, 저기 결승 무대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네, 이영우 해설. 뭐죠?”

“치킨 시키려면 빨리 시키셔야 한다는 걸 팬분들께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하하하! 아하 아니, 이거 괜찮은가요? 이랬다가 실망하면 어쩌려고!”

“그렇지만 현재 리컨 메타에 가장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고, 선수 하나하나의 저력도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팀이 TU 아니겠습니까? ESTN 파워 랭킹 1위를 차지한 Freyja가 탑에서 버티고 있잖아요~!”

방송 채팅창이 시끄러워지는 건 당연했다.

왜 벌써 부두술이냐, 안 그래도 이미 많은 사람이 기원해서 위험하다.

이러다가 지면 진짜 어쩌려고 그러냐 등등.

모두가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패배를 두려워하고 있다.

“솔직히, 저는 아직 팬분들이 TU를 못 믿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전문가들로부터 들어오는 소식들이 또 있거든요. 저희는 그걸 안 들을 수가 없잖아요?”

“맞습니다. 스크림 소식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TU가 너무 강해서 스크림을 구하기가 엄청 힘들었다고 해요. 선수들 사기 떨어지니까 안 잡는 거죠.”

“탈락한 팀들과 스크림을 주로 했다고 하고, 승률이 진짜 말도 안 되게 높다고 합니다.”

“탑이 절대 안 뚫린대요.”

“맞아요! Falcon과 비슷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러나 전문가들이 사방에서 접하는 소식에 의하면, 오늘 TU의 승리는 거의 기정사실.

이어진 승부 예측에서도, CCK측 관계자들은 대부분 3:0이나 3:1 승리를 예상했다.

“그럼 이영우 해설 어디에 걸었나 볼까요.”

“에이, 3:2? 왜 안전하게 거셨죠? 당연히 이긴다면서요!”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습니까. 그리고, 이 또 재미를 위해서라면, 3:2로 이겨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적어도 치킨 오기 전에 게임이 끝나면 안 되잖아요!”

“지금 치킨에 TU의 3:0 승리를 포기하신 건가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에헤이. 그게 또 왜 그렇게 됩니까?”

**

[리컨 갤러리][개념글][하템 말 안 들었으면 좆될뻔했네]

주말 저녁이라 배달 75분 걸렸는데

정확히 배달 받을 때 3경기 첫킬 나옴 ㅋㅋ

지금 끝나가는데 아직 반도 못 먹음

[전체 댓글 341개]

— ㅇㅇ : 어우튜

— ㅇㅇ : ㄹㅇ 어우튜네

— ㅇㅇ : 이거 말 안되거든요

— ㅇㅇ : 치킨 맛있냐 게이야

└ ㅇㅇ* : 개씹존맛탱

└ ㅇㅇ* : 익스프레스로 시키길 잘했네 ㅋㅋ

솔직히 말해서, TU의 밴픽은 썩 좋지 못했다.

대놓고 힘 빼고 플레이하려는 게 보일 정도였으니까.

G1으로선 화날 수밖에 없는 밴픽이고, 그에 응하듯 가만두지 않겠다며 강한 픽들 위주로 뽑아왔지만.

어림도 없지.

탑도, 미드도, 바텀도.

어디 하나 시원하게 뚫리는 라인이 없었다.

서머 이후 겨울이 미드에 오고, 하재욱이 탑에 가면서 TU의 전체적인 스타일이 ‘늪’화 되었기 때문이다.

겨울이 탑에 서고, 이도진이 미드로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운영방식이 크게 변하진 않았다.

그야말로 모든 걸 지켜보는 눈이, 항상 상대를 감시하는 듯한 느낌.

공격하면 무조건 받아치기로 돌아왔다.

G1이 하나를 얻어가면, TU는 무조건 하나 이상을 얻어갔던 것이다.

1경기도, 2경기도.

이어진 3경기마저도 G1은 계속 답답했다.

가는 곳마다 TU의 방해가 들어오고 발목 잡히기 일쑤였다. G1은 계속 손해를 누적하며 강제로 패배를 향해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왜, 마왕의 4천왕 중에서 지역을 장악하고 환영을 보여주며 용사를 농락하는 자들이 있지 않은가.

TU와의 경기는 딱 그런 클리셰를 떠올리게 했다.

지켜보는 유럽 팬들의 가슴이 타들어 가는 건 당연했다.

마지막 희망, 제발 이번만큼은 결승에 진출해주길 바라며 G1을 응원하지만….

수많은 응원으로 기운을 불어넣어도, 상대는 너무나 강했다.

단지 바람만으로 이길 수 있는 체급이 아니었다.

그 어떤 무기를 써도 절대 뚫리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늪에 빠지고, 헛발질만 늘어간다.

G1의 창의적인 밴픽은 스스로를 옥죄는 족쇄가 되어, 3경기 즈음에는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자충수로 돌변했다.

제풀에 지쳐 쓰러지고 만 것이다.

다윗을 상대하는 골리앗이, 방심만 하지 않으면 절대 패배하지 않았을 것임을 보여준 경기였다.

다윗의 돌팔매질? 피하면 그만이었다.

“TU─ 그대로 넥서스 깨면서!!”

“GG─!!”

“먼저 올라간 Falcon을 따라, 결승전으로 향합니다! 프랑스 파리로 간드아아아─!”

“정말.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TU!! CCK가 이렇게 살아있음을, 올해 제대로 증명해 보입니다! 먼저 떨어진 NMG의 복수도 완벽히 성공했습니다. NMG 팬들, 이제 웃어도 됩니다!!”

“불과 2년 만의 한국 팀 결승 내전인데, 이게 왜 이렇게 반갑나요 도대체!!”

“겨우 1년, 2018년 한 해 부진했을 뿐인데, 그 시간이 정말 억겁 같았습니다. 오늘 이런 결과 마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 팀이 늘 시험대에 올라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무리 잘해도, 그래봐야 ‘내수용이다’라는 얘기를 엄청나게 많이 들었잖아요!!”

“맞습니다.”

“근데 이제, 그 오명도 씻을 수 있게 됐습니다. CCK는 죽지 않았어요! 한 해 부진하긴 했지만, 그건 그냥 새로운 메타에서 정답을 찾기 위한 팀들의 고난이었을 뿐입니다!”

“맞습니다. 작년의 한국팀들이 못한 게 아니에요! 그들도 노력했지만 실패한 것뿐입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CCK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CCK! 명실상부 1부리그로 다시 복귀합니다!!”

2019 CWC 결승전 매치업 확정.

양쪽 브래킷을 차지한 건 Falcon과 TU였다.

2017년을 끝으로 더는 볼 수 없을 것이라 여겨졌던 CCK 강점기의 재림이었다.

*

“하아… 역시 아프네.”

“괜찮아 오빠?”

그리고,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너는, 갈비뼈 괜찮아?”

“난 괜찮아. 오빠 손목이 더 중요하지.”

재활도 잘하고, 회복도 잘했다.

하지만 짧은 대회 기간의 반복적이고 무리한 손목 사용은 결국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역시. 올해가 마지막이겠다. 앞으로 또 이러다가 네 발목 잡으면 어떡해.”

“…….”

이도진은 피식 웃으며 죽상인 내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걱정 마. 결승전까지는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자길 믿으라고.

아직 이도진 죽지 않았다고.

“이 대회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진짜 내 모든 걸 걸어야지.”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팀장으로서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으니까.

“그래야… 봄이를 볼 낯이 생기니까. 2017년처럼, 또 우승 문턱에서 넘어질 순 없으니까.”

그리고 다른 걸 다 떠나서.

그는 우승이 고픈 진성 프로게이머이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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