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22화 나 홀로 상점창(18) / 알지 못한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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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혁과 일행들이 마을로 돌아와 의뢰를 완료하고 있을 때 판테아 마을 외곽에서는 검은 망토를 쓰고 있는 어떤 남자가 마을 성벽을 넘어 마을로 몰래 들어왔다.
“아이씨...이런 귀찮은 일을 내가 왜 해야 해?”
검은 망토를 입고 있던 남자는 검은 봉을 든 채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때 골목사이에서 남자 두 명이 나타나 검은 망토 남자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봐 형씨 여기를 지나가려면 통행료를 내야해.”
“순순히 내놓으면 조용히 지나가게 해주지.”
앞에 있던 남자는 검은 망토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검은 망토 남자는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했다.
“내가 중세시대를 좋아하는 이유엔 두 가지가 있어.”
“무슨 헛소리야?”
검은 망토 남자에 손에서 검은 색의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첫째로는 이런 호구들이 많아서 좋아하고...”
수상한 기운에 섬뜩함을 느낀 남자는 검은 망토 남자에게 올린 손을 급하게 내려 품에 들고 있던 단검을 꺼내들었다.
“야! 이 새끼 조져!”
“둘째로는 누굴 죽여도 걸릴 일이 없다는 거지!”
“죽어!!”
썩뚝
앞에 있던 남자는 검은 망토 남자에게 급하게 단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잘려나간 것은 단검을 휘두른 남자의 목이었다.
“어엇...”
동료의 말을 듣고 급하게 단검을 꺼내 든 남자는 이해하지 못할 장면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검은 망토 남자가 들고있던 검은 봉은 어느새 새까만 낫으로 변해있었고 남자와 낫에는 불길한 검은 색 기운이 넘실거렸다.
“크하하!! 이 목을 자르는 느낌은 언제나 짜릿하단 말이야!!”
피 묻은 낫을 흔들며 광기어린 눈으로 잘린 머리를 발로 밟고 있는 모습은 마치 미친 ‘사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목이 잘린 남자의 동료는 기겁하며 단검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 뒤를 돌아 골목 밖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어이쿠? 어딜가?”
“끄아아아악!!!!”
하지만 어느새 뒤따라온 검은 망토 남자에 의해 등에 낫이 박히고 말았다.
“으어억...”
“이 느낌! 이런게 사는거지! 크크.”
썩둑
쓰러진 남자의 목을 마저 잘라버린 검은 망토 남자는 그대로 골목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이게 무슨...”
“응?”
그러나 골목 밖에는 남자의 비명을 듣고 도착한 마을의 병사가 어느새 골목 앞에 서있었다.
“뭐야? 다 본거야?”
“다...당신 정체가 뭐야!”
병사는 다급히 검을 뽑아 들고 검은 망토 남자에게 겨누며 소리쳤다. 검은 망토 남자는 소름돋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어본다고 알려주겠냐? 오늘 스트레스나 풀고가야겠네.”
검은 망토의 남자는 낫을 들고 병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병사는 남자가 뿜어대는 검은 색 기운에 압도되어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아...아...”
“죽어.”
“이건 뭐야?”
그때 검은 망토 남자의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럽게 머리로 날아든 도끼에 남자는 급하게 머리를 숙여서 피했다. 하지만 그의 머리 부분 망토가 찢어져 얼굴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건 또 누구야?”
“나는 B급 모험가 올리버라고 한다. 너같은 살인마를 잡아 죽이는 사람…너는?!”
“아 잠깐...씨발 얼굴 들어났잖아?”
피 묻은 검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남자가 말했다. 올리버는 그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김선혁!”
“엥? 내 이름알아?”
“니가 왜...거기 병사! 이 사실을 빨리 촌장하고 모험가 길드장에게 전해!”
“아...알겠습니다.”
병사는 검을 집어넣고 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어딜가려고!”
하지만 김선혁이 병사를 막아서며 낫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낫은 올리버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달려!”
올리버의 외침에 병사는 저 멀리 도망가는데 성공했다.
“아 시발 놓쳤잖아!”
김선혁은 자신의 낫을 막은 올리버에게 화를 내며 낫에 힘을 줘 도끼를 올리버와 함께 날려버렸다.
“크윽...”
“그래 너라도 죽여야겠다.”
“너 내가 알던 김선혁이 맞는거냐?”
“나는 형씨 처음 보는데?”
올리버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김선혁을 보고 당황했다. 분명 외모며 목소리며 누가 보아도 김선혁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성격과 사용하는 무기정도일까?
“너, 내가 아는 김선혁이 아니군...”
“뭔소리야? 나는 나야. 다른 김선혁이라도 있다는...잠깐.”
갑자기 말을 하다 정색을 하며 굳어버린 김선혁을 보고 올리버는 긴장하며 무기를 고쳐 쥐었다.
“그 대지신 따까리 새끼가 여기있구나?”
“대지신?”
“어쩐지 죽음의 신 놈이 날 이런 시골에 보내더라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살기가 번뜩거리는 눈을 반짝거리는 김선혁을 보며 올리버는 잠깐이나마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눈앞에 사내를 절대 마을 안으로 보내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도끼를 더욱 강하게 쥐어 잡았다.
“넌 여기서 죽여야겠다.”
“니가 날? 몸에 근육이 가득한게 머리도 근육으로 되어있냐? 니가 날 어떻게 죽여?”
“이제 확실하군 넌 김선혁이 아니야.”
“내가 니가 말하는 그 새끼가 아닌건 맞는데 김선혁은 맞거든?”
낫을 들어올린 김선혁은 다리에 힘을 주고 올리버에게 달려들었다.
“말하기도 귀찮으니까 그냥 죽어.”
자신에게 날아드는 낫을 막아낸 올리버가 광전사의 기운을 끌어 올리며 말했다.
“넌 여기서 죽는다.”
그렇게 둘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두 사람은 공방을 끊임없이 주고 받았다.
김선혁이 올리버의 허리를 노리고 낫을 휘두르자 올리버의 도끼가 받아쳤다. 하지만 힘은 김선혁이 약간 우세해 막은 올리버가 뒤로 밀려났다.
“단단하네.”
“내 장점이지.”
김선혁은 계속해서 낫을 휘둘렀고 올리버는 계속해서 막아내며 간간히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김선혁의 유리한 싸움이라는 것은 변치 않았다.
올리버의 몸에는 점점 잔상처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김선혁은 상처하나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폼 잡아 놓고 하는게 없냐?”
“...”
대답이 없는 올리버의 목을 향해 김선혁이 다시 낫을 휘둘렀다. 올리버는 또 다시 도끼로 낫을 막으려고 했다.
“병신.”
하지만 갑자기 김선혁의 낫이 흐려지더니 도끼를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올리버는 깜짝 놀라 뒤로 몸을 움직였지만 이미 한발 늦어 가슴을 베이고 말았다.
가슴을 깊게 베인 올리버는 무릎을 꿇고 피를 토했다.
“쿨럭!”
“같은 공격을 반복할 정도로 내가 멍청한 줄 알았어?”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올리버의 목에 겨눈 김선혁이 말했다.
“죽어.”
그렇게 김선혁은 올리버의 목숨을 끊기 위해 낫을 휘둘렀다. 하지만 올리버의 입은 웃고 있었다.
김선혁이 낫을 힘껏 휘둘렀지만 올리버의 목을 뚫지 못했다.
“뭐야?”
목이 뚫리지 않아 당황한 김선혁은 낫을 회수하고 뒤로 물러났다.
올리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기운이 처음보다 훨씬 진해져 있었다.
“나는 모험가 올리버.”
도끼를 들어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올리버가 말했다.
“그리고 광전사(?戰?) 올리버다!!”
그렇게 2차전이 시작되었다.
………
“뭐야?! 왜 강해진거야?”
올리버가 휘두른 도끼를 막아낸 김선혁은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처음에는 자신의 힘이 올리버보다 강했다. 김선혁이 공격을 할 때도 막아낼 때도 스스로의 힘이 더 강해 올리버를 밀어냈었다. 그러나 한번 죽음의 위기를 겪은 올리버는 힘이 훨씬 강해져 자신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미친!”
그리고 싸움이 더욱 힘들어진 것은 올리버가 공격과 방어를 적절히 선택하던 방금과는 달리 자신의 몸에 나는 상처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의 행동변화에 김선혁은 더욱 소극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었고 힘도 밀리기 시작하니 방금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된 것이다.
왼쪽에서 도끼가 날아 들어오자 김선혁은 낫을 들어 막아내었다. 그러나 올리버의 힘은 더욱더 강해지고 있었고 김선혁의 신형은 점차 옆으로 이동했다.
올리버는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주먹을 내질러 김선혁의 오른쪽 옆구리를 가격했다.
퍽!
“크윽...”
주먹을 맞고 뒤로 물러난 김선혁의 감정은 당혹이었다.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다.
올리버는 김선혁의 공격을 맞아주고 그의 급소를 노리는 방법을 반복했다.
그렇게 김선혁의 몸에는 수많은 상처들이 생겨났다.
“하아...하아...”
“후우...후우...”
잠시 싸움을 멈춘 채 숨을 몰아쉬던 두 사람은 다시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어떻게 된거야.”
“뭘 말하는 거지?”
“어떻게 갑자기 힘이 강해진거야?”
“내가 아까 말하지 않았었나? 광전사라고.”
광전사인 올리버는 상처를 입으면 입을 수록 점차 강해진다. 처음에는 김선혁보다 힘이 약했지만 상처를 입으면서 서서히 힘이 강해지다가 김선혁의 힘을 뛰어 넘었을 때 올리버는 반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제 넌 날 이길 수 없다.”
“니 몸이나 보고 말해 미친놈아.”
김선혁의 몸에도 상처가 가득했지만 올리버는 더욱 심각했다. 몸에서 상처가 안 난 곳을 찾기 힘들었으며 왼쪽 눈을 베여 시야가 불편해졌다.
상처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와 몇 분만 같은 곳에 서있는다면 피로 웅덩이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이제 끝내도록하지.”
“니 목숨이 말이지?”
끝까지 깐족대는 김선혁에게 반응하지 않은 올리버는 도끼를 하단으로 내리고 김선혁에게 달려들었다.
상처가 점점 심해지며 속도 또한 엄청나게 빨라진 올리버의 공격을 김선혁은 간신히 받아내었다.
챙!
낫과 도끼가 부딪치며 불똥이 튀었고 김선혁은 올리버의 힘에 멀리 날아갔다.
자세를 고치려던 김선혁은 어느새 눈앞으로 다가온 도끼에 놀라며 옆으로 굴러 도끼를 피했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올리버의 다리가 있었고 발차기를 맞은 김선혁은 낫을 놓치고 건물에 박히고 말았다.
“크헉!!”
“마지막으로 할 말 있나?”
또다시 순식간에 그의 앞으로 온 올리버가 피를 흘리며 말했다.
“할 말?”
김선혁은 죽음이 다가왔음에도 의외로 침착했다.
“할 말이라...잘 죽어.”
“뭐?”
그때 올리버의 뒤에서 푸른 색 창이 날아와 그의 등에 꽂혔다.
“끄악!!!!”
엄청난 고통에 올리버는 이내 도끼를 놓쳤고 뒤이어 날아온 발차기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왜 이제 왔어 이년아.”
“닥쳐라 쓰레기.”
올리버를 쓰러뜨린 푸른머리의 여인은 건물의 박혀있는 김선혁을 꺼내 바닥으로 던졌다.
“야! 살살해!”
“마무리나 해라.”
그녀는 떨어져 있던 김선혁의 낫을 그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어후...성격하고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김선혁은 낫을 들어 올리버의 머리를 베어내었다.
그렇게 김선혁이 방에서 누워있을 때 B급 모험가 한 명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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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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