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26화 나 홀로 상점창(22) / 대련
* * *
챙챙챙!
아네르는 끊임없이 김혁준의 급소를 향해 창을 찔렀고 김혁준은 간신히 그것을 막고 있었다.
‘확실히 엄청 부족하네.’
김혁준의 신체능력은 아네르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저렇게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김혁준의 기술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네르는 김혁준의 명치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김혁준은 검의 날을 세로로 세워 검면으로 창을 막아냈다.
‘거기선 빗겨치듯 힘을 여러 방향으로 분산 시켰어야지.’
창에 담긴 모든 힘을 무식하게 다 받아낸 김혁준은 자세가 무너지며 뒤로 크게 밀려났다.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아네르가 김혁준의 다리를 향해 추가타를 날리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움직임이 아까보다 아주 미세하게 느려졌다.
‘허수다.’
공격하는 척 방어자세를 유도하고 그 사이 방어가 빈 다른 부위를 공격하기 위해 아네르는 허수를 사용하였다. 그 미세한 속도의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김혁준은 검을 내려 다리를 방어했다. 그러자 아네르는 순식간에 몸을 돌려 김혁준의 어깨에 창을 내질렀다.
그래도 동체시력과 신체능력이 좋았던 김혁준은 갑작스럽게 들어온 공격에 몸을 빠르게 비틀었다.
끼이익
김혁준의 어깨에서는 갑옷이 찢어질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른쪽 어깨갑옷이 상당히 손상되었지만 김혁준은 다행히 유효타를 내주는 것을 막아냈다.
“하아...하아...”
“벌써 지친건가요?”
숨을 몰아쉬고있는 김혁준을 향해 아네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혁준은 마음을 다 잡고 검을 고쳐 잡았다.
“아직이야.”
슈우욱
김혁준의 대답과 동시에 아네르는 창을 다시 내질렀다. 김혁준은 아네르의 맹공에 또 다시 방어만 잔뜩 할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자세가 부드러워지고 있어?’
그런데 김혁준의 방어 자세가 처음에 비해 점차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재능 스탯의 힘인지 아니면 주인공 버프인지는 모르겠지만 김혁준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네르도 그것을 느낀 것인지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었다.
챙! 챙! 챙!
연속으로 순식간에 내지른 아네르의 창을 김혁준은 모두 팅겨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방어만 하던 김혁준이 서서히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괴물인가?’
‘어떻게 이럴수가?!’
‘움직임이 보인다!’
세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아네르의 행동 하나에 세 사람의 시선이 우라노스에게 집중되었다.
‘능력을 쓰는건가?’
아네르는 우라노스에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나는 아네르가 우라노스의 능력을 쓰기 위해 마나를 모으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그녀의 말과 함께 적중했다.
“이건 좀 아플거에요!”
그녀는 그 말과 함께 우라노스를 김혁준을 향해 내던졌다. 나는 김혁준을 향해 소리쳤다.
“창에 집중해!!”
김혁준은 우라노스의 능력에 대해 모른다. 저 능력에 직방으로 맞는다면 김혁준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와 나눈 농담이 현실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김혁준은 창이 단순한 경로로 날아오자 단순히 피할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말을 들은 김혁준은 회피를 멈추고 창을 노려보았다.
김혁준과 날아오는 우라노스 사이의 거리가 12m정도 떨어져있을 때 쯤 우라노스가 다섯 개로 늘어났다.
“뭣?!”
김혁준은 당황하며 날아오는 우라노스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그때 어느샌가 김혁준이 쳐낸 우라노스 중 하나를 집은 아네르가 아직 우라노스를 쳐내고 있는 김혁준에게 창을 내질렀다.
“젠장!”
결국 그녀의 창을 막느라 분열된 우라노스에 김혁준은 유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창을 맞은 김혁준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김혁준, 더 할거냐?”
“아직 멀었어.”
손으로 상처 부위를 지혈한 김혁준은 피묻은 손으로 검을 다시 들어올렸다. 그 모습을 본 아네르는 김혁준에게 감탄하였다.
‘많은 정신력을 소모 했을텐데...대단해.’
아네르는 더 이상 그를 봐줄생각을 하지 않고 오러를 꺼내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곤 김혁준에게 물었다.
“가능하냐?”
“지금이라면...가능해.”
확신을 가진 김혁준의 눈을 보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틀 동안의 훈련에서 나는 김혁준에게 오러 사용법을 가르쳐주었다. 허나 그는 나와는 다르게 오러를 사용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아마도 마나를 자주 사용해보지 않아서겠지.’
나는 마법을 사용하면서 마나를 자주 컨트롤 해보았기에 오러를 쉽게 만들 수 있었지만 한번도 마나를 다루어 본 적이 없는 김혁준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는 아네르와 대련할 때까지 오러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가능하다 말하고 있었다.
‘주인공 버프인가?’
위기를 겪을 때 성장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주인공이었다. 나는 그런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며 둘의 대치를 지켜보았다.
“지금까지 오러를 사용하지 않으시던데...이젠 꺼내셔야 할 겁니다.”
“안 꺼낸게 아니라 못 꺼낸...!”
김혁준의 말은 오러로 다리를 강화해 순식간에 그에게 달려든 아네르의 의해 끊어지고 말았다.
김혁준은 오러로 인해 강해진 아네르의 공격을 막으며 신음을 흘렸다.
깡!
“끄윽...”
“어째서 오러를 쓰지 않으시는거죠?”
아네르의 물음에 김혁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오러를 사용하기 위해서 마나를 컨트롤하는데 모든 신경을 쏟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깡! 챙! 챙!
‘이렇게 하면!’
아네르의 창을 계속해서 쳐내며 마나를 움직이던 김혁준은 마침내 오러를 사용해 팔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
김혁준은 계속해서 날아오는 공격을 강한 힘으로 쳐내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강해진 김혁준의 힘에 아네르는 당황하며 자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의 자세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빠르게 인지한 아네르는 자세를 고치기 시작했고 빠르게 자세가 안정적으로 돌아왔다.
‘저 기회를 살려야 했는데.’
내가 김혁준이었다면 그녀가 자세를 고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빠른 반격을 가해 자세를 더욱 무너뜨리고 반격을 이어나갔을 것이다. 아직까진 그정도의 생각을 할 수 없는 김혁준이었지만 오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빠른 성장이었다.
챙! 챙! 깡! 깡! 챙! 깡!
그들은 수 없이 많은 공방을 오고갔다. 그리고 어느순간 김혁준이 아네르를 있는 힘껏 밀어내었다. 드디어 서로에게서 떨어진 둘은 한턴 쉬기 시작했다.
“후우...후우...후우...”
“하아...하아...하아...”
둘 다 숨을 몰아 쉬기 시작했고 아네르는 또 다시 우라노스에게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잠깐?!’
그런데 마나의 양이 심상치 않았다. 그녀의 몸에는 이제 거의 절반정도 되는 양의 마나가 남아있을 텐데 그 모든 마나를 우라노스에게 때려박고 있던 것이다.
“아네르 멈춰! 그건 위험해!”
“잠깐 선혁아. 내가 막아볼게.”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 저건 네가 막을 수 없어.”
“한번만 기회를 줘.”
나는 그의 간절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위험한 순간, 내가 끼어들거다.”
“알았어.”
그렇게 김혁준은 오러를 검에 감싸기 시작했다. 당연히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기에는 그의 오러 숙련도가 턱없이 부족했기에 검의 공격력과 내구도를 약간 강화하는데 그쳤다.
“이번엔 진짜로 위험해요.”
“알고 있으니까 빨리 와.”
“흐읍!!”
김혁준에게 경고를 하며 계속할거냐 물은 아네르는 김혁준의 대답을 듣고는 하늘을 향해 우라노스를 힘껏 집어 던졌다. 하늘에 있던 구름을 뚫고 들어간 우라노스는 우리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는 하늘에서 느껴지는 막강한 기운에 긴장을 놓지 못했다.
우웅
허공의 마나들이 진동을 시작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우라노스가 들어갔던 구름이 그대로 산산조각이나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마흔 다섯 개의 우라노스를 우리는 볼 수 있었다.
“헉! 자...잠깐!”
김혁준은 말도 안되는 양의 우라노스를 보고는 당황했다. 나는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넌 못 막는다고.”
“젠장!”
하나 둘 가까워지는 우라노스를 본 김혁준은 검을 쥐고 우라노스들을 노려보았다.
슈우우우우웅!
처음 떨어져 내린 우라노스를 쳐낸 김혁준은 손목에서 느껴지는 얼얼함을 인식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하나 그리고 다음 둘, 점점 떨어지는 수가 늘어나는 우라노스를 본 김혁준은 침을 삼키며 계속해서 우라노스를 쳐냈다. 그러나 그의 수비는 오래가지 못했다.
“끄아악!!”
한번에 떨어져 내린 우라노스의 수가 다섯개를 넘어갔을 때 김혁준은 상처를 입고말았다. 그리고 그 뒤에는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개의 우라노스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죽는다.’
김혁준의 머릿속에서는 단 한가지 단어만 맴돌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섰다.
“하여튼 고집만 더럽게 쎄. 이 자식아.”
나는 김혁준이 상처를 입자마자 그의 앞으로 달려와 쉴드마법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쉴드.”
올라간 지능과 마나 스탯 덕분에 나는 열 여섯 겹이나 되는 쉴드를 순식간에 만들어 내었다.
콰콰콰콰콰콰쾅!!!
많은 힘을 담고 있던 우라노스들이 쉴드를 강타하자 엄청난 굉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이어진 우라노스의 공격이 끝이 나고 먼지 폭풍이 가라앉자 단 여섯 겹만 남은 나의 쉴드와 한 자루로 변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우라노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르네는 한 손을 올리고 마법을 사용해 자신의 필살기를 손쉽게 막아낸 김선혁의 모습을 보고는 경악을 하고 말았다.
‘괴...괴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