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44화 나 홀로 상점창 (40) / 당신들은...신의 사도인가요?
* * *
성기사는 결계 바로 앞으로 가서 언데드들을 바라보았다.
언데드의 옷차림을 보면 대부분의 언데드들은 어느 마을의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생전 병사로 보이는 갑옷을 입은 언데드들도 존재했다.
크악!!
성기사를 발견한 언데드들은 더욱 결계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결계 속 신성력에 몸이 불타면서도 언데드들은 성기사를 물기 위해 결계에 달려들었다.
"불쌍한 육신들여."
성기사는 언데드를 보고 검을 들어 올리고는 신성력을 검에 덧씌우기 시작했다.
"성기사 카인의 이름으로 그대들을 구원하니!"
성기사 카인은 신성력이 덧씌워진 검을 언데드들에게 휘둘렀다.
"평온의 안식을 가질지어다!!"
그의 검에 다섯의 언데드들이 순식간에 머리가 잘려나갔고 이내 신성력의 의해 소멸했다.
카인은 결계 밖으로 뛰어 나가 언데드들을 공격해 결계에서 떨어뜨려놨다.
"여기다!!"
카인은 자신의 얼굴을 향해 팔을 휘두르는 언데드의 머리를 방패로 터트린 후 옆에 있던 언데드를 검으로 잘라버렸다.
결계에 붙어있던 언데드 대부분은 카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성당 안에 있던 성녀는 결계에서 자신에게 오는 부담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덕분에 결계에 쓰는 신성력을 부상자들의 치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카인이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성녀는 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는 치료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카인은 성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결계에 붙어있는 소수의 언데드들을 위주로 처리하고 있었다.
자신의 옆구리를 공격한 언데드를 팔꿈치로 쳐 떨어뜨리고 앞에 있던 언데드 머리에 검을 꽂아넣었다.
왼쪽에 있는 언데드를 방패로 밀어 공간을 확보한 후 옆구리를 공격했던 언데드의 머리를 터트렸다.
그렇게 카인은 신성력을 이용해 언데드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해 나갔다.
하지만 그의 몸에 잔상처가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팔을 긁히고 갑옷은 찌그러지고 다리에는 멍이 들었다.
그리고 오랜 싸움으로 신성력도 점점 고갈되어 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당의 사람들을 위해 카인은 끝까지 버텨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언데드의 머리를 터트린 카인은 긴 숨을 내쉬며 방패를 내렸다.
"끝인가..."
그는 모든 언데드들을 처리한 것을 확인한 후 힘이 풀려 비틀거리며 성당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성당으로 들어가기 위해 성당의 문 손잡이를 잡았을 그때, 카인은 갑자기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슈우웅
그는 새빨간 무엇인가가 결계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카인은 그 물체에 엄청난 양의 사기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벌컥!
"지금 당장 결계에 신성력을 더 사용하십시오!!"
"예? 갑자기 무슨..."
카인은 급히 문을 열고 성녀에게 소리쳤지만.
꽝!
이미 늦었다.
새빨간 무엇인가가 이내 결계와 충돌했고 결계는 산산이 부서졌다.
"커헉!!"
성녀는 피를 토하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결계에 가해지는 엄청난 충격과 막대한 양의 사기에 결계가 어그러지면서 결계를 유지하던 성녀 또한 큰 내상을 입게 된 것이다.
카인은 결계를 깨뜨린 물체의 정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물체는 결계와 부딪치며 형체를 알 수 없게 변했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시체..."
정체불명의 물체는 마을 사람들의 시체가 뭉쳐져 만들어진 구체였다.
쿵 쿵 쿵
그때 멀리서 거대한 언데드 하나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저게 대체..."
카인은 거대한 언데드를 보며 경악했다.
거대한 언데드는 기본적으로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여러사람의 몸을 인위적으로 연결한 모습이었다.
언데드의 팔은 여덟개가 넘어갔고 다리는 두개였지만 여러개의 다리를 뭉쳐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꿀꺽
카인은 부들거리는 팔로 방패를 들어올리며 침을 삼켰다.
'내가 도망쳐서는 안된다.'
자신의 뒤에 있는 성당 안에는 수십명의 부상자와 성녀가 있었다.
자신 혼자서 저 언데드를 어떻게든 처리해야만 했다.
"신이시여...구원을 내려주소서..."
카인은 조금 남은 신성력을 쥐여짜기 시작했다.
신성력의 영향으로 미약한 빛이 나는 방패를 앞세우고 카인은 언데드를 막기 위해 검을 들었다.
구우욱
거대한 언데드는 여덟개의 손을 카인에게 휘둘렀다.
카인은 주먹을 막기 위해 방패를 더 높게 들었다.
그리고 공격을 막음과 동시에 반격을 하기 위해 검을 내지를 준비를 했다.
쾅!
“크헉!!”
그러나 그의 반격은 이어질 수 없었다.
언데드의 엄청난 힘에 카인은 주먹질 한번에 건물을 향해 날아가고 들고있던 방패가 파괴되었다.
건물에 파묻혀 쓰러진 카인은 피를 토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언데드를 바라보았다.
“내 비록...여기서 죽더라도...”
그는 유일하게 남은 공격 수단인 자신의 검을 더욱 강하게 쥐어잡고 남은 마나와 신성력을 폭주시키기 시작했다.
“성녀님을 위해 언데드는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카인이 폭주한 마나와 신성력으로 빛이 나기 시작한 검을 언데드에게 내지르려던 그때.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플레어.”
여자의 목소리와 동시에 언데드의 밑에서 붉은 마법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붉은 불길이 언데드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여자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다.
반짝반짝 빛나는 금발과 대비되는 붉은 눈동자.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을 본 카인은 온몸에 힘을 풀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신이시여...”
그때 어느새 카인의 옆으로 다가온 한 남성이 카인에게 포션을 건네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카인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남성을 보며 어떨결에 포션을 받았다.
“위험하니 저의 뒤로 오세요.”
의문의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카인의 앞으로 이동해 검은색의 검을 뽑았다.
그러나 검을 뽑던 남성의 손이 또다른 남성의 손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김혁준, 검 집어넣어.”
“니가 하게?”
“손 맛 좀 좋아보이거든.”
또다른 남성은 그렇게 말하며 은색의 검을 뽑았다.
“유리나, 플레어 마법을 왜 이리 중첩시켜놨어?”
“쓸만한 실험체라서 마법진 중첩 좀 실험하고 있었어.”
유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허공에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언데드들 태우던 불과 함께 마법진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거대한 언데드는 유리나의 마법을 정통으로 맞았지만 전혀 피해를 입은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불이 시원치 않은데?”
“아무리 중첩시켜도 플레어 마법이니까. 그래도 마나 소모량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확인한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
유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김선혁 옆으로 이동했다.
김선혁은 아스테르에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고 언데드를 향해 휘둘렀다.
촤악!
그워!!!
언데드의 몸에서 많은 양에 썩은 피가 쏟아져 나왔고 커다란 검흔이 생겨났다.
하지만 언데드의 몸에서 사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언데드의 몸이 복구되었다.
“음...귀찮네.”
김선혁은 그렇게 말하며 아스테르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의 모습에 뒤에서 포션을 마시던 카인은 의문을 가졌다.
‘어째서 검을 집어넣는 거지?’
카인은 그가 언데드의 사냥을 포기한 줄 알았다.
그의 입에서 ‘절(?)’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절(?).”
그의 말과 동시에 거대한 언데드는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카인은 그가 검을 뽑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
딱!
그리고 그가 손을 튕기자 반으로 갈라진 언데드 조각들에 푸른색의 불이 타올랐다.
그리고 김선혁은 뒤를 돌아 카인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카인은 자신에게 향한 손을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신의 사도...”
………
우리는 근처에 있던 도시를 들려 포션과 소모품을 추가로 구매하고 스탈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와중 많은 사람들의 이동 행렬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단체로 이동하시는 건가요?”
나는 많은 사람 중 여자아이를 안고 걸어가던 여성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희 마을에 언데드가 나타났어요...그리고 제 남편이 딸아이 때문에...”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제발 제 남편을 구해주세요!”
여성은 나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여성은 우리의 장비를 보고는 우리가 실력있는 모험가 파티인 줄 알고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사신 김선혁에게 스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급히 움직이고 있었기에 나는 여성의 부탁을 거부하려 했다.
“아빠를 구해주세요...흑...”
여성에게 안겨있던 여자아이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자아이는 울먹거리며 나를 바라보고는 아버지를 구해달라 말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유리나가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걱정마렴. 언니 오빠들이 아빠를 구해줄게.”
“흑...정말요?”
“그럼.”
유리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여자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여성은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여자아이의 아버지를 구하기로 했다.
유리나는 나를 돌아보며 미안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미안해. 선혁아...”
“뭐가 미안해. 안 그래도 구할 생각이었어.”
나의 말에 의심스럽다는 듯 유리나가 나를 보았지만 나는 그녀의 시선을 무시한 채 여성에게 질문을 했다.
“마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저희 마을의 이름은 딱히 없었어요...”
“그래도 사람들끼리 부르던 명칭은 있었을거 아니예요?”
“어...아마도 마을에 있던 낡은 성당의 이름을 따 에슈르 마을이라고 부르긴 했을 거예요.”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에슈르 마을이라고?!’
나는 에슈르 마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내가 찾던 ‘성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