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57화 나 홀로 상점창(53) / 김혁준의 선택
* * *
충격적이었다.
"이게 신들과 신물...그리고 너의 옆에 있는 평화의 신, 유나의 정체다."
김혁준은 유나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유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말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신물들의 융합이 끝나고 '신살의 검'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난 신들을 모두 죽일거야. 그리고 신의 힘을 얻고 이세계를 내가 원하는대로 꾸밀거다."
"..."
"다시 한번 물어보지. 나와 손을 잡아라. 그렇다면 너와 김선혁 만큼은 책임지고 원래세계로 보내주지."
"난..."
김혁준은 계속해서 고민했다.
지금까지 자신들은 무엇을 위해 싸운 것일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인간들.
그리고 신들 간의 다툼.
그리고 그 모든걸 설계한 '설계자'.
김혁준과 김선혁은 갑자기 모르는 곳으로 납치당한 피해자라고 할 수 있었다.
눈 앞에 있는 설계자가 설계한 신들 간의 다툼 때문에.
그리고 그 설계사가 우리를 돌려주겠다 말했다.
과연 여기서 자신은 무슨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가.
김혁준은 그에게 겨누던 검을 내리고 고개를 숙였다.
사신 김선혁 아니, 설계자는 신살의 검을 들고 김혁준에게 다가갔다.
"더 이상 이런곳에서 고통받을 필요없어. 그냥 너희는 나를 도와 집으로 돌아가면 되는거야."
설계자는 김혁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계속해서 그를 설득했다.
그때 눈물을 흘리던 유나가 고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정말...그들을 보내주시는 건가요?"
"...당연하지."
그녀가 말을 꺼낼줄은 몰랐던 설계자는 잠깐 당황했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저부터 죽여주세요."
"유나!"
김혁준은 유나의 말에 깜짝놀라 그녀를 돌아보았다.
"저도 힘을 잃었지만 신이니까요. 저부터 죽여주세요. 대신 그들은 꼭 집으로 보내주세요."
"좋아."
"헛소리 하지마!!"
김혁준은 목숨을 포기하겠다는 그녀에게 소리쳤다.
"혁준씨, 저는 이미 수천년도 전에 투쟁의 신, 제 동생을 죽였을 때부터 죽은 목숨이었어요."
그렇게 유나는 눈물을 흘리며 미소를 짓고는 김혁준을 바라보았다.
"저는...이제 지쳤답니다. 흑..."
김혁준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을 받았다.
자신도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유나를 죽게 내버려두면 안되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깡!!
김혁준의 폴레모스와 설계자의 신살의 검이 부딪치며 충격파가 일렁거렸다.
"...내 제안을 거부했다고 보면 되는거지?"
"닥쳐. 지금 나도 날 잘 모르겠으니까."
김혁준은 오러를 끌어올리기 시작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오러는 그 어느때보다 붉게 빛났다.
그리고 그 순간.
폴레모스가 설계자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깡!
설계자는 간단히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김혁준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격이 막힌 검을 역수로 고쳐 쥔 김혁준은 설계자에게 주먹을 오러로 강화해 내질렀다.
그의 주먹을 손으로 막은 설계자의 눈 앞에는 순식간의 폴레모스의 칼날이 날아들었고 설계자는 고개를 뒤로 젖혀 칼날을 피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옆구리를 향해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결국 옆구리를 가격당한 설계자는 김혁준의 강력한 힘에 여러 개의 나무를 부러뜨리면서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혁준씨...왜 그런거예요...제가 죽으면 당신과 리더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텐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거야?"
김혁준은 매우 화난 표정으로 유나를 노려봤다.
처음 느껴보는 그의 엄청난 살기에 유나조차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널 죽게 내버려둘 수 없으니까!"
"저같은 쓰레기를 왜 지키려는 건데요!!"
"날 위로 해줬으니까."
유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언제 살기를 내뿜었냐는 듯 그녀를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너의 과거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것들 뿐이야."
"..."
"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네?"
"넌 날 위로해 주었고 난 너에게 위로 받았어."
"..."
"난 그저 널 지키고 싶을 뿐이야.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너의 과거따윈 아무런 상관없어."
김혁준은 유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난 이기적이거든."
그 순간 설계자가 날아갔던 숲에서 흰색의 검기가 김혁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깡!!
검기와 폴레모스가 충돌했다.
폴레모스를 잡고있던 김혁준의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지직
그리고 검기를 막아낸 폴레모스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단단함만으로는 신물에게도 밀리지 않던 폴레모스가 신살의 힘이 담긴 검기 하나에 파괴될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큭!"
김혁준은 더 이상 폴레모스가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해 급히 상점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금색의 알약을 구매해 곧바로 집어삼켰다.
쨍그랑!!
그렇게 그와 수개월을 함께한 폴레모스가 산산조각이 났고 검기는 김혁준의 몸을 양단냈다.
"혁준씨!!"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유나는 깜짝 놀라 그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김혁준의 몸에는 자잘한 상처조차 생기지 않았다.
"진짜 죽을 뻔 했네..."
김혁준은 상체를 일으키며 자신에게 다가와 놀란 표정을 짓고있는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된거예요?"
"부활환(??)이야. 죽음에 이르는 공격을 받았을 때 한번 모든 상처를 치료해 주는거지. 300만 코인이나 해서 가진 코인의 30%가량을 쓰긴 했는데 목숨값으로는 싸."
김혁준은 그녀에게 설명을 하며 다시 상점창을 열었다.
그에게 남은 코인은 약 692만 코인.
폴레모스가 박살났기에 그는 새로운 검을 찾아야만 했다.
김혁준은 자신과 가장 어울릴 만한 새 검을 찾기 위해 상점창을 열어 당장 살 수 있는 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걸 살다니...상점창, 이거 내가 너무 사기권능을 설계했잖아?"
"그러게 니가 만든 상점창 쩔더라."
김혁준은 설계자를 도발하며 계속해서 검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한눈에 들어온 검 한자루가 있었다.
| 이름 아고나스
| 종류 양손검
| 현재는 잊혀진 투쟁의 신을 기리던 이름 모를 대장장이 종교인이 만들어 낸 양손검이다. 투쟁의 신을 상징하는 붉은색의 광물과 묵색의 광물을 섞어 만들어 낸 검으로 크기와는 다르게 한손으로 휘두를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 능력
| 공격력 5배 증가
| 검술 숙련도 대폭 증가
| 이동속도 1.3배 증가
| 공격속도 1.7배 증가
| 가격 6,527,300 코인
엄청난 능력만큼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검이었다.
그러나 김혁준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검을 바로 구매했다.
능력이 마음에 든 이유도 있었지만 투쟁의 신과 관련된 검이었기에 더욱 이 검에 마음이 이끌렸다.
아고나스는 검은색 검신에 붉은색 광물로 만들어진 장식이 불처럼 검신을 휘감은 것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그의 검붉은 오러가 아고나스를 감싸자 검의 모습은 마치 타오르는 불 같이 보였다.
검을 잡은 김혁준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설계자의 검을 막아냈다.
"그 검은..."
"이것도 혹시 니가 만든거냐?"
설계자의 반응을 살핀 김혁준은 이 검 또한 설계자가 직접 설계한 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챙! 챙! 깡!
둘의 검은 빠른 속도로 교차하였고 두 검이 부딪치며 생긴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유나조차 비틀거리게 할 정도의 충격파였다.
유나는 충격파에 비틀거리면서도 바닥에 눕혀둔 유리나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눈앞에 암기가 날아들었다.
그녀는 신력을 사용해 암기를 막내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카인과 싸우고 온몸에 상처를 입은 키리스가 서있었다.
"하아...하아...신력이라니...역시 그런건가..."
키리스는 숨을 몰아쉬며 유나가 신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녀의 옆구리에 방패 하나가 날아들어 그녀를 날려버렸다.
방패를 날린 사람은 다름 아닌 카인으로 그는 복부에 두 개의 단검이 꽂힌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카인씨!"
유나는 그의 모습에 깜짝 놀라 그에게 달려갔다.
털썩
그녀의 모습을 살핀 카인은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신님...무사하셔서...다행입니다..."
"뭐가 다행이예요!! 이렇게 다쳐 놓고!!"
"하핫...신님이...치료해...주실테니까요..."
유나는 그의 복부에 꽂혀있던 단검을 뽑고 빠르게 그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치료하던 사이 카인은 기력을 다해 기절하고 말았다.
유나는 카인의 치료를 마친 뒤 그를 유리나 옆에 눕혀두었다.
그리고 유리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녀는 여전히 얼굴을 찡그린 채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유나의 옆으로 김혁준이 날아왔다.
"커헉!! 거...더럽게 강하네..."
김혁준은 고인 피를 뱉고 아고나스를 고쳐쥐었다.
설계자는 신살의 기운을 온 몸에 두르고 있었다.
그 어떤 짓을 하더라도 김혁준은 그에게 어떠한 피해도 줄 수 없었다.
'방법이 없는 건가?'
김혁준은 천천히 다가오는 설계자를 보며 그를 공격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상점창을 열어 혹시나 쓸만한 장비를 찾아보았지만 40만정도의 코인으로는 그를 막을 만한 장비를 구할 수 없었다.
설계자는 김혁준의 목을 향해 신살의 검을 휘둘렀고 김혁준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너무 늦었잖아."
"중(?)."
어디선가 나타난 아스테르가 신살의 기운을 뚫고 설계자의 오른팔을 잘라버렸다.
기다리던 파티의 리더.
김선혁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