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비, 아찔하게 흐르는-44화 (44/100)

44화

쪼르륵.

수건에서 짜낸 물이 수면에 파동을 일으키며 떨어졌다.

단이는 차가워진 수건을 다시 조심스럽게 결의 이마에 올려주었다.

조선군의 진영으로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났다.

새벽녘을 밝히던 해도 중천을 지나 다시 서산으로 넘어가고, 또 새로운 동이 트고 있건만.

결은 여전히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의원은 떨어졌을 때의 충격이 기의 흐름을 크게 흩뜨렸다면서, 언제 고비가 찾아올지 모르니 며칠 지켜봐야 한다고 하였다.

그의 허리엔 더러운 저고리 대신 깨끗한 무명천이 감싸여 있었다.

스며들던 핏자국은 어느새 검붉게 말라 있었다.

“나리…….”

그것을 본 단이의 눈빛이 다시금 흐려졌다.

자신 때문에 결이 이렇게 된 것만 같아 죄책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너도 이만 자는 것이 어떻겠느냐. 결이 일어나면 내 바로 너에게 알려주마.”

그때 등 뒤에서 성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틀이 꼬박 지나도록 두 사람의 곁을 지킨 성조였다.

하나 감사를 표하기엔 지금 단이의 신경은 온통 결에게 쏠려 있는 터라.

단이는 결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나리께서 일어나실 때까지 여기 있고 싶어요.”

“밤새 한숨도 못 자지 않았느냐.”

“……괜찮습니다.”

잠이 오지도 않을뿐더러, 자신 때문에 다친 결을 두고 홀로 편안히 쉴 수도 없었다.

적어도 그가 다시 깨어날 때까진 곁을 지키고 싶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성조 역시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결 못지않게 단이 또한 얼굴이며 손이며 상처로 엉망이었다.

깨어만 있을 뿐이지 안색도 말이 아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분의 옷을 입혔으나, 커다란 품에 비해 턱없이 작은 몸은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의식을 잃은 자네보다 이 아이가 더 걱정이 된다면…… 자네는 나를 원망할 텐가.’성조는 누워 있는 결을 바라보다 입안이 씁쓸해짐을 느꼈다.

단이에게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지금은 그때를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할 것을 알았다.

성조는 그저 그녀의 어깨를 가만히 짚어주는 걸로 그 마음을 대신하였다.

때마침 진위가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근방에서 시신을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단이를 힐긋 본 성조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물었다.

“문신은 있던가?”

“예, 있었습니다. 좌랑께서 말씀하신 모양과 같은 문신입니다.”

성조의 표정이 한층 더 심각하게 굳었다.

짧게 생각을 마친 그가 단이에게 말하였다.

“잠시 다녀올 터이니 조금만 기다리고 있거라.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혹 결이 깨어나면 바로 병사에게 일러 내게 알려주고.”

“……예. 알겠습니다.”

성조는 마지막까지 단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다 이내 막사를 나갔다.

혼자 남은 단이는 하염없이 결만 바라보았다.

굳게 감긴 눈은 깊이 잠든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어찌 이리 누워만 계시는 건지.

두려운 마음에 입 근처에 손을 대어보면, 미약하게나마 손끝을 건드리는 숨결이 그녀의 불안을 잠시나마 잠재워 주었다.

혹여 제가 떠난 사이 그 숨결마저 사라질까.

단이는 쉽게 자리를 벗어나지도 못하였다.

“빨리 일어나셨으면 좋겠는데…….”

서러운 염원이 눈물과 함께 뚝, 떨어졌다.

이미 울 만큼 울어서 더 이상 나올 눈물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리께서 두 번 다시 깨어나시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눈앞이 뿌예졌다.

‘아니야. 그런 생각 하면 안 돼. 왕 할아버지께서 생각하는 대로 흘러간다고 했잖아. 나리께선 꼭 일어나실 거야.’단이는 훌쩍거리며 황급히 눈물을 닦았다.

닦기 무섭게 눈물이 또 뚝뚝 떨어졌지만 그마저도 야무지게 닦았다.

그래도 절벽 아래에서 한 번 눈을 뜨시지 않았던가.

기다리다 보면 분명 다시 깨어나실 거라 믿고 싶었다.

단이는 결의 손을 감싸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리, 금방 일어나실 거지요? 이제 곧 눈을 뜨실 거지요?”

어쩌면 스스로를 세뇌하기 위함이리라.

코를 훌쩍이면서도 일어나실 거지요, 일어나실 거지요.

그리 속삭이기를 한참.

울음으로 삐죽거리는 입술을 꾹 맞다물며 미지근해진 수건을 다시 물에 담그려는데, 일순 그녀의 손목 위로 따듯한 온기가 내려앉았다.

결의 손이었다.

잡힌 손목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눈을 뜨고 이쪽을 바라보는 결이 보였다.

“나리……!”

“어찌…… 울고 있느냐.”

낮게 갈라진 목소리가 단이의 눈물샘을 또 건드리고 말았다.

후드득 떨어지는 눈물에 단이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나리께서 너무 안 일어나셔서, 흑, 이대로 계속 못 깨어나시는 줄 알고…… 흐윽. 그래서, 그게 너무 무서워서…….”

울음에 뒤섞인 말소리가 두서없이 쏟아졌다.

울면서 말하느라 발음이 죄 뭉개졌지만,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다행이어요. 정말 다행이어요…….”

그가 다시 깨어나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제 어깨에 기대어 와앙 울음을 쏟아내는 단이를 결은 그저 다독여주기만 하였다.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통증보다 어깨를 축축이 적시는 뜨거운 눈물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살아 있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해줄 만큼.

단이의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은 결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 들어 올렸다.

그 짧은 새에 어찌나 많은 눈물을 쏟았는지, 온통 눈물범벅이 된 얼굴이었다.

“너는 다친 곳 없느냐.”

“네, 흐윽……. 저는 괜찮습니다.”

결은 엄지로 조심스럽게 단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쓸어내린 볼 위로 크고 작은 상처들이 보였다.

그 날카로운 흔적에 결의 미간이 좁아졌다.

허리에 난 제 상처보다 그녀의 얼굴에 난 작은 생채기가 더 괴롭다는 듯이.

다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이토록 그를 아프게 했다.

결은 다시금 단이의 머리를 다정히 감싸 안았다.

“그래도, 무사해 줘서 고맙다.”

“나리 덕분이어요. 나리께서 저를 구해주신 거잖아요.”

“네 덕에 내가 산 것이지.”

사경을 헤매던 와중에 드문드문 어렴풋이 기억나는 게 있었다.

애타게 부르며 정신을 붙잡아주던 목소리.

허리에 단단히 둘러지던 천의 감촉.

그리고 극심한 갈증에 괴로워하던 와중, 입안으로 흘러들어온 무언가.

받아 마시는 순간 너무도 시원하고 달콤하여 본능처럼 그것을 갈구하였더랬다.

끊임없이 제 입술을 적셨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차였는지, 혹은 물이었는지.

그도 아니면…….

“…….”

생각을 이어가던 결의 손이 그 순간 우뚝 멈췄다.

순간 떠오른 감촉 하나.

입술 위에 내려앉았던 그 따듯하고도 말랑한 감촉이 그의 뇌리에 박힌 까닭이었다.

자신을 끌어안던 단이의 모습과 함께.

문제는 이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꿈을 꾼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현실이라기엔 너무도 불가능한 일이고, 꿈이라기엔 너무도 생생한 감촉.

머리가 새하얘질 만큼 당혹스러운 기억이었다.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건만.

야속하게도 그녀와 입을 맞추는 장면만 결의 머릿속에서 계속 되풀이되었다.

그렇다고 확실하지 않은 기억으로 단이에게 어찌 된 일이냐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예기치 못한 기억의 충돌에 결은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나리?”

단이는 갑자기 목각 인형처럼 굳어버린 결을 내려다보았다.

어찌 저리 놀란 표정을 짓고 계시는 걸까.

그는 마치 벌어져선 안 될 상황에 처한 것처럼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혹…….”

무언가를 말하려던 입술이 다시 끝을 맺지 못하고 꾹 다물어졌다.

단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나리,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결! 정신이 좀 들었는가?”

때마침 막사 안으로 돌아온 성조가 가까이 다가와 결을 살폈다.

그 탓에 단이는 아무 답도 듣지 못하고 한발 물러서야만 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는가? 여기가 어딘지는 알겠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도 기억나는 게야?”

“……한 가지씩만 물어. 머리 울리니까 목소리 좀 낮추고.”

“머리는 크게 다치지 않았구먼. 다행일세. 참으로 다행이야!”

성조가 오고 나서도 결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막사 안에 감도는 묘한 분위기를 읽은 성조가 단이에게 표정으로 무슨 일이냐 물었다.

그러나 영문을 알지 못하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라.

단이는 저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뭔가 일이 있었던 모양인데.’묻고 싶어도 결이 답을 해주지 않을 거란 건 잘 알고 있었다.

성조는 어쩔 수 없이 궁금증을 거두곤 다시 결을 보았다.

“아무튼 이리 깨어나서 다행이네. 근처 마을로 의원을 부르러 갔으니 이제 곧 올 것이야.”

“……고맙다. 나 때문에 다들 놀랐을 텐데.”

“그런 말 말게. 이리 살아왔으니 됐어. 그보다…….”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성조는 뒤에 있는 단이를 의식했는지,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며 말을 맺었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결에게 조금이나마 더 휴식을 주기 위함이기도 하였다.

곧 오래지 않아 의원도 도착하였다.

“상처가 조금 깊긴 하지만서두, 다행히 장기는 건드리지 않았슴메다.”

의원은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목숨을 잃었거나 반신불수가 되었을 거라며, 결이기에 살아남은 것 같다고 말하였다.

절벽에 나무들이 많아 충격을 완화해준 것도 천운이라 하였다.

단이 또한 결 덕분에 천만다행으로 무사했다며, 진맥상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워낙에 기운이 좋으시우니, 며칠 치료를 받으심 금세 회복하실 겁메다.”

“고맙네. 이곳을 떠날 때까지만 잘 부탁하겠네. 자네가 누구를 치료하는지는 어디에도 말하지 말고. 약조만 해준다면 값은 후하게 쳐주겠네.”

“여부가 있겠슴둥, 나으리.”

의원이 진료를 마치고 돌아간 후.

성조는 그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단이에게 말하였다.

“의원도 다녀갔고 결도 괜찮다 하니, 너도 이제 그만 한숨 자거라. 그리 있다간 네가 더 병이 나겠어.”

단이의 얼굴빛은 누가 봐도 걱정할 만큼 안 좋아 보였다.

그 험한 일을 겪고도 이틀을 내리 제대로 못 잔 데다 펑펑 울기까지 한 터라.

지금도 붉게 충혈된 눈을 끔뻑끔뻑 느리게 들어 올리는 단이였다.

“정말 괜찮으시어요?”

“그래. 아무렇지도 않다.”

결이 고개를 끄덕이자 비로소 단이의 두 눈에 안도가 스몄다.

그럼에도 단이가 쉬이 일어나질 못하니, 성조가 직접 그녀를 일으켜 막사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여긴 내가 있을 터이니, 걱정 말고 푹 쉬거라.”

“그럼…… 잠시만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필요한 일이 생기면 꼭 불러주시어요.”

발길을 돌리던 단이가 다시 걱정 어린 눈길로 성조를 보았다.

성조가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들어가라 손짓하였다.

“이곳은 내가 있으니 괜찮대도.”

“그것이 아니오라…….”

단이의 시선이 성조의 상처 입은 팔로 향하였다.

결이 습격을 받은 날, 그를 지키려다 화살에 스친 상처였다.

“성조 나리께서도 치료 잘 받으시어요. 이제 여름이라 덧나면 큰일 납니다.”

“…….”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저와 서결 나리를 찾아주시어서.”

꾸벅 인사를 마친 단이가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말없이 단이가 들어간 막사를 보던 성조가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천을 아무렇게나 휘감아 놓은 상처에선 옅게 피고름이 번져 있었다.

결을 살피느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상처거늘.

“……너만이 봐주는구나. 내 상처를.”

씁쓸하고도 짙은 감정이 묘하게 가슴을 건드렸다.

그저 고마운 것일까.

아니면, 가슴이 동한 것일까.

“…….”

낮게 한숨을 내쉰 성조는 표정을 갈무리하고 다시 결이 있는 막사로 들어갔다.

결의 곁에 앉은 그는 얼굴빛을 바꾸며 은밀히 본론을 꺼내었다.

“자네를 발견했던 곳 근처에서 시신 하나를 찾았네. 놈의 등에 자네를 습격했던 자객의 것과 똑같은 문신이 있었어.”

그 말에 내내 복잡하던 결의 머릿속이 하나의 생각으로 정리되었다.

그러잖아도 행여 우두머리의 몸에서 문신을 잘못 본 게 아닐까 의문이 들었는데.

의심이 확신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다른 건.”

“놈의 옷 속에 이런 것도 있었네.”

성조가 종이로 겹겹이 싸인 무언가를 꺼내었다.

펼쳐 보니 안에는 희뿌연 가루가 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초오(草烏)의 뿌리가 아닌가 싶네.”

초오의 뿌리는 사약의 재료로 쓰일 만큼 그 독성이 강한 식물이었다.

극독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두 가지 경우를 뜻했다.

독살하기 위함이거나, 혹은 자결하기 위함이거나.

이번 경우엔 후자일 가능성이 다분하였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지.”

“그래.”

일전에 자객을 보냈던 이도, 포로로 잡은 자객을 죽게 만든 이도, 그리고 이번 습격을 사주한 이도.

모두 같은 인물이었다.

“영상께서…… 자꾸 판을 크게 벌리시는군.”

성조는 의심할 여지도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 정벌에 가장 큰 힘을 실었던 이가 준백이었으니.

“애초부터 계획되어 있었을지도.”

결의 눈매가 날카롭게 벼려졌다.

어차피 사지를 향한 걸음이었으니, 이곳에서 죽는다 한들 크게 의심받지도 않을 터.

오히려 정벌에 실패했다며 명성까지 깎아내리기 좋은 기회였다.

이로써 결은 명백히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싸움은 둘 중 하나가 죽기 전까진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임을.

“근처를 계속 수색하고는 있는데, 이미 몸을 숨겼거나 멀리 달아났을 확률이 높아서 더 이상의 증거는 찾기 힘들 수도 있네.”

“그러겠지. 그들은 내가 죽었다고 생각할 테니.”

“어찌할 텐가?”

“……글쎄.”

당장 한양으로 돌아가 준백을 추궁한들 쉽게 밝혀질 일은 아니었다.

그리 허술하게 일을 꾸밀 자가 아니었으니.

하나 더 이상 가만히 앉아 당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일단 한양으로의 귀환을 잠시 늦추고, 몸이 회복되는 대로 나도 함께 주변 일대를 찾아보도록 하지.”

“그들이 뭔가를 남겼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겐가?”

“적어도 시신은 찾을 수 있을 테니. 찾다 보면 증거가 될 만한 것 하나쯤은 분명 있을 거다.”

복수를 위해서도.

나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도.

이제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 꼬리를 잡아야 했다.

성조는 우선 일이 끝날 때까진 한양으로 전령을 보내지 않겠다며 뜻을 함께했다.

“그런데 아까 깨어나서 왜 그랬던 건가?”

성조의 말에 결이 무슨 말이냐 표정으로 물었다.

“안색이 무척 좋지 않던데. 못 볼 걸 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기억하면 안 될 것을 떠올린 것 같기도 하고…….”

정곡을 찌르는 말에 다시금 아까의 잔상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단이와 입을 맞추었던.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저릴 만큼 애틋해지는 그 기억이.

눈을 지그시 감고 요동치는 가슴을 가라앉힌 결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아니다. 아무것도.”

“얘기해보게. 다른 문제라도 있는 건가?”

서서히 눈을 뜬 결이 가만히 허공을 보았다.

그의 시선이 아릿하게 흐려졌다.

“……그냥. 꾸어선 안 될 꿈을 꿔버려서.”

너무도 간절한 꿈인데.

“꿈이 현실이길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이겠지.”

감히 원해선 안 될 꿈이라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