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깊은 밤, 어느 버려진 사당 앞.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어르신.”
바닥에 납작 엎드린 사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자신을 촉새라 소개한 그는 정벌전에 참전하였던 군사 중 하나였다.
어느 높으신 분이 북방에서 서결과 그의 다비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은밀히 듣고자 한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섭섭지 않을 대가가 탐이 나 쥐처럼 몰래 이곳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촘촘하게 드리운 발 너머, 풍채 좋은 그림자가 묘한 신음을 내뱉었다.
회색빛으로 바랜 턱수염을 느릿하게 쓸어내리던 그, 준백이 가늘게 뜬 눈을 빛냈다.
“확실한 것이냐.”
“어느 안전이라고 제가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리는 일입니다.”
그 말에 준백이 피식 실소를 흘렸다.
목숨같이 지켜야 할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목숨을 걸고 발설하고 있으니.
이 같은 간신이 또 어디 있을까.
“좋다. 믿도록 하지.”
하나 준백이 원하던 이가 바로 이런 배신자라.
“받거라.”
준백이 고개를 끄덕이자, 촉새를 여기까지 데려왔던 청지기가 두둑한 주머니를 바닥에 던졌다.
입구를 여니 그 안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액수의 돈이 들어 있었다.
“단순히 정보 값만 주는 것이 아니다.”
“하면…….”
“지금 내게 했던 그 이야기들을, 네 동료들도 모두 알게 하거라.”
“모, 모두 말입니까?”
“그래.”
독사 같은 눈동자가 위험한 빛을 번뜩였다.
“가능하면 더 많이, 더 자극적이게 말이다.”
주머니를 두 손으로 움켜쥔 촉새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껏 쌓인 노름빚만 천 냥이라.
그날 일을 발설해선 안 된다는 엄명이 있었지만, 당장 왈패들에게 죽게 생겼는데 그깟 명령에 이 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그러하겠습니다.”
“행여 들키더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어차피 말하고 싶어도 사주한 이가 누군지 모르니 말할 수도 없으리라.
준백은 촉새를 향해 이만 가보라며 손을 저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촉새는 마지막까지 몸을 굽실거리곤 청지기의 뒤를 따라 헐레벌떡 밖으로 나갔다.
던져준 주머니의 무게와 다르게 한없이 가벼운 그의 발소리를 들으며 준백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
화선당 앞 연못에 지어진 정자, 화연정.
고즈넉한 연못의 경치와 꼭 어울리게 지어진 이 화연정은 화선당의 자랑이라 할 정도로 몹시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 화연정에 이른 시각부터 각종 다과와 차가 성대하게 차려졌다.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온 단이를 위한 다연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선정은 먼저 와서 손수 다연을 주관하였다.
그녀의 들뜬 손끝에 궁녀들이 분주하게 다과와 차제구들을 옮겼다.
“옹주 아기씨, 단이를 데리고 왔사옵니다.”
천 상궁의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과연 단이가 있었다.
“단이야!”
환하게 웃은 선정이 옹주로서의 체통도 잊고 빠르게 화연정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곤 절을 하려는 단이를 꼭 껴안으며 반가운 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내었다.
“돌아왔구나. 이리 무사히 돌아왔어. 아!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괜찮은 것이야?”
자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선스럽게 살피는 선정의 모습에 단이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곤 선정을 향해 마주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옹주 아기씨. 옹주 아기씨께서 걱정하여 주신 덕분에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이다. 참으로 다행이야. 내 너에게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어찌나 마음을 졸였는지…….”
“옹주 아기씨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옵니다. 연통이라도 드릴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무 소식도 전해드릴 수 없었어요.”
“너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리 무사히 돌아와서 참으로 고마울 뿐이야.”
선정은 애정 가득한 눈길로 단이를 바라보았다.
첫째로는 결에 대한 걱정이 제일이었지만, 단이 역시 그녀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사람이라.
매일 밤 정화수로 치성을 드리며 결의 안위를 빌 때마다 단이의 안위 역시 진심을 다하여 빌었던 선정이었다.
처음으로 격의 없이 사귀게 된 차벗이니 어찌 귀하지 않을까.
“자, 이리 와 보거라. 얼른.”
선정이 단이의 손을 꼭 맞잡으며 함께 화연정에 올랐다.
그곳엔 일전에 은아암에서 보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성대한 찻상이 차려져 있었다.
색이 알록달록한 다식부터 시작하여 각종 다과와 귀한 과일, 그리고 여러 종류의 차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얼마 전 성조가 준비한 다연이 세상에서 제일로 호화로운 다연일 거라 생각하였건만.
선정이 마련한 다연에 비하면 그저 평범하다 여겨질 정도였다.
화려한 찻상에 단이의 눈이 커다래졌다.
“와아……! 이것이 다 무엇이어요?”
“내 너를 위하여 소소하게나마 다연을 준비하였다. 어떠하느냐. 마음에 드느냐?”
“끼니보다 더 성대하게 차려진 찻상은 처음 봅니다, 옹주 아기씨.”
“그러느냐? 아마 맛을 보면 더욱 마음에 들 것이다.”
선정은 한껏 뿌듯해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곤 천 상궁에게 눈짓을 하여 준비한 것을 가져오도록 하였다.
곧 천 상궁이 비단 보자기에 싸인 상자들을 가져왔다.
겉을 감싼 비단만 보아도 상당히 귀해 보이는 물건들이라.
의아한 눈을 깜박이던 단이가 먼저 상자에 대해 물었다.
“그것이 무엇이어요, 옹주 아기씨?”
선정은 개중 세 개의 상자를 먼저 앞으로 내밀었다.
“이 두 개는 내가 평소 즐겨 마시는 차들이고, 남은 하나는 심양에서 들여온 보이차니라.”
심양에서 난 보이차는 그 어떤 지역에서 난 것보다 특상품이라.
두 홉 밖에 안 되는 한 봉지를 사려면 고급 비단 한 필이 필요할 정도로 아주 귀한 것이었다.
하나 생산량조차 적어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것이니.
단이조차 말만 들어보았지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리 귀한 것을 어찌 저에게…….”
“조선을 위하여 생사를 넘나든 장군과 너에게 이 정도도 주지 못할까. 그저 내 소소한 마음이니, 개의치 말고 받거라.”
“이 감사를 어찌 표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옹주 아기씨.”
“감사한 만큼 나와 오래오래 함께 차를 마셔주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기뻐하는 단이를 보니 무리하여 차를 구한 보람이 있었다.
‘서결 장군도 단이처럼 내 선물을 마음에 들어 하면 좋겠는데…….’선정은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끼며 남은 상자를 모두 앞으로 내밀었다.
앞서 보이차를 담은 상자보다 조금 더 큰 상자들이었다.
“이것은 또 무엇이어요, 옹주 아기씨?”
상자를 향한 선정의 눈길에 수줍음이 묻어 나왔다.
“차를 마시는데 다과가 빠지면 섭하지 않겠느냐. 하여 여기에 차린 것과 동일하게 조금씩 따로 빼어두었다.”
“이미 귀한 차를 주신 것만으로도 과분하온데…….”
“차에 비하면 이건 그저 군것질거리에 지나지 않느냐. 부담 갖지 아니하여도 된다.”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그저 군것질거리로 설명하기엔 아무 곳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다과가 아니었다.
약과부터 시작하여 경단과 증편, 각종 정과, 유밀과 등이 있었으니.
이 정도면 권문세가 고명딸의 혼례상에 올린다 해도 믿을 정도였다.
선정은 다과를 싼 보자기 끝을 만지작거리며 수줍게 물었다.
“혹…… 서결 장군께서도 단것을 좋아하시느냐?”
그 질문에 단이가 동그란 눈을 깜빡였다.
곧 그녀의 머릿속에 장터에서 엿을 사주던 결의 모습이 떠올랐다.
엿을 반으로 똑 쪼개어 나누니,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제 입에 넣어주던 그의 모습이.
입술 끝에 스친 다정한 손길의 기억에 단이의 뺨이 옅은 홍조를 띠었다.
단이는 콩닥콩닥 뛰어오르는 가슴을 잠재우며 고개를 저었다.
“나리께서는 단것을 좋아하시지 않는다 하였어요.”
선정의 두 눈에 일순 낭패가 스쳤다.
“어찌하여?”
“예……?”
선정은 저도 모르게 순간 새된 목소리로 묻고 말았다.
일부러 결이 먹을 것까지 생각하여 조금 과하게 준비하였던 것이다.
하나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도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선정은 애써 당황을 감추며 상자를 단이 쪽으로 쭉 내밀었다.
“아, 아니……. 내 그럴 줄 알고 네 몫만 미리 챙겨 놓았는데, 딱 맞아떨어지니 신기하단 뜻이었다.”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천 상궁까지 팔아 거짓말을 하였다.
“천 상궁이 더 준비하자는 것을 듣고도 너무 과한 것 같아 조금만 준비하였건만. 그러하길 잘하였구나. 하하…….”
천 상궁이 제가 언제 그러하였냐며 눈빛으로 항의하였지만, 선정은 모른 척 눈길을 돌렸다.
흠, 흠. 헛기침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새침해 보였다.
“저 혼자 다 먹기엔 양이 많아 보이는데…….”
“그럼 다른 식솔들과 나누어 먹으면 되지 않겠느냐. 네 차 스승이라던 보선 어멈께도 나누어 드리고.”
“아! 그리하겠습니다. 이리 마음을 써주셔서 참으로 감사드리어요, 옹주 아기씨.”
“그래.”
선정은 어색하게 입가만 길게 늘였다.
두 사람은 그간 쌓인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며 다연을 즐겼다.
맛있는 다과와 향긋한 차, 그리고 재미난 이야기가 함께하니 두 여인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한창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천 상궁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아뢰었다.
“옹주 아기씨, 시간이 다 되었사옵니다.”
“벌써 단이가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가?”
선정이 아쉬운 눈으로 단이를 보았다.
오랜만에 다연을 즐기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 탓이었다.
하나 단이를 차벗으로 삼는 대신 결의 다시(茶時)를 어기지 않겠다고 아바마마와 약조를 하였으니.
선정은 서운한 마음을 누르고 단이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만 나가자꾸나. 내 앞까지 배웅을 해 줄 터이니. 천 상궁, 이것들을 다 챙겨와 주게.”
“예, 옹주 아기씨.”
선정은 단이와 함께 화연정을 나섰다.
곧 궁녀들이 선정의 선물을 들고 뒤를 따라왔다.
그런데 화선당의 중문을 지나 뜰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사이.
오늘따라 뒤를 쫓는 시선들이 심상치 않았다.
다들 선정의 앞에선 예를 갖추어 허리를 숙였지만, 그녀가 지나가면 수군덕거리기 바빴다.
앞에 있는 선정은 몰라도 뒤를 따르는 단이는 따가운 눈총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선들이 다름 아닌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도.
‘설마…… 나리께 무슨 일이 생겼나.’그래서 나리의 다비인 자신을 보며 이러쿵저러쿵 말을 나누고 있는 걸까.
그리 생각하니 자연 마음이 불안해졌다.
단이는 당장 앞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걸 꾹 참으며 얼른 훈련원 앞에 당도하길 바랐다.
선정과 헤어지고 나서부턴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여기서부턴 저 혼자 갈 수 있습니다. 짐은 주시어요. 제가 들고 갈게요.”
“이리 많은데 정녕 혼자 들고 갈 수 있겠느냐.”
“예,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그리하도록 하거라.”
단이는 낑낑거리면서도 그 많은 선물을 끌어안고서 훈련원으로 향하였다.
간신히 훈련원 입구를 지나 소다옥에 짐을 내려두고 나오니, 마침 멀리 지나가는 군사들이 보였다.
‘저분들께 나리께 무슨 일이 있으신지 여쭈어봐야겠다.’그런데 단이가 그들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그럼 장군의 다비가 정말 여진족이란 말인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단이는 저도 모르게 기둥 뒤에 숨어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쉿. 목소리 낮추게. 다른 사람이 들으면 어쩌려고?”
“예 누가 있다고. 아무도 없으니 빨리 얘기해보게. 방금 한 말이 정말 사실인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그런 소문이 돌고 있네. 장군의 다비가 실은 조선인이 아닌 여진족이라고 말일세.”
“나도 들었네. 이번 정벌 때 그 다비가 여진족 포로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하지 않은가. 결론적으론 그 덕에 흉계를 막았다고 했지만,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알 수 없으니 또 다른 배신일지 아닐지는…….”
쿵, 쿵, 쿵, 쿵.
가슴이 아플 만큼 심장이 세게 뛰었다.
어째서 저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가.
게다가 지금 대화를 나누는 군사들은 이번 정벌에 참전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정벌을 다녀온 이들 중에 누군가 저들에게 말을 퍼트렸다는 뜻이었다.
현장을 보았던 군사들은 성조가 모두 입단속을 시켰다고 하였지만, 아무래도 그들 중 누군가가 결국 그날 일을 발설한 듯했다.
‘대체 누가……?’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손끝이 파르르 떨려와 단이는 주먹을 꾹 말아 쥐었다.
결에게 향하려던 발걸음은 길을 잃고 그 자리 그대로 우뚝 설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당장 뭘 해야 할지도 몰랐다.
나 때문에 나리께 피해가 가면 어떡하지.
이 일로 누군가 나리께 책임을 묻는다면?
여진족이라는 게 밝혀지는 것도 무서웠지만, 그로 인하여 결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더욱 두려웠다.
“혹시 그 다비가 여진의 명을 받고 일부러 장군을 속인 것이 아닌가?”
“그도 아니라면, 설마 장군께서…….”
그때였다.
“허억!”
숨을 집어삼키는 소리와 함께 그들의 말소리가 뚝 끊겼다.
무슨 일인가.
조심스럽게 기둥 너머로 고개를 돌린 단이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리……!’
결이 군사들에게 검을 겨누고 있던 것이다.
“함부로 입을 놀린 대가는 무엇인지 알고 있겠지.”
“자, 자, 장군!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죽을죄라는 걸 알고도 감히 나와 내 다비에 대해 확인되지도 않은 이야기를 떠들었다는 것이냐.”
“사, 살려 주십시오…….”
결은 당장이라도 그들의 목을 벨 것처럼 검을 고쳐 쥐었다.
놀란 단이가 그를 말리러 가려던 찰나.
“너는 소다옥으로 가 있거라.”
어깨를 잡은 팔을 따라 고개를 올리자 성조의 얼굴이 보였다.
그도 소문을 듣고 왔는지 평소보다 많이 굳은 표정이었다.
“어서.”
성조는 애써 입가를 늘이며 걱정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 나리.”
무언가를 말하려던 단이는 이내 입술을 맞물며 소다옥으로 향하였다.
힘없이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성조가 곧 결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검을 겨눈 결의 팔을 지그시 눌렀다.
“그만하게, 결.”
“감히 내 다비를 모함하고 내 명예를 더럽힌 자들이다.”
“군사 된 자로서 전장에서의 일을 멋대로 부풀리고 거짓을 논한 것은 일벌백계함이 마땅하나, 명명백백히 사실을 가리고 난 후에 벌하여도 늦지 않네.”
그 말에 결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성조에게로 향했다.
“너도 나와 단이를 의심하는 건가.”
“불씨가 남지 않게 제대로 불을 끄자는 뜻일세.”
성조가 진심을 담아 말하였다.
“이 자리에서 저들을 죽인다 한들 소문은 잠들지 않을 걸세. 오히려 진실을 덮으려 한다는 헛소리만 얹어질 뿐이지.”
“…….”
“발 없는 말까지 검으로 벨 생각인가.”
성조의 말에 검을 쥔 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들끓는 분노를 가라앉힌 결은 검을 도로 거두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군사 하나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가 허겁지겁 무릎을 꿇었다.
나머지 군사들도 그 옆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던 결이 진위에게 뒤를 맡긴 뒤 분을 삼키며 발길을 돌렸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