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이제 와서 북귀의 편에 서다니…….”
정회는 스스로를 미쳤다고 생각하였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지 십수 년이거늘.
이제 와 무엇을 되돌리겠다는 것인가.
“그런다고 지옥 불을 피할 수도 없을진대.”
입매를 비틀어 씁쓸한 비소를 지은 정회는 붓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리 앉아 있다간 진탕 같은 생각의 늪에 잠식당할 것만 같았다.
그는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평소보다 일찍 등청길에 올랐다.
본래도 부자의 사이가 좋지 않아 함께 길에 오르는 일이 없던 터라.
성조는 질척이는 땅을 밟으며 멀어지는 평교자를 향해 그저 고개만 숙여 보였다.
그 역시 마음이 심란하던 차에 일찍 나갈 계획을 하였으나, 정회가 먼저 대문을 나서 하는 수 없이 걸음을 지체한 차였다.
차라리 늑장이나 부릴 생각으로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어머니인 심 씨가 작게 탄식을 하였다.
“사랑문이 열려 있다. 네 아버지가 덜 닫으시었나 보구나.”
“……놔두세요, 어머니. 제가 닫고 가겠습니다.”
성조는 몸종더러 심 씨를 안채까지 잘 뫼시라 이르고는 사랑방으로 향하였다.
아버지의 흔적이라면 사랑방 근처에도 가기 꺼리는 성조였으나, 요 근래 무릎이 안 좋아지신 어머니를 오래 거동케 할 수는 없었다.
간밤에 쏟아진 비로 습해진 공기가 찬 기운과 만나 기분을 더욱 가라앉게 만들었다.
언짢은 마음에 얼른 문을 닫고 돌아서려던 그때.
“…….”
성조의 시선 끝에 정회가 미처 치우지 못한 종이들이 걸렸다.
처음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웬 낙서를 하셨나 생각하기도 잠시.
유심히 그것을 살피던 성조는 곧 심각한 얼굴이 되어 신을 벗고 사랑 안으로 들어갔다.
널브러진 명자 사이, 알 수 없는 문양을 그린 종이가 성조의 손에 들렸다.
“아버지께서…… 이것을 어찌.”
문양이 비친 성조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려왔다.
종이에 새겨진 문양은 분명 일전에 결이 보여주었던 그것과 같은 것이었다.
결의 어머니가 그녀의 몸종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던, 그리고 단이가 어머니의 물건이라며 갖고 있었다던 대나무 통에 음각된 문양, 바로 그것과.
혹여나 닮은 그림일까 몇 번을 살폈지만 자신의 기억 속 문양과 꼭 같았다.
한 치의 의심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럼에도 성조는 일을 확실히 하고자, 황급히 다른 종이에 문양을 따라 그렸다.
그러곤 종이를 챙긴 뒤 사랑방을 나섰다.
문을 꼭 걸어 잠근 성조는 쉬이 그 앞을 떠나지 못했다.
‘아버지께서 어찌 선대부인의 문양을 아시는가…….’한때 벗이었던 이의 내군이라 아는 것인가.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사대부가의 안주인이 쓰는 문양을 아버지가 함부로 알 수가 있다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둘 사이에 다른 교류가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
어머니에게 이 일을 여쭈어볼까 잠깐 생각하였으나 성조는 곧 마음을 접었다.
심 씨는 결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짙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부터 돌리는 이였으니.
일단은 조금 전 본 문양이 정말로 숙부인 민 씨가 사용하던 문양이 맞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성조는 종이를 품에 챙긴 뒤 급히 집을 나섰다.
무슨 정신으로 업무를 보았는지 모를 만큼 시간이 흘렀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덧 결이 차를 마시기 위해 잠시 쉴 때라.
온종일 문양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성조는 곧장 훈련원으로 향하였다.
***
쪼르륵, 잔으로 떨어진 차에서 옅은 김과 짙은 향이 동시에 피어났다.
첫 잔을 입에 머금기 무섭게 턱을 들어 올리는 손길.
그러곤 자연스럽게 입을 맞춰 오는 결에게 단이는 피할 겨를도 없이 숨결과 찻물을 내어주고 말았다.
이제는 소다옥에서도 이렇듯 입 맞추기를 서슴지 않는 결이라.
단이는 행여 누군가 소다옥에 들어올까 결을 만류하면서도, 이렇듯 잠깐잠깐 나누는 숨결이 좋아 이내 가만히 그에게 몸을 내맡기곤 하였다.
물론 그조차도 찰나처럼 짧은 순간일 뿐이었지만.
신기루처럼 사라지고만 시간 속, 입술에 남은 온기를 가슴 깊이 새기며 단이는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요즘은 정말 하루하루가 꼭 선물인 것만 같습니다.”
결은 그새 흐트러진 쪽빛 목도리를 바로 매어주며 말하였다.
“네가 나에게 온 것만 같을까.”
목도리에서 올라온 손길이 단이의 하얀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마치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매만지는 듯한 조심스러운 손길이라, 단이는 그 따스한 손에 얼굴을 문지르며 배시시 웃었다.
“제가 느끼는 행복이 더 클 것이어요. 나리께서는 감히 상상도 하시지 못할 만큼이요.”
그런 단이를 결은 더없이 사랑스럽다는 눈길로 바라보며 그녀를 따라 입가를 늘였다.
“그리 말하는 것을 보니 헤아리지 못하는 건 오히려 너인 듯하구나.”
“할 수만 있다면 마음을 꺼내서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여요. 아마 보시면 아주 깜짝 놀라실걸요? 엄청 엄청 커서 하늘도 덮을 정도거든요.”
마음을 꺼내서 보여준다느니, 그 마음이 하늘을 덮을 정도라느니.
어린아이 같은 발상이건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진지하게 말하는 얼굴이 무척이나 어여쁘고 귀여웠다.
가슴 한편이 참을 수 없이 뻐근해질 만큼.
“그땐 세상이 어두워져도 행복하겠구나.”
결은 단이의 머리를 감싸 제 품에 꼭 끌어안았다.
조금은 부끄럽다는 듯,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 허리를 감싼 가녀린 팔이 그 무엇보다 견고하고 안락하게 느껴졌다.
겨우 한품에 들어오는 아이가, 이 아이의 품이, 마치 세상 그 자체인 것처럼.
결은 단이를 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아무도 너를 보지 못하였으면 좋겠다.”
이제껏 한 번도 부려본 적 없는 욕심이 투정처럼 튀어나왔다.
“오로지 나만 너를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를 누가 감히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도 훈련원의 군사 놈들이 한 번씩 단이를 힐긋거릴 때마다 전부 처벌을 내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차라리 단이를 집에 두고 남아로 하여 새 다동을 뽑을까.
그럼 한나절이 넘도록 단이를 보지 못하게 될 텐데.
요즘 결은 이 두 가지 생각을 오가며 소다옥의 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열망은…….
“저는 엄연히 살아있는 사람인데, 어찌 다른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귀신도 아니구…….”
단이가 작게 웃음을 흘리며 결의 품을 조금 더 파고들었다.
결은 그 앙증맞은 꼬물거림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지막이 말하였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그 말에 단이가 의아한 눈을 깜빡이며 결을 마주 보았다.
하나 결은 그 방법을 바로 알려주는 대신 단이의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추었다.
동그란 이마에 입술을 붙인 채, 그는 언뜻 긴장이 어린 눈으로 허공을 보며 오래 생각해왔던 열망을 꺼내었다.
단이를 아무에게도 내보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 보는 방법.
“나와, 혼인을 하면 되지 않느냐.”
바로 그녀를 안채의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고개를 든 단이가 놀라 커다래진 눈으로 그를 보았다.
반응을 보아하니 그녀로선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인 듯하였다.
입술을 뻐끔거리며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하던 단이는 이내 눈빛을 흐리며 입을 열었다.
“제 처지에 어찌 나리와 혼인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어요…….”
단이로선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비록 선정과의 혼인이 무산되었다곤 하여도 그녀의 신분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엔 변함이 없었다.
몸종 처지에 어찌 양반인 결과 혼례를 올릴 꿈을 꿀 수 있을까.
비첩(婢妾)이라도 되면 다행인 것을.
그저 단이는 그날 하룻밤을 잘라 제 안에 품은 것으로 평생을 버티리라, 그리 다짐할 뿐이었다.
물론 결은 결코 그리 놔둘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말하지 않았느냐. 네가 나의 유일한 정인이라고.”
“…….”
“내 곁에 있을 수 있는 여인은 오로지 너뿐이다.”
몸종을 첩으로 들였단 말이 나오지 않게, 결은 아예 양반의 호적에 단이를 입적시켜 정실에 앉힐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준백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은 위험한 때.
언제 어느 때에 큰 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시기에 함부로 그녀를 집 안에 묶어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약 없는 불투명한 꿈이나마 결은 붙잡고 싶었다.
살고 싶어서. 살기 위해서.
자신의 세상이 되어 준 이 아이와 함께.
“그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겠느냐.”
물음 끝에 가는 허리를 안은 팔이 경직되었다.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태산 같은 나리가, 하늘 같은 나리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며 이토록 마음을 조이고 계신다.
이것이면 되었다.
설령 나리께서 약조하신 그날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밤과 이 마음이면 나는 충분하다.
나리의 깊은 진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기다리지 말라 하여도 기다릴 것이어요.”
“…….”
“그 약조로, 살아갈 것이어요.”
단이는 결의 등을 꼭 끌어안으며 그리 답하였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으로 가득한 순간이었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그만 업무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끝나고 데리러 오마. 쉬고 있거라.”
“예, 나리. 다녀오시어요.”
마지막까지 단이의 동그란 얼굴을 눈에 담던 결이 이윽고 소다옥을 나섰다.
하나 결은 소다옥 앞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자리에 멈춰 섰다.
소다옥 뒤편에 성조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던 것이다.
“아, 그…… 자네를 찾아온 길이네만. 다시(茶時), 벌써 지났는가?”
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으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결이 고갯짓으로 소다옥을 가리키며 다시 몸을 돌렸다.
“들어가서 얘기하지.”
“아, 아니! 그럴 필요는 없네. 길게 할 이야기는 아니라서.”
다른 때라면 묻지 않아도 먼저 소다옥으로 향했을 녀석이건만.
성조는 다소 낯선 얼굴로 거절하며 대신 종이 하나를 꺼내 보였다.
“자네가 일전에 말했던 그 대나무 통의 문양…… 혹 이 문양 맞는가?”
종이에 그려진 문양을 본 결은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 문양.”
그러자 성조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졌다.
그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은 결이 목소리를 한층 낮추어 물었다.
“다른 데서 이 문양을 본 건가?”
한순간 생각에 잠긴 듯하던 성조의 눈빛이 그 말에 현실로 돌아왔다.
빠르게 생각을 뒤로한 그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수소문이나 해볼까 하여 생각나는 대로 그렸는데, 맞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마치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
절대 들켜선 안 된다는 듯.
“새로운 소식 있으면 바로 알리겠네. 자네도, 무슨 일 있으면 말해주고.”
성조는 종이를 다시 품에 넣고는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발길을 돌렸다.
겨우 문양 하나 간단히 묻고자 온 길이 아닌 듯하였으나, 결은 부러 성조를 잡지 않고 멀어지는 모습만 말없이 지켜보았다.
뜻 없이 행동하는 자가 아니었으니, 지금 품은 생각이 무엇이든 정리가 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밖에.
그가 언제나 그러해 주었던 것처럼.
“성조 나리께서 오신 것이어요?”
안에서 성조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단이가 소다옥 문을 열고 나왔다.
“물을 것이 있다며 왔다가 금방 돌아갔다.”
“그냥 가시었다고요? 웬일이시래요? 업무가 태산처럼 쌓여 있어도 항상 소다옥에 눌러앉다 가시던 분이.”
그 얼굴을 보던 결이 문득 스친 생각에 다시 앞을 보았다.
평소와 다르게 당혹스러웠던 표정.
어딘가 어색하던 눈빛.
‘설마…….’단이와의 대화를 들었던 걸까.
아직 성조에겐 단이와의 변화된 관계를 알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여 이 순간이 조금 난처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벗에게 이런 식으로 알리고 싶진 않았기에.
“……나리, 왜 그러시어요?”
갑자기 굳어진 결의 표정에 단이가 걱정 어린 눈으로 물어왔다.
그녀에게 허락도 없이 함부로 성조의 마음을 알릴 수는 없었다.
결은 표정을 갈무리하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얼른 들어가거라. 바람이 차다.”
“예, 나리. 그럼 다녀오시어요.”
싱긋 미소를 그린 단이가 먼저 소다옥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향해 환히 웃어 주던 그녀가 이윽고 문 뒤로 사라졌다.
혼자 남은 결은 다시금 어두워진 얼굴로 성조가 사라진 방향을 보았다.
누구 하나 잘못한 이 없이 상처 받은 이만 생긴 꼴이 되고 말았다.
조만간, 그에게 직접 말해야겠다.
이만 그 마음을 접어달라고.
미안하다고.
***
한참을 걷던 성조가 걸음을 멈춘 곳은 인적이 드문 골목이었다.
발이 닿는 대로 무작정 온 것이라.
관복 입은 웬 양반님의 등장에 상민들은 얼른 길을 피하며 그를 힐긋거렸다.
달갑잖은 시선에 한숨을 내쉰 성조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러나 몇 걸음 채 내딛지 못한 발은 그대로 멈춰 서고 말았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멋대로 머릿속에서 되풀이된 까닭이었다.
‘말하지 않았느냐. 네가 나의 유일한 정인이라고. 내 곁에 있을 수 있는 여인은 오로지 너뿐이다.’
‘기다리지 말라 하여도 기다릴 것이어요. 그 약조로, 살아갈 것이어요.’
안의 모습을 보진 못하였으나 어떤 상황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앞서 말한 결의 한마디로 인해.
“혼인…….”
멍하니 중얼거린 성조가 실소 같은 헛웃음을 흘렸다.
“……혼인이라.”
다시 한 번 그 말을 곱씹어 보았을 땐 남아 있는 한 줌의 웃음기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텅 빈 동공은 정처 없이 허공을 배회하다 이내 움직임마저 멎었다.
멍하니 한곳만 보던 성조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마른세수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래. 이미 나에게 기회가 없다는 것 따위는 잘 알고 있었다.
파고들 틈조차 없다는 것도.
다가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도.
그러나 단순히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예기치 않게 마주한 현실에 성조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가슴을 짓누르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허무함 같기도 하였고, 원망 같기도 하였다.
스스로를 한심하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였고, 애초에 가망 없는 것을 원하였던 자신을 불쌍하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였다.
가져 본 적도 없는데 세상 모든 것을 잃은 기분.
그 지독히도 환멸스러운 기분에 성조는 숨이 막힐 듯 가슴이 답답하였다.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발자국을 수놓았던 어리석음이란.
그럼에도, 저 둘을 돕고 싶은 이 속없는 마음이란.
“……힘 빠지네, 참.”
성조는 품에서 다시 종이를 꺼냈다.
한동안 말없이 그것을 내려다보던 그는 곧 주먹을 굳게 말아 쥐었다.
손안에서 볼품없이 구겨진 종이는 그대로 근처의 개울에 버려졌다.
물살에 빠르게 휩쓸리는 종이를 눈으로 좇던 성조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여전히 빛을 잃은 눈동자는 습관처럼 가야 할 길을 골라 향할 뿐이었다.
모르겠다.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