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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하기 싫어요-103화 (10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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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도 녹음을 완벽히 하기 위해 몇 번 더 현장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 보니 점차 익숙해져서, 마지막에는 거의 떨지 않고 해낼 수 있었다!

“밀지 마세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로 인해 인파가 몇 배로 몰렸다. 황급히 정리한 뒤 공연장을 빠져나가려는데.

‘펑!’

때마침 여기저기서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다들 행동을 멈추고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쉿. 이 틈에 얼른 여기서 빠져나가요.”

그 와중에 혼자 정신 차린 한글이 분홍에게로 다가와 손을 잡아끌었다. 환하게 미소 짓는 얼굴 뒤로, 형형색색의 불빛이 반짝이는데,

“…….”

순간 넋을 놓은 분홍은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잠시 뒤. 축제가 끝이 났을 때, 그곳에 있던 두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들은 대신에 근처에 있던 인적이 드문 장소에 숨어들었다. 제법 외진 곳인데도 불꽃이 터지는 모습이 기가 막히게 잘 보였기에, 신기해진 분홍이 물었다.

“와. 이런 곳은 어떻게 안 거예요?”

“혹시나 해서 아까 미리 봐 뒀어요. 아무리 공연을 위해 왔다지만, 이런 건 끝까지 봐야죠!”

알게 모르게 선배님은 제법 자상한 면이 있었다. 여긴 조용해서 좋다며 덧붙인 뒤 한글이 씩 웃었다.

“오늘 저, 어땠어요?”

갑작스러운 분홍의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한글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진짜 잘하던데요. 고생했어요.”

완벽에 가까운 무대였다는 말에 긴장이 탁 풀렸다.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웃으며 말한 뒤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선배님에겐 비밀이지만, 실은 두 다리에 힘이 풀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자. 잡아요.”

풀썩. 분홍의 곁에 앉은 선배님이 은근슬쩍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보지 못한 척. 일부러 고개를 돌리자 잡아달라며 앙탈을 부렸다.

그러자 못 말린다며 분홍이 웃었다.

“…….”

잠시 뒤. 단단하게 깍지를 낀 뒤에 그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헤실 웃기 시작한 한글의 얼굴을 마주 보며 분홍도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도전한 일에 대해 결과가 어떻든 말이다. 변함없이 자신의 곁을 지켜 주는 이가 있다는 건,

‘곁에 선배님이 있어서 다행이야.’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무대를 끝낸 뒤 남겨진 여운에 여전히 심장이 뛰고 있었다.

“……꼭 꿈을 꾼 것 같네요.”

숨을 몰아쉬며 분홍이 말했다. 그러자 그런 그를 다독이듯이 잡고 있던 손길이 한층 섬세해졌다.

고개를 숙여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선배님의 커다란 손에 짧게 입 맞췄다. 경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분홍의 귀에다 대고 한글이 낮게 속삭였다.

“간지러워요.”

눈이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글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계속해서 입 맞추는 둘 위로, 여전히 불꽃놀이는 계속되고 있었다.

* * *

야외에서 공연하는 것에 성공하긴 했지만 말이다.

알고 보면 꿈을 꾼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실감 없이 느껴진 것도 잠깐이었다.

다음 날이 되자, 눈 비비며 일어나자 쏟아지는 연락에 하루가 피곤해졌으니 말이다. 방에서 나오자 두호가 성큼성큼 걸어와 외쳤다.

“혼자서 뭘 재밌는 걸 한 거야!”

그 뒤에 루시가 쪼르르 달려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화면에는 어젯밤에 분홍의 노래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멤버들 말고도 팬 카페도 난리가 났다.

‘저기가 어디야? 보니까 어제 불꽃놀이 한 곳 같은데!’

‘분홍이가 이렇게 부르는 건 처음 봐. 잔잔한데 너무 듣기 좋다.’

평소 ‘블랙’의 음원에 실린 분홍의 목소리와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리인 건지. 반응이 생각보다 긍정적이자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곧바로 분홍의 오디션 영상이 공개되었다.

‘이걸 찍어 두고 있었구나.’

바닥을 보며 고개를 숙인 어린 분홍의 모습이 보였다. 이윽고 무언갈 결심한 듯 정중앙으로 걸어가 노래를 시작하는데, 그 순간 놀랍게도 바들거리던 몸의 떨림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제삼자의 시선에서 노래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니 색달랐다.

분홍이 그걸 보면서 생각에 잠기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영상의 조회 수는 올라가고 있었다.

“우와.”

그러다 인기 검색어 순위에 ‘김분홍’ 이름 세글자가 오르는 걸 보았을 때. 충격받은 나머지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비록 아주 잠깐 올라왔다 반짝거리며 사라지긴 했어도 잊지 못할 놀라운 일이었다.

변함없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소속사 건물 안을 헤매던 중. 직원이 지나가던 분홍을 붙잡더니 뭔갈 내밀었다.

“분홍아. 이거 좀 이도 작업실에 갖다 줄래?”

“아. 네.”

오랫동안 들르지 않았던 이도의 프로듀서실.

‘그날 이후로 이도 형 얼굴을 제대로 본 적 없는데.’

어느새 팀 내 인기 멤버가 된 분홍을 보며 이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매번 표정을 읽을 수가 없는 얼굴이라 궁금하긴 했다.

다행히 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부탁받은 심부름만 바로 수행하고 곧장 나오려던 분홍은 뭔갈 발견하고 멈춰 섰다.

“……!”

갑자기 볼일이 생겨 급하게 나갈 일이 생긴 걸까? 커다란 이도의 컴퓨터 화면에서는 작게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타 연주가 들려오며…….

어떠한 불쾌한 예감에 분홍은 가까이 다가갔다.

왜냐고? 지독히도 닮고 싶어 했던 목소리와 창법을 모를 리 있겠는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구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거침없이 손을 움직여 소리를 키웠다.

그리고 듣는 순간에, 역시나 알아볼 수 있었다.

덕분에 신곡을 내고 좋았던 기분이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은 게 참 무색하게도, 단 한 사람의 무관심으로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게 웃겼다.

이도는 왜 항상 자신보다는 ‘그 아이’를 우선순위에 두는 걸까? 지금은 아예 같은 멤버 사이도 아닌데 말이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분홍이 허탈함에 중얼거렸다.

“얼굴을 나오게 올려야지, 바보.”

이한빛답게 참 꾸준히도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게다가 악기와 손만 나오는 흑백 영상이었다.

회귀 전에도 느꼈듯이, 아마추어긴 하지만 참 노래에 대한 열정이 넘쳐 보였다.

‘잘생긴 얼굴을 써먹지도 못하고…….’

요령이란 게 없는 바보처럼 말이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구독자가 많아 보이긴 한데. 그래도 얼굴을 까고 영상을 올렸더라면 조회 수가 더 늘어날 텐데, 대체 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정이도는 어떻게 이 채널을 알고 있던 걸까?

둘 사이에 대한 의심이 또다시 올라왔다. 게다가 당일에 알게 된 사실. 바로 이한빛이 출연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Little star’에 바로 이도가 멘토 역할로 출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접했을 때. 뒤통수가 충격으로 얼얼했다.

동시에 버스킹 거리를 헤매던 자신과 닮은 뒷모습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약해졌다.

‘그나저나 걔는 왜 거기에 있었던 거지?’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며 이도와 마주치기 전에 작업실에서 얼른 빠져나오며, 분홍은 이도의 작업실에서 알아낸 한빛의 계정으로 들어가 계속해서 그 아이의 음악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이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간에. 어찌 됐든 분홍 역시 자기만의 갈 길이 존재했다.

선배님에게 전화를 걸어 분홍이 물었다.

“음원은 언제 푸는 게 좋을까요?”

-음. 곧 분홍 씨 생일이지 않아요?

어떻게 알았을까? 호기심에 물어보자 한글이 웃었다.

-원래 팬은 가수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요.

대선배에다 인기 그룹 오오라 출신.

그 ‘오한글’이 고작 자기를 위해 팬을 자처하다니.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동시에 어떠한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이 만약에 이한빛에 대해 알게 된다면 어떨까.’

이도가 그랬듯이, 분홍을 내치고 한빛에게로 가지 않을까? 두려워지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한글은 회귀 전에도 분홍에게‘만’ 익명의 편지를 보낸 전적이 있긴 했으니,

분홍은 그 마음을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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