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남자의 뭉뚝한 귀두가 여린 틈 위를 무자비하게 문댔다.
이미 척척한 음부 위를 키에론이 제 것으로 짓궂게 미끄러뜨렸다.
톡 튀어나와 부어오른 음핵이나 음문 바로 주변같이 예민한 부분만 골라서 자극하니 멜루시네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녀의 목에서 꼭 새끼 짐승같이 갸르릉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뭘 했다고 벌써 이만큼이나 젖은 건지, 누가 물고기 아니랄까 봐.
익숙한 쾌감을 찾는 여체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키에론의 팔뚝을 붙잡았다.
“해 줘, 넣어 줘... 응?”
뭐가 견디기 힘든 건지 한쪽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 여자가 애원하며 그를 올려다봤다.
“...멜루시네.”
짐승다운 재촉에 전신의 털이 쭈뼛쭈뼛 선다.
“그 입, 다물어.”
제국어 따위 가르치지 말 걸 그랬나. 목소리로 인간을 홀리듯 말 몇 마디로 사람을 이토록 건드릴 줄 알았다면.
키에론이 그녀의 양 발목을 붙잡아 벌리며 꽉 다물린 아래를 제 것으로 한 번에 꿰뚫었다.
손바닥에 잡히는 족쇄의 차가운 감촉이 흡족했다. 황궁은 바다에서는 한참 멀지만 제 소유물에는 언제나 확실한 각인이 필요한 법이다.
“학, 흐읍!”
텅 비어 있던 안을 남자의 성기가 단숨에 채웠다. 내벽을 긁으며 들어오는 살기둥의 모양이 지나칠 정도로 선명하게 느껴졌다.
멜루시네는 언제나처럼 다리를 힘껏 양옆으로 벌렸지만 부족했다. 좁은 입구를 한계까지 열어젖히고 깊숙이 비집는 잔인한 동작에 골반이 벌써 뻐근했다.
“하응, 읏....”
그녀가 종알대며 떠드는 것보다 차라리 자지러지는 신음을 듣는 게 낫다. 아니, 더욱 질러댔으면 했다.
물기가 가득 찬 몸은 이제 그에게 완벽하게 길이 든 모양인지 들어서자마자 맞춘 듯 아래를 짜냈다.
대공이 지금껏 가장 한심하게 여겨 온 건 무언가에 쉽사리 중독되는 인간들이었다. 약물이나 여자에 의존하는 에드바르처럼.
하지만 하루 종일 이 여자 안에 이렇게 허리짓이나 하고 싶은 한심한 기분이 결국 중독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싶다.
키에론이 제 것으로 젖은 질벽을 꾹꾹 누르다가 영역을 늘리듯 돌리며 휘젓자 점점 더 찔꺽대는 물소리가 번졌다. 아아, 흑. 물소리 위로 멜루시네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꼭 노래하는 것만 같은 여자의 소리에 그의 척추까지 묵직한 쾌감이 번졌다.
“후으, 멜.”
그는 멜루시네가 아예 꿈쩍도 하지 못하게 다리를 붙들고 머리까지 접어 붙인 뒤 그 위로 무게를 실어 짧고 세게 퍽, 퍽 박아넣었다.
“핫! 흣! 응!”
겨우 이제 시작인데도 접합부를 내리칠 때마다 울컥울컥 많이도 흐른 애액이 옆으로 마구 튀었다.
그녀가 덜덜 떨리는 팔을 들어 남자의 등을 감싸 안았다. 제대로 잡히지도 않지만 몸속을 그에게 전부 내주고 나니 아슬아슬 몰아치는 태풍 같은 감각에 휩쓸리는 몸을 의지할 데가 필요했다.
남자의 벗은 몸을 더듬는 건 처음이라 낯설었다. 제 것과는 전혀 다른 단단하고 까칠한 감촉이 좋았다.
인간 남자의, 아니 제 세렌히데의 몸. 그가 아래를 겹칠 때마다 그녀에게 부딪는 가슴이, 몸을 오롯이 감싼 두 팔과 너른 등이 너무 뜨거웠다.
“흑, 흐으....”
그렇게 돌같이 딱딱한 어깨와 자꾸 불끈대며 움직이는 팔을 더듬어 내려오다 우연히 등의 한구석을 매만졌을 때, 조금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거칠기는 해도 판판하던 등의 군데군데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들. 손끝으로 따라갈 수 있는 데까지 만져 보니 그런 부분이 꽤 길게, 많이도 얽혀서 구불구불 이어졌다.
아까 얼핏 그의 목에서도 발견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뭐지.
“키에, 론... 여기, 이상, 읏, 해....”
그의 등이 어떤 상태인지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멜루시네가 상체를 어떻게든 들어 그의 어깨 뒤쪽을 봐 보려고 바르작대는데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져 내린다.
“물고기가, 딴생각할, 여유도, 있군.”
“히끅!”
아래가 꿰뚫린 채로 몸이 뒤집혔다.
“그게, 흣. 뒤에... 키에론, 등! 하악!”
그녀의 허리를 틀어쥔 남자가 그의 것을 천천히 물렸다가 뿌리까지 푸욱 박아 넣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꼭 아래가 찢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멜루시네가 견뎌내기 위해 손에 잡히는 침대 시트를 꽉 그러쥐고 숨을 하읍, 들이켰다.
뒤에서 여자를 안는 남자의 눈에도 홀쭉하게 마른 그녀의 등이 샅샅이 들어왔다.
과거의 채찍질이 남긴 울퉁불퉁한 상처 사이사이에 덧대어진 그의 잇자국과 붉은 울혈들.
이런 것 따위를 신경 쓴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 물건이 교접부를 뚫고 들어갔다가 액을 잔뜩 묻혀 나오는 적나라한 장면만큼이나 여자의 몸에 남은 제 흔적을 발견하는 게 만족스럽다.
그리고 그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다른 이가 그녀의 등에 남긴 흉터에 새삼스럽게 속이 뒤틀린다.
바르통 공작을 너무 편히 죽게 뒀지. 사지를 찢어 물고기 밥으로 던져 줬어야 했는데.
키에론이 몸을 숙여 여자의 뒷덜미에 아직 뽀얀 살을 입술 새로 머금었다.
“으응, 간지...러.... 흐응!”
그녀가 방심하는 새 아래를 더 세게 콱 삽입하며 목을 깨물었다. 여자 몸에 하얀 부분이 아예 남지 않도록, 전부 입에 넣고 씹어 버릴까. 굳이 그러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않은가.
섹스란 쌓인 욕구를 분출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생각해 왔다. 그러니 여자의 몸에 특별한 의미를 둔 적도 그런 걸 느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제 전리품, 이 물고기는 영원히 그의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은 물론, 숨소리 하나, 신음 하나도.
그러니 여전히 의미는 몰라도 이 여자의 전신에, 아니 몸속에까지 그의 인장을 찍으려는 것뿐이다.
죽여서 가죽째 벗겨 박제하는 대신.
“멜, 새끼를 배고 싶다고, 했던가.”
키에론이 여자의 아랫배를 한 손으로 감싸 더욱 제 쪽으로 끌어안았다. 이미 완전히 결합했다고 생각했던 아래가 더욱 빈틈없이 겹쳐졌다.
질벽을 거꾸로 거스르며 목까지 차오를 것 같은 남자의 행위에 멜루시네가 달달 떨면서 답했다.
“응! 하, 으응. 안에, 속에....”
멜루시네가 아기 얘기를 꺼낸 후로 키에론은 일부러 단 한 번도 여자의 몸속에 사정하지 않았다. 그녀가 임신했을 때 생길 처치 곤란할 일에 대한 고민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제 씨가 필요하다 당당히도 말하는 여자가 괘씸했을 뿐. 후사를 남기는 일에 일절 관심이 없기도 했고.
하지만 에드바르의 아래에 깔린 멜루시네를 발견하는 순간 키에론은 깨달았다.
제 물고기가 다른 놈의 새끼를 배는 건 싫다.
아니, 이 배 속에 뿌려지는 건 제 씨뿐이어야 한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래. 그럼, 해 보든가.”
동시에 남자의 추삽질이 더욱 거칠어졌다. 그녀의 아래를 철퍽대는 소리도 함께 커져만 갔다.
“하윽! 아, 파. 너무, 세, 너무.”
침대 헤드까지 몰린 여자의 몸은 그에 의해 억지로 들린 엉덩이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골반을 부딪는 남자의 움직임에 따라 몸이 하염없이 흔들린다. 파도에 휩쓸리듯 그가 내리꽂아 넣는 쾌감에 멜루시네는 속수무책으로 젖어 들었다.
물속에 있을 땐 젖는 줄도 모른다. 그저 물의 일부가 될 뿐. 흠뻑 적셔졌다는 걸 깨달을 때는 언제나 뭍으로 빠져나온 다음에서야.
뒤에서 짓이기듯 안는 남자를 받아들이며 멜루시네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면 이 남자도 알아줄까.
그녀가 그로 인해 이토록 완전히 젖었다는 걸. 아니, 실은 서로 그랬다는 걸.
키에론이 멜루시네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제 가슴에 그녀의 등을 파묻을 듯 끌어안고 양손으로 젖가슴을 꽉 움켜쥔 채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렸다.
자세가 달라지며 결합이 더욱 깊어졌다. 몸속에 있는 줄도 몰랐던 곳 더 안쪽까지, 위로, 더 위로 남자가 몰아친다.
풍랑 가운데 바다로 천둥이 치듯 고통을 담은 쾌락이 그녀의 머리까지 쿵쿵 울려댔다.
“흐읏, 흐... 아!”
밭은 숨을 겨우 내쉬며 멜루시네가 쓰러지듯 그에게 머리를 기댔다.
그런 와중에도 키에론은 절대로 그녀를 봐주지 않았다. 오히려 멜루시네를 짓이기듯 붙잡아 자신을 전부 구겨 넣는다. 손으로는 부어오른 유두를 꼬집고 잡아당기며 괴롭혔다.
궁금해.
다들 왜 이런 건 말해 주지 않았지.
인간 남자가 얼마나 멋지고 설렜는지는 자랑했으면서 짝짓기가, 인간 남자와 하나가 되는 순간이 이토록 버거우면서도 매번 놀라울 정도로 황홀하다는 건, 왜.
그녀는 키에론과 계속 이러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온몸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만 같은데, 힘들어서 아래가 저릿저릿한데도 절대로 그를 놓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으로 저도 모르게 전신에 힘을 세게 줬다.
“큭.”
귓가에 나지막한 남자의 탄식이 흘러내렸다. 여자의 몸을 완전히 메운 남자의 성기가 한계보다 더 몸집을 키우는 게 느껴졌다.
“멜, 후으. 흘리지 마.”
네가 그토록 원한 거니까.
“아! 하응!”
키에론이 그녀의 겨드랑이를 양손으로 잡아 슬쩍 위로 띄웠다가 쿵 다시 내려 앉히는 동시에 제 것을 깊게 처넣었다.
그렇게 젖은 살끼리 반복해서 마찰하며 철퍽대는 소리가 여자의 교성만큼 커졌을 때쯤, 멜루시네의 안으로 남자가 파정했다.
그러고도 더 한참 동안 그녀의 몸에 느릿하게 씨를 심는 동안 키에론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성기로 더욱 예민해진 내벽을 잘게 쑤석였다.
“학, 하, 하아... 우음.”
멜루시네가 한참 몰아쉬던 숨을 겨우 편안하게 내쉬는데 키에론이 그녀의 턱을 붙잡아 돌려 입을 맞췄다. 아직도 하나인 아래처럼 입술을 가르고 혀를 얽어 서로를 겹친다.
혹시 이 남자도 그녀와 같은 마음인 건 아닐까.
그녀를 놓고 싶지 않다고. 계속 이렇게 하나인 채로 이어져 있고 싶다고.
만약에 정말로 아기가 생긴다면, 이 남자, 키에론의 아기가.
그게 오늘이었으면 좋겠다.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울컥 차오른 멜루시네의 눈꼬리에서 눈물방울이 또르르 흘렀다.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은 봉긋하게 솟은 가슴 위에서 반짝이는 진주 구슬로 변해 똑, 똑 침대 위로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