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조각사5권
위대한 왕의 무덤
위드는 기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복도를 걸었다.
이때에는 이미 어떤 무덤을 제작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한참이었다.
'역사에 남을 만한 무덤. 전설적인 무덤. 거대하고 장엄한 무덤. 국왕의 위신을 세워 줄 만한 무덤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국왕의 요구 사항을 맞추려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위드는 포기할 줄을 모르는 인간이었다.
'내가 가진 재능은 노가다. 어디 노가다를 예술로 승화시켜보자. 그러면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지금까지 노가다로 안되는 일이 있었던가?'
한번도 없었다.
노가다는 어떤 경우에서라도 해답이 되어 주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재능이 있다고 해도 안주하지 말고, 이를 갈고닦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위드는 곧이곧대로 해석했다.
'노가다로 안 될 일은 없다!'
극도의 노가다.
무덤의 크기는 좌중을 압도해야만 했다.
예술성이 부족한 것은 크기로 때운다!
빙룡 상의 경우에서도 그랫듯이 아무래도 크기가 클수록 결과도 좋지 않던가.
노가다와 예술성. 장엄한 무덤!
'왕릉을 만들어야 한다. 기필코 성공할 테다.'
의뢰를 완수하면 경험치는 물론이고, 최소한 레어 급의 무기를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체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막막 하였다.
-위드 님, 이야기는 잘 끝나셨습니까?
그때 페일에게서 귓속말이 전해졌다.
기사들과 병사들에 의해 끌려가다시피 떠나서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위드도 대답으로 귓속말을 보내주었다.
-예,지금 나가는 중입니다.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괜찮으세요?
-국왕으로부터 의뢰를 하나 받았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러면 이제 또 당분간 못 뵙게 되겠네요.
페일은 너무나도 아쉬워했다.
수르카와 이리엔, 로뮤나 들의 마음도 비슷하리라.
라비아스에서의 사냥 이후로 간신히 다시 만났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떠난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아닙니다. 이번 의뢰에는 페일 님들도 동참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헛!궁왕의 의뢰인데도 공유가 가능한가요?
-예,가능합니다.
-참, 그런데 위드 님. 인파가 왕성 앞에서 진을 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 같네요. 이들에게 잡히면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사람이 많습니까?
-어마어마합니다. 위드 님이 나오지 않으면 왕성을 침략이라도 할 기세인데요.
페일은 생생하게 밖의 상황을 전해 주었다.
구름처럼 몰린 인파.
그리고 국왕의 퀘스트!
노가다와 예술성!장엄한 무덤까지!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 하나로 합쳐지고 위드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 결정햇다. 무덤 하면 역시 그것이지!'
페일과 이리엔, 로뮤나, 수르카 들은 조용히 기쁨을 나누었다.
"국왕의 퀘스트라니 믿기지 않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주 재미잇는 일이 버어질 것 같습니다."
위드가 국왕의 퀘스트를 받은 것은 거의 초대형 사고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들을 수 없도록 소곤소곤 이야기 했다.
"그런데 우리들로 할 수 있을까요?"
"예. 위드 님은 우리들이 꼭 필요하다고 했으니까요. 괜찮을 겁니다."
"그보다도 위드 님이 무사히 나오실 수 있을지. . . . . ."
이리엔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햇다.
왕성의 주변에는 군중이 가득 몰려들어 있었다. 이들은 위드가 나오기만 한다면 온갖 질물 공세를 퍼붓고 귀찮게 할 기세엿다.
돈 욕심, 그리고 은근히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는 위드에게는 아주 곤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리라.
"부디 무사히 사람들을 피해서 나오셔야 할 텐데. . . . . ."
위드가 완전히 왕성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군중이 대규모로 모여 있었다.
최초로 국왕을 알현한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사냥마저 팽개치고 모여든 것이었다.
위드가 몰래 숨어서 나올 줄로 알고 왕성의 뒷문 등에도 많은 이들이 진을 치고 기다렸다.
하지만 당당하게 정문을 통해서 나오자 금방 정문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무슨 일로 국왕을 만나 본 것입니까?"
"어떻게 국왕을 만날 수 있었는지 한마디만 해 주세요!"
"저희들한테도 좀 알려 주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질문을 던졌다.
위드는 스윽 그들의 옷차림부터 살펴보았다.
'저건 3골드 정도면 살 수 있는 여행복.'
견적이 바로바로 나왔다.
'저건 6골드짜리 방패. 신품이 그렇다는 얘기고 허름한 걸 보니 중고로 샀군. 잘만 후려 친다면 2골드에도 살 수 있는 물건이다.'
군중 가운데에는 때마침 방문한 고수들도 많았지만, 초보들의 숫자가 압도적이었다.
레벨이 낮아서 멀리 떠나지도 못하고 세라보그 성과 그 주변에서 사냥을 하는 초보들!
국왕을 알현한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구름처럼 몰려든 것이었다.
"흠흠."
위드는 길게 헛기침을 했다.
무덤을 만드는 일은 보통 큰 작업이 아니다.
국왕의 입맛과 기호에 맞춰 주기 위해서는 정말로 장엄하고 거대한, 한눈에 보아도 탄성을 자아낼 수이밖에 없는 왕릉을 만들어 주어야 했다.
혼자서는 1년이 걸려도 못 할 작업.
작업을 제대로 마치려면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필요했다.
위드의 말에 절대적으로 따르는 일꾼들이.
'이들이 나의 인부가 되어 줄 것이다.'
위드는 인파들을 향해 외쳤다. 아무리 목소리를 키워도 골고루 들리지 않을 수 있으니 고급 3레벨까지 올려놓은 사자후를 시전했다.
"여러분들께 알려 드리겠습니다. 저는 로자임 왕국의 궁와으로부터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스킬 : 사자후를 사용하셨습니다.
엄청난 고함 소리가 좌중을 휩쓸었다.
바로 옆에서 소리를 치는 것처럼 귀에 똑똑하게 들리는 음성이었다.
대다수가 초보들 그들은 이토록 박력 있는 음성을 처음들어 봤다.
호기심을 가지고 모여든 군중은 말의 내용에도 금세 동요했다.
"뭐야?퀘스트?"
"국왕을 만나 본 것만 해도 대단한데 . . . . . ."
"국왕에게 퀘스트를 받았다고?"
"베르사 대륙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최초야. 대륙 최초로 국왕의 퀘스트가 발동되었다."
군중은 흥분 상태에 빠져 들었다.
"무슨 퀘스트인지 말해 주십시오!"
"우리들도 국왕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막 그들이 집단적으로 난리를 피울 무렵. 위드는 이들을 더욱 부추겼다.
"저는 특별한 무언가를 제작하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이것은 여러분들과도 함께할 수 있는 의뢰입니다."
"오오오!"
"저희들도 끼워 주세요!"
군증은 당연한 반응을 보엿다.
로자임 왕국의 국왕이 직접 내린 퀘스트!
그런 의뢰에 동참할 수 있다 하니 너도나도 끼워 달라고 아우성들이었다.
"저는 당연히 여기에 있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베르사 대륙에서 함께 숨을 쉬며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인연이 있는 것이고, 서로를 도우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저도 이 의뢰를 받기까지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으니 참가비로 딱 1골드 씩만 받겠습니다."
군중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랐다.
돈독에 완전히 눈이 먼 위드를, 군중은 성인군자 보듯이 했다.
"맞습니다. 절대적으로 동감합니다."
"이렇게 훌륭하신 분이. . . . . ."
"믿고 따르겠습니다!"
그들이 보는 위드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다.
난이도 B급의 의뢰.
난이도가 D급 이하더라도 희귀한 의뢰나 보상이 좋은 경우에는 비싼 가격에 공유를 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의뢰를 단돈 1골드만 받고 공유해 주겠다는 것이다.
순간 착한 군중의 위드의 진지한 표정을 보았다.
실제로는 벌어들일 돈을 열심히 계산하느라 분주하엿지만, 군중의 눈에는 자신들을 배려해 주려는 진지한 모습으로 비쳤다.
'그냥 의뢰를 나누어 준다면 우리들이 너무 미안해할 테니까 . . . . . .'
'그래서 별로 의미 없는 돈이라도 받으려고 하시는구나!'
단단히 콩깍지에 씐 군중이었다.
그만큼 위드가 하는 말은 듣기가 좋았고, 다른 이들을 존중해 주는 것이었다.
하나 입에 맞는 음식이 몸에는 안 좋은 경우가 많은 법!
사람 하나 잘못 믿어서 뒤통수 맞는 인간이 어디 한둘이던가.
위드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었다.
-대체 위드 님이 뭘 하시는 걸까요?
-갑자기 무진장 불안해지네요.
-왠지 일부러 사람들의 앞에 나서시는 것 같은 . . . . . .
-혹시 국왕의 퀘스트, 안 좋은 거 아니에요?
위드의 인간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페일과 이리엔 들은 몰래 귓속말을 나누고 있었다.
뭔가가 이상했다!
왕성 앞에 모인 이들이 단체로 1명의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가고 있는 것만 같다.
위드의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연설은 너무나도 어울리게 느껴졌지만, 평상시의 모습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완전히 불신을 사고 있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퀘스트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위드는 열성을 다해서 목청을 드높였다. 목덜미에 핏줄이 돋아날 정도였다.
"머저 말씀드릴 것은, 의뢰의 난이도를 감안하여 조금 힘든 일이 있더라도 제 말을 잘 따라 주겠다는 약속을 해 주셔야 한다는 겁니다. 이 약속까지 마친 분들에게만 제가 의뢰를 공유해 드리죠."
그렇게 군중은 위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차분히 머리를 식혔다면 걸려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바보가 아닌 이상, 국왕의 의뢰를 마구 나누어 주는 것에 대한 읭아심이 들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군중심림! 여기저기서 난리를 쳐 대니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로자임 왕국 국왕의 퀘스트이지 않던가!
그런 퀘스트를 공유해 준다니 서둘러서 의뢰를 받기 위해서 난리였다.
"비켜. 내가 먼져야!"
"무슨 소리야. 내가 훨씬 더 빨리 왔어!"
퀘스트를 공유받기 위한 이들이 삽시간에 긴 줄을 섰다.
왕성에서부터 출발한 줄은 점점 빠르게 늘어나서 대로에도 길게 이어졌다.
뒤늦게 사건을 알고 모여드는 이들과, 남들이 줄을 서자 멋모르고 따라서 선 이들로 인해서 도무지 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의뢰가 끝날 때까지 저의 지휘에 따라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의뢰에 포함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위드는 1명씩 다짐을 받고 의뢰를 부여해 줬다.
띠링!
위대한 조각사 위드를 도와 무덤을 만들라
로자임 왕국의 국왕 시오데른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앗다. 그는 자신이 죽기전에 특별한 무덤을 만들고 싶어 한다.
난이도 : B
보상 : 성공할 경우 왕실 공적치 최소 50이상
작업량에 따라 추가적인 보상금과 명성 획득.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무척이나 고마워하면서 의뢰를 받아 갔다.
국왕의 의뢰는 본래 위드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위드가 함께 작업을 할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므로, 보상의 내용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군중은 국왕의 퀘스트, 그것도 난이도 B급의 의뢰를 받아서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페일과 수르카 들의 차례가 되었다.
"난이도 B급이라니 . . . . . . ."
"이걸 우리들에게 공유해 준다고 하신 거예요?"
페일은 가슴이 턱하고 막혀 오는 기분이었다.
왜 위드를 믿었던가!
위드가 순진한 표정을 지을 때 의심해 봤어야 했다. 사람들에게 퀘스트를 공유해 준다고 할 때에는 급한 변명이라도 대고 도망쳤어야 했다.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난이도 B급의 퀘스트.
위드가 모라타 지방에서 어떤 방식으로 의뢰를 해결했는지 잘 알고 있는 페일 등에게는 무시무시한 공포가 차아온 것이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아무 일이든 시켜만 주세요. 잘할 자신이 있어요."
몰려든 군증은 무덤을 만들기 위해서 할 일을 원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에서 난이도 B급의 의뢰를 해 본 사람은 1명도 없었다.
난이도 B급의 어마어마한 의뢰에 동참한 만큼 흥분으로 달아오른 군중.
위드는 이미 머릿속으로 이들을 데리고 해야 할 일에 대해 착착 정리를 마쳐 놓은 상태였다.
"우선 무덤을 만들어야 하는데, 좋은 장소가 필요합니다. 아주 넓은 곳이어야 하고, 전망이 수려해야 합니다. 강을 내려다보거나 배후에 산이 있으면 좋겠죠. 그런 곳을 알고 있는 분이 계십니까?"
위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방에서 손을 들었다.
"제가 그런 곳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세라보그 성에서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동쪽 평야에는 앞에 강이 있고, 뒤에 산도 있습니다."
"성의 북쪽에 있는 언덕이 어떻습니까? 풍경도 아주 좋고 햇볕도 잘 드는 지역입니다."
조각술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 중에는, 조각품이 주변의 자연 환경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풍수지리!
의뢰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명당자리를 고르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위드는 무덤을 만들 예정 지역을 직접 돌아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위드가 움직이자 수천 명의 인파들까지 함께 이동을 한다.
그 인파가 다른 이들을 끌어들여서 눈덩이처럼 사람들이 불어나고 있었다.
위드는 세라보그 성의 동쪽 지역을 들러보았다.
우선은 면적이 넓었고, 큰 암석들이 여기저기에 무질서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거대한 암석들이 많은 걸로 보아서 지반은 단단할 테고. . . 풍경도 이만하면 괜찮은 편. 이곳이 딱 적당하군.'
보통의 무덤이라면 골짜기나 산에 짓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렇지만 위드가 만들려고 하는 무덤은 최대한 넓고 평평한 지역에 지어야 했다.
"장소는 일단 정해졌고 . . . 그러면 무덤을 짓기 위해서는 자재들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근처에 돌산이 있는 곳을 아시는 분? 큰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단단한 돌들이 필요합니다."
"제가 알고 있습니다."
한마디를 하면 척척 답이 나왔다.
돌산은 평상시에 잘 눈여겨보지 않는 장소엿따. 그렇지만 사람의 숫자가 워낙에 많다 보니 모르는 게 없었다.
위드는 돌산에도 방문해 보았다.
엄청나게 거대한 돌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조금만 가공을 거친다면 무덤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석재롤 써먹을 수 있는 재료들이었다.
위드는 돌산 앞에서도 또 한 번 사람들을 선동했다.
"자, 그러면 시작해 보죠. 난이도 B급의 퀘스트를 위하여!"
"우와아!"
"아시다시피 작업량에 따라서 성과가 달라집니다. 그러니 작업은 최대한 빨리, 지금부터 바로 개시하겠습니다. 공을 세우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내일부터 하셔 됩니다."
"시작합시다!"
"꾸물댈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명성과 포상금을 더 많이 획들할 수 있다. 그래서 어서 빨리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아우성이었다.
광할한 대지 위에 수많은 왕국과 모험가들이 존재하는 베르사 대륙!
그렇지만 소문이 퍼지는 속도는 거의 빛의 속도에 육박하였다.
누군가가 로열 로드의 홈페이지에 글을 써 놓은 것이었다.
제목 : 난이도 B급의 의뢰
로자임 왕국에서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초로 국왕을 만난 유저가 나타난 것입니다. 놀랍게도 그 유저는 난이도 B급의 퀘스틑 받아서 사람들에게 공유를 해 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 정도 난이도의 퀘스트라면 보통 사람들에게 공유해 준다는 것은 말도 되자 않는 일일 것입니다.
난이도 B급의 의뢰는 현재 로열 로드 최고 수준의 유저들이 팀을 이루어서 도전해도 성공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로자임 왕국의 유저층은 특히나 아직 저레벨들이 많기에 퀘스트공유는 무모한 것이죠.
저 역시 그 장소에 있었지만 그런 이유로 인해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유저의 직업은 조각사였습니다.
난이도 B급의 의뢰란 다름이 아니라 왕의 무덤을 만들라는 것이었던 겁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의뢰이기 때문에 더더욱 가치가 있는것 같습니다.
난이도 B급의 의뢰라는 다소 자극적인 게시물은 단번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글의 파급력이란 가공한 것이었다.
대체로 로열 로드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중앙 대륙 출신들의 비중이 높았다.
먼저 시작하고 자리를 잡은 고수들이 중앙 대륙의 왕국들에 많기 때문이엇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변방의 소국에서 시작한 이들을 무시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중아 대륙을 모든 것의 기준으로 잡고, 무기나 방어구, 퀘스트에 대한 정보들을 나누었다.
하지만 로자임 왕국 출신들, 별로 발달하지 못한 변방 국가에서 시작한 이들을 비하하던 자들이 처음으로 부러움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난이도 B급의 의뢰라니 정말인가요?
-사실이라면 대박입니다.
-퀘스트 공유라 . . . 로자임 왕국 사람들은 좋겠군요.
-전 도르 왕국 출신이지만 바로 로자임 왕국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조각사라 . . . 그런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국왕을 만나 보고 난이도가 이렇게 높은 의뢰도 하다니 놀랍군요.
그러면서 조각사란 직업에 대한 환상이 사람들에게 심어졌다.
왕과 독대를 하며, 높은 퀘스트를 독점하는 유일무이한 작업으로!
조각 상점들이 유저들로 인해 붐비게 되고, 갑자기 조각칼을 들고 다니는 초보 조각사들의 숫자가 급증하였다고 한다.
돌로 가득한 산에 유저들이 개미 떼처럼 달라붙었다.
"바람이여, 칼날처럼 불어 적을 가르랏! 윈드 커터!"
마법사들이 마나를 모아 마법을 발현했다.
그들의 목표는 바위들!
"나의 도끼에는 적수가 없다. 뭐든 깨부수어 주마. 더블 엑스!"
도끼를 든 바바리안들도 열심히 바위를 때렸다.
바위들이 여기저기 쪼개져서 네모나게 변하면 몇몇 마법사들이 석재에 경량화 마법을 걸어 유저들이 들고 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자! 다들 하나, 둘, 셋 하면 드는 거다. 영차!"
유저들은 수십 명이 달라붙어서 석재들을 산 밑까지 운반 했다.
집채만 한 석재들을 가지고 가파른 돌산을 내려가려니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렇게 산 밑까지 내려오면 수레에 실어서 운반하거나 아니면 바닥에 자잘한 통나무들을 깔고 쭉 미끄러뜨렸다.
"빨리빨리 움직여."
"이건 그냥 우리들이 들고 가자."
석재들은 유저들의 땀과 노력에 의해 가공된 뒤 세라보그 성의 동쪽 지역까지 와서 차곡차곡 쌓였다.
석재들을 등에 짊어지고 진땀을 흘리며 움직이는 유저들!
'죽을 만큼 힘들다.'
'괴로워서 미치겠어.'
'지겹다.'
석재를 운반할 때마다 수백 번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차고 올라왔다.
한 번 왕복할 때마다 다시는 안 하고 말 것이라는 결심을 내렸지만, 곧 석재를 운반하고는 마는 것이었다.
지독한 중독성!
난이도 B급의 의뢰는 이들의 이성을 잠시 멀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악한 위드의 두뇌 회전은 대중을 다스리기에 충분햇다.
석재를 운반하고 다시 돌산으로 돌아오면, 위드가 고용한 인부들이 운반한 횟수를 불러 주었다.
"12회, 지금 최고가 열네 번 왕복한 사람인데. . . . . . ."
미묘한 경쟁 심리.
게다가 세라보그 성 유저들의 대다수가 이 퀘스트에 달라 붙어 있다. 레벨이나 직업의 차이를 막론하고 국왕의 퀘스트에 눈이 멀어서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힘들고 지겨워서 포기하고 싶지만 왠지 안 하면 나만 손해 보는 느낌이라서 그만두지도 못했다.
석재를 내려놓을 때 다시는 안 하겠다는 다짐이, 다시 돌산으로 향할 때엔 완전히 바뀌었다.
'꼭 해내고야 만다.'
'반드시 성공하겠어!'
난이도 B급의 의뢰가 주는 유혹이었다.
페일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가 내려다보는 언덕 밑에는 수천명의 인간들이 석재들을 나르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석재를 운반한다.
그 늘어진 줄들이 끝도 없었다.
"이런 극악한 노가다의 현장이라니 . . . . . "
가공할 만한 광경에 페일은 감탄밖에 안 나올 지경이었다.
모든 것을 노가다로 해결하는 위드, 그리고 그에게 어느새 전염되어 버린 사람들.
"아이참! 빨리 좀 가요, 페일 님!"
페일은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이리엔과 수르카, 로뮤나가 석재를 등에 지고 다가와 있었다.
"페일 님이 늦게 가니까 다들 늦어지잖아요!"
" . . . . . . "
페일은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이미 위드의 마수의 빠져 버린 것을!
페일마저도 석재를 운반하고 있었다.
난이도 B급의 의뢰를 한 번은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어쩔 수 없이 들었다. 그리고 명성과 보상이 주는 유혹을 거절할 수 없었다.
KMC미디어에서는 주기적으로 로열 로드의 각 팬 사이트와 홈페이지들을 들락거리면서 정보를 모았다. 취재를 위한 발 빠른 움직임에는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한 몫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위 인터넷의 정보들 가운데에는 쓰레기들이 많다. 그러나 쓰레기장에서도 건질 것은 있는 법!
다양한 정보들을 별도의 게임 전문가들이 검증한 뒤, 추적 팀을 가종해서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
로자임 왕국의 난이도 B급 퀘스트 역시 그들의 정보 수첩망에 걸려들었다.
담담 PD와 작가들은 즉시 회의에 들어갔다.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정보일까?"
"PD는, 출처는 불확실하지만 일단 사실인 것 같아요. 로자임 왕국에서 시작한 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거든요. 심오 놓은 정보원들도 이 사실들을 계속 보내오고 있고요."
"그러면 일단 특파원부터 바로 보내 봐야지?"
"로자임 왕국이라면 마침 신혜민 씨가 있는 곳 같은데요. 얼마 전에 무슨 퀘스트를 한다면서 그곳까지 갔어요."
신혜민은 KMC미디어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로열 로드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다.
"잘됐군. 그러면 신혜민 씨더러 그 정보를 취재해 달라고 하지."
"잠깐만요. 그런데 신혜민 씨가 급한 일이 있으니 당분간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오전에 전화를 했어요."
"혜민 씨가? 평소에 그러돈 사람이 아닌데."
담당 PD는 고개를 갸웃했다.
신혜민은 촬영 시간에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한 진행자였다.
"로자임 왕국에서 무슨 중요한 일이 있다고요. 뭘 만들어야 하는 의뢰에 참여하게 되었다는데 . . . . . ."
"그거 혹시 . . . . . ."
"휴우, 힘들다."
메이런은 끙끙대면서 석재를 운반했다. 그녀의 갸냘픈 두 팔과 어깨 위에는 묵직한 석재들이 올라 있었다.
'유명해지고 말 거야.'
명성이 낮아서 당했던 설움의 시간들.
게임의 익숙하지 않아서 죽어라 사냥만 했다.
사냥 파티에 속해서 몬스터와 싸우면서 동료들과 친분을 나누는 게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열심히 레벨만 올렸다.
남들보다 훨씬 더 빨리 올라가는 레베 때문에 혹시 자신은 천재가 아닌지 의심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중에 로열 로드와 관련되 방송 프로그램을 골고루 올려 줘야만 했다. 인맥이나 친밀도도 반드시 필요했다.
'나도 멋진 모험을 하고 말 거야.'
메이런은 가슴 가득 희망찬 미래를 꿈꾸었다.
위기에 처한 이를 돕는 의로운 여자 레인저!
지금까지는 방송을 하면서 남들이 했던 모험들의 사연들만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그 부럽던 시절도 모두 지나가고, 이제부터는 자신이 직접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이 석재들, 너무 무거워."
메이런은 울상을 지었다.
큰 눈망울 가득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다.
레인저는 딱히 힘만 있다고 되는 직업이 아니었다. 민첩성이 높아야 산이나 험한 지형에서 수월하게 활약할 수 있다.
그녀는 유난히 힘이 낮은 편이었고, 그 덕분의 석재들의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으앙!"
너무 힘들어서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억지로 버텨 왔지만 체력이 다해서 이제는 석재에 그대로 깔리려는 순간.
"괜찮아요?"
메이런이 지고 있는 석재를 들어 주는 손이 있었다.
얼굴을 들어 살펴보니 궁수 1명이 손을 뻗어서 도와주고 있었다.
그런데 가관인 것이, 그 궁수의 표정도 심히 좋지 못하였다.
레인저다 궁수나 활을 주로 쓰고 민첩성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는 상황.
궁수의 이마에서도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메이런이 힘겨워하자 석재를 들어 주었다.
"저,저는 괜찮은데 . . . 힘드시잖아요."
"목적지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제가 계속 도와 드릴게요."
"안 괜찮아 보이는 . . . . ."
"버틸 수 있습니다."
궁수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
평상시라면 이 정도의 호의에 절대 감동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정말 힘들 때, 본인도 무척이나 고된 상태임에도 남을 도와주는 친절한 사람에게 그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기, 이름이. . . . . .? 제 이름은 메이런이거든요. 그러니까 별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 친구라도 되면 멀리 떨어져서도 귓속말도 할 수 있고, 그러니까. . . . . ."
"페일, 저는 페일입니다."
메이런과 페일은 온몸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