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5권 : 술의 위력 (3/520)

술의 위력

검치 들은 이름을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벌써 한 달도 헤매고 있습니다."

"우리, 길치로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떨까요?"

게임이라고는 접해 본 적이 없는 무식한 초보들!

어느 정도 로열 로드에 익숙해졌다고 여겼지만, 그것은 완전한 착가이었다.

동네에서야 어느 정도 먹혔지만, 로자임 왕국의 남부 미개척 지대를 돌아다니다 보니 길을 헤매기 일쑤였다.

그러던 차에 위드가 로자임 왕국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검치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드디어 나의 제자를 만나게 되는구나."

"사제를 어서 보고 싶습니다, 스승님."

검치 들은 일치단결했다.

"어서 사제를 만나러 가자!"

그들은 세라보그 성으로 돌아오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났다.

"이쪽인 것 같습니다. 스승님!"

"여기로 가면 금방 도착할 것 같은데요."

"어라? 여긴 아까 왔던 장소. . . . . . ."

위드가 로자임 왕국에 막 도착했을 무렵에 출발한 검치 들은 로자임 왕국을 헤매고 헤맨 끝에 마침내 세라보그 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노역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검사십구치는 그들을 보며 웃었다.

"힘은 저렇게 쓰는게 아니지!"

검이백십육치도 웃었다.

"곡괭이질을 저렇게 해서야. . . . 저게 다 기술이야, 기술!"

"못도 하나 못 박을 것처럼 비실비실해 가지고."

"우리들이 나서자."

"우와아아!"

퀘스트이 보상에 완전히 눈이 먼 검치 들!

검치 들은 웃통을 벗어부친 뒤 바로 석재들을 나르고 삽질을 개시했다.

지금까지 피라미드 건축에 동원되 이들 가운데에는 검치들보다 레벨이 높고, 힘과 민첩 등의 스탯이 월등한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검치 들의 삽질에는 당해 내지를 못했다.

"삽질은 힘이 아리나 요령이라니까."

"암! 초짜들은 괜히 일만 키우는 거지."

"여긴 우리한테 맡겨."

위드와 페일, 수르카, 이리엘, 로뮤나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메이런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라비아스 이후로 오랜만에 재회를 하는 것인데, 당시엔 위드가 병사들에 의해 끌려가다시피 하여 회포를 채 풀지도 못하였다.

피라미드 제작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이제야 가벼운 환담을 나눌 수 있었다.

위드가 직접 만든 김치전에 레모네이드.

언뜻 생각하면 잘 어울리지 않는 식단이지만 페일과 수르카 들은 게 눈 감추듯이 먹어 치웠다.

접시를 내놓기가 무섭게 여기저시거 손들이 뻗어 나와 김치전을 찢어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김치전이 담긴 접시가 텅비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위드는 푸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더 드릴까요?"

"네."

"10인분 더!"

메이런은 손가락까지 쪽쪽 빨며 외쳤다.

페일이 놀라고 수르카 들이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잖아요. 그러니까 맘껏 먹을래요. 체중 관리하는 게 얼마나 힘든에요. 그나저나 위드 님은 참 대단하네요. 스킬만이 아니라 요리까지 이렇게 잘하시니 여자들한테 사랑받겠어요."

"원래 위드 님의 요리는 알아주었죠. 우리들한테도 맛있는 걸 많이 해줬워요, 메이런님."

"아이참, 페일 님도. . . . . ."

페일과 메이런은 은근히 주위의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 . . . .'

페일의 착 까는 음성과 느끼한 말들.

거기에 호응하듯이 콧소리를 내는 메이런까지, 완벽한 바퀴벌레 커플의 탄생이었다.

"에휴, 지긋지긋해."

"매일 저렇다니깐."

김치전을 배불리 먹은 일행은 자리에서 탁탁 털고 일어났다.

잘 먹고 잘 쉬었다.

오래만에 만난 그들이 결국 할 일은 사냥밖에 없었던 것이다.

은근히 폐인인 그들은 위드가 피라미드를 만들고 사자 상을 조각할 때를 이용해 열심히 레벨을 올렸다. 그동안 뒤처진 것을 따라잡기 위해서 매일 피를 볼 정도였다.

그런 노력으로 일행은 5개 정도의 레벨을 올려서 이제 레베이 제일 낮은 이리엔도 225가 되었다.

페일이나 수르카 들은 조금 더 높은 23 정도 였다. 위드 와는 겨우 20 레벨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페일이 자조적으로 중얼거린다.

"그동안 코피를 다섯 번이나 흘렸습니다."

"전 일곱 번요."

수르카가 말했고, 이리엔이 받아쳤다.

"전 아침마다 현기증이. . . . . . "

그러나 역시 결정타는 성직자인 이리엔이었다.

"전 아예 코를 막고 다녀요! 그리고 전철 안에서도 사람들이 막 고블린으로 보이더라니까요. 현실이랑 구분이 잘 안가는 거 있죠."

". . . . . ."

위드와 일행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이리엔을 봤다.

'뭐, 그래도 상관없겠지. 성직자니까.'

권사인 수르카라면 바로 주먹을 날릴지도 모르지만, 이리엔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리엔이나 페일 들은 단기간에 너무 사냥에 집중한 마너지 잠시 혼란이 왔을 뿐이다. 본인들의 과장도 상당히 심했고 말이다.

아무렴 위드만큼 거의 1년간 4시간 미만으로 자면서 로열 로드에만 빠져 있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그럼에도 위드는 로열 로드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환기도 안 되는 먼지투성이의 골방에서 1년 내내 옷감 염색하고 인형 눈 붙이는 작업을 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했다.

먼지가 너무 많아 숨을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염색약 들은 왜 그렇게 독한지 없던 피부병이 생길 정도였다.

결국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비로 더 많은 돈이 나가고 말았었다.

'무슨 일을 하든 몸을 축내서는 안돼.'

로열 로드에 전념하는 시간만틈 운동도 했다.

잠을 잘 때에는 언제나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잘 잘 수 있다.

나는 푹 잘 것이다.

나는 딱 4시간만 자고 일어난다.

나는 행복한 꿈을 꿀 것이다.

의미 없는 중얼거림 같지만 자기 자신에게 거는 주문이 었다.

이러한 주문은 의외로 효과가 컸다.

편안한 수면을 취할 수 있기에 심리적인 안정이 된다.

아직은 적금도 제때 내고 있고, 위험한 빚 독촉을 받지 않아도 된다.

열심히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위드였다.

친한 이들, 안심하고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 사냥을 나서려는 위드!

그때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다섯 사람이 있었다.

검치 들이었다.

"우리도 끼워 다오."

검치를 비롯하여 검둘치, 검삼치 등은 피라미드 제작에 끼어들지 못했다. 체면이 있지 수련생들과 삽질이나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들은 자연히 위드를 찾아왔다.

마침 위드는 사냥을 가려고 하지 않는가!

"우리들도 데려가 다오."

"다들 한몫씩은 할 수 있을 거다."

무예인으로 전직한 검치 들!

다른 수련생들은 레벨이 아직 180 정도에서 머물고 있지만, 검치와 4명의 사범들은 레벨이 200을 넘었다. 모든 걸 제쳐 두고 사냥에만 집중하고 있는 탓에 레벨 업 속도가 매우 빨랐던 것이다.

최근에는 퀘스트도 하게 되었다지만 복잡한 퀘스트는 사절이었다. 누굴 잡아오라거나 아니면 누구와 싸우라는 단순한 퀘스트만 할 뿐이었다.

모든 종류의 무기를 다룰 수 있으며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무예인들.

"좋습니다. 같이 가시죠."

위드로서도 그들의 동참은 대환영이었다.

로열 로드에서는 아무나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우스 클릭만 하면 되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모을 움직이느냐. 어떤 방식으로 전투를 하느냐.

실제로 잘 싸우는 사람이 로열 로드에서도 전투를 잘한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머리 좋은 사람이 게임 속에서도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감각이나 운동 신경, 전투 경험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를 못하는 이들은 심한 경우에 짐짝 취급을 받기도 했다.

대다수는 시작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기에 차차 여기저기서 전투 경험을 쌓으면서 적응을 하지만, 그렇더라도 어떤 동료를 받아들이냐는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검치 들 5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최고였던 것이다.

검치, 검둘치, 검삼치, 검사치, 검오치!

검의 달인들인 만큼 전투 능력은 믿을 수 있다.

아울러 무예인들이 어떻게 싸우는지도 볼 수 있고 말이다.

위드와 페일 등의 일행. 거기에 검치 들까지 섞인 대인원.

그들은 말을 빌려 타고 이동을 했다. 걸어서 움직이기에는 사냥터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다.

위드는 로자임 왕국에 대해 해박한 페일을 믿고 길 안내를 맡기고 있었다.

"우리가 가는 곳이 어디죠?"

"조금 거리는 있습니다. 말을 타고 2시간 정도?"

걸어서가 아니라 말을 타고도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면 사실 만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우리가 갈 곳은 헌트리스의 계곡인데요. 레벨 280 정도의 헌트리스들이 두셋씩 무리르를 지어서 나옵니다. 좀 위험한 곳이죠. 저희들도 위치만 알아 놓았을 뿐 직접 가 보는 건 처음입니다."

페일의 말에 위드는 헌트리스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헌트리스들은 여전사였다. 검이나 창, 혹은 채찍을 휘두르는 강인한 여전사들!

"그렇군요. 그곳의 지형은요?"

"계곡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사냥이 이루어집니다. 사실 헌트리스들은 묘한 습성이 있어서,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한 사람을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선 침입자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계곡의 깊은 곳으로 완전히 들어왔을 때에야 한 무리씩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헌트리스들을 전부 물리치기 전에는 살아서 나갈 수 없는 것이죠."

"다 죽거나 다 죽이거나 둘 중 하나로군요."

"예 상당히 위험한 장소입니다."

위드는 페일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동을 했다. 그리고 곧 그들은 헌트리스의 계곡에 도착했다.

"으 . . . . 살벌해요."

수르카가 겁에 질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분위기가 흐른다.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색 가줄 옷을 입은 헌트리스들이 나무와 숲사이에 숨어 있었다.

교묘히 위장을 하고 수풀 사이에 모습을 감추었지만, 위드나 일행은 긴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헌트리스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정말로 공격을 하지 않는군요."

"예.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때부터 공격할 겁니다. 완전한 포위망을 구축한 다음에요."

"만약에 외곽의 헌트리스들로부터 사냥한다면?"

"그래도 소용없습니다. 헌트리스들을 보았다면 이미 포위망이 구성되고 있는 것이니까요."

"전투를 준비해야겠군요."

위드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각종 도구들을 꺼냈다.

숫돌과 넙적한 바위, 고급 천까지.

"위드 님, 뭐 하세요?"

이리엔의 질문에 위드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무기나 방어구들을 벗어 주십시오."

"네?"

"전투 전에 준비해야 할 게 있습니다."

"아, 맞다!"

일행은 위드가 대장장이나 재봉사 스킬을 중급까지 올린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자신의 장비들을 벗어 주었다.

슥삭슥삭, 땅!땅!땅!

검을 갈고 방어구들을 닦고 옷을 다리는 위드!

메이런으로서는 신기하기만 한 일이었다. 그녀는 페일의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 위드 님이 뭘 하시는 거예요?"

그녀는 조각사와 함께 사냥을 한다고 했을 때에 당연히 친분 때문에 위드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봤다.

아무래도 생산 직업은 약하다는 것이 공인된 사실이었으니까.

그런데 페일을 비롯해서 로뮤나나 이리엔 모두가 사냥을 하는 데 위드를 앞세우고 있었다.

위드의 의중을 가장 많이 살피고 위드의 결정을 따른다.

메이런은 방송 일을 하는 탓에 남달리 눈치가 빠를 수밖에 없는데,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에 헛갈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전투에 앞서서 해괴한 행동을 한다.

다림질과 검 갈기, 방어구 닦기!

페일은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실은 위드 님이 중급 대장장이 스킬을 가지고 있거든요."

"에엑?"

메이런은 깜짝 놀랐다.

중급 대장장이가 된 사람은 대륙 전체를 뒤져도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조각사가 중급 대장장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하죠. 위드 님은 대장장이 스킬 외에도 . . . . . ."

그때 이미 위드는 다른 일행의 무기와 방어구 손질을 전부 마쳤다.

이제는 메이런 차례였다.

메이런은 머뭇거리다가 활을 건네주었다.

"호오! 좋은 활이군요."

위드는 메이런의 활을 살펴보고는 잠시 놀랐다.

유니크 아이템!

'이걸 팔면 못해도 천만 원은 받겠다.'

위드의 눈가에 어린 탐욕! 욕망!

이렇게 귀한 아이템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메이런은 심각하게 불안해졌지만, 위드는 묵묵히 시위를 조절하고 활 전체의 탄력을 손봤다.

그러고 나서 돌아온 활에 메이런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이엘프 베니스의 양손 활 : 내구력 40/40. 공격력 75. 사정거리 16.

불길한 까마귀를 쏘아 잡은 활

시위는 엘프들의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져서 행운을 가져오는 힘이 있으며, 적의 정신력을 깎는다.

제한 : 레벨 230. 민첩700. 레인저 전용.

옵션 : 힘 +10

       민첩 +20

       정확도 60.

       속사 스킬의 효과 +25%

       공격당한 적의 마나를 3소모시킴.

       속도가 느린 적에게 무조건 명중.

       위대한 예술혼을 가진 장인이 직접 손을 보았다.

       그 효과가 지속되는 한, 내구력 10. 공격력 9. 힘 +20. 민첩 +15. 정확도 +16. 속사 스킬의 효과 +10%. 사정거리가 5가 추가로 늘어난다.

"와아!"

메이런은 몇 번이나 자신의 활이 맞는지를 살폈다.

위드가 약간 손을 봐 준 것뿐인데 거의 20% 정도씩 성능이 향상되었다.

"이게 중급 대장장이의 스킬 . . . . . ."

그녀의 활은 지인에게 선물 받은 것으로, 나쁘지 않은 물건이었다. 내구력이 조금 낮은 것이 흠이지만, 활로 몬스터를 때릴 일이 없으니 단점은 아니었다.

본래 검이나 기타 무거운 병기들은 내구력이 더 높은 편이고, 활은 내구력이 낮은 편인 것이다.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죠. 어서 옷도 드리세요."

"이건 천으로 된 방어구인데요?"

메이런은 의아해서 물었다.

대장장이는 철이나 광석으로 만들어진 물품들을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천으로 만든 방어구들은 재봉사만이 제대로 다룰 수 있었다.

천 방어구를 손질할 수 있는 재봉사는 대장장이보다 훨씬 희귀했다.

"괜찮아요."

페일의 말을 믿고 메이런은 그녀가 입고 있던 무지개 옷을 벗어 주었다.

장인의 무지개 천으로 만들어진 레어 옷.

7개의 화려한 색깔이 어딘가 익숙한 옷이었다.

바로 위드가 경매로 팔아 치웠던 옷이 이리저리 흘러서 메이런에게까지 오게 된 것이다.

다시 위드의 손을 거쳐서 돌아온 장비들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방어력 상승, 생명력 회복 속도 증가, 결빙 상태 빠르게 풀림 등! 온갖 효과가 다 붙어 있었던 것이다.

"말도 안 돼!"

메이런의 눈에 어린 불신의 빛!

위드는 이처럼 일행의 장비들을 전부 손봐 주었다.

공격력과 방어력, 내구력의 상승, 이것만으로도 전체적인 전력 상승이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거기에 위드는 요리 도구들을 꺼냈다.

수르카가 가장 고대하고 있던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스테이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와아!"

좀 전에 먹어 치우고 나서도 다시 배가 고픈지 수르카는 환호성을 지른다.

음식은 맛도 좋지만 구경하는 데에도 재미가 있었다.

위드는 마법처럼 요리를 했다.

프라이팬에 고기를 굽는데 푸른 불길이 그 위를 덮었다.

빠르게 변화하며 자글자글 익어가는 고기!

입맛을 돋우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페일 등이 간절히 위드와 사냥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언제 봐도 화려해.'

'정말 예쁘다.'

이리엔과 로뮤나의 눈이 몽롱해졌다. 저렇게 맛있게 익어가는 요리를 먹을 때의 기분이란 과연 어떨까, 얼마나 행복 할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검치 들도 있었다.

"오오. 이런 좋은 냄새가 . . . . . . !"

"보리빵보다 백배는 맛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에게도 먹을 기회가 올까요?"

검치 들은 침만 꿀꺽 삼켰다.

"먼저 드세요."

"저희들은 위드 님이 해 준 요리를 자주 먹었거든요."

착한 이리엔과 로뮤나는 음식을 양보했다.

위드가 계속 만들어 줄 테닌 우선권을 넘긴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검치 들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이었다.

"정말 말있다."

"아! 고급 요리라는 게 이런 맛이었군."

검치 들은 지겹게 보리빵만 먹고 살아온 것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이 고기를 먹어 치웠다.

처음에는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만들려고 했는데, 나중에는 워낙 빨리 먹어 치워서 그냥 고기를 통째로 구워야만 했다.

"더 빨리!"

"좀 덜 익었어도 괜찮으니 어서 다오."

검삼치는 익지 않은 고기까지도 탐을 낸다.

완전히 거지 때가 따로 없었다.

결국 위드가 준비해 온 고기들은 전부 검치 들의 입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난 게 아니었다.

아직도 무언가 허전한지, 검치는 계속해서 입맛을 쩍쩍 다시고 있었던 것이다.

"위드야."

"예."

"네 요리 솜씨가 아주 좋구나."

"별로 내세울 건 아닙니다만, 배고프시면 언제든지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검치는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흠흠! 요리는 이만하면 됐다. 다만. . . . 맛있는 요리를 너무 많이 먹었더니 목이 칼칼해서 말이다."

"세라보그 성을 떠나기 전에 물을 담아 왔습니다. 드릴까요?"

위드는 수통을 꺼내 세라보그 성의 분수대에서 담아 온 물을 주려고 했ㄷ. 그런데 검치는 손을 저어 이를 만류하는 것 이었다.

"그 뜻이 아니라. . . . . . "

"그러면 무엇을. . . . 혹시 술 말씀이십니까?"

눈치 빠른 위드가 묻자 검치는 은근슬쩍 딴청을 피웠다.

"뭐 꼭 그런건 아니지만. . . . 있느냐?"

"이런, 진작 말씀을 하시지요."

위드에게는 배낭 깊숙이 숨겨 둔 술들이 있었다.

여려 약초들을 배합하면서 시험 삼아 만든 약초주!

뿌리 깊은 포도나무에 열린 신선한 포도로 만든 포도주!

그 외에 양조주나 증류주도 다양하게 가지고 있었다.

요리 스킬이 중급이 되면서 얻은 술 제조 스킬. 그 기술을 썩히지 않고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약초를 주을 때마다, 그리고 포도나 과일들을 구입해서 술을 만들었다.

음식이란 식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적절한 반주 한 잔을 걸칠 때에 그 위력이 극대화되는 법!

술은 음식의 효과를 배가시켜 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체력이나 힘이 많이 늘게 해 주었다.

음식들은 재료만 있으면 곧바로 할 수 있지만 술은 미리 담가 놓아야 하니, 전투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용도로 종류 별로 10병씩이나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여기 술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안주로. . . . . . ."

위드는 곧바로 배낭에 손을 넣어서  술 한 병을 꺼냈다. 안주로는 미리 준비한 육포를 주었다.

"고맙다, 제자야."

기대하지 않은 안주까지 받아 든 검치는 만족한 얼굴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둘치가 다가왔다.

"흠흠. 실은 나도 목이 좀 마르구나."

"예. 그러지 않아도 드리려는 참이었습니다."

위드는 재빨리 배낭에서 술을 꺼내서 검둘치에게 건네주었다. 검삼치와 검사치, 검오치 들에게는 말을 하기도 전에 직접 갖다 주었다.

기왕에 줄 것이라면 호감 가는 얼굴로, 웃으면서 주는 것이 점수를 따는 길이었다.

원래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술을 먹일 작정이기도 했다.

무예인의 화려한 전투 능력을 십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이들이 잘 싸워 주는 만큼 사냥이 쉬워진다. 경험치를 모으기 위해서라도 이분들의 활약이 중요해.'

위드는 페일 등에게도 술을 한 잔씩 따라 주었다.

"정말 마셔도 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마시면 체력과 생명력, 힘이 조금 늘어날 겁니다."

일행은 가볍게 한 잔씩을 마셨다. 그러자 위드의 말대로 각 능력치들이 늘어났다.

메이런은 혼란에 빠졌다.

'이게 무슨. . . . . 이런 사냥 파티는 본 적이 없어.'

그녀는 직업의 특성상 여러 사람들과 사냥을 해 봤다. 아주 유명한 레벨 높은 기사들도 많았다. 대규모 길드에 속해서 온갖 능력치 향상 마법을 몸에 주렁주렁 걸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 파티는 대체 뭔가!

생산직 캐릭터가 쓸 수 있는 파티 능력 향상 방법들을 모두 걸고 사냥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이것들은 바드나 성직자, 사면 등이 걸 수 있는 버핑과 중복되어 사용이 가능하고, 그 자체의 능력치 향상도 굉장한 수준이었다.

정말 특이한 파티 구성이었다.

메이런은 열심히 술을 따라 주느 위드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위드야."

"네."

"어떤 술들이 있는지, 다른 것도 맛 좀 보자꾸나."

"그건. . . . . ."

위드는 거절을 하려고 했다.

애써 담근 술들은 그의 보물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

그런데 검치가 처량한 얼굴을 하는 것이었다.

"그저 맛만 보자는 건데. . . . . . "

꼭 술을 달라고 했으면 차라리 거절하기가 쉬웠을 텐데.

이처럼 서글픈 표정을 보니 차마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그때 검둘치와 검삼치 둘이 검치를 말렸다.

"스승님, 이러스면 안 됩니다."

"위드도 열심히 담근 술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맛만 보자는 건데. . . . . ."

"우리들은 레벨도 낮습니다. 그러니 사냥에 끼워 준 것만해도 고맙게 여겨야지요."

검둘치와 검삼치는 분명 말리고 있었지만, 그들이 던지는 자조적인 말들은 위드로 하여금 술을 내놓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면 맛만 보십시오."

위드는 배낭에서 여러 가지 술들을 꺼냈다.

투명하게 맑은 술에서부터 시작해서 진한 포돗빛, 호박색, 검은색, 연한 푸른색 등 다양한 술들이 나왔다.

어떤 큰 술병에는 뱀이 똬리를 따서 마셨다.

"오! 이것은 뱀술!"

검치 들은 대번에 뱀술을 따서 마셨다.

"스태미너가 대폭 증가한다!"

"목구멍을 통해서 화끈한 기운이 내려간다.!"

"이건 정말 최고의 술이구나!"

뱀술이 줄어들 때마다 위드는 안타까움에 가슴을 쳤다.

그러는 사이에도 검치 들은 무서운 속도로 술을 퍼마셨다.

평소의 위드라면 술을 만든 재료비 때문에 울상을 짓고 전전긍긍했으리라.

그러나 위드는 검치 들이 숲을 마시는 걸 보면서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이런 술의 재료값이라고 해 봐야 몇 푼이나 된다고. . . . . .'

대다수는 직접 구한 재료들.

포도 열매 등도 사실 재료값은 얼마 되지 않았다. 뱀은 직접 잡은 것이고 약초도 직접 캔 것이었다.

잡화점에서 개당 1실버에 병을 산 정도가 재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 병들은 다시 회수해서 새로운 술을 담글 수 있으니 소모된 재료값은 얼마 안 된다.

곳간에서 인정 난다는 말이 있듯이 큰돈을 벌어들인 위드가 눈곱만큼 아량을 베푸는 것이었다.

위드가 현재 가진 돈은 7만 골드 정도의 거금. 걸을 때마다 묵직한 돈주머니가 찰랑거린다.

이 돈의 대부분은 피라미드를 건설하면서 벌어들인 돈이었다.

자고로 공사판이란게 다 그렇다.

공사비 과다 책정과 무한 하도급! 그리고 각종 비용 착취 및 싸구려 자재 사용!

미성년자일 당시에 불법 노가다 판을 전전하면서 아저씨들에게 배운 지식을 최대한 활요했다.

총 공사 비용 10만 골드!

그중에 무려 6만 골드 정도를 챙긴 것이다.

'써먹지 않은 지식은 죽은 지식이지.'

위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사이에 처음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인지, 검치 들은 뱀술을 깨끗이 비운 이후 다른 술들로 손을 뻗쳤다.

"어허, 좋구나!"

"스승님, 이 술도 정말 맛있습니다."

"입에 아주 제대로 달라붙는구나."

아무도 검치 들을 저지하지 못했다.

현실에서도 온몸이 흉기인 그들은 로열 로드에서도 위압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외모와 눈빛에서 뿌려지는 살벌함에, 페일 들은 감히 저지하지 못했다.

실상 검치 들이 얼마나 엉뚱한 짓을 저지르지는 알고 있었지만, 차마 나서서 말리 수가 없었던 것이다.

"딸꾹, 기분 참 조오타아."

"스승님, 오늘따라 멋져 보이십니다. 그런데 언제 두 분으로 늘어나셨습니까아?"

"녀석, 너는 넷으로 늘어나지 않았느냐!"

"하하하하하!"

검치 들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페일에게도 술을 권했다.

"남자가 한 잔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한 잔은 이미 했는데요."

"그럼 두 잔! 내가 있고 술이 있으니 이 세상이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페일은 사양하려고 했지만, 계속 술을 권하는 검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잔을 받았다.

그러나 내심은 그도 술을 원하고 있었다.

위드가 빚어낸 술은 너무 달콤하고 맛있었던 것이다.

검치들은 이리엔, 로뮤니, 메이런 들에게도 술을 권했다.

"자, 다들 한 잔씩 하자고."

"고맙습니다. 이제 좀 친해지는 것 같아요."

"암, 암! 함께 술을 마시는 것만틈 친분을 두텁게 만드는 것도 없는 법이지."

다 함께 화기애애하게 술을 마시는 일행.

"로뮤나 양이라고 했던가? 참 활달하니 예쁘네."

"메이런 양, 자네는 얼굴이 왜 그렇게 뽀얗지?"

"어머! 고마워요. 검치 어르신들, 제 잔도 받으세요."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잔이 석 잔 되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여인들의 볼에 홍조가 오르고, 검치들의 얼굴은 이미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위드는 불안했다.

특히 모라타 지방에서 혹독한 경험을 겪은 위드의 경우에는 일행의 저러한 행동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설마. . . . 아닐거야. 그것만은!'

그러나 운명은 언제나 위드를 가혹하게 사지로 내몰았다.

일행이 술을 마시면서 뜬 메시지 창!

- 파티원들이 지나친 음주로 고주망태가 되었습니다.

  생명력이 70% 하락합니다.

  힘과 민첩성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지혜와 지식, 마나를 아예 사용할 수 없습니다.

  취기가 다 가실 때까지 어지러움이 느껴지고 환각 효과가 발생합니다.

만취한 파티원의 목록

검치, 검둘치, 검삼치, 검사치, 검오치, 페일, 수르카, 이리엔, 로뮤나, 메이런

헌트리스의 계곡까지 일부러 찾아왔는데, 함께 사냥을 해야 할 동료들이 시원하게 술을 퍼마시고 해롱거리는 것이 아닌가.

"아, 별이 보인다."

"무척 신기하네요."

"으하하! 이렇게 좋은 계곡에 와서 술을 마시니 이게 바로 사는 기쁨이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검치와 페일 들은 아예 땅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위드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무예인인 그들, 전투에 특화된 그들과 함께 사냥을 하며 레벨을 마구 올리겠다는 꿈은 그저 꿈으로 끝난 듯싶었다.

그리고 때마침 나타난 헌트리스 들.

"침입자들인가? 여긴 우리들의 구역!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위드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행이 전부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위드가 좌절한 것은 아니었다.

"콜 데스 나이트!"

데스 나이트 소환!

언제나 전투에서 믿을 수 있는 데스나이트.

"주인, 불렀는가?"

"헌트리스를 공격해. 즐거운 사냥 시간이다."

"알겠다. 주인! 그보다도 한 가지 알려줄 것이 있다."

"뭐지?"

"우리는 오랜 시간 함께했다. 그대의 친화력 덕분에 지독한 마성에 빠져 있던 나느 반 호크로서의 전생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충성스러운 기사 반 호크는 칼라모르 제국의 기사였다. 하지만 더 이상 제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나는 주인을 인정한. 앞으로는 목걸이가 없어도 주인의 부름에 응답하겠다."

바르칸이 만든 붉은 생명의 목걸이!

이 목걸이가 없더라도 데스 나이트를 부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붉은 생명의 목걸이는 어느새 완전한 흰빛으로 변해 있었다.

"잠깐만, 그러면 이제 붉은 생명의 목걸이를 굳이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그러면 내 경험치는?"

데스 나이트를 소환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옵션도 능력치도 별다를 게 없는 목걸이를 벗을 수 있었다.

사실 목걸이야 벗으나, 안 벗으나 그리 큰 차이는 없다. 반지처럼 목걸이 액세서리 또한 매우 귀한 것이기에 아주 좋은 옵션의 아이템을 구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던 것이다.

제대로 된 목걸이는 수천만 원에도 팔리 정도로 값이 나갔으니, 직접 구하지 않는 한 웬만한 옵션의 목걸이를 착용한 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일.

그러나 위드에게 더 중요한 것은 빈대처럼 달라붙어 있는 데스 나이트에게 분배되는 경험치였다.

어떤 상태에서든 20%씩 빼앗아 가는 경험치!

데스 나이트 호쾌하게 대답했다.

"목걸이가 없더라도 나를 부를 수 있다. 나는 주인을 아무런 대가 없이 인정하기로 했다."

경험치의 분배가 끝났다.

위드는 이제부터 그야말로 자유로워진 것이다!

데스 나이트는 시커먼 연기가 뿜어 나오는 동공으로 헌트리스들을 보았다.

"저 헌트리스들을 죽이면 되는가?"

"그래, 공격해."

위드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데스 나이트느 헌트리스에게 스킬을 날렸다.

"데스 블레이드!"

시커먼 검의 기운이 작렬하면서 큰 폭발이 일었다.

하지만 헌트리스들은 꽤나 레벨이 높은 몬스터였기에 데스 나이트의 스킬 한 번에 죽거나 하진 않았다.

위드는 외쳤다.

"성스러운 가호!"

아가사의 검에서 흰빛이 뿜어 나와 위드를 뒤덮었다.

하루에 다섯 번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방어력만큼은 확실히 상승시켜주는 스킬!

"조각 검술!"

위드는 조각 검술을 이용하며 약간의 부상을 입은 헌트리스들에게 다가갔다.

"어리석은 사내!"

"우리 여전사들의 힘을 보여 주겠어!"

헌트리스들이 들고 있던 채찍을 날카롭게 휘두르자, 그 끝이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다가온다.

위드는 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파라라락!

채띡이 검에 마구 감겨들었다.

헌트리스와의 힘 싸움.

그런데 위드의 손목이 부드럽게 움직이자, 검이 그 안에 서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팽그르르 돌았다. 거의 마술과도 같은 장면이었다.

순식간에 채찍을 전부 풀어낸 위드는 헌트리스의 정면으로 다가가서 검을 내려찍었다.

위드의 검은 그대로 헌트리스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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