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5권 :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4/520)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위드는 헌트리스의 곁에 붙어서 떨어지는 않았다.

채찍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을 때에 제일 큰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바로 지척이라고 할 수 있는 거리에서 검을 휘드르느 헌트리스가 당해 내질 못하는 모습이었다.

가까이 붙어 있는 적을 향해 휘둘리는 어설픈 채찍은, 성스러운 가호와 남다른 방어력을 가진 위드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

위드는 한 손에는 아가사의 검을, 다른 손에는 자하브의 소검을 꺼내서 열심히 헌트리스를 베었다.

이윽고 헌트리스의 출혈양이 많아지더니 바닥에 눕고 말았다.

-경험치를 습득하셨습니다.

일부러 빈틈을 노출시키고 그것을 해소하면서 적을 공략하는 방법!

전투에 아주 익숙하지 않다면 불가능한 동작이었다.

그사이에 데스 나이트도 1명의 헌트리스를 해치웠다.

"휴! 제법 무난하게 잡았군. 수고했다. 데스 나이트."

"아니다. 주인. 나는 전투를 좋아한다."

데스 나이트는 순종적으로 대답했다.

하기야 바스라 마굴에서 조금 거만을 떨다가 죽도록 얻어 맞았으니 위드의 거지 같은 성질을 감안해서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처럼 데스 나이트의 도움을 받아 헌트리스 들을 힘겹게 처디한 위드가 막 아이템을 주우려고 할 때였다.

곧바로 그다음 헌트리스들이 출연했다.

이곳은 헌트리스의 계곡이었다.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끝없이 적이 나타나는 장소 였던 것이다.

겨우 살아남는가 싶으면 곧바로 새로운 적들이 나타난다.

그에 비해서 일행은 모두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있었다.

믿을 건 데스 나이트와 위드 자신뿐!

'그래도 30분 내로는 일어나겠지.'

조금만 버티면 될 것 같았다.

그러자면 데스 나이트의 생명력이 떨어져서 역소환되는 일이 벌어져선 곤란했다.

"데스 아니트, 앞으로는 무조건 1마리씩만 맡아라! 나머지는 내가 책임진다."

"알았다, 주인."

위드는 그때부터 데스 나이트와 합격술을 펼쳤다.

데스 타이트는 그저 적과 싸울 뿐이지만, 위드는 그의 동작과 위치를 파악하면서 전투에 이용했다.

때로는 싸울 공간을 열어 주기도 하고, 일부러 약간의 부상 정도는 감수하면서 데스 나이트 앞에 있는 헌트리스가 공격 기회를 갖게 만들었다.

가히 전투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죽을 고생을 다해서 싸우는 위드!

헌트리스들은 창으로 찌르고 대검으로 내려친다.

그럴 때마다 위드는 최소한의 피해로, 그리고 마나 소모없이 헌트리스들과 싸웠다.

땅바닥도 구르며 자존심도 챙기지 않았다.

때로는 생명력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헌트리스들을 데스 나이트에게 맡기고 근처로 도망치기도 했다.

"헉헉!"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감는 붕대였다. 붕대가 감길 때마다 생명력 하락 속도가 느리가 바뀌고, 약초들까지 먹자 생명력이 소폭 올랐다.

그때에는 데스 나이트가 역소환되기 직전이었다.

위디는 다시 헌트리스와 전투를 벌여야 했다.

조각품을 만들 때마다 확실하게 올라가는 지구력!

이것은 전투에 즉각전인 도움은 되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싸워도 지치지 않게 만들어 준다.

스킬 사용은 최소로!

그럼에도 마침내 위드의 체력이 다 떨어져서 검을 들기도 힘들어졌다.

그야말로 최대의 한계까지 몰아붙여진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모자랐다.

헌트리스들이 죽자마자 또 다른 적들이 나타난다.

마침내 위드의 마나는 물론이고 데스 나이트의 마나까지도 전부 떨어지고 말았다. 갈수록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자 위드는 결국 비장의 수단을 꺼냈다.

"정말 나도 이것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 . . . ."

위드의 품에서 양념 통 같은 것들이 여러 개 나왔다.

이것이야말로 요리사가 가진 회심의 비기!

"상처 난 데에는 소금! 덧난 데에는 간장! 고춧가루와 마늘 즙도 듬뿍 넣어주마!"

잔인한 위드는 헌트리스의 상처 부위에 사정없이 소금을 뿌리는 것이었다.

찢어지고 피난 데에는 소금!

길게 파인 상처에는 간장!

눈과 입에는 각종 젓갈들!

"끄아아악!"

"제, 제발 소금만은. . . . . ."

"눈에, 눈에 고춧가루가 들어갔어!"

헌트리스들은 신음을 흘리며 괴로워했다. 그러면서 생명력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상처 부위에 소금을 뿌리면 쓰라리고 아프다!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찾아온다.

이것은 가히 위드가 아니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잔인한 기술이었다.

음식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잘 쓰지 않았지만, 극악한 고통으로 적의 정신을 붕괴시킬 수 있고,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기술이었다.

단 이것은 그냥 뿌려서는 효과가 없고 먼저 상처를 입혀 놔야 하기 때문에 약간의 제약고 존재했다.

"소금, 소금, 후추! 풋고추 간 것, 마늘장아찌!"

위드는 스킬 대신에 음식 재료들을 뿌리며 선전했다.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죽어서 하루 동안 접속이 안 되는 것쯤이야 두렵지 않지만, 숙련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이었다.

여러 중급 생산 스킬들의 숙련도가 5% 이상 떨어진다면 그것은 레벨이 1 ~ 2개 하락한 것보다 훨씬 큰 손실이지 않던가.

위드는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애써야 했다.

근처를 빙빙 돌다가 적을 유인하기도 하고, 최대한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싸운다.

성스러운 가호도 효력이 떨어질 때마다 썼기 때문에 하루 최대치인 다섯 번을 모두 쓸 수 밖에 없었다.

적들의 눈치도 살피고. 조미료를 뿌리며 이리저리 구리기도 수차례!

위드가 죽을 고생을 하고 있을 때에 검치 들과 페일, 수르카들은 실눈을 뜨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 위드 님은 정말 잘 싸우시네요.

- 역시 위드 님입니다. 어디에 내던져 놔도 쉽게 죽을 분이 아니에요.

- 바퀴벌레보다 더한 생존력이죠.

- 모든 사람이 저러면 성직자란 직업,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아요.

수르카나, 페일 이리엔 들은 위드를 보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어쩌면 저렇게 환상적으로 전투를 할 수 있을까.

그들도 사냥을 좋아하기에 지금 위드가 하는 전투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

스킬에만 읜존, 마나를 펑펑 낭비하면서 싸우는 건 쉽다.

하지만 기초적인 검술과 몸동작을 이용해서 전투를 치르는 건 굉장히 어려웠다.

게다가 그저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스태미너가 하락 하니, 헌트리스들과 연거푸 전투를 치르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 것이다.

메이런도 실눈을 뜨고 보고 있었다.

'세상에, 조각사가 . . . . . .!'

무슨 조각사가 저렇게 잘 싸운단 말인가.

데스 나이트를 소환했을 때부터 놀란 그녀였다.

소환사가 아닌 직어브올 데스 나이트를 소환한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 외에 헌트리스들과 온갖 묘수, 꼼수들을 동원해서 싸우는 위드를 보며 더더욱 경악하고 있는 메이런이었다.

- 제법인데.

- 역시 스승님이 눈독을 들이신 아이답군요.

검치와 검둘치는 냉정하게 위드의 움직임을 살폈다. 위드가 전투를 치르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 실제와는 조금 다르겠지만, 그래도 전투에 대한 임기응변은 최고 수준입니다.

- 검도가 임기응변만으로 되는 건 아니지. 그렇더라도 어떤 형식에든 적응할 수 있고, 또 맞춰 간다는 건 쉽니가 않아.

- 검에 대해 상당히 이해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다면 저렇게 맞춰 가진 못해요.

- 아직 쓸데없는 동작도 제법 있지만, 대체로 괜찮아 보이는군. 잘만 가르친다면 역시 강해지겠어.

사실 검치 들이 정신을 차린 것은 훨씬 오래전 일이었다.

술을 마시고 취해 쓰러진 것.

이 모든 게 검치가 세운 계획의 일환이었다.

위드가 로열 로드에서 어떻게 싸우는지를 알고 싶었다.

진짜 적을 상대로 내뻗는 검이 어떤 모습인지를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 결과는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싸우기도 전에 포기해 버리거나, 아니면 궁리도 하지 않고 좌절한다면 적잖이 실망했을 터였다.

검을 든다는 것은 그 검을 이용해서 적과 겨룬다는 뜻이다.

아무리 로열 로드가 가상현실 게임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투쟁심도 없이 스킬에만 의존해서 싸운다면 검을 아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검을 익히는 데 저해되는 요소일 뿐이었다.

위드가 싸우는 것을 보고 있는 몇몇 사람들의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검삼치!검사치!검오치!

스승의 전투를 보면 너무나도 높은 경지에 있기에 배울 점만 보였다. 그런데 여러 면으로 부족한 위닥 처절하게 싸우자 오히려 흥이 났다.

"혼자만 싸우게 놔둘 수는 없지!"

그들은 벌떡 일어나서 헌트리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옆에서 다른 동료들도 일어났다.

"파이어 볼트!"

"데들리 샷!"

"데들리 샷!"

로뮤나가 화염 마법을 시전하고, 페일과 메이런이 동시에 동일한 스킬로 헌트리스에게 화살을 날렸다.

커플은 이러한 때에도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성령의 힘이여. 여기 고통받는 이를 구원해 주세요. 치료의 손길! 지친 육신의 활력이 생겨나라. 리커버리! 사악한 악에 맞서 싸우는 그의 힘이 최고조로 이로도록 해주세요. 블레스!"

이리엔이 회복과 축복 마법을 써 줬다.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사냥의 개시였다.

오랜만에 만나 일행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헌트리스들은 등장과 동시에 우선 페일과 메이런의 화살 공격부터 받아야 했다.

더 가까이 다가오면 로뮤나의 화염 마법이!

수르카도 다부진 주먹으로 헌트리스들을 때렸다.

무예인들인 검치 들은 말할 필요도 없는 노릇!

"오, 불타오르는구나!"

"경험치가 올라간다!"

검치 들의 막강한 공격력!

그리고 이리엔과 로뮤나, 수르카, 페일, 메이런의 조화!

위드의 뒷받침. 데스 나이트의 원조.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최고의 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성적표

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이혜연은 집에 가기 위해 빨리 걸었다.

버스를 탄다면야 시간이 더욱 단축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면 버스비가 든다.

오빠인 이현을 닮아서 자린고비 정신이 투철한 그녀는, 버스는 정말 급할 때 이용해 주는 정도였다.

물론 그때마저도 중학생으로 행세했다.

중학생은 고등학생보다 요금이 200원이 더 저렴했던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기사 아저씨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학생"

"왜요?"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대인 고등학교의 교복 아닌가?"

"오늘 언니 옷을 입고 나왔어요."

"언니 옷은 왜 . . . . . . .?"

"고등학생 오빠들이랑 미팅 있거든요. 아저씨, 정말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빨리 좀 가 주세요. 예?"

그러면서 이혜연은 무릎을 살짝 굽혀서 키를 작게 만들고, 보조개를 만들며 귀여운 척을 했다.

눈을 깜빡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타고난 동안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흐음, 알았으니 앉게나."

"고맙습니다. 기사 아저씨."

기사 아저씨들은 은근슬쩍 넘어가 주기 일쑤였다.

이혜연은 그럴 때마다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여자라서 좋은 점이 많다니까.'

그런데 여자로 살려면 남자보다 훨씬 많은 물품들이 필요했다.

속옷들이나 화장품들.

이혜연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타고난 수완가였다.

남자들이 주는 선물로 모든 것을 해결했던 것이다.

남자들의 고민 상담이나, 혹은 자신의 친구들 중에서 괜찮은 애들끼리 다리를 놓아 주기만 해도 선물들이 들어온다.

그런 처세술 덕분에 이혜연의 용돈은 꾸준히 은행 통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괜히 이현의 동생이 아니었다.

"오늘이 도착할 날짜인데  . . . . . . ."

서둘러 집에 온 이혜연은 우편함부터 열어 봤다.

드디어 며칠째 기다려 온 검정고시의 성적표가 왔다.

이현이 치른 시험의 결과물.

"드디어 왔구나."

아마 인터넷으로 결과를 확인했지만 이혜연은 다시금 성적표를 살폈다.

국어 : 75점

사회 : 90점

수학 : 65점

과학 : 55점

영어 : 65점

도덕 : 40점

───────

총점 : 390점

평균 : 65점

총점 360점 이상, 그리고 40점 이하 과락을 면했으니 검정고시는 합격이었다.

"이제 오빠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셈이네."

이혜연은 눈물을 훔치며 웃을 수 있었다.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르던 무언가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아침마다 학교에 가면서 이현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이현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녀를 위해서 돈을 벌고 밥까지 차려 주는데, 그 밥을 먹으면서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녀는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몸이 조금 좋아졌지만 아직은 방심할 수 없는 단계라 여전히 입원해 있었고, 그래서 집에는 이현과 그녀 단둘이었다.

하지만 이현은 아직 캡슐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개 그녀의 하교 시간에 맞춰서 나오지만, 그녀가 오늘 평소보다 훨씬 일찍 집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자, 어서 청소나 하자!"

이혜연은 열심히 집을 쓸고 닦았다. 청소기를 돌리고 밀린 설거지를 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아침에 먹었던 그릇들이 여전히 있네. 하기야 요즘 오빠는 다시 도장에 다니기 시작했으니까 더 피곤할 거야."

로열 로드를 준비하던 시기!

정확히 1년가 이현은 거의 폐인처럼 지냈다.

가상현실에 대한 복잡한 논문들을 찾아서 배우고, 로열 로드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그러면서 육체를 단련하고 전투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야말로 하루 24간도 부족할 정도로 뛰어다녔다.

수면 시간은 3시간에서 4시간 정도였는데, 그러면서도 가족의 식사는 직접 챙겨 주었다.

처음 이현이 검술 도장에 다닐 때, 그녀는 얼마나 기분이 상했는지 모른다.

손은 물집투성이고 몸에는 자잘한 상처 자국들이 가득했다.

그리고는 탈진해 집에 와서는 죽은 듯이 잠만 잤던 것이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혜연은 우울해졌다.

하지만 나름대로 이혜연도 할 일이 있었다.

'어서 이걸 치우고 공부를 해야지.'

한국 대학교 입학.

언제부터인가 이혜연의 목표가 되고 말았다.

사실 처음부터 한국 대학교에 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좋은 학교가 아니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 공부는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테니까.

실내 디자인이 그녀가 원하는 분야였다.

그런데 이현은 그녀를 한국 대학교에 입학시키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희생해 준 오빠를 위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목표는 4년 전액 장학금!

단순히 입학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부터는 장학금을 받고 과외를 해서 자신이 쓸 돈은 직접 벌 작정이었다.

이혜연은 스스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 오빠의 성적표가 도착했어요."

그날 이혜연은 결국 기쁨을 참지 못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할머니에게 소식을 전해 주기 위해서였다.

"정말로 현이가 검정고시에 합격했구나."

할머니는 초췌한 얼굴이었지만, 진심으로 기뻐했다.

"네, 그럼요! 여기 성적표를 보세요. 도덕만 빼고는 다 점수가 높은 편이에요."

"그렇구나. 우리 현이가 머리는 참 좋아."

듣기에 따라서는, '머리는 좋지만 인간성은 매우 나쁘다!' 그런 쪽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이현의 가족들은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기에 인간성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성적표를 살피로 또 살폈다.

"정말로 합격이구나. 내가 죽기 전에. . . . . . ."

"예? 무슨 말씀이세요. 이제 한참 저희 들과 행복하게 사셔야지요."

이혜연은 할머니의 손을 꼭 붙잡았다.

이현은 오전 시간마다 도장에 나가고 있었다.

육체를 단련하고 안현도에게서 검술을 사사하는 것이 그의 아침 일과였다.

"어서 오너라."

"검정고시 합격을 축하한다!"

이현이 도장에 갔을 때에는 안현도를 비롯하여 사범들과 스련생들이 전부 모여있었다. 이현의 검정고시 합격을 기념해서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이제 국가 공인 고등학교 졸업생인가?"

"고졸이로군."

"나도 한때 중학교는 열심히 다녔는데. . . . . . ."

사범들의 부러움에 안현도는 의아해졌다.

"뭐냐, 너희들? 너희들은 고등학교도 안 나왔는냐?"

"예, 저희들은 검을 배우기 위해서 일찍 학교를 그만두었지 않습니까."

검의 외길 인생을 살아온 사범들!

안현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단순하고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싸지."

"그런. . . . . . ."

사범들은 존경하는 스승의 말에 큰 상처를 받았다.

'우리는 그래도 중학교라도 나왔지.'

'자기는 초등학교도 안 나왔으면서. . . . .'

안현도는 대외적으로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들이 그의 검도 실력을 인정하여 명예박사 학위를 준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다닌 건 유치원뿐!

유치원 시절 다른 애들을 하도 두들겨 패서 잘리 전무휴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에는 동네 깡패들을 목검으로 두들겨 팼다고 하지, 아마 . . . . . .?'

'상대는 전치 16주가 나왔다던가? 무슨 7살짜리가 유치장에 간히냐'

'그래서 초등학교도 못 들어갔으면서.'

하지만 입 밖으로 소리 낸 사범은 아무도 없었다.

안현도는 이미 젊어서 검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는 싸울 만한 상대가 없다며 명상을 하거나 바둑이나 두면서 지내왔다.

정신 수양과 심신 단련을 위한 검, 천지와 조화되는 검을 추구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로열 로드를 하면서 다시 검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강한 자를 꺾는 검!

힘이나 민첩 등이 현저하게 높은 몬스터들.

몬스터들을 잡으면서 안현도는 더 강한 이와의 싸움을 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잊어 왔던 흥분을 다시 찾게 되었다.

꿈에도 나올만큼 짜릿하 일이었다.

"그런데 . . . . . ."

이현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제가 요즘 도장을 다니는 것을 알고 오늘 동생이 와서 구경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괜찮겠습니까?"

"그래? 그야 뭐, 안 될 것은 없다만 . . . . . ."

안현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승낙했다.

수련생 이상은 전문적으로 검술을 배우는 제자들이었다.

여러모로 재능이 있는 이들을 각지에서 데려와서 양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장에서는 일반인이나 어린 학생들도 검도를 배우고 있었다.

"자, 그러면 연습하자. 연습!"

짧은 축하를 뒤로하고, 정일훈을 비롯한 사범들은 수련생들을 세웠다.

"오늘은 먼저 기본 훈련을 1시간 정도 하고, 그다음은 대련이다."

"옛!"

오전의 기본 훈련.

수련생들은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럼 전 동생을 데려오겠습니다."

"그렇게 해라."

이현은 잠시 뒤 여동생이 올 시간이 되자 도장 밖으로 나갔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미리 약속 시간을 정한 것이었다.

"오빠!"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학교에 가지 않았기에, 이혜연은 사복을 입고 있었다.

무릎을 살짝 덮는 치마와 짧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주변에는 여동생을 따라온 친구들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축제 때에는 구경 잘했어요."

이혜연의 친구들!

이현은 머쓱하게 대답했다.

"어어, 그래."

"그럼 어서 들어가자, 오빠."

이현은 여동생과 여동생의 친구들으 데리고 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수련생들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엇, 여자다!"

"고등학생이야."

"세상에, 여고생이 이곳을 찾아오다니 . . . . . ."

"예쁘다."

금녀의 구역이나 다름없는 도장에 찾아왔다.

퍼버벅!

대련을 하던 이들의 검에 실린 힘이 갑자기 강해졌다.

수련생들 간에 혈투극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인현은 지치도록 검술 수련을 받고 나서야 집으로 향했다.

물론 버스비가 아까워서 웬만하면 걷거나 가볍게 뛰었다.

달리기야말로 몸을 만들기에 가장 좋은 운동이다.

'고등학교 졸업이라 . . . . . .'

이현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맺혔다.

사실 졸업을 한 건 아니지만 이제 어디에서든 고등학교는 나왔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가 많이 기뻐하시겠군. 그래도 혜연이도 . . . . .'

부모가 없는 이현으로서는 아무래도 이혜연이 많이 걱정 되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소심하고 겁이 많던 아이였다.

그런데 척박한 가정환경 때문에 조금 억세게 자랄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내가 부모 노릇을 대신 할 수는 없어. 그날이 마지막이 되겠지."

이현의 꿈은 여동생이 번듯한 남자를 만나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

신부가 입장할 때에는 아버지 대신 이현이 인도를 해 주어야 할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여동생을 돌봐 왔기에 부모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익숙했다.

신라아에게 여동생을 맡기는 그때야말로 이현은 자유로워질수 있으리라.

그 후의 삶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해 보지 못하였다.

매달 살기가 팍팍하였고, 그럴 고민을 할 시간이 있다면 돈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여동생이 대학을 나와서 결혼을 한다면 이현은 비로서 자신을 삶을 찾게 되는 것이었다.

'다만 . . . . . .'

이현은 씁쓸하게 웃었다.

여동생은 정말 괜찮은 남편을 만날 것이었다.

현재의 성적이라면 혜연은 한국 대학교를 무난히 입학할수 있을 테고,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 취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건이나 외모, 어떤 면에서도 꿀리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검정고시에 합격한 이현이 그 결혼식장에서 여동생을 인도한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내가 오빠라는 사실이 미안해지느군.'

이현 자신이 가족이라는 사실이 여동생의 단점이 될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새마을 갱생 정신병원!

이현이 집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병원이었다.

으리으리한 외관 외에도 안에는 첨단 기자재들로 가득하다.

'예전에 저곳에서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지. 저런 곳의 의사라면 참 자랑스러울 텐데.'

정신분석학 박사 차은화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정서윤을 원래의 밝은 모습으로 돌려놓기 우해서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해 보았다. 로열 로드에 접속시킨 게 최후의 수단이었다.

가상현실은 상당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가상현실 속에서 이루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다.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면서, 현실에서 당했던 너무 큰 아픔도 조금쯤은 희미해질 수 있다.

차은희는 서윤이 정신적인 강박관념에서 탈출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 매일 서윤의 플레이 영상을 살폈다. 그녀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험보다도, 그녀가 직접 판단하고 움직이는 영상을 볼 수 있는 로열 로드의 기록을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서윤이 로열 로드를 플레이한 영상은 모두 캡슐에 저장이 되었다. 개인 정보에 속하는 것이지만 차은희 에게는 담당의사로서 접근 권하니 있었다.

서윤은 사냥을 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금방 고칠 수 있겠어!"

처음에 차은희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았다.

서윤의 병은 마음을 닫아걸어 놓은 것이었다.

웃지도 않고, 다른 이에게 먼저 말을 걸지도 않는다.

아예 말을 잊어버린 것처럼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려 들지 않았다.

그런데 사냥을 한다면 욕심이 생길 것이다.

좀 더 강해지고 싶고, 좀 더 좋은 아이템을 장만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리라.

인간으로서 좀 더 가지려느 마음은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차은희의 기대는 얼마 되자 않아 산산조각 났다.

서윤은 사냥을 했다.

단지 사냥을 할 뿐이었다.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가서 전투를 한다.

광전사인 캐릭터답게 미치도록 싸운다.

어떤 이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건 로열 로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나?'

세라보그 성에서 생긴 교관과의 친분.

수련소에서 뜬금없이 친해진 교관이지만 반가운 인연이었다. 함께 음식을 먹고, 교관의 말을 들어주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다른 이와 어울렸다는 자체만으로 의미 있었다.

'비록 아주 단순한 반응밖에 이끌어 내지 못했지만 말이야.'

그 외에 몬스터와의 전투도 가끔 괜찮은 부분이 있었다.

혼자서 너무 오래 갇혀서 지내다 보면 스스로를 의심하고 폐쇄 현상을 일으킨다. 어린아이처럼 유치해지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아직까지 서윤은 그러한 단계가 아니었다.

큰 아픔에서 온 단절이기에 그저 슬퍼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 슬픔을 이겨 내는 데에 전투는 나름대로 도움이 되었다.

"휴우,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너무 멀어."

차은희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세라보그 성에서 나온 후 서윤은 남부로 가서 정말로 끝도 없는 사냥을 반복하고 있었다.

'언제 까지 그렇게 갇혀 지낼 거니.'

서윤은 그녀가 맡은 환자였지만, 그보다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동생이었다.

부모님들끼리의 친분으로 인해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고, 언니라고 부르면서 잘 따르던 소녀였다.

하지만 이제는 웃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는다.

차은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정상으로 고쳐 놓고 싶었다.

"그런데 바란 마을에 서윤이의 동상이 왜 세워져 있을까?"

서윤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지만, 은은하게 미소 짓고 있는 바란 마을의 수호신!

프레야 여신상은 바로 서윤의 얼굴을 기초로 한 것이었다.

미소 짓는 그녀의 아름다움은 차은희를 아찔하게 만들 정도였다.

로자임 왕국의 남부에서 전투를 반복하던 서윤은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남부에도 유저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과 만나지 않기 위해 조금씩 더 안쪽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블러드 레이번, 다크 헌터, 구울 로드 등과 전투를 치렀다.

그러나 그 남부 지역에도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 가고 있었다.

아직은 서윤이 사냥을 하는 던전이나 필드의 근처에는 오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부담이었다.

'여기도 더 이상은 있을 수 없겠어.'

서윤은 남부를 떠나기로 했다.

중앙 대륙에서 시작한 그녀는 로자임 왕국, 그곳에서도 남부로 왔지만 더 먼 곳으로 갈 필요성을 느꼈다.

'동쪽으로. . . . . 사람이 없는 곳으로.'

서윤은 장벽을 넘어 절망의 평원으로 향했다.

피라미드 제작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주요 뉴스였다.

직접 제작에 참여한 이들로부터 입 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로열 로드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게되었다.

피라미드는 거의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위드에게는 여러 취재 팀들이 찾아왔다.

피라미드의 건축에서부터 시작된 모든 과정을 담아서 방송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저 로자임 왕국에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는 식의 짧은 소식만을 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유저들의 노력에 의해서 직접 만들어지는 피라미드를 생생하게 보여 주고 싶어 했다.

최초의 시작은 막막함에서부터, 그리고 유저들이 모이고 의뢰를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대역사!

참여한 유저들의 노력과 땀으로 완성된 피라미드였다.

뜨거운 감동을 화면에 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연예인들, 혹은 개그맨들을 섭외해서 동일한 피라미드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꾸며도 인기가 좋을 것이다.

유명한 개그맨들이 생고생을 하면서 불가능한 도전을 마침내 이루어 내는 데에는 감동과 기쁨이 있으니까.

"100만 원 드리겠습니다."

"저희들만 방송할 수 있게 해 준다면 200만 원 드리겠습니다."

위드에겐 매일 여러 제의들이 들어왔다.

그러던 차에 큰손이 나타났다.

대한민국 교육부에서 피라미드와 관련된 아이디어로 학습 광고를 찍고 싶다는 것이었다.

계약금은 무려 700만 원!

"좋습니다."

위드는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헌트리스의 계곡에서 벌어지는 사냥은 매일 박진감이 넘쳤다.

사실 워리어나 팔라딘 등이 없으므로 완벽한 파티 구성은 아니지만, 뛰어난 공격력으로 헌트리스들을 제압하면서 경험치를 모아갔다.

그 덕분에 위드도 레벨 7개를 올려서 266을 만들었다.

검치 들과 함께인 만큼 매우 빠른 레벨 업 속도였다.

위드는 사냥을 더 오래 하고 싶었지만 이때에는 드디어 피라미드의 상층부 제작이 끝났다.

그 순간만큼은 위드도 피라미드가 완성되는 장소에 서 있었다.

띠링!

현왕 시오데른의 무덤 완료

죽음을 직감한 왕은 자신의 무덤을 만들기를 원했다. 여러 방면에서 모험가로 명성이 자자한 조각사는 왕의 무덤을 훌륭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 덕분에 국왕은 마음 편히 안식에 들 수 있으리라.

퀘스트 보상: 시오데른 왕에게 가서 받으시오.

             단, 왕이 죽기 전에 가야 함.

"완성했다!"

"만세!"

피라미드 주변에 있던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공성전이 활발하지 않은 로자임 왕국으로서는 이토록 짧은 인파가 한군데에 모인 건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최소한 석재 한두 번씩은 운반해 본 사람들이니, 피라미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갔다.

위드는 왕실로 향했다.

무덤이 만들어졌으니 의뢰를 맡긴 국왕을 만나 보고 상을 받기 위함이었다.

현왕 시오데른.

그는 왕실의 대전에서 위드를 맞이하였다.

왕은 어느새 더 많이 늙어 있었고, 병세가 더욱 악화된 모습이었다.

위드는 기사들처럼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국와 폐하를 뵙습니다."

"일어나시오. 자격을 갖춘 예술가에게는 그만한 존중을 주어야 하는 법. 과도한 예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오."

"아닙니다, 폐하."

위드는 일어나지 않으려고 했지만, 현왕 시오데른은 기사들을 시켜서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위드를 대하는 국왕의 태도는 말투에서부터 지난번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고맙소. 이제 나의 안식척가 만들어졌으니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구려. 그대, 뛰어난 조각사여. 무슨 생각을 하면서 나의 쉴 곳을 만들어 주었소?"

"역경 속을 정면으로 뚫고 살아오신 왕의 인생을 떠올리면서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적들을 죽였지. 나는 이제 죽는다면 가장 낮은 곳에 떨어져서 고탕받고 말 것이오."

"폐하의 인생은 불꽃과도 같습니다. 감히 불을 두려워하지 않고 잡으려는 자는 화상을 입기 마려인지요. 불은 그저 자신을 태워서 주위를 밝혔을 뿐입니다. 화려한 불꽃은 로자임 왕국을 따뜻하게 감싸 주었고, 이제 안락한 휴식의 장소에서 쉬면서 왕국이 번영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왕 시오데른은 만족해야며 말했다.

"그대여, 명성이 자자한 조각사에게 의뢰를 한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소. 짐의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안식처를 만들어 주었구려. 그대에게는 어떠한 보상이라도 아깝지 않을 것이오."

-퀘스트의 보상으로 명성이 690 올랐습니다.

-왕실 공적치를 2,930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5개의 레벨과 2,930의 왕실 공적치!

그러면서 국왕이 말했다.

"다른 이들도 자신이 한 만큼의 공적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오. 그대가 이 왕실을 위해 해 준 일이 참으로 대견하구려. 왕실에 세운 그대의 공을 치하하기 위하여 무언가를 해주고 싶소. 그대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오?"

짜릿한 순간이었다.

위드가 꿈꾸던 장면.

왕실 공헌치로는 좋은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

'2,930이라면 꽤 쓸 만한 레어 급, 혹은 그 이상의 무기도 구할 수 있겠군.'

아가사의 검은 여러모로 괜찮은 편이었다.

신앙 스탯을 올려주고 부상 상태에서 체력 회복 속도가 증가하는 등, 특수 옵션들이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프레야 교단의 물건이기 때문인지 공격력은 조금 부족했다.

위드가 원하는 것은 검!

그것도 매우 뛰어난 검이었다.

하지만 위드는 퀘스트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었따.

'절망의 평원에서의 의뢰는 검이 좋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드는 결심을 굳히고 말했다.

"폐하, 저는 프레야 교단의 의뢰를 받아서 악신을 신봉하는 네크로맨서들과 싸워야 합니다. 그들이 절망의 평원에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으며, 이를 저지하는 것이 저의 사명. 그렇지만 불행히도 저에게는 힘이 모자랍니다. 로자임 왕국의 용기 있는 병사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국왕은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절망의 평원에 대해서는 나도 들어 본 적이 있지. 혼돈의 시기에 추방당한 유민들과 다크 엘프들이 살고 있다고 하오. 몬스터들의 천국으로, 우리 왕국에서도 몇 번 토벌대를 보냈으나 모두 돌아오지 않았소. 그래서 높고 튼튼한 장벽을 쌓아서 적들의 칩입을 방비하는 것이 고작이었소."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쯤 되면 모라타 지방보다 어떤 면에서는 훨씬 더 위험한 장소가 아닌가!

그렇지만 위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퀘스트란 모험이었다.

모험을 해 보기도 전에 결과를 미리 짐작하고 안주한다면 영영 짜릿함을 맛볼 수 없으리라.

"그 무법 지대에 정녕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 그대를 도울 만한 병사들을 파견해 주겠소. 그대와 함께 싸울 우리의 병사들을 소중히 여겨주면 좋겠구려."

왕실의 공적치를 군대의 파병 요청으로 상쇄시킨다.

그야말로 눈물 어린 결정이었다.

'어쨋든 혼자의 몸으로 사제들만 데리고 가서는 너무 어려운 퀘스트다.'

그러면서도 위드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공적치를 전부 군대로 만들어 버리면 왠지 아쉽다는 생각에서다.

"그렇지만 저 역시도 로자임 왕국과의 추억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을 세운 것이 있다면, 국왕 폐하의 은덕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검을 내려주십시오."

끝내 아쉬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검을 원하는 것이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금까지 위드는 여런 NPC들과 함께해 왔다.

처음에 리트바르 마굴에서의 사냥에서부터 모라타 지방의 의뢰까지.

그러나 어디 하나 평범한 사냥이 있었던가?

병사들이나 기사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허리가 휘고 손발이 부르틀 지경이었다.

사서 하는 고생!

그것도 왕실 공적치와 바꾸어 가면서 전부 군대로 만들어 버린다면 그만큼 위드의 고생도 심해질 것이다.

위드는 시종의 인도에 따라서 연무장으로 향했다.

"폐하 명에 따라서 위드 님을 도울 수 있는 충성스러운 기사들과 병사들을 데려가실 수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직접 고르시기 바랍니다."

로자임 왕국의 기사들이 입고 있는 은빛 갑옷에서는 은은한 광택이 흘렀다. 타고 있는 말은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잡티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리가 잘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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