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공적치로 병사들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위드에게 다시금 떠오른 메시지 창.
기사들의 가슴에는 일정 숫자가 쓰여 있었다.
'공적치에 따라서 고르면 되는 모양이군.'
왕실 공적치에 따라 임대할 수 있는 군대의 규마나 질이 달라진다. 기사나 병사들을 선택하면 공적치가 줄어드는 방식이었다.
위드는 우선 기사들로부터 차례대로 살펴보았다.
몇 개의 기사단이 있었다.
로자임 왕국의 유명한 기사단.
무력이 뛰어난 이들로만 이루어진 적색 기사단에서부터 마법사들의 지원을 받는 바이스 기사단, 심지어는 국왕 직속의 왕실 기사단까지 존재했다.
왕실 기사들은 개개인의 레벨이 280이 넘었다.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왕실 기사들을 선택하고 싶었다.
'이들을 선택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막 왕실 기사들을 가리키려던 위드의 손이 멈칫했다.
기사들의 가슴에는 1인당 최소 30정도의 숫자가 쓰여 있었다.
1명을 선택할 때마다 30의 왕실 공적치가 소모가 된다는 의미였다. 그등 중 몇 명에게는 50, 혹은 60 이상의 숫자가 적혀 있기도 했다.
퀘스트와 왕실 공적치.
이것 때문에 로열 로드에서는 길드의 횡포가 많이 줄어들었다. 모험가로서 많은 발견을 하고 의뢰를 해결하게 되면, 비록 제한은 있지만 왕실이나 귀족으로부터 군대를 빌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드의 근처에는 어느새 무기들과 방어구들이 가득했다.
검과 창, 도끼, 활, 몽둥이, 메이스
검의 종류만 해도 장검, 대검, 쌍검, 숏소드 등 수백 가지 였고, 그 외에도 각종 아이템들을 고를 수 있었다. 물론 각각의 아이템에도 소모되는 공적치가 정해져 있다.
아주 낡아 보이는 검은 3이나 5짜리도 있지만, 웬만큼 좋아 보이는 검은 1,500이나 2,000이 적혀 있는 것이었다.
병사를 많이 고르면 무기가 울고, 그렇다고 무기를 고르자니 병사들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어떻게 모은 공적치인데. . . . 쉽게 써 버릴 수 없다.'
한 번 죽어 버리면 끝인 병사들이었다. 그게 아니라도 의뢰를 마치면 왕실에 다시 돌려줘야 하는 병사들이지 않은가.
그에 비하면 무기는 계속 남는 것이다. 현금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
위드는 고심 끝에서 우선 10명의 왕실 기사들을 선택했다.
위드는 그들을 고르는 즉시 나름대로 이름을 붙였다.
51, 53, 55, 56, 58, 59, 60, 98, 99, 100!
피 같은 왕실 공적치를 소모하면서 고른 기사들인 만큼 얼굴과 공적치의 소모양을 절대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름대로 자격이 있는 분 같으니 당신의 말을 들어 드리지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국왕 폐하의 명령이니 일단 따르기는 하겠습니다."
가시들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왕실 기사들을 고른 다음에는 병사들과 다른 기사들을 정해야 하지만 무기부터 고르기로 했다.
'남은 공적치는 병사들로 맞출 수 있지. 하지만 마음에 드는 무기가 있는데 공적치가 모자라면 안 되니까.'
위드는 여러 장식이 화려한 무기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딱히 끌리는 것이 없었다.
'거추장스럽기만 해. 이건 전투용이 아니라 예술품이로군.'
무기나 방어구들은 감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눈으로만 보고 골라야 했다.
그러나 위드는 소므렌 자유도시에서 수리 스킬을 써 주면서 많은 검들을 보았다. 모양이나 형태만으로도 대략적인 검의 특성을 꿰뚫을 수 있는 수준에 오른것이다.
더군다나 대장장지의 경험으로 검의 재질도 살필 수 있게되었다.
위드가 고른 것은 미스릴이 많이 섞인 검이었다.
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재료를 보고 고르는 수밖에 없다.
"감정!"
차가운 로트의 검 : 내구력 150/150. 공격력 68 ~ 75.
니플하임 제국.
대륙 북부 출신 로트 용병단의 단장이 이용하던 검.
차가운 얼음의 기운을 머금고 있다.
제한 : 힘 600. 레벨 250.
옵션 : 힘 +50. 민첩 +10. 통솔력 +20%
빙한 계열의 추가 데미지 30.
적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든다.
용병이 되었을 때에는 바로 실버 등급을 획득할 수 있다.
"쓸 만하군."
위드는 만족했다.
공적치 1,700을 투자해서 정한 검이었는데,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
옵션은 아가사의 검보다 나쁘지만 원하던 대로 공격력이 뛰어난 편이었다.
본래 공겨력이 약한 아가사의 검은 검 갈기 스킬을 시전해도 큰 효과가 없지만, 로트의 검은 더욱 뛰어난 검이 될 것이다.
남은 공적치 541을 분배하기 위해서 병사들을 둘러보고 있을 때, 아죽 익숙한 얼굴들을 발견했다.
"대장님!"
베커, 호스람, 데일, 부란.
리트바르 마굴에서 함께 사냥을 하며 친밀도를 높였던 병사들. 그들이 있었다.
"너희들이 이곳에. . . . . .?"
"예, 수도 인근에 몬스터들의 침입이 잦아서 요즘 토벌 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베커나 호스람 등은 백인장으로 승진을 마쳤다. 그래서 휘하 부대를 100명씩 거느리고 있었다.
"대장님께서 다시 돌아올 줄 믿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대장님."
부란과 테일도 기쁨을 표시했다.
높은 친밀도 덕분에 위드를 보며 반가워하는 것이었다.
위드는 마침 잘되었다고 여겼다.
믿을 만한 병사들이 필요한 시점에서, 직접 기른 이들을 다시 데리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긍정적이니까!
"너희들을 택하겠다. 나와 함께 잘해 보자."
서슴지 않고 부란 등을 죽음의 길에 함께 가는 동반자로 선택한 위드!
베커 들과 400명의 병사들을 택하자 공적치는 겨우 3정도가 남았다.
시종이 말했다.
"병사들과 기사들은 가능한 무사히 돌려보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위드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
좀 야박한 말이지만, 병사들과 기사들은 전투에 동원하기 위해서 데려가는 것이었다.
마구 부려 먹고, 괴롭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사악한 위드는 이미 부하들을 마음껏 활용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들이 죽고 사늘 것까지 관리하지만 너무 힘든 일이 되리라.
그런데 시종의 이어진 말.
"그대가 우리 왕국의 병사들을 아껴 준다면 왕실에서는 그 공헌을 다시 인정할 것입니다."
병사들을 살려서 데려온다면 공적치를 상당히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돌아온 병사들이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면, 국왕 폐하를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기뻐하실 겁니다."
병사들을 키워서 데려오면 공적치를 더 올려 줄 수도 있다. 이 말로, 위드는 상전으로 모셔야 할 이들이 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병사들이나 기사들의 목숨까지 돌봐 줘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은 병사들을 고르는 건데. . . . . . .'
기사들의 연무장에는 과거에 수련관의 교관이던 도르크와 리트바르 마굴에서 사냥을 함께한 기사 미발도 있었지만, 그들을 고용하기에는 공적치가 부족했다.
그들은 왕실 기사들보다도 오히려 많은 공적치를 필요로 했다.
'아쉽군.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위드는 이것으로 왕실에서의 일을 마무리 했다.
프레야 교단.
그곳에서는 고위 신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떠나실 준비는 되었습니까?"
"예."
위드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의 뒤에는 부란과 베커, 호스람, 데일 등이 100명씩의 병사들을 데리고 기다리는 상태였다.
백인장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물, 왕실 기사들도 은근히 긴장 어린 얼굴로 서 있다.
왕실 기사들이라고 해도 대체로 이런 퀘스트를 경험해 본 적은 드물기 때문이다.
고위 신관이 말했다.
"사제들 50명은 텔레포트 게이트 앞에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내해 주시지요."
위드는 텔레포트 게이트 앞에서 사제들과 조우했다.
프레야의 사제들.
신성한 법복을 입은 남자 사제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미녀 사제들이었다.
"허억!"
"용기가 납니다, 대장님!"
베커와 부란 들은 사기가 하늘 끝까지 오를 정도가 되었다.
위드는 부대를 이끌고 텔레포트 게이트 위에 올라섰다.
대규모 부대가 움직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전투 상황에서 직접 지휘를 할 수 있는 병력은 사제 50명뿐!
왕실 기사들이나 부란, 베커 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 할 것이었다.
"그러면 여러분들에게 프레야 여신님의 은총을. . . . . . ."
고위 신관들과 사제들이 마나를 모으자 텔레포트 게이트에 빛이 번쩍하고 일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졌을 때, 위드 등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진 후였다.
로자임 왕국의 명물인 피라미드는 하루에도 4만 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대단한 장소가 되었다.
사실 순수한 관광 목적만이라면 이 정도의 인원이 올 수 없겠지만, 사자 상의 효과 때문에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와! 대단하다."
"정말이야. 피라미드를 이곳에 만들다니. . . . . . ."
"난 동영상으로 봤는데 너무 신기해서 일부러 찾아왔다니까."
그렇게 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이들에게 사자 상의 정면에 있는 조각상이 눈에 띄었다.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노루와 캥거루, 사슴, 토끼들의 조각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 많은 유저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초식동물.
초보 시절에는 이 깜직한 동물들을 몽둥이로 때려잡고, 칼로 찔러야만 했던 것이다.
그 조각상들이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가슴에는 이런 문구도 새겨져 있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관람료를 넣어 주세요. 기부사니 금액은 전액! 불우 이웃 돕기 성금으로 쓰입니다.
관람을 왔던 이들은 차마 그냥 돌아가지 못하고 1실버, 혹은 1쿠퍼라도 넣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