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5권 : 유배자의 마을 (6/520)

유배자의 마을

이현은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하루의 일을 시작했다.

우선은 다크 게이머 연합의 홈페이지에 들러서 정보를 검색하는 일부터였다.

최중훈의 말대로 다크 게이머 연합의 홈페이지는 온갖 정보들이 많았다.

퀘스트 정보, 사냥터에 대한 정보.

다크 게이머들이 다수 모인 곳인 만큼 아이템 거래에 대한 정보들도 많이 있었다.

이현의 등급은 C에 해당하였지만 어지간한 정보들의 열람은 가능했다.

"오늘도 별것은 없군."

이현이 찾으려고 하는 것은 특급 정보들!

그가 볼 수 잇는 게시판의 등급은 중간 수준이었지만 가끔 눈에 띄는 정보들이 있기도 했다.

대단한 모험을 한 이들이나, 혹은 비밀이나 퀘스트에 대한 단서를 얻은 이들이 등급을 올리기 위해 공개하는 글들이었다.

그런 글들은 게시판 이후에 큰 인기를 끌고, 곧 보안 등급이 좀 더 높은 게시판으로 옮겨진다.

이현이 보려는 것은 그 순간이었다.

다크 게이머 연합에는 하루에도 서너 가지의 특별 정보들이 올라오곤 하니, 눈만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다면 괜찮은 수확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이런 일도 있는거지. 어차피 포인트도 얼마 없고. . . . . . .'

이현이 쓰는 계정에서는 매일 포인트가 줄어들고 있었다.

특정한 글들을 볼 때마다 줄어드는 포인트.

더 많은 정보들을 보기 위해서는 이현도 글을 동록해야만 했다.

그렇게 새벽의 정보들을 검색하다 보면 금세 시장에 갈 시간이 되었다.

이현은 장바구니를 들고 가벼운 점퍼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안녕하세요."

"총각, 오늘도 일찍 오는구만. 오늘은 갈치가 좋아. 싸게 줄 테닌 가져가."

"고맙습니다."

매일 빠짐없이 시장을 방문하니, 아줌마나 아저씨들에게 이현은 아주 익숙했다.

'독한 놈!'

'자린고비 같은 놈!'

생선 하나를 구매할 때에도 철저하다.

포획 장소와 시간 등을 따져서 신선도를 반드시 확인했다.

그런 다음에는 먼저 생선의 눈을 확인하고, 아가미를 들춰 본다.

비늘이 잘 떨어지는지, 살에 탄력이 있는지도 살폈다.

유통 경로도 전문가 수준으로 꿰고 있었고, 시세 동향에 대해서도 정확했다.

시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요 근래 생선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는 손님들을 많이 겪어 보았다.

그런데 이현은 시세까지 확실하게 알고 따져 보며 구입을 한다. 이 정도로 잘 알고 있으니 애초에 비싸게 팔긴 틀린 상태!

하지만 이현은 무턱대고 싼 물건만 찾지도 않았다.

여동생이 먹을 것이니, 기왕이면 좋은 물건들만 해 먹이려고 찾았다.

그런 이현의 취향을 알게 된 아주머니들로 인해서 이제는 흥정도 필요 없이 적당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오빠, 잘 먹었어. 학교 다녀올게."

"그래, 조심해서 다녀와."

시장을 봐 온 음식 재료들로 만든 맛있는 갈치조림.

여동생이 학교에 간 다음에는 비로소 본격적인 이현의 시간이 펼쳐진다.

이혜연은 입시 공부를 하면서 대학을 가는 데에 여러 전형이 있다는 걸 배웠다.

한국 대학교.

그녀가 목표로 하는 이 대학에도 다양한 입학 방법이 있었다. 특히나 프로게이머 전형은 이혜연의 시선을 끌었다.

게임은 이미 하나의문화 사업이 되어 있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 가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로열 로드가 공전의 히트를 친 이후로 우리 한국 대학교에서는 게인 관련 학과를 만들었습니다.

게임과 관련된 각종 지식과 현재 주류가 된 가상현실에 대해서 전문 적인 지식을 배우게 됩니다.

수시 입학 자격 : 가종 게임 관련 입상 기록, 내신 성적(내신을 확인 할수 없는 검정고시나 외국계 학교일 경우 관련 성적으로 대체).

1차 서류 통과 시에는 가상현실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교수진과의 면접에 따라 결정함.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루어 주는 가상현실.

이곳에는 장애인도 없고, 마음껏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로열 로드가 히트를 친 이후로 항공운항, 호텔관광학과 등이 축소됭고, 게임 관련 학과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현대에서 게임만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또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매체가 드문 탓이었다.

이혜연은 자신의 가족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오빠가 케임 캐릭터를 팔아 번 돈이 바로 그것이었다.

"입상 경력은 없지만 이것도 하나의 기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공인된 단체에서 부여한 경력이 아니더라도 대학교 측에서 어느 정도 참고는 가능할 것이다.

더군다나 이현의 가상현실에 대한 이해력은 최고 수준이었다.

로열 로드를 플레이하기 1년 전부터 가상현실과 관련되 각종 논문들을 보고 익혔다.

가상현실에 대해서는 어지간한 대학원생보다도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이혜연은 지금가지 모아 놓은 용돈으로 대학교의 원서를 구입했다. 그리고 원서를 작성했다.

이현의 대학교 입학 원서!

절망의 평원.

지도상 로자임 왕국과 브렌트 왕국의 접경에서부터 동쪽으로 펼쳐진 광대한 평원이다.

이곳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많지 않다.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나오며 아직 개척되지 않은 지역이라는 것뿐!

잡화점의 지도에서는 절망의 평원에 대해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절망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들어가라.

평원의 이름은 매우 적절하게 붙어졌다.

그만큼 위험천만한 지역이라는 뜻이었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사라진 위드가 나타난 곳은 어느 언덕 속의 동굴이었다. 입구는 바위로 교묘하게 가려저서 일부러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 한 바깥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아우우우!

위드가 나타나자마자 소름끼치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섬뜩하군.'

아무래도 모르는 지역에 도착했으니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부란과 베커는 용감하였다.

"대장님이 있으니 걱정 없어!"

"우리는 대장님만 믿으면 돼!"

"대장님이라면 놈들을 한칼에 해치워 버리실 거야."

" . . . . . . ."

위드는 우선 부대에 명령을 내렸다.

"이곳에서 대기해라. 당분간은 알아서 먹고 자고 하면서 나를 기다리도록."

"옛! 알겠습니다."

텔레포트 게이트가 있는 장소는 일단 안전지대다.

식량은 넉넉하게 구입해 왔기에 한 달이 지나도 굶주릴 일은 없다.

위드는 부대를 그대로 그곳에 남겨 둔 채로 혼자 정찰을 하고자 동굴에서 나왔다.

휘유웅!

칼날 같은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그 때문에 넓은 초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절망의 평원이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게 녹색 물결들이 아름답게 흔들린다.

"멋지군."

초원의 풀들이 일제히 군무를 추듯이 움직이는 것은 장관이었다.

위드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가 있는 언덕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산이 있었다.

높이는 높지 않아도, 완만히 경사진 산의 규모만큼은 대단하였다. 산맥이 시작되는 시발점이었다.

'지도를 볼 때에는 유로키나 산맥인가?'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베르사 대륙의 지도.

그곳에 따르면 절망의 평원에 있는 산맥은 단 하나다.

유로키나 산맥.

대형 몬스터들이 유달리 많다는 장소!

그리고 산맥의 정상에는 성벽과 요새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 요새의 중앙부에는 이상한 흑색의 신전이 있었다.

'저곳은. . . . . .'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벨제뷔트의 조각상이 있는 것도 같았다.

바르칸 데모프의 네크로맨서들이 만든 악신의 신전!

"취이이익!"

1마리 오크가 눈에 띄었다.

튼튼한 철판으로 만든 투구와 강철 갑옷을 입고 있는 오크.

녀석이 글레이브를 들고 움직이는 모습이 위드의 눈에 비친 것이다.

위드는 흥이 동했다.

"후후, 이제 조금 알 것 같군. 하긴 레벨이 오를 만큼 올랐으니까. 저 오크를 잡고 악신의 신전으로 올라가서 네크로맨서들을 처치하면 이번 퀘스트는 쉽게 끝낼 수 있겠어."

희망으로 부푼 가슴.

위드에게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나는 전투라면 물러서지 않지. 어떤 적도 두렵지 않아. 오크라면 대환영이다."

레벨 200을 달성할 때에도 혼을 잃어버린 오크를 잡고 이루었다.

오크는 욕심이 많아서 보물을 좋아한다. 비교적 인간과 가까운 형태의 몬스터라서 무기나 방어구들도 가끔 쓸 만한게 나왔다.

"잘 만났다. 오크야!"

막 위드가 검을 빼 들고 오크에게 달려들 참이었다.

순식간에 놈을 때려잡고 그 기세를 몰아서 악신의 신전으로 돌격하려던 찰나!

우수수수.

유로키나 산맥의수풀과 나무들이 한꺼번에 흔들린다.

위드는 돌격을 하기 위해 달리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유로키나의 신맥이 움직이고 있었니.

나무와 수풀 사이로 이동하고 있는 오크 대군!

적어도 3천이 넘는 그 오크 대군의 움직임이 위드의 눈에 보인 것이다.

또한 그것이 전부일지 아닐지는 누구도 알지 못할것이다.

또한 그것이 전부일지 아닐지는 누구도 알지 못할 일이다.

" . . . . . ."

위드는 조용히 검을 거두고 숨을 죽였다.

'진혈의 뱀파이어 일족은 그나마 숫자라도 적었지. 이번에는 완전히 숫자로 압도하는군.'

이 무식하게 많은 오크들이 단지 길목을 막고 있는 몬스터에 불과하다는 점이 더더욱 무서운 일이었다.

결국 위드는 오크들이 전부 지나갈 때까지 땅바닥에 몸을 붙인 채로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한참 후, 오크들이 다 떠나고 난 뒤에야 위드는 고개를 들었다.

그런 다음에는 유로키나 산맥 쪽은 바라보지도 않았다.

언덕 위에서 충분히 주변을 정찰한 위드는  곧 서쪽에 작은 성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성!

위드는 주변에 아무 몬스터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걸어서 그 성안으로 들어갔다.

유배자들이 사는 마을의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혜택 : 명성 300 증가.

       미탐험 지역의 마을을 발견함으로 인해서 해당 마을에서 받는 퀘스트 보상이 일주일간 2배로 증가합니다.

위드가 성체 안으로 들어가서 오랜만에 보는 메시지 창이 떴다. 바르크 산맥에서 드워프의 던전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최초의 발견자가 되었군.'

절망의 평원에서도 한참이나 동쪽인 이곳까지 모험가들이 찾아오지는 못한 것 같았다.

목숨을 걸고 여행을 왔던 이들은 많았지만, 너무나도 넓은 평원이기에 이곳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이다.

혼돈의 시기에 각 왕구에서 쫓겨난 유배자들이 사는 마을.

위드가 둘러보니 다들 체격이 우람하고 흉터들이 가득했다.

인간이 아니라 바바리안의 마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집들은 나무로 대충 지어져 있고, 그 호수도 3백여 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방인이 왔다."

"처음 보는 인간이야."

마을의 주민들은 위드를 보며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반응을 보였다. 위드는 1명씩 말을 걸어 보았다.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마을에 대해서 알고 있나? 이곳은 큰 상처를 입은 곳이지. 함부로 말을 건네지 말게. 외부의 인간은 우리와 어울릴 수 없어."

"반갑습니다."

"이방인은 믿지 않아."

위드가 말을 걸어도 그들은 대답하지 않거나 다른 곳으로 피하듯이 가 버렸다.

몇몇은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였다.

"우리 평원의 사람들은 우리를 추방한 자들을 잊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무슨 이유로 온 것이지?"

위드는 마을에서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외부와는 단절된 마을이라는 건가.'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한다면 위드가 아니다!

위드는 우선 그의 장기인 음식과 조각술로 주민들을 살살 구슬려 보았다.

마을의 광장에서 불을 피워 멧돼지를 구운 것이다.

"둘이 먹다 죽어도 모를 맛있는 돼지입니다. 공짜니까 마음껏 드세요! 조각품도 드립니다. 원하시는 형상대로 조각품을 만들어 드립니다."

음식. 거기다가 무료!

하지만 주민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용맹한 전사들을 모욕하는 건가?"

"우리도 음식은 할 수 있다."

"전사란 열흘을 굶어도 긍지를 잃지 않는 것. 이방인은 모르는 것 같군."

"조각품 따위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 . . . . . ."

유배자들의 마을 주민들은 모두가 뛰어난 전사들이다.

그들은 위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가오려고 하지 않았다.

둥글게 주위를 둘러싸고 비웃음만 날리 뿐이었다.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멧돼지를 열심히 굽고 있는 위드.

아직까지 요리와 조각술은 그를 실망시켰던 적이 없었다.

요리의 경우야 미각이 있는 자라면 모두가 좋아했고, 조각술의 경우에는 다양한 방면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려던 볼크라는 유저를 위해 나무를 조각해서 생기 있는 꽃다밤을 만들기도 했다.

늘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여 준 조각품이었던 것이다.

'예술을 몰라보다니. . . . 이 미개한 놈들.'

그러나 이 정도의 역경에 굴복할 수는 없었다.

'무시를 당하는 일은 익숙하지.'

어렸을 때에는 공장에서 실밥을 뜯을 때의 기억.

아마 14살 때쯤이었으리라.

일이 너무나도 고되고 힘들어서 잠시 휴식 시간에 밖에 나와서 맑은 공기를 마셨다.

재잘거리면서 군것질거리를 먹으며 돌아다니는 중학생들의 밝은 모습이 미치도록 부러웠다.

그런 환경에서도 악착같이 살아 왔는데, 겨우 이방이 취급을 받는다고 해서 포기할 위드가 아닌 것이다.

위드는 마을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다시금 말을 붙여 보았다. 적어도 1명쯤은 그를 상대해 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과연 1명은 위드를 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바닥에 주저않아 방패를 손질하고 있던 사내가 위드를 보며 말한 것이다.

"이방인이로군.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제법 실력이 있는 모양이야."

위드는 물었다.

"이곳은 어디입니까?"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찾아왔냐?"

"대충 지도로는 알고 있지만, 이 마을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위드는 사실대로 말했다.

"하기야 이 마을에서 자네를 본 건 처음이니, 이 마을은 대륙 녀석들이 말하는 혼돈의 시기에 생겨났지. 혼돈의 시기에 대해서는 들어 봤겠지?"

"그렇습니다."

"모두가 미쳐 날뛰던 시대였다더군.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이 절망의 평원으로 들어와서 살기 위해 싸웠다. 그러나 사실 처음에는 싸우고 싶어도 싸울 무기조차 없었다고 해. 이곳까지 밀려난 우리들에게는 한 자루 검도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위드의 눈앞에 알 수 없는 영상들이 흘러갔다.

수천의 병사들.

창과 칼을 든 병사들이 헐벗고 굶주린 이들을 먼 땅으로 내보내는 것이었다.

몬스터들이 있는 땅으로 사람들을 몰아낸다.

그 사람들의 숫자는 수십만에 이르렀다.

피에 젖은 땅, 통곡과 슬픔으로 젖어 버린 땅.

"처음에 평원에 들어왔던 사람들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고 생존에 성공한 이들만이 남았다. 크흠! 더 설명해 주고 싶지만 그러고 보니 내가 조금 바빠서."

"무슨 일로 바쁘십니까?"

"이 방패는 아무래도 더 이상 못 쓸 것같아. 그래서 새 방패가 필요하군. 자네가 내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겠나?"

"힘이 닿는 한 뭐든 하겠습니다."

"그러면 잘되었군. 이 방패를 두실 녀석에게 가져다주게. 그리고 새 방패를 받아다 주면 좋겠어. 그는 마을 안에서 꽤 큰 대장간을 경영하고 있지."

띠링!

코쿤의 방패

사냥꾼 코쿤은 손질을 끝낸 방패가 아무래도 밎음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전투 중에 방패가 깨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 친구인 대장장이 루실에게 돌려주고, 새 방패를 쓰고 싶어 한다.

난이도 : E

퀘스트 제한 : 방패를 가지고 마을을 벗어날 경우 코쿤의 추격을 받을 수 있음.

"새 방패를 가져오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위드는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간단히 퀘스트를 하기로 하고, 방패를 받아 들었다. 아주 묵직하고 단단해 보이는 방패였다.

"어디 한번 볼까? 감정!"

위드는  대장간을 찾아가면서 방패의 정보를 살펴봤다. 여기저기 금이 가고 흙이 묻었지만 그래도 본래의 상태를 파악 할 수는 없었다.

루실이 만든 방패 : 내구력 15/50. 방어력 16.

순도가 낮은 잡철을 이용해서 만든 방패.

강철을 곁에 씌웠지만 내부는 아주 부실하다.

둔기류의 공격에 취약하니, 쓸 만한 방패가 없는 것이 아니라면 사용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제한 : 없음.

옵션 : 화살을 1/2 확률로 피해 없이 막을 수 있다.

마을의 규모가 워낙 작아서 대장간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그러나 사냥꾼 코쿤의 말과는 달리 아주 작은 대장간이었다. 벽에는 검과 몇 종류의 무기가 걸려 있었고, 화로도 작았다.

대장장이 루실은 잘 짜인 근육이 터질 듯한 남자였다.

"처음 보는 이방인이로군."

"코쿤 님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위드는 혹시라도 루실이 상대해 주지 않을까 싶어 선수를 치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어서 오게. 그대에게서는 익숙한 철의 냄새가 나느군. 나는 불을 좋아해서 대장장이가 되었어. 자네는 무슨 이유로 대장장이의 기술을 가지게 되었는가?"

루실의 물음에 위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이런한 사소한 질문이 의외로 친밀도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았다.

"차가운 금속을 녹여 원하는 것으로 만드는 대장장이의 열정을 좋아합니다."

"나와 비슷하군. 무슨 일로 왔는가?"

위드는 그에게 방패를 내밀었다.

"새 방패로 바꿔 달라고 합니다."

"저런! 코쿤 녀석이 또 자기 방패를 깨 먹은 모양이군. 늘 주의하라고 일러 주었는데도. . . . . . 흠! 더 이상은 공짜로 내 줄 수 없네. 새 방패를 쓰려면 5골드를 내야 해. 무능한 코쿤은 그 돈이 없을 테니 자네가 대신 내주게나."

"그런. . . . . . ."

위드는 억울했지만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마을에서 얻은 최초의 퀘스트를 포기하기는 힘들었으니까.

'현자 로드리아스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속아 보느군.'

위드가 5골드를 내밀자, 그 돈을 받으며 루실은 활짝 웃었다.

"수고했네. 미침 그 녀석에게 줄 새 방패를 만들었지."

위드는 방패를 받았다. 이것으로 간단히 임무 완수였다. 그러나 루실은 그가 돌아가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자네는 이곳 마을의 유래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마을의 최초 발견자!

그로 인해서 받게 된 관심 때문에라도 루실은 한마디라도 더 들려주려고 했다.

"코쿤 님에게 이곳 절망의 평원에 대해서는 조금 들었습니다. 평원으로 쫓겨난 유배자들 중의 소수의 생존자들만이 남았다고 하더군요."

"오, 그렇군. 그러면 나는 그 나머지 이야기를 해 주지. 생존자들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땅을 찾아서 정착을 시작했다네. 처음에는 물웅덩이나 햇빛이 들지 않는 동굴 속 같은 곳에서 지냈다네. 그러다가 점점 밖으로 나와서 마을을 이루었지."

"절망의 평원에서 마을을 만들다니 대단하군요."

위드는  그들의 용기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아무리 위험한 환경이라도 개척 정신으로 이겨 내는 인간들!

"그리 썩 대단하지도 않다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생존자들이 더 많았거든. 그들은 서로 말다툼을 벌였지. 그냥 이 대로라도 좀 더 적응이 될 때까지 버텨 보려는 자들과 환한 세상으로 나가려는 자들로. 그런데 지겨움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서 마을을 만든 이들은 백이면 구십구 죽었어."

". . . . . . . ."

본래 공포 영화에서도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말리는 일을 억지로 하는 사람들은 꼭 먼저 죽기 마련이다.

"아무튼 그런 일까지 겪은 다음부터 이곳의 사람들은 절망의 평원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지. 어디에 어떤 몬스터들이 나오며, 어떤 장소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마을이 안정 단계에 이른 것은 이때쯤이라네. 마을은 안전하지만 멀리 나가지는 말게. 크흠, 내가 너무 말이 많았군.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이건 나의 선물이네."

-평원의 지도를 습득하셨습니다.

절망의 평원에 대한 지도

마을들의 위차와 몬스터들이 주로 출몰하는 지역. 그리고 저주받고 오염된 땅들이 표시되어 있다.

루실은 뜻밖의 선물을 주었다.

그것은 절망의 평원과 관련되 지도!

어디에 어떤 몬스터들이 주로 출몰하는지와 대략적인 지형이 그려져 있었다.

다만 어린아이가 발로 그린 것처럼 조악하여, 알아보려면 아주 애를 써야 했다.

"감사합니다."

"마을 사람들을 가능하면 많이 만나 보게. 사냥을 가지 않은 이들은 이방인에게 관대할 것이네. 우리 마을에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안전해질 수 있다면 좋을텐데."

위드는 방패를 가지고 코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사냥꾼 코쿤은 숫돌에 검을 갈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왔나? 조금 늦었군. 방패를 주게."

위드는 그에게 새로 얻은 방패를 주었다.

"고맙군. 심부름을 해 준 자네에게 딱히 줄 것은 없고, 이거나 받게."

-강철 화살 20개를 습득하셨습니다.

띠링!

코쿤의 방패 완료

사냥꾼 코쿤은 험한 전투에서 몇 번이나 방패를 잃어버렸다. 늘 상처를 입고,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냥감을 가져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무능한 사냥꾼으로 여기고 있다.

그가 어디에서 그런 전투를 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퀘스트 보상 : 롱보우용 강철 화살 20개.

-경험치를 조금 습득했습니다.

위드는 바로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지만, 0.001%도 되지 않는 경험치만이 올랐을 뿐이었다.

같은 난이도라고 해도 물품 조달과 몬스터 사냥, 비밀을 해결하거나 어떤 특수한 임무가 주어진다면 보상이 달라진다.

이번에는 난이도 E급의 단순한 의뢰인만큼 2배라고 해도 현재의 위드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코쿤은 만족스러운 듯이 방패를 살펴보고 나서 말했다.

"참, 내가 이 마을에 대해서 말해 주고 있었지? 건망증이 심해서 말이야. 그런데 어디까지 이야기했나?"

"소수의 생존자들이 마을을 만들었다는 것까지 루실 님에게 만들었습니다."

"그랬군. 그 친구는 말이 많은 편이지. 살아남은 자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해져야 했다. 그래서 모두 용감한 사냥꾼이 되었는데, 특히 우리들의 궁술은 말로만 듣던 엘프들이라고 해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거야. 이 마을은 절망의 평원에서도 상당히 동쪽으로 들어온 마을이야. 오크들이 대규모로 사는 유로키나 산맥이 보일 정도지."

"위험한 곳에 만들어진 마을이로군요."

"응. 대부분의 마을들이 그렇지. 그래도 이 마을은 축복받은 마을이야. 주변에 작은 철광산이 있어서 무기도 만들 수 있고, 식량도 넉넉한 편이니까. 그렇지만 오크들의 습격은 고질병이 아닐 수 없어."

"오크들의 습격요?"

"매년 추수철이 되면 습격해 와서 우리들의 식량 창고를 털어 가 버리거든. 사실 우리들이 풍족하게 먹고살지 못하는 이유도 다 오크들 탓이야.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오크들 덕분에 아주 위험한 몬스터들은 주변에 없으니 그나마 안전할 수 있지."

절벽에 핀 꼿은 위태롭지만, 덕분에 다른 이들의 손길이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유배자들의 마을이 오크들의 연이은 침입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이유였다.

"몇 년 전 부터인가 오크들은 식량을 뺏어 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일꾼들까지 원하고 있지. 오크들은 아무래도 손재루가 부족하잖나."

"그렇죠. 오크들이 뭔가를 만들 수 잇는 지능적인 종족은 아니죠."

"그래서 놈들의 무기를 만들어 줄 사람이나 궃은 잡일을 해 줄 사람을 우리 마을에서 잡아간다네. 아마 그렇게 잡혀간 마을 사람들만 100명이 넘을걸? 오크들 때문에 우리 마을의 불행은 끊이지 않고 있어."

"불행을 끝내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까?"

코쿤은 코웃음을 쳤다.

"흥! 저 수많은 오크들을 상대로 말인가? 터무니없는 소리지. 전투를 좋아하는 오크 놈들은 우리 인간들 외에다 다크 엘프와 싸우고, 다른 대형 몬스터들을 사냥하면서 살아간다네."

"그렇군요."

"이렇게까지 말을 해 줬는데도 자네는 이곳의 위험함을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군. 우리 전사들도 함부로 잡지 못하는 몬스터가 바로 거대 개미지. 1마리라도 잡는다면 큰 잔치가 벌어질 정도야. 그토록 위험한 거대 개미를 5마리 이상 잡을 수 있는가? 만약에 성공한다면 나뿐만 아니라 모두들 자네를 다르게 볼 거네."

띠링!

코쿤의 불신

사냥꾼 코쿤은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자들을 많이 보아 왔다. 오크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강한 용기가 필요하지만 만용을 부려서는 안 된다.

거대 개미를 5마리 이상 잡아서 용기를 증명하라

난이도 : C

보상 : 마을 주인의 인정.

퀘스트 제한 : 실패할 경우에는 코쿤이 더 이상 대호를 해 주지 않음.

퀘스트 발생!

코쿤은 미심쩍은 듯이 말을 이었다.

"뭐, 자신이 없을 수도 있겠지. 거절한다고 해도 별로 놀라지는 않겠네. 이건 이방인에게 주는 일종의 시험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위드는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 개미를 잡아오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기대하겠네. 거대 개미는 우리 마을의 서쪽 황무지에서 자주 출현하니 찾기는 어렵지 않을 걸게. 그렇지만 자네의 실력으로는 도망이나 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위드는 마을을 나와서 지원군이 숨어 있는 언덕으로 향했다.

왕실 기사 10명과 부란, 베커, 호스람, 데일.

400명의 병사와 프레야의 교단에서 파견된 사제 50명까지!

이 정도 구성이라면 소큐모 군대라고 봐도 되었다.

"흠! 모두들 그대로 기다려라."

"대장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위드는 일단 그들의 앞에서 큰 바위를 조각했다.

조각사로서의 기본. 조각품으로 각종 회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샤샤샤샥!

빠르게 완성되는 바위 조각품.

자하의 조각칼과 정과 끌이 눈부신 속도로 움직였다.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아예 가끔 꿈자리에서마저 나올 사람!

역시 얼굴은 서윤을 기초로 하는 것이었다.

'걸작 하나 정도 나와 주면 좋겠는데. . . . . . .'

위드는 부푼 기대를 가졌다.

서윤을 조각해서 실패했던 적은 없었으니까.

그간 다른 여자의 얼굴도 한 번쯤 시도해 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다른 여자를 기반으로 조각상을 만들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의 얼굴은 오밀조밀하니 복잡하기 짝이 없다.

참 예쁜 얼굴이지만 어딘가 아쉽다. 코만 조금 더 세운다면 훨씬 더 예쁠 텐데. 혹은 눈이 조금만 더 크더라도 완벽한 얼굴일 텐데.

여자의 얼굴에는 이런 아쉬움들이 특히 많다.

그런데 실제로 얼굴을 그렇게 바꾸다 보면 더 예뻐지는 경우라 그리 없었다.

전체적인 균형이나 인상이 달라져서 오히려 원래보다 못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실패작이 생길 경우에 조각사의 명성이 하락할 수도 있으니 위드로서는 매우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서윤의 얼굴은 어떤 식으로든 조각을 할 수 있었다. 조금만 표정이 달라져도 분위기가 확 바뀌기 때문이다.

위드는 강한 전사 서윤을 조각했다. 복장과 장비는 북부 용병의 것들로 했다.

북부 용병들 중에 여인들이 유독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검을 들고 몬스터를 무찌르는 서윤.

천하는 오시하며 걷는 당당한 용병의 모습이었다.

걸작! 용병 여인상을 완성하셨습니다!

북부의 여인 부족은 곡물이 자랄 수 없는 척박한 땅을 가지고 있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용병이 되어 전투에 뛰어들었다. 절대로 물서지 않으며 맡은 바 임무르 완수한다.

무기를 들고 의뢰를 수행하여 몬스터를 토벌하는 이들!

기사들이 오만에 빠져 있을 때 대륙의 평화를 지킨 것은 용병들이었다.

예술적 가치 : 600

특수 옵션 : 용병 여인상을 바라본 이들은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가 하루 동안 15% 증가한다.

            이동 속도 15% 상승.

            매력 100 상승.

            힘 10 증가.

            민첩 10 증가.

            전 스탯 5 상승.

            조각상을 본 자는 일주일간 용병 길드에서 부여되는 의뢰의 조건이 상향됨.

            퀘스트에서 얻는 경험치가 5%늘어남.

            다른 조각품과 중복 적용되지 않음.

지금까지 완성한 걸작의 숫자 : 5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명성이 85 올랐습니다.

-지구력이 1 상승하셨습니다.

-스탯 매력이 생성되었습니다.

매력 : 이성, 혹은 타인을 매료시키는 능력. 예쁜 용모를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동료를 만들고 친밀도를 높이는 데에도 필요하다. 바드나 댄서, 부대의 지휘관들에게 중요한 스탯으로 특수한 생산직 직업의 경우 작품에 미세한 영향을 미침.

-직업의 영향으로 매력 스탯이 20늘어났습니다.

-인내력이 5 상승하셨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서윤의 조각상은 실패하지 않았다.

'전투와 관련된 스탯은 별로 올려 주지 않지만 퀘스트에서 얻는 경험치가 늘어난다니 나쁘지 않군.'

매력 스탯도 미세하게나마 조각품을 좋게 만들어 주니 반가운 일이었다.

"흠흠."

위드는 길게 헛기침을 하며 칼날에 자신의 얼굴어 비추어 모았다. 매력 스탯으로 인해서 얼마나 더 잘생기게 변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얼짱 각도를 유지한 채로 병사들에게 말했다.

"그러면 모두들 따라와라."

위드는 병사들과 함께 거대 개미가 있다는 황무지로 향했다.

"사제들은 축복을 걸고, 전원 전투준비를 하도록 해."

"예. 사악한 악에 맞서 싸우는 우리들의 힘이 최고조에 이르도록 해 주세요, 블레스!"

사제들이 거는 단체 축복 마법!

교단의 직속 사제들이었기에 400명의 병사들에게 한꺼번에 축복을 거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위드에게는 이들로 전투를 개시할 마음이 없었다.

병사들은 내세운다면 피해가 너무 클 것이다.

"전투에는 왕실 기사들이 앞장서라."

왕실 기사들은 토를 달면서도, 순순히 위드의 지휘에 따랐다.

"일단은 명령이니 따르도록 하지요."

"임무가 끝날 때까지는 그대의 명령을 받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서라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마을에서 무시! 여기서도 무시!

위드는 고고한 기사들을 선두로 거대 개미들에게 향했다.

유배자들의 마을에서 코쿤의 의뢰 내용을 들었을 때에는 설마 했다. 거대 개미라고 해 봐야 대체 얼마나 크겠냐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정말 크군."

일반 개미들이 1센티미터도 안 되는 녀석들이 많다면, 황무지에서 쿵쾅거리며 돌아다니는 개미들은 몸길이가 무려 수십 미터가 넘었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개미들!

노루나 캥거루들이 살려 달라고 개미들의 발길 아래에서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고 있었다.

"개미가 아무리 커 봐야 개미지 공격해라."

위드는 왕실 기사들을 거대 개미의 상대로 붙였다. 그렇지만 개미는 그들이 잡기에 너무나도 빨랐다.

한 걸음에 몇 미터씩 쑥쑥 움직일 뿐만 아니라, 방향 전환도 아주 빨랐다.

한 걸음에 몇 미터씩 쑥쑥 움직일 뿐만 아니라, 뱡향 전환도 아주 빨랐다.

기사들은 개미의 정면공격을 피해 달아나야 할 정도였다.

그 광경을 보는 위드는 실망이 컸다.

"공적치를 써서 고용한 기사들인데. . . . . . ."

개미 1마리 제대로 못 잡는다니!

개미의 정면 공격을 피해 10명의 왕실 기사들이 달아나다니,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우선 개미의 속도부터 줄여야겠군. 사제들은 속도를 줄이는 마법을 써라."

"알겠습니다. 신앙심 높인 이여."

그나마 다행이라면 위드의 신앙심은 사제들을 부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사제들은 즉시 위드의 명령을 행동에 옮겼다.

50명의 사제들이 동시에 스펠을 외웠다.

"프레야 여신의 미모는 모든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이것은 진리! 우리의 믿음의 힘이다. 슬로우!"

주문은 해괴하기 짝이 없었지만, 사제들의 마법은 그대로 먹혀들었다.

거대 개미의 질주하는 속력이 조금이나마 늦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50인의 마법이라고 해도 그대로 중복되어서 먹혀들지는 않았지만, 1명이 거는 마법보다는 훨씬강하다.

그런 만큼 거대 개미의 날쌘 움직임은 점점 느려지더니 마침내 둔중하게 변했다.

"왕실 기사들은 그대로 공격하고, 병사들은 활을 쏘아라. 활이 없는 병사들은 사제들을 보호한다."

"옛."

병사들 100명이 화살 공격을 가했다.

거대 개미의 움직임은 충분히 늦춰졌고, 몸집이 워낙에 커서 화살이 빗나갈 확률은 거의 없었다.

나머지 300여 병사들이 사제들을 보호할 때에 위디는 뛰쳐나와 거대 개미를 공격하기 위해 달렸다.

사제들은 슬로우 마법을 지속하기 위해 계속 마나를 소모하고 있었다.

'오래 끌 수 없다.'

화살로 야금야금 공격해서는 거대 개미의 생명력을 크게 깍아 놓을 수 없었다.

'몸집이 큰 만큼 생명력도 많은 것 같군.'

위드를 시작으로 기사들은 검을 들고 용감하게 거대 개미를 난도질 했다.

거대 개미를 타고 올라가서 등을 찌르고, 다리를 칼로 베는 것이었다.

개미의 머리가 있는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찔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위드는 열심히 칼을 휘둘렀다.

거대 개미는 한참을 버텼다.

발버둥을 칠 때마다 개미의 등에 붙어 있던 기사들은 땅바닥으로 추락을 하고, 짓밟히지 않기 위해 도주했다.

기사들이 떨어질 때마다 위드의 가슴이 철렁했지만 그래도 왕실 기사들인 만큼 쉽게 죽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일부 사제들은 기사들을 치료해 주었다.

거대 개미는 그 후로도 한참을 버텼지만, 위드와 사제들, 기사들의 협공을 이기지 못해 끝내 목숨을 잃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개미 껍데기 일부를 획득하셨습니다.

-개미의 더듬이를 획득하셨습니다. 더듬이를 통해서 숨겨진 여왕개미굴의 위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대단하군."

위드는 거대 개미를 잡고 나서야. 이 몬스터의 레벨이 350이 넘는다는 것을 알았다.

"굉장한 난이도다."

이 정도라면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몬스터였다.

하기야 지금까지는 명성이 너무 높아서 난이도 높은 의뢰를 쉽게 받았지만, 사실 난이도 C의 의뢰가고 해도 일반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수준이었다.

위드는 왕실 기사들과 병사들의 협력 속에서 무사히 거대 개미 사냥을 마칠 수 있었다.

그 후에는 마을로 다시 돌아가서 코쿤에게 거대 개미의 껍데기를 보여 주었다.

"나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네. 이곳의 사정을 모르는 이방인이 그저 거만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이라고 여겼지. 그런데 정말로 거대 개미를 잡았군."

위드가 거대 개미를 잡고 얻은 껍데기를 살펴보며 코쿤은 크게 감탄했다.

"놀랍군. 정말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는데. 이 정도라면 자네가 뛰어난 전사라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네."

띠링!

코쿤의 불신 왈뇨

마을에서 거대 개미를 5마리 이상 사냥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위대한 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렸고, 마을을 수호했다. 코쿤을 통해서 마을 주민들은 이제 당신의 실력을 알게 될 것이다.

퀘스트 보상 : 코쿤의 소검.

-경험치를 습득하셨습니다.

-명성이 6 올랐습니다.

확인해 보니 이번에는 경험치가 15%가량 올라 있었다.

명성도 획득하였지만, 그보다 더 큰 수확이 있다면 이제 마을 사람들이 위드를 상대해 준다는 것이리라.

"이건 내가 쓰던 소검인데, 특별히 자네에게 주도록 하지. 자네와 같은 전사라면 나와 친해질 자격이 있어."

코쿤은 품에서 작은 소검을 꺼내 위드에게 건네주었다.

". . . . . . ."

이물질이 상당히 묻어 있고 칼날이 무디어 보이는 검이었다.

"어디에 쓰는 검입니까?"

"나무껍질을 벗겨 낼 때에 좋지. 쓸 만한 소검이라네."

위드에게는 자하브의 소검이 있었지만, 일단은 챙기기로 했다.

코쿤은 말을 이었다.

"자네와 같은 전사에게는 이 마을의 사정을 좀 더 확실히 이야기해 줘야겠군. 여긴 정말 위험한 곳이야. 그러므로 함부로 행봉하다가는 죽음을 면치 못하지. 또한 절대로 오크들을 얕보지 말게나. 어릴 때부터 강한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자란 오크들은 아주 강해. 그러니 이 평원의 주인은 오크들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야."

"오크들을 주의해야겠군요."

"오래 살고 싶다면 그래야지. 그런데 최근에는 유로키나 산맥의 정상에 있는 다크 엘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야. 어디선가 알 수 없는 마법을 쓰는 이들이 나타나서 다크 엘프들과 협력하고 있는 것 같아."

위드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습니까?"

"일개 사냥꾼인 나로서는 유로키나 산맥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 그런데 다크 엘프들과 오크들이 몇 번 싸우는 것을 보았다네. 지금까지는 번식력 좋은 오크들이 다크 엘프들을 압도했지. 정령술과 마법이 뛰어난 다크 엘프들이라고 해도 오크들의 숫자에는 밀릴 수밖에 없었거든. 그런데 흑마법을 쓰는 이상한 자들이 협력하면서 오 크들이 패배하는 경우가 많아지더군. 죽은 오크들이 다시 살아나서 동족을 공격하고, 강성한 오크들이 힘이 빠진 것처럼 전투에서 비실대었다네. 그리고 전투에 패배한 오크들의 시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지. 너무나도 놀라운 이 전투를 구경하다가 나도 몇 번이나 죽을 뻔했어."

위드는 다크 엘프들과 협력하는 이들이 바로 바르칸의 네크로맨서들임을 알 수 있었다.

"오크들을 압도한 다크 엘프들. 그들이 사는 곳에 처음에는 요새와 성 그리고 탑들이 지어졌어. 다크 엘프들이 성을 짓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지 않나?"

"그렇죠."

엘프들은 일반적으로 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종족이었다.

다크 엘프들은 그와는 정반대로 전투를 즐기는 성향가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냥 숲에서 살지 인간들처럼 성을 짓는 경우는 없었다.

"다크 엘프들은 마치 전쟁을 준비하는 것처럼 성벽을 높게 쌓더군. 오크와의 충돌이라도 지속적으로 벌이려는 것일까? 아니면 반드시 숨겨야 하는 어떤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나로서는 알 수 없지. 오크와 다크 엘프들은 본래 앙숙이었으니까. 다만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은, 다크 엘프들이 강해지면서부터 매일 밤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야."

"밤이 길어지다니요?"

"일정한 시간이 되면 다크 엘프들이 성에서부터 검은 구름이 만들어져서 하늘을 덮고 잇어.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 자네도 저녁이 되면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네."

이것으로 위드는 절망의 평원의 내부 사정에 대해서 대충 알 수 있었다.

"이제 나도 사냥을 하러 가 봐야겠군. 참, 우리 마을에 모스와 에이미 오누이가 있어. 그들에게는 모습이 바뀌는 몬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게나."

그러고는 방패와 칼을 들고 마을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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