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5권 : 조각 변신술 (7/520)

조각 변신술

위드는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았다.

이제 마을 주민들은 위드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우리들은 강한 전사를 좋아한다. 친구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힘은 꼭 필요한 것이지."

"거대 개미를 다섯이나 해치웠다면서? 대단하군. 내게 꼭 필요한 일이 있는데 잠깐 시간이 되면 도와주겠는가?"

위드는 그들에게서 간단한 퀘스트를 받아 진행하면서 마을의 사정에 대해서 알아 갔다.

유배자들의 마을에서는 잡화점이나 변변한 상점도 없고, 그저 민가에서 간단한 음식 재료들을 구할 수 있을 정도였다.

'상업적으로 발전하기는 힘들겠군.'

위드는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울고 있는 소년을 보았다.

위드는 그 순간 코쿤이 말한 모스라는 소년임을 직감했다.

이 작은 마을에 소년이라고는 몇 명 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위드가 다가가서 묻자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여행객이시군요. 여행객이 알 만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 . . . . . ."

완전히 심한 문전 박대였다.

그렇지만 위드는 물러서지 않았다.

본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

"이 마을의 주변에는 몬스터들이 많더구나. 혹시 모습이 바뀌는 몬스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는 거니?"

몬스터라는 말에 소년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소년의 눈빛은 적개심으로 가득했다.

"모습이 바뀌는 몬스터를 사냥해 본 적이 있나요?"

"그럼. 나는 많은 종류의 몬스터를 사냥해 봤지."

"그러면 우리들을 도와주세요. 몬스터 때문에. . . . 그 증오스러운 모습이 바뀌는 몬스터가 제 여동생을 탐내고 있어요."

왠지 퀘스트의 느낌이 강하게 오는 위드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말해 봐라."

"실은. . . . . ."

소년은 그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 주었다.

마을을 습격한 몬스터들은 모스의 여동생인 에이미를 보았다. 몬스터 무리를 이끌던 도플갱어는 한눈에 에이미에게 반하고 말았다.

"맘에 든다, 인간! 배불리 먹어 줄 테니 따라와라!"

도플갱어는 에이미를 잡아가려고 하였지만, 어린 에이미는 완강하게 버텼다. 오빠인 모스를 두고 떠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도플갱어는 모스의 몸으로 변신을 했다. 얼굴과 몸의 형태 등 모든 것이 모스와 동일했다.

"이제 됐지? 나와 같이 살자."

"본래 모습도 찾을 수 없이 매번 바뀌는 몬스터에게 잡혀가서 당신의 애를 낳는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겠어요!"

에이미가 목숨을 끊겠다고 협박을 하자, 도플갱어는 마지 못해서 제안을 했다.

도플갱어는 타인의 능력을 고스란히 복제하는 게 장기였지만, 그외에도 매우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어서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보통의 탐욕스러운 몬스터라면 강제로 끌고 갔겠지만 그만크 에이미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좋다, 인가. 나는 인정이 많은 편이지. 그러면 앞으로 3년가 기다려 주겠다. 그 후에 널 데려갈 테니 준비해! 만약 그때오 거부한다면 마을 사람들을 다 죽일 것이다."

도플갱어가 약속했던 시간은 이제 불과 3개월이 남았을 뿐이었다.

모스는 눈물로 애원했다.

"부디 제 여동생이 도플갱어에게 잡혀가지 않도록 해 주세요. 아무것도 가진 것은 없지만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도플갱어는 마을의 북쪽 숲에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띠링!

도플갱어가 탐내는 마을의 미녀

몬스터들은 인간을 수집품으로 여긴다.

드플갱어는 자신의 눈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에이미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

도플갱어를 죽여 에이미가 끌려가는 것을 막아라!

난이도 : C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제한 : 모스와 에이미가 반드시 생존해야 함.

'모습이 바뀌는 몬스터가 도플갱어를 뜻하는 것이었군.'

보통 때라면 이런 의뢰는 그냥 거부해 버렸을 것이다.

퀘스트의 보상이 분명치 않았고, 도플갱어라면 굉장히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마법도 잘 쓰고, 능력을 복제할 수 있기에 일반적으로 사냥하기 힘든 몬스터의 하나였던 것이다.

냉철하고 차가운 면이 있는 위드였지만, 소년의 눈을 보는 순간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아주 어릴 때에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여동생만이 남았다.

세상에서 버림을 받은 것만 같았다.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간절히 기대고 싶고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그런데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만약에 한 줄기 간절한 희망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그로부터 거절을 당한다면, 그 좌절감은 형용할 수 없었으리라.

위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에이미는 반드시 내가 지켜 주겠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여행객님!"

모스가 감사를 표했다.

위드는 다시금 왕실 기사들과 사제들, 병사들을 동원했다. 베커와 부란 들은 그사이 철저히 군기가 다져진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적으로 편안한 로자임 왕국에서 군생활을 하다가 절망의 평원까지 얼떨결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첫 사냥의 대상은 거대 개미!

밟혀 죽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다닌 병사들이었다.

그러나 무사히 살아남음으로써 각기 레벨이 2, 3씩 올랐다.

위드에 대한 일반 병사들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대장님,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모스라는 소년과 에이미라는 아름다운 소녀. 선량한 마을 주민들을 괴롭히는 도플갱어를 처치하기 위함이다. 도플갱어가 에이미라는 소녀를 노리고 있다."

"반드시 처단해야겠군요."

호스람이 다부진 어조로 말했다.

왕실 기사들의 태도도 한결 누그러졌다.

"약한 이들을 지키는 건 기사의 본분, 이번 일만큼은 따르도록 하지요."

"어린 소녀가 마물로부터 고통받고 있다고 하니 기사로서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

"도플갱어를 처단하는 일에 우리를 꼭 데려가 주십시오."

위드는 병사들과 기사들을 데리고 도플갱어들이 있다는 북쪽 숲으로 향했다.

근처에는 각종 대형 몬스터들이 들끓었고, 북쪽 숲에는 귀곡성마저 울려 퍼진다.

햇빛이 사라지고 음습한 기운이 감돌았다.

"땅이 오염되어 있습니다."

"여긴 저주받은 숲입니다."

사제들의 잇따른 경고에도 위드는 물러서지 않았다.

"콜 데스 나이트!"

데스 나이트 반 호크를 앞세운 채로 부대를 전지시켰다.

"후우, 이곳은 나에게 친숙한 곳이군."

데스 나이트는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도플갱어를 발견했다.

놈이 도플갱어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외모가 모스라는 소년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위드는 병사들과 함께 열심히 도플갱어를 공격했다.

도플갱어는 모습을 몇 차레나 바꾸면서 싸웠다.

병사들이나 왕실 기사, 데스 나이트의 기술을 번갈아 쓰면서 버텼다.

놈이 사용하는 다양한 기술은 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지만, 위드와 데스 나이트의 합공과 사제들의 치유술 덕분에 병사들은 승리할 수 있었다.

위드는 병사들을 데리고 열심히 의뢰를 맡았다.

유배자들의 마을 주변에는 온갖 몬스터들이 나온다.

거대 개미나 도플갱어 등 평소에 발견하기 힘든 몬스터들을 시작으로 해서, 기괴한 식물, 동물, 혹은 어떤 동굴안에서는 화염 괴수를 처치해 달라는 임무도 맡았다.

"대장님을 밑습니다."

"대장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가겠습니다!"

병사들을 끌고 다니는 위드!

실상 병사들의 전투력은 초반에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약했던 까닭이었다.

그러나 강한 몬스터를 하나하나 사냥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왕실 기사들의 숙련도도 올라가고, 사제들과의 협공 플레이도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위드의 지휘력이 빛을 발한 덕분이었다.

주변의 대형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퀘스트를 휩쓸고 다니는 위드!

위험천만한 순간들도 수없이 많았지만, 위드는 무사히 의뢰들을 해결하고 다녔다.

그러면서 경험치가 매우 빠른 속도로 차올랐다.

그냥 몬스터를 1마리 사냥하면 일정량의 경험치와 함께 아이템이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퀘스트를 받아서 사냥을 하면 몬스터를 잡을 때 외에도 퀘스트의 경험치 보상이 아주 짭짤했다.

굳이 3배가 아니더라도 로자임 왕국 등에서 받는 경험치보다 훨씬 많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위험지역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군.'

다만 단점은 퀘스트로 받는 물건들의 질이 형편없다는 것.

기술력이 발전되지 않은 동네이기 때문에 무기라고 지급하는 것도 조악한 수준인 것이다.

위드는 병장기를 구할 때마다 왕실 기사들과 병사들을 무장시켰다.

"고맙습니다, 대장님."

"잘 쓰겠습니다."

아이템을 넘겨줄 때마다 위드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한번 준 아이템은 도로 빼앗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처음 부터 안 준다면 모를까 줬다가 뺏으면 친밀도가 상당히 하락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 . . . . .'

위드는 병사들과의 사냥을 통해서 레벨을 279까지 올렸다.

그때에도 병사들도 상당히 레벨이 올랐고, 왕실 기사들이나 사제들도 제법 강해졌다.

그러나 다크 엘프나 오크들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었다.

오크!

오크라면 워드에게 당장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개 있었다.

욕심많고 끈질긴 종족.

집착이 강해서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바퀴벌레처럼 빠르게 번식하며 전투를 잘한다.

그런 오크들이 최소한 수천, 어쩌면 수만이나 되었다.

"으으으!"

동굴로 돌아온 위드는 답답함에 끙끙 앓았다.

마을 주변의 사냥은 어느 정도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체 무슨 수로 오크들과 다크 엘프들, 거기에 네크로맨서들까지 이긴단 말인가!

부하라고는 기껏해야 백부장 넷과 병사 400, 왕실 기사 10명이 전부였다.

물론 사제들 50명이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싸워 줄 병력이 뒷받침되었을 때에나 도움이 되는 전력이었다.

왕실 기사들의 실려온 프레야의 성기사들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쳐도 숫자에서 달린다.

이 전력으로 유로키나 산맥에 오른다면 백전백패! 필시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네크로맨서들은 만나 보지도 못하고 오크들에게 죽게 될 것이다.

사방이 적이었다.

네크로맨서나 오크들은 확실한 적!

네크로맨서와 협력하고 있는 다크 엘프들도 적이라고 봐야 한다.

위드의 냉철한 머리가 회전을 시작했다.

평상시에는 아부와 눈치 보기, 결국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어 볼까 하는 쪽으로 돌아가는 머리지만, 지금은 상황에 따른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고생하고 있었다.

지러잉도 밟으면 꿈틀거리는 법이다.

'적들이 강하다. 그런데 적들은 서로 친하지 않아.'

마침내 위드의 머릿속에 언제인지 모를 시절, 소설책에서 봤던 문장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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