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8권 (13/520)

달빛조각사8권

로디움

예술가들의 도시 로디움은 구걸을 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광장에서부터 각 성문에 이르기까지 한 푼만

달라는 사람들이 널려 있는것이다. 

"한 푼만 줍쇼! 참,자네 이번에 물감 색은 어떻게 정했나?" "글쎄, 나만의 색깔ㅇ르 새로 만들어서 쓰려고

했는데, 자네도 알다시피 물감 값이 만만치 않잖아." "그렇지 자네 정도라면 웬만한 물감은 쓰기 어렵지."

"어쩔 수 없이 다시 기초적인 원색 계열로 해야 될것 같아." 에술을 논하는 거지들!

도시 로디움의 어디서나 볼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 거지들이 지금은 심각한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나타난 위드라는 거지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들 구걸을 하기 위해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역으로 그의 구걸 실력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허어."

위드는 망연자실하게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예티의 흰 털옷을 입고 이 더운 날씨에 그대로! 그가 있는 광장 한복판은 유독 사람이 몰리는 곳이었다.

" ........ "

위드는 하늘을 보며 우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절망과 탄식,아픔,좌절, 회한!

이런 감정들을 보여 주면서 그저 앉아 있었다. 쨍그랑! "힘내세요."

"조금만 더 지나면 좋은 날도 있겠지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삶이 그렇게 척박한 것만은 아닙니다"

"이돈으로 옷이라도 좀 ... 그 털옷은 너무 더워 보이네요." 

위드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

지나가던 여행객들은 그저 스스로 상상을 할 뿐이었다. 

'굉장히 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인가 봐.'

'어쩌면 저렇게 애절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을까'

'마음이 다 아프네.'

그리고 알아서 돈을 던져 주고 지나갔다.

마음으로 돈을 끌어들이는 경지! 

하지만 이순간에 위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안다면 모두들 좌절하고 말 것이다.

 '대학교에 합격하고 말다니... 앞으로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녀야 한다는 거잖아! 책값은 또 얼마나 비싼데.

있을수 없는 일이야. 정말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어.'

남들은 다들 원하는 대학교 합격. 그것을 떠올리면서 슬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얼굴이 어찌나 가련하고 청승맞아 보이던지. 위드는 다른 예술가들로부터도 질시를 받지 않앗다.

"자네, 아직 젊은 사람이 그렇게 낙담하지 말게."

위드는 오로지 한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파보가 혀를 끌끌 차며 물어온다.

"힘을 내게. 세상은 넓어. 여자에게 차였는가?"

도리도리.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차마 대학교에 합격했다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슬픈 일.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에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가스톤과 파보는 더 큰일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좌절해서는 안 되지."

그러면서 파보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이제 손만 뻗으면 위드의 앞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동전들을 주울 수 있는 거리였다.

샤샤샥!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위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앞에 있던 동전들을 품안에 넣었다. 누가 미리부터 보고 

있었다고 해도 잘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움직임.

아무리 슬프더라도 돈애 대한 애착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었다.

'가뜩이나 돈이 없는데, 이런 푼돈이라도 챙겨야지.'

금화 1개와 은화 여러 개. 나머지는 모두 동전인 쿠퍼들이었다. 

그런데 그 금액이 무려 1골드 40실버나 된다.

이쯤 되면 동전이라고 해도 무시 못할 액수.

현재의 위드에게 있어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로디움의 가난한 예술가들에게는 적은 돈이 아니었다.

파보는 더욱 다가와서 위드의 어깨를 두들겼다.

"허어, 정말 궁했나 보군. 그런데 밥도 안먹고 계속 이렇게 앉아만 있을 건가?"

위드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거지 떼들 때문에 고립되어 있을 뿐이다.

말을 듣고 보니 상당히 배가 고파 왔다.

"내가 맛있는 식당을 알고 있는데, 같이 갈 텐가?"

"음식 값이 얼마입니까?"

위드는 날카롭게 질문을 했다.

"대충 20쿠퍼면 먹을만할 걸세."

20쿠퍼면 보리빵 7개 정도의 금액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먹는다면 포만감을 더욱 채울수 있다.

'이쯤이면 충분하겠지.'

위드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으로 가죠."

처음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도시에 온 그에게,많은 거지 떼들이 달라붙었다. 하지만 무사히 모두를 물리쳐 낸것이다.

광장의 거지들은 위드가 떠나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척이나 반가워하고 있었다.

'거지들에게도 내 돈을 빼앗기지 않았어. 오히려 1골드도 넘게 벌었다.'

애초에 몇 푼 던져 주었으면 되었을 것을, 돈을 지켜 내고야 만 것이다.

이 뿌듯함, 자부심!

이제 위드에게 구걸을 하려는 예술가는 아무도 없을것이다.

"이쪽으로 오게. 여기 싸고 맛있는 식당이 있어. 나만 따라오면 맛있는 것을 먹여 주지."

가스톤과 파보는 위드를 복잡한 골목길에 있는 식당으로 이끌었다.

광장에서는 한참을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제법 맛있을지도 모르겠군.'

보통 대로변에 있는 식당보다는, 골목 안쪽의 작은 식당들이 가격도 훨씬 싸고 맛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식당들이 마치 보물처럼 숨어 있는 것이다.

도시의 토박이들만 알수 있는 식당!

위드는 작은 식당에 앉아 가스톤과 파보와 함께 음식을 들었다.

가격이 싼 만큼 메뉴는 간단한 수프에 샐러드, 빵 정도였다. 그러나 좋은 품질의 곡물로 만든 빵은 말랑말랑하고

감칠맛이 있었다.   "맛있군요."

위드는 음식을 먹으며 만족했다.

직접 빵을 만들수도 있지만, 그만큼 재료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 정도 정성이 들어간 빵이라면 돈이 아깝지 않았다.

파보도 싱긋 웃었다.

"맛있지. 게다가 이런 싼값에 파는 식당도 많진 않으니까."

그 점에서만큼은 위드도 동감이었다.

그 때문에서인지 골목 안쪽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내부에는 손님이 꽤나 많았다.

위드는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덕분에 싸게 잘 먹었습니다."

"이제 뭘 햐려고 하는가?"

파보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도시를 둘러봐야지요"

"관광객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로디움에 오는 관광객들은 굉장히 많았다. 일부러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성과 도시들을 구경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관광객이라면 다짜고짜 구걻터 하지는 않을터였다.

"직업과 관련된 스킬을 알아보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러면 자네의 직업이 ....."

"조각사입니다."

"어려운 직업을 택했군."

가스톤과 파보는 딱하다는 듯이 위드를 보았다. 동시에 구걸을 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여행가로서 도시에 온게

아니라 조각사였다면, 어디서 시작했든지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가스톤이  말했다.

"예술 계통에서는 조각사처럼 기초적인 직업일수록 더욱 어려운 법이지. 기술적인 손놀림도 필요하고, 마음먹은대로 

작품을 만들지도 못하니까, 이곳 로디움이라고 해도 예술 계열의 직업을 택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아.

대체로 생산 계열의 직업들을 가지고 있지. 세상에는어떤 위대한 조각사도 있는 모양이지만 말이야."

"위대한 조각사요?"

"남들이 다 외면한 조각사를 택해서 열정과 노력으로 극복한 사람이라더군."

"그런 사람이 있다니 대단하군요. 이곳 로디움에 잇다면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그는 로자임 왕국에 있다는데, 무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만들었다지 않는가, 웬만한 조각사라면 상상도 못 할 물건이야,

그 외에도 대륙 곳곳에 그가 만든 조각품들이 숨겨져 있다고 하지. 천공의 도시 라비아스에서도 아마 그의 작품인것으로

추측되는 조각품들이 발견되었어. 그의 조각술 스킬은 최소한 중급 7레벨 이상. 그의 조각품을 보면 굉장한 능력이

부여되는 모양이야."   ".......... "

위드는 자신의 이야기가 이토록 많이 퍼져 있다는데 대해서 약간은 놀랐다. 모험가 위드로는 상당히 알려져 있지만,

조각사로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이었다.

'하기야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이쪽이 더 유명할 수도 있겠지.'

위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가려는가?"

"예."

"그럼,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보도록 하세. 혹시라도 나중에 많이 성장한 후에, 좋은 그림을 사거나 집을 짓고

싶다면 우리에게 연락하도록 하게나."

가스톤과 파보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예술가들의 도시 로디움.

가난한 이들이 들끓고 있는 곳이었지만, 도시에는 아름다움과 낭만이 존재했다.

주변의 경관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훌륭한 양식의 건축물들. 길거리 여기저기에도 섬세한 기교로 만들어진 예술품들부터

조악한 것들까지 다양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도시 전체가 빛과 화려한 색채로 가득했다.

거리에서는 또 젊은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품을 만든다. 어떤 이들은 음악을 연주하고, 즉석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방문을 하고, 그보다 더 많은 예술가들이 꿈을 키워가는 도시인 것이다.

다만 도시에 돈이 없다 보니, 멋지게 지어지긴 했으나 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쉽게 낡아 가고 잇는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로디움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영주조차 없는 도시라고 불리겠는가!

대륙의 각 성과 마을들의 영주 자리가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을 때에도 로디움만큼은 평화롭기 짝이 없었다.

어떤 도시든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바로 돈이다. 시민을 늘리고, 농경지를 확대하고 기술력을 키우고, 교역품을 증가시키는 

모두가 예산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로디움에서는 다른 도시들처럼 무기나 방어구들이 활발히 팔리지 않는다. 근처에 좋은 사냥터가 있어서

사냥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괜히 차지하고 있어 봐야 손해만 볼 자리에 욕심을 낼 사람은 없는 것이다.

"역시 예술은 돈이 되지 않아."

위드의 신념이 더욱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대장장이나 재봉, 인챈트의 직업을 선택한 이들도 힘들다고 아우성이었지만, 예술 계열에 비하면 백배쯤은 편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위드는 천천히 로디움을 한 바퀴 돌았다.

  오, 당신은 나의 태양. 나의 축복. 나의 연인!

  영원히 당신과 함께!

젊은 바드들이 공연장에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

로디움에는 유독 바드들이 많다.

바드는 사냥터에서 부대의 사기를 올리고, 전투력을 향상시킨다. 부수입으로는 이런 식으로 공연을 해서 관중으로부터도

돈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즉 구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이점이 이쓴 것이다.

어디에 내던져 놓더라도 먹고는 살 직업!

그런 이유로 인해서로디움에서 가장 존중받는 직업도 바드였다.

그다음에 존경받는 직업은 세공사다.

세공사들은 각종 귀금속들을 아름답게 세공할 수 있다.

조각사도 경지가 오르면 어느 정도 보석을 세공할 수 있지만, 전문 분야인 세공사들은 차원이 다른 실력을 자랑했다.

금이나 은, 진주, 비취, 에메랄드, 사파이어 같은 귀금속들을 세공해서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것이다.

세공사라는 직업은 조각사보다 좀 더 전문화되고 특성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확실히 예술가들의 도시답군."

위드는 로디움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예술 작품들을 감상했다.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든 예술가들의 길드가 모여있고, 생산직 계열의 길드들도 존재한다. 많진 않아도 

기본적인 전투 계열 길드도 자리는 잡고 있었다.

이 로디움에 존재하는 길드의 개수만 해도 무려 300여 개!

예술과 생산, 전투 계열의 길드들이 아우러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거의 온갖 잡다한 직업들이 다 모여 

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위드는 길드들이 있는 거리에서 발길을 멈췃다.

"그럼 어디서부터 정보를 조사해 볼까?"

달빛 조각술에 대한 힌트는 예술가 길드에서 얻으라고 했다. 로디움의 주민들이나 길드장들과 친해질 필요성이 생긴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빼앗는 아부와 칭찬!

인생의 동반자처럼 느껴지는 거침없는 비난!

이러한 화려한 기술을 가진 위드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ㅇ겨시 스킬부터 배우는 편이 좋겠지."

위드는 예술가들의 길드를 돌기 전에 근처에 잇는 워리어길드로 들어갔다.

로디움이라고 해서 일반 전투 계열 유저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워리어 부라마스는 특이하게도 로디움에서 시작한 유저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에게는 역사와 문화가 상존하는 로디움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초반에 그 선택은 매우 효과를 발휘했다.

풍부한 사냥감!

예술가들이 바쁘게 스킬을 향상시키고 있을때에, 부라마스는 도시 성벽 너머에서 쉽게 사냥감을 찾을수 있었다.

보통 다른 도시에서 토끼나 여우는 없어서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의 동물들이다. 그러나 로디움에서는 사방에서 노니는

이런 동물들을 잡음녀서, 부라마스는 빠르게 성장했다. 

몇 명 되지 않는 전투 계열 직업들끼리 똘똘 뭉쳐서 다닌 덕분에 당단한 결속력도 가지고 있었다.

'로디움 출신 중에 나보다 뛰어난 워리어는 없어.'

부라마스에게는 스스로 로디움 최고의 워리어라는 자부심이 생겨났다.

그가 워리어 길드에서 새로 익힌 스킬을 연습하고 있을때였다. 길드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오, 자네는 이 로디움에 방문한 워리어인가?"

워리어들끼리는 직업적으로 친했다. 서로 위험할 때에 상대방을 보호해 주는 역활을 할 수 있는 만큼, 파티에 몇 명이 

있더라도 좋은 직업인 것이다.

막 길드에 들어온 위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전 워리어가 아닙니다."

"그러면 우리 길드에는 뭐하러 왔는데?"

"스킬을 익히러 왔습니다. 별다른 용건이 없다면 이만."

위드는 부라마스를 지나쳐서 길드의 수련소로 들어갔다.

'대체 우리 길드에서 뭘 하려는 거지?'

부라마스는 호기심에, 그 뒤를 쫓아갔다.

위드는 수련소의 교관앞에 서 있었다. 교관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무슨 용건으로 왔지?"

단순하고 책임감이 강한 워리어들은 예술을 하는 이들을 싫어한다. 교관은 위드에게서 불쾌한 예술가의 기질을 보고

싸늘하게 대하는 것이다.

위드는 아무말 없이 예티의 가죽 옷을 벗어서 배낭에 넣었다. 대륙은 이미 충분히 더운 만큼, 더 이상 가죽 옷을 

입을 필요는 없었다. 그런 후에는 상체를 덮고 있던 갑옷도 벗었다.

"날 때려 주십시오."

"뭐라고?"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저의 의지를 시험하고 싶습니다."

부라마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것은 워리어들이 새로운 스킬을 익힐 때의 약속된 문구가 아닌가!

'틀림없이 워리어의 스킬 습득인데, 이상하네.'

교관은 몽둥이를 들었다.

"감히 나약한 예술가가 그런 오만방자한 발언을 하다니. 그말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교관은 몽둥이로 위드의 가슴을 힘껏 내리쳤다.

퍼억!

무시무시한 위력으로 휘둘린 몽둥이! 하지만 위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는 안 되는가 보군. 그러면 다시 한번 때리겠다."

퍼어어억!

그런데 이번에도 위드의 얼굴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군."

교관의 태도가 조금 공손해지고, 몽둥이를 들고 있는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팔뚝에서 힘줄이 솟아났다.

"참기 힘들면 말을 하게. 억지로 버티면 죽을 수도 있으니."

"전 괜찮습니다."

"그러면 계속하겠네."

퍼버버벅!

교관은 갈수록 세게 몽둥이질을 했다. 그런데도 위드는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교관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마침내 몽둥이가 찌지직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헉헉!굉장하군, 자네."

교관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혹시 맞을 때에 눈을 감은 적이 있는가? 이건 비밀리에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지만, 눈을 감으면 아픔이 덜해진다더군.

그게 더 큰 매질에서도 견딜수 있는 힘이 된다고해."

띠링~

-스탯 맷집이 생성되었습니다.

잘 맞는 능력.

많이 두들겨 맞은 몸은 내성이 생겨서 훨씬 강한 매질에도 견딜 수 있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도 오르는 인내력과는

달리 오로지 맞는 것으로 성장하며, 생명력을 증가시켜 주는 데 기여한다.

스킬: 눈 질끈 감기를 익히셨습니다.

눈 질끈 감기 1 (0%) : 공격을 당하는 순간에 눈을 감음으로써 피해를 최소화시킨다. 스킬의 레벨이 1단계 오를때마다

3%씩의 피해와 고통을 감소시킨다.  다만 전투 중에 함부로 눈을 감을 경우에는 더큰 위험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함.

새로운 스탯과 스킬!

하지만 눈 질끈 감기는 굉장히 위험한 수단이기도 했다.

적의 무기가 날아오는 순간에 눈을 감는다. 초보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지만, 정확한 타격 순간에 눈을 감아서 피해를 

분산시켜야 한다. 

몬스터의 연속된 공격에 취약해질 뿐더러 자칫하다가는 반격을 못 하거나 위험한 부위를 노출시킬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위드는 다시 갑옷을 입었다.

"잘 배웠습니다. 평소에 워리어라는 직업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동료들을 지켜 주고, 몬스터와으이 전투시 최전방에서

싸울 수 있으니까요. 든든한 남자가 되어서, 다시 기회가 된다면 돌아오겠습니다."

"나야말로 동룔르 지켜 줄 수 있는 훌륭한 남자를 가르칠수 있어서 영광이었네. 언제든지 찾아오도록 하게."

위드는 교관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후에 수련소를 나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그때 부라마스는 입을 떠억 벌리고 있었다.

'말도 안돼!'

방금 위드가 배운 스킬은 인내력이 무려 400을 넘어야 익힐 수 있는것이다. 때문에 아직 부라미스도 배우지 못했다.

애초에 인내력 자체가 그렇게 쉽게 오르는 스탯이 아니다. 몬스터에게 심하게 맞아 위험한 지경에 처해야만 찔끔찔끔

오르게 된다. 하지만 몬스터에게 맞는 경우가 어디 그렇게 흔하던가!

'그런 위험한 전투는 잘 하지 않지.'

대부분 워리어는 혼자 다니지 않는다. 파티 사냥을 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그렇게까지 많이 맞을일이없다.

워리어가 한대 맞을 때에, 파티의 전투 인원이 적어도 서너 대를 때린다. 훨씬 덜 맞고 몬스터를 잡는 것이다.

그런만큼 레벨이 높다고 해도 인내력은 잘 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인내력이 상승할 때는 정말로 한계 상황에 이르렀을 때였다.

몬스터의 공격력이 자신의 방어력을 훨씬 초과해서 많은 데미지를 입었을 때! 인내력은 생명력이 거의 바닥 수준에 

이르렀을 때에 잘 상승한다. 맷집은 많이 맞는 만큼 오르지만, 인내력은 말 그대로 참아 내는 힘이라서 올리기가 까다로웠다.

최고의 전투 감각을 가지고 일부러 몬스터에게 맞아 주면서 자신의 생명력을 조절할수 있어야 된다.

한 대만 더 맞아도 죽을 정도의 상황!

몬스터의 공격력이란 딱히 정해진 게 아니다. 제대로 맞으면 큰 피해를 입기도 하고, 빗나가면 거의 피해가 없기도하다.

이런 공격들을 맞아 가면서 정확하게 생명력을 최저치까지 유도할수 있어야 했다.

대체로 정상급 워리어들도 인내력을 250이상 올리지 못한것을 감안한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부라마스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물었다.

"대체 당신의 직업이 뭡니까?"

위드는 대답해 주었다.

"조각사요."

"..........."

부라마스는 할말을 잃어버렸다.

차가운 장미 길드에서는 백방으로 손을 써서 사람을 모으고 있었다.

"원정대에 참여할 사람이 필요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 이대로는 안 된다."

차가운 장미 길드의 유저들, 동맹 길드에서도 원정대에 참여하겠다고 밝혀왔다.

고레벨 유저들만 400여명. 원정대가 출발하는 날에는 다크 게이머들도 30명 합류시키리고 했다.

중견 길드치고는 굉장히 무리한 것이다.

중앙 대륙에서 언제까지나 치고받고 싸우는 것을 지겨웠기에, 이번 기회에 북부의 모험을 위하여 많은 투자를 하는것이다.

그럼에도 차가운 장미 길드의 수장인 오베른은 미진함을 느꼈다.

"북부 탐험은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는 편이 좋아. 하지만 무의미한 희생을 늘릴 필요는 없어."

모험대 차원의 북부 탐험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길드 차원의 대규모 원정대 파견은 처음이었다. 여러모로 길드의

명운이 걸린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오베론은 철저한 준비를 하고 싶었다.

"각 분야에서 최고들만 모집하는 거야."

모험가, 어쌔신, 도둑, 지도 제작사, 레인저, 탐험을 하는데 있어서 최고들을 섭외했다. 그외에도 필요한 직업들은 많다.

"성직자! 우리들이 저주나 큰 부상을 당했을 때 치료해줄 사람이 있어야겠지. 음식을 해 줄 요리사도 필요할 테고,

무기를 수리해줄 대장장이도 최소한 3명은 되어야 한다. 물품을 수송할 상잉ㄴ도 있으면 좋겠지."

길드 차원의 대규모 탐험대였기에 준비할 것이 한둘이 아니였다.

북부의 마을이나 성에 들어갔을 때 어떤 위기와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마 다른 길드들도 오베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에 아직 출발을 하지 못하고 있으리라. 길드차원에서 

북부 탐험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큰 모험이었다.

원정대가 준비를 마치고 출정을 하기 전까지 오베론과 차가운 장미길드에서는 사람을 섭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필요한 인재들을 모으던 중에 길드의 수석 마법사인 드럼이 말했다.

"오베론 대장."

"응. 왜?"

"로디움에서도 사람들을 좀 데려가죠."

"예술의도시? 그곳에서는 왜?"

오레론은 의아해서 물었다. 로디움에는 뛰어난 전사나 모험가가 없었던 탓이다.

북부 원정대가 결성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안 그래도 여기저기서 원정대에 참여시켜 달라는 요청들이 쇄도하고 

있었다. 원정대의 규모가 커지면 좋지만, 아무나 무한정 받아들일수만도 없다. 명성이 높거나 실력이 검증된 

유저들만 선별해서 발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로디움에는 예술가들, 그리고 생산직 계열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

"그들의 전공을 살리는 겁니다. 모험을 하는 중에 폭풍이라도 만난다면 원정대의 체력이 급속도로 저하될 겁니다. 

그럴 때에 건축가가 잇다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을 지어 줄수 있지 않겠습니까?"

드럼의 말에는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그건 괜찮은 계획 같군. 건축가의 합류라. 미처 생각을 못 해봣었어."

오베론도 찬성의 뜻을 표시하자, 드럼은 더욱 신이 났다.

"바드들은 사실 그렇게까지 쓸모는 없지만, 악기를 연주하면서 긴 여행의 피로를 씻어 주는 열활을 합니다. 댄서들도

비슷한 열활을 해 줄수 있죠. 그리고 어느 정도 인원이 모인다면, 이들의 춤과 노래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큰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바드로 인한 능력치 상승효과가 10%만 된다고 해도, 수백명이 모인 상태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한다. 거기에 댄서나

다른 직종들까지 합류한다면 상당한 전력이 상승되는 셈이었다.

기존의 공성전에서는 바드나 댄서들이 크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 암살자들의 대단한 활약 덕분에 생명력이 약한 

그들은 초반에 다 죽어 버린것이다.

바드나 댄서의 결정적인 단점!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던 당사자가 사망하면, 그것으로 인해 올랐던 능력치들이 더욱 크게 하락한다는 점에 있었다.

그래서 공성전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했으나, 대규모 탐험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았다.

오베론은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로군."

"그렇습니다. 대장. 거기에 다른 예술가들도 있다면 상당히 괜찮ㅇ르 겁니다. 그들의 효과가 당장 크게 부각되는것은

아니더라도, 사람ㄷ르이 많다 보면 어떤식으로든 긍정적일테니까요. 모험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최대한 

받아들여야 됩니다."

"좋아. 어차피 로디움이라면 북부로 떠나면서 거쳐야 할 장소이니, 그때 같이 데리고 가도록 하자."

위드는 워리어 길드에서 스킬을 배우고 나서 생산직과 예술가 길드가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선 관련이 있는 곳부터뒤져봐야겠지."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달빛 조각술에 대한 힌트가 이곳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위드가 먼저 찾은 곳은 조각사 길드였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길드로 들어가고 나오고 있었다.

'저곳부터 찾아보면 되겟군.'

그러나 조각사 길드로 들어가려고 하자, 경비병들이 창을 교차해서 앞을 막았다.

"로디움의 예술가가 아니라면 우리 길드에는 들어갈수 없소. 들어가고 싶다면 도시의 예술가로 등록을 하고 오시오."

"예술가로 등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예술가 조합에 가야지. 조합은 왼쪽 길 끝에 있소."

위드는 어쩔수 없이 예술가 조합부터 먼저 찾아야 했다. 예술가 조합은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3층 건물이었다.

'돈도 없으면서 건물만 화려하군.'

위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중년인 5명이 간단한 일을 보고 있었다.

"오랜만의 손님이로군. 그래, 무엇을 도와 드리면 되겠소이까?"

"예술가로 등록을 하고 싶습니다."

위드의 말에 중년인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우리 로디움 출신들은 따로 등록을 안 해도 되는데, 어디 다른 나라에서오신분인것 같군. 그래, 어디서 오셨소?"

"로자임 왕국에서 왓습니다."

"흠, 꽤 먼곳이지. 그렇게 먼곳까지 예술이 퍼져있다니 놀랍기 그지없군. 우리 로디움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겠소.

예술과 문화의 도시 로디움!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예술과 더불어서 살아야 인생이 깊어지는 것이지. 척박하고 메마른 

정서가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이야. 우리 로디움에는 많은 예술품들이 있고, 하나같이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하고 있다오."

위드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직접 눈으로 본 사실이다. 로디움의 거리나 집에 장식된 예술품들은 모두 어지간한

정성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다.

일반 도로에 그런 수준의 예술품들이 있을 정도이니, 이곳에 있는 저택이나 예술품들을 따로 모아 놓은 예술관 등의 

수준은 매우 높을 것이다.

로자임 왕국에서 왕성까지 들어가 본 위드였지만, 일단 이곳만큼 많은 숫자의 예술품들을 본적은 없었다.

많은 예술품들을 볼수 있으니 예술가들에게는 천국이라고 할 만한 도시였다.

게다가 이곳 로디움에는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어느 정도 명성만 된다면, 미술품이나 조각품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쉽게 받을수 있다. 

중년인의 로디움 자랑은 끝이 없었다.

"석양이 저무는 시간의 로디움을 보았소?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는 장면이지. 많은 관광객들이 이것을 보기 위하여

로디움에 찾아온다오.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예술! 예술의 도시 로디움에 온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하오."

하지만 위드에게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예술품보다 조금 더 많은 거지들! 아마 그 거지들만 안 보았더라도 중년인의 설명이 그럴듯하게 먹혀들었겠지만

이미 확실하게 겪어 본것이다.

돈이 없는 도시!

그로 인해서 주인도 없는 도시 로디움.

위드에게는 철저히 관심 밖이었다.

다만 이 로디움에도 장점은 있다. 미술품이나 조각품 거래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평소에 만든 

조각품들을 이곳 로디움에서는 약간 더 비싼 값에 팔수 있었다.

예술가들에 대한 각족 퀘스트도 활발하다. 상업의 발전도는 낮아도 문화의 번영도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예술에 대한

의뢰들이 많았다. 예술가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훌륭한 도시 로디움에서 예술가로 등록하는 법을 알고 싶습니다."

"음, 그것을 알려 줘야지. 다른 왕국 사람이 예술가로 등록을 하려면, 특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면 되오."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예술품을 만드는거지. 로디움의 거리나 성벽, 어느 장소든 좋소. 이곳에서 예술품을 하나만 만들면 되오. 우리 로디움에

대한 애정을 담은 예술품을 완성시켜 준다면 우리들은 진심으로 환영할 것이오. 그대는 조각사인 것 같은데,

그러면 조각품을 만들어 주면 될 것이오."

띠링!

로디움의 예술가

조각사들은 자신이 만든 조각품으로 노력과열정을 증명한다. 예술의도시 로디움에서 활동할 자격을 얻고 싶다면 자신의

조각품을 만들어라.

난이도 : 정해지지 않음.

퀘스트 제한 : 자신의 수준에 맞는 조각품을 만들어야 함. 그러지 않을 경우에는 명성이 대폭 하락하거나, 로디움에서의

              활동이 제한됨.

로디움에 예술가로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에 조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조각가의 수준에 맞는 작품을!

도처에 조각품이 널린 이유를 그제야 알수 있었다.

위드에게 웬만한 조각품을 만드는 것쯤은 이제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수준에 맞는 조각품이라면 최소한 명작이나 

대작 정도는 만들어야 했다.

"조각품을 만들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처음 유로키나 산맥에 왔을때, 마판에게는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상인으로서 전혀 모르는 지역에서 자리를 잡기는

그만큼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금방 적응 했다.

"세상에 돈을 벌 수 없는 곳이란 없어!"

돈에 대한 감출 수 없는 탐욕!

위드를 따라다니며 뿌리내린 놀라운 적응력이 활돌을 개시한 것이다.

"교역을 하자. 여러 마을들을 오가면서 물품을 사서 판매하는 거야."

유로키나 산맥에는 마을이 상당히 많다.

오크나 다크 엘프들의 마을.

평원으로 간다면 유배자의 마을들도 있다.

마판은 이들 마을을 오가면서 마차에 짐을 가득 싣고 교역을 개시했다.

"자, 물건을 삽니다. 각종 동물의 가죽에서부터, 사냥을 통해 얻은 잡템들 모두 삽니다!"

일단 유배자의 마을에서는 닥치는 대로 잡템들을 구입했다. 템, 덫이나 밧줄 같은 야영 도구는 수량도 많고 값도 

저렴한 편이었다. 

유배자의 마을들ㅇ르 돌며 마차 5대에 실을 정도로 물품을 구매한 다음, 마판은 다크 엘프의 마을로 이동했다.

다크 엘프들은 상당히 뛰어난 손재주를 자랑한다 드워프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드이 만든 각종 장비와 도구들은 

내구력이 높고 쓸 만한 것들이 많았다.

마판은 이곳에서도 최대한 물품을 구매했다. 유배자의 마을에서 산 가죽을 팔고, 가지고 있는 재산까지 몽땅 다털어서

물건들을 샀다. 그런후에는 오크 마을로 갔다.

오크 로드 불취가 있는 마을!

오크 종족 퀘스트가 해결되면서, 유로키나 산맥에서 새로 시작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난 오크다. 취췻!"

"모름지기 오크라면 콧소리를 낼 수 있어야지. 취이익! 모두 따라 해봐."

"오빠, 정말 위엄이 넘쳐요. 취취췻!"

"에르취야, 침튄다. 취췻."

막 기본적인 장비들만 착용한 오크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명예의 전당에 올라온 오크 카리취의 퀘스트를 본 이들은 오크라는 종족에 대단한 매력을 느꼈다.

무조건 숫자!

닥치고 물량!

무식할 정도의 번식력으로 험한 유로키나 산맥의 주인이된 오크들!

강하고 매력적이고 흉포한 오크들과의 모험을 꿈꾸는 이들이 대거 오크를 자신의 종족으로 선택했다.

조악한 마을의 동쪽 입구 근처에도 1,000 마리가 넘는 오크들이 모여 있었다. 아직 베르사 대륙의 시간으로 4주가

지나지 않아서 마을을 벗어나지 못한 이들까지 합친다면, 아마 오크유저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사냥하자,췩!"

"여긴 몬스터 천국. 취취췻."

"크췩췩, 잡을 놈들이 많다."

이들은 파티를 이루고 삼삼오오 떼를 지어서 마을 근처에 있는 늑대들을 때려잡았다. 무식한 몽둥이를 깎아 들고 , 

심지어 부러진 나뭇가지를 무기로 쓰기도 했다.

나뭇가지는 내구력이나 공격력이 형편없어서, 중앙 대륙의 왕국들이 아니라 로자임 왕국의 유저들도 보통 공격용

무기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뻐걱!

에르취라는 암컷 오크를 택한 유저의 나뭇가지가 늑대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그런데 그 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않앗다.

"잘했다, 에르취. 취익."

"힘이 넘쳐흘러요, 오빠. 취취췻."

인간들은 처음에 토끼나 여우를 사냥할 때도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이들은 늑대를 그리 어렵지 않게 

때려잡고 있엇다.

오크들은 인간처럼 섬세하게 싸울 핅요가 없다. 웬만한 공격은 생명력으로 참아낸다. 방어구가 없는 상태에서도,

피부가 두꺼워서 나오는 기본 방어력 자체가 만만치 않았다.

덤으로 강력한 힘까지!

인간들이 잘 다루지 못하는 대형 무기들까지 자유롭게 다루는 오크들의 싸움은 간단했다.

한대 맞고, 한대 팬다.  그런데 그 한대가 엄청나게 강력했던 것이다.

"나는 유로키나 산맥의, 크취취취취! 1마리 오크닷!"

"오크, 오크, 오크!"

"푸취익!푸취췻! 다죽이자!"

오크들은 크고 육중한 몸으로 쿵쾅거리며 뛰어다녔다. 그러면서 눈에 띄는 족족 몽둥이를 들어 늑대를 사냥했다.

초반의 성장은 아도적으로 빠를 수밖에 없는 오크의 위용이었다.

마판은 그 오크마을에서 장사를 개시했다.

"자, 여행도구 팝니다! 상처를 보호하고 감싸는데 반드시 써야 하는 붕대, 짐을 넣는 데 필요한 배낭 팝니다. 간단한

무기도 있습니다. 엘프들이 만든 최고의 무기입니다. 지겨운 오크들의 요리! 소금도 없이 힘드셨죠? 여기 엘프들이

쓰는 각종 조미료들이 있습니다."

"취취췩!"

"가진 돈 다 드립니다. 취췩! 무기 하나만 팔아 주세요."

오크들은 물건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오크 마을은 다 좋지만, 상점만큼은 최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녹슨 글레이브 하나까지도 십만 골드가 넘는

마당에, 그들이 사서 쓸수 있는 무기는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신이 내린 것처럼 마판이 물품을 마차 가득 싣고 나타났다. 꼭 필요한 물건들만, 그것도 독점 판매였다.

"자 줄을 서세요! 물건은 많이 있습니다."

마판은 구매해 온 물건들을 신나게 팔아 치웠다.

구매했던 가격의 2배, 3배는 기본이었고, 무기류는 10배까지도 붙여서 팔았다. 

남들은 폭리를 취한다고 비난할지 모른다. 하지만 마판은 위드에게서 다음과 같이 배운적이 있었다.

-고객이 만족한다면 그것은 바가지가 아니다.

초보자용 물건들이니 이윤이 좀 적다지만, 이 정도로  잘팔린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약간 아쉽지만 마판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줄 정도는 되었다. 무엇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빠른

판매가 장점이었다.

오크들이 환호하면서 사 가는 모습에, 상인으로서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취췩!"

그러나 오크들이 머리를 불쑥 불쑥 들이밀 때마다, 심약한 마판의 가슴은 철렁철렁 내려앉곤 했다.

'크헉!'

못생긴 오크 카리취!

그 잔재가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오크 카리취의 퀘스트를 보고 매료되어 오크를 선택한 유저들은 캐릭터를 생성할 당시에 용모를 조금씩 바꾸었는데,

문제는 전부 나쁜 쪽으로만 변형시켰다는 것이었다.

"얼굴에 칼자국을 만들어 주세요."

"애꾸눈도 괜찮습니다."

"이마는 좀 튀어나오고 입술은 터진게 좋겠죠."

"이빨을 최대한 키웠으면 해요. 가능한 입 밖으로 많이 튀어나오도록."

"말할때 침이 많이 튈수 잇는 구강구조로....."

"코가 얼굴의 절반을 덮게 해주세요!"

안 그래도 도저히 평범하다고는 볼수 없는 오크들의 외모! 얼굴에 안대나 칼자국은 기본적으로 달고 살았다.

거기에다가 개인적인 취향까지 듬뿍 들어간 오크들의 모습은, 가히 꿈에 볼까 두려운 것이었다.

어쨋든 마판은 오크 마을에서 물건을 잔뜩 판매해서, 이제 명성도 제법 오르고 있었다.

오크상인 마판!

적어도 오크들 가우데에는 마판을 모르는 유저가 없게 되었다.

'오크들은 매우 빨리 성장해. 그게 초반이 지나고 중후반이 되면 달라지지만.'

오크들은 마법이나 손재주가 취약하다. 함정을 해제할 줄도 모르고, 신성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크 샤먼이나 

오크 주술사는 있지만, 상처 치유보다는 전투력을 이끌어 내는 쪽에 치우쳤다.

'지능이나 지혜가 낮아도 육체적인 능력은 발달한 오크들. 이들이 성장하면 나의 이윤도 더욱 커질 것이다. 

다른 경쟁자들이 없는 곳에서의 독점! 이거야말로 상인의 꿈과 같은 것이지.'

마판은 부푼 희망을 갖고 거래를 하고 있었다.

마을에서 물품을 다 판후에는 오크유저들에게 잡템을 구입했다.

"자! 삽니다. 사요! 모든 잡템들을 삽니다."

"여기요! 취췻."

"취익! 제 걸 사주세요."

마판은 잡템도 한꺼번에 사들였다.

오크들 수천에게서 사들이는 잡템!

독점 거래로 가격을 후려쳐서 깎고, 즉각적으로 판매하며 수익을 거두는것이다.

거상이 되려는 마판의 꿈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었다.

유로키나 산맥을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오크들의 활약에 따라서 마판이 챙기는 수입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지금도 오크들을 택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니 상인으로서 장밋빛 인생이 활짝 열렸다.

이때 웬만한 상인이라면 나태해질수도 있다.

'이만큼 돈을 벌어놨으니 조금 쉬어도 괜찮겠어.'

그런데 여기서도 마판은 위드의 영향을 제대로 받았다.

'돈은 벌 수 있을때 벌어야 돼.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서 더 가격을 후려치고, 더 열심히 사들이자.'

오크마을과 유배자들의 마을을 오가는 마차에서도 마판은 쉬지 않았다.

마부석에 앉아서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손재주 연마를 위해서 조각칼을 든 것이다.

"역시 상인은 배우고 익혀야 돼.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된다."

마판은 열심히 조각품을 깎았다. 기초적인 조각술은 로자임 왕국에서 배워 두었다. 일차적인 목표는 재봉과 

보석 세공이었다. 손재주가 일정수준 이상이되면 그때부턴 다른 생산 스킬도 익힐수 있다.

상인인 마판이 가죽을 사서 재봉을 해서 되팔고, 보석등을 세공할수만 있다면 이윤은 2배, 3배로 늘것이다.

조각사의 직업을 택한 것처럼 스킬의 숙련도가 오르지는 않았고, 손재주도 느리게 늘었다. 그래도 마판은 

더욱 열심히 조각칼을 놀렸다.

세에취는 일단은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의 종족은 오크다.

"취이익!"

암컷 오크!

기본적으로 오크들은 인간의 기준에 따르면 현저히 못생겼다. 그렇기에 여자들은 오크를 선택하는 것 자체를 매우 기피했다

전체 오크들 중에서 암컷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돼는 것이 그 사실을 증명햇다.

하지만 세에취는 달랐다.

"여, 역시. 오크가 최고야. 취췩!"

세에취는 자신의 변한 모습을 보며 매우 만족했다.

늘씬한 허벅지 대신에 오동통하고 굵은 다리. 사슴처럼 가늘고 긴 목은 두꺼운 통나무처럼 변햇다. 어디 그뿐이던가.

군살 한점 찾아보기 힘들던 복부에는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가 출렁거리고 잇었다.

캐릭터를 생성할 당시, 외모는 어느정도 선까지 변경할수 있다.

하지만 오크를 택하면 종족적인 특성까지도 추가하는것이 가능했다.

허리에 굴곡따위는 없는 절구통 몸매, 펑퍼짐한 엉덩이, 뒤룩뒤룩 겹쳐진 뱃살.

그리하여 세에취는 당당한 암컷 오크로 거듭난 것이다.

"너무 편해. 외모에 대해 신경 쓸 것도 없고 말이지. 취췻!"

세에취는 자신의 모습에 완전히 만족했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하여 먹고 싶은 것을 참고, 꾸준히 운동을 해야 했다. 그 고통과 정신적인 압박이 완전히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서윤이는, 췩, 어디에 잇는거지? 취취췻"

세에취의 정체는 바로 새마을 갱생병원의 차은희 정신과박사였다.

얼음 여왕이라고 불리던 그녀가 오크로 다시 시작한 것에는 까닭이 있었다.

서윤의 캡슐에 저장된 동영상을 매일 보고 있던 차에, 그녀가 우는걸 보았다.

'감정을 표출시킬수 잇다니 다행이야. 상처가 조금이나마 아물었겠구나.'

세에취는 서윤을 어서 만나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서윤이 혼자 돌아다니도록 놔두었다. 아직은 억지로 누군가와 함께 다닐때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오크 카리취와 같이 다닐 정도라면 이제는 별 무리가 없으리라.

눈물을 흘리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과거의 서윤으로 한시바삐 되돌리고 싶었다.

"서윤아, 어디로 간거니. 취익!"

세에취는 발을 동동 구르기만 했다.

4주간 마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제한이 이제는 풀렸다.

서윤이 있는 곳은 어떤 계곡과 숲이었다. 캡슐에 저장된 동영상을 볼수는 있어도, 그 장소를 정확하게 찾아서 가긴 

힘들었다.

오크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어딘가에 있을 서윤을 만나기까지는 쉽지가 않다.

'서윤이을 빨리 찾아야 되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수가 있어야지.'

그때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췩췩. 저기요!"

돌아보니 왠 뚱뚱한 수컷 오크가 서 있었다. 녹이 슬어, 버려도 될것 같은 글레이브를 들고 당당하게 서 있는 수컷오크.

그 옆에는 다른 오크들도 서넛이 더 있었다.

"취취췻!"

"푸취췩!"

"취잇, 우린 넷인데 함께할래요?"

오크들이 돼지처럼 두툼한 볼을 푸들거리며 반가움의 인사를 했다.

파티에 동참하라는 제안!

오크들은 인간과는 다르케 파티를 구성하는데에 훨씬 자유롭다. 통솔력이 높지 않아도 얼마든지 대규모 파티를 만들수

있다. 10마리, 20마리가 하나의 파티를 꾸려도 경험치의 페널티가 부여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오크들은 다들 파티로 활동을 했다. 혼자 다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세에취는 몽둥이를 세워 들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살기!

"같이해요.취취췻!"

"잘됐네요.췩췩!"

세에취는 그 오크들과 함께 사냥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서윤이를 당장 볼수 있는건 아니니까. 험한 산맥을 뛰어다니려면 체력이라도 좀 키워 놓는 편이 나을거야.'

오크들과 세에취는 마을 근처에 있는 늑대들을 향해 다가갔다.

컹컹컹!

늑대들이 미친듯 짖으며 덤벼들었다. 오크들 못지않게 늑대들도 집단행동을 하는 몬스터들이다. 공격은 약하지만

단체로 움직이기에, 사냥하는와중에 죽는 오크들도 많았다.

"위험하다. 취췻!"

"그쪽, 어서 피해요. 취이익!"

오크들이 막 전투에 돌입하려고 할때, 1마리 늑대가 세에취를 향해 뛰어올랐다. 세에취는 그림과도 같은 동작으로 

옆으로 비켜섰다. 각종 호신술로 단련된 몸이 저절로 반응한것이다.

이미 로열로드를 해봤기에, 아주 고레벨 유저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많은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것 

또한 도움이 되었다.

까다롭지 않은 일직선의 공격을 일삼는 늑대에게 곤란할 수준은 아니다. 세에취는 옆으로 비켜서면서 동시에

몽둥이를 하늘을 향해 추켜올렸다. 그리고는 내려찍었다.

"이야합!"

몽둥이가 떨어진 곳은 정확하게 늑대의 정수리.

빠직!

몽둥이에 금이 갈정도의 강력한 일격이었다.

늑대는 땅바닥을 한바퀴 구른후에 일어났지만, 감히 세에취에게 다시 덤벼들지 못했다.

이번에는 세에취가 늑대를 향해 달려갔다.

육중한 몸때문에 땅이 쿵쿵 울린다.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는 몽둥이가 최고야!"

세에취의 손에서 몽둥이가 춤을 추었다.

그녀는 오크라는 종족이 갈수록 마음에 들었다. 단순하고 과격하고,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는것만큼 편한게 없다.

"다, 다 덤벼. 취취취췻!"

세에취는 뚱뚱한 몸을 이끌고 늑대들 사이를 신들린듯 헤집고 다녔다.

카라카의숲.

페일과 제피, 수르피는 바짝 긴장했다.

"허허허허허"

"요놈들 참 귀엽구나."

"제법 까부는데요, 스승님."

"이거야 손맛이 상당한걸."

검둘치, 검삼치. 검사치, 검오치의 전투를 처음으로 제대로 본것이다.

놀라운 몸놀림과 임기응변.

검치들이 휘두르는 검은 믿기 어려울 만큼 정확했다.

몬스터의 허점들마을 날카롭게 공략했다.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셨습니다.

-급소를 파괴하셨습니다.

-몬스터의 눈을 공격하셨습니다. 적 몬스터의 시야가 줄어듭니다.

-적 몬스터의 다리 힘줄을 끊었습니다. 몬스터의 이동력이 둔화됩니다.

검둘치가 휘두르는 검은 몬스터들을 능숙하게 요리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방어력이 단단한 부위는 절대로 치지 않았다.

방어력이 높은곳은 쳐봐야 큰 피해를 입히기 힘들다. 약한 관절 부위나, 목이나 눈처럼 공격하기는 힘들어도

성공했을경우에는 큰 피해를 줄수 있는 곳만 노렸다.

초반의 싸움에는 결정타를 날리지 않으며, 야금 야금 몬스터들을 제압해 나간다.

어떤 면에서는 잔인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카라카의 숲은 타락한 홉 고블린의 성채와 딱정벌레 동굴, 드레드 울프 서식지역등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 홉 고블린들을 상대로 믿을수 없는 무력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죠?"

수르카의 말에 페일도 제피도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직접 전투를 약간은 할줄 아는 화령도 할말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수르카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몬스터의 움직임을 아예 읽고 있는것 같아요."

모든 전투 계열 직업들의 꿈!

그것은 치명적인 일격에 있었다.

몬스터들의 약점들을 공격하고, 절대라고 할수밖에 없는 빈틈을 공격한다. 정상적인 공격의2배,3배나 되는 타격을 입히는

재미가 있었다.

같이 파티를 이루어서 사냥을 할때에도 치명적인 공격을 성공시키면 다 같이 축하를 해줄 정도로,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러한 공격들을 검둘치나 검삼치, 검사치, 검오치들은 매번 익숙하게 펼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빠져나오면서, 절대로 적들에게 둘러싸이지 않았다.

제피가 물끄러미 자신의 낚싯대를보았다.

"정말 싸울맛이 안 나는군요."

페일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페일이나 제피로서는 더욱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일이었다.

페일과 제피, 수르카의 공격력이 약한건 아니다. 스킬의 숙련도를 충분히 올려서, 비슷한 수준의 유저들 가운데에서는 

꽤 강한 편이다.

그런데도 치명적인 일격들을 연방 터트리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의 전투 능력에 대해 실망감이 들었다.

호롬산을 오르면서 이미 함께 예티와 싸워 봤지만, 당시에는 몬스터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때문에 사각지대에서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게 훨씬 쉬웠다.

예티의 생명력이 워낙 많고 두꺼운 가죽덕분에 방어력이 좋은 편이라서, 치명적인 일격을 가해도 크게 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레벨이 비슷하고 생명력이 적은 홉 고블린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니, 검치들의 위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레벨이 훨씬 높은 페일의 공격력과 맞먹을정도였다.

마나를 써야 하는 스킬을 사용할때에는 페일이나 제피의 공격력이 훨씬 강하지만, 일반적인 근접전으로는 가히 

비교할수가 없었다.

다만 검치들은 몸에 걸친 방어구들이 없는 탓에 방어력은 거의 전무하다. 인내력이나 맷집, 흔한 방어 스킬도 없었다.

애초에 안맞으면 된다면서 배우지를 않은 것이다. 그래서 몬스터에게 제대로 서너대만 맞아도 빈사지경에  빠질

정도였지만, 사전에 공격을 피해서 거의 맞지를 않았다.

공격을 당하더라도 대부분의 힘은 흘린채, 피해를 최소화했다.  비범한 전투 능력!

전투를 읽을 줄 아는 눈과, 육체를 제어할수 있는 힘이 있는 쪽이 그런 외적인 조건보다는 더 강하다. 검치들은

전투에 대해서는 모두 달인의 경지에 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검치들의 상황이 보기만큼 썩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으, 살떨려. 이놈들한테 딱 다섯 대만 제대로 맞으면 영락없이 죽겠구나.'

'아이들 앞에서 창피하게 죽을수는 없다.'

'체면이 있지! 이런  홉고블린들 따위에게 죽는다면 무슨 수치냐.'

검치들은 방어스킬을 하나도 올려놓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귀찮다고 방어구도 착용하지 않고, 레벨업을 하며 얻은 스탯은 힘을 위주로 올렸다. 스킬도 당연히 공격력과 관련된

것만 향상시켰다.

그 덕분에 사냥 속도는 굉장히 빠른 편이였다. 비정상적으로 공격력이 발달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싸우는 순간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오가고 있었다.

몬스터의 일반 공격, 체술이나 무기류의 공격은 먼저 보고 회피할수 있다. 거의 달인에 달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여러마리의 몬스터에 포위되어 피할 공간이 없을때에는 꼼짝없이 죽는다.

포위망을  벗어나기도 전에 잠깐 동안 난타를 당하고 처참하게 죽을수박에 없는 운명!

검치와 검둘치,검삼치, 검사치,검오치는미리 눈을 마주쳤다.

'포위당하지 않도록 조심해라.'

'내뒤로 오는 몬스터가 있으면 맡아줘야 해.'

'몬스터를 조금씩 유인하고, 분산시켜서 싸워야된다'

'여러마리 몬스터가 몰려들면 죽기 살기로 도망쳐.'

철저하게 동료들의 눈치를 보면서 몬스터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일반 공격은 움직여서 피하더라도, 주술이나 마법들까지 완전하게 피할수 있는건 아니다. 그탓에 검치들은

사력을 다해서 싸우고 있었다. 미리 방어력에 투자해 놓지 않은 사실을 매번 후회하면서!

"이쯤이야 아주 가뿐하구."

검치의 말에 검둘치가 씩 웃었다.

"그럼요. 이런 정도야 식후 해장거리도 안되죠."

검삼치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런 놈들이라면 한 10마리쯤 더와도 되겟는데요."

검사치는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

아주 잠깐 사이에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서 처참하게 밟혔다. 그결과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다. 

그래도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이정도야 가뿐하다는 웃음.

이리엔이 검치들의 남은 생명력을 확인하고는 활짝 웃었다.

"와, 대단하세요! 위드님보다 훨씬 뛰어나요! 정말 아슬아슬하게 안죽을 정도로 싸우셨네요. 인내력을 올리기 위해서

이렇게 싸우시는거죠?"

검오치가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원래 다 그런겁니다."

"역시!"

순진한 이리엔은 전투의 달인들을 보며 어쩔줄 몰라했다.

위드가 매번 위험한 순간까지 맞았던것은 든든한 방어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와는 완전히 무관한 검치들은 사내의

체면 때문에 내색을 하지 못할뿐, 실제로는 매 전투마다 고비를 간신히 넘겼다.

'죽어서는 안된다.'

'잠깐도 한눈팔수 없지.'

그렇게 검치들은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서 싸웠다.

장거리 공격스킬에 의존해서 마나를 소모하는 전투는 어린아이들이라도 할수있다. 그러나 근접전을 하면서 틈틈이

스킬을 사용한다면, 전투의 난이도는 훨씬 오르지만 그만큼 오랜시간을 쉬지 않아도 된다.

레벨이 훨씬 더 낮고 장비가 열악하다고 해도, 검치들은 공격력만으로 홉고블린들과 막상막하로 연속해서 싸웠다.

매번 목숨이 위태로웠지만, 주변에서 보기에는 그저 환하게 웃으며 전투를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레벨 270대의 홉 고블린들을 각개전투로 싸우다가, 때때로는 교차하며 협공을 편친다.

검둘치와 검삼치의 순간적인 연합!

페일과 수르카는 눈을 부릅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홉고블린들의 움직임이 서로에게 장애가 되었다. 그틈을 이용해서 검둘치와 검삼치는 일방적인

공격을 가했다.

키에엑!

비명을 흘리며 쓰러지는 홉 고블린들!

검둘치와 검삼치는 자신들의 위치와 홉고블린들의 진형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전투를 펼친것이다.

"에잇!"

수르카가 주먹을 불끈 쥐고 전투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홉 고블린들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타격을 주는걸로는 안돼.'

위험하지만 적의 급소를 노린다. 몬스터의 약점을 살피고, 보다 확실한 한방을 찾는다. 수르카도 조금씩

전투에 눈을 뜨게된것이다.

제피나 페일도 자신의 역활을 찾았다. 낚싯대를 이용해서 적을 한곳에 몰아넣어 광범위 공격을 펼치고, 화살을

쏘아 적의 움직임을 머뭇거리게 만든다. 그틈을 타서 수르카나 검치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것이다.

혼자만의 공격이 아니라, 동룔를 이용할 줄 아는 자세!

일행은 검치들의 행동을 보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

'몬스터를 저렇게 후려패야 아픈거구나.'

'홉 고블린의 약점은 다섯가지 정도로 알려져 잇었는데, 지금보니 여덟곳은 되네.'

일행은 검치들과 더불어 조금씩 전투를 즐기고 있었다.

위드는 예술가들의 조합에서 나왓다.

로디움의 예술가로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조각품을 만들어야 한다. 거리의 예술품을 하나 만들어 주면 되는것이다.

"하지말 실패해서는 안돼."

현재 위드의 조각술은 고급의 경지다. 이정도라면 아무거나 만들수는 없다.

초대형 사자상이나, 빙룡상!

거대 조각품을 만든다면 뛰어난 작품이 나올 확률이 더 높아진다. 그러나 이곳은 로디움이다.

도시 내에서 대형 조각품을 만드는것은 무리일뿐더러, 그럴만한 자리도 마땅치 않다. 재료를 가져오는것도 문제였다.

"적당한 크기의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야 돼. 일단은 좀 더 알아봐야겠지."

위드는 우선 상점이 밀집한 거리로 향했다.

로디움에는 상업이 그리 발달하지 않아서, 무기점이나 방어구점은 별볼일이 없다. 액세서리를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나

교역소에도 쓸만한 물건은 없었다. 대장간의 기술력도 뒤처져서, 좋은 물품들이 나오지 않는것이다.

그럼에도 예술가들의 도시답게 갖출것은 갖추었다.

조각 재료점!

웬만한 왕국의 수도에도 없는 상점이 로디움에는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위드는 조각 재료점안으로 들어갔다.

"룰루루."

예쁜 종업원이 조각재료들을 진열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무들과 돌종류 그리고 특이한 금속류들을따로 분류했다.

"휴, 이걸 언제 다 팔수 있다는 거야?"

그녀의 상점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재료들! 의욕있게 조각 재료점에 취직을 한것은 좋았지만, 손님이 영 없었다.

"이러다간 이번 급료도 거의 못 받겠네."

재료점에서 일한지도 이미 사흘째. 그러나 그동안 찾아온 손님은 딱 5명이었다.

그들은 상점을 훑어보고 부러운듯이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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