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9권 (14/520)

달빛조각사 9권

[모라타의 밤]

달이 떠오른 밤에 위드는 국자를 휘젓고 있었다. 

과거에 진혈의 뱀파이어족이 거주하고 있던 을씨년스러운

흑색 거성을 배경으로, 모라타 마을의 한복판에서 요리를 하

는 것이다. 

북부에서 밤중에 이동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확실히 아는 지역이 아니고서는 강한 몬스터들이 우글거

리기에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다. 낮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

도로 살인적인 추위를 견디기도 힘들다. 

마을 장로에게서 고구마를 얻어먹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

나면서 포만감이 사라지고 허기가 졌다. 그리하여 위드는 모

라타 마을에서 음식을 만들기로 했다. 

"얼큰하고 시원한, 추위를 물리칠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야겠다. "

유로키나 산맥에서 사냥했던 다양한 짐승들의 고기와 야

채, 조미료를 넣고 끓이는 잡탕찌개!

"원래 잡탕이 더 맛있는 법이지."

모닥불을 크게 피우고, 그 위에 솥을 걸어 놓았다. 

자글자글 끓는 국물.

위드는 불빛에 의존해서 고기를 썰어 솥에 듬뿍 넣었다. 

건더기가 풍성하게 들어간 국물은 불그스름하게 변했고.

매콤한 냄새가 주변에 퍼졌다. 

꿀꺽.

알베론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프레야의 사제라고

해도 식욕만큼은 참기 힘든 모양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먹을 만한 요리를 해 줄 수 있겠군'

위드는 힐끗 서윤을 보았다. 그녀는 가만히 불가에 쪼그

리고 앉아서 국물이 끓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과거에는 급하게 유로키나 산맥으로 돌아가느라 제대로

된 요리를 할 겨를이 없었다. 

오크 카리취일 때에는 손재주도 조금 약화되어서 요리 실

력이 제대로 살지도 않았다. 그저 고기를 구워서 조미료를

뿌려 먹는 정도에 족했다. 

그 구운 고기도 얼마나 맛있게 먹던 서윤인가.

그 후로 다시 만나서는 사냥을 하느라 바빠서 요리를 하지

못했다.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놓았던 빵을 나눠 먹기만 하

였던 것이다. 

'이제 이 음식이면 나도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겠어.'

숱하게 조각했던 서윤에게 사과의 뜻으로 요리를 만들어

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위드가 요리를 만드는 주변에는 프레야의 성기사

들과 사제들이 몰려 있었다. 

근엄한 얼굴로 신성력을 발휘하는 성기사들! 그리고 고결

한 사제들은 재료들이 섞인 잡탕국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하

지만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인지 다가오진 않았다. 

그때 모라타 마을 주민들이 잠도 자지 않고 집 밖으로 나

왔다. 

"이런 구수한 냄새가‥‥‥."

"얼마 만에 맡아 본 건지 모르겠어."

탐욕스러운 눈길로 솥을 바라보는 주민들! 어린아이들은

배를 부여잡고 있었다. 

하지만 위드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에게도 줄 수 없지.'

조미료와 요리 재료들을 구하려면 돈이 든다. 그런 만큼

절대로 나눠 주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었다. 

그때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 나 배고파!"

"조금만 참아. 내일이면 아빠가 돌아오실 거야."

"또 풀이야?"

"그래.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씹기 좋은 나무껍질이나

풀뿌리들을 뽑아 오신다고 했으니 조금만 참으렴."

"으아아앙!"

아이들은 서러운 울음을 터트렸다. 

폐허였던 모라타 마을은, 되살아나기는 했지만 엄청나게

가난했다. 추위로 인해 농작물을 키을 수도 없고, 주변의 마

을들과 연제되지 않아서 상업도 발달하지 않았다. 

그저 근근이 살아가는 정도!

프레야 교단의 배급에 의하여 겨우 죽지 않고 먹고살 정도

의 마을에 불과했다. 마을 장로가 자신들이 먹을 고구마를

나누어 주었던 것도 실은 굉장한 호의에 의한 행동이었던 것

이다. 

위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왜 하필이면 이렇게 가난한 곳들만 오게 되는 건지.'

과거에 성기사들을 간신히 먹여 살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들을 배불리 먹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씬

보통 때라면 절대로 인정을 베풀어 줄 리가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었다. 

과거에 위드도 굶었던 적이 있다. 밥을 먹기 싫어서가 아

니라, 쌀이 떨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굶주린 배를움켜

쥐며 살았다. 

그런 경험을 한 이후로는 다른 것은 다 참아도 굶주림만큼

은 참을 수 없었다. 

위드는 아쉬움에 눈물을 삼키며 아이들을 불렀다. 

"얘들아, 요리가 다 된 것 같다. 그러니 와서 먹으렴."

"정말 먹어도 돼요?"

"그럼. 이 아저씨가 너희들에게 주려고 정성을 가득 담아

서 만든 것이란다."

"고맙습니다!"

위드는 잡탕찌개에 쌀과 약초를 듬뿍 넣어서 나누어 주

었다. 

와구와구!

며칠은 굶은 듯이 허겁지겁 먹어 대는 아이들.

마을 주민들도 천천히 다가았다. 차마 말은 하지 못하지

만 음식을 주면 좋겠다는 애처로운 표정이었다. 

위드는 크게 갈등했다. 

'저들을 다 배불리 먹이려면 아까운 음식 재료들과 조미

료가 엄청나게 필요한데.'

말할 것도 없이 막대한 손실이었다. 식량 배급에는 금전

적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이 뒤따른다. 

'차라리 요리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이런 마음고생을 안

해도 될 텐데!'

이때만큼 요리 스킬을 익힌 것을 후회했던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모라타 마을의 주민들은 심하게 굶주리고 있었다. 

최소한의 인정, 도리, 양심!

이런 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프레야의 성기사나 사제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알베론이 다가와서 말했다.

"어려운 이들에게 식사를 만들어 주다니, 위드 님은 정말

훌륭하십니다."

"......"

"한 끼의 식사라도 제대로 하게 되면 희망이 생기지요. 뭐

든 해 볼 수 있다는 희망. 가슴속에 희망이 없다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닙니다. 신앙심 또한 희망과 함께함니다. 저와 성기

사들, 사제들 그리고 모라타 마을의 주민들은 위드 님의 은

혜를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

위드는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는 알베론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사제들이나 성기사들은 그를 굉장히 존경하고 있었다.

마을의 은인이며, 프레야의 성물을 찾아 준 대단한 모험가!

위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결국 이곳에서 이런 식으로 또 손해를 보는구나.'

어차피 돈을 쓰기로 한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위드는 국자를 저으며 기쁜 듯이 환하게 웃었다.

"나에게 꿈이 있다면 이 대륙을 떠돌면서 어려운 이들을 구

원하고 몬스터들을 퇴치하는 것이야. 베르사 대륙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당연히 해야지."

"역시 위드 님이십니다."

알베론과 성기사들, 사제들의 존경심이 더욱 커졌으리라.

위드는 가지고 있는 음식 재료들을 모두 꺼냈다. 유로키

나 산맥에서 사냥을 하면서 모았던 고기들과, 먹을 수 있는

풀과 채소들.

"조금만 기다리세요. 모두가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릴 테니까요."

위드는 그 재료들을 가지고 요리를 시작했다. 

멸치를 삶고 적당히 조미료들을 섞어 걸쭉한 육수를 만들

고, 고기를 듬뿍 넣은 탕을 끓였다.

탕이 끓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

주르륵.

위드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위대한 성자의 눈물이다!"

"우리를 위해서 눈물까지 흘리시다니."

"이 대륙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기사야!"

모라타 마을 주민들이 놀라서 외쳤다.

돈이 아까워서 홀러내리는 눈물을 그렇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아까운 내 돈.'

위드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작은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빠르게 글을 썼다.

모라타 마을에서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매우 비싼 고급 요

리를 듬뿍 해 줌.

소모된 금액 : 조미료 7골드 47실버 98쿠퍼

                 고기 현재 베르사 대륙 평균 시세에 파라 38

                 골드 80실버 7쿠퍼.

                 각종 야채 9골드 10실버.

                 요리를 하는 데 든 노력 20골드.

모라타 주민들을 먹이는 데에 쓴 음식 재료들의 값을 적어

놓은 것이다. 

위드는 억울함과 안타까움에 땅을 치고 싶었다. 

'이렇게 지출한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일해야

겠구나. '

지출 내역서를 보면서 더욱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다

짐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사냥을 하면서 지치거나. 퀘스

트롤 하는 도중에 포기하고 싶을 때에는 이것을 꺼내 보면서

더욱 힘을 낼 수 있으리라.

목적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은근히

길을 걷다가 이 종이를 떨어뜨려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특히 페일이나 다른 일행과 파티를 하는 도중에 이 종이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어, 이게 왜 떨어졌지?"

그러면서 무언가에 쫓기듯이 서둘러서 황급하게 종이를

줍는다. 당연히 동료들은 궁금해할 수밖에 없으리라.

위드는 절대 바로 보여 줄 용의가 없었다. 

숨기고, 숨길수록 정보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별것도 아니라면서 일단은 거절한다. 그러다가 호기심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품에 손을 넣는다.

이때에도 세 번쯤은 망설이다가 은근슬쩍 꺼내서 보여 주는

지출 내역서.

그런 식으로 동료들에게 자랑을 하기 위해서 따로 작성을

해 놓는 것이었다.

기름진 고기가 들어 있는 탕을 받은 마을 주민들은 무척이

나 즐거워했다.

"과연 우리 마을의 은인이십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요."

주민들은 1명씩 감사의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위드는 아

무렇지도 않게 미소로 답했다.

"뭘요. 그저 제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늘 이랬는데요.

이제는 이것이 제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

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면, 그것이 바

로 후회 없는 삶이 될 것입니다."

"역시 위드 님이십니다."

기왕에 음식을 퍼 주는 것이었기에, 위드는 아부를 한마

디라도 더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담아 나누어 주었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동료들이 현재 위드의 모습을 보았다

면 절대로 믿지 않았으리라.

과거에 피라미드를 만들 때였다.

피라미드가 완성되고 난 이후에 세라보그 성에는 기쁨의

눈물을 홀리는 이들이 많았다. 그것도 레벨이 낮고 돈이 없

는 초보들이 대다수였다. 풀죽으로 착취된 노동의 끝에 영양

실조에 걸린 이들이 드디어 퀘스트롤 완수하고 돈을 받을 수

있어서 기뻐한 것이다.

최소한 빵이라도 사 먹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살아온 위드였는데, 지금의 모습은 한없이 자연스

럽기만 했다. 평소에 자선사업을 한 번도 안 하던 이들이 더

능숙한 법이었다.

알베론이나 프레야 교단의 성기사들, 사제들은 감탄을 금

치 못했다. 

"프레야의 가호가 위드 님에게 향할 것입니다."

성기사나 사제들의 호의적인 태도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정의로움과 대가 없는 베풂을 실현하는 위드

를 보면서 한없는 존경심을 갖게 된 것.

사제들이 권유했다.

"프레야 교단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위드

님의 신앙심은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며 교단을 위해

훌륭한 일들도 하셨습니다. 비록 정식으로 신앙의 길을 걷지

는 않으셨지만 자격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제 저희의 주교

가 되어서 교단의 일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보지 않으시겠습

니까?"

띠링!

종교 직책을 제안받았습니다.

프레아 교단의 주교.

관할하는 지방의 신전들을 다스릴 수 있으며, 재정을 총괄하고 정책

을 펼칠 수 있습니다. 성을 다스리는 성주나 도시의 시장과 비슷한

자리이지만, 교단의 일을 관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신전에 배속된 성기사들과 사제들을 육성할 수 있고, 헌금을 기반으

로 토지를 구입하거나 새로운 신전을 건립할 수 있습니다.

주민의 신앙심이 높아질수록 교단에서는 더 큰 작위를 내릴 것입

니다.

하지만 공성전을 펼쳐서 성이나 마을을 획득한다면 막대한 악명을 얻

게 됩니다. 가진 힘을 이용해 사악한 행동을 일삼을 경우에는 이단

심판관의 방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담당하게 될 지방의 교단의 공헌도나 명성, 신앙심에 따라 결정됩니다.

주교의 자리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프레야 교단의 주교는 존재 자체조차 세상에 알려진 바가

없는 특수한 자리 였다. 

교단의 중요 직책을 맡아서 성기사들과 사제를 부릴 수 있

는 권한!

누구에게도 공개된 적이 없었던 직책이 위드에게 나타났다.

교단의 성물들을 되찾아 오고, 불사의 군단과의 전쟁을

통해 착실히 쌓아 온 공헌도, 높은 신앙심과 명성을 바탕으

로 주교의 자리를 권유받은 것이다.

숭고한 종교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

하지만 위드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저에게 프레야 교단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은 영광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니더라도 교단을 위해서 봉

사할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저는 낮은 곳에서 지금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살겠습니다."

-프레야 교단의 주교 직책을 거부하셨습니다.

사제들은 성호를 그었다. 

"위드 님의 흘륭한 마음을 프레야 여신님께서도 꼭 알아

주실 것입니다."

아까운 기회였지만 위드가 거절한 이유는 간단했다.

주교가 되면 지금처럼 남들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명성이나 영향력은 늘어날지 모르지만. 위

드는 돈벌이가 중요하였으니 일고의 가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위드는 주민들에게 뜨거운 국물과 밥을 퍼 주면서 활짝 웃

었다. 

슬픈 눈빛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억지로 입을 벌려서 웃는

웃음!

고통과 좌절, 체념. 원망 분노가 압축되어 썩은 미소가

한 단제 발전하였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는 정 많은 사람처럼만 보였다

그러던 차에 붉은 옷을 입고 있는 한 주민이 그릇을 받아

들고 말했다. 

"혹시 니플하임 제국의 기사복을 만들어 보셨습니까?"

"예?"

"기사복은 기사들이 궁전에 들어갈 때에 입던 복장입니

다. 활동하기도 좋고 전투에도 적합한 옷이죠. 만들기 까다

로운 편이고 특수한 재료들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그 방법

을 알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은 책자 한 권을 위드에게 건네었다. 

"은인에게만 드리는 물건입니다."

-니플하임 제국 기사복 재단법이 딤긴 책을 습득하셨습니다. 

재봉 아이템!

친밀도의 상승으로 기사복을 만드는 비법서를 받을 수 있

었던 것이다. 

모라타 지방은 과거에 상등품의 가죽과 천이 나오는 곳으

로, 실력을 가진 재봉사가 주민으로 있었다.

"뭘 이런 걸 다‥‥‥"

위드는 손사레를 치면서도 책은 재빨리 품에 넣었다.

"그러면 저희는 이걸 드리겠습니다."

다른 마을 주민들은 2등급 사슴 가죽이나 재봉용 천을 주

었다. 음식을 받은 대가로 좋은 재봉용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죽음의 계곡으로 가시려면 파헬 강을 따라가세요. 1년

내내 강물이 두껍게 얼어 있는 곳으로, 몬스터들이 잘 나오

지 않는 편이죠."

"과거에 북쪽으로 사흘쯤 올라가면 사비암 마을이 있었습

니다. 그곳에서는 대대로 특이한 장인의 비법이 전수되어 내

려오는데, 무언가를 깎아 내고 조각하는 일을 좋아한다더군

요. 위험한 길을 지나쳐야 되겠지만 장인이 되려면 꼭 가 보

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죽음의 계곡에서 가장 가까운 요새는 벤트 성입니다. 한

때에는 니플하임 제국 기사단이 상주하던 번성한 곳이었는

데, 지금은 어찌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을 주민들로부터 추가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위드는 생각했다.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역시 나처럼 착하고 순진무구하

게 살아온 사람에게는 이런 복이 오는 거야.'

위드는 신바람이 나서 요리를 했다. 

그러나 한두 그릇도 아니고 수백 그릇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음식 재료가 넉넉하다고 해도 손이 모

자라기 마련!

음식을 만드는 데에는 신속함이 생명이다. 자칫 음식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못 먹은 이들의 아우성이 감당할 수가 없

을 정도니까. 적당한 허기는 최고의 반찬이 되어 주기도 하

지만 지나칠 경우에는 폭동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서윤이나 알베론에게 도와 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요리 스킬이 모자란 이가 나선다면 맛도 심하게 떨어질 우

려가 있다. 평소라면 알베론에게 설거지라도 시킬 데지만,

지금은 성기사나 사제들이 보고 있어서 함부로 부려 먹을 수

도 없다.

하지만 위드에게는 충분한 경험이 있었다.

토벌대 등을 따라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의 음식을 마련했

던 경험!

모라타에서도 성기사들을 먹이기 위하여 만만치 않은 음

식을 준비했던 적이 있었기에 음식을 대량으로 만드는 건 익

숙했다. 

'잡탕찌개만으로는 안 되겠다. 빨리 만들 수 있는 메뉴를

추가해야겠어!'

큰솥에 재료를 듬뿍 넣고 한꺼번에 휘젓는다. 화력을 높

여 팔팔 끓이고 물의 양을 조절했다. 그러면서 밥을 대량으

로 지어서 덮밥을 만들어 배급해 주었다.

그러자 주민들은 훨씬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서윤이나 알베론도 따로 위드가 챙겨 주어서 넉넉하게 음

식을 받았다. 위험한 곳에 같이 가야 하는 동료를 더욱 챙기

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배부르게 먹은 마을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닌가.

"이 렇게 먹어 본 것이 언제인지....."

"몬스터의 침입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아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저마다 슬픔에 잠겨서 하소연을 토했다. 

마을 장로가 한마디 했다.

"가능할 것이네. 우리 모두 힘을 함친다면 충분히 과거처

럼 배부르게 먹으면서 살 수 있을 것이야."

"그런 날이 정말 오면 좋겠습니다."

"꼭 올 것이네. 그보다 우리 마을은 몬스터로부터 풀려난

이후로 한 번도 기쁨을 나누었던 적이 없었군. 이토록 기쁜

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축제를 벌이자. 우리 마을의

재건을 기념하는 축제야."

"우와아아!"

띠링!

모라타 마을의 밤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모라타 지방 고유의 밤 축제.

밤새도록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기쁨과 희망을 나눈다.

마을 주민들의 생산력이 추후 1달간 300% 증대됩니다.

마을의 문화와 기술력이 일정 시간 동안 빠르게 진보합니다.

상점에 진열되어 있는 물품의 가격이 일주일간 마진 없이 판매됩니다.

밤 축제가 지나면 일정 시간이 흐른 후에 마을에 어린아이들의 숫자

가 대폭 증가합니다.

주민들의 성향이 근면, 성실하게 변화합니다.

축제에 참여하고 즐기실 수 있습니다.

밤 축제!

큰 도시나 성에서는 정기적으로 축제나 행사가 벌어지지

만.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축제는 흔치 않았다.

배불리 먹은 마을 주민들이 모닥불가에 모여서 축제를 벌

였다. 여자들은 흥겨운노래를 부르고, 남자들은 북을 두드

렸다. 

둥! 둥! 둥!

북소리에 맞칠서 마을 주민들은 춤을 추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거리는 모닥불에 의해 주민들의 춤은 몽환적으

로 보인다. 

여인들은 옷을 한 꺼풀씩 벗었다. 그러면서 속옷 차림으

로 춤을 추었다. 

추운 북부지만, 축제의 열기가 추위마저 잊게 만든다.

그 덕에 위드는 매우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역시 축제란 나쁘지 않군.'

남자들과 여자들이 춤을추고, 음악이 흐른다. 즐거운 분

위기 속에서 환상적인 밤이 지나고 있었다.

"휴, 이제 끝났다."

위드는 설거지를 부리나케 끝내고 자리에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마련하느라 무척이나 피곤

했다. 정작 자신은 얼마 먹지 뭇해서 배도 고팠다. 

하지만 서윤을 보는 순간 그 굶주림마저도 잊어버리고 말

았다. 대낮에 밝은 곳에서 가까이서 봐도 서윤의 미모는 흠잡

을 곳이 없었다. 늘 차가운 표정을 짓는 것이 조금 아쉬울 뿐,

신비롭고 순수한 매력은 가슴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은 달빛과 모닥불 빛에 의해 적당한 분위기와

조명까지 갖추어졌다. 이때에 드러난 서윤의 미모는 가히 위

드조차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몇 번이나 그녀의 조각상을 만들고. 세밀한 부분까지 눈

을 감고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왔는데 그 믿음이

깨어질 정도였다. 

'아름답다.'

위드는 새삼 그녀의 미모에 대해서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서윤은 다리를 감싼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평소와

는 달리 매우 부드러운 눈빛으로 주민들의 축제를 구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을 놓치면 기회란 없다.'

위드는 서윤이 축제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배낭에서 자하브의 조각칼과 로디움의 조각사 길드에서 받

은 광석을 꺼냈다. 

"감정!"

작게 속삭이듯이 위드는 물품의 정보를 확인했다. 

달의 광석 : 내구력 1,000/1,000

흰빛이 도는 광석.

빛을 흡수하여 발산하는 특수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 매우 단단태해

서 어지간해서는 부서지거나 깨지지 앉는다.

조각술을 연마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도구로 알려져 있지만, 웬만큼

뛰어난 솜씨로는 다루기가 불가능하다. 만약 그래도 깎고 싶다먼 좋

은 조각칼이 필요할 것이다.

제한 : 조각사 전용. 퀘스트 아이템.

옵션 : 다양한 빛깔을 뿜어냄. 세기의 조각품을 만들 수 있다. 특수한

        옵션이 걸려 있음.

달빛 조각술을 얻기 위한 퀘스트 아이템!

내구력이 무려 1.000이나 되었다. 이것을 웬만한 조각칼로

다듬으려 한다면 수도 없이 이가 나가서 못쓰게 될 것이다. 

"괜찮겠지. 내게는 자하브의 조각칼이 있으니까."

조각사라면 모두가 탐낼 만한 유니크 아이템!

아무리 단단한 광석이라고 해도 못 깎을 이유가 없다. 

위드는 드디어 이 광석을 깎아서 만들 대상을 정한 것이다. 

서윤!

달의 광석을 조각해서 그녀의 모습을 한 뼘 정도 되는 크

기로 만들어야 한다. 

'무리하게 욕심을 부릴 필요 없어. 지금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거야.'

위드는 발각되기만 하면 큰일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더

불어서 지금까지 그녀의 조각상을 몰래 깎아 왔단 사실이 걸

리면 엉청난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후환이 두렵기도 했지만 작은 조각상을 깎는 것이라 손으

로 잘 가린다면 알아보긴 힘들 것이라 판단했다. 

'구체적인 얼굴 형태를 보이기 전에는 뭘 깎는지 모르겠지.'

설혹 알아차리게 되더라도 지금 서윤의 분위기는 조각품

으로 만들 만한 가치가 있었다. 현재의 느낌이 사라지기 전

에 서둘러야 했다. 

위드는 달의 광석에 조각칼을 대고 꾹 눌렀다. 워낙에 단

단한 광석이라 보통 힘을 주어서는 어림도 없다. 

'한 번에 다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조금씩, 조금씩 하는

거야. 아직 밤은 길어.'

큰 힘과 세밀한 감각이 필요한 작업!

능숙함도 필수적이다. 

위드는 달의 광석을 끄트머리에서부터 조금씩 잘라 냈다. 

일단 욕심내지 않고 사람의 형체를 만든다. 

지금 갑옷을 입고 있는 서윤을 그대로 만들면 그것은 눈에

띌뿐더러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다. 

위드는 횐 드레스를 입고 있는 서윤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녀는 이곳 눈이 뒤덮고 있는 땅이 아니라. 벌과 나비가 날

아다니는 꽃밭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웃음을 터트리는 소녀!

서윤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지금 위드

가 그녀에게서 느끼는 열망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위드의 조각칼이 점점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완전한 몰입!

머릿속으로 무엇을 깎아야 한다고 계산하지 않았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서윤에게서 전해지는 느낌대로 광석

을 깎아 냈다

파아앗!

달의 광석이 깎여 나갈 때마다 환한 빛이 일어났다. 마치

오래 묵은 때를 벗어 버리는 것처럼 광석 내부는 밝게 빛났다.

위드가 조각칼을 놀릴 때마다 조금씩 더 밝은 빛을 발하는

광석!

달이 비치는 밤에 주민들이 춤을 추고 있다. 그 축제의 한

가운데에서 빛을 끌어안듯이 조각품을 만드는 것이다. 

영롱한 빛 무리가 광석에 어렸다. 

거의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위드가 조각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마치 빛의 구체를 다

루는 것처럼 보였다. 

"와, 저게 뭐야?"

"조각품을 만들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 성기사들이 한마디씩 하며 위드의 근처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조각품을 만드는 데에 조금이라도 거슬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리라.

다행스럽게도 서윤은 모닥불 근처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구경하느라 위드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아름다움의 극치.

달빛 조각사!

그러나 위드에게는 고역이 따로 없었다. 

'안 그래도 잘 깎이지도 않는 광석인데!'

조각품이 눈이 따가울 정도로 빛을 내고 있었으니, 이것

을 깎아 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어려울 수밖에 없었

던 것이다. 

조각술에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자부했다. 매일

상당한 숫자의 조각품을 만들었으니, 지금까지 만든 조각품

들을 다 함친다면 어마어마한 개수이리라.

그럼에도 눈으로 세밀한 부분을 확인하지 못하니 깎는 것

이 힘들었다. 

한마디로 폼은 나지만, 속으로는 죽을 고생을 해야 한다

는 것!

-조각칼을 잘못 움직여서 손가락을 다치셨습니다. 생명력이 30 줄어듭

 니다. 일시적으로 손재주가 3% 하락합니다.

-조각칼을 질못 움직여서 팔목을 다치셨습니다. 생명력이 100 줄어듭

 니다. 손이나 무기를 다루는 공격력이 일시적으로 8% 하락합니다. 

평소에는 하지 않던 실수를 해서 손을 베이는 경우도 있었

다. 어지간하면 이 정도까지는 다치지 않겠지만. 광석이 워

낙에 단단하여 많은 힘을 주어야 했으니 조금만 엇나가더라

도 다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드는 비로소 이 퀘스트의 난이도를 깨달았다.

'조각품을 만들면서 달빛 조각슬을 습득하는 것은 절대로

쉽지 않다. 작은 실수는 괜찮지만 큰 실수를 하면 안 돼.'

로디움에서 정보를 모아 조각사 길드에 간 것으로 퀘스트

가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 광석을 이용해서 조

각품을 완성하는 것이야말로 퀘스트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

었다. 

달의 광석은 엄청난 내구력을 가지고 있어 단단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조각칼을 놀리다 보면 자칫 실수를 할 수도 있

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과도한 힘을 주어야 했으니 작품

이 망가질지도 모를 일.

목이나 허리처럼 중요한 부분을 망가뜨린다면 아득해질

수밖에 없다. 

단 하나밖에 없는 광석을 잃어버린다면 영영 달빛 조각술

을 터득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역시 이놈의 직업은 쉬운 게 하나도 없어!'

다른 직업들도 상위 스킬을 얻거나 직업 전문 스킬을 익히

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혹

은 필요한 아이템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직업도 조각사만큼 아찔하지는 않았다.

다시 도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라니!

조각술 마스터의 비기를 습득하는 것도 그랬지만, 달빛

조각술을 익히는 것도 만만치는 않았다. 

위드의 마음이 흔들렸다. 

'이렇게 서두르다가는 조각품을 망가뜨릴지도 모른다.'

기회를 날려 버릴 수도 있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연구

하면서 형태를 만들어 간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으리라.

하지만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조각품을 기계적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 확실

한 느낌이 있을 때에 만드는 편이 나을 거야.'

나중에 다시 도전할 때에는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지

게 된다.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라도 여

유가 사라진다. 

차라리 다소의 미흡함은 있을지라도 한 번 손을 댄 이상

지금 끝내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조심해서‥‥ 나는 할 수 있다!'

-조각칼을 질못 움직여서 손가락에 큰 상처가 났습니다. 생명력이 250

줄어듭니다. 손이나 무기를 다룰 때마다 피해가 커지게 됩니다. 

의욕을 키우자마자 어김없이 터지고 마는 사고!

조각칼이 광석을 깎아 내고도 남은 힘으로 튀어 오른 것이

었다.

하지만 위드는 광석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꺾어서 작품을

손상시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조각품을 깎으면서 끊임없이 실수를 했다. 

조금씩 줄어가는 생명력!

이러다가는 조각품을 만들다가 죽은 최초의 조각사가 될

지도 모른다. 

위드는 긴장을 풀기 위해 애썼다. 

'최악의 경우에 죽으면 되는 거야. 레벨이 낮아지고 스킬

의 숙련도가 낮아지겠지. 어렵게 익힌 각종 생산 스킬들의

숙련도가 전체적으로 낮아지는 거야.'

갈수록 비관적인 전망들!

입 안에 마른침이 고인다. 

위드는 조각품을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형태를 확인하고

조각품을 깎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만들고 있는 조각품이 서윤이라는 사

실이다. 크기는 다르지만 많이 만들어 보아서 익숙한 조각품

이 아니었다면 완성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을 수도 있다. 

위드는 그야말로 장인 정신으로 빛을 끌어안고 조각칼로

광석을 깎았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던 형태를 만들 수 있었다. 

띠링!

-달의 광석을 깍아 조각품을 만드셨습니다. 

-명성이 450 올랐습니다. 

-조각품에 대한 이해의 스킬 레벨이 1 상승하였습니다.

-조각술 스킹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예술 스탯이 60 상승하였습니다.

벅차오르는 감동.

조각품의 완성!

달의 광석은 맑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서윤의 조각품

으로 변했다. 

눈이 부실 정도의 광채를 뿜어내던 조각품은 시간이 지나

면서 점점 빛이 사그라졌다. 

은은하고 맑은 빛을 내는 조각품.

그저 광석을 깎았다면 조각품의 매끈한 결이나 형태만을

보았으리라. 하지만 스스로 빛을 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고

귀해 보였다

띠링!

잃어버린 빛을 찾아서 완료

빛을 다루는 신비의 조각술.

자신의 감각을 퉁해 빛을 조율히고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소수의

조각사들에게만 전승되었다고 하는 이 기술은 매우 위험하며, 동시에

뛰어난 것이다.

퀘스트 보상 : 스킬의 습득.

-달빛 조각술을 습득하셨습니다. 

 달빈 조각술 1(0%) : 조각사 직업 상위 스킬.

 조각품이 빛을 낼 수 있게 됩니다. 다만 빛의 색깔이나 형상은 재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한 완성된 조각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남겨진 세월

 의 흔적에 따라 가치를 더해 갑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빛을 다룰 수 았습니다. 빛을 뿌려서 적을 공격하거

 나, 자싱의 몸에 빛을 씌워 방어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정

 수치의 마나를 사용히며, 물리적인 공격보다는 마법을 막는 데 도음이

 됩니다. 자연 계열의 보호막으로, 마법사들의 쉴드보다 약하지만 마나

 소모는 훨씬 적은 편입니다. 특수한 곳에 빛을 가둘 수 있습니다. 어두

 운 곳을 밝힐 수 았습니다. 

 빛과의 친화도가 3%가 되었습니다. 

 빛의 조각술을 펼칠 수 있습니다. 

 루미나리에. 환상적인 빛의 입체감을 이용한 조각품은 다수의 보석을

 필요로 합니다. 

-스킬 조각 검술이 변형되었습니다.

 조각사 직업 상위 스킬인 달빛 조각술의 영향으로 조각 검술이 달빛

 조각 검술로 발전하였습니다.

 마나의 소모가 3배로 늘어납니다.

 빛을 이용한 공격력이 가능해집니다. 달빛이 비치는 곳에서는 그 공격

 력이 배가됩니다.

 기존에 있던 조각 검술의 숙련도가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로 방전하게

 됩니다.

 현재 달빛 조각 검술의 숙련도는 중급 2레벨 43%입니다.

고대하던 달빛 조각술의 습득!

이제야 진정한 달빛 조각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퀘스트의 완료로 한 가지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 더 있었다. 

'왜 굳이 달빛 조각술인지 알겠군.'

완성된 조각품은 빛을 발산한다. 

위드가 만든 조각품도 고귀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 은은한 빛은 조각품의 가치를 더욱 놓여 줄 수 있는 것

임에 틀림없다. 만약 그 빛이 태양처럼 강렬하다면, 그것은

조각품으로 볼 수가 없다. 

적당한 빛이야말로 조각품의 품위를 더욱 올려 주는 것.

너무 밝으면 조각품의 신비함이 떨어지게 되고 마는 것이다. 

북부의 달빛 아래에 완성된 조각품!

위드는 환하게 웃고 있는 서윤의 조각품을 품 안에 간직

했다. 

새마을 갱생병원의 차은희 박사는 열심히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서윤의 켑슐 속에서 진행되는 영상을 지켜보는 것

이.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 지는 축제.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리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춘다. 

그 낭만적인 정취.

보험이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차은희는 아쉬웠다. 

'오크 카리취와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위대한 명성을 가진 모험가인 위드.

위드와 단둘이 모험을 떠날 수 있다면 누구도 망설이지 않

으리라.

오크 세에취로서의 화끈함!

암컷 오크가 되어서 벌이는 전투나 행동도 물론 마음에 들

었다. 산이 많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유쾌함이

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차은희 박사는 북부의 모험이 더욱 흥미로웠다. 

북부의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벌어지는 사건들!

차은희는 부럽기 짝이 없었다. 

[식량 획득 작전]

위드는 축제의 밤을 마치고 서윤과 알베론과 함께 모라타

마을을 나왔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여행인가?"

목표로 하는 지역의 정보 등은 사전에 최대한 입수해 놓았

다. 움직여야 할 방향이나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길목들도

꼼꼼하게 알아 두었다. 

하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바로 식료품이었다. 

"어디 보자, 식량이 얼마나 남았지?"

배낭을 뒤적 보니 늘 일정 규모 이상 채워져 있던 식료품

들이 하나도 얼었다. 

어디서도 꼭 필요한 음식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

축제에서 모라타 마을 주민들이 푸짐하게 먹고 마시느라

모두 써 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술병들은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유로키나 산맥을 떠나기 전에 땄던 야생 포도로 담근 와

인들!

그것이 묵묵히 숙성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술로는 포만감을 채울 수 없지."

와인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다. 물론 어느 정도 포만감이

들기는 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취기가 올라온다. 

힘과 민첩성의 하락. 더 심한 경우에는 전투 불능 상태까지!

최악의 경우에는 지나친 음주로 인하여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중에 한 잔씩 마시면 괜찮겠지.'

생활에는 전혀 무용지물일 것 같은 술!

그러나 술에도 장점은 있었다. 

로열 로드에서는 공격을 당하면 일시적인 생명력의 하락

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즉각적인 치료를 하거나 아니면 약초

나 포션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 주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없을 때 상처 부위에 술을 붓게 되면, 소독

의 효과가 있어서 추가적인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더군다나 술은 추위에도 좋은 약이다. 추울 때 술을 한 잔

정도 마셔 주면 추위를 견디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아까운 와인을 쓸 수는 없어. 이대로 숙성시키면 제법 돈

을 받을 수 있을 덴데‥‥‥‥'

와인은 일단 그대로 배낭에 넣어 두고, 위드는 식량을 구

하기 위해 나섰다. 

사락.

횐 눈을 발는 테로스는 감회가 새로웠다. 

'드디어 부활의 시작이구나.'

당당한 바바리안 워리어 플라인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여긴 너무 춥군."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데인이 말했다. 

"괜찮아. 싸우다 보면 금방 더워질걸."

테로스는 자신을 믿고 이곳까지 따라와 준 동료를 보며 고

개를 고덕였다. 

"우리가싸울 일이 반드시 있게 될 것이야."

스콜피온 왕의 무덤 퀘스트!

그 사건으로 인해 진흥의 날개 길드는 해체되었지만, 그

핵심을 구성하고 있던 사람들이 다 떠난 것은 아니다. 

적염의 마녀 프시케와 도광 마커.

돌격 대장 바스텐.

진홍의 날개 길드의 정예들이 이름을 속이고, 갑옷을 바

꿔 입고 차가운 장미 길드의 원정대에 참여했다. 

물른 처음부터 다른 길드의 원정대에 섞여서 오고 싶은 마

음은 추호도 없었다. 진홍의 날개에서 직접 원정대를 꾸리려

고 했다. 하지만 안 좋은 일들은 한꺼번에 일어난다는 말처

럼,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됐다. 

동맹 길드의 이탈. 보유한 성과 마을에 대한 전면 공격,

스콜피온 왕의 무덤 때문에 썼던 자금의 압박까지.

이런 안 좋은 일들은 베르사 대륙에서 10위권 내의 길드이

던 진홍의 날개를 추락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어쩔 수

없이 길드가 해체되었다. 

끝까지 남아서 사수하자는 부류도 있었지만, 서서히 무너

져 가는 길드를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러나 우린 반드시 일어설 것이다.'

테로스는 명예를 회복하고 진흥의 날개를 되살리고 싶었다. 

'북부가 그 장소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을 되돌리고 길드를 부활시키기 위한 원정!

'대륙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은,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

없는 우리의 몫이다.'

테로스는 차갑게 웃었다. 

차가운 장미 길드가 이끄는 원정대는 여전히 난항에 빠져

있었다. 대규모의 인원을 데리고 자신 있게 왔지만 온갖 문

제점들이 속출했던 것.

요리사들을 대거 데려온 원정대!

원정의 초창기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그때에 원정

대원들의 사기를 올려 주기 위해서 많은 음식들을 만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운을 내라는 차원에서였다. 

오베론이나 드럼 들은, 보급 물자는 충분히 가져왔으니

별다른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원정대원들이 소

모하는 음식 재료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추운 곳에서 딱히 할 일도 없던 이들.

요리사들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

했던 것이다. 

"맛있네."

"역시 어딜 가도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해."

"그렇지. 원정대를 따라오길 잘했군. 차가운 장미 길드가

괜히 유명한 것이 아니었어."

원정대원들은 이름 있는 길드는 과연 이유가 있다면서 고

마워했다. 

요리사들도 신바람이 났다. 

"우리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 주는 사람이 있어."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우리 요리사들이 매우 중요한 직업

이라는 걸 각인시키자고."

"그래야지. 우리 음식 재료도 아니니까 마음껏 쓰자!"

요리사들은 풍부한 음식 재료 덕분에 안심하고 평소에는

만들 엄두도 내지 못하던 고급 요리들을 개발해 냈다. 

"송이버섯과 꽃게 요리!"

"벌꿀에 버무린 달팽이 요리"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낼수록 요리의 숙련도가 향상된다. 그

러므로 요리사들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음식을 만들었다. 

맛있는 음식들은 원정대원들로부터 큰 호옹도 있었으니

망설이지 않았다. 

빠르게 소모되는 음식 재료들.

적어도 그때에는 보급품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저지를 했

어야 했다. 하지만 차가운 장미 길드의 보급품 관리 담당들

도 마음을 푹 놓고 있었다. 

"음식 재료야 또 구하면 되는 거니까."

"오베론 대장도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 보급품을 푸짐하게

풀라고 지시했어. "

음식 재료들이 한참이나 줄어들고 있는데도 손을 쓰지 않

았던 것이다. 

그렇게 남은 재료가 거의 3할 정도로 줄어들었을 때에야

분위기가 조금 변했다. 

"이제부터 식량을 좀 아껴 먹어야겠군. "

"음식 재료들도 구해야겠어."

"재고는 넉넉하게 채워 두는 편이 좋으니까 말이지."

그런데 여기서 크나큰 문제가 발생했다. 

추운 북부에서는 음식 재료를 구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

었다. 

중앙 대륙의 산에서는 밤이나 도토리, 사과와 같은 열매

들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심지어는 사냥을 해도 된다. 식량

이 모자라더라도 체력이 하락하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는 경

우는 있어도, 굶어 죽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이다. 

돈만 있다면 지나가는 여행객으로부터 음식 재료를 사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북부에서는 추위 때문에 열매를 구할 수가 없었다. 

여행객들로부터 음식을 구하는 것도 안 된다. 부득이하게 사

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도 만만치는 않았다. 

몬스터들이 주로 출몰하는 지역은 한정되어 있다. 사냥으

로 인원 숫자가 많은 원정대가 먹을 음식을 모두 마련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이다. 

식량의 중요성을 간과한 탓이었다. 

음식 재료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원정대의 사기도 추락했

다. 음식의 질이 하락한 것은물론이고, 나중에는음식을아

껴 먹어야 하는 상황까지 도래했다.

"배고파요."

"먹을 것 좀 가져다주세요."

굶주림에 허우적거리는 원정대원들!

처음부터 가난하게 시작했다면 모를까, 잘 먹다가 도중에

굶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차가운 장미 길드원들도 솔선수범을 보인다면서 굶었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도 굶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차가운 장미 길드 소속의 정예들이 아니었다. 의리나 신

망이 높은 오베론이 몰래 음식을 챙겨 먹도록 허락했을 리가

없었다. 

바로 검치 들!

검삼백육치는 배낭에 숨겨 두었던 보리 빵을 꺼내서 몰래

씹어 먹었다. 오래되고 차가워서 딱딱하게 언 빵이었지만,

침을 묻혀서 살살 녹여 먹었다. 

"역시 보리 빵 맛이 최고야."

숱하게 굶어 죽은 이후로 절대로 허기에 시달리지 않겠다

는 결심을 했다. 그러면서 배낭에 넉넉하게 보리 빵을 가지

고 다닌 것이다. 검치 들은 로열 로드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보리 빵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원정대원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실패 끝에 깨닫게 된 사실.

'북부에서는 식량을 구하기가 어렵다. 음식 재료를 최대

한 아껴야 한다!'

위드는 식량을 모으는 일에 착수했다.

"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모아야겠지."

조미료는 충분히 남아 있었으므로 음식 재료만 모으면

된다. 

"역시 사냥을 하는 수밖에 없겠군."

위드는 예전부터 식량은 철저히 현지에서 조달한다는 원

칙을 세워 놓았다. 따로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신선한

재료들을 구하기도 쉽다. 음식 재료도 오랫동안 쌓아 놓기만

하면 썩어서 먹을 수 없게 되는 법이다. 

"알베론, 가자!"

"예."

알베론을 부하처럼 부리면서 위드가 움직인 곳은 모라타

마을의 뒷산이었다.

컹컹컹!

아우우우우!

모라타 마을의 뒷산에 흔하게 돌아다니는 혼을 잃어버린

늑대들!

야생의 본능을 번뜩이며 무리 지어 활동하면서 근처의 동

물들을 잡아먹는 늑대들은 위드의 등장에 몸을 떨었다. 

'저 독한 놈이‥‥‥‥'

'나를 식량으로 보는 눈빛.'

'우리의 부모님들을 잡아먹은 놈이다. 우리 엄마는 저놈

의 손에 의해 가죽마저 남기지 못했어. 컹컹.'

'우리 형은 통째로 삶겼지. 저놈이 다시 돌아왔다.'

위드의 높은 투지!

그것은 자신과 레벨이 비슷하거나 혹은 더 낮은 몬스터들

의 사기를 꺾어 놓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늑대들은 이미 위드가 많이 사냥했던 몬스터였다. 

몬스터들치고는 지성이 제법 높은 늑대들은, 기억력도 뛰

어난 편이다. 사냥을 해서 뼈와살을 추려 가고, 가죽까지

벗겨서 재봉해 버리는 위드의 잔혹한 손속을 잊지 못하는

늑대들은 공포에 치를 떨었다. 

'그래도 우리는 늑대들이다.'

'자존심을 지키자.'

컹컹컹!

늑대들이 무리 지어서 달려들었지만, 위드는 가볍게 검을

뽑아 들었다. 

"달빛 조각 검술!"

강화된 조각 검술의 결정판!

은은한 빛의 검.

사정거리까지 길어진 빛의 검을 휘두르며 위드는 늑대들

을 도륙해 나갔다. 위드의 레벨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

을 정도였으니 늑대들은 애초에 상대가 아니었다. 

"도축!"

잡은 늑대는 바로 그곳에서 뼈와 살 그리고 가죽을 발라

버렸다. 

그 모습을 서윤은 그저 보고만 있었다. 

위드는 그녀를 살살 구슬렸다. 

"보고만 있지 말고 좀 도와요."

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을 통

해 미안한 마음이 전달되었다. 

이 추운 날씨에 위드 혼자 고생을 하고 있으니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먼저 덤비지 않으면 사냥을 하지 않는

그녀로서는 늑대를 공격할 수가 없었다. 

위드가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는 동료라고 할 수 얼어. '

어떻게든 서윤을 통해서 전력을 향상시켜야 할 입장인데,

싸울 때마다 팔짱을 끼고 보고만 있는다면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강요할 만한 처지도 아니었다. 

힘이 없는 것이 죄라는 말처럼, 전투 능력은 서윤이 위드

보다 더욱 뛰어나니까.

위드는 아직도 레벨 300대의 초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

다. 퀘스트롤 진행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조각품에 생명을

부여하다 보니 레벨이 잘 오르지 않았다. 

'그놈의 퀘스트와 조각품에 생명 부여만 하지 않았어도. '

사냥을 열심히 했어도 최근 몇 달간 레벨이 오르지 않은

이유였다. 

그래도 레벨이 오르고 내리는 동안에 각종 스킬의 숙련도

는 상당히 상승했다. 몬스터에게 틈틈이 맞아서 맷집도 많이

늘었다. 

스탯과 스킬의 숙련도를 충실히 올려서 내실을 다지는 것

이 위드의 방식이었으니, 아예 소득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

는 처지였다. 스탯이나 스킬들은 몬스터를 사냥할 때에 확실

히 도움이 되니까.

하지만 추측하건대 서윤의 레벨은 적어도 300대 후반이

었다. 

'어쩌면 400을 넘었을 수도 있다. '

헤르메스 길드의 바드레이는 즉위식에서 자신의 레벨을

공개했다. 

놀랍게도 그때 밝혀진 레벨은 무려 412!

로열 로드와 인터넷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레벨이 300대 후반으로 알려졌을 때보다 시간이 꽤나 흘

렀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빠른 레벨 업 속도였다. 

'아마도 길드에서 몬스터를 몰아주기 때문이겠지. 헤르메

스 길드의 수장으로서 각종 혜택을 다 받고 있을 테니까. '

소모품이나 장비를 비롯하여 수집된 사냥터의 정보들을

적극 활용한다. 그를 위한 대장장이나 신관, 바드들이 언제

나 대기하고 있으며. 또한 대부분의 전투에서 몬스터에게 최

후의 일격을 날리는 것은 바드레이였다. 

그렇게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으니 여전히 레벨을 올리는

속도가 빠른 것도 무리는 아니다. 

원래 바드레이는 다른 게임에서도 유명한 게이머였다고

한다.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도 상당수.

마법의 대륙에서도 바드레이를 따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위드와 맞부딪치지 않았던 것은 바드레이가 먼저 게

임을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바드레이는 마법의 대륙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

사였고, 그가 이고는 길드는 그곳에서도 최강의 세력이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는 실제 그의 재산도 갑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한다. 

그런 바드레이가 즉위식에서 레벨을 공개한 장면은 명예

의 전당에서도 큰 화제를불러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모든

게임 방송사에서 주요 뉴스로 다룰 정도의 사안이 되었다. 

심지어는 베르사 대륙에 있는 술집들의 매출마저 단번에

5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그놈은 뭘 해도 잘하는군. "

"우리는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놈은 완전히 훨훨 날아

가고 있잖아. "

"난 아직도 레벨 357인데. 언제 400을 넘지?"

지독한 속 쓰림!

소위 염장이 아파서 술로 해결하려는 무리가 많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바드레이는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대륙의 왕.

황제라는 이름에 공식적으로 도전을 하고 패권을 장악하

기 위한 밑그림을 그련 능력을 가진 것이다. 

물론 헤르메스 길드는 그 규모의 방대함이나 세력만큼이

나 적들도 많았다. 

넓은 베르사 대륙에는 바드레이보다는 못하지만 그를 견

제할 수준의 유저들이 최소한 수십 명은 된다. 헤르메스를

긴장시킬 수 있는 길드들도 제법 많은 편이었다. 

단일 길드로 맞설 수 있는 것은7개 정도지만, 연합 길드

까지 감안한다면 15개 이상이 헤르메스와 패권을 다룰 수 있

을 정도다. 

그렇기에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현재 베르사 대륙의

거의 모든유저들이 바드레이에게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모든 이들이 부러워하는, 대륙에서 가장 강한 이. 그런 사

람이 바로 바드레이니까.

'다크 게이머 연합에서 공개된 전투 동영상들. 레벨 380

대 후반의 용병과 비교해 본다면 서윤이 더 강해. 그 용병은

꽤 오랫동안 사냥했던 몬스터를 서윤은 순식간에 해치웠다. '

전투 방식이나 주로 사용하는 스킬에 따라 사냥 속도는 차

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위드 자신보다는 서윤이 훨씬 강했다. 

'최소 390에서 400을 넘는 사이. 아마 그 범위를 크게 벗

어나지는 않을 거야. '

위드가 직접 예상한 것이었다. 

몬스터들을 기준으로 전투 능력을 비교한 것이니 아마도

틀리지 않으리라. 전투 능력을 보는눈은 어긋났던 적이 거

의 없으니까.

그런 만큼 서윤을 매사에 힘으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

었다. 자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동료로 만들어야 하

는 것이다. 

'여자한데 맞으면 정말 비참하니까! '

위드는 넌지시 지나가는 말투로 슬쩌 이야기했다. 마치

보신용 음식을 파는 장사꾼처럼!

"여기 북부 늑대 안 먹어 봤죠?"

"......?"

"깡말라서 살은 별로 없죠. 뼈다귀도 쓸데없이 튼튼하기

만 해요. 그런데 그렇다고 맛이 없냐면. 그건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 "

"......"

"단단하면서도 오밀조밀 뭉쳐 있는 살점. 그것을 조심스

럽게 뼈에서 발라 먹을 때의 쾌감! "

위드는 두 손으로 직접 갈비를 뜯는 모습을 재현해 주었

다. 실제로 양념에 버무린 늑대 갈비 요리는 그야말로 맛이

일품이었던 것. 흉내를 낸 이후에는 입맛을 다시는 것도 잊

지 않았다. 

위드는 거기에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뼈는 나중에 푹 고아 두면 그 진미가 우러나오기

도 하죠. 그 따끈따끈한 육수를 한 모금만 마시면 추위가 확

풀리는 것이 아주 그냥‥‥‥‥"

스윽.

거기까지 들은 서윤이 검을 뽑아 들고 늑대들을 향해 움직

였다. 사냥을 하기 위함이었다. 티 없이 맑은 눈빛과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진 미녀라고 해도 정말 이슬만 먹고 살진 않

는 것이다. 

이후부터는 서윤이 나서서 늑대들을 사냥하고, 위드는 그

늑대들의 몸에서 가죽과 고기, 뼈를 채취해 냈다. 이처럼 적

당한 분업이 이루어지면서 빠른 속도로 음식 재료를 모을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한참 먹을 수 있겠군."

위드는 배낭에 찬 늑대 고기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

었다. 

과거에는 수십 명의 성기사까지도 먹여 살린 경험이 있

었다. 

석상화되어 있던 성기사들의 해방!

1명씩 늘어나는 입을 감당하기 위하여 사냥을 늘려야 했

고. 그러면서 고기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위치를 알아냈다. 

그 기억이 지금 도움이 되고 있었다. 

위드는 늑대 고기만 모으진 않았다. 

"한 가지만 너무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지. "

입맛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요리가 주는 효과도.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만 먹다 보면

그 효능이 줄어들고 만다. 

늑대 고기 요리는 만드는 법이 단순했다. 탕으로 끓이거

나 구워 먹는다. 늑대 고기 요리를 먹으면 생명력이 300 정

도 증가하고, 힘과 민첩이 20씩 늘어난다. 평소보다 2% 정

도 빠른 체력 회복, 투지 향상이라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런 비슷한 음식만 제속 먹다 보면 요리의 효과가

줄어서 겨우 포만감만 올려 주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럴 때에는 입맛을 돋우기 위한 별미도 마련해야 된다. 

"이쪽으로. "

위드는 서윤과 알베론을 데리고 뒷산을 넘어갔다. 그곳에

는 매우 넓은 얼음의 길이 있었다. 

흙과 돌로 이루어진 대지가 아닌 순수한 얼음의 길!

원래는 거대한 강물이 흐르고 있던 구역이리라.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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