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11권 (16/520)

달빛조각사 11권

 위드는 흡혈 박쥐들을 타고 뱀파이어의 왕국 토둠으로 향하면서 크게 기대했다.

 "토둠이라면 돈과 보물이 넘쳐 나는 곳이겠지. 밤의 귀족들이라니……. 토리도를 키워 준 대가로  끝내 주는 보상을 해 주지 않을까?"

 부푼 기대!

 천공의 도시 리바이스에서는 데스 나이트를 물리치고 프레야 교단이 잃어버렸던 성물인 헤레인의 잔을 되찾아 주었다.

그러면서 대신관의 부탁으로 하게 된 파고의 왕관 퀘스트!

 진혈의 뱀파이어족을 물리치고 프레야 교단의 성물인 파고의 왕관을 가져오라는 연계 퀘스트였다.

 그때 토리도는 진혈의 뱀파이어족의 수장이었다.

 래벨 400의 보스 급 몬스터.

 언데드의 군주 바르칸의 부하다.

 위드의 레벨은 불과 200도 되지 않았던 시절의 일이다.

 알베론과 함께 갖은 고생을 하며 성기사들과 사제들에게 걸린 석상화의 저주를 풀어 주었다. 그들이 희생한 덕분에 진혈의 뱀파이어족을 물리치고 토리도마저 굴복시켰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불사의 군단과의 전쟁의 서막!

 많은 모험을 거치면서 위드는 성장했다. 억지로 굴복시켰던 토리도도 과거보다 더 강해졌다.

 이제 그 토리도가 뱀파이어의 왕국으로 돌아가면서 보답 으로 위드를 초대했다.

 꿀맛처럼 달콤한 보상의 시간!

 "뱀파이어들은 고급스러운 걸 좋아하지. 보물들과 미술품을 사랑하고, 웅장한 거성에서 주로 활동한다. 그러니 토둠도 대단한 곳일 꺼야. 이런곳에 초대를 하다니, 토리도 그 녀석이 제법 은혜를 아는구나."

 위드는 일행과 함께 아름다운 환상을 품고 흡혈 박쥐들을 타고 지하로 내려왔다.

 하지만 대지의 구멍을 통과하여 그들이 떨어진 장소는 오염된 물이 흐르는 강가였다.

 "어푸푸!"

 거꾸로 떨어진 사람들은 옅은 강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밖으로 나왔다.

 보급품을 가득 실은 마판의 마차들은 검치 들이 밀어 주어 무사히 강가로 나올 수 있었다.

 메이런이 물었다.

 "근데 여기가 어디죠?"

 "글쎄요. 박쥐들을 타고 오긴 했는데 말이죠."

 패일이 고개를 갸웃했다.

 전혀 들어 본 적도 없는 지역이었기 때문!

 위드도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는건 마찬가지 였다.

 '분명히 우리는 토둠으로 왔어야 하는데.'

 토리도는 약속했다. 뱀파이어 왕국 토둠에 초대한다면서!

 밤의 귀족들이 거주하는 뱀파이어의 왕국!

 고대 미술품과 보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며 지상에서 찾기 힘든 아름다운 여인들이 사는 나라.

 3개의 달이 떠오르며 뱀파이어들에게만 허용된 약속된 땅!

 수억 마리의 박쥐와 쥐 들이 살며, 영원한 어둠이 자리 잡은 뱀파이어들의 세상.

 이블 홀.

 그 말에 따라 흡혈 박쥐들을 타고 대지의 구멍을 통해 지하로 들어왔는데 썩은 물이 줄줄 흐르는 강물 속에 빠진 것 이다.

 패일이 주변을 살피더니 대표로 물었다.

 "다시 모라타 마을 근처의 강가로 돌아온 건가요?"

 위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모라타는 아닙니다. 그 근처에는 이렇게 검은 물이 흐르지 않으니까요."

 강은 먹물이라도 풀어 놓은 것처럼 시커멓게 오염되어 있었다. 주변의 대지들에도 초록빛 수풀 대신에 거친 회색 모래들이 굴러다녔다.

 갈대가 바람에 살랑거리며 흔들리고, 낙엽이 이리저리 쓸린다. 하늘은 핏물을 ㅁ금은 것처럼 붉었다.

 모라타일 수가 없는 풍경이었다.

 페일이 물었다.

 "그러면 우리가 뱀파이어 왕국에 온 것은 맞습니까?"

 "글쎄요. 그건 물오보면 알겠지요. 콜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

 위드는 토리도를 소환해서 이곳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토리도의 반응이 없었다.

 휘이잉!

 거침없는 찬바람이 분다.

 토리도가 자유의 몸이 되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 페일이 주저하다가 말했다.

 "위드 님, 우리 속은거 아닙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요."

 위드는 토리도를 믿고 싶었다.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뒤통수를 맞았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위드님. 그냥 방금 제가 해 본 생각인데요. 토둠이 굉장히 멋진 곳이 아니라 썩은 물이 흐르는 근처였던거 아닐까요."

 "……."

 페일이 정곡을 짚었다.

 토둠에 대한 환상!

 황금이 지천에 깔려 있고, 우아하고 고전적인 뱀파이어 왕국!

 현실은 그와 정반대였다.

 썩은 강물이 흐르는 황폐한 땅에 떨어진 것이다.

 위드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게 아닌데, 정말 이런 건 아니었는데!"

 토리도를 어떻게 키웠는데 기껏 이런 보상이란 말인가.

 황금이나 향락은 찾아보기 힘들다. 햇빛도 없고 별들도 없다. 심지어는 바람마저 퀴퀴한 냄새를 품고 있다.

 완전히 지옥이나 다를바 없는 황량한 대지였다.

 뱀파이어 왕국 토둠에 오기는 했으나, 상상하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제피가 마침내 본심을 중얼거렸다.

 "역시 저주 캐릭터."

 "……."

 "매번 고생만 하고, 이번엔 우리까지 고생길에 데려온 거야."

 "……."

 로뮤나의 말은 위드의 가슴을 송곳처럼 찔렀다.

 거기에 치명타를 가하는 수르카의 순진한 한마디!

 "그럼 우리 이곳에서 신나게 노가다나 하고 가는 거예요?"

 토리도를 성장시킨 대가로 즐거운 여행을 꿈꾸었는데, 어딘지도 모를 위험한 땅에 안내자도 없이 떨어진 셈이다.

 바닥까지 몰리고 나니 위드의 정신이 들었다.

 '내 주제에 무슨 황금의 왕국이냐.'

 지금까지 운 좋게 풀렸던 적은 없다. 끝없는 고생을 통해 극복했을 뿐!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토둠에 초대를 받았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일도 아니었다.

 토리도의 레벨이 얼마던가.

 언데드의 군주 바르칸의 직속 부하!

 레벨 400이 넘는 토리도를 성장시켜서 간신히 올 수 있는곳이다.

 '보이는 이곳이 전부는 아닐 거야. 여기가 어딘지 몰라도 굉장히 위험히겠지. 특히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토리도의 수준이라면 지금까지 해 온 여느 퀘스트들처럼 방심할 수 없었다.

 위드는 막연한 기대와 환상을 접었다.

 이제부터는 생존이 가장 우선순위에 올랐다.

 뱀파이어 왕국 토둠에서는 한 번이라도 죽으면 인간들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어 버리고 마니까.

 이것도 하나의 극악한 페널티라고 할 수 있었다.

 베르사 대륙의 금지라고 하더라도, 위험만 감수한다면 몇번이든 들어가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곳은 한 번의 기회밖에 없다.

뱀파이어들은 시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토둠에서는 한 번 이라도 죽음을 경험한다면 즉시 추방이 되어 버린다고 했다.

 어렵게 잡은 기회이지만 아무것도 못 해 보고 다시 베르사 대륙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도 있는 것. 

 위드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토둠이 어디든 간에 난 물러서지 않아. 돈! 돈이 걸려 있으니까.'

 큰 판돈이 걸린 도박장에서 본전을 떠올리는 사람의 집착처럼 강한 것은 없다. 바퀴 벌레처럼 생존해서 어떻게든 콩고물을 얻어먹을 작정이었다.

 '이곳이 위험하다면 그만큼 강한 몬스터들도 많이 나올 테고,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할 수도 있다!'

 부풀어 오르는 희망.

 그러나 뮈든 위드의 생각대로 쉽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혼자서 왔더라면 묵묵히 토둠에 대하여 조사하고 일을 해결했을 테지만, 지금은 다수의 동료들이 있는 탓이다.

 "우리가 어디로 와 버린 거지?"

 "돌아가지도 못하는 거 이니야?"

 검사백칠십오치와 검오백삼치가 살짝 주늑 든 음성으로 웅성거렸다.

 뱀파이어 왕국을 구경할 희망에 부풀었는데. 어딘지 알지도 못할 장소에 도착했다.

 몬스터가 나타난다면 조금도 겁먹지 않고 싸울 것이다. 하지만 퀘스트나 모험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다, 황량하기 짝이 없는 낯선 강가에 떨어진 그들!

 겁을 먹을 리는 없지만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막대한 위기였다.

 위드는 이를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밥부터 먹고 생각하죠!"

 "우오오오!"

식사는 푸짐하게!

 김치들은 갈구했다.

 "맛있는 걸 줘!"

 "초콜릿처럼 달짝지근한 게 좋아."

 "생크림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식사라면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 고기가 아니겠나?"

 "술 한 잔 곁들이면 더 좋고……."

 방금 전까지 이곳이 어딘지도 몰라서 불안해하던 사람들은 없다. 식탐에 입맛을 다시는 돼지들이 있을뿐!

 순식간에 화제가 음식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사범들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검삼치, 검사치, 검오치는 그저 기뻐할 뿐이었다.

 "무슨 음식을 만들어 줄까?"

 "기다리기 지루한데…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기다려야겠지."

 "먹고 마시자!"

 "우와아아!"

 세에취는 탄식했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만 있다면 난 직업을 잃어버리고 말거야."

 고도의 정신분석학 논문들이 쓸모없는 낙서로 변해 버린 느낌이다. 어쩌면 이렇게 단순한 인간들이 있는지!

 지옥의 불길에 떨어져서도 삼겹살을 구워 먹을 인간들이 아닌가!

 세에취가 버틸 수 있는 건 정상인들도 있다는 희망 덕분이었다. 페일이나 제피, 메이런처럼 일반인들은 올바른 생각을 가졌을 테니까.

 페일은 제피와 심각하게 의논을 하고 있었다.

 "오늘 식단은 뭘까요?"

 "토둠에 가면 음식 재료들도 팔겠죠?"

 "그럼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요."

 화령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위드 님은 이렇게 요리도 잘하시고, 정말 못하는 게 없으신 것 같아."

 "……."

 세에취는 새삼 서글퍼졌다.

 '역시 정상인이 없어.'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었다고밖에는 말할수 없었다.

 역사에 기록될 위대한 영웅들이 위험한 땅을 탐험할 때에는 불굴의 리더십을 보여 주었다.

 어떤 위기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며 난관들을 극복해 내는 정신력.

 타협하지 않는 도전 정신.

 뜨거운 동료애. 

 번뜩이는 재치와 판단력까지.

 뱀파이어들의 땅을 탐험하려면 이런 리더십은 필수였다.

 하지만 위드를 보면서 그런 영웅의 면모를 발견하기란 힘들다.

 세에취는 딱 잘라서 말했다.

 "그냥 수준이 같은 거야. 저 검치 들과 완전히 똑같은 수준이야!"

 그저 단순한 인간들일 뿐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위드가 만들어 낸 요리는 거리 거창하지는 않았다.

 담백한 자라탕!

 모리타 마을을 떠나기 전에 구입했던 재료를 최종적으로 다듬어 끓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 음식의 재료가 바로 자라입니다.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자라. 엎어지면 못 일어나는 자라. 남자의 정력에는 완전 끝내 주는… 크흐흐!"

 음식을 앞에 두고 위드의 입에서 술술 나오는 사탕발림.

 마지막에는 여운을 남기는 비열한 웃음까지!

 조각사라는 직업으로 시련의 세월을 겪어 와서, 물건을 과대 포장하는 데에는 자신감이 붙었다.

 '음식도 마음이다. 맛있는 음식은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서 기분이 즐거울 때에 먹어야 더욱 맛있는 법.'

 음식의 맛을 돋우기 위해서는 요리사의 한마디에 귀를 귀울이고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오옷, 정력!"

 검치 들이 무섭게 자라탕을 들이켰다. 건더기를 먹을 때에는 평소답지 않게 조심스러웠다. 그러면서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았다.

 "꺼억!"

 "시원하다!"

 검치 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은 것은 물론이었다.

 화장실에서도 라면을 3개씩 끓여 먹는 식욕을 가졌는데, 뱀파이어의 대지라고 해서 그들의 입맛을 잃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하물며 정력에 좋은 자라탕이라는 이야기도 듣지 않았던가!

 페일과 제피도 만만치 않았다. 숟가락을 부지런히 놀리며 자라탕을 먹었다.

 "많이 드세요. 남기지 마시고요"

 메이런은 옆에서 부추기고 있었다.

 위드는 여자들에게는 다르게 말했다.

 "자라가 피부 미용에는 그만이라서 먹으면 이십 일은 어려지는 효과가……."

 "빨리 주세요! 얼른요!"

 "듬뿍 퍼 주세요, 위드 님."

 이리엔과 로뮤나도 급했다.

 아직 어린 수르카도 피부 미용에는 관심이 많아서 자라탕을 떠먹기에 바빴다.

 실제로 어려지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십 일이란 딱 그만큼 애매한 날짜였다. 기분이 좋아지면 오늘은 좀 옛되어 보이기도 할 수 있는 그만큼의 시간!

 혹시 속았다고 느끼더라도 불만이 생기지 않을 정도였다.

 설사 어려진다고 하더라도 로열로드 내에서만의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로열 로드 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다들 이곳의 외모에도 상당히 많이 신경 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듣고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위드는 이름까지 붙였다.

 "동안 요리입니다. 동안 요리! 먹으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여자들도 당연히 게걸스럽게 먹었다.

 하지만 마판은 음식 속에 있는 무서운 음모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음식을 구매할 당시의 일이었다.

 상인인 마판이 조달을 도맡아서 했지만, 식자재들은 위드가 골라 준 것들을 위주로 샀다. 어차피 위드가 요리할 것들이었으니 필요하다고 하는 재료들을 사 주었다.

 그런데 마판은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

 "자라 17마리요?"

 위드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자라는 1마리에 3골드도 넘는 고급 재료이니, 먹고 싶은 만큼 실컷 먹을 수야 없죠."

 "자라로 배를 채우기는 무리겠지만, 그래도 인원이 500명이 넘는데 그 적은 양으로 식사를 할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아무리 위드 님의 요리 쏨씨라고 해도 없는 요리 재료를 만들어서 할 수는 없는 건데, 자라 17마리면 거의 탕 속에서 헤엄만 치고 나올 정도일 텐데요."

 자라탕을 만들려고 한단다. 그런데 정작 건더기가 없다면 실망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리라.

 위드는 괜찮다는 듯이 웃었다.

 "자라는 보관이 어려워서 금방 상하는 재료잖습니까?"

 "네. 그런데요?"

 "그래서 아마도 뱀파이어의 땅에서 첫날이나, 혹은 둘째날에 먹게 될 겁니다. 어떤 위험이 있느냐에 따라, 혹은 사기가 낮아진다면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 풍족한 식사시간을 가져야 됩니다.

 "그러니 자라를 더욱 많이 구입해야……."

 "아닙니다."

 "네?"

 "그런 식으로 배불리 먹어 버리면 남는 게 뭐가 있습니까?"

 "……."

 위드는 숙달된 요리사로서 설교를 시작했다.

 "원래 음식 장사야말로 마진이 높은 것! 적게 남겨 먹으면 요리하는 맛이 안 나죠. 그러니 재료에 과잉투자를 하는건 좋지 않습니다. 사형들이나 스승님이 한끼에 5골드가 넘는 밥값을 지불할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아니요. 그러실 순 없겠죠. 힘들 겁니다."

 검치 들은 대체로 가난한 편이다. 돈이 모일 때마다 무기를 바꾸고, 장비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또 돈을 벌기 위해서 만만한 몬스터를 많이 사냥하기보다는, 무리를 해서라도 더 강한 놈들을 잡았다. 사냥의 즐거움. 극도의 쾌감을 맛보면서 도전하기 위함이다.

 그러면서도 이제 그들도 밥값 정도는 직접 지불하려고 했다.

 "스승님과 사형들이 원하는 건 푸짐하게 먹는 겁니다. 그러므로 가격대는 최대한 낮추고 재료를 저렴하게 조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자라 17마리면 사람이 많아서 먹을 게 없을 텐데요."

 "방법이 있습니다. 명태 값이 요즘 많이 하락했지요?"

 "네? 명태야 원래 제일 싼 식재료니까요."

 "명태 2,000마리를 구입하세요. 자라탕을 명태 살로 만들면 됩니다."

 "맛이 다를텐데요?"

 "그쯤은 향신료와 색소, 조미료로 감당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자라탕!

 하지만 실상은 명태탕!

 마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의 양심이 찔리고 있었다.

 "근데 이거 사기가 아닐까요?"

 위드는 단칼에 우려를 불식시켰다.

 "붕어빵에도 붕어가 없는법."

 "……."

*     *     *     *     *     *     *     *     *     *     *     *     *     *     *     *     *     *     *     *     *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모두 기운이 났다.

 위드의 요리 솜씨로 인하여 체력이나 활력이 증가한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었다.

 고급에 이른 손재주는 음식을 맛깔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요리법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대부분의 음식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음식의 진정한 맛은 손맛이라고 하지 않던가.

 요리도구들은 잘 이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음식의 기본은 역시 손맛이다.

 위드의 완숙에 이른 손맛은 일행의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이리엔이 다가왔다.

 "위드 님 잘 먹었어요. 그런데 맨손으로 요리를 하시던데, 괜찮아요?"

 "그래야 더 맛있거든요."

 이리엔은 충분히 공감했다.

 위드가 맨손으로 조미료들을 버무리고 음식을 만드는 광경이 아주 맛스러워 보였으니까.

 이리엔이 장난삼아 물었다.

 "그런데 손은 언제 씻으셨어요?" 

 당연히 농담으로 한 질문이었다.

 위드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1달? 아니면 2달일 수도 있겠군요. 아무튼 기억이 잘……."

 "……."

 이리엔은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얼굴이 되어 버렸다.

 "꺼어억!"

 "역시 자라탕이 맛있군. 예전에 먹었던 바로 그 맛이야."

 "다음에 또 먹고 싶어."

 "모험에 따라오길 잘했지."

 검치 들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기뻐했다. 그리고 마판과 이리엔은 조용히 둘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판 님, 자라 외의 대체 어떤 재료들을 구입하셧죠?"

 "그게… 실은, 교역품을 모으다 보니 예산이 많이 모자랐습니다."

 "저희도 돈을 드렸잖아요."

 페일이나 이리엔, 수르카 들이 지금껏 모은 돈도 다 합치면 2만골드는 넘는다.

 "위드 님의 의견으로 다 교역품을 장만하는 데 썼습니다. 나중에 교역품을 팔아 이윤을 남겨서 돌려드린다고요."

 "그럼 저 많은 식료품은 어디서 구하신 거예요? 돈이 모자랐던 것치고는 양이 너무 많은데요."

 "그게, 아주 싸게 사 왔는데……."

 "어디서 사셨는데요."

 "됫골목입니다."

 "뒷골목이라뇨?"

 마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망설임 끝에 말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중국산……."

 "아흑!"

 이리엔은 눈물을 찔끔 삼켰다.

 겉으로는 한없이 맛있어 보여도 실상을 알고 보면 결코 쉽게 먹을 수 없는 재료들이었다.

 유통기한이 끝나 가거나, 혹은 살짝 넘어 버린 재료들! 3등급, 4등급의 저렴한 재료들도 양만 많으면 닥치는 대로 구입해서 마차에 실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먹었던 자라탕은 정말 맛있었다. 불량식품이 입에 더 잘 달라붙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이제 식사도 끝냈으니 모험을 계속하죠."

 위드에 말에 사람들은 빠르게 한자리로 모여들었다.

 스르릉.

 검사백구치가 검을 뽑아 들었다.

 "크흐흐! 드디어 모험인가."

 검십오치는 이를 들어내며 웃었다.

 "더러운 뱀파이어들 따위, 단칼에 베어 주면 되겠지."

 검치 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가볍게 검을 쥐고 서 있는 자세에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고,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진형을 갖췄다.

 그리고 투지!

 어떤 적이  나타나더라도 겁내지 않는다.

 더 강한 적에게 꺽이는 것을 오히려 영광으로 알고, 칼을 쥐고 덤벼드는 것이 검치 들이다.

 제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위드 형님이 왜 이분들을 그토록 믿고 있는지 잘 알겠군.'

 뱀파이어 왕국은 지극히 위험하다. 어떤 적이 튀어나올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1명도 와 본 적이 없는 대지!

 정보 자체가 없으니 직접 부딪혀 보면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목숨을 걸어 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이곳이 일반적인 베르사 대륙이라면 그런 시행착오를 격으며 적응했으리라.

 하지만 한차례라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뱀파이어들의 세상이다. 실수가 없어야 하며, 모든 위험에 능동 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전투의 달인인 검치 들이 그런 존재였다.

 수십 번의 사선을 넘나드는 실전 경험들을 통해서 얻는 노련함과 광기!

 검치 들이 있으면 모험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그 미묘한 흐름의 변화가 동료들에게 기운을 주었다.

 미지의 땅.

 겁먹고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파해쳐 보기로!

 페일이 미소를 지었다.

 "역시 모험은 이런 재미죠!"

 수르카도 주먹을 쥐었다.

 "시작해 볼까요? 저도 준비됐어요!"

 위험한 장소에 와 있다. 그러나 동료들이 있다면 어떤 위험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

 리바아스도 같이 탐험한 동료들이었으니 서로에 대한 믿음이 돈독했다.

 위드가 검치를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아마도 뱀파이어들의 세상입니다. 어떤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스승님께서 지휘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검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곳에 대해서 잘 모른다. 몬스터들의 특성에 대해서도 무지하지. 그러니 위드 네가 지휘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구나. 네가 가진 각종 생산 스킬들이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우리 움직임도 거기에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러니 지휘도 네가 하거라."

 "스승님과 사형들께서 계신데 어찌 제가 명령을 내릴 수 잇겠습니까?"

 "아니야, 규율이나 형식 따위를 따질 필요는 없다. 조금이라도 잘 아는 사람이 지휘를 해서 가장 많이 살아남는 게 낫다."

 검둘치도 거들어 주었다.

 "위드 네가 명령을 내리도록 해라. 이런 곳에는 우리보다는 네가 더 익숙할 테니까."

 위드는 검삼치와 검사치, 검오치가 있는 쪽을 차례차례 돌아보았다.

 "스승과 첫째 사형의 뜻을 따라도 되겠습니까?"

 "암."

 "네가 알아서 해라."

 검오치는 격려의 차원에서 어깨도 두들겨 주었다.

 "우린 초대를 받고 왔으니 응당 네가 해야 할 일이지. 막중한 책임감이 있는 자리이겠지만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진심 어린 사형들의 격려.

 위드는 검육치부터 검오백오치 들을 살펴보았다.

 도장의 수련생들.

 그들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권력 욕심보다는 사나이의 의리, 책임자에게 맡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리라.

 수르카와 이리엔, 로뮤나가 보기에는 이토록 멋진 장면이 없었다. 사나이들의 가슴 뜨거운 열정을 보는 것만 같다.

 "어쩌면 좋아."

 "정말 반할 것 같아."

 "아! 검치 님들은 정말 멋있는 사내들이로구나."

 유일하게 세에취만이 내면에 숨겨진 복잡한 진실을 파악했다.

 '저기 나이 든 다섯 사람은 맛있는 요리 해 주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 그리고 귀찮아서 떠넘긴 것 같아. 다른사람들은 그나마 위드가 만만했을 테고.'

 검치나 다른 사범들은 무섭다.

 위드가 때로 독하다고 하지만, 다른 사범들은 범이나 호랑이보다 두렵다. 훈련을 할 때에도 인간의 한계라는 걸 인정하지 않다 보니 매번 죽을 마시었다.

 실수라도 저질렀을 경우에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공포!

 '예전에 검삼치 사형이 인상 쓰는 걸 봤지. 그 후로 사흘동안 새벽 훈련을 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잤다.'

 '검오치 사형은 벽 속에 바퀴 벌레가 지나가는 길이 있다고 주먹으로 벽을 부숴 버린 분이지. 피가 질질 흐르는데도 주먹이 이기나 벽이 이기나 보겠다면서…….'

 '검치 스승님! 젊으실 때는 아무도 못 말리셨어. 요즘 로열 로드에서 회춘한 기분이라고 하셨는데…….'

 수련생들은 위드가 지휘하는 걸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위드는 일단 페일이 있는 쪽을 보았다.

 "페일 님."

 "네."

 "메이런 님과 함께 언덕 위에 올라서 이 근방을 정찰해 주십시오. 몬스터가 있다면 교전은 하지 마시고 그냥 돌아와 주시면 됩니다."

 "살피고만 오면 되는 거죠?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페일과 메이런은 함께 언덕으로 향했다.

 궁수들의 시야는 넓다. 그 장점을 활용하여 이 근처 일대를 수색하기 위함이었다.

 페일과 메이런은 언덕에서 주위를 살피고 나서 다시 돌아왔다.

 "이 근처에 몬스터는 없습니다, 적어도 숨어 있지 않고 활동하는 몬스터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보다 지형이 문제인데……."

 "지형이 어떻지요?"

 "이 주변이 강과 절벽으로 막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갈 수 있는 방향은 한 곳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쪽으로는 작지만 길이 나있었습니다."

 "길이라면 우선은 그쪽으로 움직여야 하겠군요."

 위드가 방향을 정했다. 일행은 긴장을 풀지 않고 천천히 길을 따라 움직였다.

 언덕을 넘어서 숲을 가로지르는 길이었다.

 검치가 위드에게 물었다.

 "위드야, 너는 흡혈귀들을 상대해 보았지?"

 "예, 스승님."

 "흡혈귀들이라면 물지 않느냐?"

 "흡혈귀, 주로 뱀파이어라고 하지요. 뱀파이어들에게 물리면 생명력을 빼앗기고 놈들의 하수인이 되니 각별히 주의해야 딥니다."

 "따로 약점 같은 건?"

 "생명력과 체력이 강하고 마법도 곧잘 이용합니다. 무기는 쓰지 않지만 움직임도 상당히 빠른 편이고 곤충이나 쥐, 박쥐 들을 불러서 공격도 할 수 있습니다."

 "약간 귀찮겠구나."

 "방어력도 높고, 퀸 뱀파이어들은 저주 마법이나 주술도 잘 사용하는 고위 몬스터들이니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특성들도 있느냐?"

 "짐승이나 오우거, 트롤처럼 단순 몬스터들과는 달리 지능도 상당히 높습니다. 그리고 부족별로 뭉쳐서 생활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크흠! 그런 특징이 있단 말이지? 가까이 두지 말아야 겠군."

 "예."

 그렇게 10여분을 걸었을 때였다.

 붉은 하늘에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많은 박쥐때가 나타났다.

 "뱀파이어의 흔적!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뱀파이어들은 박쥐들을 부릴줄 아니, 이제부터는 긴장해야 합니다."

 위드의 말이 없더라도 모두 심상치 않은 느낌을 가졌다. 검을 쥐고 있는 손에 저절로 힘을 더했다.

 토둠에 올 때에도 흡혈 박쥐들을 타고 왔다. 하지만 적일지도 모르는 흡혈 박쥐들의 규모가 저렇게 많다니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박쥐들은 그들을 발견하고도 공격하지 않았다.

 위드는 판단해야 했다.

 "우선은 계속 나아갑니다. 만약 박쥐들이 가까이 접근한 다면 먼저 공격하도록 하세요. 시간을 끌 필요가 없습니다."

 하늘에 있는 박쥐들에게서 관심을 거두지 않은 채로 전진했다.

 박쥐들이 상공을 가득 덮은 채로 지나다닌다. 수천수만 마리의 박쥐들이 구름처럼 모이고 흩어졌다.

 "흐흐흣."

 마판이 옅은 미소를 띠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사실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상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박쥐들이 내려와서 공격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절벽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머릿속으로 그려 본다. 바위들이 무너져서 까마득한 아래로 추락하는 것을.

 그런 아찔한 상상속에서 흥분이 되었다.

 '역시 모험은 이 맛이지.'

 무엇이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지금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을 내디더야 한다. 직접 보고, 직접 들은 것만이 진실이다.

 모험의 묘미는 미치도록 흥분되는 것이었다.

 전 재산을 들고 미지의 대륙으로 떠나는 상인들!

 상인들이야말로 승부를 즐길 줄 알았다.

 "크흐흐흐."

 검구치의 온몸에서 근육들이 꿈틀거렸다.

 남들보다 더욱 거대한 근육질의 몸!"

 지방과 비곗덩어리가 아니라 훈련으로 극한까지 발달한 근육들이다. 그만한 투지가 깃들어 있었다.

 힘을 쓰고 싶다. 박쥐들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렸다.

 "와라!"

 검구치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 언제라도 발출할수 있도록!

 상황이 변하기만 한다면 박쥐들을 향해서 시원하게 검무를 추어 보리라.

 아마 다른 검치 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박쥐들은 가까이 내려오지 않았다.

 박쥐들이 먼저 습격을 하지 않는다면 로뮤나의 마법 외에는 저 멀리 있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놈들을 공격할 수단이 없다.

 그렇게 계속 전진한 위드아 일행은 작은 산등성이를 넘었다. 그러자 제법 규모가 있는 마을이 보였다.

 수백여 채의 고급 저택들로 이루어진 마을!

 넓은 정원과 분수, 조각품들을 가진 저택들이 별장처럼 아름답게 지어져 있다. 마을의 도로에는 걷기 좋게 청석들이 오밀조밀하게 깔렸고, 성벽도 튼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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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이룬 - 여긴 크로시가 타이핑 했습니다. 2008년 6월 19일 7시 01분 -

 위드는 일행과 함께 성문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성문 옆에 경비병 들이 흰 장갑을 끼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뾰족한 이빨!

 창백한 얼굴!

 등에는 검은 망토를 둘렀다.

 "뱀파이어 경비병들이다."

 위드는 일정 거리를 두고 정지했다.

 "공격하지 않을까요?"

 마판이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능이 있는 몬스터일수록 공격부터 하는 경우는 드물다. 초식을 위주로 하는 몬스터들, 나무 열매를 먹고 사는 몬스터들도 먼저 공격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새끼들을 품에 안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지만 뱀파이어들은 상당히 미묘했다. 인간들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갖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위드가 조금 앞으로 나섰다.

 "머리가 좋은 놈들이라 대화가 통할 것도 같으니, 일단 말로 해 보겠습니다."

 "위험할 텐데……. 조심하세요, 위드 님."

 이리엔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위드가 말한 위험한 장소로 나서니 유린도 은근히 불안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위드가 어떤 인간이던가. 솔선수범해서 나설 때에는 살아남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괜찮습니다. 뱀파이어 경비병 정도라면 어떻게든 살아 돌아울 수 있을테니까요."

 믿는 것은 맷집과 인내력!

 조각사치고는 무식할 정도로 키워 온 방어 능력만을 믿었다.

 뱀파이어 왕국 토둠의 경비병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 였다. 그래도 진혈의 뱀파이어족과 싸웠던 경험도있고, 토리도의 전투도 많이 보았다.

 뱀파이어들의 전투법이나 습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니 목숨 정도는 챙길 수 있을 듯했던 것.

 검오치가 옆으로 다가왔다.

 "나도 같이 가자. 너 혼자 위험한 곳으로 보낼 수는 없구나."

 "예, 사형."

 위드는 검오치와 함께 뱀파이어 경비병들을 향해 한 발자국씩 발걸음을 옮겼다.

 검오치는 든든한 의지가 되었다. 레벨이 높고 낮음을 떠나서 흉악한 인상은 다른 몬스터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준다. 다만 어두운 밤에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두지않는다면 검오치에 의해 무서워질 수도 있지만.

 "그런데 위드야. 그냥 놈들과 싸우면 안 되는 것이냐? 흡혈 박쥐도 그렇고 저 뱀파이어 마을도 그렇고, 공격해서 없애 버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베르사 대륙에서 몬스터들이 장악한 지역들은 인기 높은 사냥터였다. 주로 고블린들이 많은 편인데, 야밤에 와서 나무로 성채를 지어 두고 시위를 한다. 

 고블린 마을이나 고블린 성채 들!

 그러면 인근 왕국이나 성의 치안도가 낮아지고, 생산 활동이 감소한다.

 이런 때 보통 영주들의 의뢰에 의해 모여든 사람들이 몬스터들의 성채를 공략한다.

 명성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이며, 전리품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위드는 다른 생각을 가졌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좀 이른 결정 같습니다."

 "이르다고?"

 "예. 우린 뱀파이어 왕국을 제대로 구경도 못 해 봤지 않습니까? 그런데 뱀파이어들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더 많을 겁니다."

 "하긴. 다짜고짜 싸움부터 건다면 여기까지 온 의미가 많이 줄어들기야 하겠지." 

 "전쟁은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내 생각도 그렇다."

 위드와 검오치는 뱀파이어 경비병들의 바로 앞에까지 다가갔다.

 "멈춰라!"

 경비병들이 칼날처럼 솟아오른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비릿한 피 냄새가 나는군. 너희는 인간인가?"

 "그렇습니다."

 위드는 탐색을 위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인간들이 우리의 땅에는 무슨 일이지? 여긴 너희가 들어올 필요가 없는 곳이다. 볼일이 없다면 돌아가라!"

 "썩 꺼지지 않는다면 너희으 ㅣ뜨거운 피를 듬뿍 마셔 주지."

 뱀파이어 경비병들은 대놓고 공격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당히 적대적이다.

 도통의 모험가라면 그 말에 따라 얌전히 돌아가거나, 아니면 수단이 없다고 생각하고 경비병들을 제압했으리라!

 일반적인 수순은 그렇게 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위드는 달랐다.

 "날씨가 우중충하니 참 좋군요! 이런 날이야말로 박쥐들이 마음껏 날아다니고, 쥐들이 찍찍대며 기어 다닐 수 있겠습니다."

 "인간 주제에 뭘 좀 아는 것 같군."

 "그러게 말이야."

 두 경비병이 약간이나마 반응을 보였다.

 "밤의 귀족 분들은 참으로 고급스러운 옷들을 입고 계십니다. 기품과 멋이 우러나오는 검은색 바지에 흰 셔츠 그리고 망토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것은 밤의 귀족 분들밖에 없을 겁니다. 앗! 혹시 그건 그 유명한 어둠의 망토? 대단한 걸 보게되어서 영광입니다!"

 위드는 호들갑을 떨면서 아부를 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뱀파이어 들의 특성을 적극 고려한 아부!

 왼쪽 경비병의 목소리가 조금은 누그러졌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인간을 보는 것 같군."

 오른쪽 경비병도,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보이던 전투 자세를 풀었다.

 하지만 여기서 방심은 금물이었다.

 눈치와 아부로 살아온 인생.

 친밀도가 약간 상승하긴 했겠지만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다시 적대적으로 돌변할 여지가 있다.

 위드는 조각칼을 꺼냈다.

 오른쪽 경비병이 물었다.

 "뭘 하려는 것이냐?"

 "두 분께 선물을 드리려고 합니다."

 "선물?"

 "예, 조각사의 진정이 담긴 작품이니 기쁘게 받아 주시기를."

 위드는 가지고 있던 나베목을 꺼냈다.

 친밀도를 상승시키는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말로써 올릴수 있는 친밀도는 효과가 즉각적이지만 한계가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친밀도는 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만난다면 그 이상의 친밀도도 올릴 수 있으며, 상대의 성격에 맞는 행동을 보인다면 절친해질수도 있다.

 더 나아가 도움이 되는 퀘스트를 해 주거나 사냥을 같이한다면 목숨까지도 맡길 수 있는 사이가 되리라.

 하지만 그보다 간편한 방법도 존재했다.

 '선물을 마다하는 놈은 없어!'

 위드는 나베목을 깍았다.

 '뱀파이어들은 예쁜 소녀를 좋아해.'

 서윤을 조각할 수도 있다.

 서윤의 나이는 20대 초반, 하지만 피부가 너무 좋고 예뻐서 10대 소녀라고 해도 충분히 믿을 정도다.

 미녀는 나이를 따질 수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서윤을 조각하기란 정말 어렵다. 아름다움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어느 한 부분이라도 실수하면 안 된다.

 그야말로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할 수 있는 최대의 미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서윤을 대충 조각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더군다나 뱀파이어에게 선물로 넘겨주기란 더욱 껄끄러웠다.

'대신 뱀파이어가 좋아하는 소녀로서 검증된 상대가 있어.'

 위드는 모리타 마을의 프리나를 떠올렸다.

 진혈의 뱀파이어족 토리도의 눈에 들어서 수십년간 석상이 되어야 했던 불행한 소녀!

 꽃을 가꾸는 걸 좋아했던 순박한 소녀, 청조한 풀잎같은 매력을 가진 소녀였다.

 위드는 이 프리나를 팔아먹기로 했다.

 이제는 조각칼을 놀리는 것도 검술만큼이나 숙달되어서, 프리나를 조각하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여기 선물입니다."

 "이렇게 예쁜 선물을……! ㅇ리는 예술을 아는 사람을 좋아하지, 거기에 이 소녀는 꼭 우리의 취향이로군."

 경비병들은 감격했다.

 소녀를 좋아하는 뱀파이어의 특성!

 "그대의 직업이 조각사인가?"

 "그렇습니다."

 조각사라면 우리 밤의 귀족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자격이 있지, 마을 안으로 들어가도 돼. 많은 동족들에게 그대의 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어."

 띠링!

『-뱀파이어 마을 세이룬의 출입이 허가되었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위드는 아부와 선물로 뱀파이어 마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알려 주었다.

 "잘생기셨습니다."

 "늠름하시군요."

 "역시 밤의 귀족 분들!"

 페일과 제피, 마판은 한마디씩 아부를 해서 환심을 샀다.

 그런 다음에는 선물!

 "직접 잡은 물소의 꼬리입니다."

 "사냥으로 얻은 전리품 중에 반지가 있는데 드리겠습니다."

 "보석입니다. 헤헤."

 경비병들은 뇌물을 꿀꺽 삼키고 마을 진입을 허가했다.

 "착한 인간들이군. 좋아, 들어가! 하지만 말썽을 피우면 쫓겨날지도 모르니 조심하도록 해."

 메이런, 로뮤나, 수르카, 유린은 아예 심사도 하지 않았다.

 "예쁜 소녀들은 많을수록 좋지. 통과!"

 이리엔에게는 얼굴을 조금 굳혔다.

 "불쾌한 느낌이 나는군. 혹시 믿고 있는 신이 있나? 뭐, 상관은 없겠지. 우리는 저주받지 않았으니까. 시끄러운 낮보다는 고요한 밤을 더 좋아하며, 생명의 근원을 좋아할뿐이니. 하지만 소녀여, 마을 안에서는 조심하도록 해. 함부로 신성력을 발휘 한다면 싫어하는 동족들이 많을테니. 그 후에 벌어질 일은 우리도 책임질 수 없을 거야."

 뾰족한 송곳니를 보이면서 경고를 던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무사 통과였다.

 "넌 안 돼!"

 그러나 세에취는 단호하게 가로막혔다.

 오크라면 열등한 생명체!

 스스로 고상한 존재로 알고 있는 뱀파이어들이 마을 안을 활보하게 내버려 둘 리가 없다.

 "취익, 취익! 왜요."

 세에취가 발을 동동 굴렀지만 경비병들의 눈은 차가웠다.

 "우리 마을은 오크들이 발붙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제 검치 들의 차례!

 위드는 심하게 불안했다. 과연 검치 들이 잘 해낼 수 있을것인가.

 검오치는 자신 있게 나섰다.

  

 "뭐, 간단하지. 너희가 하는 걸 봤으니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예, 뭐 그렇습니다만……."

 "조금만 기다려 봐. 사형들, 그럼 저부터 하겠습니다."

 검오치가 먼저 경비병에게 말을 걸었다.

 "형씨들, 그러지 말고 길 좀 터!"

 "뭐, 형씨? 감히 우리에게 하는 말이냐?"

 경비병들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그래. 얼굴은 허여멀게 가지고 마을 입구나 지키는 주제에……."

 "이 더러운 입을 가진 인간 따위가!"

 "뭐야? 이 흡혈귀 자식들아!"

 검오치와 경비병들이 당장이라도 전투를 벌일 듯한 일촉일발의 위기 상황!

 "이러지 마세요!"

"안 됩니다."

 위드와 제피가 때어 내서 간신히 수습했다.

 이번에는 검삼치가 나섰다.

 "내가 하는 걸 잘 봐."

 위드는 불안했지만 이번에도 일단은 말리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검오치의 실패로 뭔가를 배웠으리라. 학습 효과 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인간. 들어가지 못한다."

 경비병들이 저지했다.

 "알았어. 수고해."

 검삼치는 경비병들의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가려고 했다.

 "인간. 여긴 너에게 허락되지 않은 곳이다."

 "어허, 괜찮다니까."

 "미천한 인간 따위가 들어올 수 없는 장소다. 죽고 싶지 않다면 발길을 돌려라!"

 "뭐야? 다 죽……."

 죽여 버리겠다는 말을 내뱉기 직전!

 위드와 제피가 다시금 말려서 진정했다.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마판이 심각하게 말했다.

 "이대로는 마을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겠습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검치 들이 전원 마을 입구조차도 통과하지 못할 위기였다.

 "사형들!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 조금만 아부를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위드의 설득도 통하지 않았다.

 그나마 대화가 잘 통하는 대사형 검둘치도, 뱀파이어들에게 아부를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사내가 자존심이 있지! 저런 몬스터 따위에게 허리를 숙일 수는 없다."

 검둘치가 차갑게 선언했다. 

 검삼치나 검사치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수련생들도 뱀파이어들에게 사정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이러면 곤란한데……."

 위드는 망설이다가 꾀를 냈다.

 "그러면 저에게 조각술을 배워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고급 조각술 스킬을 가지고 있는 위드는 다른 이에게 스킬을 가르쳐 줄 수 있었다.

 뱀파이어들은 예술을 사랑한다. 조각술을 배운 인간이라면 인정을 해 줄 테니 마을 진입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조각술? 그런 걸 꼭 배워야만 하는 거냐?"

 검둘치가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예.  예쁜 조각품들은 여자들도 아주 좋아합니다. 조각술은 취미 생활로도 그만이죠."

 "그래? 역시 여자들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그런 기술 하나쯤은 있어야겠지. 그럼 배워 볼까?"

 검둘치가 솔깃해서 배우려고 들었다.

 위드는 조각칼을 꺼내서 먼저 나무를 깍는 시늉을 해 보였다.

 "이렇게 따라 하시면 됩니다. 조각품을 완성하면 제가 조각술을 전수시켜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어렵지 않아 보이는구나."

 검둘치나 사범들, 수련생들은 검에 재능이 있었다. 소검을 다루는 것도 능숙해서, 나무토막을 가지고 금방 간단한 조각품을 완성했다.

 띠링!

 『-지혜가 낮아 조각술을 배울 수 없습니다.』

 위드는 할말을 잃었다.

 어떻게 지혜가 낮아서 스킬을 못 배울 수가 있단 말인가.

 "사형들, 대체 지혜가 몇입니까?"

 "그게… 어디보자. 8이구나."

 "……."

 검삼치는 한술 더 떳다.

 "난 6인데?"

 검사치도 만만치 않다.

 "난 5야."

 수련생들 중에는 더 심한 부류도 있었다.

 "역시 사범님들은 대단하셔. 난 3인데."

 심지어는 지혜 3까지 나왔다!

 위드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처음 시작할 때도 지혜가 10이지 않습니까?"

 조각술은 마법과는 달리 기본적인 수준의 지혜만 있어도 배울 수 있다. 그런데 검치들은 그 기본 수준도 되지 못했다.

 검삼치가 무언가 깨달은 듯이 입을 열었다.

 "아!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지혜가 줄어든 것이구나."

 "……."

 "아니, 위드야. 그런 뜻이 아니라… 처음에는 우리도 지혜가 10이었다. 그런데 무예인으로 전직하면서 지혜가 60으로 늘었지."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직을 하면서 스텟들이 오르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무예인이라면 전투에 특화된 직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지혜가 필요했다.

 "그런데 왜 그 지혜가 이렇게 줄어든 겁니까?"

 "내 생각에는 반복된 사냥과 스킬의 연마 때문인 것 같다. 며칠간 검만 휘두르다 보니 지혜가 점점 줄어들더구나. 사냥을 할 때도,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고 몬스터만 잡ㅇ니 지혜가 줄어들었었다.

 "그러셨군요."

 단순 반복을 하면서 지혜가 감소한 것이었다.

 위드도 만만치 않게 사냥을 해 왔다. 하지만 사이사이 다양한 스킬을 익혔다. 조각술을 기반으로 요리나 낚시, 수리, 대장일, 재봉, 약초 수집까지 짬짬이 활용했다.

 하지만 검치 들이 익히고 있는 스킬은 전투에만 국한되어있다. 그렇게 오로지 전투만을 계속하며 스킬을 연마하니 지혜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단순 무식!

 이것이 행동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 스텟에도 반영된 것이다.

 위드는 조심스럽게 충고했다. 

 "지혜가 낮으면 필요한 전투 스킬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적당히 지혜를 올려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래. 그러는 편이 좋을 듯싶구나."

 어쨌든 지금 당장은 조각술도 익힐 수 없다. 마을에는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고민이었다.

 '근처를 돌며 사냥을 해서 레벨이나 올려야 되나? 스텟을 모두 지혜에 투자한다면 조각술을 익힐 수 있을 텐데.'

 오죽하면 위드는 이런 생각까지도 했다. 

 검치 드른 고집불통이고, 자존심이 워낙 센 편이었으니까.

 그런데 열린 성문 사이로 마을의 거리가 조금 보였다. 저녁이 깊어질 무렵이라, 집집마다 문이 열리고 황량하던 거리에 뱀파이어들이 등장했다.

 뱀파이어들은 밤을 좋아하니 마을의 활성화도 밤부터 시작되는 것이리라. 그러더니 거리에서 조촐한 시장이 열렸다.

 "사과 사세요!"

 "꿀처럼 달콤한 사과를 팔아요."

 시장에서 사과를 팔고 있는 여자 뱀파이어들!

 피부는 뽀얗고 콧날은 오똑했다. 몸매는 또 얼마나 날씬한가. 그러면서도 나올곳은 제대로 나와서 육감적이었다.

 요부처럼 화끈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순수하고 청순하게 생긴 여자 뱀파이어들.

 "커헉!"

 "이, 이상형이 이런곳에……."

 검삼치와 검사치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검오치와 검오백오치가 재빨리 앞으로 뛰어 나갔다. 그들을 선두로 하여 검치 들이 경비병을 잡아먹을 듯이 달려갔다.

 "경비병 형님!"

 "……."

 "우리 친하게 지냅시다. 뭘 좋아하십니까? 등이라도 주물러 드릴까요?"

 "여기 아껴 두었던 보리 빵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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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핑 하기 너무 힘드내요 ㅠㅠ 

 이재 얼마 안남았다! 아자 ! 화이팅!!  - 타이핑 중이던 크로시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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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퀘스트 - 여긴 크로시가 타이핑 했습니다. 6월 20일 5시 23분 -

 검치 들에게 아부의 재능은 없었지만, 그래도 간절함으로 뱀파이어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경비병은 간단한 퀘스트를 주었다.

 "건강한 인간들이군. 여자들이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싱싱한 피를 가지고 있어. 지친 뱀파이어에게는 피는 좋은 활력소가 되지."

 띠링!

 『- 뱀파이어 우르간의 갈증

      마을 세이룬을 지키는 경비병 우르간은 고된 경계 엄무로 인하여 피로가 누적되어있다.

      우르간이 바라는 것은 피!

      젊고 건강한 인간의 피다.

      난이도 : E

      보상 : 마을 진입 허가.

      퀘스트 제한 : 흡혈 후에는 일정 기간 활동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

 검치 들이 퀘스트를 승낙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 

 경비병은 검치 들의 목덜미를 콱 물었다.

 쭈우우욱!

 『- 흡혈을 당하고 있습니다.

      채력이 감소합니다.

      생명력이 하락합니다. 』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아픔!

 검치 들은 경비병들에게 차례대로 피를 주고 나서야 마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이깟 피 따위……."

 "일백 번 죽어서라도 여자와 가까워질 수 있다면 무엇이 아쉬우리."

 페일과 제피는 깨닫는 부분이 많았다.

 '메이런 님에게 더 잘해야겠다.' 

 '저렇게 나이 먹지 말아야지. 여자들이란 어쩌면 남자들의 부족함을 드러나지 않게 해 주는 존재들일지도.'

 극도의 바람둥이였던 제피가 제정신을 차리는 순간이었다. 쉽게 넘어오는 여자들을 상대하고, 허무함에 빠져서 낚시질이나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면 괜찮은 여자들도 참 많지.'

 제피는 동료들을 돌아봤다.

 이리엔은 순박했다. 다른 사람에게 나쁜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로뮤나는 가끔 앙칼지긴 하지만 은근히 아는 것도 많고 활달해서 즐거움을 준다.

 수르카는 아직 어리지만 앳된 귀여움이 있고, 화령은 아름답고 고혹적이다.

 춤이 이런 것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가끔 기분이 좋을 때 바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모험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결정적인 요인 중의 하나였다.

 다재다능한 그녀! 

 하지만 제피는 알았다.

 화령이 좋아하는 사람은 위드뿐이라는 것을.

 '형님만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

 노골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위드가 만들어 주는 요리라면 뭐든 맛있게 먹었다. 수프를 살짝 찍은 빵이나 간단한 고기구이 종류라고 해도 불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매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음식도 절대 남기지 않는다.

 조각품을 깍을 때는 그윽한 눈빛으로 위드의 곁에 머물렀다. 그리고 조각품이 다 완성될 때까지 시선을 때지 않는다.

 활발한 그녀가 위드에게만 말도 적고 어수룩한 면을 보이는데, 이는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여자!

 위드는 혹시라도 떼어먹은 돈이 있어서 그러나 꺼림칙해할 때가 많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주변인들이 더 잘 알아채는 법이다.

 메이런은 페일의 여자 친구이고, 유린은 위드의 여동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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