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조각사 13권
1. 스켈레톤 나이트
따다다닥.
위드는 턱뼈를 부딪치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살점 하나 붙어있지 않은 완벽한 뼈다귀의 모습!
죽음을 거부할수 있는 힘 때문에 언데드로 부활했다.
뼈밖에 없는 기묘한 모습이었지만, 지난번 보다는 뼈마디가 훨씬 두꺼웠고 몸에도 힘이 넘쳤다.
띠링!
- 심연의 어둠 속에서 되살아 났습니다. 죽음을 거부할수 있는 힘의 스킬레벨이 1단계 올랐습니다. 초급 2 레벨이 되었습니다.
생명력이 추가로 3% 늘어나며, 어둠의 힘을 1% 이끌어 낼수 있습니다.
사악한 땅에서 싸울수록 효력을 더할 것입니다.
부활 가능한 언데드의 종류가 늘어납니다.
부활 후 사용 가능한 종족 고유 스킬의 개수와 스킬레벨이 향상됩니다.
죽음을 거부할수 있는 힘은 다른 방식으로 숙련도나 경험치를 얻기가 불가능했다.
오로지 죽음으로써만 얻을수 있을 뿐.
"캐릭터 정보!"
캐릭터 이름 : 위드 성향 : 언데드
레벨 : 354 직업 : 스켈레톤 나이트
생명력 : 146,800 마나 : 6,400
힘 : 1,265 민첩 : 1,130
체력 : 무한
지혜 : 70 지력 : 56
투지 : 922 지구력 : 무한
인내력 : 665 맷집 : 470
통솔력 : 459 죄의식 : 96
* 스켈레톤 나이트의 고유 특성으로 인해 지치지 않습니다.
* 검술 스킬 +2
* 어둠의 힘이 몸 전체를 뒤덮고 있어 공격력과 방어력에 추가적인 효과를 더합니다.
* 신성 마법에 극도의 취약성을 보입니다.
* 햇빛과 불에 약화됩니다.
원래 위드의 레벨은 355였다. 하지만 죽음으로 인해 레벨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스킬의 숙련도도 상당히 떨어졌으리라.
죽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숙련도야 노가다로 채우면 되니까.
"스켈레톤 나이트. 정말 오랜만에 후련하게 몸을 움직일수 있겠어."
위드는 검을 뽑아 들어 자신을 죽였던 원혼의 기사들을 베었다.
"크아!"
"적이다."
뭉쳐서 길을 막고 있던 원혼의 기사들이 돌변했다.
아직까지는 위드를 공격하지 않고 있었다.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이쪽은 언데드였고, 저쪽도 해골의 육체에 붙어있는 저주받은 망령이었으므로.
그런데 선제공격을 당하고 나더니 위드를 향해 녹슨 칼과 썩은 방패, 부러진 창을 추어올렸다.
"괴롭다, 괴로워."
"고통스러워. 이 고통을 살아 있는 인간, 아니 저 해골에게도 전해 주자."
"우리를 배반했다. 배반자는 우리의 친구. 으응? 아니, 일단 죽이고 보자."
원혼의 기사들이 대거 일어났다.
전투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던 놈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땅에서 새로운 원혼의 기사와 병사들이 살아난다.
놈들은 망령!
친구를 배신하고, 조국에 반역하고, 왕을 조롱한 죄로 저주를 받은 이들이다.
불과 몇 초만에 서른이나 되는 적들이 전투준비를 갖추로 달려든다.
육체가 부서지더라도 저주의 힘에 의해서 또 부활하게 되니 빠르게 뚫고 지나가는 것만이 해답이다.
"스톤 스킨!"
위드의 새하얀 뼈다귀가 돌처럼 단단해졌다.
마나의 양이 너무 적어 더 이상의 공격 스킬은 사용할수 없다.
"배반자. 친구여. 너도 우리처럼 고통을!"
원혼의 병사가 먼저 달려왔다.
위드는 재빨리 상체를 숙여 창을 피하고, 상대의 목덜미를 향해 검을 뻗었다.
- 치명적인 일격이 터졌습니다!
푸스스!
희뿌연 연기가 되어서 사라지는 적.
살아있을 때에는 조각사라는 직업탓에 스탯들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예술이나 신앙, 매력 따위의 스탯들로 인하여 힘이 약했다.
하지만 스켈레톤 나이트로 재탄생한 이후에는 공격력이 엄청나게 강해 졌다. 민첩도 늘어서, 몸이 움직이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기본 방아력도 훨씬 증가해 있었다.
파바바바박!
위드는 모든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치면서 전진했다.
멀리있는 적들을 볼 필요가 없었다.
'한순간에만 집중한다.'
동시에 여러개의 공격이 들어올 때에는 상대의 무기를 쳐내서 그들끼리 엉켜버리게 만드는 수법을 사용했다.
적들은 동료들이 있다고 해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푸확!
원혼의 병사들의 몸을 뚫고 창이 튀어나왔다.
위드는 미리 예상하기라도 한 듯이 몸을 뒤로 날리며 검을 휘둘렀다.
신들린 듯한 싸움.
싸움에도 일정한 흐름이 있다.
일대일의 격투가 아니라, 상대해야 할 숫자가 훨씬 많을 수록 거대한 흐름이 흐른다.
호흡과 적의 공격법, 움직임.
여기에 나 자신을 동화시킨다.
위드는 절정에 이른 검술과 몸놀림으로 활약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데에는 스켈레톤 나이트의 특성 덕도 적지 않게 보였다.
인간이라면 체력의 한계가 있기에 매번 격렬한 움직임을 보일수가 없다. 빨리 움직일수록 체력이 더 많이 소모되고, 금방 지친다.
전투 초기에 100의 공격력을 낼 수 있다면, 체력이 감소할 때마다 최도 공격력이 저하된다.
방어력의 경우는 체력이 줄더라도 그리 심하게 떨어지진 않지만 맷집이나 인내력, 지혜를 포함한 많은 수치들이 체력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스켈레톤 나이트는 언데드 특유의 속성상 지치지 않는다. 1시간을 싸우더라도 변함없이 체력이 남아 완전한 상태의 공격을 가할수 있다.
더군다나 배도 고프지 않다.
위드는 전투에 몰입하면서도 비참함을 느낄 정도였다.
"해골 기사 따위도 조각사보다 좋다니!"
설움과 억울함!
위드는 온 몸의 뼈마디가 어긋나기라도 할 것처럼 격렬하게 싸웠다.
수없이 많은 전투 경험, 현실에서 배운 검술.
로열로드에서는 스킬이 있다고 해도 직접 싸워야 한다.
위드는 이에 대비해서 몸을 완벅하게 자신의 통제하에 두었다.
검치 정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바를 그대로 할수 있을 정도는 된다.
영웅의 탑 4층은 검술과 단호한 의지를 시험하는관문이었다.
적의 공격에 움츠러들면, 그리하여 한 걸음이라도 물러나게 되면 갈수록 더욱 모여드는 원혼의 기사들을 뚫지 못한다.
마음이 흔들리고 약해지면 이겨 낼수 없는 관문.
'살을 주고 뼈를 깎는다.'
위드의 무거운 한 걸음이 떼어질 때마다, 엄청난 숫자의 원혼의 기사와 병사들이 쓰려져 갔다.
"으하아아아!"
위드의 입에서 흥겨움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불가능에 도전할 때가 즐겁다. 성공할지, 실패할지에 대한 걱정을 할 팰요가 없으므로!
촤라라라!
위드의 팔꿈치와 손목뼈가, 부러질 것처럼 격한 각도로 돌아갔다.
눈부신 검의 휘두름.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동작들 조차도 여기서는 가능하다.
스킬들을 응용한다면 더 기상천외한 공격들을 할수 있지만, 마나를 쓸수 없으니 휘두르고 베는 것을 위주로 싸웠다.
'검이 멈춰서는 안된다. 힘을 그대로 간직한 상태로 휘두르고 벤다.'
헤라임검술을 습득하고 나서 써먹었던 경험들이 금세 녹아들었다.
검을 정면에서 맞받아치면 그 반발력 때문에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공격이 끊어져서는 안된다.
위드의 검술 스킬은 중급 4 레벨!
물론 고급 무기술의 단계에 오른 검치들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조각사의 특성상 검술 스킬의 성장이 2배나 느린 탓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스켈레톤 나이트의 특성으로 검술 스킬이 2단계 올라 있어서 위력이 막강했다.
"끼릭끼릭!"
"스켈레톤 나이트. 적이지만 굉장한 기사다."
전투가 이어지면서 원혼의 기사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우리의 임무는 이곳을 막는 것."
"아프다, 아파. 생전에 저지를 배신의 대가로 영원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우리는 기사. 그대의 강함과 용기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곳을 통과하게 놔둘 수는 없다."
위드가 4층의 8할에 가까운 거리를 억지로 뚫었을 때에, 원혼의 기사들은 더욱 극렬하게 달려들었다.
위드는 충실하게 검술만을 이용했다.
다른 선택도 없었지만, 무한한 체력을 이용하여 수만 번의 검을 휘두르고 있다.
세라보그 성에서 허수아비를 치던 시절!
그때를 제외하면 이토록 짧은 순간에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른 적은 처음이리라.
그렇게 혼신을 다해서 싸웠다.
마침내 위드의 앞을 막아서는 원혼의 병사나 기사가 더는 없었다.
흰 계단이 보였다.
4층의 관문 돌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니 어느덧 끝까지 왔다. 이대로 계단을 오르면 영웅의 탑 5층으로 나아갈수 있다.
"크크크크."
"굉장한 기사다."
"싸운 것을 영광으로."
원혼의 기사들도 예를 취한 채 더 이상 덤벼들지 않았다. 만신창이가 되어서야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원혼들, 망령들이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던 시절의 기사다운 성격이 조금쯤은 남아 있는 모양이군.'
위드는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남아 있는 생명력 63%.
죽음을 거부하는 힘으로 인해 기초 생명력 자체가 막대했다.
탈로크의 갑옷이나 신성계열의 반지 등은 모두 벗어 버린 상태다 대신 본 드래곤의 뼈로 만든 방어구와, 마나회복 속도를 늘려주는 패로트의 링을 착용하고 있었다.
평상시 방어구들은 수리를 통해 최상의 상태를 유지시켰다. 그 덕에 격전을 치른 뒤에도 무려 80%가 넘은 내구력이 남았다. 본 드래곤의 뼈는 그만큼 단단했기 때문이다.
검의 내구력도 75% 이상이었다.
'충분하다.'
위드는 계단 앞에서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원혼의 기사들에게 다가가며 검을 휘둘렀다.
"아프다!"
"우리를, 우리를 왜 괴롭히는가!"
원혼의 기사들, 병사들이 아우성을 쳐 댔다.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면 관문을 통과할수 있음에도, 위드가 다시금 전투를 벌였기 때문이다.
위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어떤 퀘스트, 몬스터, 도전도 거부한 적이 없다.'
마법의 대륙에서 위드는 참는 법을 몰랐다.
가로막는게 있다면 그것이 사람이든 몬스터든 퀘스트든, 박살을 내고 뚫어 버렸다.
그저 부숴버리고, 깨뜨려 버릴 뿐이다.
모두 죽고 혼자 남으니 그 시절이 떠올랐다.
영웅의 탑 4층 관문에서, 전신 위드의 기질이 되살아난 것이다.
정일훈은 전화기를 노려보고 있었다.
"슬슬 전화가 올 떄가 되었는데."
로열로드에서의 검둘치!
정일훈은 오크 세에취를 극진하게 돌봐 주었다. 그러면서 점점 친해지고 정도 깊어졌다.
여자에게는 완전히 숙맥이던 정일훈 이지만, 왠지 세에취는 편하게 대할수 있었다.
결국 둘은 로열로드에서 연인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가 정일훈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얼마 만의 여자 전화냐."
정일훈은 감개무량했다.
고액 사채를 쓰라는 전화, 카드 가입하라는 여성의 전화도 쉽게 끊지 못하는 노총각 신세.
그런데 여자친구가 생겨서 전화를하게 될 줄이야!
따르!
정일훈은 전화벨이 채 한번 울리기도 전에 수화기를 들었다
"예! 정일훈 입니다!"
막 입대한 신병처럼 군기가 바짝 들어 있는 목소리.
'날달걀을 7개나 까먹었으니 목소리는 괜찮겠지?'
정일훈의 일생에 이런 고민을 한 적은 없다. 그래도 좋아하는 여자의 전화이니 조금은 신경이 쓰이는게 사실이었다/
- 안녕하세요, 일훈 씨.
수화기 너머에서는 꾀꼬리처럼 맑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정일훈의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야.'
그녀는 강한 콧소리를 내곤 했다. 남자처럼 걸걸하고, 목이 쉰 음성.
이렇게 목소리가 예쁘지 않았다.
정일훈은 딱딱한 어조로 빠르게 말했다.
"카드 가입 안함. 대출 전화 안씀. 휴대폰 안 만듦. 초고속통신 가입 안함. 급한 전화가 있으니 끊어 주십시오."
노총각 인생에 전화가 오는 일들은 대부분 저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죽하면 이제 전화가 오면 대출인지 휴대폰인지 맞힐 정도가 되었을까!
하지만 이것은 정일훈의 오산이었다.
- 일훈 씨, 바쁜일이 있나 봐요? 저는 이 시간에 전화를 하라고 하셔서.... 그럼 끊을게요. 다음에 전화할 테니 일 보세요.
"아! 잠깐만요! 혹시 세에취 양입니까?"
- 네, 맞아요.
수화기 너머에서는 옅은 웃음소리와 함께 대답이 들려왔다.
오크 세에취라고 부르니 조금 어색했던 것.
로열로드에서 그녀의 종족은 오크였다. 당연히 목소리도 일반적이지 않다. 오크처럼 췩췩거리고, 탁하고 걸걸해진다.
그 덕분에 정일훈은 원래 그녀의 목소리가 그런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진실을 깨닫지는 못했다.
'전화 목소리가 예쁜 모양이야. 어쩌면 그녀도 날달갈을 깨 먹었을 지도 모르겠어.'
어쨌든 정일훈은 그녀와의 첫 통화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5분의 통화!
강철로 만든 묵직한 진검조차도 한 손으로 가볍게 놀리던 그가, 수화기를 두손으로 들었다.
정일훈의 일생에서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언제나 통화는 용건만 간단히, 심지어 사제들과 통화할 때는 일곱 음절을 넘기지 않았다.
와라.
빨리 와라!
수고해라.
잡아 와.
도장 문 닫아.
밥 먹자.
짧고 명료한 통화를 주로 하던 그가 최고로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었다. 로열로드의 소소한 이야기, 아침에 뭘 먹었는지 정도의 신변잡기였지만 즐거웠다.
'300분 무료통화. 이런 서비스가 왜 있는지 알것 같군.'
이제 통화를 끊어야 했다.
달콤한 그녀의 목소리가 좋았지만, 심장이 두근거려서 통화를 계속하기가 어렵다.
말재주가 워낙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날씨 얘기 했고, 정치인 욕했고, 군대 이야기 했고, 축구 얘기까지 했으니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어.'
여자 친구를 위해 준비했던 이야기들을 다 했으니 깔끔하게 다음을 기약하며 끊어야 한다. 대화는 언제라도 나눌 수 있으니 조급해 하지 않을 셈이었다.
"이렇게 대화 나눌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세에취 양!"
- 아니예요, 저도 일훈 씨 목소리를 들을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전화가 아니라 직접 만날수 있다면 좋을 텐데."
정일훈은 깊은 고민 없이, 무의식중에 생각한 말을 그냥 내뱉었다.
그녀는 흔쾌히 허락했다.
- 그럼 그럴까요?
"넷?"
정일훈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믿을수 없는 대답을 듣고 만 것이다.
- 내일 점심때쯤 갈게요. 첫 만남인데..... 그래도 뭔가 해 보고 싶거든요. 김밥을 싸서 갈테니까 점심 들지 말고 계세요. 도장으로 찾아가면 되죠?
"기, 김밥요?"
- 왜요, 김밥 싫어하세요?
"아, 아, 아, 아니, 아닙니다! 저 김밥 엄청 좋아합니다. 꼭 기다리겠습니다! 혹시라도 늦거나, 내일 무슨 사정이 생겨서 안 오시더라도 반드시 기다리겠습니다!"
수화기를 들고 절규하는 정일훈!
그렇게 통화가 끊어졌다.
"......"
정일훈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한참 만에 마음이 진정되고 난 후에야 사범실을 나가서 사제들을 보았다.
최종범, 마상범, 이인도!
흉악하기 짝이 없고, 체구는 건장해서 인간 종의 몬스터라고 할 만하다.
익숙한 사제들을 보고 나니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꿈이 아닌 현실이다.
"사형!"
"세에취 님과 통화는 잘 하셨습니까?"
사제들의 질문에 정일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했지. 근데 내일 김밥싸서 온단다."
"헉."
"기, 김밥을....."
사제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인도가 가장 반가워했다.
"김밥헤븐에서 사 먹을수 있다던 그 김밥을 형수님이 손으로 싸서 가지고 온단 말입니까?"
"맞다. 참치도 넣는다고 하더라."
"참치까지!"
정일훈은 사제들의 부러움을 온 몸으로 받았다.
마지막 5층!
띠링!
- 영웅의 탑 마지막 관문에 도달하셨습니다.
- 카리스마가 10 증가합니다.
- 힘이 15 늘어납니다.
- 투지가 60 증가합니다.
- 한계를 초월하며 소중한 경험을 얻었습니다.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영구적인 스탯들과, 2개의 레벨 향상.
위드의 레벨은 다시 356이 되었다.
레벨이 오르면서 획득한 스탯들은 모두 민첩에 부여했다.
4층을 통과하면서 검술 스킬도 한단계 올려, 증급 5레벨이 됐다. 무한정 되살아 나는 망령들을 상대로 싸워서 스킬 숙련도를 향상시킨 것이다.
검의 내구력이 23% 남았을 때에야 전투가 완벽하게 끝이 났다. 원혼의 기사, 원혼의 병사들이 싸우고자 하는 의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위대한 전사에게 우리는 굴복한다."
"우리의 생명을 거두어 다오."
되살아 나느 족족 때려잡다 보니 더 이상 싸우려고 하지 않고 위드를 피해 다녔다.
근본이 망령이라서, 끝없는 고통을 받아 마음이 약했다. 긍지나 자존심, 투지가 약해서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위드는 4층에서 무기와 방어구의 수리까지 마치고 완전한 상태로 5층으로 올라왔다.
'더 굉장한 것이 기다리고 있겠지.'
무섭거나 두려운 기분은 들지 않앜ㅆ다.
영웅의 탑의 마지막 관문이었으니 어려운 무언가가 있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
마음의 준비는 이미 끝내놓은 상태였다.
5층에 올라갔을 때에는, 몬스터들이 가득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둥그런 원탁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책이 한 권씩 있었다.
《기사》.
《검사》.
《전사》.
《투사》.
《워리어》.
《성기사》.
《권사》.
《궁수》.
《레인저》.
《사냥꾼》.
《도둑》.
총 열한권의 책들이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애매하군."
위드는 선택해야 함을 깨달았다.
모험가라면 이럴 때 '조사 혹은 관찰' 스킬을 이용할수 있다. 어떤 함정이 숨어 있는지도 알아보고, 혹을 저 책들에 대한 정보들도 조사 할수 있다.
일종의 모험가만의 특권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조각사에게 그런 스킬은 존재하지 않았다. 스켈레톤 나이트에게도 그런 스킬은 없다.
"뭐든 상관 없겠지."
위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기사의 책을 펼쳤다.
도둑이나 사냥꾼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저 현재 해골기사이기도 했으니 기사의 책을 보기로 한 것.
멀리서 보면 해부실에나 있을 법한 해골이 독서를 하고 있었다.
"전쟁의 시대. 왕들이 경쟁하듯이 침략 전쟁을 벌였다. 인간들의 영토는 넓어졌으나 고블린, 악마족, 엘프와 드워프들의 저항 또한 거셌다. 그리고 국경 너머에서부터 침략해온 몬스터들로 인하여 대륙민의 삶은 피폐해졌다. 무능한 통치자와 부패한 귀족들, 잔인무도한 몬스터들이 날뜀으로 인하여 도처에 썩은 시체들이 널려 있다. 브롬바 왕국력 102년, 인간들과 이종족 그리고 몬스터들의 운명은 작센 평야의 전투에서 결정지어지게 되었다."
책을 거기까지 읽었을 때였다.
위드의 주변이 빛으로 휩싸였다.
"죽여라!"
"이 더러운 놈들! 브롬바 왕국의 쓰레기들을 처단하라!"
"마폰 왕국의 정예병들이여! 싸워서 승리를 쟁취하자."
"여왕 폐하께 영광을!"
위드가 꺠어난 곳은 소음으로 가득했다. 그 뿐만 아니라 혼란 그 자체였다.
하늘에서는 드레이크들이 날아다니며 불을 뿜어내고, 멀리서 궁수들과 마법사들이 공격을 퍼붓는다.
대전장!
위드는 격전이 벌어지는 전장의 한 복판에 떨어진 것이다.
"크레레렐!"
"후음차!"
멀리서부터 고함소리와 함께 커다란 바윗덩어리들이 붕 떠서 날아오고 있었다.
위드는 어디서 발석차라도 동원된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눈이 하나 밖에 없는 거대 괴물 사이클롭스들이 땅에 박혀있는 바위를 뽑아 내서 힘껏 던지는 것이었다.
수우우우우웅- 콰과과광!
바위는 바람을 가르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날아와서 지표면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다.
떨어진 바위에 병사들과 기사들이 깔려서 아우성을 쳐댄다.
"살려 줘!"
하지만 지휘관들은 냉정했다.
"브룸바 왕국의 병사들이여, 명예롭게 죽어라!"
"저놈들을 도륙하라!"
병사들은 그들끼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간과 인간이 싸우고, 마법사들이 공격한다. 여기에, 멀리서 몬스터 군단도 포위망을 갖추고 대대적인 진군을 하고 있다.
푸히힝!
그리고 위드의 옆에는 털이 새하얀 백마가 있었다.
페가수스처럼 하늘을 날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근육질의 말은 굉장히 건장했다.
그 말이 위드의 해골에 대고 혀를 할짝거렸다.
챱챱챱!
개가 뼈다귀를 핧는 것처럼 해골에 침을 바른다. 백마로서는 지극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위드는 현재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눈치챘다.
'영웅의 탑 5층에서 기사의 책을 읽었는다..... 아무튼 이곳은 작센 평야 그리고 팔랑카 전투다.'
베르사 대륙의 역사에서 가장 치열하기로 손꼽히는 전투 중 하나가 바로 팔랑카 전투!
7개 왕국이 대륙의 주도권을 놓고 작센 평야라는 곳에서 전투를 벌였다. 특히 브롬바 왕국과 마폰 왕국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싸웠다.
그렇게 인간들끼리의 전투가 절정에 이를 무렵, 몬스터군단들까지 이 전투에 끼어들었다. 멀리서부터 피 냄새를 맡고 진군을 하여 참전하게 된 것이다.
이종족들도 개입했다.
엘프와 바바리안 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작센 평야로 왔다.
그리하여 나온 결과가 지금 이 모양이었다.
각 종족, 각 왕국의 깃발을 들고 있는 군대들은 살기 위해서 모든 것을 공격하고 있다.
건장한 바바리안 전사들이 대검과 몽둥이를 휘두르며 엘프들이 쏘아내는 화살들이 병사들을 꿰뚫는다.
그들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이종족들의 뒤에는 몬스터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런 전장의 한복판, 중심에 위드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말 위에는 자그마한 여자 1명까지도 타고 있었다.
모라타에서 꽃을 키우는 소녀 프리나보다도 훨씬 예쁜 미녀!
그녀가 그윽하게 위드를 보더니 붉은 입술을 열어 말했다.
"기사님, 제가 믿을 사람은 당신 뿐이에요. 저를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 주세요."
띠링!
- 레미 공주의 요청
인구 8만 명의 변방 소국 이스란의 첫째 공주.
바다를 좋아하는 그녀는 고국에서 살고 싶어했다. 그러나 예정된 정락결혼에 의해 브롬바 왕세자의 5번째 첩실로 끌려가게 되었다.
하지만 갑자기 터진 브롬바 전쟁으로 인하여 결혼식도 치르지 못한채 왕세자가 있는 전쟁터로 나왔다.
그녀는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난이도 : 영웅의 역사 퀘스트
보상 : 역사적인 전투의 경험, 역사의 주인공이 될수 있음.
퀘스트 제한 : 공주의 부탁이므로 기사는 거절할수 없음.
위드는 잠시 갈등했다.
'이걸 어떻게 한다.'
불가능한 퀘스트를 많이 받아들여 봤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가능성이 보여야 할 게 아닌가.
잠시 머뭇거리고 있으니 레미 공주가 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저에게는 기사님밖에 없어요. 비록 지금은 저주에 걸리셔서 이상한 모습을 하고 계시지만 저 레미는 알수 있답니다. 기사님이 저를 도와주실것이라는 사실을요."
-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완벽한 외통수!
저절로 퀘스트를 받아들이고 만 것이다.
기사들에게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연약한 여성이나 귀족 여인들, 주군으로 모시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핬다.
그서이 기사의 특징!
'미치겠군.'
위드의 갈비뼈에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몬스터에 인간 병사들, 또 엘프와 바바리안들이 넘쳐나도록 많았다.
역사상 가장 격렬한 전투중의 하나인 팔랑카 전투!
여기에서 공주를 데리고 빠져나가야 하는 것이다.
미녀 그리고 백마.
주변에는 엄청난 적들!
완벽하게 기사의 로망이다.
불을 내뿜는 드레이크만 하더라도 고레벨 몬스터다.
현재 싸우고 있는 인간 기사들도 최소한 레벨이 300대는 넘어 보인다.
일반 병사들도 만만치 않았다. 달리 전쟁의 시대라고 불렸던게 아닌지, 병사들의 수준도 높았다.
바바리안과 엘프는 말할 필요도 없으며, 몬스터들은 규모도 그렇고 온갖 고위 몬스터들, 자이언트 몬스터가 가득하다.
보스 몬스터들도 다양했다.
리치 샤이어 수준은 아니더라도, 뱀파이어 로드쯤 되는 수준의 몬스터들은 여럿 보인다.
광범위 마법들이 주변에 작렬하고, 거대한 바위들이 엄청난 거리를 날아와서 땅에 부딪쳐 계란 터지듯이 터지고 있다.
혼자 살아남기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마당에, 한가롭게 백마를 탄 공주를 호위하며 전장을 돌파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