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전율의 지휘관』
위드는 샤스펜 흡혈박쥐 조각상을 구입하기로 했다.
상점 주인은 헐값에 넘겨주었다, 루비 값도 되지 않는 가격이었ㅅ다.
"3골드만 내게. 그리고 구돌프의 염원을 이루어 주기 바라네."
위드가 조각품에 얽힌 이야기를 해 준 덕분이었다. 상점주인의 호의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자네의 조각술이 이 정도일 줄을 몰랏군. 앞으로는 자네가 만든 조각품을 2배의 가격에 구입하겠네."
2배라고 해도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차피 같은 재료비를 들인다면 위드의 마진은 상당히 많이 남았다.
조각품만 만들어도 먹고살 정도가 된 것이다.
"그렇게 비싼 가격에 구입을 하셔도 쾐찮겟습니까?"
위드가 정중하게 물었다.
도도하고 까칠하게 굴던 태도는, 주인이 2배나 되는 가격에 사겠다고 하는 순간에 재빨리 벗어던진 것이다.
"2배도 싼 가격이지. 아트핸드, 자네 정도의 예술가가 만든 작품을 싸구려 취급하는 것은 나 스스로 용서가 안돼!"
"저는 별 볼일 없는 조각사에 불과합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말씀은 거둬 주시지요."
의드가 겸양의 말을 했다.
겸손은 언제나 미덕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점 주인이 정말로 말을 취소한다면 최소한 사흘 정도는 욕을 퍼부어 줄 용의가 있었다.
"내 예술가의 그런 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
"예술가는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버릇이 있지. 나는 가게 주인으로써 소신과 긍지를 갖고 자네의 조각품을 적당한 가격에 구입하려고 하는 것이라네. 고맙네. 내 상점에 자네의 조각품을 판매해 줘서 말이야."
"‥‥‥."
위드는 그렇게 샤스펜의 흡혈박쥐 조각품을 구입했다. 그러자 새로운 의뢰를 공유하게 디었다.
띠링!
-샤스펜 동굴의 흡혈박쥐
드워프 장인 구돌프의 생명을 빼앗은 흡혈박쥐들에게 복수를 하라.
드워프 전사들은 의무적으로 이 싸움에 참여해야 한다.
구돌프의 뜻을 이어받은 드워프는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됨
난이도 : B
보상 : 드워프의 영광
퀘스트 제한 : 드워프들의 의무적인 참전.
종족강제 퀘스트.
위드가 받은 의뢰와는 달랐다.
그리고 쿠르소에 있는 모든 드워프들에게 퀘스트 창과 메시지 창이 동시에 떴다.
-구돌프의 조각품을 가지고 있는 드워프에게 가서 샤스펜 동굴의 흡혈박쥐를 퇴치하는데 도움을 주십시오.
어떠한도움이라도 주어야 하며, 의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쿠르소에서 강제 추방됩니다. 그리고모든 드워프들을 적으로 돌리게 될 것입니다.
드워프들은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다. 동족에 대한 복수를 하지 않을 경우, 상대를 드워프 취급도 해 주지 않는다.
"참여하겠습니다."
"샤스펜 동굴의 흡혈박쥐를 퇴치하겟습니다."
드워프 전사들은 서둘러 의뢰를 받아들이겠다는 맹세를 했다. 그리고 외쳤다.
"구돌프의 조각품을 가지고 계신 분 찾습니다!"
"어떤 분입니까?"
"여기 드워프 전사 파티가 있습니다. 이끌어 주세요."
쿠르소가 떠들썩해지고 있었다.
위드를 찾는 고함 소리가 사방에서 퍼지고 있는 것이다.
* * * * * * * *
샤스펜 동굴의 정벌!
드워프 전사와 워리어 들은 급한 일도 내던지고 달려왔다.
넘쳐 나는 드워프 대장장이들은 사용할 무기와 방어구 들을 빌려 줬다.
"잘 쓰고 돌려주게."
"꼭 퀘스트를 성공하게나."
쿠르소의 드워프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쿠르소는 유저들의 숫자가 많지 않다. 드워프 대장장이거나 전사로서 동질감이 있다 보니, 남의 일처럼 여기지 않았다.
"종족 퀘스트라‥‥‥. 인간이나 다른 종족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긴 하지만, 신기한 일이로군, 어떻게 받았나?"
"드워프 조각사라니 놀라운걸!"
헤르만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무기를 잔뜩 들고 핀과 함께 달려왔다.
"내가 만들었던 무기들일세. 대부분 실패작들이지만, 필요한 만큼 빌려 가게나."
그의 기분에서는 실패작이라지만, 다른 드워프 장인들이 만든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이렇게 쿠르소에서 다시 만났는데 인사할 시간도 없이 떠나게 되는군."
"다음에 또시간이 있겟지요."
"그래야지, 아무튼 대단하네. 조각사에게도 이런 퀘스트가 있을 줄이야."
위드는 다른 드워프 장인들도 만났다.
엑버린이나 밤비 등 쿠르소의 5대 유명장인들. 헤르만도 그중 1명이었다.
파비오는 대리인인 딸을 통해 방어구들을 전해 줬다.
조각사인 위드의 레벨이 낮더라도 입을 수 있을 정도로 직업 제한이 없는 초보용에서부터 레벨200대까지, 골고루 가져왔다.
"입을 수 있는 물건을 가져가라고 하셧어요."
전투용이 아닌 순수한 방어를 위한 특수 보호구!
레벨 제한이 낮고, 힘이 없어도 착용이 가능하지만 무게가 심하게 무거웠다, 민첩이 거의 좌절할 정도로 하락해서, 살찐 하마처럼 행동해야 했다.
든든한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만 믿고 생존을 해야 하는 셈.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제게는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네?"
"죽지 않을 테니까요."
사실 죽으면 대형 사고다.
조각 변실술이 풀리는 것은 물론이고,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에 의해 되살아나게 될 테니!
그 광경을 다른 드워프 전사들이 보게 되면 난리가 날 것이다.
하지만 위드는 자신이 있었다.
'드워프 구돌프가 남긴 자산 때문이지.'
구돌프를 통해 샤스펜 동굴의 지형와 흡혈박쥐들의 공격수법 등을 파악했다.
위험할 일은 조금도 없었다.
* * * * * * * * *
"진군."
위드는 샤스펜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제집처럼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에 드워프 워리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트핸드, 정신 나간 거 아냐?"
"상한 맥주라도 몇 통 마신 건가?"
드워프들은 걱정부터 됐다.
의뢰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위드가 반드시 살아야 한다.
그들의 임무는 위드의 지휘 아래 싸우는 것!
그런데 대장이 이런 철부지였으니 가슴이 졸아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위드는 흡혈박쥐들이 있는 장소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텅 빈 동굴 속을 걸어가는 드워프 무리.
놈들의 서식지가 500미터쯤 남았을 때 위드가 손을 들었다.
"여깁니다."
"응? 무슨 말인가."
드워프 전사 빈델이 물었다.
그는 네 가지 이상의 무기를 다룰 줄 알고 각종 공격술에 통달한, 드워프족 내에서도 최상위 전사였다.
"이곳에서 전투를 하겠습니다."
"무슨 말인가. 여기에는 몬스터가없는데?"
위드는 명쾌하게 답했다.
"당연히 데려와서 싸워야죠."
드워프 전사들의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미련하군, 전투는 우리가 전문가이니, 지금부터는 우리가 맡겠다."
"자넨 그냥 안전한 곳에서 쉬고나 있어."
"흡혈박쥐는 이동속도가 빨라서 유인이 안 된다는 것도 모르고, 쯧쯧! 더구나 우린 전사들이라 활도 가져오지 않았어."
드워프들이었기에 이곳에 이르기까지 위드를 존중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드워프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었다.
모든 몬스터들을 다 유인해서 싸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게 어려운 몬스터도 많았고, 사냥은 단순하지 않았다. 적어도 수십가지의변수들이 있기에 경험이 중요했다.
드워프들이 위드를 무시한 채로 지나치려고 할 때였다.
위드가 조각칼을 꺼내서 자신의 팔뚝을 그었다.
"그게 무슨짓인가!"
빈델이 소리 질렀다.
자신을 비롯한 다른 드워프들이 말을 들어 주지 않자 자살을 사도하려는 것으로 착각!
어쨌든 간에 위드가 죽어 버리면 의뢰는 실패하고, 강제퀘스트로 참전한 쿠르소의 드워프들에게는 엄청난 피해가 돌아간다.
드워프들이 놀라고 있을 때, 위드는 나직하게 말했다.
"드워프 부대 전투준비!"
"응?"
"아직도 그 소리야?"
위드가 답답하다는 듯이 빠르게 설명했다.
"샤스펜 동굴 흡혈박쥐의 인지 범위는 사방 200미터. 그러나 피 냄새를 맡았을 때에는 반경 600미터까지 먹이를 인식."
"‥‥‥."
"동굴의 구불구불한 경로에 따라서 그 길이가 달라지긴 하지만, 이곳에서 놈들이 있는 곳까지는 거의 직선 경로. 천장이 낮고 종유석들로 인하여놈들이 속도를 낼 수 없으니 지금이 기회입니다. 드워프 군단 전투준비!"
위드의 단호함에 드워프들은 일단 무기들을 꺼내서 전투 태세를 갖췄다.
'방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흡혈박쥐들이 여기까지 온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촤라라라라락!
어둠을 뚫고 흡혈박쥐 떼가 날아들었다.
"진짜로 왔다."
"적이다!"
드워프들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탓에 해머를 내려치고 도끼를 휘두르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불규칙적인 날갯짓에, 게다라 어두운 동굴에서 기습을 가하는 흡혈박쥐들의 속성상 놈들이 달라 붙는 것을 완전히 봉쇄하지는 못했다.
성직자들의 신성 마법이 있다면 쉽게 떨쳐 낼 수 있겟지만, 아쉽게도 그런 지원을 바랄 수는 없는 처지라서 기초 체력으로 버텼다.
전사나 워리어 들이라서 기본적인 체력과 생명력이 높고, 든든하게 갖춰 입은 방어구를 믿고 흡혈박쥐 떼와 싸우는 것이었다.
그때 위드가 사자후를 터트렸다.
"진형 변경, 5열 종대로!"
콰과과과광!
동굴 안에서 굉음처럼 울리는 사자후!
-사기가 276 올랐습니다.
모든 혼란 상태를 회복합니다.
행운이 6 상승합니다.
각자 파티를 맺고 싸우던 드워프들에게 동시에 떠오른 메시지 창이었다.
파티에서는 사기 수치도 중요하다. 사기가 낮으면 공격력이나 마법효과가 잘 발휘됮 않는다. 그런 사기가 2배가 넘게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박쥐들의 공격으로 인한 혼란 상태 회복, 덤으로 행운까지 증가!
"5열종대로!"
위드의 사자후가 반복적으로 터지고 있었다.
효과가 중첩되어서 쌓이는 것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소음이었다.
좁은 동굴에서 같은 말이 메아리치는 것이다.
"5열종대로!"
"5명씩 서자, 어서!"
드워프들은 정신없는 전투의 와중에도 동료들과 함께 5명씩 늘어섰다.
이유가 무엇인지, 어째서 위드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지조차도 모르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
경험많은 고위 드워프 전사들도 놀라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사태였다.
"방금 우리가 들은 건 기사들이 사용한다는 집단 지휘 스킬 아닌가?"
"스킬의 효과가‥‥ 이렇게 사기를 상승시켜 주는 스킬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좁은 동굴에서 5명씩 서서 싸우기는 하지만, 드워프 전사들은 금세 깨달았다.
'큰 효과는 없다.'
5열종대로 늘어섰다고 해서 별달리 전투가 쉬워지지는 않았다.
애초에 드워프들의 전투 경험도 무시할 수는 없을 정도라서, 느슨하게 풀어져 있는 와중에도 적당한 숫자로 뭉쳐 있었다.
4명, 6명 등 약간씩 차이는 있었어도 동굴의 간격에 스스로 맞춰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진형을 갖추었을 무렵 위드의 사자후가 다시금 터졌다.
"선두 열3보 전진, 둘째 열 현위치 고수!"
선두 열은 본인들을 뜻하는 말인 줄알고, 흡혈 박쥐들을 제치고 세걸음 나아갔다.
그러자 공간이 생겼다.
흡혈박쥐들은 뒤로 돌아와서 선두 열의 드워프들을 노리려고 했다.
"둘째 열은 선두 열을 엄호하라!"
둘째 열에 있던 드워프들은 무기를 휘둘러서 흡혈박쥐 떼를 내리쳤다.
전사나 워리어 들이 전투 시에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이 바로 동료들의 안전!
동족을 아끼는 드워프들의 속성상 쉽게 따를 수 있는 명령이었다.
"선두 열다시 3보 전진, 둘째 열 3보 전진 셋째 열 현위치 고수!"
같은 상황이 다시 반복되면서 드워프들은 깨달았다.
무작위로 몇명씩 뭉쳐 동굴에 있던 흡혈박쥐들을 상대하다 보면 진형이 엉클어질 수밖에 없다. 밍착한 동료들로 인하여 무기를 제대로 휘두르며 싸울 수도 없고, 배후 공격도 겁이 나서 사방을 경계해야 했다.
상처 입은 흡혈박쥐들은 도주해서 회복되면 돌아왔기에 거의 줄어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위드의 말에 맞춰서 진형을 잡으니 흡혈박쥐와 싸우기에 훨씬 편하다.
자신의 앞과 위만 경계하면 되었고, 뭉쳐서 날아오던 흡혈박쥐들은 6열, 7열을 거치면서 분쇄되었다.
어두운 동굴과, 고통을 주지 않는 흡혈박쥐의 속성상 몸에 달라붙어 있으면 잘 알기도 어려웠는데, 뒷열에서 알아서 떼어 주니 걱정도 멀었다.
'이길 수 있겟다.'
'충분히 이긴다.'
드워프들의 눈이 초롱초동 빛날 때, 다시근 사자후자 터졌다.
"모든 열 속보로 전진. 돌파!"
드워프들의 잛은 발이 급하게 움직였다.
따다다다닥!
진형 전체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면서 흡혈박쥐 떼와 싸운다.
드워프들의 등줄기에 전율이 흘렀다.
이런 전투는 경험해 본 적조차 없다!
5명이나 6명이 하나의 파티로서 단단히 결속하기도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비롯해 백 명도 넘는 드워프들이 일제히 행동을 맞춰서 싸우고 있다.
집단 진형을 갖춰서 흡혈 박쥐 떼와 싸우는 스스로의 모습에 엄청난 퀘감이 느껴졌다.
몸이 흥분으로 달아오르고 전투가 즐거워 지고 있었다.
절묘하게 터지는 위드의 지휘.
"가속!"
속도를 더하라는말.
가속, 가속, 가속!
드워프들은 뒤쳐지지 않기 위해 혼잣말처럼 되뇌면서 무기를 휘두르며 달렸다.
흡혈박쥐들이 드워프의 무리와 부딪치면 선두 열에서 한 대 맞고 튕겨 나와서 세 번쨰 열, 다섯 번째 열, 운이 좋다면 여덟 번쨰 열에서도 한 대씩 맞고 죽는다.
사기가 치솟을 대로 치솟은 드워프들은 제 몸을 사리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고, 위드는 이를 부추겼다.
"가속하라!"
"가속!"
"가속!"
"가속! 가속!"
드워프들이 일제히 복창하면서 달렸다.
전투를 하면서 이만큼 신 난 적이 있던가!
좁고 어두운 동굴에서 이렇게 싸울 줄은 몰랐다. 제 힘보다도 훨씬 잘 싸웠다.
"선두 열에서부터 셋째 열까지, 동굴의 좌우로 붙는다. 네번쨰 열은 무시하고 전진.선두 그룹은, 본진이 지나가고 난 뒤에 후방에 붙는다!"
진형의 선두에 있ㄷ던 드워프들은 은근히 걱정도 되던 참이었다.
흡혈박쥐 떼와 전면에서 싸우느라 체력손실도 크고 생명력도 많이 감소했다. 하지만 앓은 소리를 내기 싫어서, 신바람이 난 전투를 계속 이어보고 싶어서 버티는 데까지 버틸 작정을했다.
선두 열이 무너져 버리면 진형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으로 손발을 움직였다.
한데 위드는 선수에 있던 드워프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이, 막 걱정이 커지고 있을 무렵에 교체를 해 준다.
선두에서 싸우다가 동굴의 좌우로 달라붙은 드워프 들과, 그들이 지나치는 드워프들이 눈빛을 교환했다.
'잘했어.'
'수고했다.'
신뢰감이 듬뿍 담긴 눈빛!
모든 드워프들의 마음을 하나로 결속시켜 주고 있었다.
"전력 돌파!"
선두가 바뀌자 위드의 명령도 변화했다.
그때부터 드워프들은 힘껏 달리면서 흡혈박쥐 떼를 소탕했다.
샤스펜 동굴의 박쥐들은 군집을 하는 탓에 규모가 엄청 났다.
'그냥 싸웠다면 고전했겟군.'
'진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전사와 워리어 들로만 이루어진 우리가 이런 식으로 싸울 수 있다니.'
드워프들에게 이번에 깨달은 사실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선두를 다섯 번 교채했을 부렵, 흡혈박쥐 때를 완전 돌파했다.
드워프들은 여전히 힘이 남아돌았다.
최초 선두에 섰던 드워프들 외에는 빠른 교체를 통해 힘을 비축해 두었기 때문이다.
"전원 뒤로 돌아."
드워프들이 척척 뒤로 돌아섰다.
물론 위드는 철저하게 호휘한 상태다.
위드의 명령이 어떤 식의 효과를 거두는지를 확인하였기 때문에 보호해 주려는 마음이 절로 커진 탓이다.
"돌진!"
방금 전에 지나쳤던 흡혈 박쥐들을 내버려 두고 갈 수 없었다.
지나온 길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잡템들을 줍기 위해서 조금전의 전진을 거꾸로 반복했다.
드워프 빈델이 위드를 향해 물었다.
"잡템은 어떤 식으로 분배할까?"
원래 그들이 경험했던 파티라면 잡템은 알아서 줍는 게 관례였다. 전투 중에도 떨어진 잡텝에 욕심을 내다 보니 사냥이 어지러워지고, 파티가 깨지는 경우도 잦았다.
이렇게 많은 드워프들이 있을 때에는 그런 점들도 간과할 수 없다.
선두에 서는 드워프들이 자연스럽게 욕심을 부리게 될테니 위드에게는 어떤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잡템은 본인 알아서 줍습니다. 단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만큼 주워서 다른 이들보다 이동속도가 느려지거나 전투에 피해를 줄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강제 방출 조치를 합니다."
"‥‥‥."
"조금 전과 같은 싸움은 이 동굴이 끝나기 전까지 신물이 나도록 이어질 겁니다. 그러니 전투력을 보전하고 이동속도가 느려지지 않도록 그때그때 적당량만 줍는 편이 이로울 것입니다."
그말에 드워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질없는 욕심을 부려서 동료들로부터 매장당하느니, 잡템은 적당히 취하는 편이 낫다.
앞으로도 이런 전투는 셀 수 없이 이어질 테고, 기회는 많을 것이기 때문.
* * * * * * * * * *
샤스펜 동굴의 흡혈박쥐 사냥!
드워프 전사와 워리어 들의 전투 경험이 쌓이면서부터는 효율이 더욱 높아졌다.
"가속! 가속! 가속!"
"전진, 돌격!"
"다 부숴 버린다!"
드워프들은 미친바람처럼 동굴 안을 휩쓸었다.
흡혈박쥐들의 주요 서식지!
인간들은 물론이고 드워프들조차 움츠러드는 좁고 어두운 동굴에서, 지형적인 불림 따위는 역으로 바꾸어 놓은 듯이 설쳤다.
지금까지는 경험해 본 적도 없으며,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전투다.
일부 드워프들은 공공연하게 떠들었다.
"이전부가 로열 로드의 게시판에 올라가면 난리가 나겠지."
"아마 전부 뒤집어질걸."
쿠르소의 드워프 전사, 워리어들은 수준이 높아서,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유저도 있다.그런 유저들도 동영상을 올려야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위드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함께하는 의뢰라서 동영상까지 독점할 수는 없다. 더구나 위드의 계정으로는 공개해서는 안 될 입장이었다.
드워프 모습으로 다른 이들을 이끌고 있는 것을 보여 주었다가는 직업과 조각 변신술의 비밀까지도 만천하에 공개 하는 꼴!
위드는 실속만을 챙겼다.
"흠, 박쥐의 눈물이라‥‥ 마법사에게는 중요한 시약이 되는 것이로군."
무게가 거의 나가지 않는, 극소량의 양으로 가격이 비싼 잡템들만 골라 주웠다.
남들에게는 잡템 때문에 사냥에 차질을 주면 방출해 버린다는 엄포를 놓았다.
위드의 지배력과 권위를 항층 높여 준 발언!
드워프들은 위드의 눈치를 보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조각사로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고, 또 다른 드워프들의 인식도 호의적이다.
'조각사가 주워봐야 얼마나 줍겠어?'
'전투에 큰 공로를 세우고, 사실 이 의뢰도 저 드워프 덕분인데‥‥. 소득이 너무 적은 거 같아서 불쌍하군.'
오히러 동정심까지 가졌다.
샤샤샤샤샤샥!
위드가 호주머니로, 배낭으로 챙기는 잡템의 양이 상상이상으로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전전으로 인식의 차이였다.
평소 많이 챙길 것 같은 드워프는, 잡템을 줍는 광경을 서너 번만 보여 줘도 굉장히 욕심을 낸 것같다.
하지만 위드는 잡템 따위는 한눈으로 살폈다.
또르륵.
눈동자가 자연스럽게 구르면서 싸구려 잡템들이 있는 쪽으로는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
다른 드워프들이 줍도록 느긋하게 시간을 배려하면서, 본인은 드워프들의 신경이 무디어졌을 때 충분히 그리고 비싼 물품들로만 골라 가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전투의 속도는 떨어지지 않아, 아내 샤스펜 동굴의 끝에 이룰수 있었다
"여기다!"
드워프 시신을 발견한 선두에서 고함을 질렀다.
위드는 흡혈박쥐에게 피를 흡수당해 말라붙은 미라처럼 된 시체와, 구돌프가 최후로 만든 루비 브로치를 찾아냈다.
띠링!
-구돌프의 루비 브로치를 습득하셧습니다.
위드가 뒤로 돌아서서 말했다.
"됐습니다. 이제 쿠르소로 돌아가죠!"
드워프 전사, 워리어 들이 의뢰에 성공한 것이다.
* * * * * * * * * *
쿠르소에서는 제나라는 드워프를 찾아서 루비 브로치를 건네주었다.
위드가 책임자로서 나선 그 일에는 다른 드워프들도 둘러 싸고 구경을 하고 있었다.
"무척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구돌프는‥‥당신을 가장 사랑했고, 마지막으로 이것을 남겼습니다."
"흐흑!"
여성 드워프 제나는 루비 브로치를 받고 오열했다.
"구돌프, 당신이 이렇게 죽다니‥‥‥."
띠링!
-구돌프의 꿈 완료
드워프 장인 구돌프의염원은 이루어졌다.
흡혈박쥐에 대한 복수와, 연인 제나를 위해 만든 보석 브로치가 전해졌으니 그는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명성이 120 올랐습니다.
-쿠르소의 드워프들과의 우호도가 10이 되었습니다.
-드워프 제나의 호감도와 신뢰가 최상이 되었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다른 드워프들에게도 의뢰의 성공을 알리는 메시지 창이 떴다. 위드는 거기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제나를 안타까운 눈으로 보았다.
'남겨진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경험해 봐야만 알지.'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겪었던 설움들.
자식들을 놓고 떠나야 하는 부모님들도 편히 돌아가시지 못했을것이다.
제나가 눈물을 훔치며 일어났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군요, 제가 울고만 있는다면 구돌프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이 보석 브로치는 그가 저에게 청혼을 한 증거, 저는 구돌프의 아내로서 평생을 살아가겠습니다."
드워프 여자들도 강인한 면이 있었다.
제나는 웃으며 말했다.
"발견한 샤스펜 동굴의 루비 광산은 아마도 구돌프가 당신에게 주는 선물일 거예요. 광산을 개발해서 예분 루비들을 많이 캐시길 빌겠어요."
-샤스펜 동굴의 루비 광산 개발권을 획득하셧습니다.
루비 광산의 개발권 획득!
* * * * * * * *
위드는 행정청에 광산을 등록했다.
샤스펜 동굴의 아트핸드 루비 광산!
쿠르소 행정청 차원에서 고아부들과 전사들을 모집해서, 이제 샤스펜 동굴의 루비를 캐내게 될 것이다.
인건비와 안전을 위해 용병을 고용하는 대가로 채굴할 루비의 6할을 바쳐야 되지만, 그러고도 막대한 이익이 남았다.
점점 치안이 확립되면서부터는 용병의 고용비도 줄어들 테니 순이익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수고 많았네."
"단기간에 가장 빨리한 의뢰로 기억에 남을 거야. 다음에도 일이 있거든, 보수는 덜 받아도 좋으니 언제든 불러 주게."
전투에 참여했던 드워프들도 대단히 만족스러워하며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