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데스핸드와의 싸움』
위드의 조각술 의뢰에 불이 붙었다.
소녀의 눈물 상!
길거리에 있는 때 묻은 조각상이었다.
"감정!"
-아버지는 매일 도끼만 만드셧어요.
어머니는 매일 재봉만하셧죠.
저와 제 동생과는 아무도 놀아 주지 않았어요.
놀아 줄 사람이 어디에 없을까요.
난이도는 E급!
위드는 그 드워프를 찾아냈다. 하지만 조각상이 만들어진지 아주 오래되어서, 이미 나이를 한참 먹은 아줌마 드워프!
그녀는 재봉을 하던 와중이었다.
"실례합니다. 놀아 드려도 될까요?"
위드가 그녀를 불러넀다. 어린 드워프들이 좋아하는 사과맛 맥주를 사 주고 30분간 놀아 주었다.
"어릴 때의 꿈을 이런 식으로 이루는군요. 제가 만든 옷인데‥‥드리겟어요."
드워프 수제 푸른 로브 획득!
레벨130의 제한이 있는 마법사 전용 복장이었다, 제한은 낮지만, 마법사의 로브라는 게 중요했다.
마법사들은 방어력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가장 강대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기에, 마나 회복 속도와 파괴력에 중점을 둔다.
사실 아무리 좋은 로브를 껴입더라도 열악한 생명력과 방어력은 어쩔 수가 없기에 자포자기한 셈이 크기도 했지만, 드워프 수제 푸른 로브는 마나의 저장 효과와 빠른 주문의 옵션이 있어서 무려 7,000골드가 넘는 가격에 팔린다.
마법사들에게는 지팡이 많이 아니라 로브, 부츠까지도 공격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격이 높았다.
조각상 의뢰의 보상이 엄청났던 것이다.
"조각술은, 진정 예술의 꽃이라고 할 수있다!"
위드는 조각술을 아낌없이 찬양했다.
"어서오게, 아트핸드!"
"안녕하세요. 경비경 어르신. 집에 좀 들어가 봐도 될까요?"
"자네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드워프 경비경의 집에도 방문했다.
위드는 아부와 돈 안 드는 선물을 기반으로 한 친화력으로 경비병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경비경의 집 안에는 조각품이 있었다.
누르소의 드워프들의 특성은 인간과는 차이가 있다.
조각품이나 그림 등의 예술품을 사랑하기 때문에, 집집마다 1∼2개씩의 조각품은 꼭 보관하고 있다. 아무 의미 없이 그냥 만들어진 조각품도 적지 않지만, 특별한 의롸나 어떤 단서가 되는 것도 많았다.
"훌륭한 조각품 같습니다."
"암. 우리 선조가 보관해 오고 있던 것이지."
"좀 세밀하게 봐도 될까요?"
"자네처럼 능력있는 조각사가 봐 주겟다면 나로서는 영광이지."
"감사합니다. 감정!"
-추악한 요물이 우리 쿠르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드워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요물이라‥‥.'
왠지 난이도가 제법 될 것 같았다.
-그 요물은 모습을 바꾸어 가면서 순진한 드워프들을 농락한다. 요물의 정체는 시시각각 변하기에 어떤 드워프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요물이 우리 드워프들을 조롱하는 형태는 비슷하다.
어떤유능한 드워프가 괜찮은 물건을 만들어 내면, 그 요물이 접근을 한다. 매우 실력이 없는 드워프의 행세를 하다가, 순식간데 재주를 익혀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내 버리는 것이다.
손재주를 삶의 목표로 삼는 드워프들에게는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위드는 충분히 심하다도 생각했다.
'내 입장에서도 용서할 수 없지.'
본인이 1골들을 벌 때 옆에서 2골드, 3골드를 벌어들인다면 그것은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
-그 요물에게 복수를 해야한다.
드워프의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우리 드워프들이 무력을 앞세워서 요물을 처단해서는 안된다. 그래 서는 우리 종족의 긍지가 되살아나지 않는다.
그 요물을 발견해서 똑같은 방식으로, 실력으로 당당히 겨루어서 제압을 하는 것이 옳다.
다행이 그 요물이 여러 방면에서 탁월한 것은 아니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이번 난이도는C급!
"제법 짭짤한 보상이 기대되는군."
요물과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재주로 겨루어야 된다는 점.
위드는 요물의 가능성이 높은 드워프를 금방 찾아냈다.
드워프 유저들이 물건을 생산하면, 그 옆에서 더 뛰어난 물건을 만드는 드워프가 잉ㅆ었다.
그의 이름은 데스핸드!
"클클클."
호쾌한 드워프 답지않게 음소를 터트리며 무언가를 만든다.
어떤 의뢰를 줄지 모른다면서 쿠르소에서는 이미 유명한 드워프였다.
'맥주도 안 마신다니 틀림없겠지.'
위드는 하루를 따라다녀 보고 확신했다.
맥주를 마시지 않는 드워프는 정상이 아니다!
일부러 옆에서 보란 듯이 마셔 보았는데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니 제대로 찾은 듯싶었다.
"에휴, 어디 이런 검으로 수박이나 자루겠나."
"크윽‥‥."
데스핸드 옆에서 또다시 좌절하는 드워프가 있었다.
그는 모아 둔 돈을 다 써서 최상급 뼈를 구했다. 몬스터의 뼈로 만든 검!
오우거의 다리뼈를 이용해 제법 괜찮은 검을 만들고 나서 기쁨의 환호성을 터트렸다.
"아싸! 드디어 오우거 소드가 완성됐다!"
다른 드워프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전, 데스핸드가 다가왔다.
"허 참, 정말 어렵군. 어떻게 뼈로 검을 만들지?"
그는 가지고 있던 오크의 뼈를 이용해 검을 만들어봤지만 몇번이나 실패작만 나왔다.
'설마.'
오우거의 뼈로 검을 만든 드워프는 데스핸드에게 관심을 집중시켰다.
'아니겠지. 이번에는 아닐거야.'
철음 검을 만들기에 가장 편한 재료다.
녹여서 두들기면 형태를 조정하기도 좋고, 검날도 재질의 강함에 힘입어서 완성하기 편하다. 만들어진 검은 숫돌로만 갈아도 그예기를 금방 되찾는다.
이에 반해 뼈 검은 만드는 과정에서 일체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며, 재료 자체의 특성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대장장이 스킬이 높은 드워프라고 해도, 재료의 숙련도가 따라주지 않으면 못 만드는 검.
데스핸드는 실패작을 몇 번 만들더니, 오우거의 뼈를 꺼냈다.
"이건 비장의, 아껴 두던 건데‥‥."
그러더니 뚝딱뚝딱 금세 오우거 뼈 검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훨씬 더 좋고, 모양도 멋들어진 검이었다.
그러나 데스핸드는 자신의 검을 바닥에 내던지더니 질글질금 밟았다.
"에잇, 실패작이야! 이런 검으로는 수박도 자르지 못해. 사과도 못 자를 거야. 바나나도 베지 못할 실패작!"
"크흐흐흑!"
오늘도 데스핸드의 희생양이 비통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 * * * * * * * * *
위드는 데스핸드 옆에 아주 보란 듯이 자리를 잡았다.
"뭘 만들어야 될까, 에휴. 재능이 없다 보니 뭐든 만들기가 어렵군."
초보 조각사롯의 냄새를 물씬 풍겼다. 그리고 초보용 조각칼을 꺼내 무려 10시간에 걸쳐서 다람쥐를 조각했다.
꼬리를 조각하는 데 4시간, 머리를 조각하는데 2시간, 몸통을 대충 만들었는데도 꽤 긴시간이 흘럿고, 다리는 아예 없었다.
다람쥐인데 앙증맞은 볼은 어디 갔는지, 오소리나 족제비에 가깝다.
크기는 거의 멧돼지급이었으니 도무지 다람쥐라고는 볼수조차 없다.
-조각품의 실패로 인해 명성이 23 감소하였습니다.
"클클클."
데스핸드가 완성된 다람쥐를 보며 비웃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 다람쥐는 실패작이었으니까!
위드는 다시금 의욕을 다지며 초보 조각칼을 쥐었다.
"괜찮아, 실패란 더 나은 작품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니까!"
이번에는 황소를 조각하려고 했다.
온순하며, 일을 잘하는 소.
다람쥐보다도 훨씬 공을 들여서 조각을 했지만, 이번에도 도저히 눈뜨고 못 봐줄 정도 였다.
4개의 다리는 굵기와 길이가 서도 달랐고, 꼬리는1센티가 될까 말까다!
머리는 금이 가서, 그저 붙어 있다고 해도 다행일 수준!
어디에서도 황소임을 알아볼 수 있는 증표가 없었다.
우당탕!
그나마 만들어진 조각품마저도 빈약한 다리가 하중을 이기지 못한 채 무너ㅈ서 박살이 났다.
처참한 광경이었다.
갈수록 퇴보하는 조각사라니!
-조각품 실패로 인해 명성이 39 감소하였습니다.
"클클클클! 크히히힛!"
데스핸드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남의 불행을 보며 좋아하는 성격의 그에게는 위드가 너무 재미있었다.
"이런 조각사라면 굳이 내가 나설 필요도 없겠지만‥‥."
데스핸드는 그래도 위드를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다시는 조각술을 펼치지 못하게 박살을 내 줘야겟지!"
* * * * * * * * * *
위드와 데스핸드의 조각술 승부!
좁은 쿠르소에서 소식은 금방 퍼졌다.
데스핸드는 지금까지 모든 드워프들을 실력으로 조롱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조각술을 겨루는 승부였다, 승부를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드워프들에게는 단연 위드가 화제였다.
"냉정하게 말해서 누가 이길까?"
"데스핸드겠지."
"아니야. 나는 아트핸드가 잘 해낼 거라고 믿어, 데스핸드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면 좋겠는데!"
샤스펜 동굴에 들어갔던 전사 드워프들은 위드의 편이다.
"기술이 어디 그리 쉬운 줄 아는가? 불리한 전투에서도 역전은 가능하지만, 손재주는 거짓말을 안해."
"그래도 아트핸드라면 가능할 거야."
"내기할까?"
"좋아! 지는 쪽이 오늘의술값을 포함해 백일간 술 사기다."
"얼마든지. 여기 맥주 두통 추가!"
호기를 부리며 내기를 거는 모습도 종종 볼수 있었다.
* * * * * * * * * *
데스핸드가 만드리골한 것은 발게스트의 유령기사였다.
거대한 전투마를 타고 전장을 누빈다는 악독한 몬스터 기사!
발게스트의 기사가 등장하면 몬스터들도 공포에 떤다. 절대적인 위압감을 가지고 있는 고위 몬스터.
"클클클."
데스핸드는 상다잏 빠르게 발게스트의 기사를 완성해 갔다. 크기가 상당했기에 점토를 구워서 만들고 있었다.
"아, 조각술은 정말 어려워."
엄살을 부리는 데스핸드.
위드가 들으라는 듯이 일부러 앓는 소리를 했다.
처음 말의 다리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위드가 만든 황소처럼 두께와 길이 들이 달랐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지 간단한 수선을 했다. 몸통을 함께 만들면서 오히려 앞발을 치켜든 채로 포효하고 있는 형상으로까지 변화를 시켰다.
데스핸드가 얄밉게 입가를 실룩였다,
"이러려고 했던 게 아닌데‥‥내가 운이 좋군."
말이 가진 섬세한 근육들의 형태가 잦춰지고, 웅장한 발게스트의 유령마가 되었다.
체인 메일과 철퇴 그리고 그 위에 덧입은 찢어진 옷까지, 발게스트의 기사가 완벽하게 표현되었다.
"어휴 이 정도밖에 만들지 못하다니‥‥‥. 나같이 무능한 조각사가 있을까. 나처럼 못난 조각사는 죽어야 돼. 죽어 마땅하고 말고."
데스핸드는 슬퍼서 끅끅대며 울었다.
-걸작! 발게스트의 친위 기사 조각상
몰락한 발게스트 공국의 유령기사.
전장에서 포효하는 형상의 조각품.
질이 떨어지는 점토로 완성되었고, 그위에는 검은 물감을 칠했다.
예술적 가치 : 416
특수 옵션 : 전투마의 이동속도 7% 향상
가시들의 스킬이 한단계씩 올라감.
"아이고, 난 다시는 조각품을 만들지 말아야겠구나. 이런 미천한 실력으로 어찌 조각품을 만들 자격이 있을까."
데스핸드가 대놓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구경을 나온 드워프들이 혀를 찼다.
"또 불쌍한 희생자가 등장하겠군."
"그러게, 이번에는 정말 잔인한데, 저런 말까지 들으면 조각품을 만들 수조차 없잖아."
자존심의 밑바닥까지 밟아 버리는 데스핸드의 수작!
"하지만 이번엔 상대가 아트핸드이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
"그냥을 물러서지 않을 거야. 확실해."
드워프들은 위드의 실력을 정확히 짐작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조각술로 난이도 B급의 의뢰를 받을 정도였으니, 아무리 우닝 좋더라도 기본 실력이 상당할 거라 예상 할 뿐이다.
위드는 초보용 조각칼을 추어올렸다
"‥‥‥."
드워프들과 데스핸드가 그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드는 조각칼을 든 채로 잠시 고민하다가 그대로 다시 손을 내려싸.
순간 터지는 한숨 소리들.
"아!"
"역시 포기인가?"
드워프들이 안타까워할 때였다.
"조각칼 따위는 필요 없겠지."
위드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더니 빈손을 추어올렸다.
조각칼도 없고, 심지어는 조각을 할 재료도 없었다. 미친 사람처럼 허공에 손을 대고 움직였다.
그러자 마법처럼 나타나는 은은한 빛!
위드가 조용히 되뇌었다.
"이것이 달빛 조각술이지."
조각품을 깎는 것은 오히려 쉽고 편하다. 조각품에 빛을 어리게 만들어서, 예술적인 가치를 높인다.
하지만 진정한 달짗 조각술은 빛 그 자체로 조각을 하는 것이다.
위드의 열 손가락에서 실타래처럼 빛줄기들이 풀려 나왔다.
"으악! 저건뭐야."
"마법 같은데‥‥드워프가 마법을 써?"
드워프들이 모여들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처럼, 빛의 조갓술을 다루는 위드가 현재의 주인공이었다.
데스핸드조차도 기겁한 얼굴로 위드를 보고 있었다.
* * * * * * * * * *
가느다란 빛줄기들이 색색의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어떠한 빛깔로도 재현해 내기 어려운 빛 그 자체의 오묘한 색채.
위드의 손이 허공에서 춤을 추었다.
'뭉친다. 묶는다. 퍼트린다. 흘린다. 확장시킨다. 실수 따위는‥‥없어야 한다.'
위드의 집중력이 고도로 확장되었다.
달빛 조각술을 제대로 시현하는 것은 최초.
실수를 용납하지 않을 뿐더러, 오랫동안 느긋하게 살피면서 조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목조나 석조를 다루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난이도의 조각술.
빛의 조각술이다.
손가락에 힘을 줄 때마다 더 강한 색채의 빛이 흘러나오면서 소량의 마나가 소모되었다.
달빛 조각술의 미묘한 조율.
빛의 색깔조차도 조절이 된다.
각 부분별로 다른 색들을 적용한다면 엄청난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피라미드를 능가하는 규모에, 수만 가지의 색채로 만든 조각품!
상상도 하지 못할 굉장한 작품이 될 것이지만 자칫하다가는 조잡해지기 쉽다.
몇 날 며칠에 걸쳐서 집중력을 최고로 유지해야 할 테고, 아직은 나도 그만큼 받쳐 주지 못한다.
조각사의 상위스킬인 달빛 조각술!
숙련도에 따라서 마나를 소모하는데, 현재로써는 마나의 소모 속도가 만만치 않았고, 색상을 바꾸는 데에도 일정량이 필요했다.
'내 실력이 아직 그정도는 아니야.'
위드는 한 가지 색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선명한 붉은 색이 먼저 피어올랐다.
'붉은색, 아니야. 너무 과감하고 화려해.'
붉은빛으로는 어울리는 조각품이 한정되어 있다.
그다음에 위드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색깔은 노란색.
마찬가지로 조각을 하기에는 까다로운 색깔이다.
초록색, 주황색, 파란색, 검은색, 보라색, 색들이 변해 가고 있었다.
그 어떤 색도, 색감이 너무나도 좋았다.
홀린 듯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맑고 뛰어난 색감!
위드는 괜히 어린 시절이 한스러웠다.
'젠장! 눈으로 보고있으면서도 무슨 색인지 알 수가 없어.'
가난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시간에 8색 크레파스만은 사용했던 후유증!
둔감한 색감으로 인해 특정한 색을 고르기 어려웠다.
색들은 계속 병하고 있었다.
마흔여덞 가지의 색도 아니고, 예순 가지의 색도 아니다.
색도, 채도, 명도가 서로 다른 수만 가지의 색의 은근한 변화들.
위드는 마음으로 색을 정하기로 했다.
'제일 예쁜 색이 아니라, 내 마음이 끌리는 색으로 정하자.'
너무 많은 색이있고, 빠르게 변화한다.
어떤 색을 정하더라도 아쉬움은 남겠지만 마음이 와 닿는 쪽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됐다. 이거야.'
이드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밝은 은색과 고급스러운 푸른색이 서로 뒤섞인 빛이었ㅅ다.
은빛에 푸른 광채가 함께 흐르는 빛.
8색 크레파스를 썼던 위드의 색상 감각으로는 설명할 수 도 없는 실버블루!
빛으로 표현되기에 더더욱 고귀하고 아름다운 색깔이었다.
파앗!
지금까지 쌓여 있던, 위드에게서 흘러나왔던 빛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수백가지가 넘는 빛의 샐들이 커다란 공처럼 뭉쳐 있었는데 순식간에 없어지고, 위드의 손에서 은푸른빛이 나왔다.
달빛 조각품의 시작이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위드의 고민은 빛을 보는 순간에 사라졌다.
조각술은 재료를 다루는 기술이다. 재료에 따라서 만들 수 있는 작품도 제약을 받는다.
당연히 달빛 조각술로 족가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면서 몇 가지 염두에 둔 것이 있었다,
'서윤, 충분히 많이 우려먹었지만 빛으로 만든다면 정말 여신처럼 아름답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 빛으로 사람을 빚어내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조형미를 갖추기도 어렵고, 피부를 표현하는 것도 굉장한 난이도.
언젠가 도전해 볼 만한 괴제이지만, 아직까지는 무리라고 여겨졌다.
'빙룡이나 와이번도 괜찮겠지.'
이미 만들어 봤던 조각품을 빛으로 만드는 것도 나름 신선한 시도.
그러나 흘러나오는 오묘한 빛을 보는 순간, 위드는 마음을 정했다.
'이 빛에 어울리는 조각품을 만들자.'
정해 놓은, 이미 익숙한 조각품보다는 주제도 마음이 끌리는 대로 정하기로 했다.
위드의 손이 허공을 누볐다.
빛들이 엉키고 흔들리면서 질서를 잡아 간다.
조각물을 깎는 것이 아니라, 빛으로 만드는 조각품!
세심하고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다.
10개의 손가락이 악기를 만지는 것처럼 예민해졌다.
힘의 강도와 시간에 따라 빛의 굵기나 색감, 길이 등 변하기 때문에 집중력과 감각이 극한에 이르지 못한다면 시도도 못 할 조각술이었다.
완전히 집중한 모습으로 빛의 조각품을 만드는 위드의 모습은 엄청난 카리스마.
빛과 함께하며, 빛을 어루만지며, 빛을 발산하는 조각사의 극치!
천둥 벼락이 옆에 떨어지더라도 모를 만큼, 빛과 형태를 갖추어 가는 조각품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마침내 은푸른색으로 만들어진 2장의날개가 완성되었다!
-만드신 조각품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위드는 작품을 보며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대로 말했다.
"빛의 날개."
다른이들이 지금 조각품에 이름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가슴을 치며 크게 안타까워할 일이었다.
빛으로 만들어진 환상적인 날개.
이것에 그저 빛의 날개라고 이름을 붙이다니!
하지만 위드는 뚜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역시 나의 작면 센스는 정말 최고야.'
-빛의날개가 맞습니까?
"맞아."
띠링!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달빛조각 대작! 빛의 날개를 완성하셧습니다!
베르사 대륙에서 오랫동안 실전되었던 빛의 조각품!
소수의 조각술 마스터들 그리고 그들의 제자들만이 알고 있었다는 빛을 다 룬 조각품.
역사에 전설로나 기록되어 있던 조각술이 복원되어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역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조각술의 기념비가 되어 마땅할 작품.
두 쌍의 날개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음은 아쉬는 부분이다.
예술적가치 : 역사적인 조각사의 길을 걷고 있는 이의 작품.17,900
특수 옵션 : 빛의 날개 상을 본 이들은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 가 하루 동 안 15% 증가한다.
전 스탯 25 상승.
어둠의 마법에 대한 내성35% 상승.
눈멀기 마법에 대해 면역.
조각품이 있는 마을이나 도시 전체는 밤에도 치안의 하락폭이 감소함.
밤에 강화되는 몬스터들의 힘을 3% 억제.
빛의 사제들의 신앙심과 스킬의 효과가 15% 증가함.
다른 조각품과 중복 적용되지 않음.
지금까지 완성한 달빛 대작의 숫자 : 2
-조각품에 대한 이해의 스킬 레벨이 1 상승하였습니다.
-명성이 332올랐습니다.
-예술 스탯이 30상승하셧습니다.
-지혜 2 상승하셧습니다.
-매력이 7 상승하셧습니다.
-빛의날개 상이 조각품의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재능있는 조각 사들이 이조각품을 본다면 조각술을 수련하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될 것입니 다.
-달빛 대작 조각품을 만든 대가로 전 스탯이 4씩 추가로 상승합니다.
압도하는 엄청난 작품!
달빛조각술을 응용한 작품을 몇 번 만든 적은 있지만, 이번에야 말로 진정한 달빛 조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가치가 엄청난 덕분에, 위드가 만들었던 그 어떤 작품보다도 예술적 가치도 뛰어났다.
공중에 떠있는 채로 펄럭거리거리고 있는 한 쌍의 우아한 빛의 날개.
위드는 땅을 치며 한탄했다.
"실패작이야, 실패작."
"‥‥."
얼이 빠져 있던 드워프들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위드를 욕하고 비난하고 싶었다.
'제정신이냐, 이 미친 드워프야!'
'이런 작품을 만들어 놓고 실패작이라니, 누굴 놀리냐!'
전설로만 전해 오던, 사실 이곳에 있는 어떤 드워프도 모르고 있던 빛을 이용한 조각품.
그런 조각품을 만들어 놓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니!
"나처럼 재능 없는 조각사는 죽어야 돼, 흑흑. 어떻게 이런 형편 없는 조각품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
"너무 건성으로 만든 탓이야. 조금만 더 공을 들여서 만들걸."
위드도 사실 빛의 날개를 조각하기가 지금까지의 어떤 조각품보다도 힘겨웠다.
빛의 강도와 색을 균일하게 맞추기 위해서 손끝의 감각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했다. 머뭇거리거나 망설여서도 안 된다. 과감하게 움직이면서도 순간순간 판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
빛의 날개를 조각하는4시간여 정도가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지경.
위드의 이마와 등줄기에도 식은땀이 흥건했다.
"데스핸드."
"응? 나, 나를 불렀는가?"
멍하니 빛의 날개를 보고 있던 데스핸드가 당황하며 되물었다. 거의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위드는 다짜고자 사과부터 했다.
"죄송합니다."
"뭐, 뭐? 왜 나에게 사과를‥‥."
"당신의 말이 맞았습니다. 저처럼 무능한 조각사는 작품을 만들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
"조잡한 실력으로 이처럼 형편없는 실패작을 만들다니,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네요."
"‥‥."
빛의 날개에도 약간의 결함은 있었다.
한 쌍의 날개를 만드는 것이기에 양쪽이 동일해야 하는데, 먼저 만들어 놓은 다른 부분을 살필 겨를이 없어 좌우의 날개가 조금은 달랐다.
이처럼 미세한 결함이 있었지만, 직접 만든 위드가 아니라 다른사람이 잠깐 구경하는 정도로는 알아채기 어려운 작은차이였다.
사실 완벽한 조각품이 드물기도 하고, 빛으로 만든 첫 작품임을 감안하면 대성공에 가까웠다.
실제로 위드는 명작 정도만 나와도 성공이라도 생각했으니까.
"수치스럽고, 창피합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예요. 저같이 무능한 조각사는 그냥 죽어야 돼요."
데스핸드가 했던 말들을 똑같이 되돌려 주는 위드였다.
"조각술을 제가 더럽힌 것 같아서 말이죠. 앞으로 저처럼 쓸모없는 조각사는 다시는 조각을 하지 않아야 될 것 같은데, 데스핸드,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다?"
"나, 난‥‥."
쿠르소에서 악명을 떨치던 데스핸드가 수세에 몰려 당황하고 있았다.
빛의 날개에 놀라던 드워프들이 정신을 차렸다.
위드와 데스핸드의 조각술 승부!
위드가 승리를 거둔 것이다.
'아트핸드가 이겼다.'
'드디어 데스핸드가 패배했다!.'
* * * * * * * * * *
데스핸드는 위드와 다른 드워프들이 보는 앞에서 항복 선언을 했다.
"졌다. 못난 실력으로 오만하게 굴어서 미안하다."
-쿠르소의 요물을 퇴치하셧습니다.
경비경의 조각품에 숨어 있던 의뢰의 해결!
"드워프 중에도 재주 있는 자가 있었군. 언젠가 너의 실력을 누를 수 있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
데스핸드는 품에서 15겐티 크기의 조각상을 꺼내서 위드에게 주었다.
-죽음의 상을 획득하셧습니다.
'다시 만날 날까지 이 조각품을 잘 간직해 주기 바란다."
데스핸드는 쓸쓸히 돌아서서 떠났다.
"뭐야, 겨우 조각품 1개 주고 끝이야?"
"이렇게 허탈한 전개라니‥‥."
구경하던 드워프들도 어깨에 힘이 빠졌다.
발게스트의 친위 기사 조각상도 묘사가 탁월한, 대단한 작품이었다. 아울러 빛의 날개를 만드는 광경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데스핸드의 명성이나 실력, 행동에 비해서 겨우 이걸로 끝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