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정령 창조』
데이몬드와 대지의약탈자 길드는 접수한 마물을 분류했다.
거의 드래곤의 몸집에 육박하는 초대형 마물들이 50! 중형 이상의 마물들은 수천이 넘고, 소형 마물들은 수만 이상이었다.
"일단 실험부터 해 봐요."
나르도의 의견에 데이몬드는 긍정했다.
"우리가 가진 힘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겟지."
마물들의 외관상으로는 끝내줄 것 같았지만, 실제 전투에서의 증명이 필요했다.
마물들을 모두 이끌고 부활의 교단을 나와 황무지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그 불행한 상대는 우연히 지나가던 맨티코어 떼였다.
대형 사자를 닮은 맨티코어는 매우 빠르고 공격력이 강해, 대지의약탈자 길드도 사력을 다해야 한다. 과거 였다면 약간의 피해를 거두고 승리를 할 수 있었을 테지만, 퀘스트를 하며 약화된 지금은 장담할 수 없는 적.
"저놈들을 공격해."
데이몬드의 명령에, 초대형 마물들이 대지를 쿵쾅쿵쾅 울리며 진격했다.
그들이 앞서 나갈 때마다 땅이 움푹움푹 파였다. 마물들은 엄청난 체중으로 맨티코어들을 향해 돌진, 온통 짓밟고 뭉개버렸다.
앞발에 걷어차인 맨티코어들이 허망하게 허공을 날자, 다른 마물들이 뿔로 되치거나 내려찍었다.
맨티코어들이 물고 할퀴는 힘은 마물들에게 거의 피해도 주지 못하는 모습.
맨티코어가 죽을 때마다 데이몬드와 길드원에게는 부활의 힘이 차올랐다.
-적의 생명을 거둠으로써 부활 에너지가 35 습득되었습니다.
-엠비뉴 교단에 대한 충성도가 늘었습니다.
엠비뉴 교단의 공헌도가 증가합니다.
미천한 하급 신도의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마물들이 사냥에 성공할 때마다 부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엠비뉴 교단에 대한 수치들도 늘어 갔다.
부활의 권능을 사용할 때마다 불어나는 데이몬드의 군대!
나르도가 박수를 쳤다.
"이정도라면 성벽도 부술 수 있겠어요."
공성용 무기가 따로 없었다.
초대형 마물들을 앞세운다면, 그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면 못할 것이 없다.
부활의 군대가 가진 힘의 실체를 보며, 데이몬드와 대지의약탈자 길드는 전율이 일었다.
중형 마물, 소형 마물 들의 능력도 압권이었다.
부활의 권능을 사용하면서, 원통하게 죽은 병사들이나 기사들을 되살릴 수 있었다. 되살아난 이들은 원래의 이성을 잃어버린 채, 포악하고 잔인하게 적들과 싸울 뿐이었다.
* * * * * * * * * *
"이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선택해야 될 때다."
데이몬드가 뼈로 만든 지팡이와 투구를 쓰고 말했다.
부활의 군대를 가지고 황무지에서 사냥을 하며 얻은 상급 아이템들!
"일단 이곳부터 뜨지."
수반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젠 인간들, 아니면 엘프들이지배하는 왕국을 점령해 볼 때라고 봐."
부활의 군대는 더욱 커져 있었고, 황무지에서는 마땅한 사냥터를 구하기도 어렵다.
중형 마물들만 동원하더라도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어 버리니 몬스터 떼를 찾아다니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대지의약탈자 길드 또한 본래 전투와 약탈을 기반으로 하기에 호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인적이 뜸한 황무지에서는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
"슬슬 움직여야 할 때이긴 하지."
마빈도 동감이었다.
이런 힘을 가지고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죄악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베르사 대륙에 있는 웬만한 왕국보다도 강한 힘.
세상을 혼돈으로 어지럽힐지도 모르지만, 당사자로서는 그 때문에 걱정을 하거나 참을 수 없었다.
나르도가 물었다.
"여기서 가장 가따운 마을이 어디죠?"
"이 황무지에도 소규모 개척 마을들은 있었지."
부활의 군대를 끌고 다니면서 작은 사냥꾼, 혹은 화전민 마을들을 지나친 적이 있다.
"하지만 너무 작아서 일부러 찾아갈 필요는 없어. 지나가다가 보이면 휩쓸어 버리면 되는 거고, 목적지로는 사람들이 제법 모여있는 모라타가 좋지 않을까?"
마빈이 모라타를 추천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사람들이 밀집한 마을! 하지만 수반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모라타에는 프레야 교단이 있어. 모험가들의 수준도 높은 편이고, 처음부터 그런 곳을 공격한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텐데."
"약간의 피해 정도야 감수해야지. 마물들이 죽더라도 다시 되살리면 되는 문제잖아."
"그건 나도 동감이야. 하지만 모라타의 주변에는 마땅히 점령할 만한 왕국이나 다른 마을이 없지않아?"
"그야 그렇지만‥‥."
"모라타를 점령하고 나서 북부의 자잘한 마을들을 쓸어버리는 동안, 중앙 대륙의 왕국들은 우리에 대해 준비를 할 수 있게 돼. 아직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알지 못할 때, 그때 중앙 대륙을 치고 빠르게 힘을 확장시켜야 돼."
나르도도 수반의 의견에 공감이 가는 눈치였다.
"이길 수밖에 없는 작은 전투들. 그걸 하면서 시간을 끌면 나중에 불리해질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싸울 장소가 많은 중앙 대륙으로 가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근처의 마을부터 차근차근 공격하자는 쪽과 모라타로 곧바로 향하자는 의견이 대립되었다.
"중앙 대륙으로 간다. 우리의 땅을 빼앗고 형제들을 죽인 놈들에 대한 복수가 가장 먼저야. 힘은 충분하니, 시간을 끌 필요가 없지. 이곳에서 대지의약탈자 길드의 이름은 버린다. 부활의 교단의 이름으로 진군하기로 한다."
부활의 교단 사제들은 데이몬드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전투 계열 길드로서,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다른 군말들이 나오지 않는다.
부활의 교단은 마물들과 함께 남하했다.
* * * * * * * * * * *
"마물들이 침공한다!"
"끔찍할 정도의 몬스터들이 쳐들어오고 있다."
"사냥을 떠났던 유저들이 잇소르왕국의 북문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왔다.
"무슨 일이야?"
"몬스터들이 공격을 한다고?"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유저들이 성벽 근처로 몰려들었다.
웬만한 몬스터들이야 두꺼운 성벽을 뚫지 못하니 화살과 마법의 밥이 되기 쉽다.
"사냥 파티가 몬스터 떼를 건드리고 성으로 귀환한 모양이지?"
"어떤 몬스터이기에 저렇게 놀라서 도망을 오는 거야?"
사람들이 느긋하게 입담을 나누면서 지켜보는 사이, 북문을 통해 들어온 유저들은 다급했다.
"모두 피난 준비를 하세요!"
"잇소르 왕국을 떠나야 삽니다, 어서요!"
"몬스터 군단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비명처럼 외치는 그들의 음성에서 무언가 다급함을 느끼고, 꾸벅꾸벅졸며 장사를 하던 상인들과 광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전사들이 일어났다.
그들은 도망치는 대신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피기 위해 성벽으로 향했다.
"후회해도 난 모릅니다!"
"분명히 피난을 가라고 했어요."
북문을 통해 들어온 유저들은 곧바로 남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들과 친분이 있는 유저들도, 반신반의하면서도 함께 따라나섰다.
그때 잇소르 왕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집결되어서 북문의 성벽 위로 포진했다. 웬만해서는 잘 나오지 않는 마법사들도 지팡이를 들고 전투준비를 갖췄다.
유저들은 그제야 매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잇소르 왕국을 떠나서 피난을 가야 할지를 고민할 무렵, 북쪽에서 어마어마한 마물의 떼가 다가왔다.
크기가 하나의 성채만 한 초대형 마물들.
수만의 마물 군단을 이끌고 부활의 교단이 등장한 것이다.
마물들을 성문 너머에 질서 정연하게 집결시킨 후, 데이몬드가 말을 탄채 앞으로 나왔다.
"내 이름은 데이몬드다!"
데이몬드는 성벽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거리가 수십 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유저들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데아몬드라면, 유저야?"
"북부에서 보스 몬스터들을 사냥했다던 그 유명한 유저인 것 같은데‥‥‥."
"지금 몬스터 군단을 거느리고 나타나다니, 무슨 퀘스트를 한 걸까?"
의구심과 함께 데이몬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마도 몬스터 군단을 이끌고 온 만큼, 잇소르 왕국에 상당량의 재물을 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항복을 권고할 것으로 짐작하면서.
하지만 데이몬드의 다음 말을 듣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 잇소르 왕국에 전쟁을 선포한다. 싸우고 싶지 않는 사람은 10분의 여유를 준다, 성물을 나와서 남쪽으로 도망쳐라. 이 경고를 무시한 자들은 죽을 것이다."
과감하다 못해 광오하기 짝이 없는 발언!
하지만 데이몬드가 이끌고 있는 몬스터 군단을 보면서, 유저들은 조용히 잇소르 왕국을 떠났다. 그러나 그냥 가지는 않고, 인근의 언덕 등에 올라서 잇소르 왕국과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데이몬드와 부활의 교단에서는, 구경꾼은 그냥 내버려 두었던 것.
"10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성에 남아 있는 모든 이들은 우리의 적이다."
데이몬드와 부활의 사제들이 마법을 발휘하니, 성이 히색연기에 휩싸였다.
전연병이 창권하면서 병사들과 기사들의 얼굴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허약해져서 갑옷의 무게도 버티지 못하고 성벽 위를 나뒹구는 이들!
"어스 드래곤. 돌격!"
나르도가 이름을 붙인 초대형 마물들이 묵직한 걸음을 떼었다.
성채만 한 마물둘이 뒤뚱거리면서 한 걸음씩 어색하게 움직이더니, 금새 가속도가 붙어서 무석이 짝이 없는 속도로 성벽에 부딪쳤다.
크콰쾅!
성벽의 일부가 무너졌다.
초대형 마물들이 연방 성벽을 때려 부스고, 중형 마물들이 성묵을 공격했다. 뛰어서 성벽을 타고 오르거나, 초대형 마물들을 통해 성벽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잇소르왕국의 병사들이 활을 쏘고 마법을 뿌렸지만, 마물들은 적중당하더라도 금세 다시 일어났다.
부활의 사제들이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보충해 주고 있디 때문이다.
초대형 마물들에 의해 성벽이 완전히 파괴되고, 내성까지 박살이 났다.
성 전체가 기울어져서 우지끈 무너지는 광경은, 구경하던 유저들에게 잊을 수 없는 공포.
데이몬드와 부활의 교단에서는 화끈하게, 성안에 1명의생존자도 남기지 않았다.
허망하게 무너진 잇소르 왕국에, 부활의 군대는 더욱 강성해졌다.
전투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마물들.
생명력을 취해서 일반 병사들과 기사들까지 부활시켰다.
데이몬드의 부활의 군대가 잇소르 왕국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베르사 대륙에 엄청난 바람이 불었다.
* * * * * * * * * *
쿠르소의 드워프들은 때 아닌 물장난을 벌이느라 소란이었다.
"낄낄낄!"
"물놀이를 하며 마시는 맥주는 더욱 일품이야."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물놀이를 줄기고, 물의 미끄럼틀을 타며 맥주를 마시는 게 금세 유행이 되었다.
헤르만과 핀은 위드를 출하해 주었다.
"켄델레브의 조각품! 드워프 조각사 길드 교관이 주는 종족 퀘스트 아닌가. 그것을 내가 아는 사람이 발견할 줄이야. 정말 놀라운 일이군."
"축하드려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의뢰를 깨셨잖아요."
드워프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절설이던 켈델레브의 흔적이 발견된 건 대단한 일이었다.
위드의 퀘스트 창에도 변화가 생겨서, 조각사 길드의 교관인 조르비드에게 보고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변했다.
헤르만을 비롯한 드워프들이 부러워하는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니다.
위드가 본인의 생각으로는 겸손을 떨며 말했다.
"뭘요. 그냥 하다 보니 찾은 건데요."
"‥‥‥."
"쿠르소는 다 뒤져 보았으니, 대충 있을 만한 장소가 그곳 뿐이지 않았습니까?
"‥‥‥."
"제가 특별하거나 잘한 게 아니라, 다른 드워프들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던 것뿐입니다.
정이 뚝 떨어지는 말투!
위드는 남의 칭찬이 어색했기에 나름대로는 대충 농담으로 넘기려고 했다.
'절대 칭찬을 받아선 안 돼!
미성년자로 취업을 했을 무렵, 일을 못할 때에는 만날 욕을 먹었다, 밥보다도 욕을 더 많이 먹던 시절.
하지만 노력으로 부족한 체력을 극복하고, 기술을 익혀서 다른 사람들만큼 일을 해내었다.
벽돌도 몇 장씩 더 나르고, 인형 눈도 더 붙이고, 신문도 잘 배달했다.
"자네 이쪽 분야에 자질이 있었군."
"꼭 필요한 인재였어."
사장들의 칭찬이 늘어 갈수록 그가 해야할 일의 분량도 증가했다.
호프집의 아르바이트를 할 때가 압권이었다.
"정말 뛰어나! 완벽한 맛의 배합이야! 앞으로 이쪽 일을 이현 네가 다 하도록 해."
칭찬이란 들을 때에는 귀가 즐겁지만, 곧 온몸이 피로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위드였다.
헤르만의 경우에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겠지만, 위드는 본능적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일부러 속이는 것도 아니다.
모든 발견들은 이루이지기까지가 어려운 법이지, 막상 찾고 나면 당연하게 느껴지기 일쑤였으니.
"조각사로서 완성된 작품만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되는 거였죠. 어떤 조각품이든 만들어진 재료와 장소, 특성 들을 이해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재료와 특성의 이해라‥‥‥. 검은 완성시키는게 아니라, 그 과정에 몰입을 한다?"
평범한 말이지만 헤르만은 무언가 힘트를 얻은 듯이 한참 생각에 빠졌다.
핀이 한참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퀘스트도 성공하셨으니 이제 쿠르소를 떠나실거예요?"
조각술 퀘스트를 대부분 해낸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고, 켄델레브의 흔적까지도 발견했다.
사실 위드가 할 수 있는 의뢰는 폭넓고 다양했다.
모험이나 전투 계열의 의뢰들. 재봉, 대장일 등의 생산 의뢰들. 조각술을 바탕으로 한 예술 계열의 의뢰들!
잡캐답게 받을 수 있는 의뢰들이 널려 있다.
보통의 드워프들은 위드를 보면 금세 부탁부터 했다.
"동쪽 탄광 지역에 레드 웜들이 엄청나게 들끓고 있어. 놈들을 해결해 주게나."
레드 웜은 레벨 300대 후반의 몬스터다.
위드의 레벨로 사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땅속을 파고들기 때문에 마법이 아니면 잡기 힘든 몬스터였다. 위협을 느끼면 해독이 어려운 독을 뿜어내기도 했다.
"무쇠도 가룰 수 있는 검,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전설의 검이 우리 왕국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야, 믿기나? 이걸 찾아 줬으면 좋겠어."
전설의 검 퀘스트.
난이도 A급으로, 쿠르소에서 해결한 사람이 없는 대표적인 퀘스트였다.
단서들이 적어서, 드워프 주민 모두와의 친밀도를 최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유력한 가설이 있다.
아부가 일상이라고 할 수 있는 위드로서는 도전해 볼 만한 의뢰였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의뢰의 중간 단계에 고급 대장장이 스킬이 필요했다.
"드워프들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연매가 쿠르소 남쪽 호수늪지에 있다는데 성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지. 자네가 한번 해 볼 텐가?"
난이도B급의 의뢰.
성직자와 파티를 이루어야 하며, 늪 속의 던전을 헤매서 열매를 찾아야 한다.
이런 난이도A급, 혹은B급의 의뢰들이 마구 쏟아졌다.
그야말로 퀘스트의 홍수라고 할 수 있다.
위드는 핀의질문에 간단히 대답했다.
"떠나야 되겠죠."
"역시 ‥‥‥."
"하지만 아직은 그때가 아닙니다. 이곳에 온 목적,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 * * * * * * * *
켄델레브의 수준은, 확실하진 않지만 조각술 마스터는 아닌 것 같았다.
"조각술 마스터라면, 그의 흔적을 찾았으니 조갓술의 비기를 남겨 놨어야 하겠지."
하지만 그 덕분에 무엇을 조각해야 할지를 알았따.
켄델레브는 대단한 친화력을 가진 조각사였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물을 조각품으로 빚어낼 수 있다는 것은, 물의 성질을 완전히 익히고 있으면 제 몸처럼 다룰 수 있다는 뜻과도 같다.
조각사의 비밀!
사물과의 친화력을 극상으로 올리면 그 어떤 것도 조각할 수 있다는 것.
위드가 빛을 다루는 달빛 조각술을익혔듯이, 특수한 조각술은 어디에나 있다. 조각을 하고 싶어 하는 조각사의 마음이 원천이고 원동력이 된다.
늘 자신을 조각해 달라며 떼를 쓰는 미지의 존재들도 이제는 조각할 자신이 생겼다.
-무능한 조각사여, 둔한 손과 머리를 써서 나를 조각해 다오.
-나를 조각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뭐든 들어줄 테니 나를 만들어 줘!
'그들을 이해하면 돼. 그들이 주는 느낌대로 그들을 만들어 주면 되는 거야.'
물방울이 반짝이고 예쁜 이유는, 특색을 살렸기 때문이다. 바람은 자유로웠고, 무지개는 환상적이었다.
꿈속에서처럼 아련하게 보이는 무지개의 특징들이, 켄델레브의 조각품에는 살아 있었다.
어른들 마저 동심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풍부한 감성!
위드는 두 손에 조각칼을 들었다.
'내가그들이된다. 그들이 주는 느낌을 받아들이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만들어주자.'
-조각사여, 나를 만들어 주겠는가?
정중하고 중후한 목소리,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 따뜻한 격려를 해 주는 목소리
위드는 느낌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인간, 몬스터 , 혹흔 제멋대로 생겨서 이름조차 붙이기 힘든 마수, 어떤 구분도 하지않고 목소리에 충실했다.
목소리는 많은 정보들을 담고 있다.
현재의 감정과 성격, 어울리는 육체, 전체적인 성향이 고스란히 들어난다.
'정이 살아 있는 눈, 평균 이상의 큰 손, 넓고 건장한 어깨와 몸. 늠름한 느낌으로, 그리고 따뜻함을 빼놓아서는 안되지.'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미리 고민하지 않고, 감점의 흐름에 따라 조각품을 만들어 나갔다.
다리가 길고, 팔도 길고. 모든 것이 인간보다는 조금씩 길다. 하지만 몬스터처럼 흉측하지 않고, 자애로운 아저씨라는 생각이 드는 조각품이었다.
"이게 내가 만든 당신의 조각품이다."
띠링!
-정령 창조 조각술을 습득하셨습니다.
-정령 창조 조각술 : 조각사가 새로운 정령의 몸을 창조하는 조각술.
베르사 대륙에 존재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령들. 하지만 그들 중에서 형체를 가지고 있거나 이름이 지어진 정령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정령들의 형체를 조각해 주면, 그 정령들은 앞으로 그 몸으로 베르사 대륙을 돌아다니게 된다.
이름을 붙여 줄 수 있으며, 정령의 아버지가 되어 그들을 전투나 생활에 동원할 수 있다.
이때 소모되는 마나의 양은 미세한 저량이며, 처음부터 중급 정령 이상을 곧바로 소환할 수 있다.
정령의 왕성된 육체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상급 정령이나 정령왕을 소환 할 수도 있다.
차후 소환되는 정령들의 질과 숫자는 조각술 스킬과 친밀도 등에 따라 좌 우된다.
조각술 스킬을 마스터 하면 종족 창조 조갃술을 습득할수 있게됨.
제한 : 고급 조각술을 익힌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스킬 요구량 : 예술 스탯 200(영구적 소모)
주의 사항 : 정령들은 처음 탄생한 날 가장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정령들의 성격은 자신들의 몸을 창조한 조각사에 달려 있습 니다.
상극인 정령들을 동시에 소환하면 그들끼리 싸우게 됨.
질 나쁜 정령들을 다수 만들었을 때에는 악명 들이 오를 수 있음.
완성된 육체를 가진 정령 족의 정령왕이 소멸당하면, 새로운 정령왕이 탄생할 때까지 정령들 전체의 힘이 약화됨.
스킬을 마스터 하면 몬스터 유사 인간 종족, 인간을 만들 수 있지만, 모든 스탯이 20씩 감소함.
-새로운 정령을 창조하셨습니다.
예술 스탯이 160소모됩니다.
-고급 조각술 스킬의 레벨이 6으로 상승했습니다. 조각술이 놀랍도록 섬세하고 세밀해집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명성이 260얼랐습니다.
-매력이 60올랐습니다.
조각 검술, 조각품에 생명 부여, 조각 변신술에 이은 새로운 조각술의 비기를 획득한 것이다.
정령 창조 조각술.
세상에 존재하는 정령들을 구체화시키고 형체를 정의해주는 조각사의 비기!
위드가 나무로 깎아놓은 조각품의 옆에, 지면의 흙들이 일어나서 똑같은 형상이 되었다.
흙으로 된 덩어리가 정중하게 입을 달싹였다.
"조각사여, 나의 몸을 만들어 주었으니 이제 이름을 정해다오."
위드는 심사숙도해서 대답했다.
"흙꾼으로 하자."'
"알겠다."
아무래도 대지 계열의 정령인 것 같았으니 떠오르는 것이 땅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니 나를 머리를 써서흙꾼이라고 붙였다.
'역시 나의 섬세한 작명 센스를 따라갈 사람은 어디에도 없지.'
위드가 물었다.
"몸은 마음에 드는가?"
"활동하기에는 불편할 것 같지만 마음에 드는구나."
조각품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으니 혹시나 싶은 마음에 위드는 감정을 시도해 보았다.
"감정."
-흙꾼
땅의정령.
재능을 과시하는 조각사에 의하여 탄생하였다.
온순하고 믿음직스러운 성격을 가졌다. 하지만 걸맞지 않은 몸을
가지고있어서 능력의 발휘가 35%까지로 제한되어 있다.
중급 정령까지 활동 가능.
정령술사의 소환들을 통한 지상계의 활동에 따라서, 더 많은 정령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특기 : 지진, 땅파기, 파묻기, 수액찾기, 농작물의 성장 촉진.
첫시도라서 정령들의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무난한 수준으로 만들어 버렸다.
-더러운 조각사! 감히 나부터 조각해 주지 않고 다른 놈부터 만들어 주다니! 화가난다. 다 태워 버릴 거야.
위드는 실패를 거울 삼아서 다시 조각칼을 들었다.
'정령이다. 아예 인간과 비슷할 필요가 없어.'
타오르는 불을 만들었다. 불의 육체에 길쭉한 팔과 다리를 만들었다.
-새로운 정령을 창조하셨습니다.
예술 스탯이 160 소모됩니다.
-조각술 스킬의 순력도가 향상 되었습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명성이 260 올랐습니다.
-매력이 60 올랐습니다.
위드의 조각품에 불이 붙었다. 나무들이 잔해만 남고 금세 다 타버리고, 그곳에는 동일한 형태의 불길이 남았다.
"마음에 든다, 이 몸. 아주 흡족하다. 조각사야, 내 이름을 말해라!"
불의 정령이 좋아하고 있었다.
"화돌이가 어떨까."
"화돌이라니! 진짜 마음에드는 이름이군."
"감정!"
-화돌이
극고온의 불의정령.
조각술의영역을 새록게 개척하고 있는 조각사에 의해 탄생하였다.
조급하고 폭력적인 성격을 가졌다.
매력은 없어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몸을 가지고 있어 능력의 발휘에 유리하다.
62%까지 힘을 쓸 수 있다.
상급 정령까지 활동 가능.
정령술사의 소환 등을 통한 지상계의 활동에 따라서, 더 많은 정령들이 힘들 발휘할 수 있다.
특기 : 불의 창, 방화, 전소.
"흙꾼 소환, 화돌이 소환!"
위드의 눈이 번뜩이면서, 전신의 마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땅이 들썩이면 일어나고, 거센 불길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흙꾼과 화돌이 수백씩 소환되었다.
중급 정령, 상급 정령 들. 고급 조각술 스킬이 보여 주는 위력!
여간한 정령술사들은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정령을 대여섯 이상 소환하지 않는다. 정령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지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 세상에 나올 수 있다니! 이 꿈만 같은 일이 사실이만 말이야?"
"이거 봐. 이게 우리의 몸이야. 실체도 있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있어."
탄생한 지 얼마 안 된 정령들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몸을 보며 감탄하고, 발로 바닥을 구르기도 했다.
흙꾼이가 그럴 때마다 땅이 미약하게 흔들리고, 화돌이의 경우에는 불길이 심하게 일어났다.
그렇게 탄생에 대해 기뻐하면서도 금세 위드에게 주목했다. 본능적으로 자신을 만들어준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깊은 친밀도를 갖게 된 것이다.
위드의 카리스마와 통솔력이 발동되었다. 그리고 사자후!
"커험! 내가 너희를 만들어 준 주인이다. 너희에게 생명을 주었으니 나에게 충성을 다하라."'
처음 만든 흙꾼과 화돌이는 특별한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졍령들의 대표자.
하지만 다른 일반 정령들은 허리를 숙이며 복명했다.
"주인을 따라서 땅의 힘을 일으키겠습니다."
"주인을 위헙하는 적들을 반드시 태울 것입니다."
도열해 있는 정령들의 충성 맹세!
위드가 사이비 교주처럼 두 팔을 번쩌 쳐들었다.
"나를 믿고 따르라!"
"예, 주인님!"
"믿느냐, 믿는 자에게 복이 올 것이다."
"내가 누구냐!"
"전지전능하시며, 우리를 창조해 주신 주인님입니다."
"끝없이 정진하는 조각사이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영웅적인 조각사이십니다."
흙꾼과 화돌이들이 경쟁하듯히 아부를 했다. 위드에 의해 탄생한 정령들인지라, 안 좋은 것부터 배웠다.
"나의 머리는?"
"전 대륙에서 가장 똑똑 하십니다."
"천재입니다."
"내가 할 살 때 걸음마로 100미터를 0.1초 만에 주파하고. 두 살 때는 날개가 있어서 하늘을 날아다녔다."
"오오오오!"
위드의 망토 뒤에서 빛의 날개가 획장되어 활짝 펼쳐졌다.
영롱하며. 찬연한 광채! 다닞 거짓말을 위해 동원되는, 생명까지 부여한 달빛 대작 조각품!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정령들을 보며 위드의 가슴이 들끓었다.
"내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잘생겼다. 나보다 잘생긴 인간은 이 세상에 없을걸! 내가 미소 짓는 얼굴을 보면 그 어떤 여자라고 해도 넘어오지 않고는 못 배긴다."
"‥‥‥."
"‥‥‥."
흙꾼이의 표정이 떫은 감을 씹은 것처럼 변했다.
"그건 좀‥‥‥."
위드는 반사적으로 화돌이를 보았다. 화돌이는 괜히 멀쩡한 풀뿌리를 말려 죽이고 있었다.
"오냐오냐 들어주었더니 진짜 한도 끝고 없네."
"그러게. 우리가 이런 꼴까지 당하면서 꼭 몸을 가져야 했던 거야?"
"그냥 정령 상태로만 존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화돌이드링 작게 소곤거리고 있었다.
위드가 크게 헛기침을 했다.
"크허허험! 안타까운 일이군. 어렵게 만든 정령들이 이세상에 만족하지 못하다니‥‥‥. 조각 파괴술로 그냥 다 부셔 버리고 없던 일로 할까?"
목숨의 위협을 느낀 흙꾼과 화돌이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위드 님 만세!"
"주인님이여, 영원하라!"
기쁨의 시간도 잠시, 두팔을 든 상태로 흙꾼과 화돌이 들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사라져 갔다. 위드가 가진 마나가 모두 소진되어서 더 이상 몸을 구성하지 못하고 역소환 되는 것이다.
"언제든 불러 주십이오, 주인님!"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흙꾼들과 화돌이들이 사라지면서 외치는 소리들이 아련하게 남았따.
모든 흙꾼과 화돌이가 역소환되고 난 후, 위드는 잠시 명상을 하며 마나를 보충했다.
정령 창조 조각술.
조각술의 비기를 스스로 찾아서 습득하기 위해 노렷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조각을 하며 저주까지 받았던 지난 세월들!
마나가 가득 차자 위드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흙꾼 소환. 화돌이 소환!"
땅과 불이 일어나며, 다시금 소환된 흙꾼과 화돌이!
위드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위드 만세!"
"만세!'
철저한 세뇌 작업이 하루 종일 진행 되었다.
존경심을 품지 않고는 못 배겨 나갈 치밀한 세뇌작업!
"내가 누구냐!"
"절대 불멸하며, 하찮은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어 육체를 만들어 주신 창조자입니다."
"나의 말은?."
"이땅에서 소멸되더라도 지켜야 할 절대적인 명령입니다."
"하찮은 이 몸뚱아리가 창조주의 명령을 수행하다 소멸되는 것은 더없는 영광일 것입니다."
그다음 날, 흙꾼들이 야심차게 동원된 장소는 위드의 소유인 루비광산이었다.
"조심해서 캐네라. 조그만 흠집이라도 생겨선 안돼!"
정령술사들은 정령들을 친구처럼 대하며, 존중해 준다..
귀엽고 깜찍한 정령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베르사 대륙을 모험한다.
하지만 위드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
정령들은 일용직 노동자처럼 루비를 캐내는 데에 부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