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 『황야의여행자』
위드가 모라타의 영주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는 길드의 채팅 창이 잠깐 소란스러워졌다.
잠수하고 있던 사람들이 2∼3명 일어나서 인사를 하기도 하고, 핀과 헤르만은 감쪽같이 몰랐다면서 놀라워하기도 했다.
"하기야, 자네처럼 조각술의 경지가 높은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
헤르만이 웃으며 말했다.
돌이켜 본다면 갑자기 뛰어난 조각사 드워프가 등장한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드워프 장인들의 세계는 협소한 편이라서, 이런 정도의 실력자라면 금세 알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헤르만도 굉장한 유명 인사였다,
쿠르소뿐만 아니라 베르사 대륙 전체를 뒤져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장장이!
정성을 다한 검만을 내놓기에 제작한 물건이 많지는 않아도, 이름은 널리 퍼져 있다.
위드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얼굴이나 외모는 드워프의 신전에서 바꾼 건가?"
"결과적으로는 대충 비슷합니다."
신전에서는 일시적으로 그 종족의 모습을 하는 축복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돈이 굉장히 많이 들고, 사제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해 주어야 한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신전에 대한 공현도가 낮다면 받을 수 없는 특수한 종류의 축복이었다.
"아무튼 재미있는 일이군."
헤르만은 웃으면서 넘겨 주었다.
황야의여행자 길드의 사람들도 세세하게 묻지는 않았다.
히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그냥 비밀을 덮어 주기로 한 것이다.
길드에서는 사적인 잡담들이 주로 오가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위드가 놀랄 차례였다.
-사비나 : 에드윈.
-에드윈 : 네, 누님.
-사비나 : 혼자 크롤드 잡아 본 적 있어?
-에드윈 : 몇 번 있죠. 그놈들의 수액이 상처 치유제를 만드는 데 도움 이 되어서요.
크롤드는 레벨380대의 몬스터.
상처 치유제는 심각한 보상을 당했을 때에 바르고 쉬면 회복에 도움을 주는 약이다. 성직자의 치료 마법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매우 비싼 가격에 소량씩 거래되었다.
성직자가 전투 중에 사망을 하거나 정말 큰 부상을 당할 경우를 대비해 상비약으로 하나씩 챙겨 두면 나쁘지 않다.
-사비나 : 내가 잡을 수 있을까?
-에드윈 : 쉽죠, 뭐. 생명력이 약해서 금방 잡을 수 있어요. 지금 사냥 하시는 곳이 어딘데요?
-사비나 : 메아리의 동굴.
-에드윈 : 크롤드까지 가는 길이 번거로울 뿐, 사냥하기는 어렵지 않을 거예요. 안으로 쭉 들어가면 되겠네요.
-사비나 : 고마워.
헤르만의 수준을 보고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길드원들의 레벨이 보통이 아니었다. 초보자들이나 하는 자잘한 질문도 없었다.
위드가 모라타 영주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도 놀라움에 잠시 화제가 되었을 뿐, 금방 묻혔다.
'여기도 보통 길드는 아닌 것 같군.'
* * * * * * * * * *
이현은 다크 게이머 연합의 길드 정보가 모여 있는 장소에 접속했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황야의여행자를 입력했다.
"뭐든 확실한 게 좋으니까. 기왕이면 제대로 알고 있어야겠지."
그는 다크 게이머였고, 긴장의 끝을 놓고 즐길 수만은 없다. 그러므로 황야의 여행자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본 것이다.
-황야의여행자 길드.
로열 로드의 초창기, 아르멘 왕국에서 창설된 길드. 창설된 이후로 왕 국 내에 특별한 거점을 마련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짐.
소수 정에로 구성된 길드이며, 가입자들의 신원이나 정확한 숫자도 확 인되지 않음.
전쟁에 참여한 전력이 없으며, 특별히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지는 않고 있음.
가끔 길드 사냥등을 통해 매우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으로 보 아, 무시할 수 없는 무력을 가진 길드.
참고 사항 : 친목 성향으로 분류를 해 두지만, 길드원들의 수준이 매 우 높음.
-신뢰도 : 상.
-자금력:중상으로 추정. 고정적인 수입원은 확인 안 됨.
다크 게이머 연합에도 상세한 정보가 등록되어 있지 않은것을 보면, 활동이 많은 길드는 아니었다.
"그래도 나쁜 이야기는 없으니 다행이군."
이현은 다크 게이머의 의뢰 게시판에도 접속했다. 호송의뢰, 사냥 의뢰, 적 길드와의 전투 의뢰 등으로 게시판에 글이 넘쳐 났다.
다크 게이머를 용병으로 영입하는 비용은 매우 삐삼에도 불구하고, 모집 종료가 상당수 떠 있었다.
보통 떄 이형은 베르샤 대륙의 정세 파악이나 의뢰에 대한 정보들을 습득하기 위해서 등어올 뿐이었지만, 오늘은 특별했다.
의뢰를 하기 위한 접속!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될까.'
이현은 잠시 갈등을 하다가 글쓰기를 시작했다.
-제목 : 특정 인물에 대한 조사 의뢰 신청
-필요 용병 등급 : B
-직업 압살자, 추적자, 도둑 등.
리튼 왕국 셀지움의 만돌과 그의 아내에 대한 정보를 요청함. 사흘 이상의 관찰로 대상의 외모 및 성격, 거주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함.
-의뢰비용 5,000골드.
저 또한 다크 게이머로써 20% 할인된 가격에 부탁드립니다.
식비나 추가 수당 지급 안 됨!
용병 등급B 이상 그리고 은닉이 가능한 직업에 대한 공식 의뢰 비용은 5,000 골드.
막판에 에누리를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앉았다.
"위험한 의뢰는 아니니 웬만하면 받아 줄 테지."
용병 등급을 올려놓았고, 해당 직업을 가진 다크 게이머가 아니라면 열람 불가.
최소 4,000골드의 지출이 발생하겠지만, 만돌과 그의 아내, 딸을 조각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주고 싶었다.
돈은 매우 중요하지만, 다시 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다면 무엇도 진심으로 해낼 수 없게 된다.
"무료 시식 코너에서 배를 채울지언정, 남의 식당에서 무전 취식은 하지
않는다."
사자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 것과 같은 이현의 논리!
* * * * * * * * * *
잇소르 왕국을 장악한 부활의 교단.
왕국에는 대규모 토목공사들이 벌어져서 부활의 신전 등을 건립하고 있었다.
신전들이 많아질수록 부활의 권능과, 데이몬드와 사제들이 가진 힘도 따라서 커진다. 마물들의 생명력도 왕성해지면서 부활의 군대의 힘도 더욱 커졌다.
그때를 기점으로 해서, 베르사 대룩의 각 교단에 신탁이 내렸다.
-이 땅의 북쪽에 세상을 피로 뒤덮을 존재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발걸 음을 멈추어라.
일제히 내린 신탁으로 하여 성기사와 사제 들을 주축으로 잇소르 정벌군이 탄생!
"잇소르 왕국의 형제들을 구하기 위해 저희도 책무를 다하고 싶습니다."
"기사로서 명예로운 전투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각 성을 지배하고 있던 세력과 길드들이 시커먼 속셈을 가지고 여기에 동참했다. 부활의 교단이 사라지고 무주공산이나 다를 바 없는 잇소르 왕국을 장악할 속셈으로 군대를 일으킨 것이다.
잇소르 1차 정벌군의 숫자는 무려 9만!
기세등등하게 잇소르 왕국을 향해 쳐들어갔지만,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거대한 요새가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
데이몬드가 잇소르 왕국의 주민들을 강제로 징발해서 만든 석조 요새!
높이가 30미터에 이르고, 궁수들이 성벽 위에 배치되어 있었다, 산악 지형을 중앙으로 관통하는 협곡을 틀어막는, 천혜의 요새였다.
"요새를 우회하자."
"아니야. 우회해서 돌아가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렇게 많은 군대를 끌고 가는데 굳이 피할 이유가 없잖아."
용병으로 참여한 유저들은 피해 가자는 쪽이었지만, 귀족이나 영주 들의 생각은 달랐다.
'급조된 요새의 방어력이 높을 리가 없다.'
'우리가 무서웠겠지. 그래서 수비를 위해 이렇게 큰 요새를 쌓았을 거야.'
일반적으로 요새를 건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노동력과 돈이 필요하다. 공성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요충지라고 하더라도, 성벽을 보수하거나 새로이 축성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이렇게 큰 요새를 쌓았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를 두렵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만일 데이몬드의 군대가 승리를 자신하고 있었다면, 요새를 만들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상식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면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 의로운 정벌군의 행진이라면, 신께서도 축복을 해주실 것입니다."
정벌군의 총회의장.
군대의 수장으로 참여한 유저들은, 각 교단의 대표와 사제들에게 분명한 의사를 밝혔다.
사실 그들의 뒤에도 정벌군들이 속속 조직되어 따르고 있다. 잇소르 왕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정벌군에 동참하기 위한 군대가 일어나는 중이었으니, 서두르려고 했다.
귀족들과 영주들의 뜻이 받아들여져서 요새에 대한 공성전이 결정되었다.
"발석기를 만들어라."
"화살은 충분히 비축하고 사다리를 설치할 준비를 해. 땅굴은 어디까지 파고 있나?"
정벌군은 진지를 설치하고, 공성전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승리를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잇소르 왕국을 장악한 부활의 군대에 대한 경계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이끌고 NPC 병사들도 소중한 전력이었다. 애지중지 훈련을 통해 성장시킨 병사들을 이곳에서 잃고 싶지 않았다. 석조 요새는 매우 높고 두꺼워 보여서, 여간해서는 뚫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마법사들을 보강하고, 전쟁에 대한 준비를 차곡차곡 갖추었다, 그렇게 시잔이 흘러 밤이 되었다,
몬스터들의 힘이 가장 강화되는 그믐날의 새벽!
데이몬드가 이끄는 부활읙 군대가 정벌군을 급습하였다.
요새의 성문이 부서지면서 대형 마물들이 튀어나왔다.
쿠우웅ㅡ 쿠우우웅ㅡ 쿠우우우우웅!
마물들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심한 징동이 일어났다.
막사에서 휴식을 취하던 정벌군이 벌떡 일어났다.
"적이다!"
"놈들이 기습을 할 줄이야!"
많은 병사들을 이끌고 온 영주들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기색이 흘렀다.
그들이 경헝함 공성전은, 아침부터 시작해서 저녁에 끝나는게 일반적이었다. 진짜 전쟁처럼 심야의 기습은 잘 이루어 지지 않는다.
성내에서 지키고만 있으면 유리했으니, 무리할 까닭이 전혀 없다, 야습을 하려고 해도, 위험한 줄 알면서도 돌격대에 참여할 유저가 없는 탓도 크다.
본인이 죽을 가능성이 매운 높은 것을 알면서도 돌격대에 편성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칼라모르 왕국과 하벤 왕국의 전쟁에서는 야습이나 보급대 습격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진짜 전쟁을 경험한 이들이 적었다.
"모두 일어나서 막아라!"
"싸움이다! 싸울 준비를 갖춰라!"
막사들에서 유저들이 튀어나왔다.
휴식을 취하며 포커를 하고나 술을 마시면서 완전한 전투력을 갖추기는 힘든 상태.
앞으로 벌어질 전쟁에서는 술을 입에 대기 힘들 테니 마지막으로 무리를 한 것인데, 그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입게 생겼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지나왔던 잇소르 왕국의 마을 창고에는 유독 술병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었지. 다 이걸 노린 것인가?'
전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유치했다. 그럼에도 경계의 허점을 노리는 의외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먹혀들었다.
정벌군 이동 중에 발견된 술들은 보급품으로 분류되었고, 그 술이 다 떨어지기 전에 서로 경쟁적으로 마셨다.
그 덕에 취하도록 마신 것이다.
"에잇, 잔꾀를 부리다니!"
유저들을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면서도 검을 뽑아 들었따.
어쨌든 정별군의 절반 이상은 성기사와 사제 들이다. 술을 마셨을 리는 만무할 테니, 그들에게 전투를 맡기고 숨어 있을 작정, 앞장서서 적들과 싸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검이 매우 무겁게 느껴졌다.
-질병에 걸리셨습니다.
체력과마나가 감소합니다.
호흡이 어려워지고 기침이 발생합니다.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다면 병이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진영에 전염병이 퍼져 있었다.
막사들의 주변을 가로지르는 쥐 떼가 어느새 옮겨 놓은 것.
"성직자, 사제님!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 질병을 치료해 주세요!"
유저들은 성직자와 사제들부터 찾았다.
그러나 치료가 가능한 사제들이 있는 장소는 이미 공중에서 날아온 마물 부대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이어진 부활의 군대의 진격.
야습이 아니라, 모든 마물들을 집결시켜서 벌이는 건곤일척의 공세.
쿠우우우웅!
"으아악!"
"적들과 싸워라. 다들 어디에 갔어!"
"도망쳐!"
"도망치지 말고 싸워라!"
그믐날의 습격은 정벌군을 거의 전멸로 몰아넣었다.
부활의 군대는 최소한의 패하로 살아 있는 목숨을 거둠으로써, 더 많은 마물들과 동료들을 얻었다.
성과 마을을 덤령하고, 다른 교단의 신전을 파괴하며 싸워서 승리할 때마다 얻게 되는 힘과 권세!
잇소르 왕국을 수비하고도 남을 병력을 모은 데이몬드는 전격적으로 다시 남하를 결정했다. 과거에 대지의약탈자 길드가 다스리던 데카드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서였다.
다시금 정벌군이 모집되고, 부활의 군대의 진격로에 있는 성주들은 자신의 영토에서 최대한의 병력을 모았다.
부활의 군대가 지나간 곳은 마물들의 천국이 되었다.
* * * * * * * * * *
위드는 노가다 끝에 예술 스탯을 100까지 복구했따.
"소모된 예술 스탯을 올리는 일도 고역이로군."
과거 시점까지는 빠르게 회복이 된다고 해도, 스탯을 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덕분에 조각술 스킬 숙련도도 조금이나마 늘어서 70%가 되고, 손재주 스킬도 고급6레벨이 되었다.
노가다의 증표라고도 할 수 있는 손재주 스킬!
위드는 정성껏 귀걸이를 세공했다.
-예술 스탯이 1 올랐습니다.
-조각술 스킬 숙련도가 미세하게 올랐습니다.
-손재주 스킬 숙련도가 미세하게 올랐습니다.
-액세서리 세공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액세서리 세공: 반지나 목걸이, 귀걸이 등을 만드는 스킬. 스킬의 레 벨이 높을 수록 매력이 높고 아름다운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
이제101!
위드의 볼이 푸들푸들 떨렸다.
세공사들의 전유물이던 액세서리 세공 스킬까지 습득한 것이다.
위드는 탄식했다.
"노가다에는 불가능이 없구나."
이러다가 마법이나 주술까지 습득하는 게 아닐지 우려스러울 지경이었다.
"아무튼 마스터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파티 채팅 창에는 길드원들이 재잘거리고 있고, 위드는 액세서리들을 만드는 데에 전념했다.
'만들어야 될 조각품이 정말 많군'
머릿속에 떠오르는 조각품들은 예술 스탯을 다 복구한 이후로 아껴 두었다. 겨우 복구를 위해 조각품을 만들기에는 아까웠으니까.
뼛속까지 노가다에 대한 근성으로 무장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돌아가기. 전기세가 아깝다고 25층 빌딩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벽돌을 나르던 현장 사무소장에게 배운 끈기였다
그때 화령에게서 귓속말이 들려왔다.
-위드님. 뭘하세요?
-쿠르소에서 세공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세공품을요?
-네. 이제 액세서리를 만드는 스킬을 터득했거든요.
-조각사도 세공이 가능한 건 알지만, 전문 스킬까지도 습득할 수 있는 거예요?
-한 1,000여 개 만드니까 되더군요. 원래 세공사나 조각사는 직업적으 로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부류니까요.
-어쩜! 저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고생을 하고 계셨군요. 댄서에게 액세 서리는 정말 생명과 같은 건데‥‥‥. 너무 고마워요.
-‥‥‥.
프레야 여신상 이후로 위드가 만드는 조각품에 대해 부쩍 관심이 깊어진 화령이었다.
말하는 모양을 보니 당연히 본인을 위해서 위드가 액세서리 세공 스킬을 익혔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위드는 솔직하게 말했다.
-화령 님을 위한 세공품도 만들고 있습니다.
당연히 성공적인 액세서리들은 화령을 위해 아껴 두었다.
돈 많은 그녀에게 팔아먹을 작정으로.
-고마워요. 빨리 뵙고 싶네요.
그런 식으로 화령과 속닥이며 세공품을 만들도 있을 때였다.
쿠르소에 있는 대장장이들이 불안하게 쑥덕거리는 소리들이 들렸다.
"어제 데이몬드의 군대가 노프넴 평원까지 점령했다던데."
"베르사 대륙의 이십분의 일을 자신의 영토로 차지한 건가?"
"현재로써는 최고의 힘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잇소르 왕국 등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마물들이 탄생하고 있다니, 그의 군대가 갈수록 규모를 키워 나가고 있지 않은가."
"정말 두려운 일이군."
위드는 액세서리를 만들며 그 아야기를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 며칠 사이에 아이템 거래 가격이 폭등했다. 부활의 군대가 전면적으로 침공하면서, 베르사 대륙의 전사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돈을 아까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연합 차원에서는 크게 걱정하고 있기도 했다.
강성해지는 부활의 군대로 인하여 그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각 세력의 전쟁은 그치지 않았고, 높아진 물가를 바탕으로 다크 게이머들만 특수를 누리는 중이다.
'부활의 군대라. 쩝, 어떻게 해야 되나.'
위드도 방송을 통해서 부활의 군데 영상을 보았다.
엄청나다고밖에는 표현이 안 될 마물들을 이끄는 군대!
한 왕국의 무력을 통째로 짓밟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악의 군대였다.
데이몬드는 반항하지 않는 일반 유저나, 휴양을 즐기는 단순 여행객들의 안전은 보장해 주었다, 그 덕분에 부활의 군대가 점령한 지역에 대한 영상도 방송을 탈 수 있었다.
말의 형상을 하고 낫을 들고 있는 마물의 신전!
부활의 군대가 대대적으로 만드는 신전이다.
문젠느 이 신전의 형태가 위드에게 매우 익숙하다는 점이었다.
'데스핸드가 남기고 간 조각품이 그랬는데‥‥.'
아무래도 연계 퀘스트일 거란 의심이 들었다.
데이몬드의 퀘스트에 필요한 아이템이거나, 아니면 반대로 그들을 막기 위한 퀘스트이거나, 어느 쪽이든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으리라.
'문제는‥‥ 이 퀘스트를 받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퀘스트를 받아들이면 또다시 엄청나게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위드는 그래서 세공품을 만들며 갈등했다.
'이거 그냥 확 팔아먹어 버릴까.'
팔고 싶었지만 조각술 스킬이 높지 않다면, 적어도 고급이 아니라면 써먹지도 못할 물건일 테니 구매자를 구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