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15권 : 11. 통곡의 강에 세워진 조각품 (49/520)

     ▷통곡의 강에 세워진 조각품

   위드는 다시 조각칼을 들었다.

   통곡의 강 유역의 부정적인 조각품들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는 대사업의 착수.

   강물의 원혼들이 울어 대는 소리가 이제는 귀에 익숙해졌다.

   메아리치듯이 밀려드는 그 소리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소름이 돋게 한다.

"새끼 오크를 보며 지을 수 있는 다정한 표정은 대체 어떤거야?"

   첫 번째 조각 시도에 실패하고 두 번째였다.

   유로키나 산맥에서 오크 카리취로 행세할 때, 오크들은 꽤나 많이 봐 왔다.

   하지만 약한 새끼 오크들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마을에서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해도 사냥감이 아닌 이상 지나치면 금방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오크들의 새끼 시기는 잠깐이었고,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새끼 오크를 보는 암컷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머니의 입장이 되어 봐야 알 수 있는 표정이리라.

   위드는 생각을 다르게 했다.

   탐욕스러운 오크 암컷들. 그들이 고기를 발견했다. 군침을 다실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배가 부르다면?

  "더없이 평화로운 표정이 나와 주겠군!"

   위드는 암컷 오크의 머리를 만들었다.

   입가에는 찢어질 것처럼 만족스러운 미소, 눈은 초승달처럼 웃고 있었다. 표정이 그리 썩 밝지는 않았지만 그

  래도 오크 암컷치고는 꽤나 예쁜 편.

   최소한 머리통도 없이 아이를 안았을 때처럼 비통한 느낌은 없었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조각품, 절망적인 새끼 오크 모녀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통곡의 강 조각품 1개를 정화하셨습니다.

   통곡의 강의 정화도:-100%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겨우 1개.

   첫발자국은 뗀 셈이었지만 위드가 가야 할 길은 아주 험난했다.

   조각품 1개를 긍정적으로 만든 정도로는 통곡의 강에서 원혼들이 원통하게 우는 소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통곡의 강 유역에 깔려 있는 조각품들을 보니 막막하기만 할 지경.

   다음 조각품은 트롤들이었다.

   창으로 상대를 찌르면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트롤들.

   위드는 명쾌하게 정의 했다.

"창만 없애면 되겠군!"

   창을 망가뜨리고 대신에 밥그릇을 들게 했다.

   음식을 선물하는 트롤들.

『-마탈로스트 교단의 조각품, 살육전을 펼치는 트롤들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통곡의 강 조각품 2개를 정화하셨습니다.

   통곡의 강의 정화도:-100%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조각술이나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는 거의 미미할 지경이었다.

"남의 조각품을 약간 수정하는 정도로는 숙련도가 오르지도 않는군."

   위드의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그래도 하루 동안에 10개의 조각품을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통곡의 강의 수치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떨어진 레벨부터 복구해야지."

   조각품에 생명 부여를 하며 줄어든 레벨 복구를 위한 처절한 사냥!

   매일 13개씩의 조각품을 수선하고, 누렁이와 불사조 오형제를 이끌고 전투를 수행했다.

   통곡의 강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몬스터들의 수준이 대폭 뛰었다.

   지옥의 멧돼지.

   블랙 와일드보어들은 레벨이 400대 약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측되었던 것이다.

   이 사실은 물론 데스 나이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데스 나이트와 박빙으로 싸울 정도라. 상당히 맛있는 사냥감이로군."

   케르탑들은 더 이상 눈에 차지도 않았다.

   더 강한 몬스터, 경험치와 아이템 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케르탑들은 불사조 오형제에게 맡겨야겠어. 불사조들."

"예. 주인님."

"케르탑들을 사냥해라. 아이템 녹이지 않도록 조심해."

"예. 주인님. 알겠습니다."

   불사조들은 여러모로 관리하기가 편했다.

   군대에 입대한 신병이 받게 되는 군기 교육!

   이 교육을 얼마나 제대로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군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조각품들도 태어난 직후에 위계질서를 세워 주는 편이 좋았는데, 이 정신 교육을 따로 시킬 필요가 없었다.

   불사조들은 누렁이를 보면서 깨달았던 것이다.

'아, 우린 정말 더러운 주인에게 걸렸구나.'

'재수도 더럽게 없지.'

   지성도 제법 뛰어난 불사조들은 고분고분해졌다.

   잘 안 죽고, 질기기 짝이 없는 불사조들!

   케르탑들이 전기 공격을 하면 불사조들은 날개를 활짝 펼친 채 급강하해서 피한다.

   그리고 뿜어내는 화염 공격!

   공격력은 약해도, 넓은 지역에 화염을 뿌려 댈 수 있다. 바위산이 녹아내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법 뜨겁게 달

  궈질 수준은 됐다.

   광역 공격 스킬에 죽지도 않고, 지상의 몬스터들은 도망칠수도 없을 만큼 빠르다.

   케르탑들이 떨어뜨린 잡템들을 불로 태우지 않게 주의만 시키면 사냥에 문제는 없었다.

   불사조들을 통해서 케르탑을 사냥하고, 위드는 누렁이와 함께 블랙 와일드보어들을 처치했다.

   평탄하지 않은 바위산을 내달리는 와일드보어들!

   음메에에에!

   위드는 누렁이를 타고 놈들을 사냥했다.

   누렁이와의 합공으로 와일드보어들을 하나씩 처리한다.

   위드의 달빛 조각 검술, 검술 스킬의 숙련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이런 방식의 전투도 나쁘지 않군."

   사냥의 소득이 괜찮아서 위드는 흡족해했다.

   누렁이 덕분에 체력 소모도 줄어들고, 공격력도 배가된다.

   검술이란 검을 휘두른다고 일률적으로 숙련도가 쌓이지는 않는다.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를 연속해서 사냥할 때

  숙련도가 잘 올랐다.

   현재 위드의 검술 스킬은 중급 8레벨!

   검치 들과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일반 유저들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통곡의 강에 있는 조각품들도 262개를 수정했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조각품, 배 뒤집고 죽은 가물치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통곡의 강 조각품 262개를 정화하셨습니다.

   통곡의 강의 정화도:-98%

   절망적인 정화도 수치!

   차근차근 수치를 줄이고는 있지만 언제 정상화를 시킬 수 있을지 아득한 수준.

"이런 식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위드의 생각이 깊어졌다.

   현실 시간으로 일주일간 사냥을 하며 레벨을 2개 올렸다.

   나쁘지 않은 사냥터란 증거였다.

   위드보다 센 몬스터들이 널려 있어서, 따로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누렁이나 불사조들을 성장시키기에도 최적의 사냥터!

   조각품들을 수선하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매우 빠른 성장을 하고 있었다.

   조각품에 생명을 부여하느라 레벨이 자주 떨어졌다. 전투 계열의 숙련도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점점 누적되고도

  있었다.

"문제는 통곡의 강을 정화시키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거라는 점인데......"

   위기 상황일 때마다 나오는 번뜩이는 판단력!

   평상시라면 보다 일찍 나왔을 테지만, 그 대상이 노가다라서 훨씬 늦어졌다.

   스탯만, 스킬만 확실히 올라준다면 백 일간도 같은 노가다를 반복할 수 있었다.

   남들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 벽돌을 지고 20층에도 올라갔던 경험.

"공사판만큼 임금이 정확한 바닥도 없으니까!"

   저녁에 집에 돌아갈 때에는 빳빳한 현찰을 일당으로 받았다.

"노가다는 거짓말을 안 했어!"

   인형 눈 붙이기도, 수염 붙이기도 개당으로 계산을 했다.

   정해진 일만큼의 확실한 수입을 주었다.

   노가다는 일이 지겹고 힘들 뿐. 보상만큼은 철저한 특징을 가졌다.

   수십 가지 노가다에 단련이 된 위드였지만 이번 일만큼은 정말 막막했다.

"적어도 만 개 이상의 조각품이다. 이렇게 1개씩 해서는 답이 안 나와. 언제 끝날지도

모를 막막한 일이야."

   위드는 바꾸어야 할 조각품들을 미리 잘 관찰했다.

   어떤 식으로 얼마나 수정을 가해야 할지!

   크기와 질량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몸과의 밸런스는 얼마나 맞춰야 할지를 면밀하게 조사해서 기록했다.

   그리고 전투를 하며 쉬는 시간마다 필요한 조각품들을 만들었다.

   별도로 만든 조각품을 가져다 붙이는 분업의 방식!

   방식이 개선되면서 하루에 17개씩의 조각품들을 수정할 수 있었다.

   평균 4개씩의 조각품들을 더 고쳐 놓을 수 있었으며, 사냥에 집중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러나 정화도 수치는 여전히 느리게 바뀌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위드는 통곡의 강 주변의 지형을 조사하던 중에 늪지대를 발견했다.

   점토와 약간의 나무들이 있었다.

"이거로구나!"

   점토들을 이용하면서 조각품을 만드는 시간이 대거 단축 되었다.

   하루에 45개 정도의 조각품을 수정하는 게 가능해졌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노가다의 화신처럼 작업 능률을 높여 가는 위드!

『-조각술의 대업적, 통곡의 강 유역을 조각품으로 정화하는 작업이

   11% 진행되었습니다.      』

   대업적을 이루기 위해서 위드는 고군분투했다. 그러던 와중에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조각품들을 전부 바꾸어 놓는다면 정말 굉장한 업적이겠지.'

   조각사에게는 보상이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성이나 각 교단의 공헌도 등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교단이나 왕국의 공헌도는 원하는 대로 쓰기 나름이다. 무기나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지만, 군대나 성기사단을

  출진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꼭 조각품 수정에만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

   위드의 수준으로 본다면, 통곡의 강 유역에 있는 조각품들은 굉장하지 않았다.

   중급 조각술 스킬!

   혹은 그 이하의 조각술로 완성되었으리라 추정되었고, 마무리도 세밀하지 못했다.

   걸작들도 간혹 몇 개 보일 뿐 전체적으로는 평범한 조각품들에 불과했다.

"차라리 여기에 조각품을 만든다면 어떨까?"

   위드는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오크 대가족의 식사!

   점토로 만들어진, 20마리가 넘는 오크들이 밥을 먹고 있다.

   오크들에게는 행복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리라.

『-통곡의 강에 조각품을 만드셨습니다.

   오크들의 만찬.

   통곡의 강에 조각품 1개를 만드셨습니다.

   통곡의 강의 정화도:-82%

   조각품을 만들어도 정화도를 낮출 수 있었다.

   부정적인 조각품의 효과를 압도할 수 있는 조각품!

"해결 방법이 나왔군!"

   위드의 조각칼이 빠르게 움직였다.

   조각품을 개선시키는 작업도, 구상을 해야 하니 상당히 어렵다. 그럴 바에야 주변에 있는 조각품들을 압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면 되는 것.

"희망의 조각품을 만들어야 돼."

   통곡의 강에 널려 있는 안 좋은 조각품들을 대신해서 희망적인 조각품들이 만들어졌다.

   학살당하던 각 종족들이 풍요로움에 웃고 있었다. 점토로 만든 돈과 무기, 식량 들이 창고에 잔뜩 쌓였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

   걸작 조각품의 탄생!

   정화도가 3%나 떨어졌다.

   통곡의 강에서 원혼들이 우는 소리도 이제는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소리도 크지 않았고, 비통함도 적었다.

   하지만 위드가 만든 조각품이 있는 주변이 아닌 장소에서는 아직도 비명 소리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인간들을 위로하는 조각품을 만들어야지."

   통곡의 강 유역에는 귀족이나 군대에 의해 핍박받는 인간들의 조각품이 유별나게 많았다.

   단두대에 매달린 아버지, 채찍질당하는 어머니!

   아이들은 병사들의 손에 묶여서 전쟁터로 끌려 나가는 것 같은 조각품들도 있다.

   위드는 그들을 모습만 슬쩍 바꾸어서 새로 조각했다.

   귀족들과 왕족, 병사들이 어린아이에게 채찍질을 당하고 단두대에 매달렸다.

   평화롭거나 우아한 조각품은 아니었다.

   예술성 따위는 매우 적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조각품들은 억울하게 당하고만 살았던 이들에게 큰 기쁨이 될 수도 있으리라.

   해학과 풍자를 다루는 조각품!

   어린아이들은 환하게 웃고 있으며, 귀족들과 병사들은 죽을상이었다.

   걸작 조각품이 완성되면서 정화도가 4% 감소했다.

『-통곡의 강에 조각품을 만드셨습니다.

   위대한 왕.

   통곡의 강에 조각품 43개를 만드셨습니다.

   통곡의 강의 정화도:0%

   명작 2개.

   걸작 17개.

   그 외에 잡다한 조각품들!

   위드는 수선이 편한 조각품은 약간씩 바꾸고, 나머지는 새로 만들어 버렸다.

   위대한 왕은 인간들을 이끄는 왕에 대한 조각품!

   값비싼 보석으로 치장하고, 배가 볼록 나온 왕의 조각품이 명작이 되었다.

   그 덕에 불과 이 주일 만에 통곡의 강을 정화할 수 있었다.

-아아아아아......

   통곡의 강에서 신음 소리가 걷혀 갔다.

   비통한 울부짖음이 사라지고 고요하게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강물은 여전히 더럽기 짝이 없었지만, 원혼들

  은 훨씬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띠링!

『엠비뉴 교단과의 싸움 완료

  원혼들을 불러일으켜 대륙을 마물로 채우려는 엠비뉴 교단의 음모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의로운 조각사에 의하여 저지되었다.

  엠비뉴 교단의 계획에는 상당한 차질이 생기게 되었지만 그들은 사른 음모를 꾸미게

  되리라.

  또한 마탈로스트 교단을 둘러싼 암운도 아직 걷히지 않았다.       』

『-명성이 720 올랐습니다.』

『-조각술의 대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엠비뉴 교단의 음모를 물리치면서 베르사 대륙의 모든 교단과의 친밀도가

   20 올라갑니다.

   베르사 대륙의 모든 교단에서의 공헌도가 300 증가합니다.

   조각술의 대업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조각사'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왕과 귀족들은 이름난 명사를 대하듯이 신중해질 것입니다.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조각품에 생명을 부여했던 것을 완전히 만회하고도 2개의 레벨이 더 올랐다.

   현재 위드의 레벨은 딱 360!

"이제 됐군."

   위드는 마탈로스트 교단의 신물인 죽음의 상을 꺼냈다.

   낫을 든 마수가 눈을 떴다. 그리고 말했다.

-시련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엠비뉴 교단의 계획은 어긋났지만, 그들은 더 강력한

새로운 의식을 꾸미게 될 것이다.

그들의 의식이 재개되지 않도록 하라.

『엠비뉴 교단의 의식 방해

  엠비뉴 교단은 통곡의 강에 대한 간섭을 그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제단과 의식에 필요한 물품들을 빼앗아 의식이 완전히 중단될 수 있도

  록 하라.

  죽음을 인도하는 마탈로스트 교단의 수호 기사들이 그대의 임무를 도울

    것이다.

  연계 퀘스트, 마탈로스트 교단의 포로 구출, 엠비뉴 교단 11지파의 파멸

  마탈로스트 교단의 숙원과 이어짐.

  난이도:A

  보상:마탈로스트 교단의 성물.

  퀘스트 제한:엠비뉴 교단에 의해 패배할 시에는 관련된 모든 연계 퀘스트 중단.』

   퀘스트에 실패하게 되면 포로 구출이나 엠비뉴 교단 11지파의 파멸 등의 퀘스트들도 모두 끝난다는 것이었다.

   위드의 눈은 이미 보상에서 초롱초롱해져 있었다.

"베르사 대륙을 여행하는 정의로운 모험가로서, 엠비뉴 교단의 악행을 방관할 수 없습니다.

마탈로스트 교단을 위해서라도 그들의 의식이 영원히 중단되도록 하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죽음의 상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통곡의 강이 범람했다. 물길이 강가로 파도치듯이 밀려오고, 얼

  마 후, 강물에서 걸어 나오는 기사들이 있었다.

   유령!

   흐릿하게 존재하는 100명의 수호 기사들이 위드의 원군이었다.

   위드는 수호 기사들과 불사조 오형제, 누렁이를 그 자리에 대기시켜 놓고 엠비뉴 교단이 있던 장소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엠비뉴의 사제들과 암흑 기사들은 살육의 의식을 중단하고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들을 지키던 1,000여 마리의 마물들도 왠지 약화된 모습.

   눈빛이 약해지고, 걸음걸이도 힘이 빠져 있었다.

'통곡의 강을 정화시킨 효과가 있군.'

   위드는 암흑 기사들의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가까이 접근했다.

   엠비뉴 교단의 사제 로브에는 피처럼 붉은 해골과 관이 그려져 있었다. 까마귀가 그려져 있는 사제들은 10명도

  되지 않았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통곡의 강이 우리의 의식에 반응하지 않는다."

"더 많은 제물들을 바쳐라."

   까마귀가 그려져 있는 사제들이 말단인 듯, 양과 사슴의 심장들을 바치며 의식을 치렀다.

   통곡의 강이 범람할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이던 의식!

   바위를 부식시킬 정도로 지독한 독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원혼들이 막 튀어나왔었다.

   위드도 조마조마해서 의식을 지켜보았지만, 강물은 유유히 흐를 뿐이었다.

   로브를 뒤집어써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는 사제들이 의식을 중단하고 말했다.

"영혼들의 힘이 줄어들었다."

"지상에 보냈던 마물들은?"

"그들도 점점 약화될 것이다."

"추가적으로 마물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의식이 계속 되어야 하는데...... 마탈로스트

교단의 포로들을 데려와서 이유를 물어봐야겠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생존자들!

   아마도 그들이 포로가 되어서 엠비뉴 교단에 억류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포로들을 데려오려면 먼저 대신관님께 보고해야 한다."

"대신관님이라면 우리들을 이끌어 주시리라. 일단은 신전으로 돌아가자."

   엠비뉴의 사제들과 암흑 기사들은 절반 정도의 병력을 남겨 두고 강의 하류로 움직였다.

   위드도 아직 정찰을 해 보지 못한 장소였다.

   그들의 뒤를 몰래 2시간 정도 따라가니 금과 보석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요새가 나타났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다 망해 가는 신전과는 차원이 다른 고품격 신전!

   바위산들로 이루어진 천혜의 지형에 축성을 하고 신전을 건설했다.

   돌로 만들어진 두꺼운 성문, 해자, 발리스터, 궁스들의 배치 등 방어 시설까지 완비되어 있었다.

"너희는 이곳을 지켜라."

   우어어어어!

   엠비뉴의 사제들의 명령에, 마물들이 요새를 철통처럼 호위했다.

   위드는 요새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의식이 벌어지던 장소로 되돌아왔다.

"놈들이 되돌아오려면 아마도 하루, 혹은 이틀 정도의 여유만이 있을 뿐!"

   위드가 완전히 무장한 채로 누렁이의 등에 탔다.

   기품이 느껴지는 갑옷과 장비들!

   망토를 펄럭이면서 수호 기사들의 앞에 섰다.

   결전의 순간이었다.

   위드가 검을 높이 추어올리고 사자후를 터트렸다.

"수호 기사들이여, 공격하라!"

   60명의 수호 기사들이 일제히 달려 나갔다.

   60명밖에 안 되는 인원으로 500이 넘는 마물과 엠비뉴 교단의 사제, 암흑 기사들을 향해 돌진!

   무모하기 짝이 없어 보였지만 사실 겉보기와는 크게 달랐다.

   죽음을 인도하는 수호 기사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저사들로, 유령이나 다름없

  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죽지 않으며, 고위 사제의 신성력이나 암흑 기사들의 흑마법 등에 의해서만 타

  격을 받는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잔당이다."

"놈들을 막아라!"

   30의 암흑 기사들과 500여 마리의 마물들이 앞을 막았지만, 수호 기사들은 그대로 돌파했다.

   크헬?

"쳐라!"

   암흑 기사들이 뒤돌아서서 수호 기사들을 쫓았다.

   수호 기사들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엠비뉴 교단 사제들의 척결!

   위드가 명령한 대로 그들은 사제들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갔다.

   엠비뉴의 사제들이 주문을 외웠다.

"추악하고 어두운 힘이여, 무자비한 징벌을 내려라. 다크 소드!"

   축복 마법!

   사제들을 호위하던 암흑 기사들의 검에 신성력이 어렸다.

   쿠엣!

"마탈로스트 교단의 잔당들을 쓸어버려라."

   수호 기사들이 암흑 기사들에게 가로막혔다.

   마물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으니 완전히 독 안에 든 신세.

   척!

   위드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불사조들이 날개를 활짝 폈다.

   불사조들이 전장을 날며 지상을 향해 화염을 내뿜었다.

   마물들이 불에 타고, 암흑 기사들도 불에 휩싸였다.

"데스 애로우!"

"워터 블래스터!"

   사제들이 불사조들에게 마법 공격을 가했다.

   공중으로 치솟는 장대한 마법들!

   불사조들은 격하게 몸을 틀면서 마법들을 피했다. 수호 기사들이 불사조의 몸에 탑승한 채로 웅크리고 있었다.

"지금이다!"

   위드가 정확한 시기에 사자후를 터트렸다.

   화염으로 이루어진 불사조의 몸에서 뛰어내리는 인영들!

   수호 기사들 40명이 지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가자. 누렁아!"

   위드는 누렁이의 몸에 박차를 가했다.

   음모오오오!

   누렁이가 시원하게 울며 네발로 뛰었다.

   위드는 약화된 마물들을 단숨에 베어 버리고 전진했고, 불사조들은 하늘을 장악했다.

   허공에서 마물들을 향해 화염을 내뿜는다.

   마물들이 모여 있는 장소마다 불길들이 뿜어지면서 사방이 불바다가 되었다.

   불바다 속에서 날뛰는 수호 기사들과 위드!

   20명도 안 되는 사제들은 혼전의 와중에 가장 먼저 도륙당했다.

"수호 기사들은 마탈로스트 교단의 성물을 지켜라, 암흑 기사를 상대하고 마물들은 내버려

두어라! 포위망을 구축해서 1마리의 적도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위드가 사자후를 터트리며 전장을 지휘했다.

   다 이긴 싸움이었다.

   사제들이 없는 이상 불사조들만 동원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내 먹이들을 넘겨줄 수 없지!'

   불사조는 아직 약했다.

   수호 기사들로 주위를 둘러싸게 한 후에 불사조의 광역 화염 공격으로 마물과 암흑 기사 들을 사냥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위드는 불길 사이로 걸어갔다.

"화돌이, 흙꾼!"

   불과 흙의 정령들이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무한한 친밀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령술 능력이 모자라다고 해도 마나만 되면 얼마든 불러들일 수 있다.

   정령을 창조한 혜택.

   위드가 걸어가는 지역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불길이 옆으로 퍼졌다.

   엠비뉴 교단의 의식이 벌어지던 장소에 도착했다.

   위드는 탐욕스럽게 물건을 주워 담았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성물, 인식의 동판을 획득하셨습니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성물, 약속의 지팡이를 획득하셨습니다.』

   두 개의 성물!

   제물로 바쳐졌던 상당히 많은 양의 식료품들!

   불사조들의 화염 공격에 의해 잘 구워져 있었다.

   와삭!

   위드는 구운 사과를 먹었다.

   육즙을 마시면서 아직도 싸우고 있는 장소를 돌아보았다.

   암흑 기사들이 마물들이 불에 타서 쓰러지고 있었다.

띠링!

『엠비뉴 교단의 의식 방해 완료

  마탈로스트 교단의 성물들이 의로운 이에게 넘어갔다.

  엠비뉴 교단의 의식은 이제 재개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엠비뉴 교단의 주력은

  아직 건재하다.

  11지파의 수장인 페이로드는 이 굴욕을 되갚기 위해 수배령을 내리게 되리라.

  절대로 엠비뉴 교단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하여, 죽음의 인도자들이 체결한 약속의 동맹을 부활시켜야

  하리라.   』

『-명성이 220 오르셨습니다.』

『-통솔력과 카리스마 스탯이 10 올랐습니다.』

『-신앙 스탯이 10 오릅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퀘스트 성공!

   위드는 겨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연계 퀘스트들은 여전히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좀 더 멀리 떨어진 장소로 가 봐야겠군."

   위드는 의식 중단 퀘스트를 마치고 시간을 내어 불사조들과 누렁이를 데리고 더 먼 지역으로 탐험을 나섰다.

   위험한 일이 생기더라도 불사조들은 빠르게 몸을 뺄 수 있으리라는 계산!

   위드도 누렁이를 타고 도망칠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라도 누렁이는 살려야지."

   음모오오오!

   고마움에, 누렁이의 순박한 눈동자에 물기가 고였다. 그렇게 안 봤는데,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주인이 스스로를

  희생하겠다는 것이다.

   누렁이가 감동으로 벅차 있을 때, 위드는 냉정하게 계산을 마쳤다.

   누렁이가 죽으면 아쉬운 건 자신이다. 다른 조각품을 또 만들어서 생명을 부여한다면 피해가 크다.

   물론 위드가 죽기 전에 데스 나이트부터 먼저 던져 줄 것이지만.

"내가 있으니 안심해라, 누렁아."

   음메에에에!

   위드는 누렁이와 불사조와 함께 통곡의 강을 넘어 평야 지대로 이동했다.

   몬스터 군단들!

   이름도 알 수 없는 몬스터 군단들이 떼를 지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마 짐승류의 일종이겠지만 지옥의 입구였기에 어떤 몬스터라도 방심할 수 없다.

   위드는 몬스터들의 떼가 보이면 멀리 돌아서 움직였다.

"음냐, 여기는 어디야?"

   고주망태가 되어서 잠이 들었던 스미스가 눈을 떴다.

   위드의 등 뒤에 함께 누렁이를 타고 있었다.

   어떤 경우에라도 누렁이를 살려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

"탐험을 하고 있습니다."

"꺼억. 그렇구만."

   스미스는 술이 깨지 않아서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위드도 그가 원래는 정말로 대단한 용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베르사 대륙의 곳곳을

  모험했던 이야기들은 상당히 뛰어난 실력의 용병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술에 취해서 살아가는 전직 용병일 뿐!

   그래도 함정이나 지형, 몬스터들의 습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큰 도움이 되었다.

   술을 조금 주면, 조각품들을 만드는 동안 보초도 잘 섰다.

   검술 실력은 줄어들었겠지만 쓸모는 상당히 많았다.

   몬스터들을 잠깐만 보아도 습성을 파악하는 관찰력!

   마셔도 괜찮은 물이나 풀을 구분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어쨌든 나름대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스미스가 주변을 돌아보더니 신중하게 말했다.

"여긴 너무 위험한 것 같군."

"예?"

"몬스터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 불사조나 누렁이가 보호 하더라도 조각사가 올 수 있는 

장소가 아니네."

   사냥을 하는 동안에는 술을 줘서 데스 나이트의 호위 아래에 재웠다. 그래서인지 스미스는 여전히 위드를 과소

  평가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위드는 건성으로 그의 말을 들었다.

"어쨌든 돌아가죠."

   탐험의 목적은 몬스터들의 확인과 지형 파악이었다. 통곡의 강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는 건 지극히 

  위험한데다 의미도 없으므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을 향해서 허연 무언가가 하늘을 날아오고 있었다.

   일직선으로 하늘을 꿰뚫어 버릴 듯 날아오는 몬스터의 위용!

"크롸롸롸롸롸롸롸!"

   몬스터가 포효하니 일대의 대지가 뒤흔들렸다.

   멀리 있던 짐승류의 몬스터들도 겁에 질린 듯 땅에 못 박힌 것처럼 서 있는 것.

"보스급 몬스터구나!"

   이 근방을 장악하고 있는 보스급 몬스터의 등장이었다.

   하늘을 날아오는 몬스터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었음에도 손바닥보다도 훨씬 크게

  보였다.

   점점 거리를 단축할수록 대책 없이 커지는 몸뚱아리!

   가히 수백미터는 될 듯한 거체였다.

   차가운 한기를 온 사방에 뿌리면서 가공할 속도로 육박해오는 몬스터.

   스미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이스 드래곤이다. 아이스 드래곤이야!"

   위드의 위에서 호위하듯이 공중을 빙글빙글 돌던 불사조들마저도 위협을 느끼고 흩어질 정도였다.

"어서 도망치세!"

   스미스의 재촉에도 위드는 가만히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 점점 커지는 아이스 드래곤의 몸을 볼 뿐이었다.

   사나운 눈매와 찢어진 주둥이, 기다란 수염.

   두꺼운 상체와 빈약한 하체!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넓은 날개까지!

   어디선가 많이 봤던 모습이다.

"크롸롸롸라라라라라라!"

   사지를 저릿저릿하게 울리는 드래곤 피어!

   그 투지에 누렁이가 주저앉고, 불사조들이 날개를 접었다.

   아이스 드래곤은 감히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과 불사조들을 단숨에 해치워 버리기 위하여 엄청난 위세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아이스 드래곤의 큼지막한 눈동자가 위드와 누렁이 들을 훑고 지나갔다.

"감히 나의 영역에서......"

   갑자기 끊긴 말!

   아이스 드래곤의 눈가에 미미한 경련이 일었다. 그리고 휘둥그레 뜨인 눈으로 위드를 다시 살피더니 날개를 활

  짝 펼쳤다.

   파닥파닥파닥.

   아이스 드래곤이 더 빨리 가속하더니, 믿기지 않는 민첩성을 발휘해서 반원을 그리며 선회했다. 왔던 방향으로

  빠르게 돌아가려는 것.

   위드가 무심코 말했다.

"혹시 빙룡?"

   아이스 드래곤의 몸뚱이가 큰 충격을 받은 듯 허공에서 휘청거렸다.

"너 빙룡 맞지?"

"절대 아니다."

   아이스 드래곤은 머리까지 저으며 열심히 날개를 퍼덕거렸다.

   필사적인 도주를 감행하려는 동작!

   애타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막 선회를 한 직후라서 가속이 잘 안 붙었다.

"날갯짓 한 번에 5억 대."

   아이스 드래곤의 날개가 딱 정지했다.

   부력에 의해 떠 있기는 했어도 어쩔 줄 몰라 하는 태도.

"와이번들 보고 싶지? 와삼이가 너 잘 있느냐고 묻더라."

"와삼이! 와삼이는 잘 지내고 있나, 주인?"

"거봐. 너 빙룡 맞잖아."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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