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16권 : 9. 폭군의 귀환 (58/520)

9. 폭군의 귀환

바바리안을 연상시키는 근육질의 야만족들이 무기를 들고 함성을 질렀다.

"이겼다!"

"우리가 힘을 합친 결과다."

"전투를 승리로 이끈 위대한 지휘관 위드여! 만세!"

 - 새로운 칭호, 이무기를 사냥한 지휘관을 획득하셨습니다.

   병사들을 지휘할 때의 영향력이 35% 늘어납니다.

   최대 충성도를 향상시키고, 부대를 훈련시킬 때의 효과가 최대 20% 높아집니다.

   전투에서 지휘하는 군대의 힘과 기동력이 3% 증가합니다.

   이무기보다 낮은 레벨의 몬스터를 사냥할 때, 병사들은 절대 움츠러들지 않을 것입니다.

엄청난 공적에도 불구하고 위드는 그 공을 혼자 차지하지 않았다.

"빙룡아."

"주인, 말하라."

"수고가 많았다. 다 네 덕분이다."

"알아줘서 고맙다, 주인."

빙룡은 힘든 전투로 몸체에 구석구석 균열이 가고 초췌해진 모습으로 대답했다.

"불사조야."

"예, 주인님."

"형제들을 잃어서 안타깝다. 그 덕에 나도 살 수 있었지만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구나. 그래도 네가 다른 형제들의 몫까지 해 주니 안심이 된다. 정말 고생이 많았다."

"앞으로도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누렁아."

"말해라, 주인."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항상 노력하는 네 모습, 지켜보고 있다. 누렁이, 참 충직하고 유능한 녀석 같으니."

위드는 누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돈이 드는 게 아니니 말로 때우며 공을 나눠 준다.

'자고로 신상필벌은 엄격해야 하는 것이지.'

칭찬은 아낄 필요가 없는 법.

물론 이무기에게서 나온 아이템은 독식했다.

 - 조르디아의 직인을 획득하셨습니다.

 - 다이아몬드 8개를 획득하셨습니다.

 - 이스렌의 마법 무구 #3을 획득하셨습니다.

이무기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감정 가격에 따라서 최소 1,000골드에서 수만 골드에도 이른다.

"이 정도 다이아몬드라면 대충 1만 골드씩은 받을 수 있겠어."

조르디아의 직인은 지금은 사라진 왕국에 있는 영주의 도장.

소유하고 있으면 명성을 150 올려 준다.

그 외의 골동품적인 가치가 있을지, 혹은 누군가 필요로 하는 퀘스트 아이템일지는 알 수 없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언젠가 경매 사이트에 올라오겠지. 명성은 필요 없으니 돈이 필요해지면 그냥 팔아 버려도 괜찮겠고."

이스렌의 마법 무구는, 유능한 명장이며 인채터였던 제롬이스렌의 물품이다.

"감정!"

 - 감정에 실패하셨습니다.

마법 지팡이이였는데, 위드의 감정 스킬로도 확인이 불가능.

마법사가 직접 감정해야만 가치를 알 수 있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비싼 물건일 거야."

일단은 기대감을 갖고 챙겨 두었다.

킹 히드라를 잡고 나온 소피아의 거창도 좋은 무기였다.

바바리안이나 거인족이 사용하기 적합한 거창으로, 인간들이 쓰는 창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러나 레벨 제한이 470이라서 과연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경매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누군가는 사겠지."

위드는 전리품들을 챙기고 나서 조각칼을 꺼냈다. 획득할 수 있는 물품은 아직 더 남아 있었다.

서걱서걱!

이무기의 가죽과 고기 등을 더 챙겼다.

재봉사, 요리사의 기술이 동원되면 더 많은 가죽과 고기를 얻을 수 있다. 수작업으로 사체에서 가죽과 고기를 떼어 내는 것이다.

 - 이무기의 가죽을 획득하셨습니다.

 - 이무기의 고기를 획득하셨습니다.

 - 이무기의 가죽 : 내구력 30/30.

   생산 스킬 재봉과 관련된 아이템.

   궁극의 재봉 재료.

   옷이나 장비를 만들기에는 너무 귀한 물건이다. 마나의 힘이 깃들어 있으며 독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 해 주고 암흑 계열의 힘을 증폭시켜준다.

   이무기의 가죽은 보통의 재봉술과 재봉 도구로는 다룰 수 없다.

   명장의 반열에 오른 재봉사에게는 더없이 귀한 경험과 명품을 만들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전투의 흔적이 가죽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가치가 다소 훼손되어 있다.

   물품으로 제작하려면 별도의 수선을 필요로 함.

   최상급 재봉 아이템.

   옵션 : 암흑 계열의 힘을 증폭시켜 줌.

  마나의 최대치를 20,000 증가시켜 줌.

  독에 대한 저항력을 가져서 쉽게 중독되지 않게 해 준다.

  매우 가벼운 소재.

 - 이무기의 고기 : 내구력 7/7.

   음식류.

   요리 재료로도 쓰인다.

   갓 잡은 이무기의 신선한 살점.

   회로 먹어도 전혀 비릴 것 같지 않다.

   최상의 영양분을 간직하고 있으며, 스태미너에 큰 도움을 주는 음식.

   요리사라면 어떤 음식이든 만들어서 도전하고 싶을 것이다.

   지상 최고의 음식을 만들고 싶을 때 그리고 가장 사랑스러운 연인을 위한 요리를 할 때 적극 추천하는 고기.

   요리 재료로서 극히 귀하고, 가격을 따지기 어렵다.

   맛을 본 사람에게는 더없는 영광이 되리라.

   단점으로는 비린내가 조금 있음.

   최상품의 고기.

   옵션 : 일반적인 방법으로 1킬로그램을 먹었을 때의 효과

  체력 20 상승.

  생명력의 최대치 120 증가.

  힘 7 상승.

  명성 150 증가.

  미식가의 호칭을 얻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됨.

  요리사가 만드는 음식과 기술에 따라서 효과에는 상당한 차이가 생긴다.

  단, 1킬로그램 이상 많은 양을 먹더라도 추가적인 상승은 없음.

최고의 보양식 재료.

이무기의 고기는 어마어마한 분량이라서 따로 보관을 잘해 두어야 했다.

"드래곤 하트가 없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고기가 제법 도움이 되는군."

경황이 없어서 살피지 못했지만 킹 히드라의 고기도 스탯을 약간 증가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다.

요리에 따라서 각종 스탯을 1이나 2씩 올려 주는 효과!

많이 먹으면 입과 몸에 적응되어서 추가적인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몸에 영향을 주는 건 단 한 번이라서, 최고의 요리사가 재료를 다루어야 한다.

위드는 이무기의 머리통도 일단 따로 챙겨 놓았다. 그리고 동맹의 증표인 지팡이를 요새 가장 높은 곳에 꽂았다.

그 순간.

띠링!

 - 인도자들의 동맹(1) 완료

   마탈로스트 교단의 이웃들은 뜨거운 의리와 용기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엠비뉴 교단의 지파는 이곳에서 사라지고, 이 땅에 새로운 위협이 찾아오기까지 잠시나마 평화를 누릴 수 있으리라.

   시나리오 퀘스트의 2단계 니플하임 제국의 대리인은, 용병 스미스의 두 번째 궁금증 퀘스트와 마탈로스트 교단의 포로 구출 퀘스트가 완료되고 나서 진행됩니다.

   현제 퀘스트 진행 요건 부족.

 - 퀘스트의 보상으로 명성이 3,200 늘어납니다.

 - 카리스마가 115 증가합니다.

 - 통솔력이 25 증가합니다.

야만족들이 위드를 바라보는 태도부터 변화가 생겼다.

존중과 경의, 흠모가 진하게 묻어 나오는 눈빛.

위드는 마탈로스트 교단의 죽음의 상을 꺼냈다.

조각상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 헌신적인 인간이여.

   그대의 조력으로 인하여 마탈로스트 교단을 핍박하던 대신관 페이로드와 엠비뉴 교단을 몰아낼 수 있었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명맥은 완전히 끊이지 않았다.

   엠비뉴 요새의 지하 감옥에 감금되어 있는 그들을 구하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은 차후 마탈로스트 교단을 복원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어려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예전 마탈로스트 교단의 신전으로 가라. 숨겨진 방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대형 포탈이 설치되어 있다. 원하는 곳으로 연결될 것이다.

 - 마탈로스트 교단의 포로 구출

   통곡의 강을 완전히 제대로 되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탈로스트 교단의 사제들이 필요하다.

   엠비뉴 교단에 납치된 교단의 사제들을 구출하라.

   요새의 지하 감옥은 무척 위험한 몬스터들과, 엠비뉴 교단의 실험체들이 자리하고 있는 장소이다. 포로들을 구출하여 안전한 곳까지 데리고 나와야 한다.

   난이도 : B

   보상 : 마탈로스트 교단의 공헌도.

  통곡의 강을 정화함으로써 대량의 경험치 획득.

   퀘스트 제한 : 포로들이 모두 사망하면 실패.

"포로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끌겠습니다."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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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가 막 엠비뉴 요새를 점령했을 때쯤에는 KMC미디어의 기술진이 모두 동원되었다.

"CG 효과 있는 대로 다 넣어 줘."

"음향팀, 최고의 배경음악 깔아 줘야 돼."

"카메라팀은 지금 영상 설정이 왜 이 모양이야? 좀 더 박진감 있고 치열한 난전! 킹 히드라나 바르칸이 활약하는 모습을 잡아 주란 말이야. 시청자들이 뭘 원하는지 몰라?"

욕을 퍼부어 대로 또 먹으면서도 정신없이 돌아가는 분위기.

시청률이 37%를 넘고 있었다.

위드가 킹 히드라를 퇴치했을 때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최절정에 달했다.

ㅡ 저 사람... 대체 누구인가요?

ㅡ 모라타의 영주라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ㅡ 조각사라는데... 조각사가 저런 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습니다.

ㅡ 조각사가 맞을 거예요. 조각술도 펼쳤잖아요.

ㅡ 피라미드를 만들었던 그 위드가 확실합니다.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잡템이 떨어졌을 때 가늘게 치켜뜨면서 견적을 살피는 저 눈매! 위드가 맞다는 증거입니다.

빙룡의 등장과 데스 나이트 반 호크의 출현.

위드가 짧은 순간 보여 준 발군의 전투 감각으로 인하여 전신이라는 이름도 나왔다.

하지만 방송사에서는 정확한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9시간이 넘는 방송 진행에도 신혜민은 여전히 활달했다.

"드디어 킹 히드라의 목이 떨어졌습니다! 9개의 목이 떨어져야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는 몬스터! 명문 길드들이 덤벼도 감당하지 못했던 몬스터가 이렇게 죽게 되었네요."

이진건은 직접 보면서도 인정하기 어려운 듯 이현을 깎아내리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저 아이스 드래곤 덕분일 겁니다. 본 드래곤과의 전투에서도 나왔던 신비의 아이스 드래곤. 그리고 등장하기 전부터 매우 많이 지쳐 있었기 때문에 사냥을 할 수 있었던 거겠죠. 혼자 싸운 것도 아니잖습니까. 수천 명이나 되는 야만족들이 지원을 해 주었습니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킹 히드라가 이렇게 죽을 줄은 시청자 여러분도 짐작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오주완 씨, 이 전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주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터무니없는 전투입니다. 이 퀘스트의 난이도는 지독하게 높아요. 엠비뉴 교단이 이토록 강할 줄이야. 하지만 여기에 킹 히드라와 바르칸 데모프, 이무기를 소환해서 난전을 벌여 버리다니...... 보통 사람은 생각이나 했을까요? 아니, 머릿속으로 떠올리더라도 감히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으리라 봅니다."

신혜민은 방글방글 웃으면서 반문했다.

"역시 그렇겠죠?"

"예. 베르사 대륙 최상급의 몬스터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격전을 벌이는데...... 아마 시청자 여러분도 이런 장면은 처음일 거라 생각합니다."

오주완의 말대로였다.

바르칸과 킹 히드라, 페이로드, 이무기가 보여 주는 화려하고 가공한 전투들은 시청자들을 압도하고 기가 질리도록 했다.

꿈과 환상도 함께 심어 주었다.

베르사 대륙에 저렇게 강한 존재도 있다.

퀘스트와 사냥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도 저런 영웅이 될 거라는 열망이 피어오르게 만든다.

"저런 두둑한 배포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리고 그에게 두려움이란 없는 걸까요? 저도 저 주인공을 한번 만나 보고 싶군요."

오주완은 위드에게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서 싸우고 있는 위드!

이진건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일 걸요. 킹 히드라는 가장 약한 축에 드는 몬스터였고, 나머지는 절대 무리입니다."

하지만 잠시 뒤에 바르칸이 역소환되었다.

이진건이 재빨리 말했다.

"죽음의 선고가 참 무섭군요. 바르칸처럼 마나 소모가 많은 리치에게는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었죠."

페이로드가 파멸의 주문을 외울 때에는 박수까지 쳤다.

"드디어... 과연 S급 난이도 퀘스트는 아직 깨기 불가능한것입니다. 저 불사조들도 죽는군요. 역시 엠비뉴 교단의 대사제는 굉장합니다."

하지만 전화위복으로 불사조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여 재탄생하는 순간.

"어, 어라?"

블랙 이무기가 항전하였지만 빙룡과 불사조 그리고 위드가 제압해 버렸다.

위드가 퀘스트를 완료해 버린 것이다.

"......"

이진건은 막막하게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주완도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은 듯이 멍한 기색이었다.

신혜민도 이번만큼은 조용했다.

물론 그녀에게는 원래 믿음이 있었다.

'위드 님이라면 해내실 거야.'

상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막연한 신뢰.

그럼에도 정말로 퀘스트를 성공해 버리는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스튜디오에도 정적이 흐를 정도였다.

카메라맨이나 스태프들도, 결과를 미리 전해 듣기는 했지만 영상을 직접 보며 느끼는 충격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지금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

'전신 위드'.

시청자 게시판은 물론이고, 로열 로드와 관련된 토론 사이트들에서는 무수히 많은 추측과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엠비뉴 교단과 싸우고 있는 사람을 전신 위드로 보느냐 혹은 보지 않느냐의 다툼이었다.

사자후와 데스 나이트, 빙룡.

오크와 다크 엘프를 다루면서 보여 주었던 불사의 군단과의 전쟁.

이 모든 진실들에도 불구하고 논쟁은 치열하기 짝이 없었다.

ㅡ 위드가 맞습니다. 위드가 전에 치른 전투에서도 데리고 나왔던 몬스터들이잖아요.

ㅡ 괴성을 지르며 부하들을 통솔하는 건 위드가 사용했던 스킬입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ㅡ 단순하게 본다면, 몬스터나 스킬 몇 개가 같다고 해서 전신 위드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름까지 같으니 착각하기에는 딱 좋지 않습니까?

ㅡ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해 드리지요.

   참고로 저는 해외에서 경제학 박사를 마쳤고, 현재 펀드매니저입니다.

   전신 위드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상당히 많습니다.

   그는 프레야 교단의 성기사 출신으로, 네크로맨서로 전직했죠. 그가 본 드래곤과 싸울 때 사용한 스킬들을 본다면 증명이 끝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 직업이 조각사라니 말이 됩니까?

   네크로맨서라면 당연히 네크로맨서 스킬을 활용해서 싸웠겠죠. 바르칸 소환이 아니라, 직접 언데드들을 일으켜서 요새를 공격했을 겁니다.

ㅡ 윗분, 정말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과연 경제학 박사님답습니다.

   저는 조각사 위드에 대해서 말해 보겠습니다.

   조각사 위드는 로자임 왕국 출신으로, 시작한 지 1년 육 개월도 지나지 않은 유저로 추정됩니다.

   그가 로자임 왕국에서 소소한 조각품들을 만들면서 인기를 끌때 본 사람도 많습니다. 제 친구도 그에게 조각품을 샀다더군요.

   두 사람의 흡사한 면들은 발견되지 않은 공용 스킬이거나 특정한 조건에서 길들일 수 있는 몬스터, 혹은 친밀도로 부릴 수 있는 몬스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어지는 반론들.

ㅡ 조각사 위드가 보여 주는 전투적인 감각은요?

ㅡ 모라타의 영주 등으로 대단히 뛰어난 유저이기 때문에 오해를 받을 수 있겠지만, 아닙니다. 현재의 뛰어난 전투력은 퀘스트 등으로 인하여 특별히 얻은 건지도 모릅니다.

ㅡ 그러면 이해가 되는군요.

ㅡ 전신 위드가 마법의 대륙 계정을 판매하고 나서 1년이나 지나서 조각사 위드가 출연했습니다. 시간상으로 놓고 볼 때도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전신 위드는 워낙에 유명인이었기 때문에 잘못된 소문도 신빙성을 갖고 광범위하게 퍼졌다.

지금 와 조각사라고 하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

게시판마다 엄청난 논쟁과 물음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막상 전신 위드의 정체가 밝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는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일반인에게는 전혀 생소한 이름이 되겠지만, 어느새 로열 로드에서도 최고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더없이 신비로운 존재가 전신 위드였던 것이다.

최악의 싸움터만은 찾아다니고, 불가능한 퀘스트를 남겨 놓지 않는다는 전신 위드.

조각사 위드가 여러 비슷한 부분들을 보여 주었다고 해서 갑자기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의심과 당혹스러움이 증폭된 상태!

조각사 위드가 전심 위드인지 아닌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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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베르사.

가상 현실 로열 로드의 대륙 이름. 덧붙여 모든 것을 관리하는 중추가 되는 시스템이고, 절대 자아이다.

하늘이 내렸다는 천재 과학자 유병준이 창조해 낸 시스템.

로열 로드는 어떤 오류도 없는 완벽한 가상현실이었다.

새로운 세계 창조라는 전설이, 기적이 이루어졌는데도 유병준은 기뻐하지 않았다.

"이제 겨우 첫발을 떼었을 뿐이야. 그렇지 않느냐, 베르사."

<-네. 유병준 박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여신 베르사의 상징물인 초대형 크리스털이 희미한 빛을 내며 대답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3등급 이하의 접속 관리 권한만 있을 뿐, 여신 베르사의 진정한 기능이나 영향력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클클, 여기까지 무려 40년이나 걸렸다. 나의 모든 꿈을 쏟아부은 프로젝트가......"

유병준의 눈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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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유병준은 시골에서 공부를 굉장히 잘하는 아이였다.

"오늘은 3차방정식의 활용에 대해 배워 보겠습니다. 아는 학생?"

"저요."

"근의 공식을 아는 학생?"

"저요."

"피타고라스의정리......"

"저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수학과 과학은 그에게 너무 쉬웠다.

"다음 진도는 언제 나가나요, 선생님?"

같은 반 학생들에게는 가장 밉상인 친구!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유병준은 개의치 않았다.

"멍청한 놈들. 뭉치지 않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놈들이."

국내의 학교에 다닐 때부터 유병준은 이미 학계의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어떤 수학 공식이든 물리법칙이든, 보는 순간 답을 유추해 내었다. 더 진보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서 자신만 아는 법칙들로 정했다.

고등학교부터 각종 경시대회를 휩쓸었고, 국제수학대회에서도 초유의 성적으로 우승했다.

대학교에서는 물리학, 화학, 생명공학, 수학... 논문들을 낼 때마다 과학 잡지의 표지가 그의 몫이 되었다.

세기의 천재.

악마적인 두뇌라면서, 세계의 유수한 연구소에서 천문학적인 연봉을 제시하면서 그를 스카우트하려고 했다.

승승장구하는 줄로만 알았던 인생이었다.

그러던 순간에 최초로 좌절이 찾아왔다.

그에게 처음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다.

데이트를 할 때면 언제나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매번 맛있는 거 못 사 줘서 미안해. 상금 받으면 레스토랑이라도 가자."

"괜찮아, 오빠."

해맑게 웃어 주던 그녀.

유병준이 수령한 상금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하지만 연구에 필요한 기자재들을 사려면 항상 빠듯할 수밖에 없었다.

남들보다 앞서서 생각하고, 한시바삐 연구를 하려다 보니 돈이 새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고, 기초과학 부분에 관심이 많았던 유병준에게는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다음 주에 보자. 아니, 다다음 주."

"바빠?"

"응. 내일 실험할 재료들이 들어와서."

"내일이 무슨 날인지 몰라? 내 생일이잖아. 오빠는 실험이 그렇게 중요해?"

"당연히 실험이 중요하지. 다다음 주에 생일 파티 해 줄게. 그때까지만 참자."

실험이나 논문이 있을 때에는 여자 친구를 멀리했다.

가끔 여자 친구를 만날 때에도, 잠깐의 시간을 쪼개서 나온 거라 덥수룩한 머리에 꾀죄죄한 차림새 그대로였다.

"많이 기다렸지?"

약속 시간에 언제나 늦던 유병준.

착하고 사려 깊던 여자 친구는 결국 그를 떠났다.

"나를 정말 아껴 주고...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

여자 친구는 유병준이 없을 때마다 대신 그녀를 위로해 주던 남자에게 가 버렸다.

유병준은 이때까지만 해도 크게 낙담하지 않았다.

"연애? 연구 다 하고 천천히 해도 돼."

야심 가득한 젊은 과학자에게 연애란 사치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상 몇 개만, 논문 실적만 나오면 여자들 정도는......"

유병준은 목표로 했던 일들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른 여자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녀처럼 순수하지 않았고 마음 깊이 사랑하지도 못했다.

유병준은 평생 한 번 밖에 찾아오지 않는 사랑을 그렇게 놓쳐 버렸다.

사랑은 놓치고 나서야 그 진가를 알게 되는 법.

뒤늦게 그녀를 찾아 봤지만, 아이까지 낳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사랑? 그런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성공을 하자. 이 세상에서 제대로 성공을 해 보자."

유병준은 물리연구소에 들어가서 우수한 연구 실적들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쌓여 가는 돈과 영광.

연구소에서 믿는 이에게 치명적인 배반도 당하고, 연구 실적들을 도둑맞기도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갈수록 부조리한 세상만을 보게 되었다.

과학에 돈과 권력이 모여들면서 만들어지는 더러운 이면!

거짓말과 권모술수, 정치. 일개 과학자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군."

연구소의 소장 자리에 올랐어도, 정치인들에게 허리를 숙이면서 지내야 했다.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기업에 이전해 주면, 달콤한 과실은 대부분 기업의 몫이었다.

유병준의 연구소는 전도유망한 기술들을 속속 개발하고 있었지만 그것으로 무력감과 허탉마을 지우지는 못했다.

"상? 어릴 때부터 많이 탔다. 명예라는 건 부질없는 거야."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던 그는, 진정한 성공을 해 보고 싶었다.

사랑까지 포기하면서 연구에 힘을 쏟았다.

"세상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기술, 진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보는 거야. 어떤 제약도 한계도 없는 기술을."

유병준은 연구소의 소장 자리를 내놓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처음에는 3년, 4년 정도라면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새로운 과제들이 계속 나타나면서 혼자 연구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무수히 많은 날들을 하얗게 지새우고도 포기할 수 없어서 계속 연구에 매진했다.

무려 40년간의 연구 끝에 만든 새로운 세상.

로열 로드는 그렇게 탄생했다.

파죽지세로 세계의 돈을 끌어 모으고 있는 가상현실. 전무후무한 기업으로 유니콘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10여 년 전부터 유병준이 가지고 있던 막대한 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정치인들의 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

물론 유니콘은 정치적인 도움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빚을 쌓아 가고 있다.

여러 정치 단체들이, 사실은 유병준의 대리인에 의하여 관리되었다.

군인에 대한 후원, 군수 업체에 대한 지분 장악도 여신 베르사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

지금 여신 베르사는 영역을 확장해서 유니콘의 광대한 수입을 세계 각지에 투자하고, 집행했다.

어떤 투기 자본도, 정치 세력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만큼 성장했다.

여신 베르사가 운용하는 거대한 지하 자금과 은밀한 정치 권력을 합친다면 그야말로 못 할 게 없을 것이다.

"클클클."

유병준은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음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40년도 전에 꾸었던 꿈이 이루어지려고 한다.

"이 부조리한 세상에... 나의 법을 세운다."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사람들은 그 세계에 열광하고 매료될 것이다.

삭막한 도시에서 벗어나 휴양과 모험, 도전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

"클클. 그리고 가장 뛰어난 놈이 나타나겠지."

유병준이 창조한 세상에서 범접하지 못할 위엄을 가진 황제가 등장하리라.

"그에게는 내가 마련해 놓은 모든 것들을 물려받은 자격이 있으리라."

그때를 위하여 준비한 것들.

유병준은 베르사를 향해 물었다.

"전투용 안드로이드 개발은?"

<-123,020개가 완성되었습니다.>

소형, 중형 안드로이드.

비행기보다 빠르며 무기 장착에 있어서 자유롭다.

현대전의 필수품인 안드로이드는 미국과 러시아, 아직 이 두 강국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 쪽은?"

<-26개의 상업은행을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유사시 106개의 국제은행들을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고객 정보 데이터 삭제는 물론이고, 결제 시스템까지 붕괴시킬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대공황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부분.

하지만 유병준이 마련한 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가 가장 신경을 써서 개발해 놓은 부분은 생명공학이었다.

"인간은 나약하고 부족함이 많은 존재다.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다 쓰지도 못하지."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개조!

시력과 청력, 심폐기능, 운동신경을 발달시킨다.

수명도 훨씬 늘어나고, 어떤 병에든 즉각 대응하여 항체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뇌에서 사용하지 않는 부분들도 활성화 시켜서, 지적인 능력도 몇 배나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더구나 장점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남자라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정력!

"클클. 하룻밤에 열 여자라도 녹일 수 있을 것이야."

유병준은 초인을 만들어 놓을 생각이었다.

막강한 정치권력과 마르지 않는 돈 그리고 여신 베르사의 관리 권한을 준다.

악인이 후계자가 된다면, 그릇된 판단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과 도탄에 빠뜨릴 수도 있다.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지. 나의 후계자가 그러한 판단을 내렸다면 오히려 세상이 이를 따라야 할 뿐."

유병준은 스스로의 수명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음을 알았다.

자기 자신도 유전자조작이나 장기이식 등을 통해서 수명을 늘릴 수는 있을 테지만 개의치 않았다.

후계자 탄생을 위한 준비 과정에 스스로의 육체마저도 희생시킬 작정이었던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절대 권력자가 그리고 베르사 대륙에서는 말 그대로 신이 된다.

그가 창조한 세상에서 잉태되는 황제!

유병준의 독선적인 야망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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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삭신이야."

위드는 온몸이 쑤셨다. 열까지 났다.

 - 과도한 체력의 소모가 있었습니다.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휴식을 권유합니다.

   체력 회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감기나 다른 합병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저주에 취약해지며, 지적 능력이 감소합니다.

인도자의 권능을 활용하면서 전투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하지만 전투가 힘들었다고는 해도 이렇게 앓을 정도는 아니다.

지금까지 위드가 거쳐 온 전투 중에서 호락호락 쉬운 전투는 없었던 것이다.

"싸움보다는 뒷정리가 더 힘들었어."

무너진 요새의 잔해를 누렁이와 빙룡과 함께 치워야 했다.

"불사조, 넌 오지도 마라."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충직한 불사조는 아예 부려 먹지도 못했다. 불사조가 접근하면 고열로 인해 잡템들의 내구력이 떨어져서 파괴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빙룡은 킹 히드라와 이무기의 가죽과 고기까지 등에 지고 잔해들을 치워야 했다.

"주인, 왜 내게만 이렇게 일을 많이 시키는다. 나보다 늦게 태어난 녀석들도 있는데......"

빙룡은 거대한 체구로 인하여 힘이 약했다. 가속도가 붙으면 빠르지만 평소에는 그리 민첩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차마 일을 거부하지는 못하고, 그저 누렁이와 불사조에게 미루고 싶어 했다.

간단히, 고참 대우를 해 달라는 요구!

"고기의 양이 많잖아. 그러니까 네가 들어야 돼."

"터무니없는 이유다. 누렁이도 힘은 좋지 않은가."

위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냉동 보관해야지."

고기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방법.

낮은 온도에서는 이무기나 킹 히드라의 고기가 상하지 않는다. 빙룡의 등에 올려놓았으니 극저온으로 꽁꽁 얼어붙을것은 분명한 사실.

다시 녹이기 전까지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리라.

"어서어서 움직여. 백 번 일하고 허리 한 번 펴는 거야."

위드의 재촉에 누렁이와 빙룡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잔해들을 치웠다.

엠비뉴 교단의 금은보화나 장식품들이 잔해 밑에 깔려 있었다.

무기와 방어구 들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지만, 그 파편들을 입수하는 것도 큰 돈이 되었다.

누렁이가 꼬리를 하늘로 꼿꼿하게 세웠다.

"꼬리 펴지 마! 지금은 쉬운 거야. 예전에 내가 일할 때는 화장실도 기어서 갔어! 너희, 이렇게 땅 파면 돈이 나오는 기회가 어디 흔한 줄 알아?"

빙룡이나 누렁이는 가난한 위드에게서 태어난 것을 원망해야 할 뿐!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

그런 철칙에 따라서 꼬리까지도 접고 일해야 하는 서러운 신세였다.

누렁이는 머릿속 깊이 새겼다.

"돈이란 정말 벌기 어려운 것이구나. 절대 함부로 쓰지 말아야겠다."

위드는 조각 생명체들과 함께 잔해 속에서 많은 양의 보석과 금속 조각들을 찾아냈다.

배낭에 다 넣지 못하여, 재봉 스킬을 이용해서 새로 대형 배낭을 5개나 만들어야 할 정도였다.

이무기의 가죽을 약간 잘라서 만든 배낭은 가볍고 튼튼하며, 무게를 절반으로 감소시켜 주는 옵션까지 있었다.

"암흑 기사들이 죽어 버린 게 아깝군. 그놈들도 잡았으면 경험치와 아이템이 상당했을 텐데......"

끝없는 욕심들!

"바르칸 이놈은 죽어 주지도 않을 거면서 괜히 여림히 싸워서......"

구시렁구시렁.

"킹 히드라 이놈은 뭐하러 요새를 다 부숴 놔서......"

위드는 힘든 일을 할 때마다 자신만의 비법이 있었다.

남을 원망하며서 일을 하면 능률도 오르고 피로도 덜하다. 고된 노가다를 하면서 성취감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욕할 뿐.

"주인 잘못 만나서......"

"못된 주인."

빙룡과 누렁이도 그렇게 원망을 하면서 일을 했다.

불사조만이 높은 첨탑에서 고고하게 깃털을 고르고 있었다.

조각 생명체들을 고생시키는 건 틀림없이 위드였는데, 빙룡과 누렁이의 가장 미워하는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일하는데 노는 놈."

"제일 나쁜 불사조!"

엠비뉴 교단의 잔해를 모두 치우고 나니 빙룡이나 누렁이나 과도한 체력 소모로 한동안은 앓아누워야 했다.

백약이 무효였지만 위드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물건 값이 떨어지기 전에... 빨리 처분부터 해야 돼."

보물들을 들고 있으니 불안하다.

가능한 빨리 현금으로 바꾸는 게 우선이었다.

위드는 마탈로스트 교단의 신전을 찾았다. 막 무너지기 직전의 허름한 신전 벽면이 희미하게 빛이 났다.

"저곳이 숨겨진 방이로군."

벽을 밀고 들어가니 보이는, 발동되지 않고 있는 대형 포탈.

마치 하얀빛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다른 곳으로 텔레포트할 수 있는 포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금액의 돈과 보석, 마법사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도 완성되기만 하면 도시 간의 이동이 꽤나 간편해지지."

베르사 대륙의 성과 거대도시에는 텔레포트 게이트가 만들어져 있다. 다만 하루에 이동시킬 수 있는 무게나 크기에 제약이 있어서 상업에 사용할 수는 없었다.

마나석과 전담 마법사까지 배치해야 되니, 유지하는 데에도 많은 돈을 들여 써야 하는 셈.

그에 비해서 대형 포탈은 두 공간을 하나로 이어 놓는다.

물론 무게나 인원수 등의 제약은 어느 정도 받지만, 텔레포트 게이트에 비해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최초의 설치만 이루어지면 유지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포탈을 이을 장소는 이미 정해 놨지."

위드는 곧바로 모라타 성의 중심부로 포탈을 열기로 했다. 다른 장소는 떠올릴 필요도 없이 선택을 한 것이다.

"모라타 성으로 포탈을 연결하라."

그 순간, 푸른빛의 포탈이 발동되었다.

위드는 성큼 포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누렁이도 어슬렁거리면서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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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식료품 파실 분! 종류 가리지 않고 몽땅 삽니다."

"멀리 벨나인 왕국에서 특산품이 도착했어요. 말린 과일껍질 맛보실 분! 달콤합니다."

"귀금속 도매상 골드리치 상점에 오세요. 전문 귀금속에서부터 희귀 광석까지 골고루 취급합니다."

모라타 성의 광장에서는 상인들이 노점을 펼치고 있었다.

사냥과 퀘스트를 위해 북부로 발길을 옮기는 유저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들을 위한 도시가 되어 커진 모라타는, 북부 전체의 수도 열할을 하는 중이다.

위드가 연결한 포탈은 광장의 중심부에 열렸다.

하늘에서부터 일직선으로 떨어진 푸른빛이 점점 범위를 확산시키더니, 넓은 포탈이 만들어진다.

"어라, 저게 뭐지?"

"저거, 나 본 적 있어. 이동 포탈인 것 같은데."

"이동 포탈이 광장에 생긴다고?"

상인들이 놀라서 잠시 상행위를 멈췄다.

구경꾼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었다.

"퀘스트일까?"

"몬스터가 나올지도 몰라."

무슨 사고를 기대하면서 무기에 손을 올리는 전사나 주문을 영창하는 마법사도 있었다.

모라타의 광장은 개발되지 않았을 때부터 넓은 편이었고, 구획정리가 이루어지면서는 광대하게 확장을 했다.

상인들이 수백 명은 장사를 하고 있었고, 잡템을 팔던 유저나 퀘스트를 위하여 동료를 구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모였다.

광장의 빼곡한 인파가 보는 가운데 이동 포탈이 완성되는 셈!

위드는 다른 장소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꼭 이곳이어야만 해.'

부동산 투기의 핵심.

사람들이 빈번하게 몰려 있는 장소에 투자해야 한다.

전철역 인근, 대형 마트, 백화점 주변이야말로 가장 장사가 잘되는 장소.

이동 포탈의 통행료를 징수하고 이용자를 늘리고 덤으로 상업도 발달시키려면 광장에 만드는 게 필수였던 것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왜 반드시 엘리베이터보다는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적극 권장하겠는가.

그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

푸른빛의 이동 포탈이 완성되자마자 위드가 등장했다.

"위드다."

"대조각사 위드! 모라타의 영주가 돌아왔다."

방송이 종료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위드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위드가 엄청난 인기 속에서 등장했다.

"후......"

위드는 따가운 햇볕을 손으로 가리는 척하면서 주변을 훑어보았다.

적어도 수천에 이르는 사람들이 그를 보고 있다. 성벽 위, 상가 건물에서도 창가로 와서 위드를 구경하고 있었다.

"역시 나의 명성으로 인해서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이로군."

적지 않게 만족하고 있는 찰나!

잡템을 팔고 있던 젊은 상인들의 말이 들렸다.

"수일아, 저 형이 위드야?"

"쉬잇! 말조심해. 들릴지도 몰라."

"그렇게 잔인하고 성질머리 더럽다던 마법의 대륙 위드가 정말 저 사람이야?"

"......"

마법의 대륙 시절의 위드!

그는 실로 무자비한 폭군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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