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검의 대장장이>
위드로 인하여 유명해진 드워프 장인들의 도시 쿠르소에는 많은 유저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복원된 켄델레브의 물
의 조각품을 보며 감탄도 하고, 멋진 무기와 방어구를 구경하기도 한다.
"하, 돈이 조금만 더 있어도 사고 싶은데...... 드워프 아저씨, 깎아 주시면 안 되나요?"
"한 푼도 안 돼."
흥정을 하는 드워프와 유저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었다.
쿠르소에서 드워프들이 파는 물건들은 장신구라고 해도 굉장히 비싸서 쉽게 구입을 마음먹을 수가 없다. 상인들에
게는 보석이나 금보다도 유용한 교역품이다. 어느 마을에 가서도 팔 수 있고, 또 주인만 잘 만난다면 가격을 높여
서 받기 좋았기 때문이다.
번잡해진 것을 좋아하는 드워프들도 있었지만, 일부는 대장간에서 나오지도 않고 작품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흐음."
파비오는 완성된 검을 숫돌에 갈았다.
슥삭슥삭.
『검을 날카롭게 갈았습니다.
검 갈기 스킬 발동!
공격력이 41% 증가합니다. 』
검 갈기 스킬!
위드만이 쓸 수 있는 스킬이 아니라, 중급 대장장이라면 터득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물론 재봉을 배운 적도 없던
파비오는 다림질이나 손빨래 등의 기술은 알지 못하였다.
"꽤나 날카롭게 갈아졌군."
파비오는 검을 이리저리 돌려 보며 흠집을 찾으려고 했다. 수염 난 드워프의 얼굴이 그대로 비칠 정도로 매끈한
검신!
대장장이로서 베르사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유저가 파비오였다. 그의 특기는 갑옷이나 방패 제작으로 알려져 있는
데, 실제로는 검을 만드는 걸 숨기고 있었다.
가끔 그가 만들어 놓은 검이 세상에 흘러 나갈 때마다 한바탕 난리가 났다. 검을 만든 대장장이를 찾는다면서 추
적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보통의 대장장이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무기류!
어느 정도 고레벨에 오르면 사냥을 통해서 획득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파비오가 정성을 다해서 만든 검들은 수많
은 유저들이 쟁탈전을 벌일 정도였다.
명검 한 자루가 있으면 사냥 속도가 달라진다. 로열 로드에서 무기나 방어구에 대한 집착은 무시무시할 정도였던
것이다.
파비오는 검을 만들어서 가끔 치기로 세상에 내보내기는 하였지만, 자신의 행적이라는 것을 철저히 숨겼다. 은거
하고 있는 대장장이 정도로 착각할 수 있도록 숨어서 활동했다.
"검 갈기 스킬은 참 좋단 말이야."
파비오는 만족스러운 듯이 완성된 검을 내려놓았다.
일시적이지만 공격력을 증가시켜 준다.
고급 대장장이 스킬 8레벨, 고급 검 갈기 스킬 6레벨을 익히면서 검의 공격력을 최대 85%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
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부작용도 크다.
"예기를 지나치게 키우면 검의 내구도가 잘 떨어지고 쉬이 상하게 되지."
무난하게 사용하더라도 40% 정도의 공격력은 문제없다.
"완성된 검이란 참으로 아름다워."
현실에서 평범한 월급쟁이였던 그는 로열 로드가 생기자 곧바로 매료되었다.
여러 직업들이 있었지만 그를 움직였던 것은 대장장이.
초창기에 로열 로드는 혼란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토끼와 싸우는 법조차 잘 몰랐다. 오크
1마리가 등장하면 마을 입구까지 도망치고, 수십 명이 죽어 나가는 일도 예사로 벌어졌다.
평범한 장검 한 자루가 엄청난 부러움과 질시를 받던 시절이다.
파비오는 대장장이를 택하기로 했다.
"좋은 결정이었어."
전투의 일선으로 뛰어들지는 못하지만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남보다 빠른 결정과 집중을 통해서 대장장이 스킬을 향상시켰다.
드워프 마을에서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가 되면서부터는 일감이 끊이지 않았다. 도시에까지 이름이 나니 그에게 일
을 맡기려고 멀리에서부터 손님들이 찾아온다.
대장장이는 항상 수요보다는 공급이 모자란 직업이다.
최상급의 대장장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는 것.
엄청난 수고료를 받으면서 돈을 모았고, 광물들을 구입해서 방어구를 만드는 데 투입했다.
화로 앞에서 망치를 두들기며 시뻘겋게 달군 철을 재련하는 직업.
고독한 일이지만 작품들을 만들면서 버텼다.
최고의 재료들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들의 유저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에게 방어구들을 공급한다.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 그의 지지자들도 엄청나게 늘었다.
초보 대장장이들에게는 우상과도 같은 존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파비오는 길드 '아이언로드'의 실제 지배자이기도 했다. 길드를 관장하면서 장비들을 만들
어 주었다.
적보다는 친구가 많고, 유무형의 영향력까지 쥐고 있었다. 드워프 종족의 유저라면 그이 한마디를 거부할 이가 많
지 않은 것이다.
"대장장이의 보람은 그래도 좋은 무기를 만드는 데 있지."
쨍그랑!
파비오는 만들어진 검을 옆에 대충 던져 놓았다.
주변에는 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번에도 생각처럼 좋은 검은 만들어지지 않았군. 무엇이든 자를 수 있는 최강의 검. 베르사 대륙
에 우뚝 설 수 있는 검을 만들어야 돼."
대장장이의 비기!
파비오는 대장장이의 길을 걸으면서 특수한 기술들을 터득했다.
『고급 광물질 제련 3(25%) : 각종 재료가 되는 광석을 불순물 없이 완전히 정제하여 사용하는
기술이다.
대장장이로서의 바탕을 키워 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불과 바람, 금속의 의지를 깨달아야 함. 』
광물질 제련은 대장장이의 비기로서 가장 먼저 습득했던 스킬.
파비오가 철혈의 대장장이로 전직하면서 배운 기술이었다.
"크흐흐,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그 전직 과정은 치가 떨렸지."
대장장이로 전직하기 위해서 대장간에서 죽어라 고생을 했다.
그저 남들처럼 대장장이 길드에 가서 무기나 방어구 몇 개 만들어 보면 전직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눈으로 보고, 직접 손으로 두들겨 보고 전직하고 싶은 마음에 로열 로드의 초창기에 대장간에서 1달이 넘는 아까
운 시간 동안 잡일을 했다.
그 지긋지긋한 과정을 거쳐서 얻게 되었던 전직 퀘스트!
"대장장이의 애환과 눈물 퀘스트는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다리 짧은 드워프로서 부지런히 몇 개의 마을을 뛰어다니면서 의뢰를 성공하여 전직했다. 그리고 대장간에 정식으
로 취직하여 퀘스트들을 받았다.
대장장이 퀘스트는 길드가 아니라 대장간에서도 얻고 수행할 수 있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종류의 장비들을 만들어 보았다.
닥치는 대로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명성을 쌓고, 돈을 벌었다. 그러면서 퀘스트를 통해서 장비 개량 스킬을 습득했
다.
『고급 장비 개량 1(16%) : 대장장의 손에서 장비의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수많은 실패작들을 통해 장비들을 바꾸어 놓을 수 있으리라. 』
파비오를 유명하게 만든 기술!
이 스킬을 배웠을 때가 그가 중급 대장장이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실력의 서 푼은 감추라는 말이 있다.
베르사 대륙에서는 패권 다툼이 끊임없이 일어나는지라 실력을 함부로 공개하면 시비에 휘말리거나 목숨을 잃기
쉬웠다.
파비오는 장비 개량을 통해서 방어구들을 강화시켜 주면서 검도 강화시켜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일부러 숨겼다.
검까지 강화했다면 당시로써는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방어구 개량만을 통해서도 그 전에 1달에 벌던
금액을 하루에도 벌었던 것이다.
대장장이가 상인을 제외하면 꽤 돈을 잘 버는 직업에 속한다고 해도, 엄청난 수입이었다.
하지만 대장장이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대장장이를 택하게 될 것이다.
"경쟁자들이 늘어나고, 나를 한시도 편하게 놔두지 않겠지."
파비오는 적당한 수준에서 방어구들만 개량해 주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대장장이 스킬의 끝, 그리고 최고의 무기와 방어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장비 개량 스킬을 통해서 돈을 번 이후로는 광석들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토르 왕국의 미스릴 광산, 철광산, 은 광산을 통째로 구입하기까지 했다.
대장장이 스킬이 고급에 올랐다.
그리고 퀘스트와, 인연이 닿아서 획득한 대장장이의 비기.
『초급 에고 소드 제작 8(49%) : 장비에 영혼을 불어 넣을 수 있음.
다만 많은 양의 마나와 특수한 영혼이 필요함.
무덤가에서 만들면 효과가 좋다. 』
에고 소드.
파비오는 시험작으로 가지고 있던 검들에 영혼을 부여해 봤다.
띠링!
『소유하고 있는 모든 마나가 사용됩니다.
검에 자아가 부여되었습니다.
검의 속성이 변합니다.
공격력 17% 감소.
내구력 65% 감소.
마법적인 특성이 생겼습니다.
에고 소드 제작 스킬과 대장장이의 마법력에 따라서 공격력과 내구력 감소 수치가 줄어들며,
마법적인 특성이 더 많이 부여됩니다. 』
『수련의 검 : 내구력 25/25. 공격력 31-46.
기초적인 장검이다.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양질의 철을 담금질하여 만들었다.
(제작 무기.
대장장이 스킬이 고급에 오른 이에게만 보이는 무기의 특성.
대장장이 파비오가 만든 작품.
에고 소드.
고블린의 영혼이 봉인되어 있다.
영혼은 깨어나지 못한 상태임.)
제한 : 레벨 180.
검사, 기사, 워리어 계열 한정.
옵션 : 번개 속성 데미지 2.
행운 15. 』
에고 소드라고 하여 굉장한 기대를 했다.
뭔가 거창한, 대단한 물건이 나올 것을 예상했던 탓!
"대실패작이로군."
파비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에고 소드는 스스로 자아를 갖추고 사냥을 통해 점점 성장하는 무기다. 예를 들어 공격력이 40이던 검이, 사냥을
하면서 70이나 80이 된다. 스스로 생각해서 일정한 방어 마법도 펼칠 수 있다.
무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스킬!
하지만 심각한 단점이 존재했다.
그냥 만드는 검보다 공격력과 내구력이 너무 많이 감소 한다.
"마법적인 특성도 별게 아니야."
파비오는 순수한 대장장이라서 대부분의 스탯을 힘과 민첩, 체력, 집중력에 투자했다. 강하고 정밀하게 망치질을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지식과 지혜가 낮아서인지 마나의 양도 보잘것없었꼬, 마법은 배우지도 않았다. 그 때문인지 완성된 에고 소드는
기초적인 수준의 마법밖에는 펼칠 수 없었다.
보유하고 있는 마나양도 소량이었다.
가장 중요한 자아 역시, 스스로 말을 하거나 지난 전투를 기억하지는 못했다.
에고 소드 제작 스킬이 낮고 마법적인 성취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파비오는 시험 삼아서 딸을 시켜 만들어진 에고 소드를 몰래 팔아 치웠다.
에고 소드의 성장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초보나 중급 유저들이 대충 사용하다가 내팽개치는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에고 소드라고 해도 겉보기로는 1개나 2개 정도의 방어형 옵션이 붙은 매직 아이템 정도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1명은 이상한 일이라면서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길에서 주운 이 무기는 번개의 힘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최소 공격력 31에서 46.
번개 데미지 2가 붙은 물건이었는데요, 이 주일 동안 사냥을 하고 나서 수리를 위해서 감정을 해
봤는데 공격력이 1씩 올랐습니다. 그리고 번개 데미지도 3으로 늘었어요.
이제 다른 검으로 옮겨 탈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에 대한 답글들.
-단기 기억상실.
-술 적당히 드세요.
-그 검, 저 좀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 그냥 달라는 건 아니고, 꼭 돌려 드립니다.
-없이 사는 초보인데 300골드에 파세요.
"에고 소드 제작은 최소한 중급이나 고급이 아니라면 빛을 보기 어렵겠군."
드워프는 천성적으로 대장 기술을 타고난 종족이지만 마법적인 능력이 열악해서 어울리지 않는 스킬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엘프 대장장이나 혹은 인간 대장장이라면 조금 더 나은 에고 소드를 만들 수 있으리라.
파비오는 매우 아깝지만 에고 소드 제작은 포기하고 있었다.
『초급 마법 검 제작 1(3%) : 마법 검을 만들 수 있다.
완성된 마법 검은 재료의 특성에 따라서 특수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
마법을 각인하여 사용할 수 있다. 』
파비오가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기대하고 있는 스킬!
"최고의 마법을 각인한 검을 만드는 거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마법력을 가진 재료는 던전의 깊숙한 장소나 고대의 몬스터들을 잡으면 소량 얻을 수 있다. 그 재료들을 가지고
궁극의 마법 검을 만들기 위해서 매진하는 것이다.
"진정한 마법 검은 마법사가 아니라 대장장이가 만드는 것이지."
마법사가 검에 마나를 모두 투입해서 몇 번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부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장장이는 그런 마
법이 각인되어 있는 검을 창조한다.
파비오가 무수히 많은 대장장이 퀘스트들을 섭렵하고 나서 발견한 의뢰를 깨고 얻은 비기였다.
『마법 검의 대장장이
악룡 케이베른을 증오하던 드워프 대장장이의 비술.
일반적인 검으로는 악룡의 피부에 생채기를 낼 수도 없고, 마법으로 드래곤과 싸우려는
것도 무모한 짓. 드워프 대장장이는 검을 찔러 넣은 후에 마법으로 폭발시키는 것만이
악룡을 사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마법 검을 제조하는 비법을 획득하기 위하여 드워프 대장장이가 사라진 던전을 탐험하라.
난이도 : 대장장이 직업 퀘스트.
제한 : 드워프 대장장이 한정. 』
비밀리에 길드를 이끌고 가서 깬 직업 의뢰였다.
마검은 일반적인 검보다 공격력이 강하고, 또 피를 흡수할 때마다 살기를 더하며 성장한다. 에고 소드 같은 부작
용도 덜해서, 무기용 검을 위해서라면 어쩌면 더 나은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땅땅땅!
파비오는 묵묵히 강철을 두들겼다.
"절대의 무기, 완전에 가까운 방어구, 이것들이야말로 대장장이를 베르사 대륙의 중심에 우뚝 세
울 수 있으리라."
지금 이 순간에도 베르사 대륙의 다른 대장장이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테니 쉴 수가 없다.
파비오는 드넓은 베르사 대륙에서 자신을 억제하고 숨기고 잇는 진정한 거인의 한 사람이었다.
붉은용병 길드.
베르사 대륙에 국가를 가리지 않고 세력을 떨치고 있는 길드였다.
레벨 280이 넘는 용병들만 가입이 허가되었다.
각국에 용병 길드의 지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으며, 풍족한 네미르 호숫가 유역의 영지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보유한 성이 5개, 마을이 28개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의 패자였다.
네미르 호숫가에 가장 가까운 하륜 성에서 붉은용병 길드의 회합이 이루어졌다.
"전쟁의 신 위드라."
"길드장, 토벌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붉은용병 길드의 수장인 마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드라면 토벌해 줄 이유가 충분하지."
전신 위드와 싸워서 승리했다는 영광!
베르사 대륙 전체의 패권을 도모하는 붉은용병 길드로서는 탐이 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저으면서 반대하는 용병들도 있었다.
"마법의 대륙에서부터 용병들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용병들을 대표하는 우리가 그를 토벌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명분이 필요합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를 공격한다면 남의 것을 빼앗는 도적단과 다를 게
뭡니까?"
"명분이 뭐가 중요합니까. 명예를 생각해야지요! 전신 위드와 싸워 이겼다는 명예를 얻을 기회입
니다."
"명예가 될지 혹은 오명이 될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죠."
상급 용병 20명은 각자의 입장에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말다툼을 벌였다.
용병 길드의 수장인 마렌도 처음에는 위드를 토벌하는 데 욕심이 났지만, 반대 발언들을 들으면서 약간은 머뭇거
릴 수밖에 없었다.
영광이 있기는 할 것이다.
전신 위드를 죽인 유저라는 타이틀은 매우 매력적이었으니까.
반면 위드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의 반감도 함께 얻게 되리라.
마법의 대륙 출신의 유저들도 위드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로열 로드에서 그의 인기는, 일반 유저들 사이에
서 최절정을 달린다.
명성만큼으로는 공인된 최강자인 헤르메스 길드의 바드레이와 같은 반열에 오를 정도다.
불가능한 퀘스트들을 공략하면서 유저들로부터 우상시되고 있는 위드를 친다는 게 반드시 길드에 이득이 될지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상급 용병 중의 1명인 나프겔이 말했다.
"길드 전체가 나서서 전신 위드를 짓밟아 주는 게 도대체 어떤 명예를 얻을 기회라는 겁니까? 여
러분 중에서 일대일로 싸워 위드를 이길 자신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
그러자 좌중 전체가 조용해졌다.
마렌조차도 섣불리 말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위드는 스스로의 레벨이나 스킬을 공개한 적이 없다.
"그가 일반적인 조각사라고 봐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누가 팔랑카 전투에서 위드처럼 싸울 수 있
습니까?"
"......"
아무리 봐도 승산이 희박한 전투에서 검을 들고 그토록 활개를 칠 수 있는 건, 정신적인 부분의 강인함이었다. 일
반 유저들이 위드에게 열광하는 건, 모든 걸 던지고 도전할 수 있는 그 용기 때문일 것이다.
"전투 능력만을 놓고 볼 때, 여기서 그와의 승부를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
리고 진짜 직업이 조각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나프겔, 그 말은......?"
"그의 직업이 조각사라고 방심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네크로맨서 마법을 사용하고 육체적인
전투 능력을 보여 주는 등,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으니까요."
마렌도 로열 로드 전체에서 50위권 안에 드는 랭커였지만 상대의 능력을 전혀 몰랐다.
본 드래곤과 싸울 때 보여 주었던 전투 능력을 감안하고, 그가 완수한 퀘스트들을 돌이켜 보면 솔직히 매우 부담
스러웠다.
'우리는 길드를 이끌고 가서 싸우지. 그렇게 혼자서 퀘스트를 할 자신은... 솔직히 없다. 그리고
레벨을 떠나 전투적인 감각도 나보다 최소한 몇 배나 위야.'
위드에 대한 정보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변수가 많은 일대일 전투에서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피해가 막심하리라.
마렌 정도의 랭커가 죽으면 하락하는 레벨과 숙련도를 다시 올리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랭커들끼리의 숨 막힐 듯
한 경쟁 관계에서 도태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위드와의 싸움은 분명 방송사도 나설 테고, 동영상도 올라오게 될 것이다.
그 전장에서 패배한다면 명예도 함께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부담감도 가져야 했다.
마렌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이미지!
'우리 길드원들이 짚단처럼 우르르 베이고, 아이스 드래곤이나 불사조, 와이번... 그리고 만의
하나 네크로맨서 마법들까지 사용한다면 매우 골치가 아파.'
네크로맨서 마법의 위력은 공인된 바가 있다.
직접 키워 보니 체력도 약하고 성장시키기 까다로운 직업이라고 불평들이 거세었지만, 위드가 방송을 통해서 보여
준 전율적인 모습들 때문에 전직하는 사람들이 많은 직업이다.
'네크로맨서의 마법에... 전쟁의 신이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는 전투 능력.'
위드가 잔혹한 웃음을 머금고 마렌의 목을 공개적으로 베어 버리는 장면.
"으음."
마렌은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진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어려운 문제로군."
"게다가 북부까지 원정대를 보내면 호시탐탐 우릴 노리고 있는 다른 길드들에 좋은 기회를 선사
하는 꼴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붉은 용병 길드는 세력이 큰 만큼 적들도 많다. 주력부대를 무한정 밖으로 내돌릴 수 없는 처지였다.
"위드를 잡으려다가 우리 길드가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단 말인가요?"
"충분히요. 북부까지 전투부대를 보내는 동안 영토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죠. 다른 길드들의 입장
에서는, 위드를 잡았다는 명예보다는 실익이 큰 우리의 영토를 노리는 게 합리적인 판단 아니겠
습니까?"
경쟁하고 있는 용병 길드들도 많은데, 그들이 연합하여 공격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붉은용병 길드로서는 여러모로 고민되는 일이었다.
위드는 잡템들을 다 처분하고 나서 몇 가지만을 남겨 놓았다.
소피아의 거창이나 대형 크리스털 원석, 조르디아의 직인, 다이아몬드, 이스렌의 마법 무구는 따로 주인을 찾을
작정이었다.
"대형 크리스털 원석은 조각술로 가공한 다음 대형 장식장을 만들어서 귀족들에게 팔아먹으면 괜
찮겠고... 빛의 조각술을 펼칠 때에 써먹어도 나쁘지 않겠지. 나머지 물건들은 경매나 다크 게이
머 연합을 통해서 넘겨야겠군."
대형 크리스털로 만든 화장대와 식탁!
북부에서는 처분하기 어려운 물품이 되겠지만 중앙 대륙의 왕국에서는 매우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고급 물품이
었다.
위드는 잡다한 물품들을 판매하고 나서 누렁이와 함께 모라타의 거리로 걸음을 옮겼다.
주민들이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했다.
"영주님 오셨습니까."
"영주님, 이번에도 대단한 의뢰를 성공하셨다고 하던데... 나중에 꼭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들
녀석이 커서 꼭 영주님처럼 되고 싶다고 합니다."
"모라타 백작님, 린틀 왕국의 상인입니다. 유명한 분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통곡의 강에서 쌓은 어마어마한 명성 때문에 중앙 대륙의 NPC에게도 뜨거운 반응이었다.
"저희 집 마당에 사과가 탐스럽게 열렸습니다. 가장 맛있는 사과를 영주님을 위해서 아껴 놨으니
꼭 드셔 보세요."
사과를 바구니째로 건네주는 아낙네!
시장에 가지고 나가서 판매하려던 과일 바구니인데 영주를 보자 덥석 줘 버린 것이다.
위드는 과일 바구니를 받아서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와삭 깨물어 먹었다.
"누렁아, 너도 한 알 먹어라."
누렁이에게는 벌레 먹은 사과를 던져 주었다.
황소는 혀를 내밀어서 핥다가 입을 크게 벌리고 와작와작 깨물어 먹었다.
위드는 근엄하게 교훈을 내렸다.
"누렁아, 사람이란 말이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돕는 거야. 이런 게 다 평소에 쌓은 인덕
때문이 아니겠냐?"
누렁이는 전혀 믿지 않았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구니에 든 사과를 받아먹느라 여념이 없었다.
모라타는 지난번에 왔을 때와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영주성으로 향하는 길목에 튼튼하게 세워진 다리에는 신비로운 무늬들이 조각되어 있다. 조각사나 예술가, 화가
들이 모라타에 와서 도시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었다.
"상가 짓습니다!"
"화가 데려가 주세요."
"조각사 참여합니다. 천장을 맡을게요!"
건축 퀘스트가 발생하면 예술가들이 너도나도 동참하여 아름다운 건물을 짓는다.
맑은 강과 호수가 있는 모라타에는 갈수록 볼거리들이 늘어났다.
모라타의 첨탑에는 광장에서 볼 수 있도록 커다란 장식품까지 걸려 있었다.
모험가 스펜슨의, 앙키아의 머리 장식!
『귀부인 앙키아의 머리 장식 : 내구력 80/80. 도시 장식품.
고고학적인 가치가 뛰어난 금장식품이다.
옵션 : 마을 전체의 상업 발전 속도 2% 증가.
모험 계열 경험치 1.5% 증가. 』
스펜슨은 로열 로드에서도 굉장히 뛰어난 모험가였는데, 그가 북부에 와서 발굴한 머리 장식을 모라타에 진열해
놓은 것이다.
모험가들은 특수한 종류의 발굴품들을 마을에 배치하거나 공개할 수 있다. 매우 비싼 가격으로 팔기도 하지만, 마
을에 기증하면 명성이 대대적으로 증가한다.
마을 사람들과의 친밀도가 순식간에 높아지는 효과도 있고, 물건도 매우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웬만한 상인들보다도 훨씬 좋은 가격에 구입해 들이는 물건, 게다가 술집에서 종업원에게 인기 또한 최고!
주민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퀘스트를 의뢰하기도 한다.
스펜슨은 향후 모라타가 북부의 중심 도시로 성장할 것을 전망하고 발굴품을 놔둔 것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모라타에서는 생생한 모험의 활기가 느껴졌다.
"예쁘다."
"여기 오길 잘했지?"
"응. 분위기 좋다."
경치 좋은 다리나 건물 주변에는 바퀴벌레 커플들이 많이 보이는 것도 변화였다.
막초보자들이 모라타에서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커플들이 많이 생겼다.
토끼나 여우를 함께 사냥하면서 다져진 사랑!
초보자들은 모라타에서 막대한 물품들을 소비하고 판매하면서 경제 발전의 주축이 되었다.
베르사 대륙의 동부인 로자임 왕국이 그랬듯이 초보자들의 유입만큼 마을을 활기 넘치게 해 주는 요인은 없다. 초
보자용 복장에 목검, 보리 빵 10개를 아껴 먹으면서 마을 내에서 퀘스트를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활력으로 가득한 즐거운 도시 모라타!
위드가 자리를 비운 동안 성장이 눈부신 정도였다.
초보자들이 생겨나면서 가게들도 빠르게 늘어났다. 싸구려 잡동사니 가게들이 아니라, 꽤나 번듯한 고급 상점들이
었다.
상인이나, 집을 건설하고 싶어 하던 사람들도 처음에는 예술에는 인색했다.
"그런 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냥 빨리빨리 지어 주기나 하쇼. 창고나 좀 넓게 지어 줘."
그런데 예술적으로 뛰어난 디자인을 가진 건축물들은 훨씬 장사가 잘된다.
같은 잡화점이라고 하여도 아름다운 건축물에 있는 가게에 사람이 몰리게 되자, 모라타에는 조각과 그림에 투자하
는게 사치가 아니게 되었다.
조각사와 화가, 건축가 들이 모여들어서 도시를 더없이 화려하게 가꾸었다.
"오늘 연주할 곡은 <고블린 던전에서의 하룻밤>이라는 곡입니다."
거리의 모퉁이마다 연주를 위한 작은 무대도 꾸며져 있다.
계단 5개 정도의 협소한 공간에서 바드들이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한다. 예술가들의 도시 로디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광경이다.
모라타에서는 예술가와 바드, 건축가 들이 존중을 받고 있었다.
위드가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마을 장로가 예술에 마구잡이로 투입한 결과였다.
다른 도시나 성에서는 문화 발전 비용이 0%, 혹은 기껏해야 1%에 불과했지만 모라타는 10배가 넘는 자금을 투입
하고 있는 것이다.
초보 바드들도 많고, 베르사 대륙에 이름깨나 날리는 바드들의 방문으로 인해 생동감 있는 음악이 모라타의 매력
적인 요소가 되었다.
술집과 대장간, 무기 상점, 방어구 상점도 초보자들부터 유저들로 인해서 인산인해였다.
축제를 하는 것처럼 거리에 유저들이 많았다.
"그동안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하군. 지역 정보 창!"
띠링!
『모라타 지역
니플하임 제국에 소속되어 있던 지방.
베르사 대륙의 북부에서 가장 융성하고,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지역이다.
상인들의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상점에 손님이 많다.
막 기지개를 펴고 있는 예술이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문화로 인하여 더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있으며, 일자리들을 만들어 낸다.
새로 유입되는 인구는 모든 일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군사력 : 47 경제력 : 821 문화 : 1,130
기술력 : 310 종교 영향력 : 89 지역 정치 : 22
인근 지역에 대한 영향력 : 41%
구 니플하임 제국의 영향력 : 3.6%(영향력은 군사. 경제. 문화. 기술. 종교. 인구. 의뢰
들의 분야와 관련이 깊음)
도시 발전도 : 106 위생 : 41 치안 : 69%
상수도 시설이 깨끗하게 정비되었고, 주택들이 신규로 건설되었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주민들의 요구를 채워 주기에는 역부족.
신규 주민들은 치안에 더 큰 투자를 하기 바란다.
그들은 더 넓은 지역까지 마을의 영역을 넓히고 몬스터들에 대한 토벌 횟수를 늘리고 싶어
함.
오래전에 벌어졌던 축제를 희미하게 기억하는 주민들이 있다.
다수의 조각품들이 주민의 삶을 행복하게 해 주고 있다.
그림 작품들은 다소 미흡하다.
예술가들에 대한 끝없는 신뢰와 지원은 마을의 품위를 높여 주었다. 주민들은 다른 마을들
보다 많은 예술품들에 대해 긍지를 가지게 되었으며, 관련 길드들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기
를 바란다.
재봉 산업의 기술들이 과거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신입 재봉사들이 많이 등장해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다.
철을 다루는 기술은 아직 기초적이며, 무기나 방어구를 제작하는 대장장이들이 많이 미숙함.
지역 신앙으로는 프레야를 믿고 있다.
주민들의 신앙은 굳건하여 쉽게 변심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야 교단의 영향을 받아 적당한 향락과 풍요로움을 좋아하며, 근면한 특징을 보인다.
특산품 : 가죽과 천. 예술품.
영토 전체 인구 : 168,101.
매달 세금 수입 : 178,045골드.
마을 운영비 지출 내역 : 군사력 5%, 경제 발전 32%, 문화 투자 비용 14%, 의뢰 및 몬스터
토벌 9%, 마을 보수 31%, 프레야 교단에 헌금 9%. 』
인구의 증가, 상업의 발달, 용병과 모험가 들으 유입으로 인한 폭발적인 세금의 증가!
"훗."
위드는 무표정한 얼굴을 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려고 하고, 웃음을 참느라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려고 했다. 너무 기뻐서 땅바닥을 떼굴떼굴
구르고 싶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영주로서 지켜 줘야 하는 체통이 있다.
"별거 아니군. 쯧쯧... 이렇게 낙후된 시골이라니 말이야."
눈썹을 찡그린 채 볼을 실룩거리는 썩은 표정으로 즐거워 하는 위드!
프레야 교단에의 헌금이 매달 15%에서 9%로 줄어든 게 특히 좋았다.
"수입 액수가 늘어나면서 자동적으로 조절된 것 같군."
헌금이 더 많아졌지만, 수입이 늘어나니 비율은 줄어들었다.
예산이 늘어나면서 문화 투자 비용과 군사력, 경제 발전, 마을 보수 등이 꾸준히 이루어진다. 초보자들까지 폭발
적인 증가세에 있으니 어엿한 중견 도시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의 숫자에 비해서 아직 세금을 많이 거두고 있지는 못하지만......"
위드가 있는 길거리에도 100명 중에 86명 정도는 초보자였다.
낮은 세금과 모험, 사냥터에 대한 텃세도 없고, 빛의 탑등의 조각품. 모라타가 주는 긍정적인 느낌으로 초보 유저
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 초보자들의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세금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야!"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
영주들이 품을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이었다.
모라타에도 당연히 단점은 많았다.
프레야 교단을 제외하고 다른 교단들이 없다.
성직자를 선택하고 싶은 유저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좁은 게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기술의 발달이 덜 되었고, 대장장이들이 많지 않아서 무기와 방어구의 품질이 낮다. 매일 만들어지는 수량도 제한
적이라서, 아침이면 무기점과 방어구점의 물품들이 동날 정도였다.
상점용 초급 무기들도 웃돈을 주고 거래해야 될 정도라서 초보자들의 불만이 대단했다.
그 틈새시장을 노린 마판이 무기 수입을 주로 하면서 큰돈을 버는 중이었다.
위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부족한 만큼 나중에 대장장이도 많이 늘어나겠지."
무게의 조율이나 갑옷의 정비, 강화 등을 하려면 대장장이의 존재는 필수!
모라타에서 대장장이는 성직자만큼이나 존경받고 있으니 점점 많아지리라.
여러 부족한 부분에도 불구하고, 모험을 좋아하는 초보자들은 서로를 도우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위드는 마을의 영역 밖으로도 발걸음을 옮겨 보았다.
곡창지대에서는 밀과 보리 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프레야 교단의 사제들이 풍요의 축복을 내린 밀들은, 허리
가 휘도록 알갱이들을 달았다.
근처의 산 등으로 곡괭이를 들고 채광에 나서는 인부들도 상당수였다.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
"돈이 있어야 살지, 원."
"무기값이 이렇게 비싸서야 사냥도 마음대로 못 하겠잖아."
"무기값은 그나마 나은 거야. 방어구값은 정말 말도 못 할 수준이라니까."
"휴, 괜히 방어력에 민감한 워리어를 택했나 봐. 그냥 프레야 교단의 사제나 하는 건데."
초보자들도 곡괭이를 들고 광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곡괭이질은 굳이 광부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건장한 체격의 워리어나 검사, 기사 후보생이라면 말할 것
도 없다.
돈을 벌기 위하여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탄광으로 향하는 초보자들.
"매우 바람직한 광경이야."
위드의 입꼬리가 드디어 올라갔다.
완벽하게 재현된 썩은 미소!
착취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모라타의 경제가 건전하다는 증거나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