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17권 : 고독한 방랑자 (67/520)

<고독한 방랑자>

  검치 들은 오크 마을과 로자임 왕국의 수련장 교관으로 나뉘어서 취직했다. 낮은 월급이라서 따로 일하려는 사람

 들이 없었기에 그들은 간단히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검치 들은 취직 이후로 수련장의 운영을 전적으로 맡았다.

"검을 배우고 싶은 자들이여, 수련장으로 오라!"

  하지만 대다수의 유저들은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수련장? 거기는 허수아비를 치는 곳인데."

"뭐하러 일부러 검술을 배우는 귀찮은 일을 해. 그냥 나가서 싸우다 보면 알아서 익혀지는데."

  초보자들에게도 비웃음을 받는 검치 들!

  그래도 초보 유저들의 상당수가 호기심을 가지고 수련장에 찾아왔다.

  막 시작했을 때에는 4주간 도시와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수련장에도 들러 본 것이다.

"검은 이렇게 쥐고... 강하게 휘두르기보다는 정확하게 휘둘러야 됩니다. 무작정 검만 앞세우지

말고, 몬스터의 행동을 보고 그 빈틈을 공격해야 하는 것입니다."

  검치 들은 도장에서의 경험이 많았기에 초보자들을 편안하게 가르쳤다.

"수련장에 가면 싸우는 법을 가르쳐 준대."

"배울 필요 있어?"

"배우면 확실히 낫다더라. 배운 사람이랑 안 배운 사람이랑은 사냥에서 완전히 달라."

  광장에서 파티원을 모집하는 구호들도 바뀔 정도였다.

"검사 모집합니다. 수련장에서 하루라도 배우고 오신 분만 받습니다."

  대부분의 초보 유저들의 전투 능력은 아무래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현실에서 격렬한 육체적인 활동, 싸움을

 해 봤을리가 없고, 재빠른 몬스터들에 당황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검치 들에게 검을 쓰는 법을 배우고 나면 확실히 사냥이 쉬워진다.

  몬스터마다 상대하는 대응 방법을 가르쳐 주었으니, 다른 왕국에서도 유저들이 찾아와서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

 다.

  검치 들이 강의를 할 때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500명, 1,000명의 초보 유저들이 좌정을 해서 그들의 시범을 보고 하는 말을 들었다.

"검이 날카롭죠? 무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대로 배운 검은 자신과 동료를 지켜 주기 때문입

니다."

  검오백일치의 강의는 부드러웠다.

  도장에서도 거의 막내뻘이라서 나름 애교도 있고, 형들을 모실 줄도 알았다. 어른들에게는 조카처럼 친근하고, 어

 린 학생들에게는 형이나 오빠처럼 다정했다.

"멋있다."

"생긴 건 조금 험악해도 좋은 사람인 것 같아."

  남자가 멋져 보일 때는 자기 일에 충실할 때!

  도장에서 땀에 젖어 검술에 매진하는 사범들과 수련생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다만 여자들이 그것을 볼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오크 마을의 교관으로 활동하는 검사십구치는 검을 휘두르며 시범을 보였다. 초보자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느리

 게 움직여 주어야 했다.

"취이익. 잘 안 돼요, 교관님."

  암컷 오크들은 특유의 출렁이는 뱃살과 엉덩이로 인해서 동작이 쉽지 않았다.

  그때마다 수련생 교관들이 투입되었다.

"이쪽을 이렇게......"

  허리를 가볍게 잡거나, 손목을 잡고 검의 궤적을 따라서 그려 준다.

  자련스럽게 발생하는 접촉!

  교관으로 활동하는 검치 수련생들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맺혔다.

"교관님, 참 든든해요."

"시간이 되시면 저희와 같이 사냥을 나가 주실 수 있어요? 취췻."

  암컷 오크들의 요청에도 흔쾌히 승낙했다.

"물론이죠."

  교관들은 그녀들과 사냥을 하면서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리에취예요. 췩. 다음에 또 뵐 수 있을까요?"

"저는 검사십구치입니다."

  검치 들이 그토록 바라던 친구 등록도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쉬는 시간에 도장에 구경 가도 돼요?"

"우리, 놀이 공원에서 데이트해요."

  적극적인 여성 유저들로 인해서 풋풋한 만남을 이어 가는 수련생들도 탄생했다.

  용감하게 데이트를 마친 수련생들이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그녀와 놀이 공원을 갔는데... 후후. 사형들, 사제들, 놀라지 마세요! 제가 먼저 손을 잡았습니

다."

"사십구치! 너 미쳤냐? 그러다 따귀라도 맞으면 어떻게 하려고......"

"제가 일부러 그랬겠습니까? 분수 구경을 하면서 어쩌다 손이 닿았는데요, 가만히 있기에 잡았습

니다."

"가만히 있었다고?"

"뭐랄까, 손을 잡아도 된다는 묘한 감정의 교류 같은 게 있었다고 할까요."

"그런 게 있어? 그냥 잡고 뺨 맞는 게 아니라?"

"경험자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이란 거죠."

  연애 선배들의 가르침들을 받으며 연애의 꿈을 불태우는 사범과 수련생 들.

  여성 유저들만 그들에게 검술을 배우는 것은 아니었다. 여성들만큼이나 많은 남자들이 단체로 그들에게 검을 쓰는

 법을 익혔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수련장에 몰려든다.

  검술 스킬이 고급에 이르고 나서부터 교관으로서의 능력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검술 시범을 보이면서 가르침을 주면, 초보자들은 그 검술을 따라 한다. 그것만으로도 초보들은 검술 스킬의 숙련

 도가 상당히 빨리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제자를 자처하는 초보 유저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저를 가르쳐 주십시오, 교관님!"

"사냥을 하고 싶습니다. 저희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세요."

"오늘 강의 시간은 언제인가요?"

  검술 스킬을 올려 준다는 말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였다.

  4주가 지나서 마을 밖으로 나가 사냥을 하던 사람들도 수련장으로 돌아왔다.

  레벨 200이 넘는 중수 유저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허수아비나 세워져 있던 수련장이, 검치 들에 의해 실전 무술을 위한 배움의 장으로 바뀐 것이다.

  수련생들은 사람이 많아져서 귀찮기도 했지만, 배우려는 열의만 있으면 제자로 받아들였다.

  완전 초보들은 가진 돈이 없어도 제자로 거두었다.

"정식 제자로의 입관비는 보리 빵 9개다."

"커헉!"

"배고픔을 모르면 진정한 투사가 될 수 없다. 굶주림이야말로 인간의 근본적인 강함을 일깨워 주

는 것이다."

  남녀노소.

  검치 들의 제자가 베르사 대륙에 퍼지고 있었다.

  건장한 어깨와 형형한 눈빛 그리고 그들끼리의 암묵적인 대화가 로자임 왕국과 유로키나 산맥에서는 통했다.

  왼쪽 가슴에 검을 새겨 넣은 무리는 광장에서 동료들을 찾았다.

"반갑소."

"오랜만이군. 수련장에서 한번 봤던 거 같소. 사냥 가시겠소?"

"좋소. 그런데 나이가?"

"열아홉."

"동갑이로군. 항렬은 어찌 되시는지?"

"스승님이 검삼백팔십오치 님이시오만."

"저는 검사백십칠치 님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사형."

  검치 들은 로자임 왕국과 유로키나 산맥에서 검의 스승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검치 들은 베르사 대륙 최강의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야망도 잊지 않았다.

"우리도 체면이 있지. 1달 내로 본 드래곤이나 이무기 같은 놈 한번 잡아 봐야 되지 않겠냐?"

  교관을 하면서도 틈틈이 사냥을 하고, 검술 스킬을 올리는데에도 매진한다.

  검술 스킬은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와 싸우면서 극복하면 다소 빨리 올릴 수 있었다.

  검치 들은 쉽게 사냥할 수 있는 약한 몬스터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명성을 순수하게 사냥으로 올렸다.

  터무니없이 날카로운 절벽도 검치 둘만 모이면 평지가 된다.

"사형, 심심한데 여기나 올라가 볼까요?"

"재밌겠군."

  검치 들은 유로키나 산맥의 절벽을 오르면서 정신력을 고취시켰다. 일부러 어려운 험지들을 다녀 보는 소중한 경

 험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검사치와 검오치는 한 걸음 내딛기도 어려운 절벽가의 능선을 따라 걸었다.

"오치야."

"예, 사형."

"여기서 떨어지면 죽을까?"

  산 중턱에 구름이 걸려 있을 정도로 아찔한 높이였다.

  검오치는 절벽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살 겁니다. 중간에 나 있는 나무들의 가지를 붙잡고, 반탄력으로 몸을 튕길 수 있겠어요. 그 다

음에 소검을 바위에 꽂고 쭉 미끄러지면 되겠죠."

"흠, 역시 이 정도로는 안 죽겠지?"

"그럼요."

"심심한데 여긴 뛰어내려 볼까?"

  다른 이들이 들으면 경악할 만한 말들을 서슴지 않고 했다.

  만의 하나 죽는다면 패널티로 스킬 숙련도 감소에 레벨 하락, 입고 있는 장비까지 잃어버릴 수 있음에도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검오치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았다.

"재밌겠는데요?"

"내가 먼저 뛴다."

  검사치는 짧은 거리였지만 전력 질주를 하더니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면서 도전을 맛보는 그들이었다.

  위드는 지하 감옥에 들어가고 나서 사흘 만에 마탈로스트 교단의 포로들이 감금되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순전히 돌파하는 데에만 집중했다면 훨씬 더 기간을 단축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근 지역 몬스터들의 씨를 말리면서 전진을 했으니 시간이 더디어졌다.

  위드 혼자만의 공격력이라면 그 많은 몬스터들을 물리치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렸겠지만 누렁이의 전투 참여도 큰

 도움이 되었다.

  순박한 누렁이라서 평원에서는 주로 위드가 탑승하여 말처럼 이용할 때가 많았다.

  말처럼 질주하면서 전투를 하면 그것만으로도 경험치와, 달리기에 대한 숙련도가 올랐다.

  달릴 공간이 그리 넓지 않은 던전에서는 잡템을 실어 놓는 용도로 주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번에 누렁이는 스스로 활용 가치를 찾았다.

  화령이 매혹의 춤으로 재워 놓은 암흑 기사들에게 다가가서 힘껏 뒷발로 걷어찬다.

  황소 뒷발차기!

  무지막지한 힘으로 힘껏 걷어차이면 암흑 기사들이 무참히 나뒹굴었다.

  소드 카이저의 공격 못지않았다.

  막대한 타격을 받은 암흑 기사들은 다인과 화령이 몽둥와 소검으로 찔러도 단숨에 죽어 버릴 정도였다.

  그녀들이 암흑 기사나 이단 사냥꾼, 수행자, 기타 몬스터들을 누렁이와 함께 처리하게 되면서 사냥의 효율이 더욱

 좋아졌다.

음머어어어!

  몬스터들이 뒷발에 차일 때마다 싸움소처럼 승리를 만끽하는 누렁이였다.

"잘했어, 누렁아."

  다인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짧은 꼬리를 치며 좋아했다.

  위드가 다인에 대해서 약간은 슬픈 하소연을 늘어놓았지만, 그것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다인과도 친하게 지냈

 다.

  괜히 소귀에 경 읽기라는 속담이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위드는 전투의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을 짤막하게 평가했다.

"겨우 풀값 정도나 하는군."

  칭찬에는 한없이 인색한 위드!

  누렁이가 성실하게 배낭도 싣고 다니고 전투에도 참여하니 조금은 긍정적인 말도 나왔다.

"요즘은 한우 시세가 어떻게 하지? 고기값을 비싸게 쳐주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에는 안 파는 게

좋겠어."

  지하 감옥의 돌파!

  매우 큰 미로였지만 위드는 중간에 헤매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이 이미 탐험을 한 던전이라서 흙꾼이를 통해 전체적인 길을 알아내고 정확하게 달려온 것이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사제들은 시커멓게 때가 낀 사제복을 입고 초췌해져 있었다.

"그대는 누구시오?"

"엠비뉴 교단을 물리치고, 여러분을 데리러 왔습니다."

  위드는 마탈로스트 교단의 신물을 보여 주었다. 그제야 믿는 사제들이었다.

"왜 이제야 우리를 구해 주러 온 것이오?"

"헐, 늙은 우리는 영영 여기에 갇혀서 죽는 줄만 알았소."

  오히려 빨리 구해 주지 않았다고 성화였다.

  퀘스트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으면 이런 불만들이 뜬다.

  위드도 변명할 이야기들은 많았다.

'조각품 만들고, 잡템 팔아먹고, 퀘스트 팔아먹고 나서 최대한 빨리 왔어.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거야.'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자부심!

  다른 유저들이라면 인내심이 부족하고 염치도 모른다며 늙은 사제들에게 화를 낼 수도 있었겠지만 위드는 그러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엠비뉴의 잔당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서 안전하게 모시느라 그랬습니다. 일단 저희

와 함께 나가시지요."

  늙은 사제들도 고객이었으니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어쨌든 구하러 와 줘서 고맙소."

  사제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발목에 묶여 있는 쇠뭉치 같은 형구들은 위드가 도둑이 아니더라도 간단히 풀어낼 수 있었다.

  대장장이 스킬을 이용하여 아예 해체를 해 버린 것이다.

  좋은 철의 원료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으니 놓칠 리가 없었다.

"우리도 풀어 주세요!"

  마탈로스트 교단의 사제들이 감금되어 있는 장소에는 다른 포로들도 많이 묶여 있었다.

  드워프, 엘프, 바바리안, 북부에 소규모로 흩어져 있는 사냥꾼 종족들.

  35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있었다.

  위드는 그들도 모두 풀어 주었다.

  그때쯤 마탈로스트 교단의 포로 구출 퀘스트를 받고 근처에서 사냥을 하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뭐야, 벌써 왔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지?"

  기가 막혀 하는 퀘스트 참여자들.

  위드라고 해도 설마 이렇게 빨리 도착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제는 지하 감옥 밖으로 나가야 할 때였다.

  감옥을 벗어나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하 감옥에 따라 들어왔던 구경꾼들이 요소요소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고, 퀘스트에 참여하고 있는 유저들이 몬스

 터들을 청소해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를 구해 주어서 고맙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겠소?"

"예. 의로운 일이라면 언제든지 기다리겠습니다."

  위드와 퀘스트 참여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탈로스트 교단의 사제들은 신전으로 가서 청소를 하고 불을 밝혔다.

 그리고 통곡의 강의 원혼들을 위로하는 의식을 치렀다.

   쏴아아아아!

  그러자 정체되고 탁하던 통곡의 강의 물결이 하류를 향해서 도도하게 흘렀다.

띠링!

『마탈로스트 교단의 포로 구출

  통곡의 강이 되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영혼들의 눈물로 흐르는 강!

  마탈로스타 교단의 사제들은 탐욕에 치우쳤던 과오를 뉘우치고 영혼들을 인도하는

  일을 재개할 것입니다.

-마탈로스트 교단에 대한 공헌도가 2,700 올랐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통곡의 강이 정화되면서 명성이 320 늘어납니다.

-신앙이 37 증가합니다.

-행운이 4 증가합니다.

  제법 상당한 보상이었다.

  죽음으로 인도하는 마탈로스트 교단이 다시 활동하게 되었으니 그로 인한 보상들.

  위드는 포로들을 구하기 위하여 지하 감옥을 탐험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귀찮은 임무들은 다른 유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도 레벨이 1개 올랐다.

  다른 유저들, 유린이나 다인은 10개에서 20개씩의 레벨이 늘었다. 막대한 경험치를 보상으로 얻은 덕분이었다.

"야호!"

"최고다, 이 퀘스트!"

  참여했던 성직자에게는 어떤 보물과도 교환하기 힘든 큰 보상이 따르는 퀘스트였다.

  위드는 남들의 레벨업에 배 아파 하지 않았다.

  레벨이 오르면 물론 더 강해진다. 하지만 그보다는 스탯이나 스킬의 숙련도가 중요했다.

  레벨만 빨리 올린다면 결국, 높아진 레벨에 비해서 능력이 뒤떨어지게 된다. 그로 인해서 성장이 더디어지게 되니

 멀리 돌아가는 편이 오히려 빠른 셈.

  퀘스트 완료로 인한 변화로, 황토빛으로 탁하고 오염되어 있던 통곡의 강이 점점 맑아졌다.

-통곡의 강이 점점 제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베르사 대륙에 불안의 씨앗이 줄어듭니다.

죽음으로 인해 생명력이 저하되고 불행해질 확률이 13% 감소합니다.

네크로맨서들은 언데드들을 일으킬 때에 조금 더 많은 마나를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늙은 용병 스미스가 무겁게 입을 떼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이었군. 마탈로스트 교단. 베르사 대륙을 해롭게만 만드는 그런 교단인 줄 알

았는데......"

띠링!

『노인 스미스의 두 번째 궁금증 완료

  주정뱅이 노인 스미스는 사보이도 백작의 정체와 마탈로스트 교단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호기심 많은 늙은 용병인 그는 과거의 찝찝하던 기억 중의 하나를 떨쳐 낼 수 있으리라. 』

-명성이 260 올랐습니다.

-니플하임 제국의 대리인 퀘스트의 요건이 완성되었습니다.

  A급 난이도 퀘스트의 해결.

  스미스를 데리고 통곡의 강 정화와 엠비뉴 교단의 추격자들과의 싸움 등을 진행했다. 사보이도 백작에 대한 궁금

 증 해결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연계 퀘스트의 일부라고 봐야 했다.

  늙은 용병 스미스가 말했다.

"그럼 아무 때나 내가 있던 술집으로 오게. 내게 많은 술을 주었던 자네였으니 한잔 정도 사 줄

수 있겠지. 내가 아는게 제법 되니,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게나."

  가난한 용병 스미스의 터무니없이 빈약한 보상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퍼마셨던 와인이나 브랜디의 양이 얼마나 되

 었던가.

  그러나 위드는 따지지 않았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명성 때문에 무리한 퀘스트들을 많이 받았다.

  보상이 클 때도 있지만 반대로 적을 때도 있는 것.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오늘은 악몽을 꾸겠군.'

  대신에 일기장에 스미스에 대한 욕을 구구절절이 써 놓으리라 다짐했다.

"어르신과 함께할 수 있어서 많은 경험들을 얻었습니다. 베르사 대륙을 더 이상 함께 여행할 수

없어서 유감입니다."

  용병 스미스는 듬성듬성 빠진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늙은 나는 이제 술집으로 돌아가야 될 때지. 모험은 젊을 때에 한 것으로 충분하다네. 더 이상

은 궁금증이 있더라도 직접 몸을 움직이지는 못할 것 같아. 그래, 이제 내겐 용병패도 필요가 없

겠지. 자네엑 주겠네."

-프로암 연합 길드의 S급 용병패를 획득하였습니다.

  위드는 주는 선물이나 뇌물을 거절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감정!"

『프로암 연합 길드 용병패 : 내구도 30/30.

  청동으로 만든 용병패.

  등급 : S

  옵션 : 용병 길드의 모든 의뢰를 원하는 대로 수행할 수 있다.

의뢰 비용을 200% 더 받을 수 있다.

  용병들에게는 소중한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용병패.

  용병이 아니더라도 퀘스트를 받기 위해서 용병 길드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었다.

'팔아먹어도 괜찮겠군.'

  용병패의 희소성까지 감안한다면 엄청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탈로스트 교단의 포로 구출 퀘스트를 함께 진행했던 유저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

 는 일이었다.

  늙은 용병 스미스는 선물을 하나 더 주었다.

"이것도 받게."

  위드는 이번에도 날름 받아 들었다.

  직인이 있는 부분이 옥으로 되어 있고, 금으로 세공된 황금빛 드래곤을 손잡이처럼 잡고 쓸 수 있는 고풍스러운 

 도장이었다.

  꽤 오래된 물건으로, 빛깔이 요즘 물건 같지는 않았다.

  옥으로 도장을 찍는 부분도 일부가 부서져 있었다.

"감정!"

『알 수 없는 도장 : 내구도 3/20.

  매우 귀한 물건이다.

  굉장히 뛰어난 조각사가 만들었다.

  늙은 용병 스미스가 밀린 술값에도 불구하고 팔지 않은 물건.

  오랜 시간과 전란 등을 거치면서 약간 파손이 있다.

  옵션 : 특별한 행운이 부여됨.    』

  위드가 고개를 들었다.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게 뭡니까?"

"용병 시절에 사보이도 백작의 저택에서 주운 물건이지. 이 도장을 얻은 이후로 행운이 찾아오는

것 같아서 귀하게 간직하고 있었는데... 자네가 쓰게."

"감사히 받겠습니다."

  위드는 주머니에 도장을 넣었다.

띠링!

-니플하임 제국 황실의 보물을 입수하셨습니다.

  사전에 예상했던 대로였다.

'이걸로 니플하임 제국의 대리인 퀘스트가 이어지겠군.'

  물건의 유래를 정확히 알아보려면 조금 더 심도 깊은 감정이 필요했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지.'

  위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통곡의 강이 변화된 것을 보면서 신기해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베르사 대륙에 역사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될 테니

 귓속말을 바쁘게 보내는 모습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레벨이 4개나 올랐어. 명성도 많이 올랐어."

"정말? 젠장. 나도 퀘스트나 받아서 할걸. 지하 감옥에서의 사냥이 짭짤하다면서?"

  마탈로스트 교단의 포로 구출 퀘스트를 받아서 했던 유저들이 기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위드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

"마탈로스트 교단의 포로를 구출한 걸로 퀘스트가 끝난게 아닙니다."

"연계 퀘스트였어요?"

"그럼 또 퀘스트를 공유해 주실 거예요?"

  위드는 인심 좋은 시골 아저씨처럼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함께 시작한 퀘스트인데 끝까지 같이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마탈로스트 교단의 연계 퀘스트!

  마탈로스트 교단의 사제들이 위드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한시름 놓긴 했짐나 아직도 해야 될 일이 너무 많이 남아 있군. 교단을 바로잡기 위해서 새로운

신도들도 뽑아야 하고......"

"아직도 이 근처에 엠비뉴 교단을 따르는 자들이 남아 있을 거라는 불안감이 들어."

  엠비뉴 교단 11지파의 파멸, 마탈로스트 교단의 숙원으로 이어지는 의뢰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엠비뉴의 잔당. 꽤 세력이 큰 무리가 남아 있을 테니 그들을 완전히 물리쳐 줘야 할 테지. 그리

고 마탈로스트 교단의 숙원으로는 많은 신도들을 받아들여서 다른 교단 못지않은 성세를 이루고

싶을 테고 말이야.'

  눈치로 봐서 대충 어떤 의뢰들이 남았는지 알 수 있었다.

  모라타에도 나쁜 일은 아니다.

  마탈로스트 교단은 상당한 신성력을 가진 전투적인 집단!

  지하 감옥을 탈출할 때 보여 준 치유, 축복, 신성 공격 마법이라면 신도가 되려는 사람들은 꽤 많은 것이다.

  초보자들에게도 통곡의 강으로 향하는 이동 포탈을 이용하게 해 준다면, 마탈로스트 교단의 부흥이야말로 모라타

 를 위해서도 좋은 셈!

  연계 퀘스트라고는 해도, 엠비뉴 요새를 무너뜨리고 마탈로스트 교단의 포로까지 구출하면서 단물은 다 빠진 의뢰

 였다. 위드는 직접 퀘스트를 수행하는 대신에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의뢰들을 공유해 줄 작정이었던 것이

 다.

"와아!"

"모라타의 영주, 전신 위드 님이 연계 퀘스트를 공유해 주신다."

"모라타의 영주 만세!"

  통곡의 강을 보면서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던 사람들이 급히 모여들었다.

"저에게 공유해 주세요!"

"저요! 저부터요!"

  어미 새가 잡아 온 지렁이를 입을 쩌억 벌리고 받아먹기를 바라는 아기 새들의 모습!

  위드가 말했다.

"단, 소정의 참가비가 998골드......"

"......"

"......"

  잔잔한 침묵이 흘렀다.

  위드의 말이 널리 퍼질 뿐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에요. 친구나 동료를 2명 이상 데려온 사람에게는 30골드 깎아 

줍니다. 7명 이상이 신청하면 단체 할인도 해 드립니다."

  바가지는 틀림없는 바가지였다.

  한여름 휴가철에 바닷가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바가지!

  화령만 예쁜 미소를 지으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어쩜 좋아! 위드 님은 어렵게 받은 퀘스트도 남한테 막 공유해 주고, 너무 착하셔서 탈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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