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18권 : 아르펜 제국 옥새에 담긴 기억 (69/520)

<아르펜 제국 옥새에 담긴 기억>

"게이하르 폰 아르펜!"

  위드가 퀘스트의 보상으로 얻어 낸 황제의 도장은 조각술 마스터의 작품이었다.

  베르사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제국의 황제.

  아르펜 제국의 옥새!

  위드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다.

  악어가 배부르게 먹고 졸려서 하품을 할 때 맺힌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과연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구나. 세상의 정의는 어긋나지 않았어. 역시 착하게 산 보람이

있었어."

  일찍이 베르사 대륙에 출현한 적이 없었던 세기의 골동품이라고 할 만하다.

  아르펜 제국의 옥새는 옵션만 보더라도, 조각품으로서 완전한 상태가 아니어도 누구나 탐낼 만한 물건이었다.

"완전한 상태가 아닌데도 이 정도의 작품이라니......"

  지금 시점에서도 보석보다 백배는 가치가 큰 조각품이다.

  마법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신성한 물건이라서 누구나 다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각품을 복원하여서 완벽한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면 진정한 아르펜 제국 옥새의 권능이 눈을 뜰 것이다.

띠링!

-고전 시대 아르펜 제국 건물 양식들을 감상하셨습니다.

조각사로서 새로운 건물들을 관찰하게 됨으로써 소유하고 있는 마을과 성, 지역 등에 고전 시대의

건물들을 지을 수 있습니다.

고전 시대의 건물들은 매우 장엄하고 우아한 것이 특징이며,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습니다.

건축비는 제법 비싼 편이지만 마법적인 효과가 부여되며 지역 내에 출생률을 증가시킵니다.

특수 건물들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아르펜 제국의 황궁

  건축 비용 최소 8백만 골드.

  전 대륙에 단 1개만 건설되는 건물입니다.

  정치적인 영향력을 대륙 전체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병사들의 사기가 가장 높이 오르며, 기사들의 충성심이 증가합니다.

  휘하의 귀족들이 배반할 가능성을 낮춥니다.

  많은 시녀들을 거느릴 수 있습니다.

  매우 넓은 영토가 필요합니다.

  논이나 밭을 황궁을 지을 터로 개발한다면 영주민들의 불만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특수 효과 : 소재한 도시의 발달 속도를 최대로 만듦.

      방랑 기사들이 충성을 바칠 확률을 높임.

      외교적인 효과가 주어짐.

  조각품의 추억 스킬을 통해서 퀘스트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따. 관찰을 통해 역사적인 고전 시대의 건물들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소득이었다.

  아르펜 제국의 황궁은 사치의 결정판!

  위드에게는 물론 건설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영주성 근처의 잡초를 뽑기 위해 고용하는 인부에게 드는 비용조차도 아까운 마당이었다.

『대형 콜로세움

  건축 비용 최소 30만 골드.

  검투사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용맹한 이들이 이름을 날리고, 관객들은 이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관람 수입을 거둘 수 있지만 유지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갑니다.

  대형 콜로세움을 건설하는 것만으로도 영주의 명성이 높아집니다.

  콜로세움을 통해서 용감한 검투사들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특수 효과 : 검사들의 검투사 전직 가능.

      병사들의 훈련도가 빠르게 높아짐.

『암벽으로 된 성채

  건축 비용 최소 50만 골드.

  마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성채.

  절벽이나 높은 산에만 지을 수 있습니다.

  필수적인 상점들과 군대가 머무르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음.

  천혜의 지형을 바탕으로 한 방어 능력으로 대량의 몬스터들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 퇴치 및 원정 퀘스트의 발생 빈도가 현저하게 증가하고, 몬스터의 사체에서 나

  온 부산물을 거래하는 시장이 크게 열릴 것입니다.

  성채가 함락되면 치안과 영주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하락하게 됩니다.

   특수 효과 : 영토의 확장.

『아르펜의 특수 곡물 창고

  건축 비용 최소 4만 골드.

  매우 특별한 건물입니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초대형 건물!

  아르펜 제국에서는 이 초대형 곡물 창고의 내부에 여러 개의 층을 만들어서 곡식을 저

  장했습니다.

  방대한 양의 곡식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으며, 지하에는 술이나 나무 열매 등을 신

  선하게 보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굶주리는 주민이 줄어들고, 식료품의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주민들은 이 초대형 곡물 창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식량에 대한 걱정을 덜고 아이를 가

  질 것입니다.

  아르펜 제국이 대륙을 통일했을 때의 핵심적인 건물로, 치안과 경제, 출생률을 증가시

  킵니다.

  도시 전체에 축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수 효과 : 인근의 굶주리는 주민들의 이주를 촉발함.

『요정의 신비한 연못

  건축 비용 1,000골드.

  매우 작은 자연계 꼬마 요정들이 좋아하는 맑은 물이 흐르는 연못입니다. 고요하고 소

  란스럽지 않은 장소에 지어야 합니다.

  연못이 만들어지고 나면 꼬마 요정들이 찾아오게 되는데, 장난기 많은 그들은 여러 사

  건들을 일으킬 것입니다.

  요정들의 장난은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요정들의

  여왕은 뜻하지 않은 선물을 줄 수도 있습니다.

  특수 효과 : 자연이 깨끗해지고 신비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함.

『아르펜의 연립주택

  건축 비용 최소 2,000골드.

  돌로 만든 4층 주택입니다. 견고하여 쉽게 허물어지지 않습니다.

  중산층 여러 세대가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강가나 호수 주변에 건축하면 크게 인기를 끌 것입니다.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와 치안을 높여 줍니다.

  특수 효과 : 기상 악화나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를 경감시켜 줌.

『복잡한 조각사 동굴

  건축 비용 최소 3만 골드.

  조각사들이 대규모로 모여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일정한 돈을 지불함으로써 협력해서 예

  술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문화를 발전시키고 도시를 가꾸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폐허의 성

  건축 비용 최소 7만 골드.

  이 건축물은 문화와 예술, 기술이 고르게 발달해야 지을 수 있습니다.

  아르펜 제국 시절에는 스펙터들이 살아가는 특별한 공간이 존재했습니다.

  스펙터들은 어린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숨바꼭질을 하면 절대 잡을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스펙터들이 영지 내에 살게 되면 몬스터에게 희생당하는 어린이들이

  대폭 줄어들 것입니다.

  이 건물은 또한 마법의 발달을 촉진합니다.

『아르펜 상인 회관

  건축 비용 최소 2만 5천 골드.

  아르펜 제국은 상인들과 예술가들을 우대했습니다.

  자유 상인들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입니다.

  치안이 좋은 장소에만 지을 수 있으며, 마차들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미술품의 거래가 가능해지며 마차들의 이동속도를 정해진 날짜만큼 올려 줍니다.

『기울어진 사탑

  건축 비용 최소 15만 골드.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진 사탑은 자연에 대한 탐구력을 길러 줄 것입니다.

  원소 계열 마법사들이 전직을 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특수 효과 : 소재한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른 마법의 개발이 이루어집니다.    』

『가죽 제품 전시장

  건축 비용 최소 1,200골드.

  가죽 재료와 완성품들을 매매하는 장소입니다.   』

  아르펜 제국의 건물 양식은 군사, 경제, 교육 관련 건물들까지 합치면 총 300여 개나 되었다. 기본적으로 필요 요구

 치를 돈만 보았지만, 석재나 귀금속, 보석 등을 별도로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위드의 영주성이나 영주 전용 창고에는 꽤 많은 양의 광물과 석재, 많은 양의 나무 그리고 약간의 은이 쌓여 있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건축을 하는데, 문화나 기술, 경제력 수치가 낮으면 건설을 하더라도 형편없는 건물이 나올 가능성

 도 배제할 수 없다.

  아르펜 제국의 황궁 같은 경우는 귀금속이 부족해서 지을수도 없을 정도였다.

  위드가 목록을 다 확인하기도 전이었다.

-대장장이 스킬이 아르펜 제국 무기와 갑옷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였습니다.

아르펜 제국은 끊임없는 정복 전쟁을 벌였습니다.

그들은 영토를 안전하게 하기 위하여 인간들뿐만 아니라 대형 몬스터들도 전문적으로 사냥

해야했습니다.

아르펜 제국의 갑옷은 묵직한 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낮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가죽을 덧대

어서 높은 방어력을 가졌습니다.

제국 기사복, 근위병 갑옷, 황궁 기사 갑옷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재봉 스킬이 아르펜 제국의 복장들을 파악했습니다.

황제의 복장에서부터 마법사의 로브, 귀족들의 연회복, 궁중 요리사와 시녀의 의복까지 다

양한 옷들을 재봉할 수 있습니다.

-조각품의 추억 스킬이 알 수 없는 황제의 옥새를 완전하게 읽어 내지 못했습니다.

훼손 정도가 심해서 조각품의 복원이 필요합니다.

  예술이 경지에 이른 노가다야말로 진리!

  위드가 다양하게 올려놓은 스킬 덕분에 조각사의 추억 스킬을 통해 얻는 소득이 더욱 컸다.

  대장일과 재봉 스킬에 대한 장비 제작법까지 함께 습득할 수 있었다.

  위드가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요즘 세상에 한 우물만 파면 금방 말라비틀어져서 죽어 버리는 거지."

  살아온 인생, 노가다의 방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환희!

  알 수 없는 황제의 옥새는 정말 오래된 역사적 아이템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다양한 소득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아

 직도 완전하게 읽어 낸 것이 아니라니!

"크흐흐흐."

  위드에게서 비열한 웃음이 자꾸만 흘러나왔다.

  사냥을 해서 검이나 갑옷 같은 고급품을 얻었을 때 터지는 진득한 웃음!

"이 정도 물건이라면 고대의 방패나 데몬 소드보다도 훨씬 좋은 거로군."

  견적 계산도 끝났다.

  조각사로서는 구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 스탯까지 올려 주었으니 더없이 귀중한 보물인 셈.

  아르펜 제국이 몰락하고 난 이후로도 어딘가로 흘러들어 갔으리라. 조각품에 담겨 있는 남아 있는 추억들을 읽으려

 면 훼손된 부분의 복원이 필요하기는 했다.

  위드의 조각술 복원 스킬은 별로 사용한 적이 없어서 현저히 낮은 상태!

"걸작 몇 번 부수고 고치면 될 거야."

  S급 난이도의 퀘스트를 찾아내기 위해서도 복원 스킬을 올려야겠지만 남아 있는 기대감이 커서 즐거운 작업이었다.

"그럼 나는 이만 가 보겠네."

  은퇴한 늙은 용병 스미스의 말에 위드는 금세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통곡의 강에서 비싼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던가. 심지어는 술에 취해서 주정을 부리기까지도 하였다.

  하지만 그를 돌보느라 했던 고생들은 말끔히 사라지고 난 후였다.

  용병패에, 제국의 옥새까지 받았다.

  줄 것을 다 주고 떠나가는 늙은 용병의 뒷모습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위드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더 얻어 낼 것은 없겠지.'

  빈털터리 은퇴 용병이니 당장은 더 뜯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나중에 언젠가 한번 확실하게 털어낸 것인지 확인

 은 해 봐야겠지만.

  위드는 늙은 용병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렇게 이별을 하면 또 언제 다시 보게 되지요? 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시

고 살펴 가세요. 그리고 안주 꼭 챙겨 드세요."

  이별을 아쉬워하며 다정다감한 말을 한마디라도 더 해 주면서도 흐뭇하게 올라가는 가식적인 입꼬리.

"늙은 나를 보살펴 주느라 고생이 많았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경험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수르 왕국까지 돌아가려면 서둘러야겠군. 이제 그만 놓아주게."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용병 생활에 대해서 듣고 싶은 게 참 많은데요."

  은퇴한 용병들이 늘어놓는 이야기는 의외로 정확하다. 베르사 대륙의 역사서를 보는 것보다도 실감나고, 퀘스트와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위드는 알고 있었다.

"허허허."

  스미스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용병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는 것처럼 친밀도를

 올려 주는 일도 없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서야 들려주는 경우가 많지만.

"내 단골 술집에 찾아오면 언제든지 환영하지. 이제 가겠네."

"살펴 가세요. 다음에 만날 때는 조카처럼 편안하게 대해 주세요."

  늙은 용병 스미스를 떠나보내고, 위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통곡의 강 주변에는 위드에게 엠비뉴 교단 11지파의 파멸 퀘스트를 공유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퀘스트 마감 판매!

  그들에게도 의뢰를 공유해 주고 돈을 받아 챙긴 뒤에 모라타로 돌아왔다.

  베르사 대륙 최고의 조각사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위드!

  그에게도 조각술에 대해 숨기고 싶은 과거는 있었다.

"와이번들. 그놈들을 제대로 조각해 주지 못했던 게 아쉬워."

  불사의 군단과의 전쟁에 앞서서 시간에 쫓기어 허겁지겁 만들어싿. 오죽하면 와이번들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나서도

 발로 조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겠는가.

"그래도 손으로는 조각했는데......"

  위드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와이번들이었다.

  최초로 조각품에 생명을 부여한 녀석들을 볼 때마다 속이 쓰렸다.

  뾰족하고 각진 얼굴에, 공중을 날 때에는 바람의 저항도 컸다.

  그럼에도 그 자존심 강하고 오만하던 녀석들이 위드의 명령에는 끔뻑 죽는 시늉도 한다.

"야, 갔냐?"

"주인 갔어?"

"갔다. 완전 자유다!"

  와이번들이 얍삽하다거나 배반을 잘한다는 평가는 수정해야 될 것 같았다. 위드가 만든 와이번들은 생명을 부여받은

 맏이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고먹느라 비만 와이번이었던 시절도 있지만, 북부에서 금인이와 함께 몬스터들을 충실하게 사냥하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위드는 모라타에 돌아오고 나서 그들을 뒷산으로 불러 모았다.

  6마리의 와이번들이 날개 간격으로 좌우로 도열하고, 번쩍번쩍 빛나는 금인이는 목욕을 마친 후인지 유난히 깔끔한

 모습이었다.

"너희... 잘 지냈지?"

  위드가 조금 미안한 투로 말했다.

  전쟁에만 동원하고 평소에는 관심도 별로 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약간은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주인, 우리는 매우 잘 지내고 있었다."

"행복하다."

"우리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주인을 자주 못 본다는 것뿐이다. 보고 싶었다. 주인."

   갸르르르륵.

  와일이가 대표로 나와서 얼굴을 비벼 대었다.

  그러는 사이에 위드가 들을 수 없도록 비밀리에 와이번들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왜 우리에게 잘해 주는 거지?"

"무슨 트집을 잡으려고......"

"조심하자."

  위드는 와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녀석들. 내가 돌아오니까 그렇게 좋으냐."

  사실 매우 끈끈한 정으로 엮여 있는 위드와 와이번들이었다.

"오늘 모이라고 한 것은 너희의 얼굴을 오랜만에 보고 싶어서였다."

"......"

  와이번들은 그저 침묵을 지켰다.

  날개를 활짝 펼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유로움을 즐기는 그들에게 위드란 존재는 가끔 구속이었던 것이다.

  위드가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너희의 힘이 좀 약하지 않으냐. 사냥을 하면서 좋은 음식들을 좀 얻은 김에, 너희 몸보신이나

시켜 주려고 부른 거다."

  아껴 놓았던 킹 히드라와 이무기의 고기!

  딱 와이번들과 금인이가 나눠 먹을 만큼만이 남아 있었다.

"사랑한다, 주인."

"고맙다."

   와구와구.

  와이번들이 고기에 주둥이를 틀어박고 게걸스럽게 뜯어 먹었다.

  금인이는 우아하게 작은 칼을 꺼내어서 썰어 먹었다.

  먹는 장면에서도 상당히 차이가 나는 모습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먼저 먹고 나서 와이번들은 어울리지 않는 애교를 부렸따. 시험을 잘 본 아이가 부모에게 자랑을 하

 듯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우리 며칠 전에 곰 기병대를 잡았다."

"곰 기병대?"

"모라타에서는 상당히 먼 곳에, 곰 부족이 있다. 그들을 잡아먹었다. 다음에 주인에게도 그 맛을 알려

주고 싶다."

  인간의 유사 종족들이 있다는 뜻이다.

  베르사 대륙의 북부가 워낙에 넓은 지역이기에 탐험대도 대충이나마 지나가며 들렀을 뿐 세부적으로는 알려지지 않

 은 장소가 많다.

  그런 장소에서 사냥을 했다는 이야기이리라.

"너희 레벨은 얼마나 되지?"

"376이다."

  다른 와이번들의 레벨도 370대를 넘었다.

  위드가 레벨 300이 안 될 때에 생명을 부여한 녀석들이었으니 그럭저럭 잘 성장한 셈.

  금인이가 식사를 마치고 나서 다가왔다.

"주인!"

  금인이는 위드를 어려워했다.

  금덩어리로 만들어 놓은 이후로 아까워서 자주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래, 잘 먹었느냐."

  위드는 오늘은 잘해 주리라 결심했다.

  금인이가 수줍음이 많아서 그렇지 전투 능력은 쓸 만한 정도를 넘어서 뛰어났다.

  양손으로 검을 휘두르며 빠르게 달린다.

  약한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도륙을 해 버릴 뿐만 아니라, 궁술에서도 탁월한 솜씨를 뽐냈다. 와이번에 탑승한 채 활

 을 쏠 줄도 알았다.

  대작 조각품 출신!

  20%의 추가적인 효과를 가지고 태어나서 레벨도 420부터 시작한 엘리트였던 것이다.

  위드가 생명을 부여했던 그 어떤 조각품보다도 탄생부터 우월한 존재였다.

  누렁이는 바위의 재질이 약했고, 불사조들의 레벨은 간신히 400에 도달한 정도에 불과했었다.

"주인, 내 레벨이 446을 넘었다. 골골골."

"잘했다. 정말 수고가 많았다."

  금인이는 와이번들이 노는 동안에도 혼자 던전에 들어가서 사냥 등을 하면서 열심히 했다고 했다. 생명을 부여해 준

 위드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쉬지 않았다는 것이다.

"잡을 만한 몬스터들이 근처에 없을 때에는 광산에 들어가서 일을 했다."

  모라타 인근의 폐광들!

  위드가 개발을 하지 않아서 몬스터의 소굴이 되어 있는 광산들이 많았다. 금인이는 몬스터들을 제압하고 곡괭이질을

 해서 광물을 캤다는 이야기였다.

  영주 직속 소유의 광산에서 나온 광물들은 팔지 않으면 그대로 창고에 보관된다. 위드가 건축물을 세우거나 대장장

 이 스킬을 이용해서 물품을 만들 때에 그 광물들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광물을 캐다가 새로운 스킬도 습득했다. 골골."

"오오오."

  위드는 자식을 키우는 보람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금인이처럼 기특한 녀석이 어디에 또 있단 말인가!

'딱 금인이 같은 놈으로 100명만 있으면 조각사의 팔자도 나쁘지 않겠구나.'

  광산에서 획득한 스킬이라면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리라. 광물 발견, 초급 곡괭이질. 어떤 스킬이라도 반길 만

 한 일이었다.

"무슨 스킬이지?"

"놀라지 마라, 주인. 마법이다."

"마법!"

  금인이의 지성이 높은 편이기는 했다.

  대장장이 스킬로 만들어서 불에 대한 속성도 절반쯤 있고, 금속과 물의 속성도 가지고 있다.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마법까지 쓸 수 있다니 감격이었다.

"잘했다, 금인아. 근데 마법에도 종류가 꽤 많이 있잖아. 어떤 마법인지 확인 좀 해 보자. 금인이 스

킬 창!"

  위드는 자신이 만든 조각품들의 스킬 창을 열어 볼 수 있었다.

초급 검술 9(26%) : 검을 휘두르는 기술. 레벨이 높아질수록 위력이 강해진다.

중급 궁술 7(88%) : 화살의 정확도가 높아지며 긴 사정거리를 가진다. 빨리 장전할 수 있게 된다.

중급 화염 제어 기술 4(16%) : 불을 일으킬 수 있다. 탄생의 근원에서 얻은 무제한의 힘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화염은 스스로의 몸도 녹이게 만든다.

초급 액체 변환술 3(15%) : 불의 힘을 이용하여 스스로의 몸을 액체화할 수 있다. 손상된 육체를 복구

  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신체의 일부를 영구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

  금인이가 가진 독창적인 여러 스킬들과, 검술과 궁술이 떴다.

  그리고 기대하던 마법 스킬의 등장!

초급 보석 파괴 마법 6(69%) : 보석에 잠재되어 있는 힘을 끌어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마법의

     위력은 시전자의 마법 활용 능력과 보석의 가치에 따라서 달라진다.

     마법을 쓸 때마다 일정한 양의 보석을 소모함.

  보석의 힘을 이용하여 마법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마법보다 시전 속도도 빠르고 광범위한 위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으로 보석을 소모한다.

  레벨이 446이나 되는 금인이는 민첩과 힘처럼 육체적인 전투력뿐만 아니라 지혜와 지식이 굉장히 높았따. 매우 뛰어

 난 수준의 마법사의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특성들을 살릴 수 있는 마법 능력을 개발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럭셔리 프리미엄의 결정판!

  재료값만 7,000골드가 넘었던 금인이에게 적합한 기술이었다.

"사용 금지."

"네? 골골골."

"앞으로 이 기술 쓰고 싶으면 액체 변환술부터 사용해. 금괴로 변하고 나서 써라."

  금괴로 변신한 후에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즉, 팔아 치울 테니 몸값을 받기 편하게 변하라는 뜻이었다.

"주인."

  금인이가 울상을 지었다.

  화사하고 잘생긴 남자아이의 외모를 가진 금인이는 더없이 귀여웠지만 위드의 취향은 아니었다.

  청춘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고등학교 때 여자애들과 떡볶이 먹을 돈도 아꼈던 위드다.

  위드가 금인이를 무시하고 있을 때였다.

  와삼이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따. 동료이며 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금인이를 변호해 주기 위해서는 물론 아니

 었다.

"주인."

"왜."

"주인이 다스리고 있는 마을 부근이 심상치 않다."

  위드의 목소리가 심각해졌다.

"무슨 일인데?"

  와이번들은 모라타 주변에서 사냥을 하면서 주변 지역에 대한 정찰까지 하고 있었다.

  위드는 모라타에 투자한 돈만 해도 30만 골드가 넘을뿐더러, 조각품까지 다수 만들어 놓았다. 프레야 교단이 정해진

 기간 동안은 보호를 약속했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까닭이었다.

  은행이나 증권사도 믿지 못하는 마당에 프레야 교단의 기사들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

"최근에 다른 마을 근처에서 사냥감이 줄어들고 있다."

  와삼이는 자기 방식대로 설명을 했다.

  정신연령이 비슷하지 않고서야 알아듣기 힘든 화법이었다.

  위드는 그대로 이해했다.

"병사들을 늘리고 있는 모양이로군."

  병영을 건설하고 병사들을 징집한다.

  모라타 인근의 마을들은 주민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북부의 거친 사내들이 이주민으로 와서 정착을 하더라도, 숫자가 별 볼일 없어서 큰 힘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용병

 이나 다른 전사들을 모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와이번들의 먹잇감이 줄어든다는 뜻은, 그 근처에 사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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